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도 항일 무명의병 조례, 전국 확산 기대한다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황대호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부위원장(민주당·수원3)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이 지난 21일 경기도의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를 통과했다. 한말 일제에 항거한 무명의병과 관련된 조례 제정은 전국 최초다. 국권 침탈에 맞서 싸우다가 순국한 무병의병을 발굴하고 기념하는 일을 경기도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의 독립운동사를 다시 되짚게 되는 만큼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황대호 의원은 “이번 조례로 특정 영웅을 중심으로 서술된 기존의 역사 인식을 성찰하며 공동체를 위해 살신성인한 무명의병을 재조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에 관한 조례’는 1895년부터 1910년 국권 피탈 전후까지 일제에 맞서 싸운 의병 발굴 사업에 대한 도지사의 책무를 규정했다. 여기엔 무명의병운동 유적지 발굴 및 기념시설물 설치, 추모 및 기념사업, 희생·공헌자의 발굴, 역사적 자료의 수집·보존·관리·전시 및 조사·연구, 교육·홍보 및 학예 활동, 경기도 한말 무명의병 지원 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을 명시했다. 경기도는 내년도 사업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조례 제정과 함께 예산을 편성, 무명의병의 희생정신과 숭고한 업적을 발굴·계승·발전시키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는 구한말 의병 격전지였다. 을미의병 발생 후 일제강점기 이전까지 100곳 이상에서 일본군에 맞선 전투가 벌어졌다. 6천명 가까운 의병이 전투에 참가했고, 1천명 넘는 의병이 사망했다. 그런데 경기 출신으로 독립유공자로 서훈받은 의병은 216명뿐이다. 전투에 참가한 의병, 순국했거나 옥고를 치른 의병의 대부분은 이름도 알지 못한다. 경기일보는 지난해 8월부터 ㈔역사문화콘텐츠연구원과 함께 ‘잃어버린 무명의병을 찾아서’라는 기획을 통해 무명의병 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경기도가 무명의병 전수조사와 함께 기념사업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에는 황대호 의원이 ‘경기도 무명의병 기억과 지원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황 의원은 이어 조례안을 발의했고, 도의회 본회의에서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무명의병 재조명과 기념·지원사업의 근거를 마련했다. 경기도는 조례 제정과 함께 무명의병을 발굴하고 기념·지원하는 사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경기도에서 출발한 무명의병 사업이 국가와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되길 기대한다.

[사설] 의왕 도시公, 본부장이 자기 수당 인상/이런 의결을 의왕시는 모르고 있었을까

아무리 우호적 시각으로 보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의왕도시공사 임원들의 명절 수당 신설 셀프 처리다. 공사는 시민의 혈세로 만들고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임금에 관한 업무는 시민의 뜻에 기반을 두고 운용돼야 한다. 그 기본 중의 기본이 정당한 절차와 엄격한 논의다. 이런 절차와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의왕도시공사가 사규 심의위원회를 연 것은 지난 10월이다. 일부 임원에 대한 명절 수당 지급안 신설이 안건이었다. 이날 통과된 안건의 지급 대상자는 도시공사 본부장 2명이다. 신설된 수당은 설과 추석에 각 350만원씩 700만원씩이다. 도합 연간 1천400만원의 없던 수당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는 사규 변경이다. 문제는 신설 수당을 받게 되는 당사자 2명이 해당 사규심의위원회에 참석해 의결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본부장 1명은 위원장으로, 다른 본부장 1명은 위원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임금을 결정짓는 위원회에 자신들이 참여해 통과시킨 셈이다. 누가 봐도 부적절한 의결 참여지만, 의결을 회피하거나 기피하려고 했던 흔적은 없다. 서창수 시의원은 “(의왕시) 재정 상태가 어려운데도 공사 임원인 본부장이 위원장으로 참여한 것만으로도 윤리적 문제로 지적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의왕시의 2023년 예산은 5천924억원, 이 중 일반 회계는 4천976억원에 불과하다. 재정 재립도 역시 35.7%로 2019년(37.3%) 이후 계속 나빠지는 추세다. 내년은 더 어려워진다. 어느 모로 보나 없던 상여금 1천400만원 신설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걸 수급 당사자들이 들어가 방망이 두들기고 재청하며 통과시켰다. 의왕시민 누가 옳다고 하겠는가. 지금 와서 어떤 제재가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법률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서 의원 주장대로 ‘윤리덕 도덕적 비난’에 그칠 사안일 수도 있다. 그렇대도 한 가지는 설명은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황당한 셀프 수당 처리를 의왕시는 몰랐나. 의왕도시공사 본부장 둘이 의왕시 모르게 처리한 것인가. 이런 규칙 개정이 시청 모르게 추진될 수 있는 것인가. 우리는 일찍이 이런 예를 지자체에서 본 적이 없다.

[사설] 문화 예술 후원, 새해부터 활성화되기 바란다

추상화가인 안상훈씨는 문체부 후원을 받아 왔다.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이었다. 이게 끊기면서 작품 활동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성남지역 업체인 벽산엔지니어링㈜이 후원자로 나섰다. 맘 놓고 창작에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일반인에게 낯설기조차 한 문화 예술계 후원 사업이다. 지역 문화 예술을 진흥시키는 데 더없이 소중한 시스템이다. 지방자치의 핵심이 지방문화 창달이라면 이를 실현할 민간의 영역이다. 문화 예술계에서는 일반화된 지 오래된 개념이다. 참여하는 업체의 규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간 전국에서 조성된 문화 예술 후원금이 1천100억원 정도다. 2019년 306억6천만원이었다. 코로나19로 줄었지만 여전히 연간 170억~180억원의 후원금이 조성된다. 문화 예술 발전은 물론 소외계층 문화 예술 향유 등의 역할도 톡톡히 한다. 경기문화재단도 올해 사업 활성화를 위해 나섰다. ‘경기예술나무’ 브랜드 사업이다. 만시지탄이지만 좋은 결실로 이어지기 바란다. 경기도와 인천은 이 영역에 대한 실적이 유독 저조하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의 기부금이 2억7천여만원이다. 2016년에는 6억9천만원이었다. 인천문화재단 역시 지난해 1억7천만원을 조성하는 데 그쳤다. 다른 지역과 규모에서 차이가 크다. 서울문화재단이 13억원, 대전문화재단 4억4천만원, 부산문화재단 2억9천만원이다. 1천300만명의 인구와 산업이 집중된 경기도와 안 맞는다. 경기도 기업이 유독 문화 예술계에 인색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볼 수 없고 그렇게 볼 근거도 없다.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면 그건 지자체의 의지다. 서울문화재단은 후원 기업 홍보, 기업 설명회 개최, 세제 혜택 안내 등을 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은 후원자의 날을 매년 개최하고 SNS를 통한 홍보를 체계화했다. 부산문화재단은 ‘감사의 밤’을 마련해 성과 보고, 감사패 전달 등을 해온다. 감사장 발송이 거의 전부인 경기도와 다르다. 민선 8기 경기도는 문화 예술에 관심이 높다. 예술인에 대한 기회소득 제공도 시작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예술 복지다.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을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개념이다. 기업의 문화 예술 후원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회 소득이 지자체에 의한 지원이라면 기업 후원은 민간에 의한 지원이다. 두 방향의 지원이 어우러질 때 지역 예술 문화의 토대는 든든해질 것이다. 2024년부터 우리 언론을 포함한 모두의 관심을 소망한다.

[사설] 경기도 ‘한의약팀’ 설치, 의료복지·산업 발전 기대한다

경기도청에 한의약 육성·지원 사무를 담당하는 ‘한의약팀’이 보건의료과 내에 설치됐다. 한의약 전담부서 설치는 전국 광역지자체 중 최초다. 한의약은 국민들 삶에 가깝게 닿아 있는데도 행정적으로 소외돼 왔다. 경기도한의사회는 한의약팀 신설로 적극적인 한의의료 서비스와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더불어 한의약을 통한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경기도 한의약 산업 발전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3년 ‘한의약육성법’을 제정했다. 법에 근거해 5년마다 ‘한의약육성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기초로 매년 세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는 한의약 관련 정책을 전담 추진하는 한의약정책관실이 있고, 그 아래 한의약정책과와 한의약산업과를 두고 있다. 중앙부처에는 한의약 전담부서가 있는데 지자체에는 한 곳도 없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졌다. 지방정부에도 전담부서를 둬야 정책과 사업이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경기도에선 2019년 5월 ‘경기도 한의약 육성을 위한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에는 한의약 육성계획 수립·시행을 위해 보건건강국 소속으로 한의약정책 전담부서를 두며 그 구성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도지사가 따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조례 제정 4년이 지났는데도 한의약 전담부서는 설치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경기도 한의약팀 신설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 우선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의 협업이 가능해졌다. 한의약육성법에 명시된 지자체장의 임무 중 ‘한의약 육성 지역계획 수립 및 시행’, ‘한의약 기술 진흥 시책’, ‘한의약기술의 정보화·과학화를 위한 시책’ 등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 한의약팀 신설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도에 한의약 전담부서를 설치해 주세요’라는 경기도민청원을 받아들인 결과라는 점도 주목된다. 해당 청원은 (서)양의학 중심의 보건의료행정으로 한의약이 건강보험 적용 범위, 국가 의료지원 사업 등에서 차별받고 있다며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한의약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경기도 한의약 육성계획을 수립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청원은 1만2천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김 지사는 “한의약 관련 사무가 체계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고, 6개월여 만에 전담부서가 설치됐다. 도민청원에서 전담부서 설치까지 경기도한의사회의 역할이 컸다. 한의약팀 신설로 지역보건의료 및 공공의료 복지에 활발한 서비스가 기대된다. 보건소별로 흩어져 있는 한의약 사업을 체계적으로 기획, 보건의료지표 향상과 역량 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관련 산업 활성화 등 한의약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설] 농촌체험마을 붕괴 위기, 정부·지자체 적극 지원 나서야

농촌체험휴양마을이 붕괴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체험객과 방문객 급감,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어 여러 마을이 운영을 포기했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은 2008년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활성화됐다. 농촌의 자연환경과 전통문화 등을 활용해 각종 생활체험과 함께 휴양공간(팜스테이)을 제공, 도시민들의 인기가 높았다. 방문객이 증가하면서 매출도 크게 늘었다. 이에 지속가능한 농촌 활성화와 농업인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 사업에는 국비와 지자체 예산이 투입됐다. 사무장 활동비, 보험가입 지원, 리더 및 사무장 역량교육 등에 예산 일부가 지원됐다. 나머지 운영비는 마을에서 자체 부담했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은 2020년 기준 전국에 1천115곳이나 됐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체험객과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때부터 마을들이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경기도도 115곳의 농촌체험휴양마을이 운영 위기에 처해 있는 상태다. 양평외갓집체험마을은 규모나 체험객 수에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곳이다. 성수기엔 체험객이 하루 1천500여명에 달했지만 지금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광주시 도척면의 산두른마을도 한 해 수만 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았지만, 경영난 속에 올해 초 운영을 포기했다. 연 최대 2만5천명의 관광객을 유치했던 오산시의 서랑동문화마을도 2021년 말 운영을 중단했다. 2018년 104만8천명에 달했던 경기도의 체험객은 2022년 53만3천명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9월 기준 35만9천명이 농촌체험마을을 찾았다. 매출액도 2018년 147억4천100만원에 달했으나 2022년 91억7천100만원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9월 기준 72억5천300만원에 그쳤다. 관광객이 줄고 매출이 감소하면 농촌체험마을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코로나 시국에 농촌체험마을은 소기업, 소상공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손실 보상 등이 제외됐다. 쇠락하는 농촌체험마을에 대한 시·군 지원도 거의 없다. 관광객과 매출액은 줄어들고 인건비와 전기세 등 고정비용은 증가해 운영자들의 고통이 큰데 정부는 사무장 인건비마저 끊겠다고 한다. 다행히 경기도가 내년부터 7억6천만원을 투입해 농촌체험휴양마을을 살리겠다고 한다. 컨설팅과 활동비 지원, 통합 홍보에 사무장 활동비도 지원할 계획이다. 농촌 활성화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 폐쇄 전에 체험휴양마을을 다시 살려야 한다.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과 인프라 구축 등 활성화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사설] 어라운드뷰 사업에 로비 있었나

경기도가 추진하는 어라운드뷰 사업이 있다. 운전자가 차량 주위 360도를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다. 주차를 하거나 좁은 길을 지날 때 효과적이다. 보행자의 안전에도 큰 도움을 준다. 최근 관련법이 개정돼 우회전 시 차량은 일시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보조를 맞춰 버스에 장착하도록 도가 지원을 결정했다. 투입되는 예산은 27억원으로 이 가운데 21억원을 도가 지원한다. 문제는 이 장비를 제공하는 업체 선정에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업체는 조달청 미등록 논란에 휘말렸다. 경기도와 경기버스운송조합 점검에서도 확인됐다. 계약이 철회됐고 철거 명령을 받았다. 그 뒤 다시 조달청 벤처나라에 등록해 제품을 재설치하고 있다. 업체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도에서 나온 자료에 해당되기 때문에 상관 없다. 사양기준에도 이상이 없다’고 해명한다. 그러면서 제기하는 것이 타 업체의 흡집 내기다. ‘기본사양도 안 되는 업체가 들쑤시고 다니고 있다’며 역(逆)음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야간 조명 능력에 문제가 지적되는 업체도 있다. 야간에 보이는 기능이 미흡해 부적합하다는 문제 제기다. 이 회사도 이미 한 버스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역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기준표대로 검사하고 테스트했다. 조도는 사양 기준대로 검사를 마치고 우수 제품으로 승인받았다.’ 불공정성 및 로비 계약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있다. “(제품 성능이 떨어지는데도) 지방 의원을 통해 특정 업체를 봐달라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사업 대상이 되는 버스 업체는 도내 17개 시·군의 26개 업체다. 차량은 차령 5년 이내인 900여대다. 지역 또는 조합 단위로 업체를 선정해 계약하고 있다. 기기를 생산 공급하는 업체는 대부분 기술력 위주의 소규모 기업이다. 통상 이런 경우 업체 선정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과열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기된 조달청 미등록 업체 논란, 야간 조명 기능 논란 등이 그런 경우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잡음이다. 하지만 이와는 차원을 달리 봐야 할 의혹이 있다. ‘지방 의원’으로 특정되는 로비 주장이다. 공공 업무에 지방 의원이 관여했다는 의혹 제기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범죄행위다. 정상적인 경쟁구도를 무산시킨 신뢰 상실 행태다. 작은 잡음부터 분명히 밝히고 가야 한다. 늦어지면 조합은 물론 경기도까지 진흙탕 싸움에 휘말릴 수 있다. 기술력을 앞세운 소규모 업체들은 이런 경쟁에 사활을 건다. 잡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얘기다. 진상 파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사설] 고립·은둔 청년 지원, 경기도 조례·예산 마련해야

고립·은둔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를 보면, 세상과 단절된 청년들의 고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자살을 생각한 비율이 75.4%나 되고, 삶의 만족도는 3.7점에 그쳤다. 정부는 사회활동이 크게 줄어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받기 힘든 ‘고립 청년’이 54만명, 이들 중 제한된 공간에 스스로를 가둔 ‘은둔 청년’이 2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고립·은둔 청년 문제는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사회적 관계 안전망이 약해진 데다 청년 구직난이 악화돼 심각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고립·은둔 청년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5~34세가 대부분이고, 2명 중 1명꼴로 심리적·신체적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10명 중 7명은 자살까지 생각했다니, 하루라도 빨리 이들을 사회로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10명 중 8명은 고립·은둔 상태를 벗어나고 싶다고 했다. 도움의 손길을 절실히 원하는 만큼, 사회 적응과 취업 등 맞춤형 전방위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고립·은둔 청년을 방치하면 개인적 불행을 넘어 가족 해체나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7조원에 달하는 사회적 비용 손실이 초래된다고 한다. 생산가능인구의 경제활동 참여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사회 활력도 떨어지게 된다.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 재기 지원에 적극 나서는 반면, 경기도는 현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부는 전국 54만명 중 12만3천여명(22.8%)이 경기도에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도는 자체 조사도 안했고, 이들의 재기를 돕기 위한 정책과 예산도 없다. 근거 조례, 예산 미비 등을 이유로 실태 조사도 안 해 규모 파악도 안 된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지난 6월 실태 조사를 위한 ‘경기도 사회적 고립청년 지원 조례안’이 발의됐으나, 기존의 조례와 연령층 문제가 충돌된다는 이유로 상정이 안 됐다. 기존 조례, 사업 간 충돌이 있다면 논의해 조정하면 되는데 너무 안일하다. 실태 조사와 지원 사업 근거가 명시된 조례안은 해를 넘기게 됐다. 답답한 건 또 있다. 경기도가 내년도 본예산에 ‘고립·은둔청년 지원 사업 예산’ 10억원을 편성했는데, 도의회 경제노동위에서 절반을 삭감했다. 정부에선 국가적 사업으로 고립·은둔 청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데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관련 조례와 예산 마련에 소극적이다. 청년 고립·은둔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선 지자체가 그 규모부터 정확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제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와 도의회는 고립·은둔 청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다각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사설] 안성시의회 이해 안 될 두 얼굴/시민 예산 깎고, 티켓 강매하고

안성시의회와 관련된 두 가지 얘기를 논하겠다. 서로 다를 수 있으나 결코 떼어 말할 수도 없는 주제다. 시의회가 내년도 예산 심의에서 일부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지역 발전 또는 시민 생활과 관련된 85억원이다. 공직사회가 전하고 있는 삭감 내용을 보면 이렇다. 1인 가구 지원, 아동친화 마을 만들기, 시정참여 교육·문화 등이다. 분야별로 삭감된 폭이 최대 83%에 이른다. 청년을 위한 정책 및 소통 관련 예산도 30% 가까이 삭감했다. 청년들이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위한 예산이다. 이 밖에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예산도 대거 삭감됐다. 일례로 도서관 프로그램 활성화와 강좌 예산 9억2천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또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일자리, 주민소득사업과 관련된 6억8천만원도 99.7%나 삭감했다. 사실상 전액 삭감이다. 이 밖에도 창작음악회, 청소년 연극 페스티벌, 세계언어센터 운영, 시민참여위원회와 공익활동 활성화 등도 제동을 걸었다. 또 박두진문학제 등 문화예술행사 지원 예산과 반려동물 정책인 테마파크 조성 관련 예산도 전액 깎았다. 공직사회의 걱정이 많다. 물론 예산 견제는 시의회 고유 영역이다. 삭감의 옳고 그름을 획일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가 지적하려는 것은 조금 다른 방향이다. 예산 삭감이 시의회 권한에 속한다면 시의회가 지켜야 할 도덕성은 책임이다. 예산을 줄줄이 삭감하는 한 편에서 이에 반하는 일이 벌어졌다. 시의회 부의장이 공직자들을 상대로 티켓을 강매하고 있었다. 업무 보고를 위해 자신의 사무실을 찾은 사무관급 공무원에게 20여장의 티켓을 떠넘겼다고 한다. 무엇보다 강매의 방법과 시기가 아주 부적절하다. 티켓이 강매된 지난달은 내년도 예산 설명을 위해 공무원들이 의회를 찾던 때다. 예산 심의나 통과 과정에서 시의원과 공직자들은 갑을 관계다. 이런 상황에서 시의회 부의장이 내민 티켓을 구매하지 않을 공직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살폈듯이 이번 회기에는 의회 곳곳에서 전례 없는 예산 삭감이 이뤄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부의장은 의회 상황에 티켓 강매를 교묘히 결합했던 셈이다. 권익위원회가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공직사회에서도 내부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 처리 결과가 어떻게 될지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부의장 스스로 취해야 할 조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의사봉을 쥔 대표자의 권한은 이미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공직자가 그에게 의회의 신성한 권한을 인정하겠는가. 더구나 이를 알게 될 시민들이 그와 그가 속한 집단을 용서하겠는가. 어떤 결단이든 그가 먼저 해야 한다. 요즘 시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안성시의회에서 생겼다.

[사설] 지드래곤 두 번 죽이는 경찰의 수사 해명/‘구체적 제보 있었다’ ‘밝히지 못한 것이다’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아온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이 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은 다음 주 중으로 권씨에 대해 불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동안 권씨를 소환하는 등 수사를 펴왔다. 간이시약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 등을 실시했다. 모든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고, 더 이상 수사도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은 ‘혐의 없음’에 따라 내리는 수사 종결이다. 권씨는 지명도 높은 연예인인 만큼 수사 초기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권씨 주변인들과의 관계까지 거명하며 투약 의혹을 제기했다. 또 권씨의 평소 행동에서 ‘마약 투약자의 반응’이라며 이상행동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권씨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 셈이고 실제로 광고 계약 해지 등의 불이익이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이랬던 수사가 ‘혐의 없음’ 결론으로 끝나가는 것이다. 무리한 수사였다는 법조계 비난이 있다. 경찰이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섰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이 직접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수사 종결의 배경을 설명했다. “내사 단계였던 권씨를 정식수사로 전환한 이유는 제보가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또 “구체적 제보가 나왔다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경찰의 의무”라며 “관련자 등에 대해 수사를 했지만 범죄사실은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대단히 부적절한 해명이다. 김 청장의 해명 속에 권씨에 대한 2차 가해가 있다. ‘(공개 수사를 시작할만한)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다’고 했다. 제보의 신빙성에 여전히 비중을 두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범죄 사실은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고도 했다. ‘혐의 없음’을 설명하기보다는 ‘혐의를 찾지 못했다’로 들릴 수 있다. 통상 이런 경우 피조사자가 받게 되는 2차 가해가 있다. ‘죄는 있는데 밝혀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이다. 내사가 아니라 공개소환조사였다. 그 파장이 정치권에까지 미쳤다. 한 야당 정치인이 ‘수사의 정치적 의도’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렇게 요란했던 수사가 혐의 없음으로 처리되는 상황이다. 수사로 빚어진 당사자 피해가 우선 감안돼야 한다. 당연히 언론도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다. 추측성 보도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경찰이야 더 말할 게 있나. 공개수사에 대한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피조사자 인권이다. 묵묵히 수사 종결 절차를 처리해가는 것이 차라리 수사기관답다.

[사설] 인구 절벽,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대책 마련해야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결과’는 이미 예상된 것이기는 하지만 가히 충격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현재와 비슷한 0.7~0.8명 선에 머무를 경우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5천167만 명에서 2072년 3천17만 명으로 쪼그라들며, 50년 뒤 국민의 절반가량이 60대 이상이 돼 ‘국가 소멸’을 우려할 정도다. 그뿐만 아니다. 인구 감소 속에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생산연령인구인 15~64세가 50년 뒤에는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상기 분석에 따르면 생산연령인구는 2030년대 이후 연평균 50만명 이상 감소해 2072년에는 1천658만명으로 줄어들게 되며, 이는 2022년 3천674만명의 45.1%에 불과한 것이다.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저성장을 고착화하고 잠재성장률 하락을 초래, 국가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2020년 처음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져 전년 대비 인구가 감소하는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을 겪고 있어 2022년 연간 출생아 수가 25만명 선에서 2072년에는 64% 수준인 16만명이 된다. 때문에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인구가 2022년 24명에서 2072년에는 104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이런 국가는 OECD 국가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4일 발간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 제언’보고서에서 “한국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지난해 기준 연간 51조7천억원으로 출생아당 약 2억1천만원이 지출되고 있지만, 전 세계 국가 중 가장 아이를 적게 낳는 국가가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고 밝혔다. 상기 보고서는 생산연령인구 감소는 205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연평균 1.13%포인트씩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2026년 합계출산율이 0.59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이제는 생산연령인구 급감과 ‘국가 소멸’을 말로만 걱정할 때가 아니다. 인구 재앙을 피하고 경제 추락을 막으려면 정부가 절박감을 가지고 가칭 ‘인구부’를 신설해서라도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의 원인은 일자리, 집값, 사교육 등 복합적이다. 합계출산율이 우리나라보다도 높은 1.2명인 일본은 세 자녀 이상인 가족의 모든 자녀에게 대학 무상교육을 하기로 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인구 절벽 해결책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해 더욱 창의적이고 파격적인 인구 절벽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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