“맞잡은 두 손처럼 화합하는 나라가 되면 좋겠습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전 11시께 인천 중구 신광초등학교. 투표소를 오가는 많은 사람들 사이서 남다른 애정으로 눈길을 끄는 부부가 있다. 이날 투표소를 찾은 방대환(71)·김혜숙(73) 부부는 투표하는 순간을 제외하고 투표소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단 한 순간도 맞잡은 두 손을 놓지 않았다. 남편 방대환씨는 “(투표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당연한 일인 만큼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아내 김혜숙씨 역시 “나라가 어지럽고 서민이 살기 어려운데 다음 대통령은 화합하고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대 대선 본투표 당일인 3일 낮 12시 현재 전국 투표율이 22.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전국 1만4295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된 투표에서 낮 12시 현재 총선거인 4천439만1천871명 가운데 1천17만286명이 투표를 마쳤다. 지난 2022년 20대 대선 20.3% 대비 2.6%p 높은 수치다. 수도권 투표율은 경기 23.9%, 인천 22.7%, 서울 21.7%로 집계됐다. 현재 투표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구(28.7%)이며, 경북(26.1%), 경남(24.7%), 충남(24.2%), 대전(24.1%) 등 순으로 높다. 가장 낮은 곳은 전남(15.0%)이고, 전북(15.9%), 광주(16.3%), 제주(21.2%), 세종(21.7%) 등 순이다. 본투표는 이날 오후 8시까지 이뤄진다. 투표소에 방문할 때는 신분증을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투표소는 경기 3천287개·인천 742개를 비롯해 전국 1만4295개가 설치됐다. 투표소 위치는 선관위 홈페이지나 대표전화로 확인 가능하다.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사전투표율(34.7%)은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사전투표는 거소(우편)·선상·재외투표와 함께 오후 1시부터 공개되는 투표율에 합산된다.
“선거관리위원회에 투표소 공간으로 빌려준 지도 10년이 넘었네요. 모두가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선거마다 뿌듯합니다.” 제21대 대선 투표일인 3일 오전 11시15분께 광명 소하동에 있는 돼지고깃집. 이곳 내부의 한 공간이 ‘소하2동 제4투표소’로 갖춰져 유권자들로 장사진이 이뤄졌다. 식당 앞은 집이 가까운, 점심 식사 겸 투표하기 위한 유권자들로 10여m에 달하는 줄이 이어졌고, 투표 사무원들은 이들을 안내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신생아를 안고 투표소에 들어선 김정태(가명)씨는 “집이 바로 앞이라 아이와 바람 쐴 겸 투표하러 왔다”라며 “아기가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곳 사장 변재수씨는 “10여년 전 선관위 요청을 수락한 이후 매 선거마다 식당 일부를 투표소로 제공하고 있다”며 “식당이 동네 중앙에 있어 많은 주민이 편리함을 느낀다고 한다. 당일 매상은 조금 줄지만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라고 생각한다”고 웃어 보였다.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왔습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의정부시 투표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9시 의정부우체국에 차려진 신곡2동 제5투표소에는 30여명의 시민들이 본인들의 투표 차례를 기다리며 대기했다. 유권자들은 선거사무원의 안내로 등재번호를 확인한 후 대기하다 큰 문제 없이 투표를 행사하는 모습이었다. 지체장애 1급으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홀로 투표소를 찾은 박원하씨(69)는 선거 사무원의 도움을 받아 투표했다. 박원하씨는 “투표는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권리”라며 “몸은 불편하지만 매번 선거 때마다 투표는 빠지지 않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곡2동 제8투표소 투표 대기자 중에는 휠체어를 탄 어르신,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딸과 함께 온 30대 남성 등 다양했다. 신곡노인복지관 3층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오전부터 투표를 하기 위해 온 시민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투표를 마친 20~30대 시민들 중에는 투표소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투표소를 잘못 찾은 70대 한 시민은 선거 사무원의 안내를 받고 발길를 돌리기도 했다. 이날 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 지정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의정부시선관위 관계자는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 전부터 투표소에 대기자가 있었다”며 “유권자들이 오전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유권자들이 원활하게 모두 투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정부시에는 92개 투표소가 설치돼 투표를 진행했다.
“자동차 검사소가 특이한 투표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동네 주민들에겐 익숙하고 편리한 투표소입니다.” 제21대 대선일인 3일 오전 10시께 수원특례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동차검사소 앞엔 ‘매탄3동 제7투표소’라는 표식이 붙어 있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한두명씩 신분증을 들고 익숙하다는 듯 1층 고객 대기실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검사를 위해 차량으로 붐볐던 이곳은 이날 딱 하루 유권자들을 위해 투표소로 변신했다. 두살배기 아이를 안고 온 박시후씨(37)는 “투표소로 변한 모습이 이색적이면서도 차량을 정비받으러 오는 곳이라 낯설지만은 않다”며 “우리 아이가 더 좋은 세상, 더 나은 미래에서 살 수 있기를 희망하며 투표했다”고 강조했다. 제20대 대선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이번 대선까지 총 세번의 투표를 이곳에서 했다는 김지우씨(28)도 투표소에 대해 익숙하고 편리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김지우씨는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동네 주민에겐 익숙한 곳”이라며 “당연히 나라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투표를 했다. 혼란스러운 정국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결혼하고 육아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21대 대통령선거일인 3일 오전 10시께 양주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센터에 마련된 회천2동 제8투표소. 오는 10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 유동협씨(30)와 채희수씨(28)가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소가 마련된 아파트는 이들이 신혼살림을 시작할 예정인 곳이다. 새출발을 앞두고 인생의 또 다른 중요한 선택을 함께하기 위해 투표에 나선 이들의 얼굴에는 설렘과 진지함이 교차했다. 유동협씨는 “청년들이 결혼을 결심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며 “우리의 선택이 그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채희수씨 역시 진심 어린 바람을 전했다. 그는 “결혼 이후 아이를 낳고 싶은데,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이 훨씬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모든 부모가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 표를 행사했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이 할미가 나왔겠어요?”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 오전 9시40분께 지팡이를 쥔 김영인씨(88)가 동구 송현동 송현초등학교에 마련된 화수2동 제2투표소를 찾았다. 이날 투표에 나선 김영인씨는 손자, 손녀들에게 투표를 독려하고 나오는 길이라고 전했다. 김씨는 “내가 나이가 있다 보니 1.4 후퇴와 6.25 전쟁, 군사 독재 다 겪었다”며 “지금 시대에 어떻게 군인을 동원해 국회를 부수고 들어가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끌려갔다 억울하게 제대한 군인들이 내 아들 같다”며 “다시는 이런 부끄러운 일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내일 모레면 내 나이가 90”이라며 “나 같은 늙은이도 지팡이 짚고 나오는데 젊은 사람들이 나와서 한 표라도 더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경제도 어렵고 억울하게 죽는 사람도 많은데 다시는 눈물 없는 나라가 돼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도장 찍는 게 재밌어 보이고 투표도 신기해요.” 제21대 대통령선거 본투표일인 3일 오전 8시40분께 남양주시 다산한강중학교(제4투표소)에 엄마·아빠와 함께 알록달록 보라색과 분홍색 자전거를 타고 등장한 쌍둥이 소녀들이 눈길을 끌었다. 쌍둥이 김소은·김하은양(7)은 김정환(45)·조상희씨(45) 부부의 자녀로 이날 투표소 방문이 생애 첫 경험이다. 조상희씨는 “어제 아이들이 투표가 뭐냐고 물어봤다”며 “어린이집에서 선생님, 친구들과 투표에 대해 얘기했고 궁금하다고 해서 같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투표를 하는 것에 대해 생각보다 빨리할 수 있고 쉬워 보인다면서 나중에 자기들도 투표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며 자녀들의 소감을 전했다. ‘부모님이 투표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김소은·김하은양은 “도장 찍는 것도 재밌어 보이고, 투표하는 것도 신기했다”며 수줍은 얼굴로 답했다.
“오늘 하루는 오가는 이동노동자들께 양해를 구했습니다. 저도 처음 겪는 풍경이에요.” 3일 오전 9시께 의왕 오전동 근로자복지회관. 이곳 1층은 거리를 일터 삼아 택배, 배달 플랫폼에 종사 중인 이동노동자가 더위와 고단함을 잠시 잊는 ‘이동노동자 의왕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날은 오전동 제9투표소가 차려졌다. 때문에 공간을 채우던 탁자와 소파, 안마·수면 의자, 휴대전화 급속충전기 등은 잠시 자리를 비켰고 기표소와 참관인 석이 투표 참여 시민들을 맞았다. 현장에서 만난 투표관리관은 “최근 1~2년새 주거단지가 늘며 인구가 유입,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곳을 새로운 투표소로 지정했다”며 “경기도와 의왕시에서 전날 이동노동자들에게 미운영을 공지, 오늘 하루는 경기 지역 최초의 이동노동자 쉼터 투표소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학교나 행정복지센터에서 투표하는 게 아니다 보니 참 이색적이고 의미가 남다르네요.”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3일 성남지역에 마련된 한 씨름장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성남종합운동장 실내씨름장이 ‘이색 투표소’로 탈바꿈해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 제2투표소로 유권자들을 반긴 것. 종합운동장 실내씨름장은 인근 주민들의 접근성이 좋아 투표소로 활용하게 됐다. 유권자들은 실내씨름장 입구에 적힌 ‘성남시 씨름장’이라는 간판을 확인한 뒤 투표소 안으로 들어갔다. 모래밭 옆에 설치된 기표소가 신기한 듯 유권자들은 연신 실내를 둘러보기도 했다. 씨름장에서 처음 투표하는 장원호씨(27)는 “지난해 성남동으로 이사오고 처음하는 투표인데, 씨름장에 투표소가 세워지니 깜짝 놀랐다”며 “보통 행정복지센터 같은 곳에 투표소가 마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래판 옆에 설치된 곳에서 투표하니 남다른 기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