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비닐하우스에서 숙식하며 생활한다. 이들에게 기숙사나 다름없다. ‘비닐하우스는 사람이 살면 안 되는 곳’이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비닐하우스 안에 조립식 패널이나 컨테이너로 가건물을 만들어 몇 명씩 머문다. 전기장판이나 전기히터로 난방을 하지만 강추위를 막기 어렵다. 화재 등 재난에도 취약하다. 2020년 12월, 포천시의 한 농장에서 캄보디아 국적 속헹씨가 비닐하우스에서 자다가 숨졌다. 영하 20도에 육박하는 한파 경보에도 난방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속헹 사건’ 이후 농촌 이주노동자의 주거 여건 개선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후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주노동자 주거안정 대책은 헛구호에 그쳤다. 여전히 곳곳에서 비닐하우스와 농막 등 불법 가건물이 이주노동자들의 숙소로 쓰이고 있다. 관리도 안 되고 있다. 본보 기자가 현장을 돌아봤다. 포천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네팔인을 만났다. 지난해 8월 비전문취업비자(E-9)로 입국한 이 노동자는 보일러 없는 차가운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잔다. 곰팡이가 핀 비닐하우스에서 두꺼운 점퍼 3~4개를 껴입고 자는데 너무 춥다고 하소연했다. 여주시에서 일하는 캄보디아인도 비닐하우스를 불법 개조해 만든 숙소에서 산다. 난방은 화목보일러로 한다. 그는 인화물질과 비닐이 뒤덮여 있어 화재 위험에 보일러 켜기가 겁난다고 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경기도내 E-9 비자를 가진 이주노동자는 10만9천249명(37.4%)이다. E-9비자는 비전문 직종인 제조업, 건설공사업, 농업, 축산업 등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부여한다. 도농 복합지역이 많은 경기도 특성상 이들 이주노동자는 꼭 필요한 인력이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다. 주거 형편도 나아지지 않았다. 불법 개조한 비닐하우스와 농막 등 가설건축물에서 월 30만~40만원씩 내고 사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이 한파가 몰아칠 겨울을 어찌 보낼까 걱정이다. 제2, 제3의 속헹이 나올까 우려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주노동자 주거안정 대책은 실효성이 낮다. ‘경기도농어업 외국인근로자 인권 및 지원 조례안’은 무용지물이다. 지자체 지원범위가 농·어번기 등에 일시 허가하는 계절근로자(E-8)에만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E-9 이주노동자는 경기도에서 일해도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비자별로 관리 주체가 달라 도는 E-9 노동자에 대해 관리 근거도 없고 지원 계획도 없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속적인 단속을 해도 사각지대가 생긴다며 지도점검과 단속강화 방안을 찾겠다고 한다. 단속이 해결 방법은 아니다.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비닐하우스 기숙사를 금지하고, 안정적 주거환경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경기일보 인터넷 구독자가 100만명을 넘었습니다. 27일 오전 8시43분 집계된 공식 통계입니다. 돌아보면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들이었습니다. 경기·인천 언론 유일의 콘텐츠 제휴사로 선정됐습니다. 2022년 10월14일 공표된 결정입니다. 국내 대표 포털의 콘텐츠 제휴(contents provider)사가 된 것입니다. 준비를 거쳐 올 1월3일 오후 4시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328일째인 오늘, 대망의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습니다. 무한 경쟁에서 만들어낸 결과입니다. CP사 선정만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성장의 길과 퇴보의 길이 똑같이 존재하는 시장입니다. 많은 중앙 언론이 퇴보와 답보의 길을 갔습니다. 구독자들로부터 외면받아 당초 꿈을 접은 것입니다. 그 기로에서 경기일보는 여러분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10만, 30만, 50만, 80만 고지를 앞당겨 달성했습니다. 그 감사한 증명이 오늘의 100만 구독자 인증입니다. 전국 언론이 주목합니다. 전에 없던 변화의 시간이었습니다. 과거의 모든 것을 바꿔야 했습니다. 과거에 가정했던 세상과 전혀 다른 세상을 상상해야 했습니다. 경기·인천을 뛰어넘어 더 큰 대한민국과 소통해야 했습니다. 비교하기 어려운 책임감 속에 기사를 써 가야 했습니다. 뉴스 선택이 달라져야 했고, 편집 구성을 개발해야 했고, 경쟁 언론을 새로 상정해야 했습니다. 취재 현장 기자, 편집 담당 기자, 경영 지원 직원 모두가 져야 했던 짐입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에 왔습니다. 변화가 향한 방향은 하나입니다. 가장 경기·인천다운 것이 가장 대한민국다웠습니다. 경기·인천의 문제가 곧 대한민국의 문제였습니다. 경기일보가 보도하는 문제가 곧 대한민국의 문제였습니다. 지난 328일간 우리가 추구한 뉴스의 핵심 방향입니다. 경기·인천만의 현안을 발굴했습니다. 경기·인천만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제언했습니다. 경기·인천의 정치적 가치를 위해 주장했습니다. 전국을 상대로 토론하고 경쟁하며 경기·인천을 강조했습니다. 언론 환경의 변화는 이 시대 숙명입니다. 그 숙명은 피해갈 수 없는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언론수용자 조사가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뉴스를 이용하는 4대 매체를 꼽았습니다. 텔레비전(76.8%), 인터넷 포털(75.1%),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20.0%), 메신저 서비스(12.0%)입니다. 종이신문 이용률은 9.7%였습니다. 언론 수용자들이 답한 순서입니다. 반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추세가 바뀌지도 않습니다. 종이신문의 중요성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뉴스 생산자로서의 위치는 중요합니다. 검증받고 책임지는 신뢰를 지니고 있습니다. 필요한 것은 이런 생산자의 역할과 전달자의 역할을 함께해 가는 것입니다. 포털에 실어 전하는 시스템의 병행이 절박해졌습니다. 그 기능이 바로 포털과의 콘텐츠 제휴입니다. 경기일보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를 통해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매개 역할을 가늠하는 소중한 측정값도 바로 구독자 100만입니다. 구독자 여러분이 경기일보의 혁신 1년을 만드셨습니다. 2022년 10월14일(CP사 선정), 2023년 1월3일(제휴 시작), 2023년 11월27일(구독자 100만명 달성).... 이 1년을 통해 경기일보 역사를 바꾸셨습니다. 종이신문 구독자도 경인지역 1위입니다. 신문 연매출도 경인지역 1위입니다. 신문 열독률도 경인지역 1위입니다. 통계로 증명되는 경인지역 1위 언론 경기일보입니다. 비견되지 않을 1등 신문의 길에 접어들었음을 확신합니다. 시작에 불과함을 뼛속 깊이 새깁니다. 더 많은 독자를 모시려 노력하겠습니다. 300만, 500만, 그 이상을 위해 뛰겠습니다. 여러분의 고귀한 뜻을 담아가겠습니다.
경기도가 고양특례시 신청사 이전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제2지방재정투자심사에서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고양시가 의뢰한 청사 이전 사업을 반려한 것이다. 경기도는 앞서도 이 사업에 대해 문제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9월11일 지방재정투자심사에서 절차상 이유를 들어 반려했다. 8월에는 도 감사관실에서 예산 확보 및 집행에 법 위반을 지적하고 관련 공무원에 대한 훈계 처분을 요구했다. 그때 골자도 ‘시의회와 대화해서 해결하라’였다. 23일 내린 경기도의 결정 핵심 사유는 두 가지다. 고양시 재정 여건 및 계획 변경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충분한 의견 전달과 주민 설득 등 숙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하나고, 고양시의회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를 통한 기존 신청사의 조속한 종결 등 사전 절차 이행이 다른 하나다. 도 관계자의 설명을 보면 좀 더 간단해진다. 시청사는 일반 투자 사업과 달리 시민들의 공감과 소통이 중요하다며 “적극적 소통 및 노력을 당부한다”고 했다. 주민들과 소통하고 의회와 소통하라는 얘기다. 주민 반대와 의회 반대부터 해결하라는 주문이다. ‘이 조건을 맞추면 수용하겠다’라는 뜻으로 들리기도 한다. 추진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고양시는 답답한 모양이다. 당장 눈앞의 계획했던 절차들에 비상이 걸렸다. 시청사 이전 예산을 편성할 수 없게 됐다. 내년 6월까지 이전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도 결정 하루 만인 24일 오전 반박에 나선 것도 그래서다. 이정형 제2부시장이 설명했다. 4천억원 들이는 신청사 계획은 너무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기부채납된 백석동 업무빌딩으로 이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시가 반복해서 주장했던 이전 논리다. 새로울 것도 없다. 이에 반대론도 여전하다. 경기도의 지적은 여기에 있지 않다. 8월 주민감사 결과에서도, 9월 투자심사에서도, 이번 심사에서도 제기된 주장은 똑같다.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고 시의회 절차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시가 ‘44개 동행정복지센터에서 수십차례 설명회, 간담회를 했다’고 반박했다. ‘시의회와 소통하려고 했는데 시의회가 받아들여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소통의 목적은 합의 또는 최소한의 공감대 형성에 있다. 그 평가는 소통 횟수가 아니라 형성된 결론에 있다. 무엇을 토론해서 무엇을 합의해냈는지가 중요하다. 민주적 행정이란 게 다 그런 것이다. 소각장, 장사시설, 비행장이 곳곳에서 현안이다. 수년씩 걸리면서도 소통한다. 그게 순리니깐 그렇게 한다. 신년사에서 처음 알리고, 1년 반 만에 다 끝내고.... 문제의 출발은 이 숨 가쁜 조급함이다. 이 비상식적 일정이 시민, 의회, 공무원을 다 힘들게 한다.
지난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2분기(5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천58만4천개로 지난해 동기보다 37만9천개 늘었다. 그러나 오히려 임금근로 일자리 증가 폭은 지난해 1분기 75만2천개로 정점을 찍고 이듬 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둔화하고 있다. 특히 증가 폭이 30만개대로 내려온 건 2021년 4분기(37만6천개) 이후 처음이다. 더욱 큰 문제는 연령대별 일자리 분포다. 즉, 60대 이상 일자리가 29만개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으니, 이는 전체 일자리 증가분과 60대 이상 일자리 증가분을 단순 비교하면 10개당 7.6개꼴이다. 반면 20대 이하 일자리는 6만8천개 줄었다. 지난해 4분기(-3만6천개), 올해 1분기(-6만1천개)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는 늘었지만, 청년 일자리만 유일하게 감소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 일자리가 계속 감소하는 것은 큰 문제다. 특히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도 상당히 낮아 보인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4년제 대학생이 전망하는 올해 예상 취업률은 49.7%로, 올해 취업 환경이 지난해보다 더 열악하다는 응답이 30.3%에 달했다. 청년들은 한국 사회의 미래다. 청년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사회의 미래가 없다는 것과 같다. 이들에게 건전한 근로 의욕을 고취하고 경제의 활력을 되찾으려면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결국 이들의 일자리는 기업이 창출해야 하며,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런 심각성을 외면하고 있다. 이번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을 보면 취업 전 청년의 직무 경험 누적을 위한 사업 등 윤석열 정부의 청년 일자리 활성화 관련 예산 2천382억원을 야당에서 일방적으로 삭감했다. 그 대신 거대 야당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의식해 내년에 5조6천억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월 3만원 청년 패스’와 같은 포퓰리즘적인 현금 살포 정책으로 청년들의 환심을 사려 하고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괜찮은 일자리가 없어 그냥 쉬었다”고 응답한 청년이 41만명 정도라고 한다. 이들이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상태의 미취업자 청년을 뜻하는 니트(NEET)가 돼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청년 일자리 감소의 심각성을 깊이 인식,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 수원·화성과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운영하는 경진여객 노조가 임금 인상과 배차시간 조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경진여객은 수원역과 사당역을 왕복하는 7770번, 고색역과 강남역을 운행하는 3000번, 서수원과 사당역을 다니는 7800번 버스 등 14개 노선에서 177대의 광역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경진여객의 광역버스 승객은 상당히 많아 계속된 파업으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경진여객은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5차례 부분 파업을 했다. 게릴라성 파업이어서 시민들의 불편이 더 컸다. 22일에는 총파업을 했다. 오전 4시30분 첫차부터 전체 노선의 177대 버스가 멈춰 섰다. 이날 파업은 하루 종일 버스 운행을 중단, 출퇴근 시간대에만 운행을 중단했던 이전 파업에 비해 한층 투쟁 수위를 높인 것이다. 노조는 이날 수원역에서 700여명이 모여 ‘총파업 결의대회’를 가졌다. 예상대로 곳곳에서 난리가 났다. 출퇴근길 발길이 묶인 직장인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시민을 볼모로 삼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수원시는 출퇴근 시간에 맞춰 3개 노선에 전세버스 50대를 투입해 운영했으나 배차시간이 일정치 않아 승객들은 혼란과 불편을 겪었다. 경진여객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6%의 임금 인상과 배차시간의 현실적인 조정이다. 노조는 “버스 노동자들의 휴식권이 보장돼야 시민의 안전한 이동권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공공버스(준공영제) 시행과 도로교통법 개정 등으로 운행 여건이 달라졌는데 운행 횟수는 예전과 똑같아 승무사원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7770번 버스의 경우 수원역~사당역을 2시간50분에 왕복해야 운행 횟수를 맞출 수 있다. 이는 과속과 난폭운전에 내몰리게 되고, 승무사원의 피로가 가중되는 구조다. 배차시간을 빠듯하게 정해 놓고 사고가 나면 최고 1개월간 출근 정지다. 이런 게 부당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하지만 사측은 경진여객 버스가 경기도공공버스여서 노선별 운행 횟수가 경기도 인허가와 입찰 과정에서 조율이 끝났다고 맞서고 있다. 운행 횟수를 줄이면 이용객 불편이 커진다며 노조가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임금 인상도 4%를 주장하고, 징계는 경영권에 속해 노조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답답한 건, 경기도가 “도가 개입하면 위법 소지가 있다”며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공공버스는 도민 세금이 투입된 대중교통수단이다. 노사에만 맡겨두고 나 몰라라 하면 안 된다. 시민이 볼모가 되게 해서도 안 된다. 시민 불편을 해소하고, 승무사원의 안전 운행도 보장되도록 경기도가 나서서 중재와 조정을 해야 한다.
유권자의 비율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 유권자가 줄었다고 해당 세대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반면, 국민의 균등한 정책 혜택 제공이라는 측면도 중요하다. 많은 유권자가 집중된 세대는 그만큼 정책 수요가 큰 집단임을 뜻한다. 해당 세대에 대한 집중과 선택으로 정책의 방향이 옮겨가야 함은 당연하다. 그런 유권자 집단의 크기 변화가 이번 총선에 생길 것 같다. 젊은 유권자(18~39세)보다 60세 이상 유권자가 많아진다는 전망이 있다. 10월31일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 결과다. 60세 이상 인구가 약 1천391만명, 젊은 인구가 1천373만명이다. 60세 이상 인구가 18만명가량 많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연령 분포가 역전됐다. 당시 60세 이상은 1천324만명, 젊은층 인구는 1천417만명이었다. 100만명가량 젊은층이 많았다. 내년 4월 총선은 10월31일 기준으로 5개월 뒤에 치러진다. 급격한 고령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30만명 이상까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변화에 대해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국민의힘 등 보수층에서는 스스로에 유리한 구도라고 분석한다. 전통적으로 60대 이상은 강한 보수 성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투표율도 다른 세대에 비해 높다. 반면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의 분석은 다르다. 젊은층 표심의 높은 진영 충성도를 여전히 자신한다. 여기에 사전 투표 이후 나타나는 높은 투표율도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본다. 정당별로 받아들이는 해석과 해법이 이렇게나 다르다. 이걸 평하거나 분석하지 않겠다. 현 단계에서 의미도 없고 정확하지도 않다. 대신 60대 이상 계층을 위한 정책적 배려의 필요성이 커졌음은 강조해 두려 한다. 너나없이 은퇴·노후·건강에 대한 절박함을 갖고 있는 세대다. 복지 증진에 대한 갈증이 경제활동 세대에 비해 훨씬 크다. 그래서 나온 게 정치권의 정년 연장이나 기초연금 증액 논의다. 각 당이 내놓게 될 맞춤형 정책 공약도 세심히 평가될 것이다. ‘간병비 지원’ 같은 공약 경쟁이 예상된다. 거듭 강조하건대, 젊은층을 위한 정책 지원에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미래 한국을 위한 투자이며 국가 생산성 향상의 척도다. 그러면서도 늘어난 노인 인구와 유권자에 비례하는 정책 개발은 반드시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가다듬어진 정책과 공약에 60대 이상 표심이 예민하게 반응할 게 틀림 없다. 60대 이상의 삶이 그만큼 고단하고 버겁기 때문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3기 신도시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H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주택지구 중 구리 토평2를 비롯해 기존 3기 신도시 중 광명 시흥, 과천, 남양주 왕숙2, 하남 교산 등의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3기 신도시 사업 주체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잇따라 터진 직원 땅 투기와 철근 누락 사태로 휘청거리는 사이 SH가 빈틈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김헌동 SH 사장은 “정부에서 추진 중인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달성하려면 LH나 경기주택도시공사(GH)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업 참여 의지를 강력히 피력하고 있다. 3기 신도시 90% 이상이 경기도에 공급된다. SH가 권역을 넘어 경기도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건 자치권 침해다. GH가 발끈하는 게 당연하다. 김세용 GH 사장은 “SH의 3기 신도시 참여 요청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생뚱맞게 끼어들어 명분도 없고 합리적으로 이해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현행 지방자치법과 지방공기업법에 따르면 지자체가 설치·경영하는 공기업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때 ‘주민’은 해당 지자체의 관할 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사람이다. SH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만큼 서울시에서 서울시민을 위한 사업만 하면 된다. 왜 경기도 관내 사업에 숟가락을 얹으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과천, 하남 교산, 광명 시흥, 남양주 왕숙 등 먼저 발표된 3기 신도시는 LH와 GH의 참여 지분과 사업 구조가 이미 정해졌다. LH 지분이 70∼80%가량이다. 지분을 조정하고 경기도에서 주택사업을 하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단 경기도와 GH가 동의해야 하는데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국토부는 SH가 다른 지자체에서 사업을 하는 게 지방자치법·지방공기업법에 위반되는지 행정안전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사업 승인이 안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SH의 영역 확장을 결정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경기도는 물론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의 승인을 받는 것부터 난관이다. 신도시 조성사업은 최소 수조원의 초기 비용을 빚을 내 조달한 뒤, 이를 15~20년에 걸쳐 회수하는 구조다. 토지보상과 관련한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인 데다 분양가도 민간 사업자들처럼 높게 받을 수 없어 적자 위험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SH의 부채비율은 185% 수준이다. 3기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면 부채 비율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SH 입장에선 서울에서 개발할 택지가 없어 사업 확장이 필요한 상황일지 모르겠으나, 그렇다고 권역을 넘어 경기도 사업에 기웃거리는 건 말이 안 된다. SH는 서울에서의 주택 공급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경찰이 이상한 일을 했다. 듣기도 민망한 공적 포장이다. 탈주범 검거 유공자 특진 과정이다. 재소자 김길수가 탈주한 건 지난 4일이다. 안양의 한 병원에서 진료 받던 중 달아났다. 이후 63시간 만에 의정부시에서 붙잡혔다. 공이 큰 경찰관 두 명이 특진했다. A경사는 경위, B경장은 경사가 됐다. 국민들이 모두 칭찬했고 박수 쳤다. 당연히 특진에도 아낌 없는 축하를 해줬다. 그런데 뒤늦게 공적 과장(誇張) 논란이 불거졌다. 부풀려졌다는 얘기다. 당시 의정부 경찰서가 A경위(당시 경사)의 공적을 설명했다. “검거 당시 김길수의 여성 지인 B씨와 함께 있으며 밀착 감시를 하다 일반적인 휴대전화 번호와 다른 번호가 뜬 것을 보고 즉시 전파했다.” 연계성을 예견한 밀착 감시였다는 설명이다. 전화번호를 보고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신속한 상황 전파를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날뛰는 탈주범을 잡은 기지와 대응이 강조됐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실제보다 많이 과장되고 극화된 듯하다. 확인된 바는 이렇다. A경위는 당시 여성 지인 B씨와 있지 않았다. 김길수가 B씨가 일하던 가게에 유선 전화를 했다. 이 전화기에 전화번호가 표시됐다. 다른 사람이 이 번호를 경찰관에 알렸다. 해당 번호 추적이 시작됐다. A경위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경찰의 공적 설명이 모두 허위였던 것이다. 경찰도 설명이 잘못 됐음을 인정했다. 제보자를 보호하려다가 오해를 일으켰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A경위와 해당팀이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앞뒤 안 맞는 해명이다. 일부분에 대한 오해가 아니다. 결정적인 순간, 그 역할의 주인공이 통째로 바꿔치기 됐다. 하지 않은 감시를 했다고 했고, 하지 않은 판단을 했다고 했고, 하지 않은 전파를 했다고 했다. 제보자 보호라는 주장도 그렇다. 탈주범 검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시민이다. 당연히 크게 포상해야 할 기여다. 익명을 요청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A경위와 해당 팀’의 역할 강조도 적절치 않다. 해당 팀이 다 특진했다면 문제 없다. A만 특진했잖나. 그게 문제가 된 것이고. 국민 실망 못지않은 게 있다. 주위 동료들의 좌절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것은 블라인드 경찰청 게시판이다. 내부 직원들의 익명 커뮤니티다. 여기에 특진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동조하는 댓글이 다수 붙었다. 같은 경찰서 내 동료들일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김길수를 검거한 경찰의 의견일 수도 있다. 내부로부터의 불만과 불신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경찰이 생명 걸고 뛰는 이유는 사명감이다. 그나마 위로가 특진이다. 이마저 왜곡되면 경찰이 뭘 보고 현장을 뛰겠나. 사실과 다른 공적과 이에 근거한 경위 특진. 경찰은 ‘사소한 실수’라고 한다. 우리는 ‘심각한 고의’라고 본다.
‘지역입찰 제한제’는 지역 건설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계약 발주를 할 때 추정가격이 일정 금액 미만인 계약에 대해 관할 시·도에 본사가 있는 업체로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한다. 종합 공사는 100억원, 전문·기타 공사는 10억원, 일반 용역은 3억3천만원 미만 등이다. 하지만 지역입찰 제한제에 허점이 있어 실효성이 미흡하다. 원도급자는 지역 소재 건설업체가 선정되지만, 하도급은 타 지역에 맡겨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 때문에 타 지역 업체들이 하도급 공사를 수주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지역업체들에는 큰 손해다. 지자체의 세수 손실도 있다. 실제 광명시가 발주한 ‘업사이클 문화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경우 지역입찰 제한제를 통해 원도급은 안양의 종합건설업체가 수주했지만, 하도급 업체는 3곳 중 2곳이 서울 업체였다. 군포시의 ‘상생드림플라자 조성공사’도 하도급 업체 3곳 중 2곳만 도내 업체였다. 경기도의 전문건설업체는 지난 10월 기준 1만6천426곳이다. 전국의 20.2%를 차지, 시·도 중 가장 많다. 서울 1만1천588곳, 인천 3천296곳에 비해 업체 수는 월등히 많지만 일감 수주는 쉽지 않다. 경기도에서 진행되는 공사 물량의 70% 이상을 경기도내 업체가 아닌 타 지역 업체가 수주하고 있다. 2021년 경기도내 공사 물량의 총 하도급 금액은 약 25조4천800억원인데 이 중 서울업체가 44.7%(11조3천836억원)를 수주했다. 경기도 업체는 서울보다 4조원가량 적은 7조5천947억원(29.8%)에 그쳤다.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활성화 촉진 조례’가 있다. 지역 건설산업에 참여하는 대표사는 지역 중소건설업체와의 공동도급 비율을 49% 이상, 지역건설산업체의 하도급 비율을 60% 이상으로 규정해 민간이 개발하는 지역건설산업에 대한 공동참여와 직접 시공비율의 확대를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30%에도 못 미친다. 서울의 경우 총 하도급 금액의 59.8%를 서울 업체가 수주했고, 부산은 51%를 부산지역 업체가 수주했다. 경기도 업체는 그렇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경기도는 공동도급 활성화 등 지역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 등 행정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지역건설산업의 추세는 대부분 공동도급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특히 공공 분야의 경우 입찰 공고나 인허가 과정에서 지역 종합건설업체와 전문건설업체가 함께하는 공동도급 형태의 운영을 더 늘려야 한다. 심의 과정에서도 지역업체 자재를 쓰도록 하는 비율 명시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지역업체가 살아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고 세수도 늘어난다.
인요한 혁신위의 정치 현실감이 부족한 것 같다. 개별 혁신안 사이에 모순이 얘기된다. 논란이 불거진 결정적 계기는 4호 혁신안이다. 낙하산·전략공천을 원천 배제하자는 제안이다. 모든 후보자를 경선으로 뽑자고 요구한다. 공정한 선정 기준에는 부합하는 내용이다. 상향식 공천 실현에 더없는 원칙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모두가 동의하는 목적까지 있다. 대통령실 측근들의 낙하산 인사를 막자는 취지다. 올바른 원칙과 분명한 방향은 충분히 읽힌다. 바로 이 번듯한 원칙이 당내에서 논란을 야기한다. 앞서 발표된 혁신안과 상호 충돌하는 모순 지적이다. 앞서 혁신위는 청년 우선 공천과 청년 할당제를 제안했다. 청년(45세 미만) 유권자 비율 37%에 맞추자는 방안이었다. ‘우선 공천’, ‘공천 할당’ 등의 단어 자체부터 차별적·우선적 의미다. 그래야 할 이유가 있다. 현실적으로 청년 정치인, 정치 신인이 기존 후보군을 경선에서 이기기 어렵다. 바로 이 3안과 ‘완전 자유 경선’(4안)이 안 맞다는 것이다. 혁신위가 반박했다. 3안에 따르면 청년 전략 지역구는 별도로 지정하게 돼 있다. 그 지역구에서는 청년들끼리 공개 경쟁을 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니 청년 우선·할당과 완전 경선은 배치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혁신위는 당선 가능한 순번에 비례대표 청년 50% 의무화를 추천했다. 청년 지역구도 적지 않은 비율일 것으로 예견된다. 그 지역 모두에는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이 있다. 이들을 강제로 배제시키는 구조다. 그들에는 불공정 경선일 수 있다. 지도부 중진·친윤(친윤석열) 배제 원칙과도 충돌가능성이 있다. 혁신위가 요구해온 것은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다. TK·PK 중진들을 수도권에 출마시키겠다는 것이다. 완전 경선이면 이들 역시 수도권 생소한 지역에 가서 공천경쟁을 해야 한다. 글쎄다. 수도권에도 지역 표심이 있다. 중진·친윤이라고 어서 오라며 덜컥 받아주겠나. 중진·친윤 의원들도 이런 지역 특성을 잘 알고 있다. 누가 짐 싸들고 와서 바닥 경쟁을 시작하려 들겠나. 가장 어색한 건 수도권 국민의힘의 현실과의 괴리다. 보수 정당이 십수년 패배하고 있다. 패배가 뼛속까지 익숙해져 있다. 이를 극복할 유일한 길은 전면 쇄신이다. 대대적인 후보 교체다. 당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인재를 이삭 줍듯 긁어 모으고 있다. 완전 자유 경선은 이런 전략과 상충된다. 대통령 지지도 30% 중반 여당이다. 인재들이 몰려드는 여건도 아니잖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의사다. 그 스스로 이를 빗댄 비유를 했다. ‘의사로서 환자에 맞는 처방을 하겠다.’ 이제 그 처방의 결과가 나올 때다. 성공하면 인술이 되는 것이고, 실패하면 의료사고가 되는 것이다. 인술은 당을 살리는 것이고, 의료사고는 당을 죽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