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특례시 앞둔 100만 화성시, 구청 신설 절실하다

화성시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기준 화성시 인구는 100만2천757명(내국인 94만4천342명, 외국인 5만8천415명)이다. 100만명 이상을 계속 유지할 경우 내년 1월 특례시 자격을 얻는다. 경기 수원·용인·고양시, 경남 창원시에 이어 다섯 번째 특례시가 되는 것이다. 화성군에서 화성시로 승격한 2001년 3월 인구는 19만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22년 만에 5배로 늘어 100만명을 돌파했다. 시민 평균 연령은 38.8세로 화성시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에 속한다. 아동 인구 수는 전국 1위다. 18세 미만인 아동 인구 비중이 20%로 전국 평균(15%)보다 높다. 인구 구조가 좋아 활력 넘치는 도시의 여건이 갖춰져 있다. 화성시의 면적은 844㎢로 서울의 1.4배에 달한다. 인접한 수원의 7배다. 삼성전자와 기아 등 대기업이 자리해 있고,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2만7천여개의 중소기업이 있다. 기업이 많다 보니 지자체의 재정이 좋다. 화성시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재정자립도 1위(61%), 지역내총생산 1위(81조8천800억원), 연간 수출 규모 경기도 1위(206억356만달러)를 달리고 있다. 화성시의 인구가 크게 늘어난 이유로 동탄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개발과 수도권 주변 지역까지 촘촘하게 이어진 고속도로망 등의 정주여건 개선이 꼽힌다. 이보다 중요한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 덕분이다. 22개 산업단지에 자리한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첨단 미래 분야 2만7천여개 기업의 공이 크다. 삼성과 기아 등에서 신성장 투자 확대를 위해 수조원을 투입 계획이어서 일자리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구직자들이 유입되면 주거·교통·문화 인프라가 개선돼 도시 경쟁력이 높아지는 선순환이 이어진다. 화성시는 계속 성장하고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100만 대도시임에도 인근 지자체와 달리 구청 조직이 없다. 특례시인 수원은 4개 일반구(區)가 설치돼 있고, 고양과 용인도 각각 3개의 구가 있다. 성남과 부천, 안산, 안양 등 50만 지자체에도 2~3개의 구청이 있다. 화성시도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4개 구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화성은 농업과 축산업, 어업, 제조업 등이 어우러진 대표적 도농복합도시다. 지역별 특색에 따라 행정 수요가 다양하다. 그런데 구청이 하나도 없어 시민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화성시는 동-서 균형 발전이 큰 과제다. 지역별 맞춤형 행정서비스를 위해 구청 신설이 절실하다. 행정안전부는 100만 화성시의 여건을 고려해 구청 신설을 빠른 시일 내 승인해야 할 것이다.

[사설] ‘빚의 굴레’ 갇힌 한계 자영업... 사안의 심각성 살펴야

겨울 한파 속에 더욱 추위를 타는 이들이 있다. 대출 이자 감당도 힘들어하는 한계 자영업자들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대출로 버텨온 그들이다. 겨우 그 터널을 벗어나니 고물가 고금리의 불경기가 닥쳤다. 한 달 수입이 100만~200만원에 불과한 한계 가게들이 부지기수라고 한다. 빚이 다시 빚을 부르는 악순환이다. 저신용 상태가 길어지면 끝내 불법사채로 내몰린다. 빚의 굴레에 갇힌 한계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책이 급하다. 요즘 신용회복위원회 인천지부의 창구가 전에 없이 붐빈다고 한다. 채무조정을 신청하러 온 한계 자영업자들이다. 지난해 1~11월에만 1만1천786명이 찾았다. 2021년 7천980명, 2022년엔 9천231명 수준이었다. 3년 사이 48%나 늘어났다. 채무조정은 빚이 많아 정상적인 상환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구제 장치다. 상환 기간 연장이나 분할 상환, 이자율 조정, 상환 유예, 채무 감면 등이다. 사실상 개인 회생 직전의 저신용자들이 찾는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손쉽게 대출을 받았던 영세 상인들이 많다. 팬데믹이 끝나고도 가게 손님이 없어 대출금 이자에도 허덕이는 것이다. 경기일보 지면(2023년 12월28일자 1면)에 비친 어려운 사정들을 보자. 부평의 한 작은 식당은 창업 5년 만에 대출이 1억원으로 불어났다. 코로나19가 물러난 지난해부터 대출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게 보증금과 임대료는 올랐는데 경기침체로 손님은 갈수록 줄었다. 이제는 매월 갚아야 할 120만원을 감당 못해 채무조정 창구를 찾은 것이다. 지난해 신용회복위원회 인천지부가 이들 채무조정 신청자들이 처한 상황을 분석해 봤다. 절반에 이르는 5천861명이 월 소득 100만~200만원 수준이었다. 가게를 내고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수입이다. 코로나19 당시 자영업 폐업을 막으려 정부가 나서 싼 금리로 대출을 받게 한 것도 이제는 발목을 잡는다. 물가 상승,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에 영세상인 계층이 맨 먼저 타격을 받는 구조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어렵다고들 한다. 수입이 최저임금을 밑도는 한계 자영업의 문제는 공급 과잉 등 구조적인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과중한 채무에 대해서는 특히 선제적인 관리가 중요해 보인다. 생계비는커녕 이자 감당도 힘든 시간이 길어지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린다. 최근 들어 인천의 불법사채 관련 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2021년 68건, 2022년 80건이던 것이 지난해는 9월 말까지만 135건이었다. 이자율이 법정 최고 금리의 170배인 불법사채 사건도 있었다. 각급 지자체도 사안의 심각성을 살펴 선제적 정책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사설] 태영 워크아웃, 협력업체 피해 최소화 선제 조치해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태영건설이 지난해 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을 신청했다. 위태위태하던 건설업계의 부동산 PF 부실 뇌관이 결국 터진 것이다. 태영건설은 시공능력 평가 16위다. 광명시에 본점을 두고 있으며, 경기도 건설사 중엔 시공능력 2위다. 코스피에 상장된 1군 건설사마저 PF발 유동성 위기를 버텨내지 못하면서 건설사 줄도산이 현실화되고 금융시장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도급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와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태영건설은 현재 수원의 경기주택도시공사(GH) 신사옥, 군포역 복합개발사업, 용인8구역과 의왕오전나구역 재정비사업 등 경기도에서 190여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860여개에 이른다. 태영건설과 공사를 진행 중인 협력업체는 도내 80여곳, 전국 450여곳으로 집계됐다. 전문건설협회 경기도회가 태영 사태와 관련해 도내 기업들의 피해 실태 조사에 나섰다. 회원사를 대상으로 태영건설과의 계약 현황을 파악하며 하도급 대금 지급 방법과 지급 기일, 보호장치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하도급업체들은 태영의 워크아웃 소식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태영건설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서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조달한 직접 차입금은 1조3천7억원이다. 또 소규모 시행사 대출에 대해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전국 122곳의 부동산 사업장에 보증을 섰는데, 규모가 9조1천819억원에 달한다. 태영건설의 PF 채무가 10조원에 이르자 정부가 급히 진화에 나섰다. 채권단과의 원만한 합의 지원 및 분양계약자·협력업체 보호 조치, 시장 안정 조치를 즉각 가동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산업 신속 대응반’을 구성, 건설·PF 시장을 모니터링하면서 공사 차질이나 수분양자, 협력업체의 피해가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선 태영건설 측이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강도 높은 자구책을 내놔야 한다. 워크아웃이 잘 진행돼 채무 문제 등이 잘 정리돼야 협력업체의 연쇄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건설경기 불황 장기화로 향후 태영건설과 비슷한 상황에 놓이는 건설사가 또 나타날 수 있다. 금융당국의 사전 관리·감독 강화, 금융기관의 내부통제 강화 등 본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PF발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부실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정리해 부실 도미노를 차단해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하고,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회생 가능한 기업은 자금 지원 등 선제적 조치를 해야 한다. 미적거리다 더 큰 위기를 부르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사설] 뜻 다른 정파 겨냥 묻지마식 정치 테러/경기경찰, 60개 선거구 안전 괜찮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흉기 테러를 당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보던 중이었다. 기자들과 문답을 끝내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취재진 바로 뒤에서 범인의 모습이 목격됐다. 남성은 “사인해 주세요”라면서 비집고 들어왔다. 그러고는 오른손을 들어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찔렀다. 주위의 비명과 함께 이 대표가 바닥에 쓰러졌다. 주변 사람과 경찰에 의해 남성은 제압됐다. 그는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쓴 종이 모자를 쓰고 있었다. 경찰청장이 수사본부를 설치해 강도 높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사건 경위, 범행 동기, 배후 유무 등을 모두 밝히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날 부산 방문은 당 차원의 행사였다. 취재진과의 소통 방식도 통상적인 예에 준해 이뤄졌다. 범인은 처음부터 이재명 지지자로 가장해 접근했다. 딱히 경찰의 경호 또는 신병 보호가 허술했다는 점은 발견되지 않는다. 바로 이 부분이 되레 총선 테러를 걱정하게 만든다.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일상 테러다. 지난 대선 이후 우리 선거는 극단적으로 흘렀다. 보수·진보 진영 대결이 극렬해졌다. 일부 유튜버들의 자극적인 상황 조장도 한몫한다. 이런 정황들이 선거 현장을 살벌하게 몰고 가는 요인이다. 테러의 대상도 과거와 달라졌다. 과거에는 특정 정치 지도자를 겨냥한 테러가 주를 이뤘다. 경찰은 주요 정치 지도자만 집중 경호하면 됐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테러 대상이 무작위다. 테러의 목표를 상대 정치인이 아니라 상대 이념 집단 자체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대선을 사흘 앞두고 테러가 발생했다. 이재명 후보가 아니라 송영길 대표를 노렸다. 둔기를 휘두른 범인은 69세 유튜버였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도 물리적 충돌이 계속됐다. 선거운동 중이던 김태우 후보 측 운동원이 폭행을 당했다. 추석 인사 현수막이 불에 타기도 했다. 생방송을 틀어 놓고 후보에게 욕설과 모욕을 하는 유튜버도 있었다. 이념적 갈라치기와 이에 편승하려는 일상 테러의 전형들이다. 석 달 뒤면 총선이다. 경기도에만 60개 선거구에서 치러진다. 200명 이상의 후보들이 사생결단을 시작할 터다. 이들 대부분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이 점은 윤희근 경찰청장도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유사 사례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신병 보호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옳은 판단이다. 이제 이 지침을 어떻게 현장에 구현할지가 남았다. 중요한 것은 경찰의 의지다. 경기남부경찰청의 의지다. 부정 선거 적발 10건도 중요하다. 더 중요한 건 선거 테러 예방 1건이다. 이게 선거를 앞둔 경찰에게 지침이 돼야 하고 평가가 돼야 한다.

[사설] 학교 개교했는데 학생이 없다, 수요 예측 신중해야

개교한 지 3~5년 된 신생 학교 10곳 중 3곳이 예상했던 수준보다 학생 수가 지나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면서 학생 수 예측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과대 학교, 과밀 학급도 문제지만 텅 빈 학교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3년 지방 교육재정분석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0년 개교한 전국의 214개 초·중·고교 가운데 31.3%인 67개교가 학생 수용률이 과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 수용률은 학교 신설 계획 당시 수립한 개교 3∼5년 후 학생 수 대비 실제 학생 수용이 적정한 학교 수를 측정하는 지표다. 개교 3∼5년 학생 수가 예상한 수준의 70% 이상, 130% 미만이면 적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70%를 밑돌면 과소 수용, 130% 이상이면 과대 수용 학교로 분류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정 학교는 129개교(60.3%), 과대 학교는 18개교(8.4%)로 집계됐다. 학령인구가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면서 과소 수용 학교 비율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과소 수용 학교는 2018년 개교된 59개교 가운데 15개교(25.4%), 2019년엔 73개교 중 21개교(28.8%), 2020년엔 82개교 중 31개교(37.8%)로 파악됐다. 반면 과대 수용 학교 비율은 점점 줄고 있다. 경기도 상황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문을 연 89개교 중 19개교(21.3%)가 과소 수용 학교로 조사됐다. 학생 수용률이 50%에 못 미치는 학교가 7개교나 됐다. 2018년 개교한 화성 다원초, 2019년 개교한 고양 향동중, 2020년 개교한 광주푸른초·화성 수현초·고향 원흥초·시흥 목감고·화성 새솔고 등이다. 과소·과대 수용 학교가 발생하는 것은 학생 유발률이 적절하게 추정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과소 학교는 공동주택 입주가 지연되거나 통학구역 내 미취학 아동 수가 증가하면서 적정 수용률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과대 학교는 개발계획과 다르게 개발이 진행되거나 주택이나 지역 선호도 차이 등으로 발생할 수 있다. 교육청이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못하고 과거와 유사한 방식으로 학생 수를 추정한 것도 원인이다. 학생 수를 과다 예측하면 소규모 학교를 양산할 수 있다. 학생 수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 적정 규모의 학교를 설립해야 한다. 그래야 예산 낭비도 줄이고, 학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교육청은 과소 수용 학교들이 적정 수용률에 도달할 때까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학생 유발률 예측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사설] 경기도의 기둥, 반도체·자동차의 2024년이다

경기도 경제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연말에 공개한 보고서다. 2023년 4분기(10~12월) 수출이 3분기보다 증가했다. 그 중심에 반도체와 자동차가 있다.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상승했고, 고사양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자동차는 북미, 유럽 등 주요 시장의 대기 수요가 늘었고 국내 친환경차와 SUV에 대한 선호가 늘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는 2024년에도 경기지역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구성의 다양성에서 보면 불안 요소가 많다.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을 주는 건설경기 불황이 대표적이다. 2023년 건설 투자는 3분기에 비해 4분기에 증가했다. 민간 부문은 착공 면적이 늘었고, 공공 부문은 신규 수주가 증가했다. 하지만 이 추세가 향후에도 계속되리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미분양 주택 규모가 줄지 않고,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결국 새해 경기도 경제를 짊어지게 될 분야는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중국산 범용 반도체 사용 규제를 강화했다. 1월부터 미국 자동차 등 100여개 미국 기업을 조사할 예정이다. 중국 범용 반도체 침투를 막아 미국 반도체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중국 반도체 업체인 YMTC(낸드), CXMT(D램), SMIC(파운드리)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가 삼성과 SK 등의 반도체 재고 자산 소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 전망이다. 두 기업의 현 재고 자산은 50조원이다. 우리 기업이 직접 혜택을 보는 것은 2024년 하반기부터일 것으로 추정된다. KB증권 김동원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은 내년 하반기부터 공급 축소 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살폈듯이 반도체 시장은 2023년 4분기부터 확실히 살아나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가 전반기로 이어지고 하반기부터는 미국 규제로 인한 수출 시장 개선의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해 봐도 좋다. 자동차 시장은 보다 확실한 경기도 경제의 보물단지다. 지난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선전하며 270만대를 수출했다. 2022년 대비 17.4% 증가다. 수출액 역시 전기차와 SUV 판매 증가로 690억달러 안팎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치다. 자동차 시장의 본산은 현대차와 기아가 있는 경기도다. 두 회사는 2023년 1~11월 전 세계에 674만여대를 팔았다. 올해 전망치도 내수 171만대, 수출 275만대(715억달러), 생산 417만대다. 대한민국 산업의 중심은 경기도다. 경기도 수출의 중심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여전히 경제 위기가 걱정되는 2024년이다. 경기도가 껴안고 가야 할 현실적 희망은 반도체와 자동차다. 경기도정도 여기에 궤를 맞춰야 할 것이다.

[사설] 우체국 점심시간 휴무, 시민은 답답하다

경기일보 기자가 시민의 입장에서 체험해봤다. 27일 낮 12시30분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한 우체국이다. “잠시 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점심시간이 시작됩니다.” 우체국 내에서 흘러 나온 방송이다. 정확히 30분이 되면서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떴다. 때마침 50대 시민이 서둘러 뛰어 들어왔다. 직장 점심시간에 맞춰 왔다며 우편물 접수를 요구했다. 직원이 이를 말렸고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의왕시의 한 우체국도 취재했는데 마찬가지였다. 우정사업본부가 점심시간 휴식제를 결정한 것은 2016년이다. 직원들의 휴식권 보장과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제도다. 경기∙인천지역 우체국은 지난 6월부터 시범 실시했다. 4인 이하 직원이 근무하는 소규모 우체국이 우선이었다. 이게 27일부터 5인 이하 우체국 57곳으로 확대됐다. 시간이 흘렀으면 시범 실시를 해온 지역의 시민들은 적응을 할 만도 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여전히 셔터 내려진 우체국 앞에서는 크고 작은 항의가 이어진다. 우체국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익히 알려졌다. 공직자라고 무조건 희생을 강요받는 시대도 아니다. 점심시간 휴무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우리도 이미 결정된 업무 경감 제도를 되돌리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방법밖에 없는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앞서 살폈듯이 시민의 불편이 너무 크다. 단 몇 명의 시민이라도 그들에게는 없던 불편함이 생겼다. 이 희생 또한 간과 못할 현실이다. 우정사업본부에는 단순히 우편 배달 업무만 있지 않다. 금융과 관련된 서비스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 일반 우편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금융 서비스 업무는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30분까지다. 시중 은행보다 30분 길다. 하지만 시중 은행은 점심 시간에도 업무를 한다. 직장인들에는 점심시간이 중요한 금융 업무 처리 시간이다. 이 중요한 시간을 국가기관인 우체국이 막는 셈이다. 불편하다는 반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시범 실시의 목적이 뭔가. 본격 실시에 앞선 실험이다. 현장의 소리를 듣는 절차다. 문제가 발견됐으면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면 원안을 변경할 수도 있다. ‘셔터 내리는 점심시간’을 금과옥조의 제도로 고집할 일이 아니다. 인력 보강을 통한 보완 근무, 창구 축소를 통한 인력 재배치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에 대한 답변이 “홍보를 강화하겠다”다. 원안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우체국 직원들의 권리 반대편에는 이용자 국민의 권리가 있는 것인데. 왠지 시민의 권리가 너무 가벼이 취급된다는 서운함이 있다.

[사설] 노후 아파트 화재 무방비, 안전설비 보강 서둘러야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27일 영통구 매탄동의 20층짜리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나 3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7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고,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불이 난 곳은 1999년 8월 사용 승인이 난 오래된 아파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소방시설 현황 및 정상 작동 여부,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도봉구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친 가운데 수원에서도 비슷한 아파트 화재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파트 화재는 대형사고로 번질 위험이 크다. 특히 고층 아파트, 노후 아파트일수록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아파트는 불이 나면 모든 층에서 스프링클러와 방화문이 작동해야 하는데 그런 규정이 생기기 전 완공된 곳이 많다. 소방당국은 지난달 화재 양상에 따라 세분화한 대피 매뉴얼을 마련했으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방화문은 항상 닫힌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데 열려 있는 경우가 많다. 문이 닫히지 않게 소화기나 벽돌로 고정해 놓기도 하고, 문닫힘 방지용 나무조각을 끼워놓은 곳도 있다. 계단을 이용해 출입하거나, 통풍 등 편의를 위해서다. 방화문은 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복도나 계단, 출입구 등으로 유독가스나 불꽃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되는 문이다. 때문에 언제나 닫힌 상태여야 하고, 연기나 불꽃을 감지하면 신속히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 방화문이 열려 있으면 화재 시 계단을 통해 다른 층으로 유독가스와 불이 급속도로 번져 피해가 커진다. 서울 화재도 발화지점이 3층인데 방화문이 모두 열려 있어 계단을 타고 연기가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30대 남성이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도 방화문이 열려 있던 이유가 크다. 오래된 아파트는 소방안전시설이 미흡하다. 2004년 소방법이 개정된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등이 의무화됐지만, 이 규정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2005년 이전에 완공된 아파트는 소방안전점검 때 확인하는 설비인 소화기·스프링클러·화재감지기·가스누설 경보기·완강기·내림식 사다리·경량칸막이 등을 대부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노후 아파트는 화재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안전설비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 아파트 차원에서 설비를 추가 설치하려면 관리비 인상 부담에 꺼리는 주민들이 많다. 안전이 우선인 만큼 비상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노후 아파트의 화재장비 설치를 유도하고, 예산 일부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설] 경기도 ‘기회소득’, 타 분야 확대보다 내실이 중요하다

‘기회소득’은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사업이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만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도민에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올 한 해 예술인 7천여명, 장애인 7천명 등 1만4천여명이 기회소득의 혜택을 받았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도내 예술활동 증명 유효자 중 개인 소득이 중위소득 120% 이하인 예술인에게 연 150만원을 지급했다. 도와 시·군이 50%씩 사업비를 분담하는데 수원·용인·고양·성남시를 제외한 27개 시·군에서 시행됐다. 장애인 기회소득은 일정 시간 이상 활동하며 스스로 건강을 챙긴 중증 장애인에게 월 5만원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됐다. 자발적 건강 증진 활동이 의료, 돌봄비용 등 사회적 비용 감소에 기여한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고 본 것이다. 실제 기회소득의 혜택을 받은 예술인과 장애인들은 환영하고 있다. 제도 취지대로, 소득 보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내년에는 예술인·장애인에 이어 체육인· 농어민·기후행동·아동돌봄공동체의 기회소득 도입을 신설한다. 정책 추진 1년 만에 외연을 확장하는 것으로, 더 많은 도민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예술인 기회소득의 경우 지원 대상에 수원시를 추가해 1만3천명으로 확대한다. 장애인 기회소득 대상도 7천명에서 1만명으로 늘리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지급 규모를 월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인다. ‘김동연표 기회소득’에 대해 아직도 많은 도민들이 잘 모른다. 민선 7기 기본소득과 뭐가 다른 것이냐 묻는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의 비협조, 보건복지부 사회보장협의회의 부정적 의견 등도 난항이다. 일부 분야의 중복 수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기회소득 대상이 늘어날수록 기본소득과의 차별성이 모호해진다는 지적이다. 기회소득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 하는 것은 주관적이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회소득의 성과를 보이기 위한 지나친 외연 확장보다, 예술인·장애인 등 초기 기회소득 정책의 기반을 공고히 다지는 게 중요하다. 지자체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용인·고양·성남시는 재정 여건을 이유로 내년에도 예술인 기회소득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들 지자체의 동참도 이끌어내야 한다. 기회소득의 성공을 위해선 이런저런 분야로 자꾸 확대하기보다, 내실 있는 운영이 먼저다.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 경기도의회 및 시·군과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

[사설] ‘이재명 도장 찍힐 공천장’ 믿음인가/비례대표까지 비명계 몰아내기 합류

비례대표 의원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비례대표로 연임하는 건 어렵다. 거듭 특혜를 받는다는 눈총도 따갑다. 정치 중단 아니면 지역구 출마를 선택해야 한다. 그 선택의 시간이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요즘이다. 여기서 일정한 방향성이 나타나고 있다. 비명계(비이재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로의 쏠림이다. 안 그래도 비명계는 부글거리고 있다. 정치 신인 등의 자객 공천이 시작됐다. 이제 비례대표까지 밀고 오는 셈이다. 비례대표 이동주 의원이 15일 인천 부평을 출마를 선언했다. 2022년 이재명 당대표 1급 포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출마의 변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충성심을 보였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고 총선 승리에 선봉장이 되겠다.” 부평을은 홍영표 의원이 내리 4선을 한 지역이다. 원내대표까지 역임했던 당내 중진 의원이다. 이 대표 체제 이후 비명계 의원으로 분류돼 왔다. 홍 의원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맘이 편하기야 하겠는가. 비례대표 양이원영 의원은 광명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재선 광명시장 출신의 양기대 의원 지역구인데 비명계다. 또 다른 친명계 비례대표 김병주 의원도 남양주을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김한정 의원이 현역인 곳이다. 비례대표 유정주 의원은 부천정에 갈 모양이다. 최근 출판기념회까지 열고 지역구 활동을 시작했다. 친명계를 주장하는 서영석 의원과 '친명' 선명성 경쟁까지 예상된다. 친명계 비례대표들의 파고들기다. 공천 앞에서는 부자(父子)도 없다. 이게 정치다. ‘중복 특혜’, ‘험지 출마’라는 지적이 있지만, 이게 비례대표들에게 들릴 리 없다. 중앙당에서는 계속 ‘이재명 공천’을 얘기하고 있다. 정청래 의원이 말하는 이른바 ‘이재명 도장 찍힐 공천장’이다. 정치는 현실이고 지금의 현실은 이재명의 공천 세상이다. 비명계에 대한 자객 공천 움직임도 그래서 시작됐다. 친명 원외 인사들의 ‘퇴진과 혁신’과 비명계 의원들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 공개적으로 붙었다. 현근택 변호사가 윤영찬 의원(성남 중원)을, 진석범 당 대표 특보가 이원욱 의원(화성을)을 잡겠다고 나섰다. 많은 전문가들이 친명계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자리를 지키고, ‘이재명 도장 찍힌 공천장’이 발급되는 현 구도에서 어렵지 않게 전망되는 추론이다. 사실 ‘이재명 민주당’ 이전에도 수 없이 경험해온 정치 현상이다. 매번 합리적 기준, 탕평적 선택이 얘기되지만 공천 권력 앞에서는 한 방에 무너졌던 것이 우리 정치사다. 비명계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작금의 자객 공천과 비례대표 공세. 이 역시 ‘이재명 도장 찍힌 공천장’의 승리가 될 공산이 크다. 이재명 체제가 계속된다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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