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들쑤셔 놓는 행정구역 개편, 졸속 그 자체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발표에 시끌시끌하다. 김포시뿐 아니라 광명·하남·구리·과천·부천·고양시 등 서울 인접 도시를 편입하는 방안도 당 안팎에서 거론된다. 서울시 편입 ‘깜짝 발표’가 경기도 곳곳을 들쑤셔 놓고 있다. 거론되는 지자체들은 “금시초문”이라며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황당하고 비상식적이라는 반응이다.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른 ‘서울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서울 편입’을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 이벤트로 보는 시각이 많다. 서울 강서구청장선거 패배로 확산된 ‘수도권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를 갈라치기 하려는 정략적 계산”이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물론 여당은 선거용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믿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설사 그렇다 쳐도 졸속이다. 전문가 의견이나 지자체·주민의 여론 수렴 없이 국가 미래가 걸린 중대한 문제를 뜬금없이 발표해 혼란을 주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두고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면적이 인구 대비 좁다는 점을 언급하며 기존 대도시가 주변 소도시들을 편입해 광역화하는 ‘메가시티’ 논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국 주요 도시와 경쟁하려면 서울을 더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라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주요 선진국은 여러 대도시가 균형 있게 발전했지만 우리나라는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만 인구가 집중됐다. 경기도 주요 도시의 서울 편입은 부동산·교통·환경·교육 등 여러 면에서 부작용이 예상된다. 벌써 부동산 시장 동요가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더 큰 혼란과 갈등이 우려된다. 행정구역 개편은 국가의 지도를 바꾸는 중요한 정책이다. 국민의힘은 당론이라면서 국민의힘 경기도당이나 경기도의회 의원들과 논의 한 번 없었다. 경기도와 인근 지자체들과도 마찬가지다. 관계기관의 의견 수렴과 가능성 검토 등의 사전 절차를 무시하고 어느날 갑자기 발표해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 서울시 편입 문제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 여러 지자체가 얽혀 있기도 하지만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있어도 국토 관리 차원에서 중앙정부의 종합적인 판단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 국가 발전 전략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서다. 때문에 정부가 면밀한 검토를 거쳐 국민들에게 장기적 비전과 계획을 제시하는 게 우선이다. 행정·재정적 문제, 행정구역 개편에 따른 경제적 효과 등 따져 볼 게 많다. 지자체와 주민, 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 청취도 중요하다. 폭넓게 검토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사설] 전지적 영남시점, 수도권 차출론/경기도 자존심 건드리면 안 된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경기도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변화를 강조하며 던진 영남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론이다. 구체적으로는 ‘영남의 스타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는 ‘제안 받은 바 없다’며 ‘정식으로 제안해오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도 “혁신위가 당의 혁신을 위해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김 대표나 윤 원내대표 모두 떨떠름한 반응임은 틀림 없어 보인다. 영남 중진의 수도권 차출론은 아주 식상한 주제다. 영남이 중심인 국민의힘이 선거 때마다 고민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영향이 적지 않게 있을 것 같다. 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으로 탄생한 혁신위다. 당 지도부 교체론을 덮어 주고 있다. 여전히 수면 아래 꿈틀댄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에서 당 지도부가 혁신위 의견을 뭉개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 그래도 ‘김기현 지도부 얼마 못 간다’며 굿판을 벌이는 주변 인사들이 여럿 있다. 5개월 남은 총선 일정도 혁신위 측에 유리한 시간표다. 이래서 살피게 되는 것이 경기도 정치의 자존심이다. 지금 영남권 의원 수도권 차출론의 시점은 철저히 영남 중심이다. 영남 중진들을 향해 ‘수도권으로 옮기라’고 명했다. 영남 중진들이 ‘생각해보겠다’며 수용 유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으로 가라고 명령 받은 것도 영남, 갈지 안 갈지 결정할 것도 영남이다. 출마하라는 곳은 ‘수도권 험지’다. 그런데 그 수도권 험지의 목소리는 없다. 영남이 결정하면 되고 그러면 수도권은 군말 없이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건가. 인요한 위원장의 관련 인터뷰를 다시 살펴보자.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분명히 수도권이 아니라 서울을 특정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 등이 이걸 ‘수도권 험지’로 슬그머니 넓혀 놓은 것이다. 분명히 해야 한다. 서울인가. 아니면 수도권인가. 수도권이라면 경기도를 포함하는가. 경기도 포함에는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 경기도는 서울과 다르다. 도농 복합적 전통이 남아 있다. 지역 정서가 무시 못할 요소다. 경기도에 먹힐 ‘영남 스타’도 웃기는 표현이다. 경기도가 우습나. 김기현 당 대표가 수원에서 당선될 수 있을까. 윤재옥 원내대표가 성남에서 이길 수 있을까. 그렇다고 변방 시·군에 차출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59개 경기도 선거구를 만만히 보면 안 된다. 지역구마다 유권자가 있고, 고유 정서가 있고, 기존 정치인이 있다. 섣불리 건드리면 역풍 맞는다. 선거 때 역풍은 곧바로 참패다. 경기도를 포함하는 수도권 차출론, 이 표현에 정치권도 언론도 조심해야 한다. 영남 거물입네 하며 경기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본선도 못 간 아무개의 실례가 있다.

[사설] 김포시 서울 편입, 총선 앞두고 표 얻으려 분란 일으키나

국민의힘이 김포시를 서울시에 편입하는 것을 당론으로 정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30일 김포에서 열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 참석해 밝힌 내용이다. 김 대표는 “김포시가 시민들 의견을 모아 서울시로 편입하겠다는 절차를 거친다면 주민 의견을 존중해 편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또 ‘주민이 원할 경우’ 서울 생활권인 다른 도시의 서울 편입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여당이 밝힌 경기도 주요 도시의 서울시 편입 구상은 메가톤급 정책이다. 서울 강서구청장선거 패배로 확산한 ‘수도권 위기론’ 타개를 위한 승부수로 해석된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을 공략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은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과 박진호·홍철호 김포갑·을 당협위원장이 당 지도부에 건의한 사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본격 추진하면서 나왔다. 경기 북부 시·군을 떼 자치도로 만드는 것은 김 지사의 공약이다. 이에 김병수 시장은 김포가 경기 북부와 연결성이 낮고, 과거 김포 일부 지역이 서울로 편입된 사례를 들며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대신 서울 편입을 주장하고 있다. 김포시에서 출퇴근하는 인구의 85%가 서울로 하고, 지하철 등 대중교통 정책 수립에서 서울과 협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행정구역만 나뉘어 있고 실제는 서울 생활권·문화권이라는게 김포시의 주장이다. 김포시가 서울로 편입되기 위해선 김포시가 편입안을 제출하고, 경기도와 서울시가 동의해야 한다. 이후 행정안전부가 ‘경기도와 서울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본회의 의결로 편입이 결정된다. 다만 국민의힘에선 서울시와 경기도의 이해관계가 다른 만큼 김포시민의 의사가 확인되면 특별법을 통해 서울 편입을 결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시는 “11월 초 오세훈 시장이 김병수 시장을 만나 공식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는 “현실성 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시도 간 경계를 조정하는 데 경기도는 배제한 채 정치권과 김포시 간의 개편 논의에 황당해하고 있다. 김포의 서울 편입이 추진되면 서울에 인접한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요구가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통근자가 많은 과천·광명·구리·하남·고양·성남시 등이 거론된다. 김포시의 서울 편입 추진이 국민의힘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여당은 선거용 정책을 내놓기 전에 김포골드라인 혼잡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지적을 새겨 들어야 한다. 행정구역 개편으로 지역을 갈라치기 하며 민심을 뒤흔들고 분란만 일으킨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설] 청춘의 빚, 청춘의 덫으로 코 앞에 왔다

청년층의 가계빚 악화가 예사롭지 않다. 채무부담율, 연체율, 취약차주 비율 등 모든 수치가 악화되고 있다. 올 2분기 소득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은 262%다. 2019년과 비교하면 39%포인트 상승했다. 중장년층이 35%포인트, 고령층이 16%포인트 였다.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연체율도 악화되고 있다. 90일 이상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다. 같은 올 2분기 청년 연체율이 0.58%로 지난해 동기 대비 0.17%포인트 늘었다. 더 걱정인 것은 청년층의 취약차주 추세다.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상태이거나 저신용자 상태다. 연체율 가운데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5.80%에서 8.41%로 치솟았다. 잠재 청년 취약차주 비율도 많아졌다. 지난해 2분기 17.2%에서 올 2분기 17.8%로 상승했다. 0.6%포인트라고 가벼이 볼 게 아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층의 잠재 취약차주 비중은 0.3%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모든 지표가 청년 빚의 심각성을 가리킨다. 대책을 내라고 말한다. 고용 사정 악화나 주거확보 정책 등의 거대 담론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가. 통계가 도출하는 결론은 다르다. 냉정하게 말해 청년층 스스로의 자각 외에 답 없다. 올 2분기 청년 1인당 가계 대출금이 7천900여만원이다. 이 중에 주택 관련 대출금이 70%를 차지한다. 자금조달계획서 기준 연령별 주택 매입 비중도 그렇다. 청년층이 33.1%로 가장 높다. 여전히 젊은층들은 ‘영혼까지 끌어 모으고, 빚 내서 던지는’ 투자에 빠져있다. 과거엔 이렇지 않았다. 주택 대출의 핵심은 40대였다. 20, 30대 시드머니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40대에 주택 구입을 본격화했다. 더구나 최근처럼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때는 2030 대출은 크게 위축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경향성이 이와는 정반대다. 이런 예는 없었다. 2030 청년층 대출이 광기를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주택 마련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청년층까지 국가와 사회가 보전해줘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청년층 빚은 사회의 시한폭탄이다. 미래 불확실성을 높이는 불안 요소다. 그렇더라도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놓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연 1%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다. 레버리지(대출)로 (투자)하는 분이 많은데 경고하겠다.” 이 경고의 중심에 2023 청년층의 영끌, 빚투가 있음은 물론이다. 청춘의 빚이 청춘의 덫으로 다가오고 있다. 모든 통계가 이 길을 가리키고 있다. 시간이 임박함도 알리고 있다.

[사설] 공공기관 이전 퇴사, 우려대로 현실이 돼 간다

‘공공기관 이전’은 이재명호의 대표적 치적이다. 시·군 간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목표를 내세웠다. 그 목표 자체에 이의를 제기할 이유는 전혀 없다. 문제는 근무지 변동에 따른 직원들의 불이익이다. 갑작스러운 원거리 근무로 받게 될 고통이 우려됐다. 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사서원)이 지난 8월 여주시로 이전했다. 2020년 1월 출범한 사서원은 그동안 수원특례시에 있었다. 도 단위 기관의 이주에 여주시와 시민들은 환영했다. 업무는 여전히 수원에 소재한 경기도와 절대적으로 연결돼 있다. 당장 지난주말 열린 복지사 등 300명 워크숍도 화성시 라비돌에서 있었다. 이런 가운데 퇴사자들이 무더기로 나왔다. 현재까지 과장·주임급 직원들 7명이 그만 뒀다. 퇴사 사유는 주거·육아 환경 악화다. 또 있다. 2021년 양평군으로 옮겨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이다. 2019년 10월 수원컨벤션센터 5층에서 개원했다. 이재명 지사의 대표 사업인 지역화폐를 비롯한 상공인 지원 업무를 한다. 개원 당시 직원 규모는 54명이었다. 공공기관 이전 대상 기관 가운데 가장 먼저 이주한 기관이다. 이재명 지사 재임 중 이주라는 점이 주목됐다. 지금까지 직원 8명이 퇴사했다. 전체 15%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 역시 똑같은 퇴사 이유를 얘기했다. 사서원과 경상원은 설립된 지 3년여밖에 안 된다. 비교적 사업이 단조롭고, 소속 직원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퇴사율을 나타냈다. 경기도 전체 산하 공공기관 27곳 중 56%인 15곳이 경기 북·동부지역으로 옮겨간다. 사서원, 경상원보다 훨씬 큰 기관들의 이전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관광공사와 경기문화재단,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2025년까지 고양특례시로 간다. 경기교통공사도 2025년까지 양주시로 이전한다. 도가 준비한 대책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이전 기관 구성원에게 △매달 60만원씩 1년간 주거비 지원 △이주 시 이사비 지원 △기관 수요에 따른 통근버스 지원 등을 전개하고 있다. “갑작스레 생활 기반에 커다란 변화가 온 직원에게 이주를 유도하는 한시적 지원은 대안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해당 기관 직원이 호소한다. 안 그래도 팍팍한 도 살림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추가 대책을 경기도에 요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참여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이론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 공공기관을 경기도에서 지방으로 강제 이주시켰다. 직원들을 위한 지원책에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다. 준비 기간도 십수년씩 소요했다. 그런데도 직원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와 비교하면 어떤가. 경기도의 기관 이전은 보안 작업하듯 갑자기 발표됐다. 그 발표문 속에 직원 이주대책은 어느 것도 없었다. 그 발표문 속에 이미 내재된 문제였다. 그 문제가 이제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설] 국정감사 후 지적사항 처리 결과도 챙겨야

국회는 기획재정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지난 10일부터 27일까지 18일간에 걸친 2023년도 국정감사를 마무리했다. 11월 초 정보위 등 일부 위원회 국감이 남아 있지만 국감 시즌은 끝난 셈이다. 이번 국정감사는 감사원 등 중앙부처를 비롯해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을 포함, 무려 대상 기관은 791개 기관으로, 2022년도 국정감사 대비 8개 기관이 증가했다. 이번 국정감사는 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받고 있는 21대 국회가 국정감사를 제대로 해 국민의 신뢰를 얻기를 기대했으나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난 것 같다. 증인을 불러 놓고 여야가 정쟁으로 국감장을 파행시켜 시간만 허비하게 하는가 하면, 국감장 곳곳에선 고성과 삿대질까지 난무하는 구태의연한 장면이 속출했다. 한 예로 지난 11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 국감에서 11개 대상 기관 중 9개 기관이 질의를 받지 못했다. 총선을 불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국정감사가 실시됐기에 예상된 일이지만, 오전에는 의원들도 자리를 지키면서 국감에 집중했지만 오후에는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 TV, 신문, 유튜브 등을 통해 전해졌다. 이런 의원들의 국감 태도는 각 정당에서 내년 총선 공천 평가에 미반영 등과 같은 요인도 있었다. 민주당은 국감 실적을 내년 공천 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으며, 국민의힘은 공천 심사에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국감 기간에 치러져 여야 모두 선거에 사활을 걸면서 총력을 다해 국감보다 보선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과 구청장선거 후 국민의힘 내홍도 국감은 의원들의 ‘관심권 밖’이었다. 그럼에도 국방위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 국토위의 양평고속도로 건설 문제, 행정안전위의 이태원 참사 원인과 대책문제, 중앙선관위의 선거시스템 보안 문제, 보건복지위의 연금개혁, 기획재정위의 세수 부족 문제 등은 국감을 통해 국정 현안으로 부각됐다. 상시적인 국감이 실시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국정감사는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정감사가 일회성 정치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국회는 국감 이후에도 지적된 문제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가에 대한 결과를 관계기관으로부터 보고 받아 챙김으로써 국감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사설] ‘사형’ 중국 옆에 ‘2년’/한국마약사범, 어디로 몰리겠나

8월4일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다. 중국이 한국인 죄수를 사형시켰다. 마약 5㎏을 판매용도로 소지한 혐의다. 중국에서 사형 당한 한국인은 이로써 6명이다. 2001년 마약사범 1명, 2004년 살인 1명, 2014년 마약사범 4명이다. 중국에서는 1㎏ 이상의 아편이나 50g 이상의 필로폰·헤로인을 밀수·판매·운수·제조할 경우 사형·무기징역·15년 이상의 형에 처한다. 아편 전쟁 역사가 있는 중국이다. 마약사범 처벌이 세계에서 가장 중하다. 10월20일 국내에서 마약 사범이 적발됐다. 밀수입책, 국내 유통책, 마약 구매자 등 37명이다. 검거 과정에서 마약을 압수했는데 무려 9㎏이다. 앞서 사형 당한 한국인에게서 압수한 양의 두 배 가깝다. 적발된 유통책 8명이 전부 중국인이다. 아직 법원 선고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사형이 선고되지 않을 것만은 틀림 없다. 중국에서는 사형 당할 범죄가 바다 건너 한국에서는 징역 1~2년으로 끝나는 셈이다. 마약 사범이 어디를 택할지 뻔하다. 마약청정국이란 말은 이미 옛말이다. 사회 곳곳에 파고든 마약 실태가 정말로 심각하다. 2018년 마약사범이 1만2천613명이었다. 이게 2022년 1만8천395명으로 늘었다. 올 상반기 마약사범은 4천351명이다. 1년 전 같은 기간은 3천976명이다. 9.4% 늘었다. 마약이 개인 쾌락에 그친다는 것도 옛말이다. 환각 상태의 살인 등 2차 범죄로 횡행한다. 최근 3년간 발생한 2차 범죄만 평균 200건 이상이다. 우리 생활 속에 시한폭탄이다. 형량을 강화하라는 요구가 많다. 검찰은 처벌 강화를 선언했다. 6월 대검이 발표한 ‘마약 범죄 사건 처리 기준’이 그것이다.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초범부터 구속 수사하기로 했다. 특히 미성년자에게 판매하는 마약 사범에는 사형까지 구형하기로 했다. 문제는 법원에서 처해지는 최종 형량이다. 2020~2022년 판결 분석 결과가 있다. 실형 선고 비율이 49%,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51%다. 전체 96%는 징역 2년 미만의 형에 그쳤다. ‘처벌 강화가 능사는 아니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형량 강화가 그나마 효과적인 범죄 예방의 수단인 것도 사실이다. 재범률 35%의 마약사범이다. 초범이든 재범이든 ‘2년 살면 끝난다’고 믿는다. 이래서야 강제적 억제가 되겠는가. 중국 마약사범의 한국 전이 현상을 생각해도 그렇다. ‘5㎏으로 사형 당하는 중국’ 옆에 ‘9㎏도 집행유예하는 한국’이 있다. 더 참혹한 마약 왕국으로 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마약사범 형량 높여야 한다. 그제는 인기 배우가 잡혔고, 어제는 유명 가수가 잡혔다. 10대 마약사범 검거는 이제 뉴스도 아니다. 법원 형량만 ‘나 홀로’ 느긋해 보인다.

[사설] 경기·서울 제각각, 수도권 교통정책 단일화 필요하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보다 ‘월등’하다고 자랑하던 경기도의 ‘더 경기패스’ 사업에 난제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전에는 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대중교통 이용 도민에게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주는 ‘The(더) 경기패스’ 사업을 내년 7월 도입한다고 밝혔다. 경기도민이 전국 어디서나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경우, 교통비 일부를 환급해 주는 정책이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대상 ‘K-패스’ 사업과 연계 추진하되, 경기도는 별도로 혜택을 더 준다는 것이다. 경기도보다 앞서 발표한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천원으로 서울 버스와 지하철, 공공자전거 등을 무제한 이용하는 정기 이용권이다. 서울에서만 사용 가능하고 광역버스나 경기도 시내버스, 마을버스, 수도권 전철 중 신분당선 등은 제외된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서로 경쟁하듯 대중교통정책을 발표했지만 실행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지자체 재정난과 효용성 논란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도는 경기패스 시행을 위해 도와 시·군의 연간 부담 비용을 추계하고 있다. 비용 추산이 완료되면 시·군과 협의할 예정이다. 문제는 비용을 도와 시·군이 감당할 수 있느냐다. 경기도는 올해 경기침체 등으로 2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시·군의 세수 결손도 심각하다. 때문에 각종 기금을 동원하고 지방채를 발행하는 실정이다. 재정난으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도와 시·군은 당장 버스 준공영제 시행을 위한 대규모 재원 투입이 예정돼 있다. ‘경기도형 버스 공공관리제’ 시행을 위해 내년에 도비 600억원과 시·군비 1천400억원을, 2025년에는 시·도비 4천200억원을 조달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어디에서 예산을 끌어올 수 있는지 의문이다. 효용성 논란도 크다. 국토교통위 국감에서 여야 의원 모두 경기도와 서울시의 인기 정책이 예산 낭비와 이용자 혼선을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통 전문가들도 같은 생활권을 공유하는 주민들의 편의와 효율성을 위해선 단일 교통정책을 추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경기·인천·서울은 하나의 생활권이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따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면 효과는 미미하고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수도권 광역단체가 협의를 통해 단일화된 교통정책을 펴야 한다. 수도권 3개 광역단체장들도 인식하고 있는 바다. 수도권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3개 시·도 협의체가 있는 만큼 정책 효율화와 주민 편의를 위해 단일 교통정책을 내놓길 바란다. 재원 마련 방안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사설] 기업 파산신청 역대 최고, 그냥 무너지게 놔두면 안 된다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이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올해 9월까지 법원에 접수된 법인 파산 신청 건수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경기 침체에 고금리 상황까지 지속되면서 생긴 결과로 분석된다. 경제 불확실성이 계속돼 파산 신청을 하는 법인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법인은 9월까지 1천213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4% 늘어난 수치다. 최근 10년간 파산 건수가 가장 많았던 2021년 1천69건이었는데, 연말까지 3개월을 앞둔 시점에 이를 훌쩍 넘어선 것이다. 하루에 4.5개 기업이 파산 신청을 한 셈이다. 경기·인천지역의 법인 파산 신청도 역대 최고다. 지난 9월까지 총 317건으로 최근 10년간 가장 많다. 파산 신청한 기업의 대부분은 코로나19 당시 은행권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액은 IBK기업은행에서 1조3천22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농협은행(5천860억원), 하나은행(4천463억원) 등의 순이었다. 은행권에서 자금 대출 뒤 만기일이 도래했지만 상환하지 못해 파산 신청한 법인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다. 이는 건실한 중견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는 끝났지만 이후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 심각한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 악재가 겹치면서 많은 기업이 버텨내지 못하고 있다.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이 사업 자체를 포기하는 ‘파산’ 신청 건수가 빚을 갚고 재기하는 ‘회생’ 신청을 넘어선 것은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다. 파산 신청이 더 늘어날 것이라니, 신속한 처방이 필요하다. 세금과 부담금 인하, 금융 지원 등 다각도의 대책이 절실하다. ‘중소기업 경영애로 및 2023년 하반기 경기전망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세금 및 각종 부담금 인하’(57.8%)를 꼽았다. 이어 ‘정책자금·보증확대 등 금융지원’(55.6%), ‘인력난 해소’(27.6%)였다. 금융지원은 종사자 수가 적고, 매출액이 적은 기업일수록 더 필요로 했다. 살아남기 위해 죽을힘을 다하는 중소기업들은 하반기 최우선 경영전략으로 비용절감, 사업구조 조정 등 경영 내실화, 환율 변동 등 경영리스크 관리를 꾀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의 저렴한 금리 등 다양한 혜택은 우량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미래 성장성을 확보한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탈출구를 마련해 경제 충격을 막아야 한다.

[사설] 고삼호수에 후쿠시마 비유는 안 맞다

김학용 의원(안성)이 국감에서 SK하이닉스의 폐수처리를 걱정했다. 용인에 들어설 SK하이닉스 공장의 폐수가 안성으로 흘러간다. 이를 걱정하면서 문제를 다룬 2021년 협약도 비난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 상생협력 협약’이다. 당시 이재명 지사가 주도하고 김보라 안성시장과 백군기 용인시장이 서명했다. 협약 내용에는 안성시가 요구한 6개항이 들어가 있다. 바로 이 협약을 김 의원은 ‘불공정 협약’이라고 규정했다. “맹독성 물질이 포함된 하루 36만t의 폐수를 안성 고삼호수로 흘려보낸다. 후쿠시마 방류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하에 내보내지만, 폐수는 고여 있는 고삼호수로 들어와 유해 물질이 가라앉아 축적될 수 있다.” “과거엔 고삼호수를 우회해 방류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직접 방류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농산물의 용인 급식 남품과 관련해서도 용인에서 생산되지 않는 농산물 50%로 제한하는 등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협약이다.” 안성시민의 걱정은 당연하다. 그 협약이 안성시민 모두의 뜻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고삼호수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인접 주민이라면 더 그렇다. 고삼면 어업계 주민들은 협약 체결 당시부터 극렬히 반대했었다. 경기도 국감이니 이 얘기를 전한 것이다. 그는 2021년 협약의 보완을 주문했다. “용역을 진행해 폐수를 계속 방류하면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연 도지사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짚어 보겠다”고 답했다. 지적된 협약 내용을 다시 챙겨보자. 폐수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제시돼 있다. 연평균 ℓ당 3㎎ 이하, 실제 ℓ당 2㎎ 이하로 구체적이다. 안성시민을 위한 내용도 여럿 있다. 산업단지 안성 우선 배정, SK건설과 공동 산단 개발, 용인 평온의 숲 이용료 안성시민 감면, SK 사회공헌에 용인·안성 동일 수준 책정 등이다. 농업 지원책도 많다. SK하이닉스에 안성 쌀 사용, 용인 학교급식에 안성 농산물 사용, 원삼농협에 안성 농산물 판매 등이다. 틀어진 것 없다. SK하이닉스 가동은 멀었다. 폐수 수치는 정해 놨으니 그때 점검하면 된다. 안성시민·농민을 위한 약속도 그렇다. SK하이닉스가 가동해야 본격화된다. 지역 걱정은 좋은 일이지만 과한 해석이 전제되면 무리다. ‘후쿠시마 비유’가 특히나 거슬린다. 야권의 대정부 투쟁 화두였다. 이에 진저리를 쳤던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 소속 김 의원이다. 경기도 국감을 하면서 고삼호수와 SK하이닉스에 굳이 끌어다 붙일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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