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투신한 김가진의 삶과 예술세계 조명…경기도박물관 ‘김가진: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박물관이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대한민국임시정부를 통해 독립운동에 투신한 ‘김가진’을 조명한다. 경기도박물관은 지난 11일부터 ‘김가진 :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염원한 역사적 인물들을 살펴보는 ‘광복80-합合’ 특별전 3부작 중 첫 번째 시리즈로, 오는 7월에는 ‘여운형’, 11월엔 ‘오세창’을 조명하는 전시가 이어진다. ‘동농(東農) 김가진’은 대한민국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독립운동가이자, 명필로 이름을 날린 서예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가진의 시문(詩文)과 글씨, 사진, 그림과 함께 독립전쟁에 투신한 동시대·후대 인물들의 작품 1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충절혈맥(忠節血脈), 개화선각(開化先覺)으로 ▲대한제국 대신(大韓帝國 大臣) ▲예술과 정치의 일치(政藝一致) ▲임정국로(臨政國老) 등이다. 1부에서는 병자호란 당시 강화도에서 순절한 김상용의 11대 자손인 김가진의 충절 가문을 소개하고, 그 정신과 삶이 동서문명의 대전환기에 개화 선각으로 이어지는 점을 살펴본다. 특히 겸재 정선이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백운동도’와 ‘귀래정도’, 개화파들의 합작 ‘시축’, 김가진이 만든 ‘주일공사관 외교 서신 암호 규칙’ 등을 통해 김가진이 주체적인 외교통상과 내정개혁의 실무를 주도했음을 알린다. 2부에서는 개화파 혁신관료로서 독립협회 결성, 신식 우편제도 도입, 언문학교 설립 등 김가진의 활동상을 펼쳐보인다. 더불어 민영환, 조병세, 명성황후, 고종황제, 이완용, 데라우치 마사다케 등 동시대 인물들의 친필을 함께 선보인다. 일본화가 덴카이가 유화로 그린 ‘김가진 초상’에선 대한제국의 수립을 꽃과 색, 훈장 등으로 주체적으로 상징한 점을 눈여겨 볼 수 있다. 또 조선의 자주독립을 대내외에 표방한 상징으로 김가진이 한글과 한자로 쓴 ‘독립문’ 휘호를 볼 수 있다. 서체와 구조미학에서 김가진만의 박달나무 방망이 같이 단단한 원필(圓筆)이 느껴진다. 3부에서는 김가진의 시서(詩書)일체의 작품 세계와 서화협회 활동 등에 대해 조명한다. 김가진은 젊은 시절부터 다양한 시모임을 통해 개화사상가들과 교류했고, 명필가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그는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나라를 잃은 슬픔과 절망 속에서 시를 짓고 글씨를 쓰는 데 몰두했다. 그는 망국기 은거하며 대한독립을 ‘수죽향(水竹鄕)’ 건설로 은유한 ‘칠언시’를 남겼다. 시를 통해 둥글고 부드러운 붓놀림, 강직한 기운, 뛰어난 균형미 등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4부는 김가진의 상해 망명과 아들 김의한, 며느리 정정화, 손자 김자동으로 이어지는 김가진 일가의 독립운동사를 다룬다. 3·1운동 직후에 조직된 비밀 독립운동 단체 ‘대동단’의 총재를 맡은 김가진이 직접 짓고 쓴 ‘대동단 선언서’, 김구가 김의한에게 써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시’, ‘대한독립선언서’ 등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경기도박물관과 동농문화재단이 공동주최하고 광복회 후원으로 진행되며, 다양한 연계 행사도 펼쳐진다. 오는 25일엔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석학 특강이 열리고, 5월에는 경기도박물관대학이 ‘광복80, 한국미술80’을 주제로 특강을 개최할 예정이다. ‘대동단과 김가진의 정예일치의 삶’과 ‘신흥문관학교 뿌리와 대종교’를 주제로 두 차례의 학술포럼과 ‘대한제국과 세계열강’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도 이뤄진다. 전시는 오는 6월29일까지.

3대에 걸쳐 전하는 입사의 매력…‘빛이 된 금과 은의 향연’ 입사 전수자 ‘박승준’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⑤]

“‘전통’을 살아 숨 쉬게 해 후대에 전승되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입사’ 전수자 박승준씨(22)가 철로 된 기물을 정과 망치로 두드리는 ‘쪼음질’ 작업을 이어가자 가로, 세로, 대각선의 방향으로 가느다란 수백개의 선이 나타났다. 일정한 세기의 힘과 반복적인 두드림으로 촘촘하고 균일한 홈을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입사’의 시작이다. 수천, 수만번의 쪼음질이 끝나면 가느다란 홈에 금과 은을 마치 실처럼 박아 넣는데 이것이 입사의 백미다. 쪼음질로 바탕을 만들어 놓은 뒤 그 길을 따라 금과 은으로 세밀하게 문양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고된 수행과 같은 쪼음질 작업을 10년 정도 해야 비로소 금과 은을 새겨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박씨가 3년간 매일같이 정을 두드리며 쪼음질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박씨는 “‘입사’는 작업자의 손길, 즉 인간의 흔적이 깊게 스며들고 그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기술”이라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체력적으로 힘든 과정을 거치지만, 아름다운 결과물을 보면 지난 시간은 까맣게 잊혀진다. 특히 고된 과정을 거치며 ‘살아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경기도 무형유산 제19호인 입사장의 유일한 전수자다. 지난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입사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사실 어릴 적부터 일상생활에서 입사를 접해왔다. 그의 외할머니인 이경자씨가 유일한 경기도 무형유산 입사장 보유자이고, 그의 어머니인 이유나씨가 유일한 이수자이기 때문이다. 박씨의 집이 곧 작업장이었기에 집에서는 늘 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입사의 많은 과정을 보고 자랐다. ‘입사’는 흑철·백동 등의 기물 표면을 정으로 쪼아 금·은·오동을 끼워넣거나 덧씌워 무늬를 놓는 금속공예 기법이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시작돼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왔으며, 입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장인을 입사장이라 한다. 입사장은 1983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뒤 1997년 경기도 무형유산으로도 지정됐다. 지역의 특성이 강하거나 전승 단절 위험이 있는 종목은 중복으로 지정되는데, 경기도는 입사가 전승 단절의 위험이 있다고 봤다. 또 이경자 보유자가 조선시대 마지막 입사장이었던 고 이학응 선생의 계보를 잇고 있어 종목 지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3대째 입사를 이어가고 있는 박씨는 어머니와 함께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덕수궁에서 펼쳐진 한독수교 140주년 기념 특별전 ‘1899, 하인리히 왕자에게 보낸 선물’에 참여해 작품을 선보였다. 박씨와 그의 어머니인 이유나 이수자는 고종 황제가 1899년 대한제국을 최초로 국빈 방문한 하인리히 친왕에게 하사했던 선물 중 하나인 ‘투구’를 재현해 큰 호평을 받기도 했다. 현재 서울의 한 조형대학 AI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박씨는 전통과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입사를 선보이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람과 분위기에 맞춰 달라지는 입사 공예품을 만들거나, 이전에 기획했던 공예품에 인공지능(AI) 회로를 결합해 실제 움직이는 형태의 공예품을 선보이는 식이다. 박씨는 “더이상 입사를 배우려는 전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기만 해서는 전통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전통이 ‘살아 숨 쉴 수 있도록’ 만들어야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AI 시대에 입사를 포함한 전통기술들이 어떻게 다음 세대에게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20대 초반의 나이인만큼 그는 하루에도 여러 번 앞날에 대한 고민을 하며 마음이 ‘갈팡질팡’ 한다. 하지만 현재 입사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기에, 전통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강하다고 한다. “입사는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지만, 금과 은으로 ‘빛’을 새긴 완성품은 정말이나 아름답습니다. 입사를 통해 저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어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다음 세대로 전승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 광대 왔소, 줄을 서시오…줄타기 이수자 ‘한산하’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02580306 “열 네살에 매료된 양주별산대놀이, 이젠 운명”…이수자 ‘윤동준’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25580062 “세밀함의 예술, 완성에 끝이 없어”…불화장 전수자 ‘정수현’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217580401 “마을의 뿌리, 우리가 지키는 것”…화성팔탄민요 전수자 ‘이정민’ [청년 장인, 전통을 잇다④] https://kyeonggi.com/article/20250330580077

피아니스트 조성진, 6월15일 성남아트센터서 ‘피아노 리사이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오는 6월15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고전주의부터 낭만주의, 20세기 현대음악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한 무대에 담아낸다. 리사이틀 1부는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리스트의 ‘에스테 별장의 분수’로 문을 연다. 섬세하면서도 우아한 선율, 독창적인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조성진의 화려한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이어지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5번’은 ‘전원’이라는 부제에 맞게 평화롭고 목가적인 분위기의 작품으로, 탁월한 기교와 음악성을 갖춘 명쾌한 고전주의자로서의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20세기 피아노 음악의 새로운 시대를 연 버르토크의 ‘야외에서’를 통해 야성적인 피아니즘의 탐구자로서의 모습을 드러낸다. 2부에선 낭만의 대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다. 정교한 구조 속에 젊은 시절 브람스의 불안과 열정이 내재된 대곡으로, 조성진은 한층 완성도 높은 음악성과 독보적인 해석력이 기대된다. 조성진은 2011년 17세의 나이로 성남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Ⅲ’에 협연자로 참여해 처음 성남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이어 2020년, 2022년 솔로 리사이틀과 2023년 발트 앙상블 협연 등을 통해 성남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다.

대장암, 정기적 검사가 최선의 예방법

국내에서 갑상선암 다음으로 발생률이 높은 ‘대장암’도 작은 ‘용종’에서 비롯된다. 용종은 신체 내부의 점막이 증식, 돌출된 병변을 말하는데 대장은 길이가 150cm로 길고, 찌꺼기들이 오래 머물러 물리·화학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점막이 손상됐다가 회복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점막 표면에 용종이 잘 생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대장에서 용종이 잘 생기는 이유다. 보건복지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자는 9천348명에 이르러, 전체 암 사망률의 11%를 차지해 세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이런 대장암도 작은 용종에서 시작된다. 구체적인 발생 원인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지만 유전적 요인이 가장 크고 이어 생활 습관이 꼽힌다. 노화와 유전적 요인을 제외한다면 잘못된 식습관과 신체 활동 부족, 비만, 음주, 흡연 등을 들 수 있다. 조기 발견을 위해선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시술자가 직접 눈으로 보면서 용종을 진단할 수 있는 내시경 검사가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한 진단법이다. 대장내시경은 보통 진단 내시경과 치료 내시경으로 구분한다. 진단 내시경은 암이나 용종의 유무를 가리는 것이고 치료 내시경은 기구를 이용해 용종이나 조기암을 직접 치료하는 것인데 용종의 크기가 크지 않은 경우에는 진단 내시경을 시행하며 용종을 제거하는 치료 내시경 시술을 함께 시행한다. 치료 내시경에는 내시경 점막 절제술(EMR)과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 두 가지가 있다. 용종의 크기나 모양 등을 고려해 시술 방법을 결정한다. 내시경 점막 절제술은 보통 1~2cm 전후의 작은 대장용종을 떼어 낼 때 시행한다. 올가미를 이용해 크기가 작은 용종을 암 예방 목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단, 2cm 이상의 용종은 제거 과정에서 출혈 또는 천공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을 위해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은 대장의 점막하층에 약물을 주입, 용종과 함께 점막 및 점막하층을 분리한 뒤 대장용종을 일괄 절제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일괄 절제의 장점은 용종의 재발 위험도를 낮춰주며 암이 의심되는 경우 조직 검사를 통해 점막하층과 혈관 및 림프관 침범 여부 등 암의 진행 상태를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 검사 후 림프절 전이의 위험인자가 없다면 조기 대장암의 수술적 치료를 피할 수 있는 최소 침습 수술이라고 할 수 있다. 김동우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용종은 크게 종양성과 비종양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선종과 같이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종양성 용종은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며 “최근에는 과형성 용종과 같은 비종양성의 경우도 암으로 진행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악성화 가능성이 낮다고 안심하기는 어렵고 기본적으로 직장에 있는 조그마한 용종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한 모두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무리 주의하고 조심해도 대장용종은 100% 예방할 수 없어 증상이 없더라도 45~50세부터는 분변잠혈검사나 대장내시경 등 대장암 선별 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예방을 위해서는 식단 관리가 중요하다”며 “붉은 고기류와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 섭취를 줄이고 대신 식이섬유와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며, 흡연은 대장용종과 대장암 발생 위험을 높이므로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이 터진다…조선팝 여성듀오 가야로맨스, 신곡 ‘Vibration(진동)’ 발표

한국 전통음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주목받고 있는 조선팝 여성듀오 ‘가야로맨스’가 신곡 ‘Vibration(진동)’을 발표했다. ‘Vibration’은 판소리 ‘흥보가’ 중 가장 통쾌하고 희극적인 ‘박타는 대목’을 모티브로 한다. 25현 가야금 연주와 판소리 창법에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결합해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무는 강렬한 에너지를 완성했다. 가야로맨스는 오래 전부터 ‘희망’과 ‘전환’의 상징이었던 판소리 속 ‘박이 터지는 순간’을 오늘날 한국인의 삶과 연결해왔다. 흥보가의 ‘박이 터지는 장면’은 갑작스러운 행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래 버티고, 꾸준히 살아낸 자만이 만날 수 있는 전환의 순간이다. 곡 제목 ‘Vibration’은 단순한 리듬이나 울림을 넘어, 현실을 깨고 나아가려는 한국인들의 뜨거운 열망과 시대적 변화를 상징한다.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끈질기게 견디고, 결국은 웃으며 박을 터뜨리는 흥보처럼 이 노래는 한국인 모두의 마음 안에 숨겨진 ‘진동의 순간’을 깨운다. 가야로맨스가 새롭게 주창한 장르, ‘조선팝(JoseonPop)’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곡이기도 하다. 조선팝은 한국 전통음악의 서사와 에너지 위에 케이팝적 감각, 전자음악, 퍼포먼스를 덧입혀 오늘날 세계 어디에도 없는 ‘살아 움직이는 한국음악’을 지향한다. 가야로맨스는 이 지점, ‘누구나 삶 속에서 자신의 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믿음을 노래한다. 한국 전통의 에너지, 현대적 리듬, 세계 어디서도 듣지 못한 새로운 사운드로 첫발을 내디딘 가야로맨스의 강력한 진동이 시작됐다.

한국등잔박물관 ‘빛:빛 프로젝트 2025’ 전시·교육 체험프로그램 운영

(재)한국등잔박물관은 5월부터 12월 14일까지 ‘빛:빛 프로젝트 2025’ 전시·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2025년 박물관·미술관 지원사업’에 선정으로 진행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빛’을 주제로 한 소장유물과 연계된 전시와 연계 교육 및 체험, 지역사회와 연계한 행사 프로그램 등을 통해 감각적이고 참여 중심의 예술 경험을 할 수 있다. 5월에는 상설기획전시인 ‘빛과 마주하다, 이야기하다’가 운영된다. 소장유물을 중심으로 선조들의 지혜와 미적 감각을 조망하고, 박물관의 유물 수집 과정과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되새긴다. 9월에 개막 예정인 기획전시 ‘빛과 함께하다, 손끝에 머문 빛을 나누다’는 지역민이 박물관의 사물과 자연을 새롭게 바라보며 빛의 변화를 담아내는 어반스케치 체험의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다. 박물관 야외정원에 전시돼 자연과 예술이 만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10월에는 ‘빛을 담다, 오늘을 담다’ 기획전시가 열린다.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빛의 언어를 해석하고 다양한 의미로 탐색하며 감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을 보여주는 전시로, 지역문화예술의 활성화를 모색한다. 전시와 연계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빛을 마주하다, 빛을 빚다’는 조선 시대 도자등잔을 모티프로 한 도자 체험 교육으로, 선조들의 생활미와 실용미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빛을 담다, 빛을 마음에 담다’는 감정과 공감을 주제로 한 참여형 예술 교육으로 색과 선을 통해 나만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다. 어린이날 기간에는 어린이를 위한 빛과 색 체험 활동이 운영되며, 제등 만들기, 감각 놀이 등을 통해 창의력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체험이 진행된다. 지역 프로젝트 ‘빛과 함께하다, 포은의 숨결을 품다’(10월)에서는 제등 만들기, 전통 조명 기법을 활용한 미술 프로젝트가 지역민과 함께 진행된다. 김상규 한국등잔박물관장은 “전시와 체험, 교육을 통해 관람객들이 빛의 예술적 의미를 몸소 느끼고, 창작과 감상의 즐거움을 함께 누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 및 체험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한국등잔박물관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법률플러스] 열람·복사한 판결문의 사용…‘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까

A씨는 2020년 7월경 자신의 형사 재판과 관련한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재판기록 열람을 신청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공동 피고인인 B씨의 성명, 생년월일, 전과 사실이 기재된 다른 사건 2건의 판결문 사본을 제공받았다. 이후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제공받은 B씨에 관한 형사사건 판결문을 탄원서에 첨부해 제출했다. 그러자 B씨는 A씨가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본래 목적 외로 사용했다고 하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는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목적 외로 이를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72조 제2호는 이러한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을 규정한다. 과연 A씨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로 처벌받을까. 언뜻 보면 A씨의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처럼 보인다. 애초에 열람 목적은 자신의 형사 재판 관련 기록 확인이었고, 민사소송은 그와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개인정보보호법 제19조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쟁점은 이 법 조항의 ‘개인정보처리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개인정보처리자’란 개인정보파일을 운용하며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공공기관, 법인, 단체, 개인 등을 의미하고, 여기서 공공기관은 일반적으로 행정사무를 처리하는 기관을 말한다. 이에 대법원은 ‘재판사무’를 담당하는 수소법원은 행정기관과는 그 성격과 목적이 본질적으로 다르므로,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법원이 피고인의 신청에 따라 재판 기록을 열람·복사하게 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으로, 위와 같은 열람·복사의 허가가 ‘개인정보처리자’로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보지 않은 것이다(대법원 2025년 3월13일 선고 2025도266 판결). 이처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해당 정보가 ‘개인정보처리자’로부터 제공됐는지가 핵심 쟁점이 되는 사례는 적지 않다. 정보의 성격이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정보를 누구로부터, 어떤 법적 지위에서 받았는지가 위법성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천상병 시문학상·동심문학상 수상 ‘모르는 입술’, ‘괴물이 될 테야’ [이 주의 책]

현대 문학계의 거성인 천상병 시인을 기리는 시문학상과 동심문학상에서 올해 수상자가 탄생했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제27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장무령 시인을, 수상작은 ‘모르는 입술’(청색종이 刊)을 선정했다. 제7회 천상병동심문학상은 홍일표 시인의 ‘괴물이 될테야’(상상 刊)이다. ◆ 괴물이 될 테야(상상 刊) 풍부하고 재밌는 비유로 가득한 홍일표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독특하고 선명한 비유가 다양한 빛깔로 반짝거린다. 염소 똥 같은 까만 콩을 ‘가을이 낳은 똥’(‘까만 콩’)이라 하고, 통통배는 ‘통통통/재봉틀처럼 바다를 꿰맨다’(‘통통배’)고 한다. 보름달은 ‘하느님만 사용하는 가볍고 동그란 청소기’이고, 수박은 밭에서 볼 수 있는 ‘얼룩말알’(‘수박’)이다. 시인이 구사하는 풍부한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의 세계도 어느새 알록달록하게 물든다. 시인은 ‘아빠가 올 때까지’ ‘혼자 어두워’지는 아이(‘저녁이 싫어요’)처럼 소외된 곳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시인의 동심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딛고 일어날 힘과 감동을 주는 듯하다. ◆ 모르는 입술(청색종이 刊) ‘119 응급대원이 박차고 들어와 무슨 일이냐며 이유를 물었다/응급차에 실릴 때 옆에 앉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생각/ 타당성은 어이없이 만들어진다/ 남자 구실을 못하는 걸까/ 어린 의사의 눈동자는 어떻게 호기심을 감출까/ 오전 수업을 휴강해야 할 텐데/ 거기를 지네가 물었다는 것은 사실일까//나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보잘것없어졌다(‘호모 사피엔스’ 중) 독특한 감각으로 역설적이면서도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펼쳐왔던 장무령 시인이 19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의미를 해체하는 또 다른 변용의 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일상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세계는 와해된 언어의 형상들로 가득하다. 절대적 순수의 통각(痛覺)이라는 시적 경지를 잘 드러내 독자들에게 참신한 시 읽기의 맛과 재미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지금의 한국을 만든 건 무엇인가’...한국에 관한 새로운 시선 ‘한국이란 무엇인가’ 外 [신간소개]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을까’.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겪고, 조기 대선을 앞두며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다시 사유하는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홍익인간부터 12·3 계엄까지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보는 책들이 출간됐다. 빈틈없는 논리와 유쾌한 상상력으로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인의 경이로움’을 짚어내면서 미래에 대한 충고도 곁들였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프랑스 문학평론가가 분석한 한국에 관한 신간을 모았다. ■ 한국이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한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한국을 상상할 수 있을까.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를 익숙하게 설명해온 고정된 이야기들은 한국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기존의 언어가 만들어놓은 한국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그 틈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한국의 정체성을 재구성했다. 신간 ‘한국이란 무엇인가’는 홍익인간부터 계엄의 밤까지,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변화한 한국을 돌아보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질문조차 하지 않는 개념들을 흔들고 새롭게 세웠다. 특히 단군신화의 낡은 관점을 새롭게 읽고, 일제강점기의 복잡성을 재조명하며, 미시적 독립운동의 존재를 새로 이야기했다. 나아가 한국의 시민사회와 대학의 의미를 다시 묻고, 청년과 어른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한국의 과거’에서는 홍익인간, 단군신화, 삼국시대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믿어온 개념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일이 아니라 현재의 욕망과 권력이 재구성하고 해석하고 정당화한 ‘기억의 서사’임을 일깨운다. 2부 ‘한국의 현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현실의 구조적 취약함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정당 정치의 무능과 정체, 언론의 불신, 교육 제도의 실패, 개혁 담론의 무기력함 등 한국 사회를 이루는 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진단한다. 3부 ‘한국의 미래’는 한국이라는 이름이 앞으로도 유효할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들이 마련돼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 경이로운 한국인 (마음의숲 刊) ‘경이로운 한국인’은 프랑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 엑스마르세유대학에 한국학을 창설하고 주임교수를 역임한 장클로드 드크레센조가 느낀 경이로운 한국인에 관한 이야기다. K-POP, K-드라마 등 프랑스에서도 한국의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지만, 저자는 일상에서의 한국인들이 어떤지에 대해 흥미롭게 다뤘다. ‘글을 쓸 때 왜 새끼손가락을 바닥에 대고 쓸까?’, ‘여자들은 웃을 때 왜 손으로 입을 가릴까?’, ‘한국사람들은 달릴 때 왜 몸통에 팔을 붙일까?’, ‘한국에서는 주사를 맞을 때 간호사가 왜 엉덩이 볼기를 때릴까?’, ‘한국에서 시집들이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이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한국 문화, 습관, 관습, 언어까지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민족학적 고찰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내며 어떤 힘으로 이겨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총 7부로 구성된 책은 한국인의 언어, 식사 습관과 음식, 미신·장례 등 관습을 이어가는 모습, 친절함 등을 설명한다. 또 글로벌 무대에서의 위상을 자랑하는 한국과 그를 이뤄낸 한국인의 모습을 분석한다. 특히 저자는 나라가 어두울 때 가장 밝은 것을 들고나오는 한국인의 모습이 세계 속에서 한국이 빛나는 이유라는 점을 강조한다.

50년 경기여성활동의 성장과정 한 눈에…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경기여성활동사’ 발간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금자)가 근대화부터 현재까지 50년간의 경기여성활동을 정리한 ‘경기여성활동사’를 발간했다. 지난 50년간 경기도 여성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천사를 통해 경기여성활동의 성장 과정을 총망라해 여성 활동의 태동기와 변천사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경기여성활동사’는 ‘50년 발자취, 100년을 향한 발걸음’을 주제로 대한민국 ‘여성 활동사와 여성단체 활동 발자취’, ‘경기 여성 담대한 변화로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다’, ‘경기도 여성단체들 그 위대한 저력’ 등 총 3개의 대주제로 구성됐다.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스페셜 인터뷰, 태동기, 성장기, 도약기, 비상기 등으로 나눠 관련 사진과 원고를 실었다. 책은 도서관, 여성단체, 여성관련 연구기관, 대학교 등에 무료 배포되고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누리집에 ‘경기여성활동사 E-Book’란을 게시해 도민들이 쉽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23일 오전 11시엔 경기여성의전당 둘로스문화홀에서 여성단체 회원 200여 명과 지역사회 관계자 등을 초대한 출판기념회도 개최한다.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장은 “‘경기여성활동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가 함께 이뤄낸 역사의 증거이자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값진 유산이 될 것”이라며 “지역 곳곳에서 시대의 변화를 이끌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 온 여성들의 빛나는 발자취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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