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극장가 작은 영화에 뜨거운 반응

단관개봉한 작은 영화들에 대해 영화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 영화들이 단관개봉되는 이유는 대부분의 경우 대작 영화에 밀려 상영관을잡지 못했기 때문.‘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과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한국영화 ‘색즉시공’과 ‘광복절 특사’ 등 대작싸움이 치열한 극장가에 단관개봉한 작은 영화들이 높은 객석점유율을 보이며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달 22일부터 3주간 신촌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단관개봉해 하루 두차례만 상영됐던 영화 ‘도니다코’는 개봉 첫주만 4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좋은 반응을 얻자 27일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재개봉을 결정했다. 수입사인 미디어 필름 인터내셔널은 상영시간이 오전 11시와 새벽 2시로 관객들이 극장을 찾기 힘든 시간이었음에도 관객수가 꾸준하자 재개봉을 결정했다. ‘도니다코’는 가족,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한 고교생이 어느날 밤 토끼가면의 괴물로부터 세상의 종말이 닥쳐온다는 예언을 들은 후 벌어지는 기괴한 일들을그린 영화로 지난해 미 선댄스영화제와 올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 시네큐브에서 하루 1회만 상영되던 영화사 백두대간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도 비슷한 경우. 지난달 22일 이후 매일 오후 8시 30분 한차례만 상영되던이 영화가 첫째주와 둘째주 각각 98.7%와 92%의 높은 관객점유율을 보이자 백두대간은 지난 13일부터 전회상영하고 있다. ‘바람이…’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로 지난 99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 전통장례식을 촬영하기 위해 이란의 한 시골마을을 찾은 촬영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와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장뤽고다르 영화제도 주말 좌석점유율 70%대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 영화언어의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남긴 프랑스 감독 장 뤽 고다르에 대한 한국 영화팬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영화제를 기획한 동숭아트센터 측의 설명이다. 이들 영화의 한 관계자는 “상영관을 못잡아 단관에서만 개봉되지만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며 “관객들의 반응이 좋은 것은 좋은 영화에 대해 영화팬들의 반응이 적극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작싸움에 小영화는 ’괴로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대작 영화의 흥행 전쟁에 작은 영화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최근 기자시사회를 갖고 오는 29일로 개봉 날짜를 잡았던 영화 ‘피아니스트’(수입 배급 M&N엔터테인먼트)는 서울시내 스크린을 2개밖에 확보하지 못해 고민 끝에 결국 내년 2월로 개봉을 연기했다. ‘피아니스트’는 2001년 칸영화제에서 공개됐을 당시 ‘너무 충격적이어서 당혹스럽다’에서 부터 ’놀랄 만큼 사실적이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반응을 받으며 심사위원 대상과 남·여 주연상을 휩쓴 화제작. 지난 1월에도 비슷한 이유로 개봉이 무산된 적이 있어 이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많은 아쉬움을 주고 있다. 개봉관 확보가 힘들었던 것은 11월 말 대작영화의 개봉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 21일 개봉한 ‘광복절특사’를 필두로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반지의제왕-두 개의 탑’ 등의 블록버스터 급 판타지 영화가 12월13일과 19일 개봉을 앞두고 있고 한국영화 ‘색즉시공’도 12월 중으로 개봉날짜를 잡고 있다. 22일 극장상영을 시작하는 영화 ‘좋은걸 어떡해’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걸 어떡해’는 ‘아멜리에’에서 오드리 토투의 미소를 잊지 못하는 영화팬들이 개봉을 손꼽아 기다리던 영화. 하지만, ‘좋은걸 어떡해’(수입 배급 미디어필름인터네셔널)가 확보한 극장은 서울의 브로드웨이 극장 단 1개 관. 계획에도 없던 단관개봉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22일 개봉할 계획이었던 같은 수입사의 ‘웰컴 투 콜린우드’도 “시사회 반응이 좋은데 비해 개봉관 확보가 용이하지 않다”는 이유로 개봉일을 내년 1월10일로 미뤘다. 영화홍보사의 한 관계자는 “12월에는 워낙 대작들이 많다 보니 시사회를 열 극장을 확보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한편, ‘반지’와 ‘해리포터’는 각각 55개와 76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던 지난해와비슷한 수준으로 개봉관을 잡을 예정이며 ‘광복절특사’도 서울 65개 극장에서 상영 중이어서 영화에 따른 개봉관 확보의 극과 극을 보여주고 있다.

새영화/ 도니 다코

22일 선을 보일 ‘도니 다코(Donnie Darko)’는 지난해 미국 선댄스영화제와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던 영화. 상식을 깨는 파격적인 설정, 몽환적인 분위기의 화면, 최면을 거는 듯한 음악, 인과관계가 뒤엉킨 듯하면서도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치밀한 줄거리,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마지막 반전 등이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고교생 도니 다코는 가족이나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이상 성격의 소유자. 어느날 밤 이상한 목소리를 따라 집 밖으로 나가자 토끼 가면을 쓴 괴물로부터 28일 6시간 42분 12초 뒤에 세상의 종말이 닥쳐온다는 예언을 듣는다. 이튿날 아침 골프장 그린에서 잠이 깬 그는 집에 돌아와 자신의 방이 폭격을 맞은 듯 부서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집을 비운 사이 지붕에 정체불명의 대형 여객기엔진이 떨어진 것이다. 가족들은 죽은 줄 알았던 도니가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을 보고 반가워하면서도 미지의 공포에 대한 불안을 느낀다. 학교 친구들도 그를 이상한 존재로 여기며 슬슬 피하지만 새로 전학온 결손 가정의 그레첸만이 유일한 대화 상대가 되어준다. 운명의 날이 다가올수록 도니 주변에서는 기괴한 일이 일어나고 학교와 마을은 온통 공포감에 휩싸인다. ‘도니 다코’는 선댄스영화제에서 ‘메멘토’와 함께 시나리오상 부문에서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메멘토’가 시퀀스를 역순으로 배치해 인과관계를 부각시킨 반면에 ‘도니 다코’는 아인슈타인의 시간여행 개념을 동원해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 놓았다. 관객들도 장자가 ‘호접몽(胡蝶夢)’을 꾸는 것처럼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비몽사몽간에 빠져 있다가 마지막 반전이 이뤄지는 순간 꿈과 현실이 뫼비우스의 띠로 연결돼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27세의 신예 감독 리처드 켈리가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사랑과 영혼’의 패트릭 스웨이지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영화따로 OST따로 ’푸짐’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로 인해 영화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른 가운데 국내 개봉작들의 영화음악을 담은 OST 앨범이 잇따라 출시됐다. 먼저 눈길을 끄는 앨범은 70대 노부부의 격렬한 정사 장면으로 인해 논란이 됐던 ‘죽어도 좋아’의 OST. 지난달 30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이상 관람가’등급을 받아 12월 6일 개봉을 앞둔 ‘죽어도 좋아’(감독 박진표)는 7회 부산국제영화제 ‘새로운 물결’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엔딩 타이틀 곡인 ‘Too Young to die’는 영화의 성격을 내포한 곡으로 신인 래퍼 MK.신이 역동적이고 젊은 감각의 영어랩을 불렀다. 또한 영화 후반부에 주인공 70대 부부가 함께 부른 ‘이팔 청춘에 소년몸 되어서’로 시작하는 ‘청춘가’도 실려 있다. 음악감독 박기헌의 데뷔앨범이기도 한 이 앨범에는 타이틀과 ‘청춘가’ 외에는 트럼펫, 클라리넷 등 금관악기를 위주로 한 연주곡이 주를 이룬다. 2주 연속 박스오피스에서 정상을 차지한 영화 ‘몽정기’(감독 정초신)의 OST앨범도 발매됐다. 깔끔한 사운드의 복고풍 모던록,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는 80년대 팝, 재치와 기지가 뒤섞인 곡을 담았다는 평.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운동회 1천미터 이어달리기 장면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타이틀 ‘결심’은 시원하게 질주하면서도 매끄러운 멜로디를 가진 신나는 곡이다. 여주인공인 김선아가 교실에서 부르던 만화영화 주제곡 ‘캔디’는 재미있는 편곡으로 눈길을 끈다. 80년 대의 전형적인 록 발라드곡인 보니 타일러의 ‘Straight from the Heart’와 80년대 유로 댄스곡인 패티 라이언의 ‘You’re my Life, You’re my Love’등이 실려 있다. ‘격정 멜로’를 표방한 이종원·김윤진 주연의 ‘밀애’(감독 변영주)의 OST도 출시됐다. 조영욱 음악 감독은 단일 사운드트랙으로 70만장 이상 판매고를 기록한 영화 ‘접속’의 음악을 맡았던 감독.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 사용된 ‘도나도나’는 ‘포크록 음악의 대모’격인 존 바에즈 특유의 청아하고 슬프면서도 힘겨운 삶을 이겨내는 느낌의 목소리가 돋보이는 타이틀곡. ‘도나도나’를 제외하곤 거의 모두가 현악기를 사용해 주인공의 욕망과 감성은 바이올린으로,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은 첼로로 표현했다. 핀란드 민요를 현악 4중주로 편곡한 ‘허공에서 부리를 물고와’, 오케스트라 버전인 ‘내겐 돌아갈 집이 없어’,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 G마이너’를 발췌해 9분짜리 곡으로 만든 ‘슬픈 폭력’등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