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퀸’... 교향곡으로 부활

지난 24일은 그룹 퀸의 보컬리스트였던 프레디 머큐리가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지 꼭 11년이 되는 날이었다. 보컬리스트의 사망으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그룹도 결국 ‘해체’의 길을 걷고 말았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도 퀸이 남긴 주옥같은 곡들은 여전히 전세계 음악팬들에게 명곡으로 추앙받으며 ‘팝 베스트’차트의 수위를 장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퀸의 음악이 최근 ‘퀸 심포니’라는 제목의 교향곡으로 재탄생, 음악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팝이나 락 그룹의 음악이 그동안 수많은 클래식 연주자나 오케스트라에 의해 편곡돼 간간히 선보인 적은 있었지만 하나의 완벽한 교향곡 형태로 만들어지기는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 영국의 작곡자 겸 프로듀서인 톨가 카쉬프가 작곡한 ‘퀸 심포니’는 전 6악장으로 ‘Bohemian Rhapsody’, ‘Love of My Life’, ‘Show Must Go On’,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등 퀸의 히트곡들이 각 악장의 모티브로 녹아있다. 또 히트곡들의 주요 선율 뿐 아니라 가사와 뮤직 비디오 내용 등에서 착안된 이미지들이 각 악장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기도 하다. ‘퀸 심포니’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지 퀸이 팝 음악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그룹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 말고도 퀸의 음악 자체가 이미 클래식적인 선율과 화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이유가 포함돼 있다. 카쉬프도 이 곡을 작곡하면서 “퀸의 음악 사운드는 언뜻 보면 락에 바탕을 둔듯 하지만 순수 구성요소로 들어갈수록 클래식 장르의 확실한 테마의 근거를 담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소개한 바 있다. 한편, ‘퀸 심포니’는 지난 6일 영국 런던 로열 페스티벌홀에서 카쉬프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의해 초연되는 무대를 갖기도 했다. 작곡자인 카쉬프는 62년생으로 영국 왕립음악학교에서 지휘와 작곡을 공부하고 BBC 등 방송사와 런던 필하모닉, 로열 필하모닉, 런던시티 신포니아 등 오케스트라에서 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활약했으며 최근에는 영국의 소프라노 레슬리 가렛의 음반작업에 편곡자 및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카쉬프가 지휘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퀸 심포니’는 국내에서는 다음달 3일 출시될 예정이다. 연주시간 총 57분46초.(EMI클래식).

인터뷰/’피아노 치는...’의 안성기

“자기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 정직해서 누구에게나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제작 CINE WILL)에 인기있는 대통령 역으로 출연하는 안성기는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 상을 이렇게 밝혔다. “대선 후보 중 어떤 사람을 지지할지는 말 할 수 없죠. 제가 워낙 영향력이 큰 사람이래서요”(웃음) 지지 후보를 밝혀줄 수 있냐고 묻자 그는 상당히 곤란해 했다. 연예인들의 지지후보에 대한 정치권의 예민한 반응이 신경쓰는 눈치다.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인기 있는 대통령과 통통 튀는 학교 선생님(최지우)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영화.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기쁜 우리 젊은 날’에서 안성기가 보여준 따뜻한 미소를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기쁜 우리 젊은 날’이후 이런 (애정 영화의) 감정의 영화는 처음입니다. (최지우와) 나이 차이가 많아서 걱정했지만 영화 보니까 꽤 잘 어울리던데요”피아노…’는 최지우와 세 번째 같이 출연하는 영화다. ‘박봉곤 가출사건’에서는 최지우가 여균동의 상대역이었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는 상대역이었지만 그보다는 박중훈과 같이 출연하는 장면이 많았다. 이번 영화가 둘이 본격적으로 연기호흡을 맞추는 첫번째 작품이다. 안성기는 그동안 대종상 4회, 백상예술대상 7회, 영평상 4회, 아태영화제 2회 등의 남우주연상을 휩쓴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배우. 하지만, 지난해 청룡영화제에서 ‘무사’로 그가 받은 상은 남우조연상이었다. “오히려 속 편하게 됐죠. 한 3∼4년 전쯤 힘든 적이 있었어요. ‘왜 이런 시나리오에 이런 배역을 내게 가져오지?, 난 아닌데…’이런 생각했던 적도 있죠. 이제는 내 몫이 이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후배들에게 도움되고 나 자신도 플러스가 되면 됐죠. 비중보다는 좋은 작품인지 감동있는 작품인지를 먼저 따져봅니다.”그는 영화에 등장하는 피아노 연주 장면을 위해 4개월 동안 피아노 치는 연습을 했다. 극의 흐름 상 중요한 장면이라 흉내만 내서는 안됐다는 게 그의 설명. “이게 ‘솔’인지 ‘라’인지 모르고 그냥 ‘거기’만 쳤어요. 넉 달 동안 같은 곡만 쳤으니 아파트 아래, 윗집에서는 ‘참 질긴 사람이다’했겠죠”그가 연주한 곡은 영화 ‘모정’의 주제가인 ‘Love is a many splendored thing’기타리스트 이병우와 피아니스트 신이경이 안성기가 연주할 수 있도록 단순하지만 고급스럽고 예쁘게 편곡을 해줬다. ‘피아노 …’가 처음 기획된 것은 7년 전이었다. 당시만해도 사전 검열이나 외부 압력이 적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제작진의 얘기.

인터뷰/’정태춘-박은옥’ 10번째 앨범

자연과 인생을 노래하던 ‘음유시인’에서 행동하는 ‘저항가수’로 변모하며 20여년간 자신의 존재를 뚜렷이 각인시켰던 정태춘(48)이10번째 신곡 앨범을 냈다. 물론 음악인생의 동반자인 박은옥(45)과 함께. “지난 봄에 20년 골든앨범을 냈을 때도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4년 만에 신보를 발표하니 새로 출발하는 마음입니다. 남들이 흔히 말하듯 서정성이 도드라진 초반기가 스스로의 내면을 노래하는 시기였다면 서사성이 짙게 배인 중반기에는 나를 둘러싼 상황과 부딪히며 메시지를 전하느라 힘썼지요. 후반기의 첫걸음은 상황이든 자신이든 객관화시켜서 바라보는 쪽으로 전환됐다고 말할 수 있지요.” 음악인생 후반기의 출발을 상징하듯 음반의 제목도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다. 정태춘이 데뷔 앨범 ‘시인의 마을’을 발표한 것은 78년. 박은옥은 79년에 ‘회상’으로 가요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80년 결혼한 이들은 84년 정태춘의 4집 ‘떠나가는 배, 사랑하는 이에게’에서부터 함께 음반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까지 솔로겸 듀엣 가수로 활동해왔다. “10번째라는 숫자에는 별 의미를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노랫말의 시적완성도를 높이기보다는 음악 자체에 욕심을 많이 냈습니다. 포크라는 장르에 머물지않고 파격적인 리듬을 구사하는가 하면 국악을 현대 양악기로 변주하는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앞으로 음반을 얼마나 더 낼 수 있을지 가늠할 수는 없지만 그동안 하고 싶었던 작업을 해서 그런지 설령 이것이 마지막 음반이 되더라도 크게 아쉬울 것은 없다는 생각마저 드네요.” 국악조의 멜로디를 이국적으로 편곡해 클라리넷 연주를 곁들인 ‘봄밤’, 민요 가락과 바이올린 선율이 어우러진 ‘압구정은 어디’, 굿거리 장단을 밴드로 표현한 ‘정동진3’, 중국 현악기 얼후(二胡)의 애잔한 음색이 돋보이는 ‘동방 명주 배를 타고’등을 듣노라면 정태춘이 이번 앨범에 얼마나 많은 애정을 쏟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노랫말에서도 한층 성숙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멕시코와 미국 캘리포니아, 그리고 동해의 정동진에서의 느낌을 대비시킨 ‘정동진3’이나 중국 단둥행 여객선에 대한 단상을 노래한 ‘동방 명주 배를 타고’는 정태춘의 문학적 상상력이 훨씬 넓은 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서 기르는 잉꼬를 소재로 한 ‘아치의 노래’, ‘빈산’, ‘선운사 동백꽃이 하좋다길래’에서는 서정성의 부활이 느껴지고 ‘오토바이 김씨’와 ‘리철진 동무에게’에서는 사회에 대한 연민과 시대정신이 여전함을 엿볼 수 있다. 박은옥도 남편이 지은 노래에 만족감을 표시한다. “10곡 중 제가 혼자 부른 노래와 둘이 함께 부른 노래가 두 곡씩인데 그이의 음악적 열정이 모두 녹아 있어 좋았어요. 반주도 음반사 세션맨을 활용하지 않고 처음부터 뜻맞는 뮤지션과 함께 밴드를 구성해 꾸몄지요. 음반 제작과정에서부터 한발짝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행복합니다.” 정태춘과 박은옥은 음반 발매를 기념해 신보에 참여한 밴드와 함께 12월3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 제일화재세실극장에서 콘서트를 펼친다. 신곡을 비롯해‘촛불’, ‘시인의 마을’, ‘떠나가는 배’, ‘92년 장마, 종로에서’ ‘사랑하는 이에게’‘봉숭아’ 등 히트곡을 들려준다. 공연시간은 평일 오후 7시 30분, 토요일 오후 3시ㆍ6시 30분,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02)3272-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