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때 이른 ‘모기와의 전쟁’

한밤에 모기 한 마리가 앵앵거리며 돌아다니면 밤새 잠을 설치게 된다. 자다가 불을 켜고 잡아보려 해도 어디에 숨었는지 찾기 어렵다. 다시 잠이 들만 하면 또다시 나타가 앵앵거린다. 다음 날 종일 피곤하다. 모기 한마리 때문에.... 모기에 자주 물리는 사람이 있다. 땀을 많이 흘려서, 피가 달아서, 몸이 뜨거워서, 잘 안 씻어서 등등의 이유를 붙이는데 맞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모기가 나타나면 일상이 괴롭다. 모기는 무서운 곤충이다. 한 해 수십만명이 죽는 말라리아의 매개가 모기다. 2008년 세계에서 2억4천700만명이 말라리아에 걸렸고 그 가운데 200만~300만명이 죽었다고 한다. 사망자가 매년 줄어들지만 모기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말라리아 외에 뇌염, 뎅기열 등까지 합치면 모기 때문에 병에 걸리고 죽는 사람이 어마어마하다. 요즘 때 이른 모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들이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의 모기예보제에 따르면 서울시 평균 모기활동지수는 지난 2~15일 2주 연속 가장 높은 수치인 100을 기록했다. 모기예보제에서 가장 높은 4단계(불쾌)에 해당한다. 이는 야외에 모기 유충 서식지가 50∼100% 범위로 형성된 단계로, 단독주택 밀집 지역의 경우 침입 모기가 하룻밤에 5∼10마리 된다. 5월 초부터 극성을 부리는 모기 퇴치를 위해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사람이 소독약을 뿌리는 전통 방식부터 ‘모기 잡는 드론’까지 등장했다. 드론에 살충제 탱크를 달아 펜스가 높이 쳐진 공사장 물웅덩이, 저수지, 판자촌 등 방역 차량이 들어가기 어려운 곳에 드론을 투입한다. 천적 관계를 이용하기도 한다. 순천시는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를 잡아먹는 미꾸라지 3만9천여마리를 푼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하루에 장구벌레 1천마리 이상 잡아먹어 자연 친화적이다. 구미시는 공원과 캠핑장 등에 모기가 싫어하는 향을 내뿜는 허브인 구문초를 심었다. 일반인들도 향기나는 팔찌, 스티커 등의 모기기피제를 이용하고 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공산품은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

[지지대] 아프지 마라

2009년 봄으로 기억한다. 첫아이의 시력이 좋지 않았다. 대학병원 소아안과에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외래진료 신청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 지금 6월에 접수하면 9월에나 진료를 받을 수 있단다.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대학병원 예약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일부 인기 과(?) 진료를 받으려면 한두 달 걸리는 건 당연한 일이 됐다. 대학병원은 중병을 앓는 환자들이 간다. 아픈 사람들은 절박하지만 환자는 많고 의사는 적다 보니 병원 갈 때마다 예약 걱정부터 앞서 마음이 급하다.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 주는 의사가 없어 구급차를 타고 전전하다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지는 요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족이나 주변 지인 중에 의사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대학병원 환자 쏠림 현상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경미한 병에도 동네 의원보다 대학병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동네 의원 의사를 주치의로 두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돌이켜 생각하면 당시 의료체계 개선이나 의사 증원을 논의하기보다 낮은 국민성 문제를 더 부각한 계몽운동이었다. 정치권력, 사법권력과 함께 의사는 또 다른 권력 집단이 됐다. 물론 막무가내식 의사 증원을 발표한 정부의 방식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만 빼고 다 공감하는 의제다. 의사 집단은 더 똘똘 뭉치는 모양새다. 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급기야 이른바 ‘빅5’ 종합병원들도 집단 휴진에 동참한다고 한다. 지난 12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조가 내건 대자보 제목이 인상 깊다. ‘히포크라테스의 절규’라는 제목이다. 새내기 의사들이 한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비꼬는 내용이다. 의사 집단에서도 할 말은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본연의 의무를 저버린 채 절박한 환자를 두고 거리로 나온 의사들은 국민들 눈에는 ‘제 밥그릇 지키기’에 나선 탐욕스러운 집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결국 이런 시대에 우리 스스로 아프지 않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할 뿐이다.

[지지대] 위축되는 착한 소비

소비는 자본주의의 중요한 축이다. 소비가 활성화돼야 생산 증가로 이어지면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고전적인 경제학파의 중요한 얼개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소비를 제어하는 반전 요인들이 있다. 뭘 살 때마다 늘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는 경향이 그것이다. 다양한 소비 형태 속에서 환경, 이웃, 세계, 지역, 건강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다. 이른바 착한 소비의 정형이다. 생활이 풍족해지고 편리해질수록 지구는 몸살을 앓는다. 당장은 나에게 이득이 되지 않거나 때로는 불편하고 비싸더라도 환경과 미래를 생각한다. 제로 웨이스트 개념이다. 이 두 가지 유형의 교집합은 무엇일까. 모든 제품, 포장 및 자재 등을 태우지 않고 다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환경이나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토지, 해양, 공기 등으로 배출하지 않고 생산, 소비, 재사용 및 회수를 통해 모든 자원을 보존 및 재활용한다.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 컵, 비닐봉지 대신 실리콘 빨대, 개인 컵, 텀블러, 에코백 등을 사용하는 연유도 이에 해당한다. 최근 고물가 등으로 착한 소비와 제로 웨이스트가 위축되고 있다. 특히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제품이나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의 경우 대량생산되는 공산품보다 평균 가격이 많게는 배 이상 비싸다. 전반적으로 생활물가가 오르면서 제품이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보다 가격이 얼마나 저렴한지를 따진다. 그러다 보니 소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브랜드 제품을 계속 사서 쓰는 게 사치라는 경향이 나온다.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들도 덩달아 한숨이 깊어졌다. 관련 업계는 지난해부터 제로 웨이스트 상점들의 폐업이 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국에 있던 상점의 30%는 사라진 것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이 두 개념은 어떠한 함수관계일까.

[지지대] “배 고명도 사라질까”

벌써 후텁지근하다. 바야흐로 냉면의 계절이다. 평양식이든 함흥식이든 이 음식의 압권은 고명이다. 냉면 맛을 더하기 위해 얹는다. 배 같은 과일이 많이 쓰인다. 사과 등도 얹히긴 하지만 대세는 역시 배다. 제법 운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는 냉면에 배를 얹기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전망된다. 배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햇배가 나오기 전까지 물량 부족이 우려돼서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다음 달까지 배 출하량은 1년 전보다 84.3%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햇배가 나오기 직전인 다음 달까지 출하량은 4천t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4.3%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가 당국은 이달 배 도매가격은 15㎏에 11만1천80원으로 1년 전 3만8천925원과 비교해 185.4% 오르고 평년 4만7천674원보다 133.0% 비싸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래저래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배 값 오름세는 지난해 봄 냉해와 여름 잦은 호우 등에 더해 병해가 확산되면서 생산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추석까지 값이 높은 수준을 보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유통업계의 우려도 가세한다. 배는 냉면 등 여름철 음식에 고명 등으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꼭 찾는 수요처가 있는데 사과 값보다는 배 값이 더 올랐다고 밝혔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수요 분산을 위해 직수입해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수입 과일 도입량은 1년 전과 비교해 품목별로 최대 두 배 수준으로 늘었다. 수입 과일 도입량에는 배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냉면에 얹는 고명도 수입산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식도락가는 기가 막히게 가려낸다. 올여름 냉면 고명에 배가 사라지는 건 아닐까.

[지지대] 다시 켜진 ‘대북 확성기’

대북(對北) 확성기가 다시 켜졌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에 따라 확성기를 철거한 지 6년 만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심리전’ 수단이다. 남북은 대북 확성기 심리전을 둘러싸고 50년 넘게 갈등과 충돌, 타협을 반복해 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63년 시작돼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됐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8월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사건에 맞서 11년 만에 재개했다. 2016년 1월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다시 방송을 했다. 그러다가 2018년 4월 23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단했고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확성기 시설을 철거했다. 대북 확성기는 철거 전까지 최전방지역 24곳에 고정식으로 설치했고, 이동식 장비도 16대 있었다. 고정식은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 약 24㎞, 주간엔 약 10㎞ 떨어진 곳까지 도달했다. 차량에 탑재된 이동식은 고정식보다 10㎞ 이상 더 먼 곳까지 음향을 보낼 수 있다. 최전방의 북한군 상당수가 들을 수 있는 성능이다. 때문에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체제 위협’으로 간주해 확성기를 포격까지 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해 왔다.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 한국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은 연천군 28사단 최전방에 배치된 확성기를 겨냥해 고사총 1발과 직사화기 3발을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이 155㎜ 자주포 28발로 대응 사격을 하면서 남북이 전면전 직전까지 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0~80년대엔 북한군의 귀순을 유도하는 정치적 내용이 많았다. 2010년대 이후엔 북한관련 뉴스와 대중가요 등을 방송했다. 9일 재개된 방송에선 ‘자유의 소리’를 송출했다. 한국의 발전상과 북한 인권 실태, BTS 노래 등이 담겼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이 ‘오물 풍선’을 뿌린 데서 시작됐다. 이에 우리 민간단체가 대북전단을 날려 보냈고, 북한이 또 오물 풍선을 살포하면서 확성기가 가동됐다. 접경지역 주민뿐 아니라 국민들은 ‘강 대 강’ 대치에 군사적 충돌이라도 일어날까 불안해 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국민 안전을 충분히 고려한 적절한 조치인지 의문이다.

[지지대] 사교육 뺑뺑이

한국의 저출생 이유 중 하나로 사교육비를 지목한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이 지출한 사교육비 총액이 27조1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1조2천억원(4.5%) 증가했다. 학생 수가 전년 대비 1.3% 감소했음에도 사교육비 총액은 첫 조사를 진행한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 학생 기준, 1인당 월평균 55만3천원을 지출했다. 2022년(52만4천원)보다 5.5% 올랐다. 교육부가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 보건복지부도 며칠 전 ‘2023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국에 18세 미만을 양육하는 아동 가구 5천753가구(빈곤 가구 1천가구 포함)를 직접 방문해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6~17세의 월평균 사교육 비용은 43만5천500원으로 5년 전인 2018년(31만6천600원)보다 11만8천900원 증가했다. 9~17세 아동의 70%가량은 영어·수학 사교육을 받았다. ‘방과후 친구들과 놀고 싶다’는 응답(42.9%)은 절반에 가까웠지만 그런 현실을 누리는 아이(18.6%)는 매우 적었다. ‘사교육 뺑뺑이’를 돌고 있는 10명 중 7명의 아이들은 신체활동이 줄어든 만큼 비만율이 높아졌다. 비만율은 2018년 3.4%에서 지난해 14.3%로 급증했다. 우울감을 경험했거나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정신건강 고위험군도 늘었다. 한국의 미래세대가 병들고 있다. 몸과 마음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활동을 왕성하게 해야 할 아이들을 종일 책상에 붙들어 놓는 건 정상이 아니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미래 사회가 밝다. 저출생에 아이들이 자꾸 줄어드는데, 그 아이들을 더 이상 불행하게 만들면 안 된다.

[지지대]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체코에서 태어나 독일어를 쓴 유대인 소설가.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1883~1924년) 이야기다. “세일즈맨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눈을 뜨자 자신의 몸이 이상하게 변해 있는 것을 발견한다. 자신의 몸이 어느 사이에 무수한 다리를 지닌 한 마리 커다란 벌레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라고 생각해 보았으나, 분명히 꿈은 아니었다.” 필자는 고교 시절 이 작가의 ‘변신’ 첫 구절을 보고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을까. 한마디로 경이로웠다. 카프카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문학작품과 별도로 친구나 연인에게 편지를 자주 썼다. 편지를 통해 문학세계를 엿볼 수도 있는 작가다. 최근 카프카가 쓴 편지가 최고가에 경매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 돈으로 1억6천만원이다. 외신에 따르면 국제경매업체인 소더비가 그의 한 장짜리 편지에 대한 경매를 런던에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리아 시인이자 친구였던 알베르트 에렌슈타인에게 보낸 독일어로 된 한 쪽짜리다. 편지에는 “걱정이 내면에 침투해 글쓰기를 중단했다”는 고백도 담겼다. 소더비 측은 이 편지는 그가 깊은 불안과 작품의 무익 등에 대한 걱정과 씨름하면서 썼다고 분석했다. 글쓰기가 그에게 얼마나 강렬한 욕구였으며 깊은 내적 힘을 요구했는지를 보여 준다고도 평가했다. 카프카가 이 편지를 썼을 때 결핵을 앓고 있었지만 체코의 언론인이자 작가였던 밀레나 예센스카와 열애를 시작했다. 건강 악화에도 예센스카의 지원으로 문학적 열정을 불태웠다. 그는 이 편지에서 3년간 아무것도 쓰지 않았고 지금 출판된 건 오래된 것들이며 다른 작품도 없고 새로 쓰기 시작한 작품도 없다고 한탄했다. 그는 짧은 생애 동안 불안과 절망, 고립 등과 싸웠지만 창작 과정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신록이 짙어 가는 계절에 들으니 애달프다.

[지지대] 제69회 현충일

흔히 이날의 유래에 대해선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첫 번째는 전쟁은 멈췄지만 그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때 나왔다. 고(故) 이승만 대통령이 전쟁 중 산화한 장병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정했다는 설이다. 6월은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한 달이자 많은 국군 장병이 전쟁의 포화 속에 스러졌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전쟁의 아픔과 함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진정한 영웅들이었다. 두 번째는 망종 유래설이다. 당시 이날은 음력으로 망종이었다. 이때는 보리가 막 여물고 모내기가 시작된다. 농경사회에선 이 절기를 중요하게 여겼다. 고려시대 현종 임금 때부터 이 시기에는 전쟁터에서 숨진 병사를 추모하는 풍습도 있었기에 이를 반영했다는 주장이다. 현충일 이야기다. 그래서 이날은 단순히 전사한 장병들을 애도하는 날을 넘어 나라를 위해 희생한 호국영령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을 가슴 깊이 새기고 조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랑한다는 건 관심을 갖는 것이고 존중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건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고 이해하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건 주는 것이다. 미숙한 사랑은 ‘당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성숙한 사랑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내일은 69번째 맞이하는 현충일이다. 오늘의 우리가 있기까지 선열들의 값진 희생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고(故) 조지훈 시인이 붙인 ‘현충일 노래’의 가사가 귓전을 맴돈다.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충혼은 영원히 겨레 가슴에/임들은 불멸하는 민족혼의 상징/날이 갈수록 아아 그 충성 새로워라.”

[지지대] 고달픈 ‘마처세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 이를 ‘마처세대’라 한다. 주로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와 586세대(1960년대생)에 속하는 중장년층이다. 우리나라 고도 성장기의 수혜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80~90대 노부모 부양과 함께 자식에게 주거, 교육은 물론 손자녀 돌봄까지 떠맡으며 온갖 지원과 책임을 다하는 ‘낀 세대’다. 이들은 젊어서는 자식 치다꺼리와 내 집 마련에 올인했고, 자녀를 키우고 나니 이젠 부모님이 편찮으시다. 스스로 돌봄이 필요한 나이가 됐는데 아직도 돌봄을 요구받는다. 다니던 직장에서 은퇴했지만, 이중 부양의 짐에 또 다른 경제활동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헤맨다. 재취업 시장을 떠돌아야 하는 60년대생을 ‘노마드족’이라 일컫는 이유다. 가족주의의 덫에 갇힌 마처세대의 삶은 피곤하고 버겁다. 한국은 2023년 기준 65세 이상 비율이 전체 인구 대비 19%에 이른다. 20%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라 하는데, 2025년이면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10명 중 2명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펴낸 ‘고령층 고용률 상승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취업자의 약 40%가 근로빈곤층이다. 고령층 경제활동은 자식에게 아파트를 사주려는 ‘능력 있는’ 부모가 목표가 아닌, 장성한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부모로 남고 싶은 몸부림 같은 것이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지난달 1960년대생 98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10명 중 3명이 자기 자신이 고독사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10명 중 5~6명은 부모나 자녀, 혹은 양쪽 모두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으며, 퇴직자의 경우 절반가량이 평균 2.3개의 일터에서 일하고 있었다. 노후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89%가 본인이라고 답했지만, 62%만 현재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마처세대의 과도한 부담과 희생은 가족간 갈등을 부르고 가족유대를 깰 수도 있다. 노년을 평안하게 보낼 수 있는 사회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지지대] 신상털기

지난달 23일 오후 강원 인제의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 중 한 훈련병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다른 훈련병 5명과 연병장에서 완전군장을 하고 구보를 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뒤 사망했다. 숨진 훈련병은 신병교육대에 입소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았다. 떠들었다는 이유로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는데 훈련병의 안색과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보고했음에도 계속 훈련을 진행했다고 한다. 육군은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직권남용가혹행위 등 혐의로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훈련병 사망사고 뒤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서 유포돼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엔 중대장의 이름과 나이, 출신 대학, 학번이라는 내용의 글이 다수 올라왔다. SNS 주소와 과거에 찍었다는 사진도 함께 퍼졌다. 중대장이 여성으로 알려지며 남초·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군이 완전군장을 해본 적이나 있겠냐”, “장교 성별이 남자였으면 이런 일 없었다” 등의 관련 글도 다수 올라왔다. 과도한 신상털기다. 앞서 지난 3월 한 김포시 공무원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된 뒤, 온라인에는 ‘가해자 신상’이란 글이 퍼졌다. 김포시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사망 공무원의 정보를 온라인 카페에 공개한 사람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됐다. 직업과 가족관계 등 주변인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일반인 신상털기가 잇따르는 데엔 별 제한없이 열람할 수 있는 각종 개인정보가 인터넷에 누적되고, 검색이 쉽기 때문이다. 해킹이 아닌 인터넷 검색 등 합법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수집했더라도 타인의 신상정보를 유포하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특정인 신상털기는 정의감이라기 보다 내면의 공격성을 표출하는 사이버 폭력행위의 일종이다.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신상털기는 갈등과 사회적 소모만 더한다.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법을 찾는 데에도 방해가 될 수 있다. 자제해야 한다.

[지지대] 외신에 비친 은둔형 외톨이 청년

전쟁을 피해 다녀야만 했다. 홀로 아들을 키운 어머니의 바람이어서다. 휴전 후 따가운 눈초리를 피할 길이 없었다. 직장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선택한 게 도피였다. 김승옥 작가 ‘무진기행’의 주인공 이야기다. 1960~70년대 산업화 시대에도 은둔하는 청년들이 상당했다. 병역 기피가 요인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사연도 많았다. 1980년대 들어 민주화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공안 당국의 감시를 피해 외딴 시골이나 벽지 등으로 은신했다. 나라의 미래였던 청년들의 안타까웠던 민낯이 그랬다. 외신이 집에 숨어 지내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짚었다.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정서적으로 고립된 채 살아가는 21세기 은둔 청년들을 조명한 셈이다. 헤드라인도 요란하게 달았다. ‘움츠러드는 삶: 일부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물러나는 이유’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의 19~34세 인구 중 2.4%가 은둔형 외톨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24만4천여명 규모다. 전문가들은 은둔 청년 증가와 관련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에 속한 많은 이들이 ‘완벽주의적 걱정’을 하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으로 비판에 민감하고 지나치게 자기 비판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 낙담하고 불안해한다고 진단했다. 청년소외문제에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대가족이었고 형제자매가 많아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는데 생활 환경이 바뀌면서 예전보다 공동체적 관계 형성 경험이 적다”고 짚었다. 외신은 “정부와 단체들이 은둔형 외톨이 젊은이들의 사회 재진입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은둔형 외톨이 청년이 우리만의 현실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어깨를 활짝 펼 수 있도록 하는 건 어른들의 마땅한 의무다.

[지지대] 진짜 나무에서 떨어진 원숭이

“어라.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네.” 흔히 쓰는 표현이다. 가령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 선수가 상대 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골을 놓쳤다고 치자. 그럴 때 가장 먼저 찾는 동물이 바로 원숭이다. 원숭이를 빗대 아무리 능숙한 사람도 간혹 실수할 때가 있다는 속담을 풀어낸다. 실제로 원숭이는 나무를 타다가 추락사하거나 지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적절한 비유다. 그런 원숭이들이 나무에서 떨어진 것도 모자라 사체로 발견되고 있다. 멕시코 이야기다. 멕시코 환경부는 이달 들어 남부 타바스코와 치아파스에서 발견된 ‘유카탄검은짖는원숭이’ 사체가 157마리로 확인됐다고 최근 밝혔는데,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폭염을 지목했다. 더 큰 문제는 폭염에 지쳐 폐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원숭이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최근 멕시코 지역을 강타한 불볕더위 속에 원숭이들이 온열질환 또는 영양실조 등으로 죽은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만 남부와 중미 북부를 중심으로 한 열돔(Heat Dome·고기압이 한 지역에 정체돼 뜨거운 공기가 갇히면서 기온이 오르는 현상) 영향으로 멕시코 곳곳에서 한낮 최고기온이 40∼45도를 넘나드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원숭이를 포함해 앵무새와 박쥐 등 동물 폐사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더위가 이어지면 동물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현지 생태공원 책임자의 말처럼 자연을 이기는 생물체는 없다. 우리는 더 편한 세상,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미명(美名) 아래 자연에 ‘파괴’라는 비수를 끊임없이 꽂아 왔다. 기온 상승과 기상 이변은 그에 대한 결과인데도 “내 시대 일은 아닐 것”이라는 말로 아무렇지 않게 넘긴다. 원숭이처럼 가장 잘하는 것에서 실수할 때, 그때가 가장 무서울 때일 것이다. 더 이상 자연에 꽂은 비수를 방관하지 말자. 더 큰 재앙은 바로 오늘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지지대] 한강의 독도 이야기Ⅱ

사뭇 다르다. 어느 편에서 보느냐에 따라 말이다. 아침이면 햇살이 기슭에 잔뜩 내려앉는다. 뉘엿뉘엿 지는 땅거미도 근사하다. 조정래 작가의 ‘한강’에서 보이는 표현이다. 한강의 풍광은 이처럼 곱고도 수려하다. 산업화 물결에 밀려 오염된 부분도 있지만 말이다. 한강이 임진강을 만나러 가는 길목에 낯익은 무인도가 우두커니 앉아 있다. 동해 외딴곳을 홀로 지키고 있는 독도와 동명이도(同名異島)다. 한자로도 홀로 ‘독(獨)’에 섬 ‘도(島)’를 쓴다. 외로워 보이는 까닭이다. 이 섬의 정식 행정지명은 ‘경기도 김포시 걸포동 423-19’다. 이 같은 내용의 표지판이 초소로 활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건축물 벽면에 걸려 있다. 이 건축물이 발견된 건 지난해 7월이었다. 통행료 문제로 홍역을 않고 있는 일산대교도 지척이다. 한강의 독도 역사를 복기해 보자. 조선 중기의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이 보인다. 조선 후기에 들어와서도 ‘동여도’에 같은 이름으로 김포군 소속의 섬으로 표기됐다. 김포팔경의 하나로 갈대꽃이 있었을 만큼 문화적인 가치도 높았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대홍수로 파손된 제방을 축조하기 위해 채석장으로 사용됐다. 이 때문에 섬의 형태가 점점 작아지고 기억 속에서도 차츰 사라져 갔다. 이런 가운데 반가운 소식이 들려 온다. 한강의 독도가 국토정보맵 등 국가 지도에 공식적으로 등재(본보 28일자 2면)될 수 있어서다. 김포시의 발 빠른 움직임 덕분이다. 경기도지명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토지리정보원에 공식 명칭으로 결정됐고 국가지도에도 반영된다. 김포시는 국방부의 ‘국방개혁 2.0과제’인 군 시설(철책) 철거사업도 진행 중이어서 이와 연계해 독도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오랜 세월 잊혀졌던 한강의 독도가 시민의 품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국가지도 등재는 한강의 외로운 섬, 독도의 의미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지지대] 서러운 ‘노실버존’

체력이 떨어지거나 기운이 없는 경우 원기가 부족하다고 한다. 이럴 때 공진단이나 경옥고 등을 먹는 이들이 있다. 경옥고는 허준의 ‘동의보감’에 첫 번째로 등장하는 보약 처방이다. ‘늙은이를 젊어지게 하며, 온갖 병을 낫게 해준다. 정신이 좋아지고, 오장이 충실해지며, 힘이 넘쳐 말처럼 뛰어다니게 하고.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프지 않도록 하는 명약 중의 명약’이라고 적혀 있다. ‘견옥고’도 있다. 개(犬)를 위한 프리미엄 건강기능식품이다. 반려견을 ‘가족같이’ 생각하다 보니 오래 함께하기 위해 건강을 챙긴다. ‘견옥고’의 상품 종류가 상당히 많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반려동물 100만 시대,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산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호텔, 수영장, 미용실, 카페, 건강식품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어느 카페에선 어린이나 어르신은 안 되고 반려견은 환영하는 곳도 있다. 카페에 ‘노키즈존’이나 ‘노시니어존’, ‘노실버존’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는 걸 종종 보게 된다. 반면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펫존’은 증가 추세다. 사회 곳곳에 ‘노OO존’이 만연해 있다. 카페와 식당을 중심으로 ‘노키즈존’이 성행하더니 요즘은 ‘노실버존’이 크게 늘고 있다. 호텔, 캠핑장, 헬스장에서도 고령층을 거부한다. 한 음식점에 ‘49세 이상 정중히 거절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은 적도 있다. 업주들이 ‘노실버존’을 내거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게 운영에 타격을 주고,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것이다. 카페나 식당에서 직원에게 반말을 하고, 소리 지르고, 때로는 컵을 던지는 등의 ‘진상’ 고객 때문이란다. 물론 극히 일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식당의 ‘노키즈존’ 방침이 어린이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합리적 이유 없이 종교와 나이,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하면 ‘평등권 침해’라 했다. 이에 따르면 ‘노실버존’도 차별이다. 노실버존은 계층 간 갈등을 조장한다. ‘나이든 게 죄도 아닌데’ 차별 당하는 입장은 서럽다. 여러 세대가 어우러질 수 있게 차별과 혐오를 이해로 바꿔 나가는 정책이 절실하다. 누구나 늙는다.

[지지대] 육아응원근로제

문샷(moonshot)은 미국의 달 착륙 프로젝트 ‘아폴로 계획’처럼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연구나 도전을 뜻한다. 본뜻은 ‘우주 탐사선을 달에 보낸다’는 것인데, 최근엔 의미가 확장돼 각국의 장기 연구개발(R&D) 정책을 표현하는 데 쓰인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문샷 프로젝트’라고도 한다. 우리 사회에 문샷 프로젝트가 필요한 부문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저출생 문제다. 정부가 저출생 대응에 매년 수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지난해까지 투입된 예산이 총 379조8천억원이다. 하지만 2020년 0.84였던 합계출산율은 2023년 0.72로 떨어져 0.6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경기도의 ‘러브아이’ 정책 패키지도 김동연 지사의 ‘문샷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김 지사는 취임 직후부터 인구 문제 해결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며 특정 부서의 일이 아니라 경기도 전체가 매달려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는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육아응원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주 4일 출근, 6시간 근무, 1일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4·6·1 육아응원근무제’는 27일부터 시행된다. 이 근무제는 임신기 직원부터 0~10세 육아∙돌봄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임신기 직원은 1일 2시간 모성보호시간을 의무적으로 사용해 주 4일은 6시간 근무를, 주 1일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0~5세 육아를 둔 직원은 주 2회 이상 1일 2시간의 육아시간을 사용해 6시간 근무, 1일은 재택근무를 한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6세에서~8세까지 육아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복무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이를 10세까지 확대하는 내용의 복무조례 개정을 통해 주 2회 이상 1일 2시간 단축근무 여건을 마련한다. 제도 확산을 위해 육아응원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육아응원근로제가 경기도에서 성공을 거둬 전국의 지자체와 공공기관, 민간으로 확산되길 기대한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문샷 프로젝트’는 많고 다양할수록 좋다.

[지지대] 팔당댐, 그리고 이후

모든 동력이 경제개발에 집중됐던 시절이 있었다. 1974년 오늘 강을 끼고 있어 풍광이 수려했던 서울 근교에 거대한 시설이 축조됐다. 팔당댐 이야기다. 산업화 역사의 편린이다. 이 댐은 남양주 조안면과 하남 배알미동에 걸쳐 있다. 한복판으로 양평 두물머리 앞에서 합쳐진 북한강과 남한강이 도도하게 흐른다. 한국전력공사 전신인 한국전력주식회사가 착공했다. 1966년 6월이었다. 그리고 8년 만에 완공됐다. 주 목적은 전력 생산이었다. 산업시설에 대한 전기 공급을 위해서였다. 수력발전시설이었던 셈이다. 국내에서 처음 채택됐던 저낙차 밸브형 발전 방식으로 운용됐다. 너비 20m, 높이 16.75m 규모의 수문 15개도 웅장했다. 텐더식 수문으로는 동양 최대였다. 연간 발전량은 3억3천800만㎾h였다. 댐이 건설되기 전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시늉만 내던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많은 인구가 서울로 몰리면서 인구도 폭증했다. 그래서 떠오르던 현안도 있었다. 수돗물 공급이었다. 팔당댐에는 그런 과제도 포함됐다. 이후 팔당댐을 중심으로 10㎞ 근방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수도법에 따른 조치였다. 팔당상수원 보호를 위해 수질오염총량제도 발효됐다. 이 제도는 수계를 단위 유역으로 나누고, 단위 유역별로 목표 수질을 설정한 후 설정된 목표 수질을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오염물질배출(허용)총량을 정했다. 그 시점은 1990년이었다. 환경보전법에서 분리돼 제정된 수질환경보전법이 근거다. 현재는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시행 중이다. 홍수조절 기능도 담당한다. 수도권 홍수 방어의 최후 보루 역할이다. 산업화 시기에 만들어진 것들은 이처럼 복합성을 지녔다. 오늘의 발전은 결코 허투루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 제법 묵직하다.

[지지대] 해외 직구, 이대로 둘 순 없다

지난 주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KC(국가인증통합마크) 인증’. 논란을 정리해 보면, 지난 16일 정부가 어린이용품과 전기·생활용품 등 80개 품목에 대해 KC 인증이 없는 경우 해외 직구를 금지하는 내용의 ‘해외직구 안전 대책’을 발표했고, 이후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20일 대통령실은 직접 브리핑을 열고 “국민들께 혼란과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은 납득이 된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본질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해외 직구는 특정인들의 소비가 아닌 일반적인 소비 패턴으로 자리매김했다. 관세청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 통관 현황을 보면 2009년 251만건이던 해외 직구는 지난해 1억3천144만3천건으로 52배로 급증했고, 같은 기간 금액도 1억6천684만5천달러에서 52억7천841만8천달러로 30배 이상 늘었다. 2021년 기준 해외직구 이용 인구는 1천308만명에 달한다는 관세청 통계도 있다. 특히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쇼핑플랫폼이 국내에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고, 국내 물가가 전방위로 오르고 있어 해외 직구를 활용하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어린이용품에서 국내 기준치의 최대 56배에 달하는 발암물질이 검출되는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KC 인증 논란을 국내 기업들의 문제가 아닌 ‘국민 안전’의 시각으로 다시 접근해야 한다. 어떠한 가치도 안전보다 우선 될 수는 없다. 정부는 앞으로 위험 우려가 있거나 소비가 급증하는 해외 직접구매 제품에 대해 각 부처가 직접 안전성을 검사하는 방식으로 조사·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임시 방편일 뿐이다. 해외 직구 소비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또 안전이라는 가치가 중요하다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지대] 어르신 빈곤율

객관성이 유지돼야 한다. 그래야 믿음이 간다. 통계가 과학이어야 하는 까닭이다. 어르신 빈곤율이 또 최대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처분 가능소득 기준(가처분소득)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38.1%였다. 처분 가능소득 잣대는 개인소득에서 세금 등을 빼고 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을 보태 마련된다. 한마디로 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다. 성별로는 남성 31.2%, 여성 43.4%다. 여성 어르신이 훨씬 더 빈곤하다. 국내 전체 상대적 빈곤율 14.9%나 근로연령인구(18~65세)의 상대적 빈곤율 10%(남성 9.6%, 여성 10.3%)보다 월등히 높다. 그동안 어르신 빈곤율은 2011년 46.5%, 2012년 45.4%, 2013년 46.3%, 2014년 44.5%, 2015년 43.2%, 2016년 43.6%, 2017년 42.3%, 2018년 42.0%, 2019년 41.4%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다 2020년 38.9%로 처음으로 30%대로 내려왔고 2021년에는 37.6%로 2020년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사실 국내 어르신 빈곤율은 2011년 이후 대체로 완화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최고 수준이다. 2020년 기준으로 66세 이상 소득 빈곤율은 40.4%다.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다. OECD 가입국 중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는 우리밖에 없다. 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도 31.6%다. OECD 평균(50.7%)의 3분의 2에도 못 미친다. 어르신 빈곤에 대처하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래야만 젊은이들의 미래가 보장되기 때문이다.

[지지대] 잠 퍼자기 대회

친구 중에 ‘잠’ 예찬론자가 있다. 잠을 잘 자야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다며, 잠을 생활의 1순위로 꼽는다. 그는 은퇴 이후 하루 평균 8~9시간씩 잔다. 고3 때도 8시간은 잤다고 한다. 잠 잘자는 비결을 물으니,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됐단다. 아버지가 9시 뉴스가 끝나면 ‘이불 펴라’ 하셨다고.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잠 퍼자기 대회’가 열렸다. 한강 야외에서 평온하게 잠에 빠진 진정한 잠의 고수를 찾는 행사였다. 서울시가 ‘멍 때리기 대회’에 이어 마련한 이벤트다. 잠 퍼자기 대회는 직장 생활, 공부 등으로 지친 현대인들이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날 대회에는 잠옷 차림의 시민 100여명이 참가했다. 저마다 안대와 마스크, 베개, 담요 등을 챙긴 뒤 에어 소파에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처음엔 한낮에 야외에서 잠을 자는 게 어색한 듯 뒤척이는가 싶더니 하나둘 숨소리가 커지며 잠에 빠져들었다. 대회 우승자는 잠을 자면 심박수가 떨어지는 점에 착안해 기본 심박수와 평균 심박수 간 변동 폭이 가장 큰 참가자로 결정했다. 잠이 들면 심박수가 20∼30% 떨어지는데, 대회 시작 전과 비교해 심박수의 편차가 큰 참가자를 우승자로 정했다. 이를 위해 참가자들은 팔목에 밴드를 찼다. 이날 ‘잠 최고 고수’는 용인에 사는 대학생 양서희씨가 뽑혔다. 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에 평소 침대 맡에 두던 ‘잠만보(포켓몬 캐릭터)’ 인형을 안고 온 양씨는 “버스만 타면 자는 편”이라며 “버스에서 졸고 있다는 생각으로 일종의 마인드컨트롤을 했더니 깊게 잠들 수 있었다”고 했다. 수면 부족은 현대인의 고질적인 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에서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사람은 2018년 85만5천25명에서 2022년 109만8천819명으로 28.5% 늘었다. 각종 스트레스와 스마트폰 과다 사용 등으로 불면증 환자가 계속 늘고 있다. 부족한 수면 시간과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신체와 정신건강에 치명적이다. 잠 잘 자는게 능력이고, 복이고, 보약이다.

[지지대] K라면의 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아카데미 4관왕 등을 수상한 명작이다. 영화에는 한우 채끝살을 넣은 ‘짜파구리’가 나온다. 농심 라면인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요리다. 영화가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짜파구리도 덩달아 화제가 됐다. 짜파게티와 너구리의 매출이 폭증했고, 농심은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과 요청에 짜파구리를 실제 제품으로 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아카데미 수상 후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 출연진을 청와대로 초청해 쇠고기 채끝살 대신 돼지고기 목살을 넣어 만든 짜파구리 오찬을 대접했다. 짜파구리는 영화 ‘기생충’ 덕분에 한국을 알리는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 됐다. 한국 라면이 글로벌 시장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K라면’ 수출액이 월간 기준 1억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라면 수출액은 1억859만달러(약 1천470억원)로 전년 동기(7천359만달러) 대비 46.8% 증가했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인 수출 부진에서도 라면업계는 웃고 있다. 라면의 해외 진출 역사는 50년이 넘는다. 삼양라면이 1969년 베트남에 처음 수출됐다. 1970년대 중반까지 유럽·북미 일대, 중동에 삼양라면이 진출했다. 농심도 1996년 중국 상하이 공장을 시작으로 칭다오·선양 공장, 미국 1·2공장 등에서 라면을 생산하고 있다. 해외 라면 시장은 유튜브 같은 미디어 플랫폼 덕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2014년 2월 유튜브 ‘영국남자’에 올라온 삼양 ‘불닭볶음면’ 시식 영상이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왔다. 지난 3월에는 미국의 정상급 여성 래퍼 카디 비가 까르보나라 불닭볶음면을 조리해 먹는 영상을 틱톡에 올려 화제가 됐다. 그녀는 30분을 운전해 까르보불닭 제품을 구할 수 있었다며,“재미있는 제품(fun product)”이라고 평했다. ​케이팝과 드라마·영화 등 K콘텐츠의 인기가 K푸드 산업으로 연결돼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K라면이 세계를 휩쓸며 농식품 수출을 견인한다니 흐뭇하다. 맛과 재미를 함께 주는 K라면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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