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문예회관 전시실 ‘찬밥신세’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이 공연에 치우친 문화행정으로 미술·사진 등 전시분야 예술인들과 애호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전시장이 지하에 위치해 열악한 환경에 작품 운반이 어렵고 이동 칸막이 등이 지저분한데다 회관에 전시기획자 등이 없어 ‘찬밥 신세’라는 것이다. 실제 최근 미술협회 경기도지회 주최로 문예회관 대·소전시실에서 열린 제39회 경기미술대전 입상작품전에는 작품 수가 많아 이동 칸막이를 설치했는데, 지하 구석에 방치해 먼지로 얼룩진 간이벽을 그대로 사용해 작품의 품격은 물론 전시장의 미관을 크게 해쳐 미술인 및 관람객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5월초 열린 ‘경기 아트페어’에서는 이 지저분한 이동칸막이를 주최측이 직접 하얀페인트로 칠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도문예회관은 대·소공연장과 대·소전시장의 문화공간을 통해 지방문화예술 활성화와 도민들에게 다양한 문화혜택을 제공하고자 건립했으나 전시분야는 공연분야에 비해 열악한 전시환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시장은 건립당시부터 지하에 위치한 기이한 구조로 작품 반입 및 보관상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수장고와 작품 운반을 위한 시설 부족으로 지역 미술인들의 원성을 사왔다. 전시때마다 계단을 이용해 대형작품을 운송하려면 진땀을 빼야하는데 지상과 지하 전시장을 유일하게 연결하는 리프트는 건립 당시 자재를 나르던 것으로 기아 마모 등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사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도문예회관은 작품 운반에 따른 기본설비조차 마련하지 못한 가운데 최근 짓고있는 지하주차장을 설계하면서 처음에 전시장과 연결된 통로를 마련하지 않아 또한번 미술인들의 원성을 샀다. 지역미술인들의 반발에 문예회관측은 뒤늦게 지하주차장과 전시장 연결통로에 대한 설계 변경을 도건설본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협회 한 임원은 “도문예회관이 공연 위주의 사업에 치중해 전시는 나몰라라 한다”며, “전시도 활성화 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최근 도문예회관의 전시장은 100% 대관에 의존하고 있으며 자체 기획이나 전문인력(큐레이터)이 없어 방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올 145억여원의 예산중 전시분야와 관련된 예산은 전무한 상태며, 전시장 대관을 담당하는 부서 또한 시설 관리를 위주로 하는 관리과에서 맡고 있어 단순 대관에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도문예회관 관계자는 “시설관리 등 한정된 예산으로 전시까지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며 “내년에 예산을 편성해 기획전시를 고려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의정부예술의전당은 전시예산을 편성해 최근 ‘헤르만 헤세 특별기획전’을 비롯 ‘운보 김기창 특별전’, ‘천상병시인 추모10주년 기념전’ 등 굵직한 기획전을 10여회 열어 호평을 얻고있다. 미술평론가 최열씨(가나아트센터 기획실장)는 “문예회관 전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미술가와 전시장 운영주체가 공동으로 전시장 운영방안을 토의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의 사립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기획전을 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립현대미술관이 전국을 돌며 펼치는 ‘찾아가는 미술관’ 프로그램의 벤치마킹과 지역미술인의 참여를 유도해 미술교육프로그램 강의와 큐레이터 역할을 지원받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부천문화재단 ‘공연시즌제’ 도입

부천문화재단은 올 하반기부터 ‘공연시즌제’를 도입, 관객들에게 다양한 공연정보와 선택기회를 제공한다. 공연시즌제는 일정 기간의 공연물을 사전에 일괄 공개하고 관객에게 다양한 선택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부천문화재단은 서울을 제외한 지역 가운데 최초로 도입했다. 부천 지역 5개 공연장을 관리·운영하고 있는 부천문화재단은 봄과 가을을 각각 한 단위로 운영하며 여름·겨울 방학기간에는 청소년 중심의 프로그램을 구성하기로 했다. 올 가을시즌(9~12월) 프로그램에는 연극 6편, 음악 6편, 무용 5편 등 모두 17편을 마련했다. 재단은 최근 높아진 관객들의 문화 눈높이에 맞춰 검증된 작품을 선정했으며, 주요작품으로는 ‘인류 최초의 키스’, ‘로미오와 줄리엣’(이상 연극), ‘이정식·나윤선의 재즈 그리기’, ‘김대진의 교감’(이상 음악), ‘백조의 호수’, ‘홍승엽무용단공연’(이상 무용) 등을 선보인다. 재단측은 자리가 잡히는대로 서서히 자체 제작에도 손을 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관객을 위해 지정패키지, 자유패키지, 사랑티켓 등 다양한 선택사항과 할인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지방도시들은 예산과 전문성의 부족으로 단발성의 비전문적 기획에 의존한 결과 장기적인 관객확보에 한계를 느껴왔다”며 “부천의 경우 재정자립도와 시민들의 문화욕구가 상당히 높은 점을 감안해 염가에 양질의 공연을 제공함으로써 이들을 장기관객이자 후원자로 끌어들이기 위해 본격적 시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예술의전당과 LG 아트센터가 부분적으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부천문화재단은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626석)·어린이극장(350석),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1218석)·소공연장(352석), 오정아트홀(414석) 등 이 지역 5개 공연장의 운영과 시민문화복지 확대 등을 주목적으로 지난해 설립된 재단법인이다. (032) 326-6923(내선 223), www.bcf.or.kr /이형복기자 bok@kgib.co.kr

과천시민회관 '2003 BIG3 과천 여름초청 공연'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이 과천시민회관에서 7월 한 달 동안 세 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마련된다. 과천시민회관이 기획프로그램으로 준비한 ‘2003 BIG3 과천 여름초청 공연’. 어린이를 위한 세 편의 작품이 9일부터 27일까지 릴레이로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첫 작품은 9일부터 13일까지 막을 올리는 ▲‘춤추는 강아지’. 97년 서울국제 아동공연예술제에 초연돼 관객이 선정한 최고 인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토종개(?)인 ‘누렁이’가 등장해 외국 유명 강아지 속에서 겪는 설움과 고난을 보여주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긴다. 강아지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현란한 개인기와 순수창작된 라이브 곡 연주가 생동감과 함께 경쾌함을 더한다. 이어 16일부터 20일까지는 ▲‘피아노와 플룻으로 만든 그림연극’을 볼 수 있는데 기존 어린이극의 형식을 깬 ‘감성연극’을 표방한다. ‘보는 음악, 듣는 연극’을 추구하며 피아노와 플룻의 라이브 연주가 무대 위의 연극과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특징. 연주되는 곡은 클래식과 재즈, 팝, 동요 등 모두 16곡이며 배우들이 선보이는 마술과 종이접기를 이용한 소품 등은 극에 흥미를 돋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끝으로 아이들에게 무한한 창의력과 상상력을 전하는 인형극 ▲‘부르노의 그림일기’가 23일부터 27일까지 상연된다. 순수창작인형극으로 무대장치와 조명, 진행방법 등이 독특하다. 35개의 격자형 사각 틀 안에서 퍼즐과 도미노의 원리를 이용한 각 칸들이 독립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고 조합을 이루기도 한다. 씨앗을 심는 과정부터 꽃이 피기 까지, 주인공 브루노가 일주일 동안 겪는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아기자기한 인형을 통해 보여준다. 세 작품의 공통 특징이라하면 어린이 뿐 아니라 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또한 비슷한 듯 하지만 색다른 맛을 전하는 각각의 작품을 골라보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티켓은 30%할인된 가격으로 세 공연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BIG3팩과 20% 할인된 가격으로 두 공연의 관람이 가능한 BIG2팩 등이 준비돼 있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4시30분, 주말과 공휴일은 오후2시와 4시30분 2회. 문의 (02)500-1220~1.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공연리뷰/'사랑의 문화나눔 음악회'를 보고

출발은 좋았는데 결국 도랑으로 빠지고 말았다. 지난 2일 저녁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있었던 ‘사랑의 문화나눔 음악회-2003 마음과 마음’이 그랬다. 신세대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이루마를 초청, 당초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무료공연으로 꾸밀 예정이었던 이 음악회가 수원시내 인근 중학생과 이루마의 개인 팬들을 위한 공짜 콘서트로 전락해 버렸다. 기획과 홍보를 담당했던 회관측은 “‘어려운’ 학생들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해 어쩔 수 없는 방편”이었다고 변명을 했지만, 기말고사가 끝난 수원시내 여러 중학교에 1천장이 넘는 초대권을 배부해 객석을 채운 것은 애초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평이다. 이루마의 손 끝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중저음의 목소리로 직접 곡 해설을 맡은 친절함, 애니메이션 ‘강아지 똥’과 드라마 ‘겨울연가’ 등을 배경으로 한 스크린, 실루엣처럼 흐르는 분위기 있는 조명, 현악 연주자들과의 호흡을 맞춘 협주…. 공연 자체는 ‘이루마’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공연 내내 예전에 광고계에서 있었던 한 일화가 연상됐다. 몇 년전 ‘피로야 가라!’라는 카피문구를 들고나와 스트레스에 지친 현대인에게 피로회복제의 필요성을 인식시킨 모 제약회사의 광고. 하지만 이 광고가 나간 뒤 정작 많이 팔려나간 피로회복제는 경쟁사의 ‘B’ 드링크 제품이었다. 한마디로 죽쒀서 X를 준 것. 지난달부터 본격 시작한 도문예회관의 문화나눔운동인 ‘사랑의 문화회원제도’는 문화소외계층으로 분류되는 불우청소년들에게 문화향수 기회를 제공하는데 있다. 이 날의 공연도 그 취지에서 비롯됐다. 즉, 타깃은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 청소년들이었다. 하지만 이 제도가 ‘가진 자’들의 생색내기로 귀결 된다면 어렵고 소외된 학생들을 더욱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연주회가 끝난 뒤 한 주부관객은 “자선공연인줄 알고 왔는데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 의아했다”며 “좋은 공연을 보고 되레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하며 회관을 빠져나갔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수원미술전시관에 가고싶다

그림은 화가의 속내가 드러난 결과물이다. 개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개인전은 물론 성향을 같이 하는 단체전 참여작가들 모두 설레이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보일 것이다. 중학교 미술선생님 2명의 개인전과 경기도에서 활동하는 여류화가의 단체전이 23일부터 30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 전관에서 열린다. ▲경홍수 개인전 목판그림을 선보인 경홍수씨(수일여자중학교 교사·수원시 권선구 권선동)는 평화로운 논밭과 넘실대는 호수 등 자연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인다. 묘사하는 재미에 20여년 동안 연필화를 그렸다는 경씨가 이번에 출품한 작품은 판화에 잉크를 묻혀 종이에 찍는 목판화가 아닌 목판 그 자체의 그림이다. 깊고 엷게 파인 자국에 매료됐다는 경씨는 “그림이 주된 것이 아니라 파낸 칼자국에서 느껴지는 공기의 흐름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작품 ‘언덕’은 한 촌로가 부드럽게 굽이친 밭고랑 어디쯤을 자전거 타며 지나는 단순 명쾌한 작품이며, ‘신작로’는 길 양편에 커다란 가로수가 시원하게 줄지어 서 있는 작품. 이밖에 호숫가를 담은 ‘풍경’이나 나무와 새를 정답게 담은 ‘하늘’이 눈길을 끈다. ▲한기백 개인전 겨우내 폭설로 고요하기까지 한 시골이나 초록이 한창인 자연의 풍광을 담아낸 서양화가 한기백씨(수성여중 교사·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의 첫 개인전이다. 사계절의 시골풍경을 선보인 한씨는 눈길이 시원한 풍경화들을 선보인다. 특히 작품 ‘겨울이야기’ 시리즈 3편은 농가의 겨울풍경을 담담히 담아냈다. 평온하면서 친근한 한씨의 작품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잠시 머물고 싶은 장소를 화폭에 옮긴 듯하다. 이밖에 ‘수덕사의 여름’은 짙푸른 녹음이 물씬 풍기며, ‘봄이 오는 길목’은 스산함과 정막감이 동시에 담겨 있는 작품이다. ▲경기여류화가회전 창립전에 이어 두번째를 맞는 경기여류화가회(회장 조영실)는 여성특유의 섬세함과 넉넉한 화풍, 참신한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선옥, 신현옥, 최현식, 박은숙, 안말환, 정영희씨 등 46명이 참가한다. 평면작품으로 구상과 비구상 등 작가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작품을 출품했다. 권숙자씨(용인시 구성면)의 ‘죽음의 순서’는 잘 익은 과일을 넉넉히 표현했으며, 박은숙씨(용인시 신봉동)의 ‘새벽길’은 에칭과 아콰틴트 기법을 이용한 동판화로써 고즈넉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또 정영희씨(안산시 단원구 선부3동)의 ‘즐거운 날’은 파스텔톤의 거칠면서 단순한 붓터치가 산뜻해 보이며, 허정순씨(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의 ‘속삭임’은 밝고 어두운 부분의 조화가 일품인 작품이다. 한편 하경희, 박경숙, 이애련, 최구자, 지혜자씨 등은 추상화의 깊은 맛을 선보인다. 228-3647 /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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