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라니 맑은 빛...청화백자 전시회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을 현대적 조형예술로 발전시킨 정희균씨(37)가 12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인데코갤러리에서 ‘청백자·청화백자전’을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은 정씨가 1999년 가야대학교 예술학부 도예전공 교수로 재직하던 중 홀연히 일본 유학을 단행, 국립동경예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제작한 작품들이다. 출품작은 크게 청백자(靑白磁)와 청화백자(靑花白磁)로 구분된다. 다소 생소한 단어인 청백자는 백토 소지(흙) 위에 청자유약을 입힌 것으로 백태청자로도 불린다. 작품 성형은 무늬를 새기는 조문(彫紋)을 비롯해 면치기, 상형 등의 기법을 사용했다. 또한 청화백류의 작품은 백토로 기형(器型)을 만들고 회청(回靑) 또는 토청(土靑)이라 불리는 코발트 안료로 무늬를 그렸다. 그 위에 순백의 유약을 씌워서 맑고 고운 푸른색의 무늬가 생긴 것이다. 정씨의 작품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이 넘치는 북어, 굴비, 꽁치, 포도, 정자(亭子) 등을 소재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대 공예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정희균씨는 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전통공예품의 현실수용에 대한 재고와 제언’ 등 10여개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일본 동경 도예전문갤러리 전속작가이자 동경예대미술관샵, 갤러리 킹교, 하야이시 갤러리 상설작가인 정씨는 지난해 ‘인간부흥의 공예-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예를 넘어서’(학고재 刊) 역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02)511-0032 /이형복기자 bok@kgib.co.kr

'제암리 학살' 소재 연극 도내 20개교 순회공연

수원의 극단 성(城)이 올해 문화관광부의 ‘찾아가는 문화활동’에 선정된 ‘두렁바위에 흐르는 눈물’을 6월26일까지 도내 20여개 학교를 돌며 순회공연한다. 12일 포천 갈월중학교를 시작으로 포천(일동중), 양평(양평·청운·단월중), 화성(정남·양감중), 가평(가평북중), 여주(점동·대신·어포중), 안산(반월중), 김포(양곡·분진중), 동두천(보영·남문·동두천여중), 평택(진위·포승중), 파주(삼광중) 등에서 각 학교 운동장을 무대로 상연된다. ‘성’의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기도 한 ‘두렁바위…’는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성렬씨가 극본을 썼다. 마당극 형태로 총 70여분 동안 공연된다. 작품의 배경은 1919년 4월15일 경기 수원군(현재의 화성시 향남면) 두렁바위 제암리. 3·1운동 이후 앙심을 품은 일본 헌병대가 마을 주민들을 교회에 몰아넣고 집단 학살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했다. 아리타도시오라는 당시 일본 육군중위가 이끄는 일본군경이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제암리에 도착, 마을주민 30여명을 제암리 교회에 모이게 한다. 주민들이 교회당에 모이자 아리타는 출입문과 창문을 모두 잠그게 하고 집중사격을 명령한다. 이때 한 부인이 아기를 창 밖으로 내어놓으면서 아기만은 살려달라 애원하나 일본군경은 그 아이마저 찔러 죽인다. 일본군경은 증거인멸을 위해 교회당에 불을 지르고 아직 죽지 않은 주민들은 아우성을 치며 밖으로 빠져 나오려 했으나 그 마저 불에 타 모두 죽고만다. 이 때 교회당 안에서 죽은 마을 주민이 22명, 뜰에서 죽은 주민이 6명이었는데 이도 부족했는지 일본군경은 인근 교회건물과 민가 등 31호에 불을 질러 또 다른 만행을 저지른다. 고리타분한 지난날로 박제된채 박물관과 교과서에만 존재하며 어느덧 잊혀져 가는 우리의 뼈 아펐던 현실. 하지만 과거는 그 과거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지탱하고 미래로 뻗어나가는 역사적 교훈으로써 존재하기에 결코 그냥 묻어 버릴 수 없는 법이다. 각 학교 운동장을 배경으로 생생하게 펼쳐지는 이번 공연이 학생들의 마음 속에 역사의 교훈으로 반추되길 기대해 본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인천시립극단 제34회 정기공연 '이 풍진 세상의 노래'

인천시립극단(예술감독 박은희)이 제34회 정기공연 ‘이 풍진 세상의 노래’를 10일부터 18일까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 무대에 올린다. ‘이 풍진…’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 연극대학원을 졸업한 장성희씨의 지난 98년 대산문화재단 문학인 창작지원 희곡부문 선정 작품으로 인간내면의 본질과 순수, 진실 등을 통해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어느 지방의 소도시, 남녀의 인연을 맺어주고 혼인을 관장하는 월하노인과 생명의 포태와 출산을 주재하는 삼신할미는 탁한 세상과 변해가는 인심에 손을 놓아버리고 시장통 한 구석에서 고물이나 주우러 다니며 세월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시장 어귀에서 순대와 김밥을 파는 금산댁 아들 호영의 혼사에 개입하는데 이 와중에 유학비용을 마련코자 선을 보는 덕실과 사리사욕에 눈 먼 주변인물들의 파행이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결국 의지와 노력으로 호영과 덕실은 사랑의 씨앗을 틔우게 되고 이를 바라보던 월하노인과 삼신할미는 또 다른 연분을 찾아 떠난다. 작품의 연출은 한국연극상, 백상예술상 연극연출상 및 국립극장 올해의 좋은 연출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객원 강영걸씨(61)가 맡았다. 강씨는 오직 연극 한 길만을 걸어오며 정확한 분석과 깊이 있는 해석으로 작품의 문학성과 무대성을 가장 잘 짚어 내는 연출가. 이 밖에 조연출 역시 객원으로 구성해 인천시립극단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며 작품의 수준을 최고조로 올리는데 중점을 두었다.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으며 평일은 오후 7시30분, 주말과 휴일에는 오후 4시에 막을 올린다./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재밌는 공연...'얘들아 노~올자'

올해로 81회를 맞는 어린이 날. 경인 지역 곳곳에서는 5일을 전후해 아이들을 위한 풍성한 공연과 행사가 펼쳐진다. 공연장별로 뮤지컬이나 어린이극 등 아이들이 꿈과 희망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는가 하면 각 시·군에는 따스한 5월의 햇살과 함께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는 풍성한 축제가 열린다. ‘용인시에는 어떤 문화유산이 있을까?’ 어린이 날이라고 아이들에게 선물만 안기기 보다는 부모와 함께 풍요로운 문화행사들을 즐기고 체험한다면 무엇보다 값진 선물이 될 것이다. ▲과천시민회관=3일부터 5일까지 대공연장에서 가족뮤지컬 ‘오즈의 마법사’가 공연된다. 동화의 영원한 스테디셀러 ‘오즈의 마법사’를 뮤지컬로 보여주는 공연으로 아이들에게 가족의 소중함과 이웃과 함께 하는 교훈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 ‘도로시’가 마녀의 위협 속에 토토와 허수아비 등을 만나 우정을 키우고 캔자스와 맨치킨 마을 등을 돌며 겪는 모험,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오즈의 나라로 떠난다는 내용은 재미와 감동이 더한다. 이번 공연에는 ‘Back-Stage Tour’프로그램이 실시돼 뮤지컬 관람을 마친 가족들이 무대 뒷편의 제작과정과 무대세트 등을 견학할 수 있는 것이 특징. 공연은 오후3시와 6시. 문의 256-0559 또는 (02)500-1220. ▲군포시민회관=‘소’로 유명한 천재화가 이중섭의 그림을 어린이극으로 환생시킨 ‘이중섭 그림 속 이야기’가 3일부터 이틀동안 오후 2시와 4시,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그림’을 ‘극’으로 바꾼 독특한 시도와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비언어성 등을 특징으로 한 이미지연극으로 화가 이중섭의 그림속 주 소재인 소를 비롯해 게, 물고기, 아이 등을 형상화 시킨 영상과 애니메이션, 인형 등이 무대를 채운다. 이중섭 작품 속에 담긴 가족애와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를 통해 아이들에게 순수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의 390-3510. ▲안양문화예술회관=3일 대공연장에서 어린이 뮤지컬 ‘하얀마음 백구’가 공연된다. 진도에서 대전으로 팔려갔던 진돗개 ‘백구’가 옛 주인을 잊지 못하고 천리길을 마다 않으며 돌아왔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 이미 수년동안 애니메이션과 연극의 주요 테마로 쓰인 바 있으며 이번에 무용과 재즈 그리고 북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형식의 가족뮤지컬로 새롭게 태어났다.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백구’가 겪는 파란만장한 역경이 다양하면서도 신기한 무대효과를 통해 극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 낮 12시와 오후 2시 및 4시 3차례 상연된다. 문의 389-5362.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폐품을 활용한 상상세계 어린이극 ‘내 친구 플라스틱’이 4일과 5일 소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플라스틱과 음료수병, 계란판 등 일상 속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물건을 아이들이 친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재탄생 시킨 작품. 1998년 초연된 이후 4년여 동안 여러시도를 통해 만든 레퍼토리중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교육적 효과가 높은 테마만을 엄선, ‘병플롯 연주회’와 ‘얼굴 파는 백화점’, ‘줄과 막대는 요술쟁이’, ‘울퉁불퉁 계란판’ 등으로 구성했다. 재활용품에 새생명을 불어넣어 아이들에게 사물의 소중함과 환경의 중요성을, 부모에게는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를 반추시킬 것으로 보인다. 낮 12시·오후 2시·4시 3회 공연. 문의 (032)420-2722. ▲기타=부천 복사골문화센터 어린이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어린이연극 ‘바둑아 놀자’가 18일까지 계속되며 부천시청 대강당에서는 5일 오후2시와 4시 어린이뮤지컬 ‘미녀와 야수’가 상연된다. 문의 (032)320-2068. 이 밖에 5일까지 김포실내체육관과 김포시민회관 다목적홀에서는 각각 뮤지컬 ‘피터팬’과 인형극 ‘배꼽도둑’이, 평택남부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는 4일까지 뮤지컬 ‘동화나라의 마리’등이 공연된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전시회...화려한 화환 삼가세요'

친구가 개인전을 연다고 할 때 어떻게 축하하면 좋을까. 얼른 생각나는 건 양란 화분이다. 명망가나 사업가라면 큼직한 화환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해 이는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인사동 거리의 한 화랑. 화가 모씨는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 그림 40점을 내걸어 개인전을 열고 있다. 입구에서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 이르는 비좁은 계단 양쪽을 줄줄이 메운 것은 크고 작은 화환과 화분들. 대형 화환과 화분이 10개가 넘고, 소형 화분도 30여개에 이른다. 이 화환과 화분들은 ‘축 ○○○ 개인전’ 등의 문구가 쓰인 리본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다. 방문객은 미술품에 앞서 화환과 화분부터 비좁은 입구와 계단에서 감상해야 한다. 미술전시장이라기보다 화원에 와 있는 느낌마저 든다. 가족, 친척, 친구 등 가까운 미술가가 모처럼 전시회를 가질 때 이를 축하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물론 인사치레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 동기가 무엇이든 화환과 화분은 전시회에 적합하지 않다고 미술인들은 입을 모은다. 본래 의도와 달리 전시회의 품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가게나 회사 개업식 때의 크고 작은 화환은 행사를 빛낼 수 있지만 전시회에서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전시회에서 시선을 끄는 것은 당연히 작품이어야 한다. 전시공간의 벽과 천정을 하얗게 칠하는 이유는 주인공격인 작품을 최대한 드러내기 위해서이다. 다시 말해 제대로 된 전시회라면 작품을 왜소화 하거나 그 예술성에 간섭하는 요소는 사전에 철저히 제거해야 한다. 전시장 안팎의 화환과 화분은 이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 ‘축하사절’들이 크고 화려하고 강렬할수록 작품은 빛을 잃는다. 축하한다는 게 그만 전시를 망치는 역효과를 낳는 것이다. 한 마디로 관객의 시선은 작품에 집중돼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화환은 자극적 색깔인 붉은색이 중심을 이룬다. 이런 인식이 확산되면서 화환과 화분이 근래 들어 많이 줄어드는 추세다. 다만 전시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도 별 생각없이 화환 등을 보내는 관행이 일부 남아 있다는 얘기다. 화환과 화분은 체면을 중시하는 작가일수록 앞세운다. 일부 작가는 전시회를 위세 과시의 기회로 활용하기도 하고, 인맥에 민감한 작가들도 은근히 화환에 신경을 쓴다. 화환과 화분은 사후처리도 쉽지 않아 이래저래 골치만 썩인다. 특히 화환은 규모가 크고 재활용 가치도 없어 애물단지라는 것. 앞의 사례처럼 작품보다 화환과 화분이 더 많아 주객이 뒤바뀌는 사례도 가끔 발견된다. 사비나미술관 이명옥 관장은 “화환이 많은 전시일수록 프로 이미지가 없을 뿐 아니라 초보이거나 허세 부리는 작가라는 부정적 느낌을 준다”면서 “전시를 진정으로 축하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지혜롭게 방문객과 작가들이 함께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하나로 축의금이나 간단한 선물로 화환이나 화분을 대신하자는 것이다. 출판기념회 등에 가서 축의금을 건네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듯이 전시회 개막도 실속중심으로 축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작가들은 전시준비에 제법 많은 돈이 들어 축의금을 내심 반길 수 있다. 화환이나 화분을 꼭 선물하고 싶다면 크기가 작고 나중에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화분이 차라리 낫다. 어느 화가는 전시초청장에 ‘화환은 정중히 사양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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