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칼럼] 수화통역,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

어릴 적 나의 꿈은 수화 통역사였다. 뉴스 화면 우측 하단 조그만 타원 안에서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 그게 내가 알고 있는 수화 통역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 우리나라의 수화 통역사들은 보여주기 식의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자연스레 수화 통역사를 꿈꾸던 나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때는 2017년, 대선 토론으로 전국이 떠들썩할 시기였다. 나도 부모님과 함께 앉아 TV를 시청하였지만 평소 정치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나였기에 대선 토론이 진행될 당시 나의 이목을 끌었던 것은 대통령 후보들이 하는 말보다는 화면 속 한 명의 수화 통역사였다. 대통령 후보는 5명, 하지만 수화 통역사는 1명. 수화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나였지만, 화면을 보자마자 청각장애인들이 1명의 수화통역사가 전하는 5명의 모든 말의 내용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아닌 어느 누가 보았더라도 내 생각에 동감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대선 토론 화면을 보면, 2명의 후보자, 사회자까지 각각의 인물에게 각 한 명의 수화 통역사, 즉 3명의 수화 통역사가 번역을 하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화면과는 사뭇 다름이 느껴질 것이다. 자료화면을 구하진 못했지만, 다른 나라의 수화통역 화면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수화통역 화면보다 크기가 큰 나라가 대부분이고, 심지어 사회자와 수화통역사가 한자리에서 대등한 대우를 받으며 방송을 진행하는 국가도 있었다. 이런 국가들에 비교해보면, 우리나라의 수화통역 화면은 너무나도 작았고, 수화통역사들이 받는 대우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이것만 보더라도 청각 장애인들이 겪는 고통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할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며, 대선 토론과 같은 중요한 방송들의 정보조차 제대로 얻지 못하여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아마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방송 시작 전 청각 장애인을 위한 자막 방송 중이라는 멘트를 내보낸다. 하지만 이러한 자막방송은 청각장애인들이 해당 방송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과연 큰 도움이 되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자막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들이 방송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장애인을 위한 방송인지, 아니면 선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한 방송사의 보여주기식 행동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장애인 복지정책이 과연 정말 장애인을 위한 정책인지 아닌지, 과연 그 정책들이 장애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정말 깊게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문다영 김포 양곡고 2

[항일독립운동 학교 유적지를 찾아서] 8. 남양주 장현초등학교

2019년은 31 운동이 일어 난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우리는 1919년 3월 1일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유관순 열사, 거리에 가득한 사람들의 함성과 태극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과 칼을 든 일본 경찰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교과서에서 또는 TV 다큐멘터리에서 보았을 것이고, 또는 박물관 역사책을 통해 31운동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날의 이야기는 우리 민족 모두의 이야기이며 알려지지 않은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대한 독립 만세가 전국으로 울려 퍼지기까지 이야기 중에 학생과 학교의 이야기를 돌아보고자 한다. 1919년 3월 1일 탑골공원에 5천여 명의 학생들이 모여 있었다. 민족 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발표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 시간이 되어도 33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학생들은 거사가 무산될까 걱정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때 황해도 해주의 경신학교 졸업생 정재용이 팔각정에 올라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뒤 조선 독립 만세를 외치고 이에 모여 있던 학생들은 모자를 하늘로 던지며 환호했다. 그렇게 학생 주도의 31운동은 시작됐다. 민족대표 33인은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할 경우 유혈 사태를 우려하해 태화관에서 선언식을 진행하고 담담히 일본경찰에게 자수하고 연행됐다. 31운동의 불길은 전국으로 확산이 되었으며 지위, 연령, 성별을 구별하지 않는 민족의 독립운동으로 전개되었다. 2018년 말 국가보훈처는 항일학생운동 참여 학교 학적부를 전수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가 퇴학을 당한 학생이 새로운 독립 유공자 포상 기준에 포함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독립운동 관련 학생 처벌자가 4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전국의 모든 학교를 조사해 보면 그 수는 더 많아질 것이 분명하다. 교과서를 비롯한 수많은 책과 영화들에서 1919년의 청소년은 만세 운동에 등장하는 주변인 또는 보호받아야 하는 역할로 그려지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학생들이 나라를 되찾기 위해 거리로 나와 독립운동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31운동의 영향을 받은 경기도에서도 학생 중심의 독립운동이 동맹휴업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경기도 양주에 있는 장현공립보통학교는 1926년 5월 6학년생 전원이 민족차별과 열등감을 조장하는 일본인 교사에 대한 집단항거에서 비롯되었다. 사건의 발단은 6학년 담임교사 우에무라가 자신은 자격이 있는 1종 교사이나, 조선인 선생은 2종 교사이므로 교원자격이 없다고 주장해 한국민족의 감정을 상하게 한 점과, 이에 비해 형편없는 실력을 가진 이 교사에 대한 자질문제로 인해 발생되었다. 마침내 1926년 5월 6학년생 전원은 평소 민족차별적인 우에무라의 언동에 반발해 동맹휴학을 벌이게 되었다. 동맹휴업의 결과는 사후보도가 없어 알 수 없으나, 학생들의 항일민족정신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현재 장현초등학교가 자리잡은 남양주시 진접읍 장현리 379은 장현공립보통학교가 있던 곳이다. 100년 전, 보통학교 학생들은 일제에 대항하며 교문을 나설 수 있었으며 일본의 총 칼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를 가질 수 있었을까? 고난의 시기에도 새로운 꿈을 꾸며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자유를 지키고 독립을 이뤄내겠다는 수많은 학생들의 용기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규 수원 신풍초 교사

[인터뷰] 오산 운암고 이세영 교사

아마 누구나 한 번 쯤 학교 가기 싫다와 같은 말을 하는 친구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내가 왜 학교에 다녀야 하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왜 이런 말과 생각이 드는 것일까? 개인적이고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에는 학생끼리의 갈등, 선생님과의 갈등과 같은 문제 혹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의미없게 느껴지거나 재미가 없다는 이유가 보편적일 것이다. 마치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들이 생긴 이유를 뒷받침이라도 하는 듯이 최근 스쿨 미투와 더불어 학교 내 폭력은 그 거대한 규모와 범위를 자랑하며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우리가 왜 학교에 다녀야 하고 교육이 왜 중요한 것일까?에 대한 질문의 잡을 찾고자 오산 운암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계신 이세영 선생님을 만나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이세영 선생님은 교육의 힘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교육이 중요하고, 교육자(교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사라면 직업적으로만 다가가거나, 사무적이기 보다 사명감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특히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만나는 만큼 더욱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선생님과의 일문일답. Q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이 점점 커지는데 가장 이상적인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선생님이 아이에게 가장 좋은 어른 혹은 이상적인 어른은 될 수 없고, 실수하고 잘못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좋은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그런 롤모델로서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비쳐졌으면 좋겠어요. 아이들도 저 어른이 완벽하진 않지만 저렇게 좀 잘 살아가려고 애쓰고, 노력하는 사람이구나, 나도 저 사람처럼 살아봤으면 좋겠다, 저 사람처럼 살아야 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교사가 위인전에 나올 정도로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정도는 아닐 테니까.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어른들 중에서 그래도 저런 사람 정도는 본받을 만하다. 그런 역할을 교사가 해야 하지 않을까. Q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친구들에게 교사로서 필요한 자세는 무엇인지 조언을 해주신다면. A 교사는 정말로 사명감이 필요한 직업인 것 같아요. 직업으로 생각하게 되면 아이들과의 관계가 너무 사무적이게 되고, 자기가 딱 선 정해 놓고 진행하게 되는데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특히나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고 상처받기 쉬운 그런 나이 때의 아이들과 만나는 일이라서 아이들한테 그렇게 대하면 아이들에게 상처 밖에 안 남을 것 같아요. 그냥 사랑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교사가 될 수 있음 좋겠어요. 직업이 아니라. Q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이전에 사회적인 비판 같은 것을 수업시간에 한 적이 있었는데 한 학생이 그러더라고요. 선생님 여기 있지 마시고 국회로 가라고. 그래서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국회는 단기적으로 법을 바꾸어서 바꾼다고 나는 너희들의 머릿속을 바꿔서 이 사회를 바꾼다고,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의 머리 속을 바꿔야 되고, 의식을 바꿔야 하고, 인식을 바꿔야 된다고. 저는 일 년에 만나는 학생들이 몇 백 명이잖아요. 그러니 매년 몇 백 명의 머리 속을 바꿔서 이 사회를 조금 더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서 애쓰고 있어요. 이수연 오산 운암고 2

[스쿨통] 수원 율전동 ‘청개구리 농촌체험’… 모 심으며 농업의 소중함 일깨워

6월 1일 토요일 수원시 율전동 마을 만들기에서 제5회 밤밭골 청개구리 농촌체험 행사를 개최했다. 율전동은 마을에 밤나무 밭이 많아 밤밭이라고 한 데서 비롯된 지명으로 밤밭골 청개구리 농촌체험 행사라는 이름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농촌체험(모줄띄우기)와 친환경제품만들기(친환경 화분 만들기 체험, 환경캠페인, 페이스 페인팅) 2개의 행사로 진행됐다. 친환경제품만들기 행사에는 나이 어린 영유아,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이 참여해 친환경 화분 만들기와 페이스페인팅을 진행했다. 환경캠페인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템블러 사용 인증샷과 장바구니 사용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 바로 친환경 샴품을 제공했다. 환경캠페인에 참여한 청소년과 성인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1회용품을 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농촌행사를 체험한 시민들은 가족들과 직접 논에 들어가 모줄 띄우기를 해보는것은 특별한 체험으로 잊지 못할 뜻 깊은 시간이 됐다며 이를 계기로 청소년들이 농업의 소중함을 깨닫고 환경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체험에 참가한 한 학생은 맨발로 논에 들어가 모를 직접 심으면서 옛 어른의 지혜와 협동정신을 느낄 수 있었고 농업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단영기자(수원 율전중 1)

[스쿨통] 고양 신능중 ‘걷기 학교’ 행사개최… 짝꿍 선생님과 등산, 친밀도 UP

고양 신능중학교는 6월 1일 걷기 학교 행사를 개최했다. 걷기 학교의 취지는 행사에 참여하시는 선생님들께서 학교 생활 도중 어렵거나 힘든 일이 있는 학생들 중 한 명씩과 함께 외부로 나가 걸으며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다.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만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작년에는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1박2일로 진행됐으나, 올해는 토요일 하루 동안 진행됐다. 참가 인원은 총 12명. 선생님과 학생들이 1 : 1로 짝을 이뤘다. 9시에 학교에 모여 다같이 간단한 아침을 먹고 파주 심학산으로 이동했다. 팀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함께 이야기하며 정상까지 도달하였다. 정상에 올랐다는 성취감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맞은 후에 다시 같은 방법으로 내려왔다. 중간에 길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크게 다친 사람 없이 안전하게 등산을 끝마쳤다.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각자의 학업이나 진로 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심학산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난 후, 파주 출판 단지로 이동했다. 파주 출판 단지에 있는 지혜의 숲에서 각자 마시고 싶은 차를 마시고 수많은 책들을 구경하며 또 한 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은 선생님들과 함께 있는 동안에 수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 과정에서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거나 서로의 즐거웠던 기억들을 공유하는 등 선생님들과 학생들 사이의 친밀도가 좋아졌고, 새로운 추억을 하나 더 만드는 등 모두에게 값진 시간이 됐다. 이효영기자(고양 신능중 3)

몸으로 배우는 체험형 독서 ‘눈에 띄네’

용인 효자초등학교(교장 장은수)는 6월 11일 화요일 1~3교시 3학년 6개 학급(전학급)을 대상으로 늘 책과 노니는 행복한 우리 교실, 독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 수업은 국어과 온 책 읽기 활동, 미술, 음악, 체육, 창체(진로영역) 활동이 통합해 구성된 효자초등학교 3학년만의 특색 있는 독서교육 활동으로 총 16시간으로 교육과정이 재구성돼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독서시간을 활용해 3학년 전체학생이 같은 책(꿈이 너무 많아, 김리리 著)을 읽고 수업 시간을 통해 내용 분석 및 독서 토론을 하고, 진로 및 미술 교과와 연계한 북아트 체험활동, 국어 및 음악, 체육 교과를 통합해 등장인물 손가락 인형 만들기와 역할극 구성하고 공연하는 표현활동을 하게 된다. 이날 수업은 이 중 7~8번째 시간으로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음미하고 재구성하는 북아트 체험활동 시간이었으며 3학년 학생들은 등장인물의 꿈이 변해가는 과정 속에 직업에 대한 어른과의 인식차이, 나를 되돌아보는 나의 버킷리스트 만들기 등의 활동이 담긴 북 아트 체험활동을 통해 책의 내용과 실제 나의 삶을 연결 짓는 살아있는 독후 활동을 경험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는 용인혁신교육지구 배움이 있는 교육과정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학급당 1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도서 및 여러 프로젝트 운영 재료를 구입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장은수 교장은 이 활동을 통해 단순히 눈으로만 읽는 독서활동이 아닌 느끼고 나누는 살아있는 독서 활동을 할 수 있었고, 학년 및 학급 단위로 학생의 삶과 연계된 체험 중심의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었다며 현재까지 계속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프로젝트 활동이라고 말했다. 이춘구 용인 효자초 교사

경기혁신교육 10년, 독일교육에서 길을 찾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지난 2일 독일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교육선진국 독일의 교육은 뭐가 다르고, 무엇이 특별한가?라는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추진된 5박7일 간 독일 교육현장에서의 일정은 경기교육의 미래를 이끌어가기 위한 유의미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독일은 6세부터 4년 동안의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그룬트슐레(Grundschulen)에 입학한다. 초교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하는 10살 때 담임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가 결정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인문계와 실업계 구분이 없고 차별도 없다. 또 무조건 대학에 가기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일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선행학습이라는 게 없다. 성적표가 없고 틀에 짜인 학제 대신 다양한 팀별 및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가 있다. 심지어 교장조차 두지 않거나 학생마다 시험문제가 다 다른 학교도 있었다. 이처럼 독일의 교육은 다양하고, 학생 중심의 학제와 지역사회와 기업의 책무가 남다르다. 이 같은 독일 교육에 대해 이재정 교육감은 제2차 세계대전의 나치를 경험하고 분할 통치되는 경험을 겪고 동독과 서독으로 나눠진 후 통일된 독일의 교육은 폭이 넓고 깊고 다양하다며 특히 직업교육의 체계가 상당히 견고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재정 교육감을 비롯한 도교육청 학생정책과, 미래교육정책과 진로 및 직업교육담당 장학사 등 방문단은 첫날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초ㆍ중ㆍ고 결합 12년제 대안학교인 오버우어젤 발도르프슐레(Freie Waldorfschule Oberursel)를 시작으로 독일 헤센주(州) 교육부, 인문실업 종합학교인 이게에스 노르트엔트 슐레(IGS Nordend Schule der Vielfalt), 베를린 국립 직업학교 STB 등 교육기관을 방문했다. 특히 100년 전, 주입식 위주의 전통적인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이 가진 능력과 감성, 사고의 조화로운 발달을 지향하며 독일에서 처음 시작된 발도르프슐레를 방문한 학교에서는 지난 100년간 독일 교육에 크게 영향을 미친 발도르프 교육개혁의 철학을 공유하고, 경기혁신교육의 향후 발전적인 운영 방안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또 인문계와 직업계가 통합된 형태의 종합학교(게잠트슐레Gesamtschule)로 전교생 600명 규모의 IGS에선 인문계직업계 구분 없는 통합교육, 교사-교사, 교사-학생의 팀 문화, 지역사회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학생중심 프로젝트 운영 등 이 학교만의 특색있는 교육 철학과 교육법, 진로직업교육을 살펴봤다. 이것은 펜이다라는 식의 전통적인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예를 들어, 학생들이 직접 보트 만드는 법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예산 책정하기(수학), 물 위에 배 띄우기(물리), 영어로 된 조립설명서 이해하기(언어) 등의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자연스럽게 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인문계, 직업계 반 구분 없이 이런 공통 수업을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과 적성을 스스로 알아가게 된다. 이처럼 교육의 개별화를 지향하고,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과 흥미와 적성을 키워주는 이 학교만의 교육철학에 방문단은 많은 인상을 받았다. IGS 게잠트슐레 교장단의 플로리안 노이키르헨(Florian neukirchenㆍ40)씨는 우리 학교의 융합교육은 학생들은 모두 다르다, 단지 다른 방향을 지향할 뿐이다는 관점에서 시작한다라며 대표적인 교육과정으로는 주 4시간 학생 스스로 공부할 과목과 진도 등을 구성하는 수업(SOL)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입시교육에 함몰돼 자신의 진로 탐색과 적성에 대해 고민을 할 여유조차 없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과 달리, 독일 게잠트슐레 학생의 경우 충분한 시간에 걸쳐 자아를 탐색을 거쳐 진로직업교육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재정 교육감은 게잠트슐레의 수업 방법과 과정, 진로교육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라며 우리나라 직업교육도 이 게잠트슐레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부적인 논의를 거쳐 도교육청만의 마이스터과정 위주의 미래 진로직업교육 대안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프랑크푸르트ㆍ베를린)=강현숙기자

영화 ‘1987’과 6·10 민주항쟁… 세상을 바꾼 그들의 선택

시간이 지나도 우리 가슴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지워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역사라 부르고 그 역사는 지금 우리의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영화 1987은 지난 2017년 12월 27일에 개봉한 6월 민주항쟁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다. 6월 민주항쟁으로부터 33년이 지난 지금, 2년 전 겨울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영화 1987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영화 1987의 중심에는 1987년 1월, 경찰에게 심문을 받던 대학생이 사망하게 되었던 사건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놓여져 있다. 이 사건을 중심으로 진실을 숨기려는 경찰, 진실을 파헤치려는 검사, 진실을 보도하려는 기자, 진실을 바꾸려는 운동가들 등의 이야기들이 엮어져 있다.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주조연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설령 상대적으로 분량이 많은 인물은 있어도 영화 속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없다. 주연은 물론 조연까지 심지어 특별출연까지 인물 하나하나가 영화 속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 덕에 영화 속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인물에 관련된 사연을 만나보면서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흥미를 유발하였고 잔잔한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연희라는 인물 그 자체이다. 영화 중반부서부터 등장하는 연희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성장하는 인물이다. 그 말은 즉, 연희는 누구보다 주체적인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캐릭터의 연희가 사회의 부조리를 깨닫고 각성하여 이 시대의 새로운 영웅으로 거듭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연희는 그 당시의 민주화 운동에 회의적이고 냉소적으로 바라보던 다수의 시민들을 상징한다. 이러한 연희가 처음에는 사회 문제를 외면하였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면서 시위에 가담하게 된다. 이는 사회에 무관심하던 넥타이 부대, 회사원들과 같은 사람이 6월 민주항쟁에 합류했다는 것을 연희라는 인물에 녹여서 표현해 낸 것이다. 그리고 한국 영화에서의 여성은 대부분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의 여성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며,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줄 아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이러한 차별화된 특징이 이 영화를 매력있게 만들 뿐만 아니라 실제 여성운동가를 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1987은 많은 상징이 담겨 있다. 영화를 여러 번 보면 볼수록 새로운 사실이 보이고 그 때문에 신선한 감동이 벅차 오른다. 이 영화는 눈물이 미친 듯이 날 정도로 슬픈 영화는 아니다.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해 결국에는 벅찬 감동을 전달해 준다. 이러한 점들이 오히려 영화의 여운을 남기고 기억을 더 오래 가게 만드는 것 같다. 또한 배우들의 실존 인물들에 대한 연기가 영화의 몰입을 도울 뿐만 아니라 그 인물에 대한 감정이 더욱더 잘 돋아 날 수 있게 하였다. 그 날, 그 곳에서는 특별한 누군가가 있었던 게 아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부당함에 맞섰고 진실을 외쳤다. 그 희생, 눈물로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다. 그들의 선택과 외침은 어떠한 지도자도 국민과 민주주의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역사적 근거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이들이 원하던 세상,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박예진 용인 보라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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