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각종 잡음 경기도의회, 의정비 확 올리겠단다

지방 의원들의 의정비는 올려야 하는가. 묻는 것 자체가 우문(愚問)일 수 있다. 이익·입장에 따라 답은 정해져 있다. 지방 의원 입장에서는 찬성이다. 지역민 입장에서는 반대다. 모두라고 할 순 없지만 대개가 그렇다. 그런 문제가 의회 주변에서 논의됐다. 도의원 의정활동비 인상 청문회다. 현행 월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리는 안이다. 지방자치법 일부 개정안이 근거다. 이미 지난해 말 ‘200만원 안’이 내정됐다. 확정을 위한 절차라고 봄이 타당하다. 예상과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살펴보자. 노건형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처장은 찬성했다. 경기도 재정자립도는 53.9%다.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높아 인상 여력이 있다고 봤다. 의정활동비를 월급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지역 주민 간담회 등의 활동수당이라고 해석했다. 적절한 의정비 인상이 도민에게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동안 활동비 150만원이 현실적이지 못했다는 찬성 이유도 제시됐다. 200만원으로 올려주자는 말이다. 이명대 전 경기도교육위원회 자문위원은 반대했다. 같은 재정자립도를 두고 해석을 달리했다. 2018년보다 2.05%포인트 열악해졌음을 지적했다. 여기에 전국 최고 수준의 기존 급여도 언급했다. 경기도의원들의 연봉은 7천만원 수준으로 전국 지방 의회 중 최고다. 연봉은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포함하는 금액이다. 월정수당은 올해 이미 1.7% 인상됐다. 여기에 의정활동비까지 인상되면 연수급액은 7천411만원이 된다. ‘뭐가 그리 급하냐’고 물었다. 이미 의회가 잠정 결정한 200만원 인상안이다. 2003년 이후 20년간 묶였던 측면도 있다. 전국의 모든 지방 의회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의정활동비 인상이 도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측면도 있다. 아마 반대해도 계획대로 올리지 않을까 싶다. 우리도 의정비 인상에 무조건 반대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작금의 경기도의회 잡음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의회·정당 파행, 행정사무감사 무산, 청렴도 전국 꼴찌까지 탈 없는 날이 없었다. 책임 정치의 기본이 뭔가. 자신들이 초래한 잡음에 대한 반성과 사과다. 향후 잘하겠다는 다짐이라도 해야 한다. 다른 의회가 올리니까 우리도 올린다거나, 오래 안 올렸으니 이제 올리겠다거나, 전국 최대 의회니까 제일 많이 올리겠다는 얘기는 그냥 밀어붙이겠다는 소리에 다름 아니다. 의정비 인상 반대 운동을 꾀하고 있는 단체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언제든 도민 의견과 결합해 대규모 반대 물결로 불거질 수 있다. 흘려 듣지 마라. 반성부터 해라.

[사설] 아픈 역사를 관광자원으로, ‘다크 투어리즘’ 조례 의미 있다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반성과 교훈을 얻기 위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400만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 9·11테러가 발생했던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200만명의 양민이 학살된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등이 대표적인 다크 투어리즘 장소다. 우리나라에선 제주4·3평화공원을 비롯해 국립 5·18민주묘지, 거제포로수용소,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등이 다크 투어리즘의 명소로 꼽힌다.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관련 진도 팽목항과 목포 세월호 거치 장소도 다크 투어리즘 장소다. 경기도의회가 도내에서 발생한 사건, 재난의 장소 및 자원을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해 불행했던 과거를 기억하고 극복할 수 있게 하는 다크 투어리즘을 지원하는 입법에 나섰다. 도의회는 이경혜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4)이 낸 ‘경기도 다크 투어리즘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29일 입법예고했다. 조례안은 경기도지사가 다크 투어리즘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해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필요한 경우 다크 투어리즘 현황 및 수요 등에 관한 실태조사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다크 투어리즘과 관련한 사항을 심의·자문하는 ‘경기도 다크 투어리즘 육성 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시∙군과 협의, 해설사를 배치하고 다른 지자체나 관련 기관·단체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재 제주도, 여수시, 광주광역시 등 3개 지자체에서 다크 투어리즘 관련 조례가 마련돼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제주 4·3사건과 여순사건, 5·18민주화운동 등 대형 참사 현장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추모 행사와 역사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에서 이번 지원 조례가 통과되면, 다크 투어리즘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도내에서도 안타까운 희생이 뒤따른 대규모 참사가 반복됐지만, 지자체의 무관심에 참사 현장은 방치되고 추모 공간은 기피시설로 낙인 찍혔다. 다크 투어리즘 대상은 많다. 고양 금정굴, 안산 선감학원, 비무장지대와 땅굴, 끊어진 남북 철도, 미군 기지촌, 화성 매향리 미군 사격장, 화성 씨랜드 참사 현장 등 지자체마다 있다. 이를 구슬 꿰듯 잘 엮으면 좋은 상품이 될 수 있다. 아픈 역사를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다크 투어리즘 활성화는 의미가 크다.

[사설] 젊은이∙노인 신용불량자, 우리 경제 뇌관 됐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하는 것인가. 채무 고통은 보듬을 대상이 못 되는 것인가. 그 정도가 나라 경제를 흔들 상태까지 왔는데도 그런가. 2021년 말 현재 금융채무 불이행자(이하 신용불량자)는 74만7천800명이다. 2022년 말 73만1천400명으로 줄었다가 2023년 상반기 77만7천200명으로 늘었다.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도 2020년 6.4%에서 2023년 상반기 8.6%까지 치솟았다. 신용불량자로의 진입을 점치게 할 선지표다. 주목할 것은 젊은층과 노인층의 증가다. 20대와 30대 신용불량자가 2023년 상반기에 전년 대비 9.25%, 7.11% 늘었다. 60대 이상 신용불량자도 같은 기간 7.01% 늘었다. 40대와 50대는 각각 5%와 4.88%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신용불량자는 신용평가사(CB) 등에 연체 정보가 공유된다. 이 이력은 돈을 갚아도 최장 5년간 유지된다. 떨어진 신용점수로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 기본적 경제 생활에 불이익을 받는다. 경제적 식물 상태다. 20·30대가 사회생활 시작도 전에 빚에 짓눌리는 것이다. 60대 이상이 경제 능력을 잃은 뒤까지 빚에 시달리는 것이다. 과연 스스로 짊어진 과오로 치부해도 좋을까. 본보가 들어본 사정은 그렇지도 않다. 스물두 살 청년이 부친의 빚을 승계해 신용불량자가 됐다. 어떤 이는 1998년 IMF 대책이라며 풀어준 카드 발급의 후유증을 겪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한다. 시급히 대책을 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지난 15일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할 소식이 있었다. 금융권협회와 중앙회, 한국신용정보원, 신용정보회사가 발표한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이다. ‘신용 사면’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일반 신용불량자와 아무 상관 없었다. 코로나 연체여야 하고, 2천만원 이하여야 하고, 5월까지 갚아야 한다. ‘빚에 저당 잡힌 80만 신용불량자’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20·30대, 60대 신용불량자 배려는 없다. 특히나 문제는 수도권이다. 신용불량자가 양상될 여건이 비수도권보다 높다. 공적 서비스 지원이 원활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도 차원의 지원이나 정부를 향한 지원 요청이 필요하다. 이러려면 경기도내 신용불량자 실태가 파악돼야 한다. 이게 없다. 본보가 경기도서민금융복지지원센터의 상담 추이로 추정했다. 최근 5년간 6만9천887명이 상담했다. 중복 방문자를 포함해 매년 1만명 이상이다. 여기까지가 전부다. 더 알아볼 재간이 없다. 가장 기본적인 절차다. 이런 조사라도 해야한다. 경기도에 신용불량자는 몇 명인가. 어떤 계층의 어느 정도 채무가 있는 것인가. 이것부터 확인할 길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지방이 대책을 내든, 국가에 건의하든 해볼 것 아닌가.

[사설] 다선은 유권자 뜻인데 왜 퇴출 조건인가

영남이냐 호남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이냐 더불어민주당이냐의 문제도 아니다. 다선(多選)·고령(高齡)을 퇴출하는 기계적 구획의 문제다. 마치 공천 혁명을 상징하는 전가의 보도처럼 쓰여 왔다. 여야의 21대 공천에서 또다시 시작됐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경선을 막는 ‘다선 배제 기준’을 정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다선 배제의 분위기가 역력하다. 자연스레 고령자 퇴출이라는 현실적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이 다선 배제를 공천심사 방안으로 정식화했다. 현역 의원 중 하위 10%에 해당하는 7명을 컷오프(공천 배제)한다. 하위 10~30%인 18명은 경선 득표율에서 20%를 감점한다. 여기에 지역 3선 이상 의원은 15% 또 감점한다. 3선 이상 의원 중 평가 하위 10~30%에 해당하면 35% 감점이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의원은 영남권 10명을 포함해 22명이다. 해당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사실상의 퇴출 결정’이라고 불평한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다선·고령 퇴출은 없다’고 선언해 놨다. 이른바 ‘올드 보이 귀환’에 열린 입장을 보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함께 주목할 것이 있다. 당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586’에 대한 계산이다. 여권과 당 일각에서 사퇴 압력을 받아온 ‘586’이다. 이들에 섞어 보호하려는 측면이 있다. 실제로 김민기 등 다선 의원 불출마 선언을 ‘후임을 위한 용단’이라고 치켜세운다. 다선·고령 의원에게 알아서 나가라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지역구 의원의 다선은 유권자의 뜻이 모인 결과다. 12년, 16년 또는 그 이상 선택 받았다는 증거다. 수도권·충청권 등에서의 다선은 그 자체가 축적된 정치력이다. 이걸 공천 혁명이라는 결과에 꿰맞추려 억지 희생시키고 있다. 옳지 않을 뿐더러 합목적적이지도 않다. ‘다선 배제’가 깔고 있는 함의는 뻔하다. 필연적으로 ‘고령 퇴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올드 보이’, ‘꼰대 정치’ 등 표현이 공론장에 당당히 등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80대·8선’이 득세하던 한국 정치가 아니다. 15대 국회 이후 최고령 의원은 모두 60·70대였다. ‘고령’으로 구분돼야 할 정치 자체가 없다. 결국 50·60대 의원들을 ‘고령’으로 구분하고 몰아치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가 총선만 오면 ‘노인 폄하’를 등장시킨다. ‘공짜로 지하철 탄 노인들이 경마공원 간다’는 정당 대표의 발언이 그래서 겁 없이 나온다. ‘20대 심사료 경선 비용도 무료’라는 차별이 아무렇지 않게 나온다. 그렇게 다선과 고령을 꼭 쫓아내고 싶은가. 그렇다면 무능·막말·갈등·부패·파벌 다음에 넣어라. 그게 유권자가 꼽는 퇴출 순서다.

[사설] 국회는 총선 ‘게임의 룰’을 조속히 결정하라

4월 총선이 72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회가 아직도 총선거에 적용할 중요한 ‘게임의 룰’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총선거에 입후보할 예비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도 혼란스러운 상태다. 이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게임의 룰’을 최대한 늦게 결정해 정치 신인들에게 선거운동을 제한하려는 행위이며, 동시에 현역 프리미엄을 최대한 살려 유리한 선거운동을 하려는 행위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지난 4년간 인구 변동이 많아 선거구를 새로 획정하는 곳이 여러 지역이 있음에도 아직까지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아 일부 후보자들이 자신의 선거구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사례가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서울과 전북 각각 1석 감석, 경기·인천 각각 1석 증석 등을 골자로 한 22대 총선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음에도 국회는 아직도 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 증가가 가장 많은 곳이 경기·인천지역이므로 선거구 재획정은 필수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비례대표 선거제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입장을 일찍이 정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제와 병립형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현재의 국회 의석으로 볼 때 총선에 적용할 ‘게임의 룰’은 절대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결정하는 방향에서 정해질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아직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 적용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위성정당이 급조돼 국민적 비판이 제기됐으며, 이에 국회는 이를 채택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음에도 최근 민주당의 기류가 변화되는 상황이 발생, 국회가 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 80명이 최근 “병립형 퇴행은 소탐대실”이라며 반발했고, 정의당 등 야 4당이 국회 본청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선거제 확정까지 난관이 적지 않아 보인다. 현행 선거법에는 총선 1년 전까지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을 정했음에도 국회는 이를 무시, 아무렇지 않게 지나쳤다. 4년 전 ‘꼼수 위성정당’이란 부작용을 확인한 비례대표 선거제를 지금까지 방치하다 이제 와서 편의에 따라 졸속 논의에 나선 것은 국민 선택권을 침해하는 국회의 책무불이행이다. 국회는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총선 ‘게임의 룰’을 가급적 늦춰 결정하려고 하는 꼼수정치를 하지 말고 국민의 대표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원칙과 공정성에 입각한 총선 ‘게임의 룰’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

[사설] 공천 물갈이, 배신의 시간이 됐다

4월 총선에서 제3지대 바람은 불까. 현 단계에선 분명히 우매한 질문이다. 다만, 과거에 비해 선거판이 넓어진 것만은 사실이다. 거대 양당으로 구획되던 선거판에서 제3지대는 좁았다. 선택의 범위 밖에 군소 정당이 존재했을 뿐이다. 무소속 돌풍은 선거 초반 잠시 불다 사라졌다. 이번은 그 시작이 다르다. 거대 양당에서 떨어져 나온 당이 등장했다. 공천을 받지 못한 낙천자들이 비빌 언덕이다. 이런 총선 현상은 상당 기간 더 존재할 것 같다. 무엇보다 제3지대를 넓히는 것은 물갈이 폭이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우선 추천 기준을 정했다. 최근 국회의원선거에서 세 번 연속 패배한 지역이다. 경기도의 민주당 바람은 2010년을 전후해 시작됐다. 2012년, 2016년, 2020년이 모두 민주당 승리 총선이었다. 59개 선거구에서 47.5%인 28곳이 해당된다. 여기를 전부 전략공천한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전략공천 조건인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곳까지 더하면 30곳 이상에 달한다. 뿌리 내린 패배 유전자를 뽑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큰 폭의 변화 없이 승리할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다. 그 대신 공천 후유증이 클 것이다. 기존 당협위원장 등 출마 예정자들의 반발이다. 연패의 책임을 말하는 이들은 적다. 모두가 힘들게 지역구를 관리해왔다고 한다. ‘당이 우리를 배신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승복 않고 나가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무소속 고생 안 해도 된다.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이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는 변화의 폭이 좁다. 하지만 그 대상자의 정치적 영향력은 훨씬 크다. 이재명 대표와의 갈라서기로 탈당한 의원들이 그렇다. 9곳 정도에서 현역이 사라졌다. 전직 시장 등 지역 내 유력 인사들도 나갔다. 모두 ‘당이 배신했다’고 한다. 여기도 ‘이탈·탈락’ 후보군의 해방구는 있다. 이낙연 전 대표의 새로운미래, 비명계 의원들의 미래대연합이다. 초반 당세 확장을 위해 적극적인 ‘이삭 줍기’에 나서는 움직임이다. 발 빠르게 변신해 제3지대 당에 자리를 꿰찬 인물들도 있다. 기존에 몸담았던 당을 향한 공격에 선두에 선다. 아예 상대 정당으로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당의 평가는 ‘저들이 당을 배신했다’다. 사실 따지고 보면 굳이 힘들여 구분할 것도 없다. 어차피 배신의 주체와 객체는 상대적 규정이다. 공천 안 주면 당이 배신한 거고, 당을 떠나면 당을 배신한 거다. 지금까지는 이런 읍소를 받아줄 제3지대가 넉넉해 이들 목소리를 확대시켜 줄 것이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제3지대는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공천 탈락자들의 일회성 분풀이도 서서히 사그라든다. 이게 통상의 총선 공식이었다. 이번에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설] 택시기사 65세 이상이 절반, 자격검사 강화해야

고령 운전자 비중이 늘면서 교통사고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운전을 하려면 인지능력, 주의력, 공간 판단력 등이 필요한데 나이가 들면서 이런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는 한 해 3만건이 넘는다. 경기도에서 고령 운전자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는 2020년 6천257건, 2021년 6천883건, 2022년 7천938건으로 계속 증가 추세다. 영업용 차량의 고령 운전자 비중이 상당히 높다. 경기도의 경우 택시기사 2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다. 지난해 기준 경기도내 택시기사는 개인 2만7천321명, 법인 1만839명으로 모두 3만8천160명이다. 이 중 65세 이상이 1만7천510명(45.8%)으로 절반에 가깝다. 서울시 택시기사도 전체의 50.3%가 65세 이상이다. 전국의 택시기사로 따져봤을 때도 45%(10만7천947명)가 65세 이상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최고령 택시기사는 92세로 나타났다. 개인택시를 운영하는 남성 2명이다. 법인택시 기사중에도 87세의 고령운전자가 있다. 65세 이상 기사가 절반에 이르면서 안전에 불안을 느껴 택시타기 겁난다는 시민들도 있다. 실제 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지난해 12월31일 고양특례시에서 60대 택시기사가 도로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승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월27일 의정부에선 70대 택시기사가 옹벽을 들이받아 택시 전체가 불에 타는 사고도 있었다. 고령운전자에 대한 자격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는 택시기사 등 여객자동차운수사업종사자에 대해 운전적성 정밀검사(자격 유지검사)를 실시해 고령 기사들이 계속 운전할 수 있는지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적합 판정’이 98.7%에 이른다. 택시기사의 자격 유지검사는 2019년부터 의료기관 적성검사로 대체할 수 있어 적합 판정률은 더 높게 나온다. 의료기관의 적성검사가 키와 몸무게, 시력검사 등 일반적 검사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유지검사는 3년(65~69세), 1년(70세 이상)마다 하는데 적성검사는 5년(65세 이상), 3년(75세 이상)마다 하면 돼 기준이 느슨하다. 자격 유지검사 자체가 실효성이 거의 없다. 의료기관의 적성검사는 더 심하다. 고령 택시운전자에 의한 사고 방지를 위해선 자격검사를 강화해야 한다. 야간 시력, 브레이크 압력,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등 세부항목을 늘려 연령대별로 정밀하게 진단해야 한다. 부적합 판정을 받을 경우 면허 반납을 적극 검토할 필요도 있다.

[사설] 이주노동자, 숫자만 늘릴 게 아니라 권리도 보장해야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우리 사회 곳곳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 중소 제조업, 건설현장, 농어촌, 서비스업 등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역할은 지대하다.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의 일터는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 일자리를 뜻하는 3D에 죽음(Death)을 덧붙여 4D로 불린다. 이주노동자 역사가 30년 됐지만 노동환경과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열악하다. 경기도내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이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2020~2023년 도내 외국인 근로자 고용사업장의 노동관계법 위반 건수는 3천643건이다. 2020년 495건, 2021년 676건, 2022년 1천26건에 이어 지난해는 1천446건을 기록했다. 근로기준법 위반이 1천378건(37.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1천209건, 남녀고용평등법 378건, 최저임금법 260건, 기타 418건 등이다. 문제는 외국인 고용사업장이 노동관계법을 위반해 적발돼도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지난해 위반 건수 1천446건 가운데 99.4%, 1천437건이 구두 경고 수준인 ‘시정지시’ 처분을 받았다. 사법 처리는 한 건도 없었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시정지시로는 개선이 안 돼 권리 침해가 계속되고 있다. 경기도내 이주근로자들은 매해 약 1천214건, 매일 약 3.3건의 임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액만 1천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주지 문제도 심각하다. 아직도 상당수가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하우스에 거주하고 있다. 작업현장에선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지만 기본적인 보호장비조차 없다. 매년 안전사고가 되풀이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정부가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 고용 허가 규모를 16만5천명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이들 외국인 인력은 노동환경과 처우가 열악해 내국인이 기피하는 일자리를 채우게 된다. 기피 업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많아질수록 임금 체불과 인권 침해 등 고질적인 문제가 끊이지 않는데 대응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외국인 근로자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이들의 체류 상황이나 노동 조건 등 제반 여건 실태 점검과 개선 방안이 시급히 요구된다. 인권은 등한시한 채 기업의 수요만 충족시키는 데 몰두해선 안 된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고, 사업장 지도·점검도 철저히 하는 적극적인 근로감독 행정을 펼쳐야 한다.

[사설] 기안초등학교, 석면 공사 규칙 무시하다

석면의 위해성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증명한다. 최상위 등급인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해 놨다. 일반 현미경으로 볼 수 없는 작은 입자다. 호흡기에 유입되면 폐암을 유발한다. 아동기에 유입돼 성인기에 발병하기도 한다. 시민들도 ‘침묵의 살인자’라는 공포를 알고 있다. 그만큼 처치에 대한 규제가 구체적이고 엄격하다. 작업자는 방진복을 입어야 하고, 사전 점검도 철저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현실에서는 안 통한다. 그 적나라한 예가 보도됐다. 화성 기안초등학교 석면 천장 해체 공사다. 석면 제거를 위해 지난해 12월23일부터 사흘간 사전 청소를 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폐기물관리법 등이 절차를 정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교육부가 작성한 것이 ‘학교시설 석면 해체·제거 안내서’다. 사전에 청소 작업을 하고, 석면모니터단으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에는 보양 작업과 음압기를 가동해야 한다. 석면 가루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조치다. 이를 위반하고 진행하면 모두 위법이다. 기안초 공사 현장은 이런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 석면 텍스 재질의 3층 복도 천장과 에어컨 등 천장 설비가 임의로 뜯겨졌다. 문제는 이런 위법성과 위험성을 학교 측에서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천장 석면 텍스가 뜯겨져 나간 것은 확인했다. 이걸 “어차피 철거 전 보양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럴 거면 복잡한 규제 법령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석면 위해성 교육을 하면 뭐하나. ‘석면 몇 장이 큰 문제가 되겠는가’라는 안일한 판단이다. 더 구조적인 현장의 문제도 확인됐다. 석면모니터단의 역할이다. 이런 공사를 감시하라고 둔 기구다. 기안초 현장을 모니터단이 점검한 건 12월 26일이다. 이때 석면 텍스 일부가 임의로 철거된 사실을 확인했다. 내린 판단은 학교 측과 같다.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러니 출입 통제 등 아무런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다. 관련 지식도 없는 모니터단이 모니터를 하고 있었던 셈이다. 모니터단 운영 자체에 대한 문제다. 석면모니터단은 해당 학교장이 단장을 맡는다. 학부모, 시민단체, 감리원, 전문가 등 10명 내외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들의 석면 식견이 대단히 빈약하다. 관련 교육 2시간 정도를 받는 게 전부다. 이나마 강제가 아니다. 안 하겠다면 그만이다. 상황이 이러니 학교의 판단이 곧바로 모니터단의 판단으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문제 될 줄 몰았다’는 똑같은 해명을 하는 기안초 학교와 모니터단의 예가 그렇다. 석면은 막아야 할 발암물질이다. 그 규제가 학교 공사 관련 규정이다. 현장의 적용을 엄격히 하고, 제도의 현실성을 따져 봐야 한다. 안 지키면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일이다.

[사설] 수원시는 왜 예술인 기회소득 외면하나

‘기회소득’은 경기도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우리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대상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정책이다. 민선 8기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핵심 사업으로, 지난해 예술인 7천여명과 장애인 7천명 등 1만4천여명이 기회소득의 첫 혜택을 받았다. 사회에 꼭 필요한 공공재로 인식하는 첫 시도인 예술인 기회소득에 경기도 대다수의 예술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예술활동증명 유효자 중 개인소득이 중위소득 120% 수준 이하인 예술인에게 연 150만원을 2회로 나눠 지급한다. 도와 시·군이 50%씩 사업비를 분담하는데, 지난해 수원·용인·고양·성남시를 제외한 27개 시·군에서 시행됐다. 예술인 기회소득을 도입하지 않은 4개 지자체는 시세가 큰 도시들이다. 재정적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간 고양 30억원, 용인 20억원, 성남 19억원, 수원 15억원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해당 지자체의 예산 규모에 비하면 부담될 정도는 아니다. 의지의 문제다. 기회소득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역의 예술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수원시에서 기회소득 도입의 목소리가 높다.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쟁취를 위한 범예술인 행동’은 지난 20일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와 함께 토론회를 개최, 기회소득 도입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26일 미술계와 문학계 원로들이 나선데 이은 것으로, 수원시의회에 조례안의 조속한 심의와 통과를 요구했다. 예술인 기회소득을 시행하려면 조례가 마련돼야 한다. 수원특례시는 지난해 9월 제377회 임시회에 ‘수원시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시의회 문화체육교육위원회가 이를 보류, 12월까지 두 차례의 임시회 및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았다. 수원시의 올해 예산은 3조7천억원이 넘는다. 15억원 정도 들어가는 예술인 기회소득을 왜 시행하지 않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대상이 전체 예술인도 아니고 중위소득 120% 이하 예술인이다. ‘문화도시 수원’을 표방하면서, 예술인들은 챙기지 않고 있다. 누구보다 더 예술인들의 형편과 상황을 이해하고 도움을 줘야 할 상임위에서 조례를 뭉개고 있다니 답답하다. 수원시의회가 이제라도 예술인 기회소득 도입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조례 미비로 수원지역 예술인들이 올해도 기회소득을 못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동연표’ 정책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수원시의 문화예술 역량 강화와 예술인들의 작은 복지를 위해 빠른 시일내 조례를 통과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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