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노력” 제주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1만4천673건의 역사적 기록을 담은 제주4·3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지난 2018년 추진을 시작한 이후 7년 만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11일 오전 6시 5분(프랑스 현지시간 10일 오후 11시 5분), ‘진실을 밝히다: 제주 4·3아카이브(Revealing Truth : Jeju 4·3 Archives)’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승인했다. 제주도와 제주4·3평화재단이 지난 2023년 11월 제출한 등재신청서는 유네스코 등재심사소위원회(RSC)와 국제자문위원회(IAC)의 등재권고를 받았으며, 이를 바탕으로 집행이사회가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결정한 것이다. 제주4·3기록물은 진실 규명과 화해의 과정을 담은 1만4천673건의 역사적 기록을 싣고 있다. 군법회의 수형인 명부와 옥중 엽서(27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생생한 증언(1만 4천601건), 시민사회의 진상규명 운동 기록(42건), 정부의 공식 진상조사보고서(3건) 등이 포함됐다. 문학작품으로는 유일하게 작가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이름을 올렸다.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제주4·3기록물의 역사적 가치와 진정성, 보편적 중요성을 인정했다. 국제자문위원회에서는 제주4·3기록물에 대해 “국가폭력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 사회적 화해를 이뤄내며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조명한다”며 “화해와 상생을 향한 지역사회의 민주주의 실천이 이룬 성과”라고 호평했다. 한편 제주도는 이번 등재로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무형문화유산, 여기에 세계기록유산까지 더해져 ‘유네스코 5관왕’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제주도는 앞으로 등재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관련 전시, 학술행사 등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54년 9월 21일까지 극심한 이념 대결의 시대에 제주도에서 무고한 양민 수만 명이 국가 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지난 2022년부터 제주4·3 사건 희생자에 대한 보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지난해에는 특별법 개정으로 실제 희생자의 가족인데도 이를 인정받지 못했던 유족들의 명예 회복과 보상이 가능해졌다.

의정부문화재단, ‘도시가 극장, 자연이 무대’ 참여 예술인 모집

의정부문화재단이 법정문화도시 조성사업 중 하나로 진행하는 2025년도 ‘도시가 극장, 자연이 무대(봄)’에 참여할 예술인을 모집한다. ‘도시가 극장, 자연이 무대’는 일상 속 휴식 공간을 문화예술의 장으로 전환해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예술인의 활동을 지원한다. 지난해 처음 추진된 이 사업에는 ▲오케스트라 ▲밴드 ▲비보이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지역예술단체 총 11개팀이 참여했다. 거리공연(버스킹) 6회를 선보이며, 현장에 함께 한 1천247명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올해는 봄(5월), 가을(9~10월) 두 차례에 걸쳐 확대 운영된다. 올해 모집 과정은 지난해와 달리 모집 대상을 기존 ‘의정부시’에서 ‘경기북부’ 전역으로 확대해 경기북부와의 문화적 연대를 점차 확장해 나가려는 의정부시의 방향성과 함께 한다. 경기북부에 거주, 활동하고 있는 단체 및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정된 팀에는 최대 300만 원의 공연 지원금과 무대 장비 및 기술 지원 등 공연 운영에 필요한 제반 사항이 제공된다. 신청서는 11일 오후 6시까지 제출하면 된다. 모집 요강 및 참가신청서 양식은 의정부문화재단 누리집 공지사항 게시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희성 의정부문화재단 대표는 “시민의 일상에 문화예술이 스며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문화도시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성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조테마공연장서 아이·어른 즐기는 ‘마당놀이터’

수원문화재단은 정조테마공연장 어울마당에서 12일부터 10월 25일까지 격주 토요일마다 ‘마당놀이터’를 개최한다. ‘마당놀이터’는 조선시대의 놀이 장인이 된 재현배우와 함께 다양한 놀이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부모 세대가 어렸을 적 즐겼던 놀이를 아이들이 경험하며 놀이로 세대 간 소통을 도모하고자 마련됐다. ▲대왕 윷놀이, 딱지치기, 고리 던지기, 투호 놀이,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 ▲공기놀이, 종이 딱지놀이, 알까기, 구슬치기 등 ‘추억놀이’ ▲소원지 달기 ▲오줌싸개 체험 ▲계절별 체험 놀이 등 다채로운 놀이가 펼쳐진다. 예전 수원 우체국이 있던 장소의 상징성을 살리는 특별 프로그램 ‘날아라! 종이비행기’도 열린다. 희망과 소원을 전하는 종이비행기를 만들고 날리는 프로그램으로 종이로 다양한 종이비행기를 접어보고 참여자들과 함께 멀리 날려볼 수 있다. 행사는 격주 토요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이어지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이다. 자세한 사항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이나 전화로 문의 가능하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참가자들 다양한 놀이를 체험하며 전통문화의 가치를 느끼고, 세대를 초월한 문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책과 함께 우리가 다시 살펴봐야 할 민주주의와 올바름, 역사 [신간소개]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한국은 지난 4개월 간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극단으로 쏠린 사회는 위기를 부르고 상식과 연대는 회복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위기에서 회복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지금 우리는 어떤 것을 경계하고 살펴봐야 할까. 폭넓은 시야로 사회를 조망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렸다. ■ 잘못된 단어(르네 피스터 지음, 문예출판사) 이야기의 맥락과 상관없이 단어 하나에 정치적, 사회적 생명이 다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특히나 인종과 젠더 등 그 주제가 예민할수록, 가치치향적일수록, 진보적인 의제일수록 더욱 그렇다. 목소리 큰 소수는 이를 ‘잘못된 단어’로 규정하고 공격하는데 사활을 건다. 한 단어로 깨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되며,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진보를 위한 무기이자 약자들이 특권층의 탄압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었는데 아이러니하다. 독일 진보 잡지 ‘슈피겔’의 워싱턴 특파원 르네 피스터는 이를 새로운 독단주의라고 부른다. 저자는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하며 미국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어긋나는 ‘잘못된 단어’를 공격하는 일에 사활을 거는 현상을 파헤친다. 일명 새로운 독단주의다. 학교, 언론, 기업, 공공기관, 문화예술계 등 미국의 일상생활을 좌우하는 모든 곳에 새로운 독단주의가 스며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깨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끊임없이 구별해 도덕적 위계를 매기는 시대의 분위기는 옳은가. 저자는 미국과 그 영향을 받은 독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박진감 넘치게 추적한다. 정치적 올바름이 침묵을 종용하게 하는 미국과 독일 사회 전반의 모습은 대한민국 사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정치적 올바름, 단어의 올바름에 맹목적으로 매달릴 경우 사회는 양극단으로 갈 수밖에 없고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와 이로 인한 실질적인 변화마저 가로막는다고 경고한다. 극단적 분열과 갈등이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가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다. ■ 고등학생운동사(조한진희 기획, 동녘 刊) 12·3 계엄 선포로 광장에선 어떤 존재들이 계속 ‘재발견’됐다. 2030여성의 ‘재발견’, 10대의 ‘재발견’,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의식의 재발견까지. 하지만 10대들의 투쟁은 역사에서 늘 존재했다. 11·3학생의날 유래가 된 일제강점기 학생 항일운동, 4·19혁명의 시작과 주역은 고등학생이었다. 최근 사회의 크고 작은 정치적 이슈에서도 10대들은 늘 자신들의 목소리를 자신들이 가능한 범위에서 강조해 왔다. 최근 출간된 고등학생운동사는 1980∼1990년대 국내에서 벌어진 고등학생 운동, 이른바 ‘고운’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조명하는 책이다. 고등학생 운동에 몸담았던 11명의 기억을 토대로 고운의 다양한 층위와 당시 10대들이 지녔던 문제의식 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10대=입시’로 직결되는 한국사회에서도 ‘고운’은 상식을 지키고자 끝없이 교실 밖을 나섰다. 불의한 사회,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 문화에 분노해 사회에 상식과 정의를 물었다. 사학 재단의 비리에 저항하고자 단결된 목소리를 냈다. 1980년대 초부터 이어진 군사 정권 타도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품고 운동에 참여한 고교생도 있었다. 대한민국사에 획을 긋는 정치적 역할을 했던 고교생들의 사회운동은 왜 늘 재발견될까. “우리 사회가 10대를 정치적인 주체로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책의 지적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별에게’, ‘봄파 할아버지와 곤충 탐험을 떠나요’ [그림책 이야기]

■ 별에게(안녕달 지음, 창비) 올해로 창작 10주년을 맞은 안녕달 작가의 ‘별에게’가 출간됐다. 작은 섬 마을 하굣길, 한 아이가 별 하나를 사서 집으로 온다. 아이는 엄마와 별을 애지중지 한다. 별을 잘 못 키워 금방 사라진 집도 많다는데, 이들은 별을 달만큼 키우기 위해 밤마다 함께 산책을 나서기도 한다. 아이가 커지는 만큼 별도 쑥쑥 자란다. 엄마와 산책할 때도, 귤을 딸 때도 늘 별이 함께 있다. 어느덧 아이는 어른이 돼 섬을 떠나고, 별도 심상치 않게 커버렸다. 아이가 한참을 걸려 집에 도착하자 마당에 크고 환한 별이 있다. 두 사람은 별을 꼭 안아준 뒤 하늘로 올려보낸다. “네가 와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마워” 별은 누구에게나 있다. 몸은 떨어져있어도 돌이켜보면 곁을 지켜준 소중한 존재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있다. 누군가의 보살핌과 사랑, 믿음은 우리를 자라게 하고 또 우리의 곁을 떠난다. 작가는 모녀와 별이 함께한 시간을 정성스럽게 그리면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보살피는 마음이 어떻게 깊어지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냈다. 작가만의 감성과 환상이 더해진 섬마을 바다에 비친 별과 서정적인 풍경은 서로를 보살피는 마음을 더욱 와닿게 한다. ■ 봄파 할아버지와 곤충 탐험을 떠나요(데이비드 스즈키·타니아 로이드 치 글, 친 렁 그림, 찰리북) 봄파 할아버지는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집 주변에서 자연 탐험을 한다. 쌍둥이 남매 나키나와 카오루는 할아버지와 곤충 탐험을 하면서 곤충을 살피며 곤충이 되어 보는 상상을 마음껏 한다. 이들은 곤충의 중요한 역할을 알게 된다. 꿀벌과 나비 등이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식물은 열매를 맺고 인간은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등이다. 그리고 곧 깨닫는다. 우리는 곤충 없이 살 수 없고 곤충은 자연을 지키는 가장 작은 영웅이란 것을. 나키나와 카오루는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곤충이 사라진다면, 또는 인간이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본다.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데이비드 스즈키의 경험담에서 나온 그림책이다. 데이비드 스즈키가 실제로 손자 손녀와 곤충 탐험을 하며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해 이야기 속에서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현실감 있고 재밌다. 책은 곤충 탐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환경과 생태계, 함께하는 삶 등의 주제를 담았다.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받은 일러스트레이터 친 렁이 표현한 봄파 할아버지와 쌍둥이 남매의 캐릭터는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명력 넘치는 자연과 곤충을 보며 삶과 생태계의 또 다른 면을 느낄 수 있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15일 ‘영동을 빛낸동화작가·시인 초청 특강’ 무대에

수원의 대표적인 작가인 윤수천 아동문학가가 오는 15일 오후 2시 ‘영동을 빛낸 동화작가·시인 초청 특강’ 무대에 선다. 영동문학관 공연장에서 열리는 이번 특강은 영동작가회(회장 박운식 시인) 초청으로 마련됐다. 윤 작가는 ‘꿈은 참 좋은 것’을 주제로 꿈은 본인을 즐겁고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타인도 즐겁고 행복하게 해준다는 내용을 강연한다. 좋아하는 일을 좇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일들이 잘 되기 마련이며, 인생은 행복 그 자체라는 윤 작가의 인생 경험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독자와의 대화도 이어진다. 특강에선 김하진·박민지(심천중 2학년) 학생이 윤 작가의 시 ‘산을 오릅니다’를 합동 낭독하고 이비단모래·이주영 시낭송가는 윤 작가의 시 ‘풀꽃’을 낭송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윤수천 작가는 1942년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국학대학교 국문과 특기장학생으로 2년 수료 후 1974년 소년중앙문학상 동화 당선과 197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동화집 ‘꺼벙이 억수’ 시리즈, ‘고래를 그리는 아이’, ‘나쁜 엄마’, 동화선집(전6권)을 비롯해 시집 ‘늙은 봄날’, ‘쓸쓸할수록 화려하게’, ‘당신 만나려고 세상에 왔나 봐’,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메아리가 있다’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내고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경기일보 가족면에 ‘생각하며 읽는 동시’를 연재하며 독자들의 마음에 동심을 환기해주고 있다.

미국 연구팀 "낮에만 식사한 야간 근무자, 심혈관 발생 위험 떨어져"

야간 교대 근무 노동자도 밤에는 먹지 않고 낮에만 음식을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프랭크 시어 교수팀은 9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서 젊고 건강한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에서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임상시험은 야간 교대 근무를 모방하고 식사 시간을 통제하면서 심혈관 질환 위험 지표 등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대 근무는 많은 연구를 통해 관상동맥 심장질환(CHD) 위험을 높이는 등 심혈관 질환 위험 요인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런 위험 증가는 생활방식이나 사회경제적 지위 등의 차이로는 완전히 설명되지 않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야간 근무자도 낮에만 식사하면 교대 근무 관련 심혈관 질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대 근무와 관련된 심혈관 건강에서 수면 시간보다 식사 시간이 더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젊고 건강한 참가자 20명에게 2주간 임상연구센터 내 시간을 알 수 없는 공간에 머물며 야간 교대 근무를 하게 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식사 시간을 조절하면서 신체 기능 변화를 측정했고 야간 근무와 식사 시간의 영향을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어두운 조명 환경에서 32시간 동안 깨어 있으면서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고 매시간 같은 간식을 섭취한 후 모의 야간 근무에 참여했다. 일부는 낮과 밤에 식사하는 그룹에, 일부는 낮에만 식사하는 그룹에 배정됐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의 자율 신경계 지표와 혈전 위험을 증가시키는 플라스미노겐 활성제 억제제-1, 혈압 등 다양한 심혈관 위험 인자를 측정, 식사 시간과 야간 근무 등의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낮과 밤에 식사한 참가자들은 야간 근무 후 심혈관 위험 인자가 모두 기준선에 비해 증가했으나 낮에만 식사한 참가자들은 위험 요소들이 야간 근무 전과 후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제1저자 겸 공동 교신저자인 새러 첼라파 교수는 “이 연구는 모든 요인을 통제했기 때문에 두 그룹의 야근 후 심혈관 위험 요소 차이는 수면 시간이나 식사 자체보다 식사 시간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주간과 야간 식사의 장기적 영향을 알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결과는 식사 시간 조절을 통해 야간 근무자들의 건강을 개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야간 시간대 식사를 피하거나 제한하는 것이 야간 근무자나 불면증·수면-각성 장애를 겪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균의 어반스케치] 목련꽃 필 때

옥탑방 작업실에서 아래를 내다보면 목련꽃 핀 동네가 아련히 다가왔다. 궤도를 이탈한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게 두렵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목련꽃 핀 카페의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을 바라보면 답답한 시공간들이 지나간 연애편지를 꺼내 읽는 것처럼 시큼했는데 그마저 커다란 건물이 생겨 가려졌다. 오늘, 커피 향과 목련꽃 그늘진 골목을 거닌다. 사랑이 이별을 동반하듯 산다는 건 늘 걱정과 근심을 부여한다. 정의의 탈을 쓴 마키아벨리즘이 득세하는 시국이 나의 부근에도 사회적 좀비처럼 옥죄고 있다. 나를 해방하는 궁극은 무엇일까. 케테 콜비츠와 뭉크와 버지니아 울프의 환영들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내게 고여 있다. 자유롭게 살기도 어렵고 싫다. 우울증같이 고요한 자유는 더욱 절규의 절벽을 이룬다. 그래도 이 봄이 평온했으면 좋겠다. 수면마취에 든 검진자처럼 잃어버리든 잊어버리든 더 이상 산만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구속 없는 자유를 갈망하는 노스텔직한 시 한 편 꺼내본다. ‘그리운 손길은/가랑비같이 다가오리/흐드러지게 장미가 필 땐/시드는 걸 생각지 않고/술 마실 때/취해 쓰러지는 걸 염려치 않고/사랑이 올 때/떠나는 걸 두려워하지 않으리/봄바람이 온몸 부풀려 갈 때/세월 가는 걸 아파하지 않으리/오늘같이 젊은 날, 더 이상 없으리/아무런 기대 없이 맞이하고/아무런 기약 없이 헤어져도/봉숭아 꽃물처럼 기뻐/서로가 서로를 물들여 가리.’ -신현림, ‘사랑이 올 때’

산업단지에서 꽃 피운 문화예술…최혜미 한국공예체험박물관장 [문화인]

점심시간쯤 되자 작업복을 입은 근로자들이 박물관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거나 작품을 보며 담소를 나눴다.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모, 세차를 하던 남성 등 관람객은 다양했다.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작품과 내부는 고색창연함에 현대미가 더해졌다. 공장이 들어선 시흥시 매화산업단지에 둥지를 튼 이 곳은 지난해 8월 문을 연 한국공예체험박물관이다. 삭막했던 산업단지에 새로운 문화예술이 피어나고 있다. ■ 문턱 낮춘 박물관… 누구나 일상에서 예술을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한국공예체험박물관은 홍익대 대학원, 펜실베니아·밴쿠버컬리지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작가, 큐레이터 등으로 활동한 최혜미 관장(46)이 전국에서 가장 문턱 낮은 박물관을 지향하며 개관했다. “좋은 곳에 가야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들어설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어요.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누리고, 또 작가들의 작품이 기꺼이 관람되는 공간이 필요하죠. 마음먹고 가지 않아도,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 동네 아지트 같은 박물관, 누구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꿈을 꿀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선 박물관 전속 작가들의 전시와 기획전을 관람하거나 16개의 전통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한국공예체험박물관이지만 내부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졌다. 복합문화생활공간을 표방한 만큼 공간들은 예술과 문화, 상품과 체험, 쉼과 여유를 품었다. 박물관 1층은 쇼윈도 갤러리가 있어 외부에서도 다양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맥간 공예 전시부터 내부에 쓸모를 다하고 버려지는 자개장을 쇼케이스로 감각적으로 변화시켜 여러 유물과 조형 작품을 모았다. 2층은 갤러리 공간으로 여러 회화작품과 조형작품이 전시됐고 공예작품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3층은 세미나실과 전통 좌식공간으로 구성돼 전통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품은 규방공예와 민화, 맥간공예, 전통 한복 의상 등 다양하다. 2층과 3층 사이엔 ‘소소한 도서관’이 있어 아이들 누구나 박물관 어디서든 책을 읽고 즐길 수 있다. ■ 버려진 것에서 새로움 찾고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담긴, 전통 조각을 전공한 최 관장이 전통에 빠져든 것은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예술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다. 맥간공예의 보릿대가 출발점이었다. 누군가에겐 쓰레기이지만 누군가에겐 재료가 돼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맥간공예의 보릿대에서 전통의 아름다움을 엿봤다. 이후 ‘전통이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란 생각에 맥간을 배우고 옻칠을 배우고 나전도 배웠다. “민화를 그린 그 마음은 결국 누군가를 위한 소망, 바람이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주는 따뜻한 메시지, 낡은 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전통에 끌려 전통 체험을 주제로 현대의 작품이 공존하는 박물관을 열었습니다.” ‘산업단지에 박물관이 웬 말이냐’ 하는 주위의 만류도 많았다. 하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최 관장은 자신이 거주하고 사업체를 운영하는 곳에서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싶었다. ‘맛집은 산골에 있어도 소문난다’라는 자신감으로 박물관을 열었다. 확신은 들어맞았다. 개관한 지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주변의 직장인들을 비롯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가족 관람객, 대학생, 전문가 과정을 꿈꾸는 지망생 등 많은 이들이 이곳에 전시를 보거나 체험하러 온다. 주말엔 사람도 차도 없이 적막했던 산단에 관람객을 실은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있다. 커피값이 부담 없다 보니 어르신들도 좋아하는 공간이 됐다. 최 관장은 단순한 전통의 전시를 넘어 전통이 가진, 문화예술이 가진 본질을 박물관에 오롯이 담는 게 목표다. 누구나 감동받을 수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문화예술 공간이다. 전시를 하고 싶으나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하는 작가들을 위해 인도 갤러리를 무상으로 열어 놓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들의 작품이 포털 쇼핑몰에서 판매가 이뤄지도록 돕는 것도 이런 이유다.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늘리며 예술이 가진 연대와 회복, 나눔의 가치도 전파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와 문화센터에서 강사로 교육하고 전시한 경험을 살려 지역의 다문화센터, 장애인센터와 연계해 무료 한복 체험 등 재능기부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최 관장은 “전통만 있는 게 아니라 문화복합공간으로 특이하고 재밌는 곳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며 “지역단체와 함께하는 이벤트도 만들어 누구나 누리고 즐거움을 맛보는 문화예술을 전파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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