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VIE/주먹이 운다. 800 블렛. 잔다라2

■주먹이 운다 인생 막장의 순간에서 다시 일어선 40대의 아버지 강태식과 방황을 끝내고 다시 일어선 20대의 아들 유상환. 이들은 각자의 인생을 위해 링 위에 선다. 링은 그들에게 자신만의 전쟁터. 승리는 단 한 사람만의 것이며, 이들은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다. 올해 충무로 기대작 중 하나인 ‘주먹이 운다’가 4월1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시네마키드에서 ‘피도 눈물도 없이’ ‘아라한 장풍대작전’을 거쳐 흥행 감독으로도 자리를 잡은 류승완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배우 최민식, 그리고 가장 영리한 20대 배우 류승범이 한 자리에 모인만큼 이 영화는 올 상반기 개봉작 중 많은 기대를 받아왔다. 애초에 감독이 “연출을 하지 않는 연출”이라고 말했던 것처럼 영화는 상당 부분배우의 연기와 이들의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스타일로 캐릭터를 만들었고 관객의 입장에서 이들의 ‘대결’을 한 영화에서 보는 것은 행복에 가까운 재미다. 사각의 링 위에서 피투성이가 된 두 사람이 서로 뒤엉킨 장면은 한동안 다시 못볼 아름다운 ‘투 샷’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신인왕전에서 맞붙는 후반 15분 이전에는 마치 전혀 다른 두 영화인 것처럼 각 인물별 에피소드로 따로따로 진행이 된다. 카메라는 인생의 ‘막장’에 서 있다는 공통점 외에 전혀 다른 삶을 산 40대와 20대, 전직복서와 신인복서의 삶을 교차 편집으로 보여 주며 링 위에 선 두 사람과 마주 선다. 막상막하의 실력을 갖춘 두 사람. 누구의 손을 들어줘야 하는지, 관객들은 이미 두 사람의 간절한 사연을 알고 있는 만큼 고민에 빠진다. 태식은 한때 복싱 스타였지만 지금은 매맞는 일로 돈을 버는 남자다. 운영하던 공장의 화재로 답답한 신세가 된 그에게는 재산이란 것은 아내와 사랑하는 아들뿐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진 그에게 아내는 이혼을 요구해 오고, 이제 그는 아들과 함께 살 수도 없는 처지에 처하게 된다. 더 이상 물러 설 곳도, 잃을 것도 없는 인생 막장의 이 늙은 복서는 이제 신인왕전 타이틀을 마지막 희망으로 품게 된다. 상환은 특별히 하고 싶은 일 없이 소일하는 인생이었다. 패싸움과 ‘삥 뜯기’가 하루 일과. 어느날 큰 싸움에 휘말려 합의금이 필요하자 그는 동네 유지의 돈을 빼앗다 소년원에 수감된다. 소년원에 들어와서도 그는 여전한 문제아다. 다른 재소자와 싸움을 벌이던 그는 교도 주임의 눈에 띄고 권투부에 가입하게 된다. 권투는 아무 의지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그에게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이 된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된다. 공사장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할머니마저 쓰러졌다는 소식이 그의 귀에 전해져 오자 이제 그는 가족을 위해 하게되는 첫번째 일로 신인왕전 출전을 결심한다. 차근차근, 두 인물의 삶에 빠져들던 관객들에게 영화의 막바지 권투 경기 장면은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들이 벌이는 결승전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처절한 전투며,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그래서 누구의 편도 쉽게 들 수 없는, 그런 싸움이다. 시합 장면은 실제로 두 배우가 진짜 펀치를 날리며 진짜 6라운드 경기를 펼치며 촬영됐다.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몸만들기에 들어갔던 두 사람은 여러 대의 카메라 앞에서 실시간으로 직접 경기를 펼쳤다. 상영시간 134분. 15세 관람가. ■유쾌한 퓨젼 서부극 ‘800 블렛’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 스턴트상을 제정하자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스턴트맨의 랩소디’를 그린 영화가 개봉했다. ‘커먼웰스’로 2000년 스페인 최다 관객을 동원한 알렉스 데 라 이글레시아(40) 감독의 2002년작인 ‘800 블렛(800 bullets)’은 스턴트에 대한 자부심과 향수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인의 이야기다. 무대는 스페인 알메리아 사막의 어느 마을. 이곳에는 ‘텍사스 할리우드’라는 다스러져가는 영화 세트장이 있다. 과거에는 실제로 할리우드 서부극의 촬영지로 사용됐으나 이제는 하루 10명 안팎의 관광객만이 찾을 뿐인 처량한 세트장은 관광객보다 많은 액션 배우들의 삶의 터전이다. 이들 액션 배우들은 저마다 보안관, 인디언 추장, 총잡이 등을 맡아 관광객들 앞에서 한바탕 쇼를 펼친다. 그러나 첨단 컴퓨터 그래픽이 관객의 눈을 현혹시키는 21세기에 이들의 모습은 아무리 좋게봐도 시대착오적이다. 한때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같은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을 자랑으로 여기는 훌리안(산쵸 그라시아 분)은 몇해전 역시 스턴트맨이었던 아들을 자신의 눈 앞에서 잃는 사고를 겪는다. 그러나 이러한 충격적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스턴트에 집착하며 “몸으로 때우는 것이지만 정직한 직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훌리안의 모습은 결코 장인 정신의 표출로 보이지 않는다. 그는 시대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한 낙오자이고 그가 꾸린 배우 집단은 오합지졸 공연단일 따름이다. 그러나 남들이 보기엔 한심하고 하찮은 가치관일지라도 한사람의 평생을 지탱할 수 있는 버팀목이라면 그것은 위대하다. 누가 누구의 인생을, 어떤 잣대로 평가할 것인가. 이글레시아 감독은 이러한 주장을 펼치며 과거의 영광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 쓸쓸한 노인에게 찬란하고 화려한 마지막을 선사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수십년 전에 냅킨에 써준 전화번호를 가보처럼 간직한 훌리안은 그 자부심을 안고 오직 800발의 총알로 탱크에 맞선다. 25일 개봉, 15세 관람가. ■아내에게서 아들 향기가…‘잔다라2’ 2001년 개봉했던 ‘잔다라’의 속편. ‘잔다라’는 태국말로 ‘저주받은’이라는 뜻의 ‘잔라이’에서 따온 이름이다. 부유한 집안 출신의 태프(와차라 탕카파서트)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아버지로부터 어머니가 폭행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폭행의 이유는 어머니가 바람을 피웠다는 것. 이를 용납하지 못한 태프는 집을 나간다.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경찰이었던 아버지 차웅(소라풍 찻리)은 에머랄드 섬에서 어부로 생활하며 젊은 여자 리암(헤렌 니마)과 함께 살고 있다. 리암에게 차웅은 자신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 하지만 리암은 성관계에 어쩔수 없이 응할 뿐 차웅을 사랑하지 않고 있다. 갈등은 사진작가가 된 태프가 섬을 찾으면서 다시 시작된다. 차웅과 원치않은 관계를 갖는 리암에게 연민을 느끼는 태프. 서로에게 끌리던 두 사람은 머지않아 애정행각을 시작하게 된다. 2편은 1편과는 다른 인물과 줄거리가 등장하며 인간관계의 얽힘은 덜 복잡하지만 스토리의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는 전편과 비슷한 편이다. 1편과 2편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단어는 ‘불륜’, 갈등의 핵 역시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반목이다. 31일개봉. 상영시간 100분. 18세 이상 관람가. ■김정은 주연의 영화 ‘사랑니’(제작·투자·배급 시네마서비스)가 최근 촬영을 시작했다. 지난 16일 서울 정릉에서 진행 된 첫날 촬영 신은 인영이 점을 보기 위해 점집을 찾는 장면. 상담을 받으러 간 인영이 오히려 역술인에게 상담을 해주는 장면이다. 영화는 6월까지 촬영된 뒤 가을 극장가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MOVIE/피와뼈.나인하드 2

■피와뼈 괴물이 된 조선사내 ‘김준평’ 피와 뼈가 붙어 있다고 인간인가. 피와 뼈를 물려줬다고 부모인가. 최양일 감독은 “피와 뼈는 인간과 가족 관계를 말한다. 뼈 안에는 무엇이 있고 피 안에는 무엇이 흐르고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영화를 관통하는 단어는 폭력이다. 시대가 폭력이고 생존이 폭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폭력적이다. 진저리날만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라는 점, 그것이 재일한국인의 삶이고 작가와 감독이 모두 재일한국인이라는 점은 분명 한국 관객에게 묵직한 무게로 다가온다. 눈을 크게 뜨고 영화를 직시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냄새가 역하다. 1923년 오사카. 일련의 한국인들이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건너온다. 이들은 불결한 빈민가에 촘촘히 어깨를 맞대고 뿌리를 내린다. 모두가 살아남아야 했다. 한복입고 제사지내고, 결혼식날 신랑의 발바닥을 북어로 때리는 풍습은 꾸역꾸역 지켜가지만 한국어는 ‘장인어른’과 ‘형님’을 구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영화는 주변인에게 결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오로지 한 사람, 김준평(기타노 다케시 분)에게 초첨을 맞춘다. 청운의 꿈을 안고 도일했을 그의 모습은 그러나 극 초반부터 광폭하고 탐욕스러운 중년으로 그려진다. 마누라는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자식들은 하찮은 벌레 취급하는 이 남자는 자신이 인간임을 잊은 듯 하다. 여자를 섹스 도구로 생각하며 오로지 돈에만 관심있는 그는 발정난 돼지 같은 모습으로 모든 사람 위에 군림한다. 그중 가장 기가 찬 풍경은 자신의 아들들과 처절한 육박전을 벌일 때. 이들 부자 앞에 인륜은 공허할 뿐이다. 그런 그가 딱 한번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섹스 노리개로 삼던 기요코가 뇌종양수술을 받고 거동도 못하는 바보가 됐음에도 버리지 않고 정성들여 간호하는 것. 피와 뼈를 나눈 가족들에게는 한번도 보이지 않던 행동. 그러나 이마저도 사실은 또다른 정부를 들이며 자식을 넷이나 까발리는 짓과 병행한 것이다. 욕정만큼 그의 자식에 대한 욕심도 거대하다. 역시 피와 뼈에 대한 집착이다. 영화는 김준평의 무소불위 광기와 폭력을 가감없이 따라가며 50~70년대 재일한국인들의 지난한 삶을 중간중간 훑었다. 젊은층의 북에 대한 동경과 한국인끼리의 결혼을 고집하려는 노력이 살짝 그려진다. 마을 잔치 때 잡힌 커다란 돼지가 난도질되는 장면은 어쩌면 당시 재일한국인의 삶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시뻘건 피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고, 대야 가득 쏟아지는 구불구불한 내장은 보상받을 길 없는 고단한 삶이다. 그러나 혼란스럽다. 김준평의 모습을 뒷받침하는 설명이 싹둑 잘라져나갔다. 거두절미하고 김준평의 아들 마사오의 눈으로 괴물 같은 아버지의 비상식적인 짓거리들이 나열되는 것이다. 그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나, 인간성을 상실한 시대가 그를 그렇게 내몰았다는 식의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이 때문에 각종 묘사가 사실적이고 기타노 다케시의 연기가 두려움을 자아낼 정도로 질퍽함에도 영화는 당위성을 줌으로써 끌어낼 수 있는 감동을 놓치고 간다. 25일 개봉, 18세 관람가. ■나인하드 2 코믹 킬러… ‘해도, 너무해’ ‘완벽한 행운’, ‘왕대박’을 뜻하는 ‘나인야드(The Whole Nine Yards)’가 조금 더 커진 행운을 들고 다시 찾아왔다. 2000년에 개봉했던 ‘나인야드’보다 1야드 넓어진 속편 ‘나인야드2(The Whole Ten Yards)’가 24일 국내 관객을 만난다. 2편에서도 1편의 주인공인 냉혈한 전문킬러 지미 튤립(브루스 윌리스)과 어딘가 헐렁해보이는 소심한 치과의사 오즈(매튜 페리), 대범한 금발미녀 신시아(나타샤 헨스트리지), 막무가내 킬러 지망생 질(아만다 피트)이 호흡을 맞췄다. 1편에서는 지미가 오즈의 옆집으로 이사오면서 황당한 사건에 연루되고 결국 이둘과 신시아, 질까지 부자연스럽게 뭉치면서 1천만 달러를 차지했다. 또 지미의 부인이었던 신시아는 오즈와, 킬러를 꿈꾸던 간호사 질은 지미와 사랑에 빠지면서 끝났다. 이번 ‘나인야드2’는 졸지에 부자가 된 오즈에게 갱단의 보스 고골락(케빈 폴락)이 전편에서 죽은 아들 야니의 복수를 하겠다고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고골락은 오즈의 부인 신시아를 납치한 뒤 오즈에게 야니를 죽인 지미가 어디 있는지 말하라며 협박한다. 신시아를 구하려고 지미를 찾아간 오즈는 킬러에서 손끝이 섬세한 가정주부로 변신해 닭에게 이름까지 붙여 애틋하게 부르고 있는 지미를 만난다. 지미와 오즈, 질은 추격해오는 고골락 일당을 따돌리지만 끝없는 내분으로 신시아를 되찾을 가능성은 점점 희미해진다. 1편이 코미디와 액션, 인물과 줄거리가 적절히 섞여 적당한 웃음을 만들어 냈다면, 2편은 각 요소가 조금씩 더 과장돼 대체 어디에 장단을 맞춰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는, 애매한 영화가 돼버렸다. 줄거리는 반전에 반전을 노리지만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허탈해진다. 어느새 냉소적인 미소의 액션 배우보다 실없는 코미디 배우가 더 잘 어울리게 돼버린 브루스 윌리스는 어색한 앞치마에 토끼 슬리퍼까지 신고 고군분투한다. 질과 서로 머리에 총을 겨누며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하는 모습은 킬러부부답지만 왼쪽 팔뚝에 해놓은 문신 속 튤립은 이미 시들어버린 듯 하다. 영원한 ‘프렌즈’로 남아있는 매튜 페리는 챈들러 캐릭터로 끝까지 밀고 나간다. ‘프렌즈’에서도 그랬듯 영미권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말장난과 매번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웃음의 원천은 오히려 브루스 윌리스 쪽보다 아직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괴팍한 발음과 무지막지한 손놀림,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고골락과 그의 노브레인 아들이 이끄는 갱단이다. 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영화 초반에 걸 스카우트로 잠깐 등장하는 여자아이. 금발의 이쁘장한 여자아이는 바로 브루스 윌리스와 데미 무어 사이의 세 딸 중 막내인 타룰라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8분. 영화 ‘사랑니’ 김정은 연하男 누가될까? 김정은이 차기작으로 정지우 감독의 신작 ‘사랑니’를 선택했다. 정 감독이 ‘해피엔드’ 이후 5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 ‘사랑니‘는 열일곱 살 남자와 사랑에 빠진 서른 살 여자의 이야기. 김정은의 상대역은 미정이다. ‘사랑니’는 3월 크랭크 인하며, 올 가을 개봉 예정이다.

MOVIE/‘아카데미 전초전’… 극장가 설렌다

오는 27일 열리는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작품상·감독상·남우주연상 등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화제작 6편이 동시에 국내 개봉한다. ‘아카데미 특수’를 노린 개봉전략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이같은 집중 동시개봉은 아주 이례적인 일. 특히 작품상 후보에 오른 ‘에비에이터’ ‘레이’ ‘네버랜드를 찾아서’ ‘밀리언달러 베이비’ ‘사이드웨이’는 후보작 5편 모두가 동시에 개봉한다. ■클로저 줄리아 로버츠, 주드 로, 나탈리 포트먼, 클라이브 오웬 등 스타들의 출연으로 눈길을 끄는 ‘클로저’가 지난 3일 첫 테이프를 끊었다. 동명의 영국산 연극을 ‘졸업’의 마이크 니콜스 감독이 영상으로 옮긴 고품격 로맨스물. 첫눈에 반한 네 남녀의 사랑과 배신, 질투, 이기심, 복수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렸다. 아카데미의 전초전으로 일컫는 골든 글로브에서 포트먼과 오웬이 남녀조연상을 차지했고 이어 아카데미에도 도전한다. ‘레옹’의 소녀에서 매혹적인 배우로 자라난 포트먼의 매력을 유감없이 맛볼 수 있다. ■밀리언달러 베이비 미 감독협회 감독상 수상작인 복싱영화 ‘밀리언달러 베이비’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힐러리 스웽크가 아카데미 2연패에 도전하는 작품. 여자 복서와 코치의 만남을 통해 관계, 가족의 의미를 묻는 수작이다. 두 사람은 최근 골든 글로브에서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좀처럼 동일부문 재수상을 하지 않는 아카데미의 관행이 깨어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개부문 후보다. 25일 개봉. ■레이 그래미상을 13회나 받은 전설적인 시각장애인 R&B 가수 레이 찰스의 일대기를 그린 ‘레이’는 최근 미국에서 역대 뮤지션 전기영화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찰스가 영화제작 기간인 지난해 6월 7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더욱 화제가 됐다. 찰스는 극중 레이 역을 맡은 제이미 폭스에 대해 “내가 놀랄 정도로 나와 흡사하다”며 탄복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테일러 핵포드 감독 작품으로 6개부문 후보. 18일 개봉. ■에비에이터 ‘에비에이터’는 항공업계의 거물, 영화제작자, 희대의 플레이보이로 유명했던 20세기 최초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삶을 다룬다. 20세에 이미 억만장자가 됐고 준수한 외모로 여배우들과 염문이 끊이지 않았던 휴즈는 TWA를 굴지의 항공사로 키웠으며 동시에 결벽증, 피해망상 등에 시달린 환자였다. 유난히 아카데미와 거리가 멀었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타이타닉’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연기를 펼쳤다. 스콜시지 감독 작품으로 11개 부문 최다부문 후보작이다. 18일 개봉. ■네버랜드를 찾아서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피터팬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정을 그린 영화. 영원한 자유인을 꿈꾸는 극작가 JM베리(조니 뎁)가 이웃집 소년들을 사귀고 거기에서 영감을 받아 ‘피터팬’을 희곡으로 써내기까지 과정을 담았다. 소년들의 어머니(케이트 윈슬렛)와의 로맨스가 사실보다 부풀려졌지만, ‘피터팬’의 정신이 기성제도를 거부하는 자유의 정신임을 잘 보여주는 수작. 남우주연 등 7개부문 후보작으로 25일 개봉한다. ■사이드웨이 ‘사이드웨이’는 ‘어바웃 슈미트’ 알렉산더 페인 감독의 작품. 결혼을 앞둔 두 대학생이 총각파티를 대신해 떠난 와인기행에서 벌어지는 달콤쌉싸레한 일탈기를 그렸다. 5개부문 후보작. 18일 개봉. 그외 이미 개봉중인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 미술, 분장 등 4개부문 후보에 올랐고, 시골학교 음악교사와 전쟁고아들이 음악을 통해 희망을 찾게되는 ‘코러스’는 음악, 외국어영화상 후보다. 3월3일 개봉. ■제니,주노 가볍고 예쁜 영화…현실은 글쎄? 비슷한 나이 또래지만 로미오-줄리엣, 성춘향-이몽룡 커플을 ‘제니, 주노’의 연인들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도 있고 문제도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는 가문 간의 반목이, ‘춘향전’의 경우 변학도라는 라이벌이 있었다면 ‘제니, 주노’ 속 커플의 가장 큰 난제는 뜻하지 않게 덜컥 생긴 아이다. 전형적인 청춘물의 발랄함과 산뜻함, 그리고 가벼움을 기본 톤으로 띠고있는 이 영화는 묘하게도 10대(그것도 중학생들의) 임신 문제를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예쁘게 그리고 있다. 부산에서 전학 온 얼짱 주노(김혜성)와 좋은 집안에 공부까지 잘하는 제니(박민지)는 처음 만난 순간 사랑에 빠져 교제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주노를 옥상으로 부른 제니는 그에게 임신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고민 끝에 우선은 임신사실을 숨기기로 한 두 사람. 새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 보살피기에 들어간다. 어느새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고, 두 사람은 양가의 부모들에게 임신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청한다. 영화에는 아이를 낳겠다는 아이들과 이를 말리는(낙태하라는) 어른들 사이의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요즘 어른들의 생명 경시 풍조나 문란한 성 관념 따위를 비판할 생각은 없었다는 얘기다. 공부 ‘잘하는’ 여자 아이, 게임 ‘잘하는’ 남자 아이 등 두 주인공은 임신 뒤 짧은 시간 당황해 한 다음부터는 너무 쉽게 돈 많은 부모들에게 기대고 ‘능력있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걱정하기보다는 쪽팔려하며 이를 받아들인다. ‘어린 신부’의 김호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제니@주노’라는 인터넷 소설이 원작이다. 상영시간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배용준, 멜로영화 ‘외출’로 스크린 노크

스타 배용준과 허진호 감독의 신작 ‘외출’(제작 블루스톰)이 4일 강원도 삼척시에서 첫 촬영을 시작했다. ‘외출’은 사랑의 배신이란 참담한 현실에 직면한 두 남녀가 점차 안타깝고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는 내용을 담은 멜로 영화. 배용준에게는 첫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이후 1년 반 만에 선택한 출연작이며 허진호 감독은 ‘봄날은 간다’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는 세 번째 영화다. 첫날 촬영된 장면은 주인공 인수(배용준)와 서영(손예진)이 처음 만나게 되는신. 아내(임상효)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부터 삼척으로 달려온 인수는 텅빈 수술실 앞 로비에서 서영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이날 촬영은 허진호 감독과 배용준을 비롯해 손예진, 류승수, 임상효, 김광일 등 출연진과 스태프, 삼척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사를 지낸 후 삼척 의료원에서 진행됐다. 배용준은 다급하게 수술실을 찾으며 복도로 뛰어와 수술중 표시등에 불이 켜 있는 것을 확인하며 너무도 사랑하는 아내의 사고 소식에 복받쳐 오르는 슬픔과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복잡한 심정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자신의 동선을 미리 체크하며 서영과의 첫 만남을 어떤 느낌으로 끌어나갈 것인지 미리 꼼꼼히 확인하는 모습에서 철두철미함을 보였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외출’은 캐스팅이 확정된 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일본 언론과 영화사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영화사들은 사상 최고액의 수입가를 제시하며 벌써부터 이 영화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히 크랭크인 날짜가 알려진 뒤 제작사에는 촬영장소와 촬영장 공개 여부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영화사가 촬영장소를 밝히지 않았는데도 일부 일본 기자들은 촬영장에 찾아갔다가 영화를 찍는 장면을 보지 못한 채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영화는 5월까지 삼척시를 중심으로 촬영되며 9월께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연합

설~극장가

■말아톤 “스무살 자폐증 청년의 마라톤 도전기” ● 자폐증을 앓는 스무살 청년이 42.195㎞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제목 ‘말아톤’은 다섯살 지능의 주인공 초원(조승우 분)이 일기장에 마라톤을 ‘말아톤’이라고 적은데서 따온 것. 영화는 “자폐는 병이 아니다. 장애다”고 못박은 후 정상인도 도전하기 힘든 마라톤을 영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인다. 주인공이 장애를 인정하고 마라톤이라는 스포츠에 도전하는 과정이 첫번째 감상 포인트다. 또 한가지는 20대 중반의 나이에 이미 한국 영화계의 한 축을 이끌어갈 걸출한 재목으로 성장한 조승우의 연기. 손가락 열개를 제각각 움직이며 초점 없는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 천진난만한 표정의 조승우는 부담스럽기 보다는 편안해 보인다. ■그때 그사람 10·26 사태 소재 ‘블랙코미디’ ● 10·26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박정희 전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원에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다큐멘터리 세 장면을 삭제하는 조건으로 상영을 허용했다. ‘눈물’, ‘바람난 가족’ 같은 전작에서 이 시대 청춘들과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며 주류의 허위에 시니컬한 비웃음을 던지던 임상수 감독은 같은 어조로 민감하고 중요한 역사임에는 분명하지만 비웃음을 살만한 가능성이 농후한 ‘그때 그날’에 눈길을 돌린다. 영화의 전반적인 톤은 정공으로 무언가를 공격하기보다는 그 시대를 뭉뚱그려 비꼬는 듯한 블랙코미디의 느낌이다. ■B형 남자친구 A형 여자… B형 남자의 ‘사랑만들기’ ●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동건의 스크린 데뷔작. 최근 대중문화의 새로운 코드가 된 혈액형이 영화의 중심 소재다. 운명적 사랑을 믿는 A형 여자 하미(한지혜) 앞에 어느날 이기적이고 바람기 많은 성격의 B형 남자 영빈(이동건)이 나타나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서로의 매력을 깨달아간다는 것이 영화의 기둥 줄거리다. 남녀 주인공의 캐릭터와 이미 TV 드라마 ‘낭랑 18세’에서 함께 연기했던 이동건과 한지혜의 연기 호흡이 감상 포인트. ■공공의 적2 ‘진짜 나쁜놈’ 때려잡기! ●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이 연출한 야심작. 지난 2002년 만들어진 1편의 주인공이 경찰 ‘강동서 강력반’의 형사 강철중이었던데 이어 2편의 주인공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의 검사 강철중(설경구)이다. 역시 책상 앞에 앉아 서류나 뒤적거리는 것보다는 현장에 나가 직접 부딪치는 것이 체질. 범인 검거를 위해서는 총질도 마다 않는데다 수사 추진에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성격인 까닭에 검찰 내부에서도 ‘문제적 검사’다. 설경구-정준호의 호연과 김신일 등 조연배우들의 안정감, 그리고 착착 달라붙는 대사는 영화의 장점이다. ■애니씽 엘스 일흔 노장의 삶에 대한 따뜻한 충고 ● ‘피아니스트를 쏴라’, ‘마이티 아프로디테’, ‘스몰타임 노 크룩스’의 우디 앨런이 2003년에 만든 신작. 올해로 일흔이 되는 노장의 독설과 유머,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삶에 대한 따뜻한 충고까지 감독 특유의 매력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유머에는 사람을 꿰뚫는 힘이 있다”라는 초반 대사는 영화 스스로에 가장 적합한 평가. 영화는 삶은 ‘무의미한 것 같은데 왜들 바둥거리며 살까?’라는 주인공 제리의 고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변의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을 통한 코미디와 대사의 신랄함이 영화가 주는 주된 재미다. ■클로저 ‘첫눈’에 반하는 치명적인 ‘사랑’ ● 동명의 히트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첫눈에 반하는 치명적인 사랑’을 모티브로 남녀 네 명의 섬세한 심리를 적나라하게 그렸다. 지극히 진지하고 절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충동적일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선은 상당히 흥미로운 편.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나탈리 포트먼, 클라이브 오웬 등 네 배우는 눈빛 하나로 관객을 아찔하게 만들 정도로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시선이나 시간에서 형식의 굴레를 벗어 던진 것이 영화의 특징. 카메라는 네 명의 주인공에게 고루 시선을 분산하면서 그 순서를 노골적이지 않게 비틀었다. ‘졸업’ ‘워킹걸’의 감독 마이크 니콜스가 메가폰을 잡았으며 나탈리 포트먼과 클라이브 오웬은 이 영화로 골든 글로브 남녀 조연상을 수상했다. ■레모니스티켓의 위험한 대결 마법보다 신기한 환상속으로… ● 현실인 듯 환상인 듯, 팀 버튼의 ‘빅 피쉬’와 ‘비틀쥬스’를 섞어놓은 것 같은 이미지의 영화. 기괴하면서 음울하고 동시에 묘하게 매력적이다. 코미디 배우 짐 캐리가 일인 다역으로 영화 속에 등장한다. 의문의 화재로 졸지에 집과 부모를 잃은 삼남매.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지만 성인이 될때까지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야한다. 아이들이 첫번째로 만나는 친척이 바로 올라프 백작(짐 캐리 분)인데 그는 노골적으로 유산을 탐하며 아이들을 해치려고 한다. 거머리떼의 공격과 벼랑 위의 집이 차례차례 무너지는 광경, 열차와 충돌할뻔한 아슬아슬한 상황 등 스펙타클한 화면이 주요한 볼거리. ■하울의 움직이는 성 어른들을 위한 행복 환타지 ● 이미 개봉한 영화들도 장기 상영의 훈풍을 타고 설극장가를 노린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어른, 어린이 할 것 없이 다양한 연령대의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국내개봉 일본 영화 최고 흥행 성적 기록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표 수공예 애니메이션’인 만큼 세밀하게 공들인 흔적과 그만의 상상력으로 꽉 차있다.

MOVIE/마더 데레사.큐브 제로

■마더 데레사 세상을 품에 안은 ‘참사랑’ 종교갈등과 내전으로 시끄럽던 1946년 인도의 캘커타. 기차역을 걸어가던 데레사 수녀는 길바닥에 버려진 것처럼 누워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와 얼굴을 맞댄 수녀는 바싹 마른 입술을 움직여 힘들게 내뱉은 남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목이 말라요.” 그 목소리를 들은 수녀는 자신이 있어야할 곳은 수녀원이 아닌 길거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어머니’라는 호칭처럼 세상을 품에 안은 성인(聖人) 데레사 수녀의 삶을 한 폭 스크린 속에 되살려낸 영화 ‘마더 데레사’가 21일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데레사 수녀가 수녀원에서 길거리로 나오게 되는 그 ‘결정적 순간’의 대사처럼 목마르게 시작한다. 캘커타 빈민촌에 가득한 버려진 아이들과 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먹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이 외면해 온 목마름이다. 부르심 속의 부르심’을 듣고 길거리로 나온 데레사 수녀는 수녀복 대신 흰색에 푸른 줄이 쳐진 사리를 두르고 낡은 샌들 하나만 신은 채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아픈 사람들을 간호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수녀를 내쫓던 인도 사람들도 점차 수녀의 사랑에 마음을 열고 수녀는 ‘사랑의 선교회’를 설립해 빈민가에 아이들의 보호시설과 의료시설을 만든다. 수녀의 따뜻한 손길은 전세계로 뻗어나간다. 그러나 그 과정이 평화롭지만은 않다. ‘사랑의 선교회’에 검은 돈이 유입됐다는 의혹과 아이들을 팔아넘긴다는 기사가 보도되고 데레사 수녀는 곤경에 빠지고 법정에 서야할 위기에 놓인다. ‘하느님은 세상에서 가장 작고 소박한 것을 좋아하신다’는 데레사 수녀의 말처럼 이 영화 역시 작고 소박하지만 그것이 전해주는 감동만큼은 그 어느 영화보다도 작지 않다. 영화는 30대 중반부터 임종에 이르기까지 데레사 수녀의 인생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종교를 뛰어넘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는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감동을 선물한다. 데레사 수녀에게 전염돼 평생을 같이 사랑을 퍼나르는 다른 수녀들과 신부들의 삶도 아름답다. 파브리지오 코스타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지난해 제작한 이 영화에서 데레사 수녀역은 ‘영원한 줄리엣’ 올리비아 핫세가 맡았다. 긴 머리를 휘날리던 15살 줄리엣은 구부정한 등과 깊게 패인 주름이 더 아름다운 데레사 수녀로 거듭났다. 이제 50줄을 넘긴 올리비아 핫세의 가지런히 모은 두손에서는 데레사 수녀를 닮아가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전체관람가. ■‘마더 데레사’ 수녀 관련서 줄이어 영화 ‘마더 데레사’ 개봉을 앞두고 ‘빈민의 어머니’로 불리는 마더 데레사(1910∼97) 수녀의 관련서가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마더 데레사 자서전’(황금가지)과 ‘소박한 기적-마더 데레사의 삶과 믿음’(위즈덤하우스·T.T. 문다켈 지음)이 그것. ‘마더 데레사 자서전’은 데레사 수녀가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데레사 수녀의 대화, 인터뷰, 편지 등 기록을 정리해 자서전 형태로 편집한 것이다. 겸손한 데레사 수녀는 인터뷰 등으로 자신의 삶보다 ‘사랑의 선교회’ 자매들과 함께한 활동을 더 드러냈기 때문에 책 역시 ‘사랑의 선교회’에 초점을 맞춰 데레사 수녀의 생애를 조망한다. 책을 자서전 형태로 정리한 호세 루이스 곤살레스 발라도는 스페인에서 태어나 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30년 전부터 이 자서전 집필을 구상해왔다. 1969년부터는 데레사 수녀의 선교 활동에 협력하면서 깊은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송병선 옮김. ‘소박한 기적…’은 데레사 수녀의 전기다. 인도에서 사회봉사 활동을 하다가 데레사 수녀를 만난 저자는 오랜 기간 그와 가까이 지내면서 그의 헌신적인 사랑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 그리고 싶은 신앙에 매료돼 책을 집필했다. 황애경 옮김. ■큐브 제로 정육면체 ‘살인 미로’내가 왜 갇혔을까? 정육면체의 방에서 눈을 뜬 여자. 딸과 산길을 걸었다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이후 정신은 혼미해 있다. 입고 있던 옷은 어디론가 사라진 채 유니폼을 입은 채 손에는 바코드가 찍혀있다. 기운을 내서 옆방으로 건너간 여자, 하지만 그곳 역시 또 다른 정육면체의 방이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살인 미로, 벋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디어 하나로 인정을 받은 저예산 영화 ‘큐브’가 ‘큐브 제로’(Cube Zero)라는 제목의 속편으로 21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시리즈의 세번째 영화로, ‘2’자를 붙이고 개봉된 또다른 속편이 나온 지 2년만이다. ‘제로’라는 부제에서도 짐작이 되듯, 영화는 1편 이전의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시리즈의 전편들과 마찬가지로 장소는 정육면체로 구성된 미로이며, 등장인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곳에 갖힌 사람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다. 건물 내 조정실로 보이는 곳에서 모니터를 통해 이들을 지켜보는 사람은 윈(자카리 베네트)이다. 사실 그도 자신이 어떻게 이곳으로 왔는지 잘 모른다. 미로 속의 사람들을 감시하며 누군가로부터 내려오는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 그의 임무. 큐브속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저 처형당할 사형수들 쯤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러던 중 큐브 속에 갖힌 새로운 인물이 눈을 뜬다. 그녀는 야당의 정치지도자인 레인스(스테파니 무어)다. 레인스가 스스로의 동의 없이 이 곳에 갖혀있음을 알게 된 윈. 마침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던 동료 한 명이 큐브 속에서 무참히 살해되자 윈은 레인스를 구출하기 위해 직접 큐브로 뛰어든다. 전편들이 베일에 싸여있는 거대한 음모론적 분위기에서 미로를 벗어나는 과정의 두뇌 회전을 주된 재미로 보여줬다면 속편은 한층 액션이 늘어난 반면 머리 ‘굴리는’ 재미는 줄어든 느낌이다. 하지만, 시리즈의 특징인 스릴러의 긴장감은 속편에도 드러나는 편이다. ‘큐브2’의 시나리오 작가이며 프로듀서였던 어니 바바라쉬(Ernie Barbarash)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97분.

MOVIE/깃.몽정기2.샤크

■깃 몹시 지쳐 있는 한 남자가 있다. 지난 몇년 간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정신 없는 시간을 보냈던 그에게 아마 시간이나 추억 따위가갖는 의미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머릿 속은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기엔 꽉 차있고 육신과 영혼 모두는 그로기 상태. 그에게는 쉼이 필요하다. 지난해 ‘거미숲’을 선보였던 송일곤 감독이 휴식 같은 영화 한 편을 들고 관객들을 만난다. 14일 개봉하는 ‘깃’은 스스로 ‘느닷없다’는 표현을 쓸 만큼 전작들과는 달라 보인다. 영화는 극적 굴곡이나 화려한 테크닉이 없는 잔잔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멜로물이다. 지난 몇년 간 ‘거미숲’에 매달렸던 감독 자신처럼 영화 속 주인공 현성(장현성)은 이제 막 영화 한편을 완성한 뒤 새 시나리오를 쓰던 중이었다. 일에 ‘진도’가 나가지 않자 그가 갑자기 찾기로 한 곳은 10년 전 사랑하던 여자와 함께 여행했던 우도.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정확히 10년 뒤 당시 묵었던 모텔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러고보니 내일이 딱 10년이 되는 그날이다. 느닷없이 찾아간 우도와 그날의 모텔. 기대 속에서 그곳을 찾은 현성을 소연(이소연)이 반겨준다. 소연은 숙모가 집을 나간 뒤 말을 잃어버린 삼촌과 함께 모텔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미뤄놓은 소연의 꿈은 탱고 댄서가 되는 것. 발랄한 소연의 친절 속에 현성은 10년 전의 그녀가 오기를 기다린다. 다음날, 모텔에는 현성의 이름으로 피아노 한 대가 배달되고 여자는 오지 않는다. ‘꽃섬’이나 ‘거미숲’을 보고 복잡한 상징이나 대단한 의미를 기대하고 극장에온 관객들은 김이 빠질지도 모르지만 ‘깃’은 다른 의미에서 송일곤 감독의 수작이라고 할만 하다. 영화는 멜로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인 설렘을 담고 있다. 자극적이거나 소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보는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는 것은 영화가 휴식 혹은 쉼이라는 단어 자체와 닮아 있는 점. 우도에는 도시에는 없는 맑은 바람과 돌멩이가, 바다가 있으며 그래서 달콤한 휴식도 있다. 그 속에서 현성이 찾게 되는 것은 추억의 포근함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떨림이다. 설렘을 이끌어내는데 한몫 단단히 한 것은 ‘덜’ 알려진 배우들의 호연이다. 감독의 카메라는 장현성의 자연스러움과 이소연의 풋풋함을 꾸미지 않은 채 담아내고 있다. 상영시간 73분. 12세 관람가. ■몽정기 2 ‘성숙한 남성이 수면중에 성적(性的) 흥분을 하는 꿈을 꾸고 사정(射精)하는 것’이라는 네이버 백과사전의 정의에서처럼 사실 몽정이란 단어는 남자들만의 것이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14일 첫선을 보이는 영화 ‘몽정기2’에서는 선전 문구와 달리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성적 판타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성적인 흥분이 남성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얘기. 남자 중학생들 못지않게 여고생들의 성적 호기심도 왕성하다는 사실은 1편이 ‘히트’를 친 뒤 2편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됐겠지만 영화 속 여고생들은 성적 판타지의 주체가 아닌 대상에 머무르고 있다. 몽정이 남성들의 단어인 것처럼 이 영화의 주된 타깃도 아마 또래, 혹은 성인남자들인 듯하다. 여자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없으니 판타지라는 것도 이들을 위한다기 보다는 남자들 쪽으로 쏠려 있다. 그렇다면 남성들의 판타지는 충족이 됐을까? 에피소드는 전편의 복제 수준을 크게 넘어서지 못한 채 야한 화면도, 자극적인 대사도 없이 줄거리는 그저 밋밋하게 흘러간다. 과장된 캐릭터나 흔한 결말, 과장된 성 판타지 같은 단점이 더 쉽게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섹스 코미디이긴 하지만 오히려 웃음이 터져나오는 지점은 이지훈이 연기하는 교생 선생과 관련된 배설물 코미디에서다. 배경은 1편 이후 3년이 지난 1991년. 주인공들이 고등학교 2학년 생이니 전편의 남자 중학생들과 같은 또래다. 등장 인물은 아직 초경도 못해본 ‘숙맥’ 성은(강은비). 터프한 성격의 수연(전혜빈)과 내숭 덩어리 미숙(박슬기)은 성은의 단짝 친구며 마찬가지로 호기심이 넘치는 여고생들이다. 이들 앞에 나타난 성(性)적 판타지의 대상이며 운명의 상대는 체육 교생 선생님 봉구(이지훈). 같은 반 친구며 성적으로 유난히 성숙한 세미(신주아)는 ‘봉구씨’를 사이에 두고 경쟁을 벌이는 여고생들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가수 뺨칠 정도의 노래 실력에 잘생긴 외모, 학생들을 설레게 하는 느끼한 말투까지. 이 ‘킹카’ 교생 봉구에게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성적으로 흥분을 할 때마다 엉덩이에서 ‘가스’를 뿜어댄다는 것. 의외로 성숙한 여자아이들 앞에서 봉구는 계속 ‘실례’를 저지르고 여고생들의 노골적인 공세는 계속된다. 그러던 어느날, 세미에게 점점 밀리고 있다고 판단한 성은은 결국 봉구의 집에 쳐들어가기로 결심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1분. ■샤크 누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했던가. 소박해야할 작은 물고기는 일확천금을 꿈꾸고 사람 한명쯤 뚝딱해야 할 상어가 채식주의자에다가 고요해야 할 바닷속은 뉴욕 한복판과 다름없다. 7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샤크’는 ‘슈렉’의 드림웍스 군단이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도 기대가 큰 작품이다. 바닷속 고래 세차장에서 일하며 하늘에서 돈다발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작은물고기 오스카(윌 스미스). 오스카는 우연히 상어 한마리와 마주치고 그 순간 어이없게도 하늘(?)에서 닻이 떨어져 상어가 즉사한다. 졸지에 상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영웅’이 된 오스카는 모든 물고기들의 주목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그러던 중 상어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한 채식주의자 상어 레니(잭 블랙)를 만난 오스카는 자신이 죽인 것으로 돼 있는 상어가 상어조직의 대부 돈 리노(로버트 드 니로)의 큰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려움에 떠는 오스카는 집에 가기 싫은 레니와 ‘윈-윈 전략’으로 거짓말을 꾸민다. 애니메이션 기법은 경쟁작인 ‘인크레더블’과 ‘폴라 익스프레스’에 비견될 만하다. 바닷속을 부드럽게 헤엄치는 물고기와 반짝거리는 지느러미, 물고기가 지을 수있는 최선의 표정, 뭔가를 한꺼풀 벗겨낸 것처럼 깨끗하고 선명한 화면 등 눈을 즐겁게 해주는 볼거리는 충분하다. 이 영화의 키워드는 ‘패러디’. ‘총알탄 사나이’가 개척하고 ‘슈렉’이 한단계 끌어올린 패러디의 끝을 달리며 온갖 패러디를 종합선물세트로 보여준다. 끔찍한 교통체증과 지저분한 뒷골목, 눈부신 펜트하우스 등 초밥장사가 안된다는 것만 빼고 인간사회와 똑같은 바닷속 도시. GUP, 피쉬킹, 코랄콜라 등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브랜드와 ‘대부’와 ‘타이타닉’, ‘죠스’ 등을 패러디한 장면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까지 그대로 빼다 박은 인물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오스카는 생김새부터 손짓, 발짓까지 모두 실제 윌 스미스 그대로이고 로버트 드 니로가 맡은 돈 리노는 얼굴 오른쪽의 점까지 똑같다. 르네 젤위거 특유의 표정과 안젤리나 졸리의 도발적인 입술도 마찬가지.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영화는 점점 삼천포로 빠진다. ‘진짜 윌스미스와 똑같다’정도 말고는 별다른 웃음거리를 주지 못한다. 배우들도 물고기로 변했다뿐이지 새로운 인물을 연기하지 않고 평소의 이미지에 업혀갈 뿐이다. 누가 영화 속에서 윌 스미스가 ‘윌 스미스’역을 하기 바라겠는가. ‘스쿨 오브 락’의 잭 블랙이 맡은 상어 레니가 가장 신선한 캐릭터. 겉모습은 상어지만 속은 새우인 레니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처럼귀엽다. 목소리 연기도 잭 블랙이 가장 돋보인다.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주연으로 출연하는 홍콩 영화 ‘도색’이 다음달 독일에서 열리는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다. ‘도색’은 3명의 트랜스젠더가 만들어가는 사랑을 다룬 영화로 하리수는 홍콩의 청슈와이와 일본의 게이코 마쯔자카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유원경몽’등을 만든 연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MOVIE/오션스 트웰브.쿵푸허슬.철수♥영희

■오션스 트웰브 원래 올스타전은 팬서비스다. 결과가 뭐 그리 중요한가. 코트(혹은 그라운드)에 스타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관중은 행복해지기 마련. 올스타전의 성패는 몇 대 몇으로 이기고 지느냐가 아니라 경기 도중 스타들이 얼마나 많은 팬서비스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니 룰을 좀 어기면 어떤가. 또 중간에 개인기를 보여주느라 옆길로 살짝 빠진다 해도 누가 뭐라하겠는가. 영화 ‘오션스 트웰브’는 딱 그러한 관객들의 너그러움을 믿고 만들어진 영화다. 문제는 너무 믿었다는 것.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캐서린 제타 존스, 줄리아 로버츠, 뱅상카셀, 앤디 가르시아…. ‘일레븐’에서 ‘트웰브’가 된데는 전편의 ‘방관자’ 줄리아 로버츠가 이번에는 ‘일당’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CG(컴퓨터 그래픽)도 스펙터클도 없지만 영화는 배우들의 면면만으로도 충분히 화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섹시하고 세련된 미소를 뽐내며 차례로 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순간 낭만주의의 함정에 빠지게 마련이다. 잘 만들어진 CF를 보는 것 같은 기분. 그러나 그러기엔 지나치게 길다. 찰나의 감성에 소구해야 하는 CF를 2시간 5분 동안이나 펼쳐 놓았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밖에. 아무리 올스타쇼라지만 영화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우를 범하면서 초반의 매력을 끝까지 가져가지 못한다.¶전편 ‘오션스 일레븐’에 비해 외양은 화려해졌으나 속은 부실해져, 몸집을 키우느니만 못하게 된 격이다. 3년 전 라스베이거스의 거물 테리 베네딕트(앤디 가르시아 분)의 금고를 턴 대니 오션(조지 클루니)과 그의 일당들은 1억6천만달러를 나눠 갖고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 그만 일이 꼬여 이들이 1억6천만달러에 이자까지 더해서 베네딕트에게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3년 만에 재회한 일당은 또다시 한탕을 계획하는데 이번에는 출발부터 녹록하지 않다. 유로폴의 수사관 이사벨(캐서린 제타 존스)과 자신이 최고의 도둑임을 자처하는 ‘밤 여우’(뱅상 카셀)의 추적과 방해 공작이 만만치 않은 것. 사상 최대(관계자들이 생각하기에) 올스타쇼의 향연에 너무 취한 까닭인지, 오션과 일당들은 상영 1시간이 지난 시점에야 작전을 개시한다. 치밀하게 작전 계획을 세우고 불가능할 것 같은 계획을 아슬아슬하게 성공시켜 나가는 과정을 따라가는, 전편이 추구했던 재미와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선언. 대신에 곳곳에 이 영화만이 할 수 있는 패러디를 삽입해 재미를 주려했다. 극중 테스 역의 줄리아 로버츠가 ‘할리우드 스타 줄리아 로버츠’를 흉내내는 기막힌 상황을 보여주고, ‘엔트랩먼트’에서 캐서린 제타 존스가 보여준 ‘레이저 경보기 피하는 묘기’를 뱅상 카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소화한 장면은 압권. 카메오 출연한 브루스 윌리스를 앞에 두고 “‘식스 센스’의 결말을 처음부터 알았다”는 등의 흰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상쾌하다. 하지만 이렇듯 곁가지로 쳐 놓은 것이 많다보니 영화는 정작 핵심 사건으로의 몰입에는 실패했다. 전반적으로 찰기가 떨어져 낱알이 점점이 흩어져나가 끝에 가서는 도무지 무슨 맛인지 와닿지 않는다. 7일 개봉, 12세 관람가./연합 ■쿵푸허슬 역시 주성치의 매력은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화면 곳곳에서 녹여내느라 그는 이번에도 무척 바빴다. 거대한 자금력까지 동원할 수 있으니 그는 분명 복 받은 ‘개그맨’이다. 전작 ‘소림축구’에 이어 ‘쿵푸허슬’ 역시 철저하게 ‘주성치표 블록버스터’로 탄생했다. 1940년 상하이는 일명 도끼파가 득세한다. 도끼를 잔혹하게 휘두르는 이들 조폭들이 설치면서 공포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소심한 건달 싱(주성치 분)은 먹고 살기위해 도끼파에 가입하려고 한다. 그런데 그만 싱으로 인해 빈민촌인 ‘돼지촌’이 도끼파에 의해 쑥대밭이 되고 만다. 주성치 전매특허의 과장된 코믹 액션은 여전히 유효하다. 부부싸움 도중 아내의 펀치에 창문에서 추락한 남편이 땅에 쥐포처럼 붙어 피를 흥건이 흘리는 모습이나, 만화 같은 추격전 등은 황당무계한 재미를 준다. 키치적인 웃음도 빼놓을 수 없다. ‘매트릭스’는 와이어를 철저하게 감추지만 ‘쿵푸허슬’은 와이어 쓴 티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또 독사에 입을 물렸지만 죽지는 않고 입술만 큼지막하게 부어오른다거나, 아이 얼굴에 근육질 어른의 몸을 합성해 버젓이 내놓는 것도 주성치답다. 게다가 ‘사자후(獅子吼)’를 표현한 대목에서는 두손 두발 다 들게한다. ‘사자후’를 무기화한 그의 발상이 기막히다. 와중에 몇몇 아이디어는 자본과 결합해 멋진 CG로 탄생했다. 특히 음악이 곧 칼날이 돼 공격하는 장면은 압권. 거문고 비슷한 악기를 켜니 그 음들이 하나하나 주먹과 칼과 무사로 변해 공격하는 장면은 순간 넋을 빼게한다. 언제나 서민의 편에 서 있는 주성치는 이번에도 돼지촌의 보잘 것 없는 면면들 속에 고수들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때마침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이 숨어 사는 영웅들을 그렸는데, ‘쿵푸허슬’에서는 도끼파의 공격을 받자 돼지촌에 숨어 살던 무도인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성치가 악당에 맞서는 익숙한 수순. 그런데 뭔가 달라졌다. 상당히 잔인해졌다. 목이 뎅강뎅강 잘려나가고 피가 사방으로 튄다. 여전히 허허실실 전법이지만 표현이 많이 거칠어졌다. 이 점에서 영화는 전작 ‘소림축구’와 같은 듯 하면서도 사뭇 다른 길을 걷는다. ‘절대 고수’들의 세상을 그리기 위해서는 자극적인 표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물론 ‘소림축구’에서도 그는 축구공으로 사람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파괴력을 선보였지만, 이번에는 한발자국 더 나가 처절한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다. 뒷맛이 개운하지만은 않은 것은 그 때문이다. 13일 개봉, 15세 관람가. ■철수♥영희 초등학생들의 깜찍한 사랑얘기를 담은 ‘철수♥영희’가 7일 개봉한다. ‘꼴찌에서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의 황규덕 감독이 13년만에 메가폰을 잡아 연출한 이 영화의 제작비는 웬만한 영화의 마케팅비도 안되는 3억여원. 여주인공 영희역을 맡은 아역 여배우를 제외하고는 실제 촬영지인 대덕초등학교의 학생들이 출연했으며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됐다. 투박한 화면과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가 눈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는 거대예산 영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포근함이라는 매력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아이들은 다른 영화의 아역에 비해 그다지 영악하거나 똘똘하지 않아 보인다. 통통한 체격의 남자아이 철수는 못말리는 장난꾸러기지만 어눌한 녀석이며 영희도 조숙하긴 하지만 어른 흉내를 내는 맹랑함은 없다. 영화는 이 평범한 아이들의 사랑이야기를 성장에 대한 강요 없이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소문난 장난꾸러기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지극히 평범한 초등학교 4학년 생인 철수(박태영). 교실 칠판 앞에 앉아 실내화를 입에 물고 벌을 받던 어느 날 새로운 장난꺼리가 생겨난다. 바로 전학생 영희가 새 짝꿍이 된 것. 영희는 철수의 장기인 유치한 장난의 타깃이 되고 그러던 새 철수의 가슴에는 영희에 대해 묘한 마음이 생겨난다. 조숙하고 똑똑한 영희는 꽃집을 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영희가 품고 있는 남모를 아픔은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다. 동네 레코드가게의 아르바이트생 오빠와 함께 부모님과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듣는 게 영희의 취미. 그러던 중 어느새 겨울이 다가오고 철수와 영희의 반은 학예회 준비로 바빠진다. 능숙한 연기를 보여준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아역배우들의 매력은 영화를 재미있게 이끌어가는 주된 힘으로 작용한다. 특히 철수역을 맡은 박태영의 순박함은 영화보는 내내 관객들을 미소짓게 만든다. 상영시간 83분, 전체관람가.

MOVIE/알렉산더.내셔널 트레져.룩앳미

■알렉산더 … ALEXANDER 다이내믹·장대함의 결정체 ‘고대 전투신’ 놓치면 후회 ‘Fortune favors the bold(운명의 여신은 용감한 자의 편이다)’. 영화 ‘알렉산더’를 상징하는 대사다. 영화는 자신 앞에 놓인 미지의 길을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헤쳐나갔던 영웅 알렉산더를 추앙했다. 뉴욕대학 시절 그리스신화를 전공한 올리버 스톤 감독은 수십년간 머릿 속에 그려왔던 알렉산더의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옮기는데 마침내 성공했다. 제작기간 3년간 2억4천만달러(약 2천539억원)을 쓰면서 7개국을 돌며 촬영했다. 덕분에 영화는 ‘트로이’ 이후 그 이상의 어떤 고대 전투신이 등장할까 궁금해하던 관객들에게 또한번 새로운 전투신을 선사하는데 성공했다. 마치 비행기가 착륙할 때 발 아래의 인간세상이 개미의 그것처럼 보이듯, 영화는 창공을 당당하게 나는 독수리의 시선으로 발아래 거대하게 펼쳐진 전투를 마치파도가 오가면서 해변에 남기는 흔적처럼 독특한 이미지로 표현했다. 초반에 등장하는 ‘가우가멜라 전투’가 그것인데, 이 장면은 결코 할리우드의 자본력만으로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 블록버스터와 스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제대로 접점을 찾은 장면이다. 인간의 시선으로 돌아가면 지상에서는 살점이 떨어져나가는 격렬한 육박전이 숨돌릴 틈 없이 펼쳐지고 있지만, 창공을 나는 독수리의 시선에서는 거대한 군대의 움직임이 한낱 바람에 그 형태가 좌우되는 사막의 모래알갱이인 것. 영화는 이러한 대비되는 시선의 교차편집을 통해 숨막히는 재미를 안겨준다. 문제는 그러한 그의 의지와 상업영화의 재미가 이 정도에서 결별을 한다는 것이다. ‘JKF’ ‘7월 4일생’ ‘플래툰’ 등 뚜렷한 정치적·사회적 색채가 짙은 영화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스톤과 블록버스터의 결합은 영 매끄럽지 못하다. 스톤은 할리우드블록버스터들의 ‘얄팍한’(스스로의 생각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상술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의미있고 진지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지만, 결과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오락영화도 아닌 어정쩡한 3시간 짜리 영상으로 탄생하고 말았다. 물론 공을 들인 전투신과 고색창연하게 복원한 기원전의 세상이 볼거리를 준다. 그러나 알렉산더의 인생을 가감없이 보여주겠다는 스톤의 야심은 기름기가 싹 빠진 닭가슴살처럼 퍽퍽하다. 또한 시종 설교적이다. 결정적으로 미스 캐스팅에서 빚어진 불협화음이 관객의 마음을 끌지 못한다. ‘트로이’가 브래드 피트를 캐스팅한 것만으로 당당해보였던 것과 대조되는데, 실제 알렉산더의 몸집이 콜린 파렐처럼 작았다할지라도 파렐의 캐스팅은 일반인들의 생각을 배반한다. ‘알렉산더’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는 어찌됐든 거대하고 당당한 장수의 이미지. 적어도 상업 영화에서는 그런 바람에 부합해야하는데 파렐은 그러기에는 너무나 왜소하다. 또한 안젤리나 졸리가 그의 어머니 올림피아로 등장하는 것도 코웃음을 자아낸다. 알렉산더의 부인이 되도 시원찮을판에 어머니로 등장하니, 일부러 구사하는 ‘마케도니아식 영어 억양’과 겹쳐 스크린에 스며들지 못한다. 세계 제패의 대망을 안고 8년간 350만㎞를 거침없이 나아간 알렉산더.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양성애자의 모습과 아버지의 사랑에 굶주렸던 나약한 모습이 놓여있다. 이렇듯 ‘복잡한’ 인생을 겨우 서른세해 동안에 그린 그이기에 스톤으로서는 여러가지가 욕심이 났을 것이다. 31일 개봉, 15세 관람가. ■내셔널 트레져 … NATIONAL TREASURE 니콜라스 케이지의 내한으로 한껏 분위기가 고조된 ‘내셔널 트레져’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어드벤처 블록버스터다. ‘진주만’ ‘콘에어’ ‘더록’ ‘아마겟돈’ 등을 만든 블록버스터의 대부 제리 부룩 하이머가 제작자라는 것만으로도 그 성격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이 영화는 니콜라스 케이지가 탐험의 선봉에 서면서 오락 어드벤처 영화로서의 구색을 성실히 갖춘 듯 하다. 내용 역시 남녀노소에게 너무나 익숙한 보물찾기. 덕분에 이 영화는 미국개봉에서 3주 연속 박스 오피스 1위에 오르는 위용을 과시했다. 미국 건국 초기 대통령들이 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을 3대째 찾고 있는 게이츠 가문의 후손 벤저민(니콜라스 케이지 분)은 그의 아버지조차 포기한 보물찾기에 여전히 혈안이 돼 있다. 결정적인 단서라고 생각했던 샬롯이라는 이름의 배를 극적으로 찾았지만 거기서부터 모험은 다시 시작된다. 추적 끝에 미 독립선언문과 1달러 짜리 지폐에서 또다시 단서를 발견한다. 하지만 샬롯에서 의견 충돌을 빚은 후 적으로 돌아선 옛동지 이안(숀빈 분)과 독립선언문을 훔치면서 따라붙은 FBI의 추격이 숨쉴 틈을 주지 않는다. 영화는 많은 부분 최근 서점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다빈치 코드’를 생각나게 한다. 프리 메이슨이나 템플 기사단 등 ‘다빈치 코드’로 인해 익숙해진 기독교적 단어들이 등장하고, 수수께끼가 곳곳에 놓여 있는 모양새가 그러하다. 물론 ‘다빈치 코드’에 비해서는 해석이나 추리를 요하는 깊이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얇다. 하지만 12세 관람가답게 이 정도 선에서의 타협이 가장 무난했던 선택이었으리라. 그러다보니 영화는 마치 1985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구니스’의 2004년판 같다.지극히 미국적인 장소를 무대로 감칠맛 나는 부비트랩과 수수께끼를 늘어놓고 속도감 있게 관객을 몰아붙인다. 그러나 그 수준은 ‘구니스’가 그러했듯 아이들이 넋을 쏙 빼놓고 즐길 수 있을만한 정도다. 해답은 너무 쉽고, 주인공의 다음 행보는 만천하에 공개된 듯 예상가능하다.영화의 설정은 흥미롭지만 뛰어나지는 않다. 그러나 이것을 풀어가는 방식에서는 할리우드의 거대한 자본력이 선명하게 아우라를 발휘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존재방식이려니 생각하면 위안이 될까. ‘트로이’에서 빼어난 독일 미인의 고전적인 자태를 뽐냈던 다이앤 크루거가 문화재 박사로 출연, 타이트한 청바지 패션을 선보인다. 31일 개봉. ■룩앳미 … LOOK AT ME 참보잘것 없다. 스무살 아가씨 롤리타(마릴루베리). 오늘도 체중 조절에는 실패했고 불만 투성이인 얼굴에는 ‘엿먹어라’는 식의 표정만이 가득하다. 주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유명한 작가인 아버지 에티엔(장 피에르 바크리)의 덕을 보고자 이용해 먹으려는 사람들 뿐이고 이 아버지도 심술과 오만이 가득한 자기 중심적인 인간이다. 그런 그녀에게 즐거움이 있다면 바로 성악 연습을 하는 것. 나름대로 공연 준비에 열심이던 롤리타에게 어느날 관심을 주는 남자가 나타난다. 24일 개봉한 ‘룩앳미’(원제 Comme Une Image)는 한국 팬들에게는 ‘타인의 취향’으로 알려진 프랑스 감독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고른 호평을 받은 끝에 각본상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개봉시에는 20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타인의 취향’에 함께 출연했던 감독과 남자배우 장 피에르 바크리가 다시 호흡을 맞췄으며 두 사람은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집필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일도 있고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도 생긴 롤리타. 성악 선생님인 실비아(아네스 자우이)가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니 이젠 호감을 느낄만한 사람도 생긴 처지다. 이젠 그녀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하지만 현실이란게 그렇듯, 상황이 썩 잘 풀리지만은 않는다. 전 남자친구에게는 ‘못된 꼴’을 당하고 실비아 선생님도 알고보니 에티엔의 도움으로 남편 피에르(로랑 그레빌)가 성공을 거두기를 은근히 바라는 처지. 새로운 남자 친구 세바스티앙(케인 부이자)도 롤리타에게는 썩 매력적이지 못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감독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인물들 사이의 관계에 있다. 영화 속 관계는 권력을 가진 남자인 롤리타의 아버지 에티엔을 중심으로 얽혀있다. 에티엔의 젊은 부인 카린(비르지니 드사르노)은 남편에게 무시를 당하며 살고있고 롤리타의 성악 선생님인 실비아와 그녀의 남편이며 젊은 소설가 피에르는 에티엔을 통해 주류 문단에서 성공을 꿈꾸고 있다. 새 남자친구 세바스티앙도 에티엔의덕에 막 일자리를 얻은 처지. 이들은 한결같이 에티엔에게 조롱을 받으면서도 이를 잘 참아내는 입장이다. 권력가인 그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이들 중 일부는 후반부에 ‘싫다’며 인상을 쓰게 된다. 감독과 영화의 장점은 관객들이 자신을 대입시켜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캐릭터들이 섬세하고 정교하다는 것. 인물들 사이의 관계는 현실에서 뽑힌 듯 날카롭게 옮겨졌지만 인물 자체가 스스로에 대한 변명과 그럴듯한 이유를 담고 있는 까닭에 냉소적이라기 보다는 따뜻하게 느껴진다. 상영시간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

MOVIE/역도산.올겨울 애니메이션.블레이드3

세상을 가졌으나 웃지 못했던…‘슬픈 영웅’ 力道山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잠잠했던 영화계에 15일 ‘역도산’(감독 송해성)이 대박의 꿈을 품고 관객들을 만난다. 한국에는 프로레슬러 김일의 스승 정도로만 알려졌지만 역도산은 일본에서는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는 신화와 같은 존재다. 해성 감독에게 역도산은 여느 영웅들과는 다른 영웅인 듯하다. 전후 일본을 복구하는 데 한몫 단단히 한 영웅, 혹은 결혼반지까지 가짜였던 모사꾼으로 평가가 엇갈리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그가 매 순간 너 아니면 내가 죽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삶을 살았던 인물이라는 것. 스스로 밝히고 있듯 감독은 화려한 볼거리보다는 역도산이라는 한 남자의 치열한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영화가 영화계 안팎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단지 ‘대단한’ 실존인물을 소재로 택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18㎏이나 몸무게를 불리면서까지 열연을 펼친 명배우 설경구와 국내 영화에는 처음 출연하는 스타급 일본 여배우인 나카타니 미키, ‘파이란’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헤집고 다녔던 송해성 감독의 이름값에 ‘살인의 추억’, ‘말죽거리 잔혹사’, ‘범죄의 재구성’ 등 명가 싸이더스가 제작을 맡았다는 사실은 손가락을 꼽으며 개봉일을 기다리게 만든다. 뻑뻑한 빵을 우유 없이 먹는 듯, 혹은 꽉 막힌 헬스클럽에서 장시간 앞만 보고달리는 것처럼, 영화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한 에피소드와 바로 한 치 앞이 눈에 보이는 구성으로 지독스럽게 평범한 영웅담을 그려냈다. 다른 무도 영웅들과는 달리 ‘쇼맨십’이 넘치는 인물로 알려졌던 역도산은 이 영화 속에서는 이보다는 잔뜩 눈에 힘을 준 담백한 인물에 가까운 편. 그의 삶도 (작지 않은)큰 실패와 큰 성공만 반복하며 비슷한 종류의 다른 스포츠 영화에서 봐왔던대로 고난과 극복, 성공과 불안의 과정을 그대로 밟아간다. 레슬링 경기 장면도 그다지 스타일 없는 평범한 화면으로 일관하고 역도산(설경구)과 부인 아야(나카타니 미키)의 러브스토리도 그렇게 설득력이 있지 않다. 때는 1963년 일본 도쿄의 밤거리. 거센 빗길을 다급하게 달리는 차 안에는 역도산이 거친 숨을 뿜어내고 있다. 시뻘건 피로 물들어가는 하얀 와이셔츠, 피는 배를 움켜쥔 역도산(설경구)의 손 위로 새어 나온다. 피흘리는 역도산의 모습으로 시작한 영화는 과거인 50년대로 돌아가 세상을 다 가졌지만, 웃지 못했던 이 남자 역도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50년 역도산은 랭킹 3위에 오른 스모 선수다. 순수 일본인이 아니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는 없다는 말에 그는 난동을 부리고 결국 스모를 포기한다. 스모밖에 할 게 없었던 역도산. 하루 하루를 술에 취해 보내던 그는 어느날 운명처럼 레슬링을 만난다. 그에게 레슬링은 스모와는 다른 ‘세계’의 스포츠. 역도산은 연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왔듯,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향한다. 2년 후, 프로레슬러가 되어 금의환향한 그는 일본에서 프로레슬링 사업을 시작한다. 모두들 반신반의한 상태에서 열린 첫 레슬링 시합. 많은 사람의 우려와 달리시합은 흥행에 성공하고, 전쟁 패배로 실의에 빠져있던 일본인들은 역도산이 미국선수들을 때려눕히는 광경을 보며 환호를 내지른다. 점점 국민적인 영웅이 되어가는 역도산. 하지만 세상을 다 가졌다고 생각한 순간 그의 삶도 어긋나기 시작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7분. ■올겨울, 애니로 따뜻하게~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겨울은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듯 하다. 따뜻함과 웃음을 전해줄 대작 애니메이션이 줄줄이 개봉하기 때문. 15일 개봉하는 디즈니-픽사의 ‘인크레더블’부터 24일 개봉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24일 개봉하는 톰 행크스 주연의 ‘폴라 익스프레스’, 내년 1월 7일 개봉하는 드림웍스의 ‘샤크’까지. 애니메이션 대국인 일본과 미국의 대표 선수들이 제작한 만큼 애니메이션이 갖고 있는 다양한 매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인크레더블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의 픽사가 디즈니와 손을 잡고 만든 작품이다. 주인공은 초능력을 가진 미스터 인크레더블. 영웅으로 활약하며 악당을 물리치던 그는 평범하게 살라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보험회사원으로 지루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중 자신의 초능력이 필요하다는 사람을 만난다.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찰랑대는 등장인물의 머리카락부터 실사 영화에 뒤지지 않는 표현까지 볼거리로 가득하다. 순간의 웃음을 포착해내는 특유의 유머로 영화를 보는 내내 배꼽을 잡게 만든다. 2)폴라 익스프레스=아이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같은 이 작품은 산타를 믿지않는 소년이 북극행 열차인 ‘폴라 익스프레스’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으로, 잘 알려진 반 알스버그의 동화를 원작으로 했다. 실사 배우들의 연기와 표정을 디지털로 잡아내는 새로운 기법 ‘퍼포먼스 캡쳐’를 도입해 한 장면 한 장면이 살아 움직이는 동화책처럼 아름답고 환상적이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톰 행크스가 1인 5역을 맡아 열연했다. 3)하울의 움직이는 성=일본에서 연일 흥행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표 수공예 애니메이션’인만큼 세밀하게 공들인 흔적과 그만의 상상력으로 꽉 차있다. 19살 소녀 소피는 어느날 마법에 걸려 90살의 노파로 변신한다. 소피는 마법사 하울을 만나고 움직이는 마법의 성에서 모험을 겪는다. 일본 그룹 SMAP의 멤버 기무라 타쿠야가 하울의 목소리 연기를 연기했고 감독의 전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음악을 맡았던 히사이시 조도 작업에 참여했다. 4)샤크=‘슈렉’ 시리즈로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연 드림웍스가 갱스터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작품으로 작은 물고기 오스카와 상어 대부 돈 리노의 한판 승부를 재치있게 담았다. ‘슈렉’에서 봤던 대중문화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가 이 작품에서도 잘 살아있다. 윌 스미스와 로버트 드 니로, 안젤리나 졸리, 르네 젤위거 등 쟁쟁한 할리우드 스타가 참여해 보는 재미뿐 아니라 듣는 재미도 있다. ■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속설이 있지만, 최근 수없이 많은 속편들이 제작되면서 예외도 종종 생겨나고 있다. ‘블레이드3’도 그 중 한 편으로 기록될 만한 영화이다. 15일 국내 개봉되는 ‘블레이드3’는 ‘블레이드’ 시리즈의 완결편으로, 전편보다 좋은 반응을 얻었던 ‘블레이드2’ 못지 않은 재미를 준다. 일단 ‘블레이드’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특유의 화려한 액션과 탄탄한 구성이 그대로 살아있다. 이는 ‘블레이드’와 ‘블레이드2’의 시나리오를 썼던 데이빗 S 고이어가 직접 메가폰을 잡은 덕이 크다. 그는 강력한 액션을 ‘MTV’ 스타일의 화려한 영상에 군더더기 없이 풀어내 감독으로서의 능력도 발휘했다. 이야기 자체는 ‘블레이드’나 ‘블레이드2’와 별반 다를 바 없이 평범하다. 복잡한 복선이나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도 없다. 블레이드와 뱀파이어의 대결이라는 ‘간단한’ 설정 외에는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간단, 명료하다. 낮에도 돌아다닐수 있는 뱀파이어의 제왕 ‘드레이크’가 등장해 블레이드와 최후의 대결을 벌인다는 것이 기본 줄거리. 굳이 철학적 심오함이나 진지한 비장미를 덧칠하지 않았다. 주인공이 무게를 잡으며 멋진 대사를 내뱉을 만한 시점에서 의외의 위트있는 대사로 웃음을 전하기도 한다. 뱀파이어 진영에서 뱀파이어의 제왕을 등장시켰으니, 이에 ‘블레이드’도 홀로 맞서지는 않는다. ‘블레이드’는 오랜 동반자 휘슬러를 잃지만, 그의 딸인 애비게일(제시카 빌)과 한니발 킹(라이언 레이놀즈)의 도움을 받는다. 하지만 역시 주인공 웨슬리 스나입스의 건재함이 ‘블레이드3’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의 존재는 다른 ‘흡혈귀 액션’ 영화들과 내용상 큰 차이가 없음에도 ‘블레이드3’에 특별함이 느껴지게 한다. 한국인 아내를 둔 할리우드 액션스타 웨슬리 스나입스는 ‘블레이드3’에서 더욱 강하고 화려한 액션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