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 한국음악과 창립 30주년 기념연주회’가 2일 오후7시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 무대에 마련된다. 1974년에 설립돼 명인들을 꾸준히 배출해 낸 이화여대 음악대학 한국음악과는 그간 전통적인 민족음악의 학문연구와 발전적 계승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공연에는 안숙선을 비롯, 문재숙, 이춘희, 김선한 교수 등과 이화여대 국악과 학생 100여명이 대거 출연한다. 프로그램은 강영근의 대취타 연주를 시작으로 안숙선의 판소리 ‘춘향가 중 어사출도’(고수 이선희), 김선한의 ‘수제천’, 전순희 작곡의 가야금합주 ‘봄’, 문재숙의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이준호 작곡의 ‘축제’, 이춘희의 ‘민요연곡’ 등 국악 명인들의 다채로운 국악 연주를 감상할 수 있다. 문의 828-5841~2
경기도립오케스트라(예술감독 유광)가 체코 국립극장 상임지휘자 피터 페라넥을 초청, 제56회 정기공연을 갖는다. 28일과 29일 오후7시30분 경기도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무대에서 도립오케스트라의 지휘봉을 잡는 객원지휘자 페라넥은 슬로바키아 국립오페라하우스 지휘자(1991년), 모스크바 볼쇼이극장 지휘자(1995년), 미국 카네기홀 공연(1997년), 성 페테르스부르크 교향악단 객원 상임지휘자(1997~2000), 프라하 국립극장 객원 상임지휘자(2001~2002) 등을 역임, 화려한 경력의 마에스트로라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연주회에는 피아니스트 김영호 교수가 협연자로 나서는데 줄리아드 음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필하모닉, 보스턴 팝스 등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춰오며 뛰어난 예술적 기량과 국제적 감각을 키워왔다.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는 19세기 후반 러시아 서민문화의 짙은 센티멘탈리즘을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답게 승화시켰다는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이 김 교수의 피아노와 페라넥의 지휘봉을 통한 오케스트라 화음과 어울려 환상의 하모니가 어우러질 전망이다. 연주회 프로그램은 우선 드보르작의 ‘카니발 서곡’이 선보인다. 관현악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곡으로 리듬이 활기차고 선율이 독특해 대중적 인기도 또한 높은 곡이다. 이어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콘체르토 제1번’이 연주되고,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니 2번’이 펼쳐진다. ‘심포니 2번’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중 가장 친숙한 작품으로 서정적이면서도 유럽풍 클래식음악의 정통을 담고 있다. 지난 53회 정기공연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외국 음악가를 초청한 도립오케스트라. 보다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로 도약하기 위한 꿈을 갖고 과감히 외국 음악인과 함께 하는 연주회가 어떤 결실을 맺게 될지 기대된다. 문의 230-3272~9.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만져도 보고, 앉아도 보세요” ■보는 것이란 편견은 버려” 원근법이나 명함 등 시각을 중시했던 과거 미술의 전통은 지금도 유효하다. 미술은 연극과 무용, 음악 등 타 장르와 결합해 새로운 영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미술관에 갖힌 작품들은 아직도 감상의 대상이다. 수원미술전시관(관장 강상중)은 2천만원의 기획예산을 투자해 전시장 전관과 시청각실, 로비 등 전공간을 활용한 대규모 기획전을 마련했다. ‘나는 작품을 만지러 미술관에 간다’란 주제로 28일부터 내달 6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바라보기만 하는 시각적 미술에서 만지고, 듣고, 느끼는 공감각적 체험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의 미술감상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작가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참여작가는 안재홍, 최세경, 공주석, 안수진, 박근용, 박혜수, 손원영 등 22명으로 평면작가보다는 설치조각과 복합매체를 추구하는 작가들이 주류를 이룬다. 공주석은 섬유재질 오브제를 이용해 따뜻한 느낌의 추상적 자연이미지를 선보이며, 김기창은 자신이 쓰던 붓 등 화구와 작업용 바지를 벽면에 부착시킨 작품을 출품한다. ■관람객이 참여해 작가와 호흡하는 작품도 눈길을 끈다. 김승현은 실리콘 덩어리가 돋아있는 의자에 관람객이 앉을 수 있도록 만들었으며, 김지성은 관람객이 직접 문을 열고 문여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입체작품을, 손원영은 여러 조각이 퍼즐로 제작돼 직접 맞춰 볼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여기다 이칠재는 선물꾸러미 모양의 대형 설치작품 사이로 관객이 지나갈 수 있도록 했으며, 박유근은 관람객이 지날때 센서가 이를 감지하고 가는 철선들이 흔들리는 작품을 선보인다. 이밖에 머리가 들어갈 정도의 조형물에 센서를 부착해 관음적인 소리가 들리도록 유도한 청각적 작품과 천정에 향기나는 식물 주머니를 매달은 서정적인 작품도 만날 수 있다. 특별전에는 시청각실에 시각장애인 학교(인천 혜광학교) 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1층 로비에는 시각장애인 교육용 자료를 전시한 도큐멘트전이 열린다. 개막식인 28일 오후 4시에는 축하공연으로 Lee Ballet의 무용공연과 사물놀이가 흥겹게 펼쳐진다. 228-3647 /이형복기자 bok@kgib.co.kr
부정확한 대사·낮은 완성도 ‘명품’ 홍보 무색케해… 배우들의 몸짓은 슬랩스틱 코메디를 보는 듯 했고 대사는 부정확해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마치 무성영화를 연상케 했다. 경기도립극단이 지난 11일 경기도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막을 올린 ‘검찰관’. 러시아 작가 고골리의 원작으로 부조리를 통해 권력층을 풍자하고자 한 이 작품의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러시아 연출가 쿠진알렉산드로 세르게이비치를 직접 초빙해 2개월여간 연습과 리허설 등의 일정 끝에 관객과 만났지만 ‘명품’이라 홍보해 온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특히 화법을 빠르게 펼쳐 긴장감을 유발시키는 언어체계는 러시아어가 아닌 우리말로 전이되며 가닥가닥 끊어지거나 단어를 듬성듬성 빠뜨렸다. 원작의 ‘언어유희’가 허공으로 날아간 듯 했다. 지역 연극단체 관계자는 “연출가가 러시아인이다 보니 배우들의 언어 구사에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다”며 “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 들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23일까지 계속된 공연에서 또박또박 대사를 내뱉는 배우들의 노력이 나아지긴 했지만 이 또한 온전치 못해 긴장감은 오히려 떨어졌다. 물론 막이 내리기까지, 3시간여동안 전개되는 극의 흐름을 무리없이 소화한 것은 그간 도립극단이 보여줬던 여타 작품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면모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의 틀을 넘어 외국 작품과 연출가를 과감히 받아들였다는 점은 보다 시야를 넓혔다는 측면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과감성이 낳은 문제 또한 적지 않았다. 그 단면 중 하나가 공연 일정 내내 극단의 실질적인 총 책임자인 예술감독이 부재 상태였다는 것. 이에대해 극단 내외에서는 공연 수 주 전부터 휴가를 낸 예술감독에 대해 직책을 등한시했다는 비난과, 애초부터 예술감독을 배제한 이상한(?) 시스템의 작품 선택이었다는 이야기가 공존하고 있다. 어느쪽이든 분명 현재의 극단은 표류하고 있고 이 때문에 아무리 뛰어난 연출가를 섭외했을 지라도 작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들쭉날쭉한 관객 숫자는 극단의 ‘도립’이란 명성을 암울케 했으며,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어떤 날은 100여 객석도 채워지지 않아 썰렁한가 하면 어떤 날은 300여명이 넘는 관객이 몰려 뜨거웠다. 열기의 그 날은 도지사가 카메오 배우로 출연하거나 부지사가 관객으로 객석을 채운 날이 대부분이어서 작품에 담긴 부조리가 공연장으로 옮겨 온 듯 했다. 어찌됐건 도립극단의 제47회 정기공연은 그렇게 막을 내렸고 앞으로 서울과 의정부, 군포 등의 순회공연을 남기고 있다. 미흡한 점은 더욱 보완해 ‘도립극단’이란 이름을 자랑스레 떨치길 기대한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안양 롯데화랑 백화점에서 만난 그림은 어떤 느낌일까. 안양과 인천에서 꾸준히 기획전을 열고 있는 롯데화랑(롯데백화점 안양점)과 신세계갤러리(신세계백화점 인천점)가 또 다른 전시회가 각각 열린다. 먼저 안양 롯데화랑은 가정의 행복과 희망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은 ‘May May May I help you’전을 27일까지 연다. 서양화가 박진, 이민경, 반대정 3인이 참여해 고단한 가정의 생활사를 보듬고 있다. 박진은 자신 내면의 감정을 흰색톤으로 표현해 타인과의 진실한 만남을 희망하고 있으며, 이민경은 인간의 일탈적 심리를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치유코자 한다. 특히 들꽃을 소재로 삼아 아픔을 어루만진다. 또 반대정은 현대가정의 여러 폭력과 결손가정 아이들, 독거노인 등의 실태를 거미줄이 쳐진 부뚜막과 이곳에 기생하는 여러 곤충들로 표현했다. 463-2715 ■인천 신세계갤러리 신세계갤러리는 기획초대전 공모작가 주효진의 개인전을 마련한다. 25일부터 내달 2일까지 열리며, 명품 구두를 소재로 상류사회의 우월감과 인간의 허영심을 꼬집고 있다. 주효진은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변형시키거나 왜곡시킨 여성 구두를 직접 만들어 사진 이미지로 선보인다. 종이를 잇고 덧댄 후 깨진 유리조각을 더덕더덕 붙이거나 굽 대신 콘크리트 못을 박는다. 또 앞 부리를 기형적으로 늘어뜨려 보기조차 불편한 신을 만들었다. 이처럼 엽기적이고 기상천외한 발상은 명품이란 이유로 이를 추종하는 수동적인 여성의 허영심을 고발하고, 변형시킨 여성의 하이힐과 과장된 외형은 억압당한 현실속에서 다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단면을 보여준다. 전시장 벽면에는 여성의 얼굴형태에 여러 가지 하이힐 사진을 콜라주한 작품이 눈길을 끈다. 멀리서 보면 여성의 얼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인쇄물의 한 픽셀에는 하이힐로 이뤄져 있다. 이번 전시에는 설치와 영상작품이 상영되는데 천정에서 길게 내려와 퍼져있는 웨딩드레스를 선보인다. 웨딩드레스 안에는 하이힐로 형체가 추해진 새끼발가락, 까진 뒤꿈치 등 힘없이 참고 견디며 살아온 기성 여성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주효진은 홍익대 미술대학 판화과와 뉴욕 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조선대와 홍익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032)430-1157 /이형복기자 bok@kgib.co.kr
부천문화재단은 부천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단체와 개인에게 행사공간을 지원해주는 ‘2004년 하반기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공간지원사업’을 실시한다. 부천지역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2002년부터 실시되고 있는 공간지원사업은 부천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단체와 개인에게 전시 및 공연을 위한 공간을 지원하며 희망할 경우 홍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반기에는 모두 10건의 단체(개인)가 지원을 받게 되며 선정된 단체는 7월부터 12월까지, 전시는 복사골 문화센터 갤러리를 4단체(또는 개인)에게 1회당 7일 이내, 공연예술은 시민회관 대공연장·소공연장, 복사골 문화센터 아트홀과 오정아트홀을 6단체(또는 개인)에게 1회당 4일 이내로 지원한다. 지원분야 선정기준으로 미술분야는 ▲독창적이고 뚜렷한 주제와 목적 등 기획의도가 명확한 기획 전시 ▲전문 미술창작단체의 단체 전시 ▲전통예술의 보존·계승·발전과 보급·확산을 위한 전통예술 전시 ▲실력있는 개인의 개인전시 등이다. 공연예술분야는 ▲음악·연극·무용 분야의 창작 및 재공연, 전안·번역 공연 등 다양한 공연예술 창작 활동 ▲전통예술의 보존·계승 발전과 보급 및 확산을 위한 전통예술 공연 ▲특정한 주제나 목적을 갖고 추진하는 페스티벌 성격의 기획공연이다. 신청 자격은 부천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단체 및 개인으로 지원 분야의 활동이 주목적이 아닌 학교, 종교단체, 친교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예술단체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의 (032)326-2689 /부천=정재현기자 sky@kgib.co.kr
수원 인계동에 위치한 여성전문병원 쉬즈메디(원장 이기호)가 환자 및 인근 주민을 위한 지칠줄 모르는 음악여행을 펼치고 있다. 21일 오후 7시30분 원내 1층 로비에서 마련될 ‘쉬즈메디 음악회’는 통산 18번째로 만 1년을 훌쩍 넘기면서도 또 다른 메뉴를 준비했다. 매달 셋째주 금요일, 릴레이 형식이란 점이 벅차기는 커녕 항상 색다른 점이 특징. 특히 이번 공연은 질적 깊이 만큼이나 지명도 높은 연주가가 초청돼 더욱 눈길을 끈다. 전자 바이올린의 귀재로 우리에게 친숙한 유진박이 초청되는데 10살때 웨인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하는 등 아티스트로서의 길을 성실히 걸어왔다. 국내에는 1996년 방송 출연을 계기로 유명세를 탔으며 어쿠스틱적인 바이올린을 넘어 디지털 형태의 전자 바이올린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더 브릿지’와 ‘평화’ 등 발매되는 음반 또한 큰 인기를 누려왔다. 또 역시 줄리어드 음대를 졸업하고 현재 삼성 노블카운티 영 솔리스트 챔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인 첼리스트 홍지영과 숙명여대 음대를 나와 동대학원에 재학중인 젊은 피아니스트 오소진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프로그램은 가정의 달이란 시기에 맞춰 남녀노소 누구나 편히 들을 수 있는 곡으로 골랐다. 프랑스의 현대 작곡가 헨리 뒤띠유의 바이올린 곡 ‘사라밴드 엣 카티지’를 비롯해 클래식의 거장 바하와 슈베르트의 곡이 첼로 연주로 이어지며 베토벤의 피아노 곡이 아름답게 선사된다. 또 광고 음악에 사용돼 친숙한 사라사떼의 ‘짚시의 노래’도 감상 할 수 있다. 이기호 원장은 “쉬즈메디 음악회는 병원 환자 뿐 아니라 인근 주민과 함께 하는 휴식같은 음악프로그램”이라며 “매번 색다른 출연자와 아이템으로 편안하면서도 정신적 풍요를 채울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31-7300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지만 미술창작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장애인들의 전시가 두 곳에서 열린다. 먼저 경기도교육청이 주최하는 특수학교(급) 미술작품 전시회가 17일까지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장애 학생들의 창의력과 자활의지를 엿볼 수 있으며, 도내 장애학생 2천여명이 미술공모전에 출품한 작품중 200여점을 선정해 전시한다. 유치부 최우상을 수상한 윤태경(해원학교)은 중증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으나 손가락을 이용해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으며, 초등부 대상은 PET병을 이용해 입체작품을 만든 김보람(성심학교)이 수상했다. 또 중학부 대상은 명현학교 학생의 공동작품이, 고등부 대상은 송탄고 특수학급 조다래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28-3647 또 한국장애인미술협회(회장 방두영)가 ‘새로운 빛, 꿈을 위하여’를 주제로 14일부터 20일까지 경기문화재단 아트홀에서 회원전을 연다. 김계선, 박종관, 주현, 박동명, 이정희, 조규열 등 46명이 참여하며, 한국화·서양화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231-7289 /이형복기자 bok@kgib.co.kr
풀뿌리 예술魂 불태울 ‘지역 관심’ 목마르다 지역 극단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24년이란 역사가 주는 기대감에 취했지만 그 취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다른땐 몰라도 이번 만큼은 그랬다. 극단 믈뫼(대표 임성주)가 지난 4월 27일과 28일 부천문화재단 복사골문화센터 아트홀 무대에 올린 초연작 ‘겨울의 눈(目)’(위기훈 作). 경기문화재단의 특별공모, 창작활성화사업의 지원금을 받은 이 작품은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그것은 작품의 질적 수준을 떠나 그렇게 정해진 ‘운명’인 듯 보였다. 이틀 공연에 100여명도 미치지 못한 관객 숫자는 둘째 치고 28일 이틀째에는 아예 일반 관객을 찾아 볼 수 없었다. 무료관람임에도 도내 연극계 인사와 배우 및 극단 관계자 등의 지인으로 채워진 객석에서 바라본 작품은 누굴 위한 공연인지 의아할 따름이었다. 부천 지역에서 나름대로의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알려진 연극단체란 점과 제105회 정기공연이란 점을 상기했을 땐 더욱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임성주 대표는 “대극장형 작품은 대관료 등의 이유로 짧은 기간 밖에 상연할 수 없어 소극장보다 상대적으로 관객이 적다”며 “이번 공연의 경우 학생들의 시험기간과 겹쳐 단체관람마저 여의치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극단의 어려운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3천만원이란 지원금과 다른 단체도 아닌, ‘극단 믈뫼’란 점을 고려했을 땐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단원들이 직접 포스터 8천여장을 부천 시내 곳곳에 돌렸으며 10여개의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결과가 이렇다면 그야말로 암담할 뿐이다. 문제는 여기에 국한하지 않는다. 작품의 시한부 인생이란 운명은 이 보다 앞으로의 계획에 있다. 초연작은 분명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연극이란 장르는 영화와 달라 한 번의 무대로 하나의 작품이 완성된다 볼 수 없다. 영화가 충분한 작업기간을 거쳐 하나의 영상물로 제작되는데 반해 연극은 몇 번의 무대를 옮겨 다니며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겨울의 눈’에는 이러한 미래가 없었다. 우스리스크에서 꽃핀 아름다운 사랑과 ‘까레이스키’라 불린 우리 아버지·어머니들 이야기란 작품의 특성에 따라 “러시아 공연을 추진중이며 앞으로 있을 부천연극제에도 출품할까 고려중”이란 임 대표의 말엔 그리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제작비 문제도 그렇고 흥행성 문제도 그렇고, 이런 작품으로는 (대학로 등에서의 공연)기획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현재로선 이 두 가지 계획 외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면 왜 하필 부천 지역 극단이 그곳에서 이를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이번 작품을 위해 믈뫼는 곳곳에서 노력한 흔적을 보였다. 1930년대 러시아(구 소련)가 배경이 되는 작품의 역사적 사실성을 더하기 위해 당시의 군경제복을 현지 박물관으로부터 사들였으며 동북아평화연대와 커뮤니티를 형성, 현지의 과거 및 오늘날 상황을 조명했다. 또 수원 지역의 대학 교수(장용휘·수원여대 연기영상과)에게 연출을 맡기는 등 지역적 연극계 인프라를 활용, 자생적 발전을 도모했다. 홍보 시스템과 관련한 임 대표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일만 하다. 지역 극단이 홀로 작품 홍보를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예 지원금에서 일부를 제외시켜 이를 종합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피력했다. 즉 지원금의 총 예산의 일정 부분을 별도로 분리, 지역 예술단체 및 작품의 홍보를 종합적으로 대행해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보다 지원금은 적어질지라도 예술단체는 작품 제작에만 몰입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양질의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앞서 밝힌 부분들에 대한 검토는 분명 이뤄져야 할 것이다. 관객의 숫자가 작품을 평가하는 잣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할 만큼은 다했다지만, 관객의 외면을 받은 작품은 숨을 쉴 수가 없다. 이 숨통은 누가 터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다른 극단도 아닌 경기도를 대표한다는 믈뫼의 공연이었음을 생각하면 더욱 아쉬울 따름이지만, 어찌됐건 싱그런 봄 위에 ‘겨울의 눈’은 그렇게 눈을 떴다.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무대 위/무대 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사후평가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 성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동안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않는다는 입장 등으로 우수창작품 발굴과 도민의 질높은 문화향유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에 경기일보는 ‘리뷰, 문화현장을 가다’라는 기획을 통해 도내 문화예술현장을 생생하게 보도한다. 경기문화재단의 2004년 창작활성화를 위한 특별공모지원작에 대해 문화부 기자와 평론가의 비평을 통해 사후평가작업을 실시, 문화예술의 질을 향상시키고 도민에게 보다 수준높은 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단초를 마련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일본 정상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가 새 앨범을 발매하고 17∼29일 내한 투어를 갖는다. 그는 한국에서 총 8장의 라이선스 앨범이 발매돼 전체 판매량 100만장으로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의 내한공연중 서울 공연 전석이 매진되는 등 특히 국내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해 예술의 전당 공연 유료 객석 점유율에서 조용필(89%)을 제치고 91%로 정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한몸에 받아왔다. ‘퓨어 피아노’란 제목의 이 앨범은 국내에 아홉번째 소개되는 것으로 신곡과 함께 2002년 발매된 동명 앨범 수록곡을 함께 담아낸 음반이다. 25일 수원 경기도문화예술회관, 27일 부산, 29일 대구 등에서 전국 투어를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