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세트장 43채 화재로 전소

MBC 창사특집드라마 대장금(극본 김영현·연출 이병훈)의 충주 야외오픈세트가 전소됐다.   3일 오전 7시께 충북 충주시 살미면 재오개리에 위치한 대장금 야외촬영 세트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한옥 2채와 초가집 41채를 태우고 1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화재 당시 세트장에는 사람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지난 2일 오후 이시종 시장이 "재오개리 생활폐기물 소각장 건설 계획을 주민반발에 따라 철회하겠다"고 밝힌 뒤 소각장 유치를 추진했던 재오개리 주민들의 반발이 일었던 점을 감안, 방화 가능성에 대해 수사하는 한편 정확한 피해액을 조사하고 있다.   이날 화재는 초가집이 밀집돼 있는 촬영장 부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이 치솟으며 삽시간에 세트장 전체로 번진 것으로 알려졌다.   충주호에 인접한 이 세트장은 지난 2000년 충주시와 MBC가 5억원씩을 투자해 터를 조성한 뒤 한옥 2채와 초가집 50채, 나루터 1곳을 지어 이듬해 개장했으며, 올 1월 MBC에서 충주시로 관리권이 이전됐다. 개장 이후 이곳에서는 MBC가 홍국영 상도 어사 박문수 다모 등의 드라마를 촬영했으며 최근에는 대장금을 수시로 촬영해 왔고,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다.   이곳은 한상궁과 최상궁의 경합 과정에서 최상궁의 음모로 한상궁이 납치되는 장면, 장금이가 숙수 덕구(임현식 분)와 함께 중국 금계를 구하기 위해 찾아갔던 저잣거리 등을 찍었던 장소. MBC가 방송한 사극 가운데 일반인들의 삶의 모습을 다루는 대부분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한편 화재 소식을 접한 대장금의 제작진은 당황스러워하며 "충주 세트는 고정적인 촬영 세트가 아니기 때문에 촬영에는 큰 지장이 없을 듯하다. 정확한 피해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화재에 대해 현재 충주MBC측이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 조사가 끝나는 대로 피해 결과를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

‘대한민국 싸우지마’ 세태풍자 음반 화제

어느 한 무명가수가 갈등과 대립 등 요즘의 한국사회를 풍자한 음반을 내 화제다. ‘작은 김구’라 불리는 서희의 3집 앨범 ‘대한민국 싸우지마’. 겉모습이 김구 선생과 닮았다고 해 주변에서 ‘작은 김구’란 애칭을 붙였다는 서씨의 이번 노래는 최근의 정치상황과 노사문제, 빈부의 격차, 바닥으로 떨어진 교육현실 등 사회 각 분야를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여당야당 천년만년 서로 싸우고/ 좌익우익 해방 때부터 아직까지 싸운다// 노사파업 죽자 사자 밤새고 싸우고/ 잡초 약초 민초 골초 뒤엉켜 싸운다// 참교육과 공교육은 나몰라라 싸우고/ 어린청춘 사교육에 시들어 간다// 촛불시위 몸싸움에 하루해가 저물고/ 삼천리반도 금수강산 눈뜨면 싸운다//…’ 가사만 보아도 알 수 있을 법한 현재의 사회문제를 담고 있는 노래는 ‘신용불량자 카드돌려막기’, ‘강남땅에 아파트에는 억대부유층’ 등 이기와 불신의 사회상을 꾸짖는다. 후렴구는 ‘대한민국 아름다운 나라 정말 좋은 우리나라/ 오천년의 찬란한 역사 제발 제발 더럽히지마…’로 마무리하며 무명가수의 대국적인 바람을 담았다. 제작기간만 꼬박 1년이 걸렸다는 서씨. 지난 95년 ‘사랑 가르쳐준 사람’과 99년 ‘다시 한번 널’이란 타이틀로 성인 대상 음반을 발표했던 그가 이런 사회풍자적 노래를 부르게 된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레크레이션 강사이기도 한 그는 8년동안 정부기관에서 주최한 행사의 진행을 맡았었다. 때문에 부패한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을 터. 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란 음반에도 참여하며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적 노래에 점차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던 중 그간 친분을 쌓은 ‘독도는 우리땅’의 박인호씨와 의기투합해 곡을 만들었다. 박씨가 작사·작곡을 했으며 가사를 완성하기까지 미국에 있는 박씨와 전화통화로 끊임없이 수정·보완 했다. “공식적인 음반발매이기 때문에 원곡의 가사를 부드럽게 순화한 편이죠.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에 국민들만 가슴 아파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노래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지하철 환승역을 돌아다니며 즉석 공연을 펼치고 있는 작은 김구 서희. 다른 가수들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어도 행복해 보이는 건 노래만큼이나 우리나라 전체가 그의 무대이기 때문이 아닐까.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인기가수 크리스마스 캐럴음반 잇따라 출시

이승철, 조성모, 이수영, 성시경, 윤도현 밴드 등 국내 정상급 가수들이 부른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이 잇따라 출시된다. 인기 가수들이 대거 참여한 컴필레이션 앨범 ‘어메이징 크리스마스’와 ‘블루 크리스마스’, 윤도현밴드가 록버전으로 부른 캐럴 음반 등이 그것. 우선 이승철, 이수영, 조성모, 장나라, 김현철 등이 참여한 앨범 ‘어메이징 크리스마스’가 눈에 띈다. 앨범의 타이틀곡 ‘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는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가수 이승철이 불렀다. 스윙과 재즈풍으로 편곡된 이 곡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함과 이승철의 호소력 강한 보컬이 조화를 이뤄 겨울 느낌을 물씬 풍긴다. 경건한 분위기를 살린 이수영의 ‘The Christmas Song’, 이기찬의 ‘The First Noel’, 장나라가 부른 캐럴의 대명사 ‘Jingle Bells’, 조성모의 ‘Last Christmas’, 김현철의 ‘Silent Night’, 포지션의 ‘O Holy Night’ 등 인기 가수들이 개성이 담긴 캐럴을 감상할 수 있다. 이 앨범은 신세대 탤런트 조윤희를 표지모델과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또 다른 캐럴 앨범은 ‘블루 크리스마스’로 R&B, 재즈,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장르를 담은 옴니버스 캐럴 음반이다. 동명 타이틀곡 ‘Blue Christmas’는 셀린 디옹의 원곡을 JK김동욱이 소울 풍의 묵직한 보컬로 불러 더욱 장중한 분위기로 변모시켰다. R&B 가수 박정현이 부른 ‘The First Noel’은 60인조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보컬의 섬세함이 조화를 이룬다. 이외에도 성시경의 발라드 ‘고백하는 날’, 이지훈의 ‘Jingle Bell Rock’, 김조한의 ‘Happy New Year Come’, 쿨의 ‘White Christmas’, 이효리와 이수영이 함께 부른 ‘울면 안돼’, 리즈의 ‘The Christmas Song’ 등 12곡을 담았다. 가전 제품 CF로 낯이 익은 아역모델 심혜원이 출연하는 뮤직비디오도 제작됐다. 윤도현밴드가 록버전으로 부른 캐럴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오는 12월 9일 발매되는 앨범에는 ‘White Christmas’, ‘북치는 소년’, ‘Last Christmas’, ‘루돌프사슴코’, ‘창밖을 보라’ 등 익숙한 크리스마스 캐럴을 강한 록 사운드로 편곡해 수록된다. 일렉트로닉 사운드, 샤우팅 창법, 스래쉬 메탈 같은 느낌을 살리고 스크래치 등 디지털 효과를 덧입혀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이 곡들은 제6집 앨범과 수록곡 ‘사랑할거야’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2장의 CD에 실려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시된다. 1만장 한정판으로 12월 31일까지만 판매되며 수익금의 일부는 실직자와 노숙자 등을 돕는 공익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C네마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 프리다·디에고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프리다’는 멕시코의 실존화가 프리다 칼로의 전기 영화. 1954년에 47살의 나이로 숨진 프리다는 80년대 들어서야 멕시코 밖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좌익 여성 화가였다. 영화는 프리다의 사상이나 성공보다 동료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과 불행했던 개인사에 초점을 맞춘다. ‘프리다’가 다른 전기영화에 비해 탁월한 성취를 거둔 것은 리얼리즘과 초현실주의가 혼재된 그녀의 그림이 영화속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형식에 있다. 여성 감독 줄리 타이머는 관객들이 프리다의 일생뿐 아니라 그림까지 가슴으로 느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조심해, 산 송장이지만 숨은 쉬어. 으스러지지 않게 조심해.” 영화는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첫번째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침대를 ‘타고’ 가는 프리다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프리다에게 신(神)은 설명할 것이 많은 분. 카메라는 1921년 열여섯 살 이후 프리다의 길지 않은 일생을 좇아간다. 한창 호기심 많고 ‘무엇이 될지’에 대한 기대도 넘쳐나던 사춘기 소녀 프리다는 어느 날 갑작스런 버스 사고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침대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녀가 세상을 보는 방법은 부모님이 천장에 붙여준 거울을 통해서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캔버스로 삼아 그림을 스스로 그림을 공부해가고 몸 상태는 조금씩 호전돼 간다. 차사고 이후 인생의 두번째 ‘대형사건’이 일어난 것은 남편 디에고를 만난 것. 좌파 화가인 디에고는 손길이 닿는 여자마다 사랑에 빠지게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남자. 주위의 ‘우려’와 ‘질투’속에 결혼을 올린 두 사람은 함께 미국에 건너가지만 결혼 후에도 주변 여자들에게 눈길을 주는 디에고와 멕시코를 그리워 하는 프리다 사이에는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의 좌익 사상을 당시의 미국이 용납할 수도 없는 일. 결국 멕시코로 다시 돌아온 프리다와 디에고. 하지만 프리다에게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18세 관람가. 이달 크랭크인 단원 김홍도 예술담아 조선조 화가 단원 김홍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제작된다. 영화사 런치박스 픽처스는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이달 중 크랭크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문의 영광’의 김영찬 작가가 시나리오를 손질중이며 ‘예스터데이’의 정윤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스토리의 기본이 되는 가정은 일본 에도시대에 활약했던 풍속화가 도슈사이 샤라쿠가 김홍도와 같은 인물이라는 것. 그는 1794년 5월 갑자기 나타나 10여개월 만에 140여점의 그림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신비의 인물이다. 이같은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한국일보 문화부장 출신으로 만요슈(7세기 후반의 일본 고위 관료와 일본 왕족들이 읊은 노래 모음) 연구로 이름을 알린 이영희 포항제철 인재개발원 교수. 이 교수의 주장은 96년에는 아사히 TV를 통해 ‘또 하나의 사라쿠’라는 제목으로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단원은 정조가 일본에 보낸 ‘스파이’였다. 1764년 이후 30년간 통신사의 왕래가 없어 일본상황이 궁금했던 정조는 김홍도에게 화약을 비롯한 일본의 병기상태를 그려오라고 시켰다. 제작비 1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대작으로 내년 말쯤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경마 다룬 ‘씨비스킷’ 국내상륙 경마 영상물의 불모지 한국에서도 이제 제대로 된 경마영화를 볼 수 있게 돼 일반 영화팬 뿐 아니라 경마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로라 힐렌브렌드의 동명소설 ‘An American Legend-SEABISCUIT’을 영화화한 ‘씨비스킷’(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이 21일 국내에서 개봉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말 ‘씨비스킷’은 체형적 악조건으로 인해 어디서나 학대받으며 세상과 타협하기를 거부한다. 1932년 모든 것이 암울했던 대공황 시절 주류에 섞이지 못했던 기수와 말, 조교사, 마주가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씨비스킷’은 경마영화이기 이전에 어른을 위한 성장 영화이자 휴먼스토리다. 경마라는 생소한 소재와 미국 특유의 프론티어 정신을 담고 있지만,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 등 고단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만 1억1천800만 불의 메가톤급 대박을 터뜨린 이 영화에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바 있는 미국의 실제 기수 게리 스티븐스가 ‘아이스맨’으로 열연, 영화의 실제감을 더했으며 ‘스파이더맨’의 히어로이자 주연 ‘레드’ 역의 토비 맥과이어는 실제 기수와 같은 체형을 위해 72.5kg이던 몸무게를 58kg으로 감량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당초 과천 경마공원에서 야외 컬러전광판과 럭키빌 6층 컨벤션홀을 활용해 경마팬들을 대상으로 ‘씨비스킷’ 무료 시사회를 개최키로 추진했으나 한국 수입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이를 취소하는 대신 영화 한국 개봉에 맞춰 씨비스킷 관련 이벤트를 펼친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www.kra.co.kr)에 접속해 영화의 주인공 말 이름을 맞추는 사람에게는 1인당 씨비스킷 영화 초대권 2매씩 총 2천매를 추첨을 통해 배부한다. 또 영화를 본 일반인을 대상으로 A4 2장 내외 분량의 영화감상문을 공모해 대상 1명에 노트북을 시상하는 등 드럼세탁기,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푸짐한 상품을 지급할 계획이다. 문의 한국마사회(02)509-1296.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올드보이 = 동창생 ‘힌트’ 무성한 소문 속에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온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올드 보이’(제작 쇼이스트·에그필름)가 드디어 21일 개봉, 그 실체를 드러낸다. 영화는 15년 동안 갇힌 자와 가둔 자의 대결이라는 것 정도가 관객들에게 알려졌을 뿐이어서 많은 호기심을 유발했다. 주인공은 아내와 어린 딸을 둔 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 술을 즐기고 떠들기 좋아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특징도 없는 그가 어느날 누군가에게 납치돼 사설 감금방에 갇힌다. 중국음식점에서 배달돼오는 군만두를 먹으며 TV로 소일하던 그는 뉴스를 통해 아내가 피살됐으며 피의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망연자실한 그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자신이 갇힌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기억의 창고에서 먼지를 털어 원한 살만한 일을 기록해 나간다. ‘악행의 자서전’에서도 쉽게 단서가 발견되지 않자 탈출과 복수를 꿈꾼다. 틈만나면 쇠젓가락으로 벽을 후벼파는 한편 사지와 주먹을 단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갇힌 지 15년이 지났을 때쯤 벽에 몸 하나를 빼낼 만한 틈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만 어이없게도 대수는 큰 가방에 실려 처음 납치됐던 곳으로 풀려난다.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셔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거리로 나서는데 누군가 다가와 휴대전화와 수표가 든 지갑을 건네주고 달아난다. 그가 처음 들른 곳은 TV에서 보던 일식집. 생선초밥을 주문한 뒤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가 일식집 보조요리사 미도의 집에서 깨어난다. 알지 못할 힘에 끌려 가까워진 두 사람은 군만두의 맛을 따라 감금방의 위치를 찾아내고 우여곡절 끝에 그를 가둔 이우진을 만나게 된다. 우진은 대수에게 가둔 이유를 스스로 알아내면 깨끗이 죽어주겠다는 제안을 던진다. 갇힌 자와 가둔 자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일본의 동명 원작만화에서 따왔지만 과정과 결말은 판이하다. 감독이 깔아놓은 복선을 따라가면 차츰 비밀의 실체에 가까워지는데, 막상 뚜껑을 연 순간 마치 피라미드의 깊은 방에서 처음 파라오의 미라를 발견한 것 같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금단의 영역에 과감히 발을 들여놓으며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혀왔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냉전 이데올로기에 도전한 것이라면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는 윤리관이라는 덮개를 열고 인간 내면의 심연에 돌을 던진 것이다. 예수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는 말로 구약의 탈리오법을 혁파했지만 누구든 억울한 일을 당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율을,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실천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박찬욱의 복수극 연작’ 1편이라고 할 수 있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누나를 구하려는 장애인의 인질극에 평범한 중소기업 사장이 딸을 잃자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 ‘올드 보이’의 복수극도 혈연에 대한 원초적인 사랑이 동인을 이루는데, 똑같은 방법으로 응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만든다.

감미로운 재즈·뉴에이지 음반 잇따라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감미로운 재즈와 뉴에이지 음반이 잇따라 출시돼 음악팬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프로젝트 음반 ‘재즈오텍’은 스무드 재즈 스타일을 위주로 영화와 CF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던 이태원이 전곡을 작사·작곡·프로듀싱한 앨범. 연주와 노래에 참여한 뮤지션의 면면도 화려하다. 국내 연주자들은 피아노에 곽윤찬과 임미정, 베이스 전성식, 보컬에 서영은, 색소폰 대니 정 등 정상급 뮤지션이 참여했다. 미국 연주자 중에는 마이클 잭슨의 앨범에 참여한 트럼펫 주자 게리 그랜트와 드러머 존 로빈슨과 색소폰 주자 레리 윌리엄스 등이 눈에 띈다. 타이틀곡인 ‘Hardway’는 매력적인 스무드 재즈 스타일의 곡이다. 전형적인 흑인 취향 R&B 스타일의 ‘I Guess’는 교포 가수 매튜 유가 불렀으며 가장 대중적인 트랙으로 느껴지는 ‘Just Curious’는 드라마 OST로 유명한 가수 서영은이 불렀다. 그밖에 피아니스트 임미정이 연주한 ‘After Hours’등 10곡을 담았다. 뉴에이지 아티스트 레이 정도 2집 ‘영혼의 땅’(Spirit Land)을 출시했다. 이 앨범은 그가 작곡·편곡·프로듀싱에 피아노 연주를 담당했다. 지난해 한국적 정서와 서구적인 음악을 접목한 데뷔 앨범 ‘Memory of the Day’를 발표한 후, 이번 2집은 해금, 단소, 장고 등 국악기와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기타 등 서양악기를 두루 사용해 명상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주연인 김지현이 게스트로 참여한 ‘Timeless Time’은 첫 트랙에 수록됐으며 패티김의 딸이자 가수로 데뷔한 카밀라 ‘Everytime Everywhere’를 불렀다. 해금주자 김선구가 협연한 ‘Flying High’, 단소 연주가 담긴 ‘Mountain High River Flow’ 등 철학적 깊이가 느껴지는 11곡을 담았다. 일본 애니메이션 ‘인랑’의 OST로 국내 팬들에게 알려진 일본 뉴에이지 첼리스트하지메 미조구치도 새 앨범 ‘아크첼로’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