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오페라의 유령. 태극기 휘날리며.6월의 뱀

■오페라의 유령 영상·음악·감동의 삼중주 미국 최대의 영화 사이트 IMDB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검색하면 대략 10여 편의 크고 작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영화뿐 아니라 TV시리즈와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다. 그만큼 ‘오페라의 유령’ 이야기는 지난 100년 가까이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 1911년에 출간된 가스통 르루의 동명의 소설은 이 사이트에 따르면 1916년 독일에서 최초로 영화화됐다.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1986년 뮤지컬로 만들기 전에도 이미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였던 것. 그러나 ‘오페라의 유령’이 지금처럼 화려한 낭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웨버의 뮤지컬 덕분이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오페라의 유령’의 조엘 슈마허 감독 역시 1988년 ‘오페라의 유령’의 뉴욕 초연을 보고 홀딱 반해, 그로부터 장장 16년간 웨버와 머리를 맞대고 영화화를 논의해왔다. 제작국가인 미국보다도 앞서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개봉하는 슈마허 버전의 ‘오페라의 유령’은 2시간 23분 동안 관객을 화려한 뮤지컬의 세계로 안내한다. 영화는 지극히 화려하고 비교적 신실하다. 미국에서는 ‘너무 오페라적(TOO OPERATIC)’이라는 평가도 있긴 하지만, 이 영화의 여타 허점은 너무도 감미로운 음악 덕분에 가려진다. 영상과 음악의 결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영화는 웨버가 직접 음악 감독을 한 작품답게 그의 뮤지컬 뺨치는 음악성을 과시한다. 물론 배우들의 가창력이 뮤지컬 배우들의 그것보다 모자라기는 하지만, 원체 원곡이 좋아 관람 내내 음악 감상실에 있는 것 같은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은 뮤지컬과 큰 줄기에서는 같다. 1870년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를 무대로 유령처럼 극장을 점령한 정체불명의 남자 팬텀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를 사랑하는 젊은 귀족 라울의 애절한 삼각 사랑 이야기. 크리스틴을 향한 팬텀의 사랑과 음악적 열정이 광기를 띠면서 오페라 하우스는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영화는 여기에 뮤지컬에서는 없었던 팬텀과 라울의 과거를 추가했다. 슈마허와 웨버는 상상력을 신나게 발휘, 무대의 제약을 뛰어넘어 다양한 볼거리에도 신경을 썼다. 슈마허 감독은 ‘배트맨’ 시리즈를 연출한 솜씨를 살려 어두운 조명의 오페라 하우스와 팬텀의 지하 동굴을 특유의 기괴한, 그러나 세련된 분위기로 꾸몄다. 또한 긴장과 스릴, 액션을 한껏 살려 상업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총제작비는 1억달러(약1천48억원)에 육박했다. 적어도 두 사람 만큼은 이번 작업을 아주 원없이 즐겼음에 틀림없다. 만 18살의 나이에 크리스틴을 맡은 에미 로섬은 맑고 청아한 목소리로 귀를 사로 잡는다. 뮤지컬 여배우들보다는 가냘프고 깊이가 떨어지긴 하지만 그녀는 착한 소녀의 이미지 그대로 ‘Think of me’ ‘Angel of music’ 등의 곡을 참 어여쁘게 소화했다./연합 ‘투모로우’ ‘미스틱 리버’에 출연한 로섬은 일곱살 때부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노래를 배웠다. 팬텀을 맡은 제라드 버틀러 역시 투박하긴 하지만 애절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크리스틴을 향한 사랑을 고백했다. 그의 목소리는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영등위 선정 올해의 좋은 영상물‘태극기 휘날리며’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선정한 올해의 좋은 영상물에 뽑혔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일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해 비디오, 아케이드 게임, 패키지 게임, 온라인 게임 등 다섯 개 분야에서 좋은 영상물을 발표했다. 패키지 게임 부문에는 ‘마그나카르타:진홍의 성흔’(소프트 맥스)이, 온라인 게임부문에는 ‘마비노기’(넥슨)가 각각 뽑혔다. 아케이드게임 부분에는 레이싱게임 ‘에스에이피티’(유니아나)가 선정됐다. 이밖에 비디오(DVD) 부문에는 코아필름서울이 제작한 ‘애니메이션 A부터 Z까지’가 뽑혔다. 올해의 좋은 영상물은 매년 영등위가 선정·시상하는 것으로 작품성과 국민 정서 함양에 기여한 콘텐츠에 수여된다. 시상식은 오는 10일 오후 5시 서울 장충동 자유센터 웨딩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6월의 뱀 잠들어 있던 욕망·관능을 깨우다 심리치료센터에서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젊고 아름다운 린코는 중년의 샐러리맨과 단둘이 살고 있다. 어느날 그는 ‘남편에겐 비밀’이라고 쓰인 우편물을 받는데 그 안에는 남편 몰래 자위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찍은 사진이 들어 있다. 공포와 수치심에 사로잡혀 전전긍긍하는 그에게 또다시 사진을 담은 봉투가 배달되고 전화가 걸려온다. “사진과 필름을 돌려 받으려면 내 말을 들어!” 장대비가 쏟아지는 토요일 린코는 필름을 돌려받기 위해 짧은 치마를 입고 집을 나선다. 전화로 지시를 받으며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낯선 목소리는 얼굴도 드러내지 않은 채 옷을 하나씩 벗으라고 강요한다. 린코는 자신의 은밀한 모습을 훔쳐보며 부끄러운 행동을 강요하는 스토커에게 불쾌감과 두려움이 앞서지만 한편으로 몸속 깊이 잠들어 있던 욕망과 관능이 살아나면서 묘한 희열을 느낀다.¶평소 전화를 통해 상담 신청자들에게 “용기를 갖고 하고 싶은대로 해보라”고 조언하던 그가 이제는 스토커의 명령에 따라 차마 하지 못했던 행동들을 시도하며 해방감을 맛보는 것이다.¶결벽증이 있는 린코의 남편 시게히코는 어느날 집에서 아내의 모습을 담은 사진한 장을 발견한다. 의혹과 질투에 몸을 떨던 그는 며칠 뒤 아내를 미행하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등장인물과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섹스리스로 살던 남편이 스토커의 명령에 따라 나신으로 춤을 추는 아내의 모습을 보고 흥분해 자위를 한다는 설정은 엽기적이고 변태적인 취향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의 매력은 강렬한 시청각적 이미지에 있다. 카메라 플래시의 섬광은 흑백톤의 거칠고 어두운 화면에 악센트를 주고, 대지를 때리는 빗줄기 소리에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와 셔터 소리가 겹쳐져 긴장을 고조시킨다. 관객도 줄거리에 빠져들기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카메라의 파인더 속으로 얼굴을 들이 밀게 된다. 마치 ‘몰래 카메라’를 찍는 기분으로. 후반부에 등장하는 린코의 전라 모습은 많은 관객을 관음증 환자로 만들고도 남을 만큼 눈부시다. 쓰카모토 신야(44)는 이 영화에서 제작, 연출, 시나리오, 촬영, 편집, 미술 등을 도맡으며 스토커 이구치 역까지 연기했다. 아역배우 출신의 구로사와 아스카(23)는 시나리오를 읽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등 철저한 준비로 감독의 마음을 움직여 린코로 낙점된 뒤 판타스포르토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상영시간 77분. 18세 이상 관람가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이 대학교 영화과 학생들이 뽑은 최고의 감독에 선정됐다. 대한민국대학영화제(집행위원장 김창유) 사무국이 전국 51개 영화영상전공 대학재학생 2천300명을 대상으로 지난 달 18~28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고의 감독에 박찬욱 감독이 선정됐으며 최민식과 문소리는 각각 최고의 남녀 배우에 뽑혔다.

MOVIE/삼사라.노 맨스 랜드.청룡영화제 등서 주·조연상 후보 대거 올라

■삼사라 ‘끝없는 선택의 삶’ 그 끝은… 200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던 독일·인도·프랑스·이탈리아의 합작영화 ‘삼사라(Samsara)’가 3년여 만에 26일 지각 개봉됐다. 화면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오지 풍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명징하고 구도와 인과응보라는 주제도 뚜렷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영화를 더욱 낯설고 멀게 느껴지도록 만들어 관객과의 만남을 더디게 했는지 모르겠다. 영화의 배경은 해발 3천500m의 고원지대인 인도 북부 라다크의 한 마을. 호숫가를 따라 라마교 승려 일행이 길을 가고 있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동료 타시가 외부와 출입을 끊은 채 수행중인 토굴. 3년 3개월 3주 3일 동안 일명 면벽(面壁) 무문관(無門關) 수행을 마친 그는 린포체(스승이라는 뜻)로부터 고위 승직을 하사받는다. 5살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절에 왔다가 불문(佛門)에 귀의(歸依)한 동자승이 이제는 촉망받는 수도승이 된 것이다. 그러나 동진출가(童眞出家, 어려서 산문에 들어옴)해 고행까지 견뎌낸 몸이지만 끓어오르는 욕정을 참을 수 없었던지, 아니면 전생(前生)의 인연을 끊지 못했던지 마을 축제에 내려갔다가 아름다운 처녀 페마에게 한눈에 반한다. 도반(道伴)의 만류도 그를 막지 못했고 여색(女色)을 호랑이나 뱀 본 듯하라는 부처님의 계율도 소용없었다. 페마도 운명처럼 다가온 타시를 거부하지 못한다. 결혼을 약속한 자마양이 있었지만 점쟁이에게 선택을 맡긴다. 환속(還俗)해 페마와 결혼한 타시는 평범한 산골 농부로 변신한다. 아들 카르마를 낳고 오순도순 살며 행복을 맛본다. 저울을 속이는 미곡 중개상 다와를 내쫓고 곡식을 직접 도시에 내다팔아 마을에 높은 소득을 올려주기도 한다. 자연의 변화 말고는 삶의 모습이 별로 달라지지 않는 산골의 일상을 담담히 좇아가다가도 영화 막바지에 이르면 초반부의 굴절 못지 않게 급격한 전환이 기다리고 있다. 초반부에 암시한 영화의 주제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것이다. 영화 제목 ‘삼사라’는 산스크리트 어로 윤회(輪廻)라는 뜻. 아들 이름 카르마는 내세의 응보(應報)를 결정짓는 선악의 소행, 즉 업(業)을 일컫는 말이다. 선불교(禪佛敎)의 공안(公案) 중 하나인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에서 따온 배용균 감독의 영화 제목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처럼 불가(佛家)의 화두(話頭)를 빗대어 제목을 다시 짓는다면 ‘싯다르타가 집을 나간 까닭은’쯤 될까.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어떻게 해야 한 방울의 물이 마르지 않을까’란 질문을 골똘히 생각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나름대로 지루함을 떨칠 수 있는 비결이다. 영화의 매력은 주제보다는 화면에 있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연봉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하늘빛 물을 가득 담은 호수, 구절양장(九折羊腸)의 고갯길, 자줏빛 승복과 낭랑한 염불 소리, 알곡을 털고 빻는 장면이나 실을 뽑아 피륙을 짜는 모습 등은 한번쯤 이곳을 여행해보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인도 출신의 판 날린 감독은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고산지대에서 15개국에서 모여든 스태프들과 영화를 찍느라 고행을 거듭해야 했다고 한다. 주인공 역의 숀 쿠는 뮤지컬 배우 출신의 신인이며 미곡상 다와 역의 락파 테링은 인도 남부 방갈로르의 수공예품 가게 주인. 페마를 빼앗기는 자마양 역의 켈상타시와 타시의 도반 소남으로 등장한 자마양 진파도 현지에서 캐스팅한 실제 농부와 라마승이다. 상영시간 138분. 18세 이상 관람가. ■청룡영화제 등서 주·조연상 후보 대거 올라 영화계에서 중견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띈 한해였던 만큼 이들이 연말 각 영화제에서 결실을 보고 있다. 이달 29일 열리는 제 25회 청룡영화제와 12월 5일 개최되는 제3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 주·조연상 중견 배우들이 대거 노미네이트되며 영광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원빈, 신하균 주연의 영화 ‘우리형’에서 두 아들의 어머니로 출연한 김해숙은 데뷔 이후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는 이미숙, 김혜수, 전도연, 강혜정과 함께 당당히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청룡영화제에서는 염정아, 엄지원, 추상미와 나란히 여우조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특히 청룡영화제의 여우조연상에는 김해숙과 함께 ‘인어공주’에서 열연한 고두심도 후보에 올라 중견 배우의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박신양과 화면에 꽉 차는 연기 대결을 펼쳤던 백윤식 역시 주연상과 조연상에 이름을 올렸다. 청룡영화제에서는 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는 박신양을 제치고 주연상 후보에 올라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영화대상의 여우조연상 후보는 중견배우들의 기세가 대단함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윤여정과 ‘위대한 유산’의 김수미가 고두심과 함께 세를 형성했다. ‘올드보이’의 윤진서와 ‘거미숲’의 강경헌의 이름이 중견배우들의 그늘에 가렸다. 중견 배우들의 활약은 영화 시나리오가 보다 촘촘해지면서 이들이 주로 맡게 되는 부모 역할이 단순한 부모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만큼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 더욱이 백윤식의 경우 작년 ‘지구를 지켜라’와 ‘범죄의 재구성’에서 보여지듯 강한 캐릭터로 젊은 톱배우들과 당당히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 맨스 랜드 유머와 버무린 ‘잔인한 현실’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사이의 전장. 한차례 총격전이 치러진 뒤 양 진영의 한복판에 세 명의 군인이 남겨진다. 세르비아 병사가 한 명인데 비해 보스니아 병사는 두 명. 하지만 이 중 보스니아 병사 한 명은 등으로 지뢰를 누른 채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형편이니 일종의 힘의 균형 상태가 유지된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영화 ‘노 맨스 랜드’(No Man’s Land, 수입 백두대간)는 안보고 그냥 지나치면 아쉬울 진흙 속의 진주 같은 영화다. 가벼운 듯 기발한 말장난과 유머를 유쾌하게 지켜보다 보면 전쟁에 대한 감독의 철학이 느껴지고 조금씩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줄거리를 쫓아가다 보면 전쟁의 참상은 어떤 다큐멘터리 보다더 강한 충격으로 전달된다. ‘노 맨스 랜드’에 고립된 세 명의 군인. 잠시 서로에게 마음을 열기도 하지만 결국 적일 수밖에 없다. 지뢰 위에 누워있는 보스니아 군인(필립 소바고비치)은 빨리 누군가 지뢰를 제거해 이 억세게 나쁜 운에서 해방되기만을 기다릴 뿐. 다른 보스니아 남자(브랑코 주리치)가 동료를 구하고 싶은 반면, 세르비아 남자(레네 비토라야츠)는 무조건 탈출만 하면 되니 서로 입장도 다르다. 그러던 중 UN 평화유지군이 사태 해결에 나서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외신들은 특종을 낚기 위해 모여들면서 상황은 더 복잡하게 꼬여간다. 잠시 긴장을 풀고 친교의 시간을 갖지만 제한된 공간 속의 적들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일이 터지면 180도 돌변해 으르렁거릴 뿐. 코미디의 옷을 입고 시치미를 떼던 영화는 보는 이의 마음을 싸늘하게 만들 정도로 잔인한 결론도 준비하고 있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98분.

MOVIE/shall we dance?.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 수퍼사이즈 미

■shall we dance? 그의 생활은 춤과 함께 달라진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영화 ‘쉘 위 댄스?’는 리메이크 영화의 미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웬만해서는 원작의 매력을 뛰어넘기 힘든것이 리메이크 영화의 태생적 약점. 그렇다면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철저한 현지화(때에 따라서는 현대화)가 아닐런지. ‘쉘 위 댄스?’는 1996년 일본 영화 ‘단스오 시마쇼우까’(영어명은 쉘 위 댄스)를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이미 검증 받은 시나리오에 리처드 기어, 제니퍼 로페즈라는 인기 배우가 주연을 맡았으니 대단히 매력적인 조합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현지화에 삐거덕거린다. 마치 얌전한 모범생처럼 원작을 부지런히 쫓아가는데만 신경을 썼다. 점프하고 싶은 것을 참고 발만 동동 구르는 격이라고나 할까. 일본 영화에서야 심심하고 정갈한 맛이 미덕이지만, 그것이 할리우드화될 때는 분명 어느 정도의 변신은 따라야 하는 법. 뉴욕에서 20년 간 변호사로 활동하며 부러울 것 없는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클라크. 그러나 삶은 무료하다. 부자들의 유언장을 써주는 일도 이제는 기계적이다. 아내와 영화 한번 보러 가는 것도 어렵다. 그런 그가 퇴근 길에 전철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던 볼룸댄스 학원을 용기 내어 찾는다. 그의 생활은 춤과 함께 달라진다. 물론 단순히 춤 때문만은 아니다. 젊고 아름다운 댄스교사 폴리나의 존재 자체가 설레게 한다. 춤은 등장인물들을 모두 즐겁게 만든다. 초보자들의 열정이 폴리나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하고, 술에 의지하던 원장 미찌도 ‘건전’하게 만든다. 또한 남편이 바람 난줄 알고 긴장했던 비벌리도 결혼 생활을 돌아보게 된다. 춤을 배우는 사실을 숨겨온 클라크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더 바랄 게 없는데 더 행복해지고 싶어하는 것이 부끄러웠다”며 비벌리에게 고백한다. ‘쉘 위 댄스?’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메마른 인생에 용기내어 기름질을 쳐보자고 조용히 이끄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 자체에 좀 더 기름칠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 ‘웬수’와의 ‘사랑방정식 ’ ‘007’ 시리즈의 피어스 브로스넌과 아카데미 영화제 단골 후보 줄리언 무어가 법정에서 만났다. ‘사랑에 빠지는 아주 특별한 법칙(원제 Laws of Attraction)’의 주인공은 둘 다잘 나가는 이혼 전문 변호사. 줄리언 무어가 연기하는 오드리 우즈는 법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치밀한 논리로 승소율 100%를 자랑하며, 피어스 브로스넌이 배역을 맡은 대니얼 래퍼티는 풍부한 경험에 토대를 둔 예리한 직관으로 불패 신화를 쌓아왔다. 첫 대결은 오드리의 어이없는 완패로 끝난다. 대니얼의 후줄근한 옷차림을 보고만만한 상대를 만났다고 안심하다가 의뢰인의 정신병력을 모르고 지나쳐 보기좋게 한방 먹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워밍업을 위한 오픈 게임. 아일랜드 고성(古城)이 위자료로 걸려있는 록 스타 손 제미슨(마이클 신)과 패션 디자이너 세레나(파커 포지) 부부의 이혼 소송을 두고 자존심을 건 승부를 펼친다.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대던 둘은 아일랜드 고성으로 현지 답사를 갔다가 만나 마을의 전통축제를 함께 즐기며 가까워진다.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술에 잔뜩취해 정신을 잃은 뒤 아침에 깨보니 둘이 한 침대에 누워 있는 것. 게다가 손가락에 같은 반지가 하나씩 끼워져 있다. 둘은 엉겁결에 부부가 됐다는 사실을 감추기로 하고 뉴욕으로 돌아가 이혼소송변론을 계속한다. 이제는 법정에서의 승부보다는 사랑의 줄다리기 결과가 궁금해진다. 두 배우의 매력을 제쳐놓는다면 호감을 살 만한 요소가 그리 많지 않다. 98년 ‘슬라이딩 도어즈’로 감각적인 재능을 과시한 피터 호위트 감독이 지난해 ‘미스터 빈’(로완 애킨슨)의 원맨쇼에 기댄 ‘쟈니 잉글리시’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도 주연배우의 후광에 연출력이 빛을 잃은 듯한 작품으로 실망시켰다. ● 수퍼사이즈 미(Super Size Me) 한달동안… 맥도날드만 먹어봐 패스트푸드업체 맥도날드를 정면으로 비판한 영화 ‘수퍼사이즈 미’(Super Size Me)가 12일 개봉한다. 영화가 화제를 낳은 것은 감독이 스스로를 직접 ‘마루타’로 사용해 실험을 했다는 점에 있다. 모건 스펄록 감독은 30일 동안 하루 세 끼를 맥도날드만 먹으면서 자신의 몸에 생기는 변화를 관찰했다. 직접 실험 대상이 된 만큼 영화는 전형적인 ‘미(me) 다큐멘터리’의 형태를 띠고있다. 때문에 영화의 중심에 있는 것은 흔히 다큐멘터리 하면 떠오르는 객관성보다는 감독이 강한 말투로 펼쳐내고 있는 주관적인 주장에 있다. 객관성을 위해 감독이 세워 놓은 기준은 ‘물을 포함해서 카운터에서 주문이 가능한 것만 먹을 수 있다’, ‘권하지 않으면 슈퍼사이즈 메뉴는 시킬 수 없다’, ‘메뉴에 있는 음식은 최소한 한 번은 먹어야 한다’의 세가지. ‘건강한 몸’임을 입증하기위해 두 명의 의사에게 건강 검진을 받았다. 영화 속 카메라는 감독이며 동시에 주연배우인 모건 스펄록의 몸을 하루하루 체크해 나간다. 햄버거에 ‘물려’ 구토를 하는 장면이나 ‘위와 아래’에서 가스를 뿜어내는 것을 보여주는게 실험의 전반부. 중간중간 몸무게 체크나 건강 혹은 체력 점검이 계속되고 날짜는 하루 하루 지나가 30일째를 향한다. 무모해보이는 이 실험은 생각보다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콜레스테롤 수치와 나트륨 수치가 점점 높아지더니 피곤과 두통은 점점 쌓여갔다. 결국은 의사로부터 중단하라는 권고를 받을 지경에 이르렀고 체중은 11㎏ 이상이 늘어났다. 원래 체중을 되찾을 때까지 걸린 시간은 14개월이나 된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작됐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방식은 다소 지루한 느낌이 없지 않다. 이는 영화의 구성이 비교적 단조롭기 때문. 영화는 주인공의 몸상태를 날짜별로 체크해가며 패스트푸드의 해악을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MOVIE/스크린도 가을단장

■슈퍼스타 감사용, 꽃 피는 봄이오면, 우리 형 가을 한국영화계는 ‘서정’으로 물든다. 지난달 개봉한 ‘가족’을 필두로, ‘슈퍼스타 감사용’, 추석직전 개봉한 ‘꽃 피는 봄이 오면’, 오는 17일 개봉하는 ‘우리형’ 등 추심(秋心)을 물들이는 작품이 이어진다. 이들 영화는 약속이나 한 듯 잔잔한 감동을 모토로 삼았다. 간혹 자극적인 장면도 있으나 작품 주제는 뜨끈뜨끈한 가족애다. 가을 관객들을 감동으로 안내하겠다는 것이다. ‘슈퍼스타 감사용’과 ‘꽃피는 봄이 오면’은 비루한 사나이의 꿈과 희망을 그리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가진 것 없고 실력도 없다. 하지만 꿈은 있다. 아니, 꿈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된다. 이들의 하루하루가 바로 우리의 일상이고, 그 자체가 소중하다. “오늘도 또 졌습니다”라는 스포츠캐스터의 말을 등 뒤에 달고 다니는 야구 투수와 오디션이라고 응시만 하면 매번 낙방하는 트럼펫 연주자. 참 볼품없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인생에도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을 맡고 있고, 누구나 ‘꽃피는 봄’에 대한 기대를 가슴 한 구석에 묻고 사는 것이다. 거기서 잔잔한 감동은 솟아난다. 그뿐이랴. 이들 영화 역시 엄마라는 아킬레스 건을 놓치지 않았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엄마 김수미의 자상하고 성실한 모습은 가슴을 뻐근하게 만들고, ‘꽃피는 봄이 오면’의 엄마 윤여정은 자애로움으로 짠하게 다가온다. 이들 영화들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가 ‘못난 자식’이라는 것이다. 하나같이 엄마(혹은 아빠)한테는 죄인이다. ‘가족’의 수애는 소매치기에 살인미수로 감옥을 다녀온 후에도 뭐 잘났다고 아버지에게 사사건건 대든다. ‘슈퍼스타 감사용’의 이범수는 곱게 다니라는 직장을 때려치더니, 꼴찌 야구팀의 투수가 된다. ‘꽃피는 봄이 오면’의 최민식은 돈 안되는 음악을 하겠다며 청춘을 보내고, 약혼녀마저 잡지 못하는 처지. ‘우리형’의 원빈은 허구헌날 싸움질에 엄마가 교무실 문턱이 닳도록 불려다니게 만든다. 그 때문에 참으로 지난하고 지지리궁상이다. 여세를 몰아 과잉의 혐의도 짙다. 관객의 감성을 철저하게 자극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니 어느 대목에서건 눈물 한 방울 안 흘릴 수 있겠는가. 실제로 그런 면에서는 가장 얌전한(?) ‘슈퍼스타 감사용’을 보고 네 번이나 울었다고 영화 홈페이지에 고백한 관객도 있다. 그러나 사실 뭐 어떤가. 옷깃을 여미는 가을. 저 밑에 숨겨뒀던 감성의 숨구멍을 한껏 열고 대대적인 환기를 시켜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즐거움이 없다고 해도 배꼽 잡는 코미디에만 기댈 일은 아니다. 다소 지루하거나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해도 이들 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껴보자. 카타르시스만한 쾌감도 없다. ■웨일라이더 세상을 딛는 소녀의 미소 14살 휴즈양 감동연기 ‘세계 주목’ 오래간만에 뉴질랜드산 영화가 한국 관객과 만난다. 5일 개봉하는 ‘웨일 라이더’(Whale Rider)는 자본과 스태프, 배우 모두 뉴질랜드 출신인 뉴질랜드 영화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이나 ‘라스트 사무라이’ 같은 영화의 촬영지로 더 익숙하지만 꾸준히 자국 내에서 세계적인 화제작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93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제인 캠피언 감독의 ‘피아노’를 비롯해 피터 잭슨 감독의 ‘천상의 피조물들’(Heavenly Creatures), 리 타마호리 감독의 몬트리올 영화제 4개부문 수상작 ‘전사의 후예’(Once a Warriors) 등은 모두 뉴질랜드 국적을 가지고 있다. ‘웨일…’는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로테르담, 샌프란시스코 등 세계 곳곳의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며 인기를 모았던 영화. 특히 여주인공인 14살 소녀 케이샤 캐슬 휴즈의 연기는 가는 곳마다 호평을 받은 끝에 마침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최연소로 이름을 올려놓기도 했다. 고래를 탄 사람을 뜻하는 제목 ‘웨일 라이더’는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인들의 실제 전설이며 영화 속 파이키아가 속한 부족의 믿음에서 따왔다. 뉴질랜드 땅에 최초로 온 이들의 선조는 고래의 등을 타고 바다를 건너왔으며 그도 소녀와 같은 파이키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은 마을 지도자가 되고 싶어하는 마오리인 소녀 파이키아(케이샤 캐슬 휴즈). 그가 살고 있는 해변 마을에는 장남만이 부족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관습이 있다. 다른 아이 이상으로 영특함을 보이지만 그는 지도자를 뽑는 훈련에서 제외된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파이키아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그다지 축복받지 못한 존재였다. 파이의 어머니는 출산 도중 파이의 쌍둥이 오빠와 함께 숨을 거뒀고 아버지 프로랑기는 그 충격으로 고향을 떠났다. 이후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에 의해 자라지만 파이키아는 할아버지에게 아무래도 기대하던 손자보다는 못한 손녀일 뿐이다. 할아버지는 마을의 장남들을 모아 지도자를 뽑으려 하지만 하나같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한다. 할아버지 몰래 훈련을 받으려는 파이키아. 하지만 할아버지는 오히려 불경스러운 일이라며 꾸짖고, 파이키아는 할아버지에게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려고 애쓴다. 영화의 미덕은 애정을 갖고 인물들을 비추는 낮은 시선의 카메라에 있다. 처음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던 관객은 이 덕에 전통을 위해 고집을 부리는 할아버지나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소녀 파이키아, 그리고 세상을 떠도는 젊은 아버지와 나태한 채로 세상을 즐기는 삼촌까지 가족 모두의 삶 속 깊숙한 곳에 방문할수 있게 됐다. 인물에 대한 공감이 후반부 눈물로 이어진다면 파이키아 역의 소녀 케이샤 캐슬휴즈의 연기 덕이다. 상영시간 101분. 전체 관람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가슴저린 사랑 기억 최루성 멜로…올해 日 흥행 1위 기록 왜 그동안 그렇게도 까맣게 잊고 있었을까. “잊혀진다는 게 너무 두렵다”는 말과 함께 죽음을 맞이한 그녀를…. 아키가 죽던 날 몰아쳤던 태풍 29호, 함께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 서로 주고받던 카세트 편지, 첫 키스를 나누던 강당과 같이 수업을 듣던 교실…. 아쉽게도, 서른 줄에 접어든 사쿠(오사와 다카오)에게 이런 기억들은 일상에서는 좀처럼 수면 위에 드러나지 않는 그런 일들이다. 숨막힐 듯 바쁘게 돌아가는 대도시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들은 그를 1986년, 먼 과거의 추억에 잠겨있을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가 고향 시코쿠로 가는 비행기를 탄 날도 야근에 지쳐 회사에서 아침을 맞이하던 어느 날이다. 결혼을 얼마 앞두지 않은 그는 약혼녀 리쓰코(시바사키 고)와 이삿짐을 나르기로 한 약속도 잊고 있었다. 뒤늦게 리쓰코의 집에 도착하지만 리쓰코는 한동안 쉬었다 오겠다는 편지만 남겨둔 채 사라진 후. 우연히 리쓰코의 행선지가 자신의 고향 시코쿠라는 것을 알게 되는 사쿠. 하지만 리쓰코를 찾으러 간 그곳에서 그는 가슴 깊숙이 잠들어 있던 아키를 발견한다. 올해 일본내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8일 한국에서 첫 선을 보인다. 감독은 ‘고(GO)’를 만들었던 유키사다 이사오.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의 사쿠(모리야마 미라이). 동급생 아키(나가사와 마사미)가 그의 눈에 처음 들어온 것은 교장 선생님의 장례식장에서다. 학생 대표로 고별사를 낭독하는 아키는 질질 짜고있는 다른 여학생들과는 달리 담담한 모습이다. 공부도 잘하고 육상 선수인 데다 얼굴까지 예쁜 아키. 아키에게 사쿠의 첫 인상은 언제 생각해도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한다. 육상 연습 중 우연히 올려다본 교실의 유리창, 입을 쩍 벌리고 야키소바(볶음국수)와 빵을 먹는 사쿠의 모습을 보고 아키는 미소를 짓는다. 어느날 하교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아키가 당돌하게 사쿠의 스쿠터에 올라타면서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둘 사이에 사랑이 싹트는 데는 휴대용 카세트녹음기 워크맨과 라디오가 매개체가 된다. 음성편지를 주고받기도 하고 심야 방송에 엽서를 보내기도 하면서 아키와 사쿠는 소중한 첫사랑을 가꿔간다. 장밋빛 사랑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것은 단 둘이 여행을 떠난 무인도에서다. 아키가 갑자기 쓰러진 것. 병원으로 옮겨진 아키, 백혈병 선고를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하는 그에게 아키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병세는 악화되고 아키도 점차 희망을 잃게 되던 어느날, 사쿠는 아키가 늘 ‘세상의 중심’이라고 부르던 호주의 울루루에 그를 데려가기로 마음먹는다. 몰래 병원을 빠져나온 두 사람. 하지만 때마침 불어닥친 태풍으로 둘은 결국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아키는 공항에서 쓰러진다.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줄거리지만 가을 극장가 ‘최루성 멜로 영화’의 팬들에게 넉넉한 여백과 잘 정돈된 화면, 서정적인 배경 음악이라는 이 영화의 미덕은 반가울 따름이다. 상영시간 138분. 12세 이상 관람가. ■‘내겐 너무 아찔한 그녀’ ‘내겐 너무…’는 포르노 스타에게 빠진 고교생이 정신·육체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은 섹스 코미디이자 사랑을 지키기 위해 감당하는 희생과 모험을 담아낸 로맨틱 러브스토리다. 8일 개봉.

한가위 안방 극장

‘영화선물’ 푸짐 KBS1-지상파 방송사들은 푸짐한 추석 상차림처럼 다양한 특집 영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추석특집 ‘중국 거장 걸작선’을 마련했다. 먼저 장이머우 감독, 장쯔이 주연의 ‘집으로 가는 길’이 27일 밤 12시 30분 방송된다. 가난하지만 천부적인 바이올린 연주 실력을 지닌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천 카이거 감독의 ‘투게더’가 28일 방송되며, 29일에는 99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책상서랍속의 동화’가 방영된다. 이와 함께 28일과 29일 오후 3시20분에는 특집만화 ‘엘 시드’와 ‘슈퍼 차일드’가 편성됐다. 25일 오후 10시50분에는 ‘걸어서 하늘까지’, ‘게임의 법칙’의 장현수 감독의 2001년 작 ‘라이방’이, 26일에는 ‘아메리칸 뷰티’로 스타덤에 오른 미나 수바리가 출연하는 영화 ‘머스킷 티어’가 방송된다. KBS2-26일 방송되는 ‘내츄럴시티’를 시작으로 ‘영어완전정복’, ‘스캔들’, ‘화성으로 간 사나이’, ‘싱글즈’ 등의 한국영화를 집중 편성했다. 그 외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 ‘무간도2’ 등의 홍콩영화와 추석이면 어김없이 안방극장을 찾아오는 성룡의 ‘상하이눈’이 방송되며, 25일 오후 10시에는 할리우드 대작 ‘스파이더맨’이 편성됐다. 26일 오전 10시 40분부터는 가족특집영화 ‘2001 용가리’가 방송된다. MBC-추석 연휴동안 총 12편의 영화를 편성했다. 25일부터 매일 저녁 시간대에 추석특선 대작으로 차태현, 손예진 주연의 ‘첫사랑 사수궐기대회’, 이정재, 이범수 주연의 코미디영화 ‘오! 브라더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갱스 오브 뉴욕’, 톰 크루즈의 액션 스릴러 ‘미션 임파서블2’, 장이머우 감독의 ‘영웅’이 연이어 방송된다. 또 25일 오후 11시30분에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연출하고 정우성이 주연을 맡은 ‘똥개’가 방영된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아사다 지로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철도원’이 27일 밤 방송되며, ‘아나콘다’, ‘빅 대디’, ‘패스트 & 퓨리어스’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편성됐다. 27일과 28일 낮시간에는 18세기 독립 혁명 당시의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멜깁슨 주연의 ‘패트리어트’,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수상한 ‘와호장룡’이 방송된다. SBS-다양한 할리우드 대작들과 오락영화들을 준비했다. 24일 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 이어 방송되며, 25일 밤 12시55분 ‘빈 집’으로 2004 베니스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섬’이 소개된다. 25일에는 신은경 주연의 ‘조폭마누라2’와 8천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대작 ‘인디펜던스 데이’가 방송된다. 26일 밤에는 경찰 소재 영화 두 편이 편성됐다. 오후 11시 5분부터는 송강호, 김상경 주연의 ‘살인의 추억’이 방송되며, 이어서 아담 샌들러의 경찰 코미디 ‘깝스’가 방영된다. 27일에는 장나라의 ‘오! 해피데이’, 차승원의 ‘선생 김봉두’, 청룽의 ‘메달리온’이 방송되며, 추석 당일에는 ‘쥬라기 공원’, ‘반지의 제왕2-두개의 탑’이 방송된다. 연휴 마지막날인 29일에는 오후 2시 방송되는 성룡의 ‘턱시도’를 비롯해 ‘터미네이터3’, ‘와일드 카드’가 방송된다. ◇새로나온 책 ■ 이지현 글 ‘이구름과 꼬꼿의 318일 고물버스 세계여행’ 소년, 세계를 만나다 한국인 엄마와 프랑스인 아빠, 여덟 살 소년 이구름(본명 마크 볼프)과 여동생 릴라, 애완견 꼬꼿이 버스로 서울과 파리를 오가는 318일 간의 여행을 다녀왔다. ‘이구름과 꼬꼿의 318일 고물버스 세계여행’(문공사刊)은 사진작가인 아빠와 전직 패션모델인 엄마를 둔 이구름이 아빠가 개조한 버스를 타고 세상속으로 뛰어들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겪었던 일들을 엮은 세계견문록이다. 이들 가족은 지난 2001년 8월부터 2002년 7월까지 서울에서 프랑스 파리까지, 파리에서 다시 서울로 되돌아오기까지 4만여 킬로미터를 버스를 타고 여행했다. 책은 여덟 살 소년 이구름이 여행에서 만나고 느끼고 마주한 새로운 세상과 사람, 풍경에 대한 감상문으로, 이구름네 가족이 여행길에서 접한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 아찔했던 순간들, 가족간에 나눴던 사랑이 녹아있다. 사막에서 벌거벗고 뛰노는 이구름과 동생 릴라, 러시아의 설경 등 세상 곳곳의 모습을 담은 아빠 장루이 볼프의 사진이 눈길을 끈다. 이지현 글. 장 루이 볼프 사진. ■ 김훈 여행산문집 ‘자전거 여행 2’ 자전거로 누빈 ‘아름다운 경기도’ 소설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56)의 여행산문집 ‘자전거 여행 2’(생각의나무刊)가 나왔다. 저자가 2000년 출간한 ‘자전거 여행’은 전국의 산천을 자전거로 누비며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기록한 여행산문집. 수록된 글의 일부는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 ‘자전거 여행 2’는 사진가 이강빈(46)과 함께 경기도 일원의 유서깊은 곳을 여행하며 작가 특유의 아름다운 문체로 사람과 자연의 안쪽 풍경을 비춘다. 저자는 비무장지대(DMZ)를 시작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해안 갯벌, 남한산성과 화성 등 역사적 유적지 등을 두루 살폈다. 그는 일몰하는 조강(祖江)의 물가에서 분단조국의 현실을 돌아보는가 하면, 드넓은 김포평야의 농수로를 바라보며 인간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들이 아름다운 이유를 깨닫는다. 이번 책은 이강빈의 사진작품으로 시각적 효과를 높였고, 해당 여행지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는 권역별 지도를 수록해 여행안내서 역할도 하도록 했다. 저자는 ‘자전거 여행 2’에 이어 전라도, 제주도, 울릉도편과 바다 건너 일본 교토(京都)의 여행기를 준비하고 있다.

한가위 볼만한 영화

‘푸짐한 상차림’ 골라보는 재미 이번 추석은 5일이나 되는 긴 연휴. 올해 추석은 유난히 극장가에 ‘상차림’이 푸짐하다. 스포츠 소재의 휴먼 코미디(슈퍼스타 감사용)에서 귀신이 나오는 퓨전 코미디(귀신이 산다), 청룽(成龍) 주연의 어드벤처물(80일간의 세계 일주), 잔잔한 감동을 주는 드라마(꽃피는 봄이 오면), 중국 무협 영화 ‘연인’ 등까지 다양한 영화들이 극장에서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슈퍼스타 감사용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프로야구 원년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수 감사용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이범수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영화가 주는 재미는 실존 인물의 드라마틱한 삶에서 오지만 당시의 시대상이나 MBC 청룡,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의 모습 등은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류승수, 장항선, 김수미, 이혁재 등 탄탄한 조연진도 영화의 장점. 직장야구단에서 이름을 날리던 감사용은 회사에서 프로야구가 출범한다는 소식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오디션에 응시한다. 당당히 입단하게 된 그의 합격 사유는 팀에 왼손 투수가 없다는 것. 물론 청운의 꿈을 안고 입단했지만 현실의 그는 등판 기회조차 잡기 힘든 후보선수다. 가끔 찾아오는 기회라는 것이 패전처리 등판. 그런 그에게 모처럼 선발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박철순의 20연승 도전 경기. 마운드에 오른 감사용은 예상 밖으로 선전한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115분. ■꽃피는 봄이오면 가슴 따뜻한 희망 이야기 ‘올드보이’, ‘파이란’의 최민식이 출연하는 신작. 강원도 탄광촌 중학교에 임시 음악교사로 부임한 트럼펫 연주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신인 류장하 감독의 데뷔작. 영화의 장점은 슬픔도, 미움도, 사랑도 그리고 다시 찾아온 희망도 과장하지 않은 채 담담하게 그려낸다는 것. 전반적으로 주인공 현우의 캐릭터가 입체적이며 최민식의 호연도 영화에 힘을 실어준다. 30대 중반 노총각 현우는 교향악단에 들어가지 못한, 주류에서 밀려난 트럼펫 연주자다. 또다시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옛 여자친구에게서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말을 들은 어느날 그는 강원도 산골의 한 중학교의 관악부 선생님으로 몸을 숨긴다. 이 학교에서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전국 대회 우승. 하지만 녹슨 악기와 오래된 트로피로 가득 찬 이곳 관악부의 사정도 현우와 다를 것은 없다. 현우는 이곳 사람들과 새로 만나고 아이들과 함께 연습을 해가며 희망을 조금씩 찾아간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48분. ■귀신이 산다 배꼽잡을 준비하셨죠?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 3편 연속 ‘대박’을 터뜨린 김상진 감독의 신작. 집 장만이 소원인 노총각이 하필이면 귀신이 사는 집에 살게 된다는 설정이 신선하고 귀신과 싸우고, 뛰고, 울부짖는 차승원의 오버연기도 밉지 않다. 자신의 집을 가지고 싶다는 일념하에 살아온 남자 필기(차승원). 천신만고 끝에 그림 같은 내 집을 장만하지만 새로 이사 간 집에는 뭔가 예상치 못한 게 있다. 바로 여자 귀신(장서희)이라는 반갑지 않은 동거인이 있다는 사실. 닭들이 날아다니고 손이 발이 되는 등 봉변을 당하던 필기는 어느날 벼락을 맞은 다음부터 귀신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전세가 역전된 것은 이때부터. 필기는 귀신을 닦달하기 시작하고 그녀가 집에 머물러야 하는 안타까운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필기는 이 귀신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23분. ■80일간의 세계일주 명절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청룽이 이번에는 동명원작을 바탕으로 한 ‘80일간의 세계일주’로 돌아왔다. 원작에서 바뀐 것은 주인공 영국신사의 프랑스 하인이 중국인이라는 것. 때문에 여행 역시 중국 중심으로 전개된다. 영화의 미덕은 뭐니뭐니해도 청룽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액션.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이나 아놀드 슈왈츠네거나 훙캄보(洪金寶), 윌슨 형제 등의 카메오 출연은 보너스다. 전체관람가. 상영시간120분. ■연인 10일 개봉해 인기를 달리는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무협멜로 영화. 지난 7월 중국에서 개봉해 역대 중국 흥행 수입 2위에 오른 ‘중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다.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반란 조직을 제압할 임무를 띤 관리 레오(유덕화), 진(금성무)과 비도문 두목의 딸(장쯔이) 사이의 사랑을 다룬다. 대부분의 장이모우 영화가 그랬듯이 ‘연인’은 색감 대비를 통해 표현되는 미장센에서 감독의 탁월한 감각을 드러낸다. 12세 관람가. 상영시간 119분. ■가족 탤런트 수애의 스크린 데뷔작. 아버지 역의 주현과 수애의 눈물연기가 감동적이다. 지난 3일 개봉해 극장가에서 만만치 않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3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전과 4범의 딸이 집으로 돌아와 서로의 오해로 꼬일대로 꼬였던 아버지와의 불화와 갈등관계를 씻고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며 화해하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5분. ■캣 우먼 평범한 여성이 살해된 후 ‘캣 우먼’으로 부활해 선과 악을 넘나들며 활약을 펼친다는 내용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 ‘캣 우먼’은 만화 ‘배트맨’의 캐릭터 중 한 명인 ‘더 캣’(The Cat)으로 처음 등장했다. 영화 속 설정은 주인공 여자가 살해당한 후 고양이로부터 새 생명을 얻고 슈퍼 히로인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 흑인 섹시 스타 할 베리가 주인공을 맡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4분. ■빌리지 ‘식스 센스’의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써클’ 이후 2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 배경은 1897년 미국의 한 평범한 마을. 공포영화의 틀을 띤 채 집단적 공포가 가져다주는 평화의 허구성을 얘기하고 있다.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19세기풍 가옥 세트나 울창한 숲이 인상적이며 윌리엄 허트와 시고니 위버, 호아킨 피닉스, 에이드리언 브로디 등의 캐스팅도 무게가 느껴진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6분.▲맨 온 파이어=멕시코인 갱들에게 납치된 소녀 ‘피타’를 구출하려는 킬러 ‘크리시’의 이야기. 피타는 크리시의 눈 앞에서 납치돼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녀를 경호하던 크리시는 관계된 모든 범인들을 자기 손으로 죽이겠다고 나선다.¶‘아이 엠 샘’에서 지능 낮은 아버지 숀 팬을 ‘보살폈던’ 다코다 패닝과 명배우 덴젤 워싱턴의 연기와 탄탄한 드라마가 주된 볼거리.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47분.

한가위 볼만한 비디오

‘열심히 일하셨나요? 그렇다면 당신을 5일 간의 재미있는 비디오 여행으로 안내합니다.’ 5일 간의 황금 추석연휴를 맞아 볼 만한 비디오 30편을 골랐다. ‘비디오 고르는 것조차 귀찮다’는 사람들은 이 타임 테이블을 그대로 따라가도 좋을 듯. 입맛대로 즐기는 … ‘5일간 비디오 여행’ ■25일(토)-트로이 ‘몸짱’들의 버라이어티 쇼 혹시라도 5일간 야심차게 다이어트를 계획한 분이라면, 연휴 첫날 ‘세계적인’몸짱들의 연기를 감상하며 자극을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불혹을 넘긴 사실이 믿기지 않는 브래드 피트의 허벅지 근육이 인상적인 ‘트로이’는 근육질 남성들이 대거 출연해 여심을 사로잡을 뿐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대단한 자극제가 될 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는 두 시간짜리 전지현의 ‘버라이어티 쇼’다. 뭐니뭐니 해도 전지현은 예뻤다. 내용은 차치하고, 이 늘씬한 미녀를 구석구석 살펴보라.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권상우가 이소룡을 숭배하는 ‘말죽거리 잔혹사’와 ‘병역비리 혐의’로 시끄러워 좀 민망하지만 송승헌의 ‘그놈은 멋있었다’도 ‘몸짱’의 향연이다. ■26일(일)-옹박 끝내주는 액션이 ‘한가득’ 전날 눈으로 자극을 받았다면 이제는 몸풀기. 직접 풀지 못하더라도 화면에서 펼쳐지는 짜릿한 액션으로 대리 만족을 느껴보자. 그 나름의 쾌감이 있지 않은가. 우마 서먼의 칼 솜씨와 권법이 끝내주는 ‘킬빌2’. 1편에 비해 액션이 떨어지고 드라마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키치적인 즐거움이 있다. 류승범의 장풍이 도심을 흔드는 ‘아라한, 장풍대작전’도 새로운 볼거리. 재치있는 발상이 귀엽다. 태국에서 날아온 무예타이의 후예의 활약상이 입을 쩍 벌리게 하는 ‘옹박’도 있다. 이 영화는 가히 다큐멘터리 수준이다. 영화의 90%가 액션이다. 그것도 CG 하나없는 리얼 액션. ‘태극기 휘날리며’를 아직 안 본 사람? 좀 쑥스러우니까 얼른 몰래 가서 빌려다보시길. 한국형 전쟁 액션이 수준급이다. ■27일(월)-인어공주 마음을 녹여주는 로맨스 ◈휴식 같은 멜로 영화들도 빼놓지 말자. 몸을 노근노근하게 만드는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강한 멜로영화들과 함께 연휴의 한가운데를 즐기는 것도 괜찮다. 이나영이 ‘예쁘지 않은 척’한 ‘아는 여자’는 다소 독특한 느낌이다. 그녀가 한남자를 10년 넘게 짝사랑하는 사연이 심심한 샤브샤브처럼 전개된다. 전도연의 1인2역이 빼어난 ‘인어공주’는 놓치지 말자.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의 연기가 백미다. ‘파리의 연인’ 김정은이 동분서주한 ‘내 남자의 로맨스’와 잭 니컬슨, 다이앤 키튼의 연기가 부러움을 자아내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도 있다. ■28일(화)-효자동 이발사 올 추석엔 가족끼리 ‘무비의 감동을’ 추석날 차례상을 물리고 모처럼 온 가족이 오붓한 시간을 즐겨보자. 극장 나가기도 귀찮은데 비디오 영화만큼 경제적인 ‘놀이’가 어디 있나. ‘아홉살 인생’은 숨은 진주다. 애들이 나오는 영화라고 절대 무시하지 마라. ‘갱상도 사투리’와 함께 세상의 고민을 온 어깨에 짊어진 듯한 동심의 세계가 맛깔스럽게 펼쳐진다. 미국에서 상영된 한국영화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감독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요즘, 김 감독의 영화 중 온 가족이 같이 볼만한 영화는 이 작품 뿐일 듯. 송강호의 소시민적 회한이 서린 ‘효자동 이발사’와 ‘홀아비’ 밴 애플렉의 부성애를 그린 ‘저지걸’도 가족이 함께 보기에 좋다. ■29일(수)-그녀를 믿지 마세요 ‘웃으면 복이 온대요’ 씨익~ 연휴 마지막 날이라고 너무 괴로워하지 말고 실컷 웃어나보자. 웃어야 복이 온다지 않은가.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강동원과 새침한 김하늘이 찰떡궁합을 이룬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베스트 추천작. 이 영화, 만만치 않게 웃긴다. 좀 칙칙해 보이긴 하지만 ‘나두야 간다’도 의외의 재미를 줄 수 있다. 정준호, 손창민의 시치미 뚝 뗀 연기가 볼만 하다. 박중훈, 차태현이 야심차게 샷을 날렸으나 오비를 하고 만 ‘투가이즈’. 그래도 고전적인 슬랩스틱 코미디가 기본은 한다. 좀 오래 되기는 했지만 차인표, 조재현 주연의 ‘목포는 항구다’도 숨은 재미를 선사한다.

MOVIE/엘리펀트, 알포인트, 프레디vs제이슨

■칸느가 선택한 영화 ‘엘리펀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번 ‘월광’의 친숙한 멜로디가 배경음악으로 감미롭게 깔리는 가운데 시리도록 푸르고 맑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암흑으로 변한다. 마치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을 암시라도 하는 듯하다. 그 날의 학교 풍경도 다른 평온한 날과 다를 바 없었다.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미식축구를 하고 치어리더들은 응원 연습을 하느라 여념없다. ‘동성애와 이성애의 대화 모임’에서는 지도선생을 중심으로 남녀학생들이 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다른 교실에서는 물리학 수업이 한창이다. 식당은 음식이 먹을 게 없다고 투덜거리며 식사를 하는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식당 종업원 2명이 요리를 하다 말고 청결규정을 어겨가며 몰래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엿보인다. 도서관에는 책을 읽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너무나 일상적인 학교생활이 무심하게 펼쳐진다. 이런 평화로운 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가면서 12명의 학생과 교사 1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십명이 부상당하는 충격적인 총격사고가 터질 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오는 27일 개봉하는 ‘엘리펀트’(Elephant·㈜동숭아트센터 수입ㆍ배급)는 지난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리틀톤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끔찍한 총기 난사사건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소재로 다룬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이나 폴 F.라이언의 ‘홈 룸’, 벤 코치오의 ‘제로 데이’ 등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학생들의 시선으로 총격사건 전후 16분간의 상황을 차가울 정도로 차분하게 담고 있다.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 등 범행동기를 파헤치거나 손쉬운 총기구매 시스템이나 폭력적 비디오게임과 TV, 사탄숭배 등 미국사회의 모순을 고발한다든가 하는 일 따위는 않는다. 카메라는 줄곧 학생들의 뒤를 쫓아가며 그들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줄 뿐이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한 존은 지각해서 교장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사진찍기가 취미인 일라이는 나뭇잎이 물든 완연한 가을 교정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고, 소심한 성격의 미셸은 다른 학생들에게 멍청이라는 놀림을 받으며 따돌림을 당하고, 다이어트에 여념이 없는 치어리더 무리는 잘 생긴 미식축구선수 네이선을 보고 호들갑을 떤다. 총기를 난사한 당사자들인 알렉스와 에릭도 그 날 오후 집에서 컴퓨터게임을 하고 ‘엘리제를 위하여’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등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인터넷 총기구매사이트를 통해 주문한 총을 배달받고 함께 샤워를 한 뒤 집을 나선다. 둘은 치밀하게 짠 범행계획에 따라 학교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 학생들을 죽인다. 이 영화는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아이다호’, ‘굿 윌 헌팅’, ‘파인딩 포레스터’ 등을 통해 젊은이들의 상실감을 탁월한 감수성으로 그려낸 거스 반 산트 감독이 자신이 살았던 미국 포틀랜드에 있는 폐교된 고등학교에서 20일 동안 35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찍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0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의 황금종려상은 물론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상영시간 81분. 등급은 미정. ■알포인트 감미로운 男 감우성, 공포 장전! “손에 피를 묻힌 자는 돌아가지 못한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알포인트’(씨앤필름 제작·시네마서비스 투자·배급)는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72년 실종된 한국군을 찾으러 나섰던 수색부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 죽어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6개월 전 작전 지역명 R-포인트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당나귀 부대원으로부터 구조를 요청하는 무전신호가 사단본부로 걸려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벌써 3번째다. 병사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색부대가 편성된다. 군사작전에 나갔다하면 항상 피를 보는 소대장 최태인 중위(감우성)를 비롯해 모두 9명의 군인이 수색에 나선다. 고향집 부모님에게 송아지를 사드리기 위해 형을 대신해 16살에 군에 입대, 베트남전에 참전한 장영수 병장(오태경), 한때 잘 나가던 시절을 회상하며 하루 빨리 임무를 끝내고 귀국선에 오르기를 바라는 박재영 하사(이선균), 집에 돌아가면 아이와 마누라 손잡고 창경궁(당시 창경원) 나들이가는 게 꿈인 마원균 병장(박원상)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말년의 군인들이 합류한다. 이들이 들어간 곳은 베트남 호치민(당시 사이공) 서남부 150㎞ 지점의 캄보디아접경지역 섬으로 베트남전 당시 군사작전명 ‘로미오 포인트’로 불렸던 전략요충지. 원래 커다란 호수가 있던 이곳은 옛날 중국군이 쳐들어와 베트남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였던 참살의 현장으로 베트남은 죽은 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피로 물든 호수를 메우고 사원을 세우는 등 신성한 곳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햇빛조차 잘들지 않고 항상 안개가 끼어 있어 습하고 음침한 곳이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로 이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베트남 사람조차 접근하기를 두려워하는, 원혼이 떠도는 곳.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전제 아래 영화는 출발한다. 수색 소대원들이 귀신에 씌이는 빙의현상으로 점점 미쳐가면서 서로 총을 겨누고 칼을 휘두르며 자멸하는 것은 신성불가침 지역을 침범한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알포인트’는 전쟁이 초래한 광기를 공포 소재로 끌어들여 호러영화의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얀전쟁’, ‘텔미 썸딩’, ‘링’ 등의 시나리오를 쓴 공수창 감독의 장편 데뷔작.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6분. ■프레디vs제이슨 ‘나이트메어’의 프레디와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공포영화의 대명사격인 이들 영화 속 공포 캐릭터들이 대결을 벌인다면? 황당무계한 상상같지만 영화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무적의 두 살인마가 맞붙었다고 공포감이 두 배로 증폭될 것이라는 기대는 갖지 않는 게 낫다. 오는 27일 개봉 예정인 ‘프레디 vs 제이슨’은 공포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내용은 오히려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깝다. 가벼운 마음으로 엽기 호러 코믹 쇼 한 편 본다는 기분으로 즐기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하다.

씨네경기/쓰리몬스터, 헬보이, 시슬리2km

■쓰리몬스터 3國3色 옴니버스영화 잔혹 영상에 ‘몸서리’ 몬스터를 깨우지마! 영화는 사랑과 욕망, 증오, 질투, 복수심, 탐욕등 인간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탁월한 도구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모든 인간의 밑바닥에서 각양각색으로 피어오르는 마음의 속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불안’이 아닐까. 실존철학의 선구자 키르케고르(1813~55)는 모든 인간을 ‘불안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불안이 없는 개인이란 있을 수 없으며, 불안은 개인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올드 보이’의 박찬욱, ‘착신아리’의 미이케 다카시, ‘메이드 인 홍콩’의 프루트 챈 등 한국, 일본, 홍콩 3개국의 내로라하는 세 영화감독이 공동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는 인간 불안심리의 한 단면을 호러라는 거울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감독들은 각각 ‘컷(박찬욱)’ ‘박스(미이케 다카시)’ ‘만두(프루트 챈)’ 등 세편의 영화에서 불안이 불러들인 참혹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컷’에서 괴한(임원희)이 평온한 가정을 꾸려가는 영화감독(이병헌)과 그의 아내(강혜정)를 납치해 감독의 아내를 피아노줄로 꽁꽁 묶어 놓고 감독에게 길에서 데려온 어린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아내의 손가락을 5분마다 절단하겠다고 위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에서 낙오돼 더이상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극도의 불안때문이 아닐까. ‘박스’에서도 불안에 시달리는 인간심리가 몽환적인 영상에 잘 포착돼 있다. 여류 소설가로 나오는 주인공 교코(하세가와 교코)는 밤마다 악몽을 꾸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린 시절 서커스 단원이었던 그녀는 쌍둥이 언니 쇼코가 의붓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데 대해 ‘버림 받았다’는 불안으로 질투심에 사로잡혀 그만 쌍둥이 언니를 죽음으로 내몰고 만다. ‘만두’ 역시 다시 젊어지고 싶다는 여성의 욕망을 모티브로 잡고 있지만 극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인간불안의 심리극이라 할만큼 불안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젊은시절 유명 여배우였던 칭(양첸화)이 태아로 만든 만두를 먹을만큼 젊음에 집착하는 것은 남편 리(렁카화이)로부터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 탓이다. 겉으로는 부유한 생활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지만 남편은 어린 여자에 빠져 자신에게 관심조차 없다. 세 편의 영화에는 ‘임신부·노약자 관람금지’라는 주의문구를 달아야 할 만큼 끔찍한 장면이 연이어 나온다. 잘려진 손가락을 믹서기에 넣어 돌리며, 입으로 목을 물어 살점을 뜯어내는 등 잔혹한 장면들이 관객을 섬뜩하게 한다. 20일 개봉. 상영시간 126분 ■헬보이 여름 날려줄 블록버스터! 선의 편에 서서 악에 맞서 싸우는 악마의 이야기라는 역설적인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SF액션블록버스터 ‘헬보이’(Hellboy). 컬럼비아 트라이스타영화㈜ 수입배급). 미국 만화가 마이크 미뇰라의 동명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영화는 이른바 ‘오컬트(Occult) 음모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계의 배후에 미지의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조직이 있어서 인류를 지배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어둠 속에서 은밀한 공작을 꾸미는 악마 세력의 반대편에는 물론 빛의 세력이 존재한다. 이 음모론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도 빛과 어둠이 대결을 벌이는 영적인 현대판 마법전쟁이었다. 히틀러나 괴링, 헤스 등 독일 나치의 주요 지도자들은 암흑세력이 외부통로로 이용하는 흑마술단체의 멤버들이었으며, 이에 비해 처칠이나 루스벨트, 맥아더 등 연합군의 주요 지도자들은 빛의 세력이 외부통로로 이용했던 신비단체의 고위 멤버들이었다는 것. ‘헬보이’에는 이같은 비의적(秘意的) 메타포가 곳곳에 등장한다. 이 영화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마겟돈’ ‘터미네이터2’ ‘에일리언2’ 등의 영화에 참여했던 12개 특수효과 회사가 총동원돼 만들어낸 볼거리가 풍부하다. ‘헬보이’는 지난 4월 2일 미국에서 먼저 개봉해 사흘간 2천300만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었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22분. ■시슬리2km 종합선물세트 ‘임창정’ “아따, 이 양반아. 거 좀 빨리 끊고 나오지. 고기 다 타는데 뭐하고 있나?” 조직을 배신하고 엄청난 값어치의 다이아몬드를 훔쳐낸 석태(권오중).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차 사고를 내고 한 마을로 흘러들어간다. 역시나 순박하기만한 시골 사람들. 친절하게 잠자리를 마련해주더니 이젠 삼겹살 파티를 열어놓고 고기 식는다며 빨리 오라고 야단이다. 하지만, 호의는 딱 여기까지만이다. 화장실에서 넘어져 기절한 석태의 몸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면서 마냥 사람 좋아보이던 이 농사꾼들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한다. 13일 개봉한 영화 ‘시실리 2㎞’는 딱히 한 가지 장르로 꼽기가 쉽지 않은 영화다. 눈이 하얀 귀신이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가 하면 치고받고 쫓고 쫓기는 액션이 있고 귀신과 사람 사이의 로맨스가 있는 한편 때리고 넘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도 빠지지 않는다. 영화의 장점은 이보다는 꽤나 재치있게 엮어 놓은 코미디와 배우 임창정의 능청스런 연기에 있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석태가 방문한 마을은 ‘시실리’(時失里)에서 2㎞ 지점.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데다 왠지 음산함이 감도는 이상한 마을이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 다이아몬드를 빼앗고 석태를 산 채로 벽에 매장하는 마을사람들. 조직의 중간보스인 양이(임창정) 일행이 뒤를 쫓아 마을에 도착했을 때 석태는 이미 죽기 직전이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조폭’ 못지 않은 흉악함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이들 앞에는 귀신까지 나타나기 시작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코미디는 관람시간 전체를 끌고 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유쾌하다. 상영시간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씨네경기/'바람의 파이터', '망치'

■바람의 파이터 목숨 걸었던 ‘전설의 승부사’ 최근 충무로 영화계가 일제시대에서 해방 이후시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우리나라의 실존 인물들을 스크린을 통해 되살리는데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애국지사 안중근(도마 안중근), 혁명가 김산(아리랑),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청연), 일본 프로레슬러 역도산(역도산) 등 고난의 시대를 온몸으로 헤치며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연이어 영화화되고 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바람의 파이터’는 이런 흐름의 연속선상에서 제작되고 있는 여러 영화 중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작품. 일본 무술 유파를 모두 격파한 무술인 최배달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최배달의 본명은 최영의. 192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16살에 파일럿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 소년항공학교에 재학중이던 1939년 공수도 초단으로 무술계에 입문했다. 이후 1947년에 2차대전 이후 최초로 열린 전일본 공수도 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1948년 기요즈미 산에 들어가 18개월간 홀로 수도생활을 하며 몸을 단련한 뒤 산에서 내려와 일본 전역을 돌며 유도, 검도, 합기도 등 모든 무술 고수들을 차례로 제압해 일본내 무예 1인자가 됐다. 1994년 72살의 일기로 생을 마감. 카메라는 최배달이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를 본떠 일명 ‘도장깨기’에 나서며 일본 무술 유단자들을 연달아 깨부수는 화려한 액션장면뿐 아니라 애절한 러브스토리 등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도 애정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다. “나는 싸우는 것이 두렵다. 지는 것이, 맞는 것이 두렵다. 싸우다 불구나 폐인으로 살아남을까 두렵다.” 최강자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나약하게 들릴 수 있는 목소리를 비중있게 전달한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양동근이 내뿜는 원시적인 힘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양동근은 근육질로 단련된 탄력적인 몸을 뽐낼 뿐 아니라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는 고독하고 외로운 무술인의 모습을 실감나는 표정과 눈빛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가토 마사야가 일본 무술계의 수장 가토로 등장해 최배달과 무술대결을 펼친다. ‘리베라 메’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양윤호 감독이 3년간에 걸친 시나리오작업 등 오랜기간의 준비 끝에 내놓는 야심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0분. ■망치 ‘망치’야 안녕! 악당 물리치는 개구쟁이 모험담 허영만 원작…‘코난式’ 토종애니 과연 ‘망치’가 내지르는 ‘그레이트 에코’의 고함소리가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보낼 수 있을까. 만화가 허영만의 동명 만화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국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망치’(안태근 감독·캐릭터플랜 제작)가 오는 6일 개봉했다. 환경파괴로 대륙이 물에 잠겨버린 먼 미래가 배경. 바다 한가운데 솟은 ‘촛대마을’에서 태어난 개구쟁이 ‘망치’가 제미우스국의 공주 ‘포플러’를 도와 반란을 일으킨 악당 수상 ‘뭉크’의 전세계 정복 야욕을 꺾는다는 게 기둥 줄거리다. 전체적인 구성은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을 연상시킨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후반부에서 망치와 뭉크가 ‘그레이트 에코’로 최후의 파워대결을 벌이는 싸움장면. 그레이트 에코는 단전에 온 몸의 기(氣)를 모으고 고함소리를 내질러 만든 강력한 파동파. 두개 힘이 부딪히며 빚어내는 파괴력을 화려한 비주얼로 잘 그려냈다. 영화초반 자전거 비행기 ‘날틀’을 탄 망치가 하늘과 바다를 빠르게 오르내리며 악당들과 펼치는 속도감 넘치는 비행기 추격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원작만화를 짧은 시간안에 녹여내려다 보니 스토리 전개가 비약을 거듭하면서 내러티브가 중간 중간 끊겨 이야기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풍덩’ 던지지 못하게 방해하는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이 토종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의 흥미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망치’는 2003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2004년 뉴욕국제어린이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