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연애의 목적. 간큰가족

■연애의 목적 뻔뻔男과 앙큼女 발칙한 사랑 고등학교 교사 유림(박해일 분)에게는 6년 사귄 교사 애인이 있다. 그는 적당히 사회적이고 이기적인 인물이다. 그의 앞에 교생 홍(강혜정 분)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는‘자식 같고 부모 같은’ 애인과 결혼해서 크게 모난 것 없는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홍의 출현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버린다. 여기까지만 들어보면 홍으로 인해, 그러니까 여자 때문에 멀쩡한 남자의 인생이 망가진 것이 아닌가 싶다. 불륜 혹은 치정 스토리에서 어김없이 남자보다 여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쏠리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시선이다. 폭력적이고 남성 우위적인 시선. 이런 사건에서 여자는 대부분 ‘스토커’로 둔갑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조금 더 들여다보자. 홍에게는 번듯한 의사 애인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유림에게 관심이 없었다. 이럴 때 진실과 사실은 평행선을 달린다. 제목이 흥미롭다. 순진함을 가장한 발칙함이다. ‘연애의 목적’이라니. 사랑의 순수성을 처음부터 무시하는 뉘앙스다. 과연 연애의 목적은 무엇일까. 결혼? 섹스? 위안? 하긴 그렇다. 목적도 없이 연애하란 말인가. ‘사랑’ 그 자체도 ‘목적’인 것이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설득력 있게 드라마를 끌고 나간다. 누구에게나 빈틈은 있다. 정신나간 것 같은 유림의 저돌적인 애정공세가 홍에게 먹히는 까닭은 홍에게 치유하기 힘든 사랑의 상처가 있기 때문. 홍의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실수로 모두 삭제해 버리는 유림의 기막힌 행동도 어쩌면 홍에게는 아픈 기억을 모두 지워주는 ‘운명적’ 사랑일 수 있다. “같이 자자”, “키스 하자”는 유림의 유아적인 추근덕거림 역시 현재의 애인이 채워주지 못하는 빈자리를 치고 들어온다. 홍의 의사 애인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친구들 앞에서 거짓으로 포장하기에 급급하다. 홍이 유림의 행동에 ‘학을 떼면서도’ 밀고 들어오는 그의 입술과 응석을 때로는 받아주는 것은 그러한심리. 영화가 그저 그런 청춘 연애극에 그치지 않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홍의 가슴에 뚫린 구멍과 그것을 꿰차는 유림의 행동은 명백히 ‘18세 관람가’다. 소녀적 환상에 호소한 한가한 연애담이 아니라 진한 성인 버전인 것이다. 그 고민도, 그 감성도, 그 섹스도 말이다. 이 지점에서 두 배우의 연기는 분명 눈길을 끈다.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영화에 올인한 노력이 스크린에 그대로 묻어난다. 기존의 해맑은 이미지에 보기 좋게 ‘배반을 때린’ 박해일의 변신도 그러하고, 강혜정의 아낌없는 연기도 또래 연기자들과 차별을 이룬다. 특히 칭얼대는 유림의 행동은 사랑의 욕망이 요의를 느끼는데도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자의 절박하고 미칠 것 같은 심정과 다를 바 없음을 전한다. 10일 개봉. ■간큰가족 통일이여 내게오라! 단도직입적으로 김수로가 웃기고 신구가 울린다. 웃고 울리는 극단적인 감정이 일련의 슬랩스틱 코미디 속에 버무려져 있다. 그런 영화가 범작들에 비해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소재 덕분이다. 지구상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가이기에 가능한 ‘통일 자작극’을 휴먼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한 것이다. 죽기 전에 북한에 있는 아내와 딸을 만나는 것이 소원인 실향민 김노인(신구 분)이 어느날 몸져눕는다. 설상가상으로 간암 말기 판정을 받는데, 그와 동시에 그에게 50억원의 재산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사채업자에게 기는 큰 아들(감우성 분)로서는 희소식. 그러나 문제가 있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통일이 되야만 그 재산이 자식들에게 상속된다는 점이다. ‘간큰가족’의 자작극은 여기서 출발한다. 50억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숨을 거두기 전에 통일이 된 것처럼 꾸며야하는 것. 큰 아들은 3류 에로비디오감독인 동생(김수로 분)에게 가짜 통일 뉴스를 만들게 하고 자작극을 시작한다. 그러나 다분히 한시적일 것이라 예상했던 이 자작극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접어든다. 병상에서 오늘내일 하던 아버지가 가짜 통일 뉴스를 보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것이다. 이 이야기는 조명남 감독의 1997년 당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 ‘우리의 소원은’에서 출발한다. 항간에 떠도는 독일영화 ‘굿바이 레닌’(2003년)과의 표절시비를 일거에 잠재우는 증거. 그러나 둘 사이의 표절 시비는 애초부터 무의미하다. 통일된 독일을 무대로 여전히 분단 상황을 꾸미는 ‘굿바이 레닌’이나 그 반대를 그린 ‘간큰가족’의 이야기는 한민족, 분단국가라는 특수상황이기에 가능한 일이기 때문. 특수 상황 속 보편적 상상인 것이다. 통일뉴스, 남북 탁구대회, 평양교예단 공연 등 통일된 조국의 현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김 노인의 바람을 만족시키기 위해 가족들은 몸을 던져가며 진땀을 뺀다. 다행히 이들의 가감없는 코미디는 식상함 보다는 정겨움을 안겨준다. 변장한 가족들끼리의 가짜 탁구시합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자 공도 없이 탁구 대회를 벌이는 광경은 그중 빛나는 아이디어. 김 노인의 시력이 나쁜 것에 착안, “공이 너무 빨라 안 보이는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대사는 소재의 신선함을 뒷받침해 나간다. 9일 개봉, 12세 관람가.

MOVIE/안녕, 형아. 링2. PM 11:14

■안녕, 형아 “형, 내가 지켜줄게”라는 카피의 생명보험 CF에서 설경구는 병상에 있는 아픈 형에게 “떠나요. 둘이서. 모든 걸 훌훌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 별 아래~”라는 노래를 불러준다. 빡빡머리 형아 내가 구할테야! 영화 ‘안녕, 형아’는 바로 그 CF처럼 아픈 형을 둔 동생의 이야기다. 다만 영화속 형제의 나이가 CF 주인공들보다 스무살 가량 어릴 뿐. 영화 속 9살 꼬마는 12살형에게 ‘제주도’ 대신 ‘유희왕 카드’를 선물한다. 큰 마음을 먹고서. 아픈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만큼 찢어지는 것이 또 있을까.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픈 아이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부모의 시선은 새로울 것이 없다. 보편적이지만 새삼스럽지 않은 것. 이에 반해 ‘안녕, 형아’가 선택한 철부지 동생의 시선은 독특하다. 아픈 형으로 인해 침울해지는 영화의 분위기를 상쇄하는 동시에 제약없는 동심의 세계를 스크린 위에 펼쳐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뇌종양에 걸린 장한별(서대한 분). 그의 모습은 예상 가능한 수순대로 진행된다. 심하게 아픈 증세를 보이다 결국 삭발을 하고, 소아암병동에서 위험한 고비를 넘나든다. 맞벌이 부모는 아들의 병간호에 허리가 휘고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다. 그러나 여기까지. 영화는 최고의 골목대장인 9살 한이(박지빈 분)가 아픈 형 한별과 그로인한 가족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 렌즈를 맞췄다. 말썽부리다 그만 바지에 똥을 싸버린 한이를 씻겨주고 그의 온갖 장난을 받아주던 한별. 한이는 그렇게 한없이 착한 형이 아파서 입원하자 심심해 한다. 질투와 심술도 부린다. 부모의 관심이 온통 형에게 쏠리는데다, 형은 병원에서 사귄 시골아이 욱이에게 잘해주기 때문. 한이는 자기 분에 못 이겨 한별을 때리기도 하고 밀치기도 한다. 이러한 한이의 행동은 영화가 단순한 최루성 드라마로 흐르는 것을 막는다. 영화는 변화한 환경에 적응해나가는 아홉살 꼬마의 움직임을 어드밴처 무비로 표현하는 영리함을 보여줬다. 자신만을 알던 꼬마가 누군가를 배려하고 돕겠다는 마음을 먹는 과정이 꽤 역동적으로 표현된 것. 특히 울창한 숲속을 뛰어다니고 ‘타잔 아저씨’를 만나 ‘날아다니는’ 모습은 우울해지려는 관객의 기분을 밝게 만든다. 마치 ‘E.T.’를 보는 느낌. 이기적인 한이에게 형의 병치레는 ‘외계’를 만나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 다행히 그 ‘외계’는 한이에게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그러나 영화는 지나치게 영리하려 했다. 아무리 그래도 9살 꼬마의 한계는 분명한데 스크린 속 한이의 모습은 자로 잰 듯 빈틈이 없다. 울고 싶은데, 힘든데 계속 ‘씩씩하자’고 파이팅을 외치는 것 같다. 27일 개봉, 전체관람가./연합 ■링2 저주의 원혼 깃든 사마라와 ‘맞장’ 지금까지 미국에서 개봉한 공포영화 리메이크작 흥행순위를 살펴보면 베스트 5 내에 일본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 무려 3편이나 들어있다. ‘링’(2002), ‘링2’(2005)와 ‘그루지’2004)가 그것. 각각 1위, 5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공포영화의 위력이 실로 대단하다. 할리우드판 ‘링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나오미 왓츠와 데이비드 도프만이 모자지간으로 출연했다. 그러나 감독은 바뀌었다. 전편은 미국의 고어 버빈스키가 연출했지만 이번 속편은 원작의 감독 나카타 히데오가 맡았다. ‘그루지’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과 마찬가지로 나카타 히데오 역시 할리우드 시스템에 일본 공포영화의 감각을 접목한 것.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할리우드판 ‘링2’에서도 특유의 기분 나쁜 스산함을 유지했다. 일본판과 마찬가지로 링의 원혼인 사마라의 정체가 밝혀진다. 영화는 들어가는 문에서부터 긴장시킨다. 어두운 밤 바다의 검고 푸른 물의 출렁거림을 반복적으로 비추며 중간중간 검은 화면을 내보내는 것. 그 검은 화면에서 관객은 순간 숨을 멎었다가 다시 일렁이는 바닷물이 화면을 채우면 숨을 내뱉게 된다. 효과적으로 공포감을 조성하는 인상적인 도입부다. 레이첼은 사마라의 저주를 피해 에이단을 데리고 소도시로 이사한다. 그러나 사마라는 그곳까지 이들 모자를 쫓아온다. 에이단의 체온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익사직전의 사람처럼 34.1℃로 떨어지고 사마라는 이제 공공연히 이들 앞에 나타난다. 결국 레이첼은 피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사마라 퇴치에 나서고, 사마라의 죽음의 원인을 파헤친다. 6월 3일 개봉, 15세 관람가. ■PM 11:14 이 영화의 키워드는 우연과 소동이다. 모든 일은 우발적으로 발생하고 결과는 엄청난 소동으로 이어진다. 한가지 필연이 있다면 성급함이다. 이 영화의 교훈이라면 ‘성급함은 화를 자초한다’는 것. 또 하나. ‘밤길운전 조심하자’. 한날 한시라도 그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수억가지다. 영화를 관통하는 ‘밤 11시 14분’ 역시 등장인물의 머리 수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쪼개진다. 이 영화의 오락성은 그 모든 사건을 하나로 모으는 데 성공하면서 빛을 발한다. 덕분에 러닝타임 85분의 이 짧은 스릴러는 경쾌한 몸집을 유지한다. 영화는 ‘일단 뛰어’나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스’처럼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극과 유사한 모양새다. 등장인물 모두가 돈 때문에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 시작은 돈이고, 주인공들이 겪는 소동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된다. 만취한 채 운전하던 잭은 그만 젊은 남성을 치고, 여자친구의 임신중절 수술비를 구해야하는 더피는 편의점에서 권총 강도를 모의한다. 집 근처에서 처참한 시체를 발견한 프랭크는 시체가 딸의 남자친구임을 알고는 범죄를 은폐하려 하고, 폭주족 ‘양아치’ 셋은 도로 위에서 온갖 ‘미친 짓’을 벌이다가 그만 한 여자를 치어버린다. 이 모든 사건이 한 마을에서 벌어지고 그 시각은 밤 11시 14분이다. 영화는 이들 사건을 긴박하게 보여주며 초반 40분을 확 끌어당기는 데 성공한다. 6월 2일 개봉, 15세 관람가.

MOVIE/‘스타워즈:에피소드Ⅲ’. 극장전

■‘스타워즈:에피소드Ⅲ’ ‘별들의 전쟁’ 28년 대장정 끝내다 ‘스타워즈:에피소드Ⅲ’는 경쟁의 긍정적인 효과를 여실히 증명하는 작품이다. 만일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없었더라도 조지 루카스 감독이 이처럼 완벽한 작품을 선보였을까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상상력과 CG의 왕이지만 경쟁 상대가 없었다면 스스로의 목표치는 지금보다 다소 낮았을지도 모른다. 위용을 드러낸 ‘스타워즈’ 시리즈의 완결판 ‘에피소드Ⅲ’는 예상대로 대단했다. ‘에피소드Ⅳ·Ⅴ·Ⅵ’이 먼저 나온, 결말을 미리 아는 상태에서 보는 영화는 태생부터 벌점을 먹고 들어가는 경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우주 공간을 중심으로 상상력과 CG의 향연을 펼치는 스타워즈만의 매력 역시 그간 숱한 ‘아류작’들을 통해 희석된 상태. 그러나 돈과 집념은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 1977년에 선보인 ‘에피소드Ⅵ’ 이후 무려 28년만에 등장하는 ‘에피소드Ⅲ’는 28년의 세월이 주는 진보와 성장의 긍정적인 자양분만을 듬뿍 빨아들인 모습이었다. 마치 고관대작 가계의 우성인자만을 물려받은 모습. 2002년 ‘에피소드Ⅱ’에 이어 선보인 100% 디지털 화면은 넋을 쏙 빼놓을만큼 매끈하고 매력적이다. 조지 루카스는 조(兆) 단위의 재산을 굴리는 ‘그릇’ 답게 CG에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었다. 여기에는 2천300개에 달하는 특수효과가 등장한다. 28년간 변함없는 인기를 누린 ‘스타워즈’의 드라마는 이번에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결말이 나와 있음에도 ‘에피소드Ⅲ’가 흥미진진할 수 있는 것은 ‘스타워즈’ 시리즈 중 가장 궁금한 대목에 대한 비밀을 다루기 때문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아이콘은 역시 분노와 욕망이다. 덧붙여 사랑까지. 파드메가 임신을 알리자 “내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눈시울을 붉히던 아나킨이 시스에 굴복하는 것도 사랑 때문이고, 자신의 스승인 오비완을 죽이려 덤비는 것 역시눈 먼 욕망 때문이다. 아직은 미성숙한 아나킨이 수많은 감정 중 가장 먼저 분노를 키우는 법을 배우게 되면서 불행은 시작되는 것이다. 현란한 화면 중에서도 현기증을 일으키는 전투기 조종신과 화산 용암이 분출하는 가운데 펼쳐지는 오비완과 아나킨의 결투신은 압권이다. 또한 화면 곳곳에 숨어있는 각종 캐릭터 디자인의 향연도 쏠쏠한 눈요기. 사랑을 잃는 두려움은 악마와도 손을 잡게하고, 1인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혈육의 정을 나눈 동료도 몰라보게 한다. ‘에피소드Ⅲ’가 ‘스타워즈’ 시리즈 중에서도 돋보이는 것은 정점에 이른 특수효과와 함께 단순 명료하면서도 보편적인 메시지가 감성을 효과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이다. 26일 개봉, 전체관람가. ■극장전 뒤섞인 ‘영화와 현실’ 선배의 영화를 보고 나온 극장 앞, 영화 속 여주인공과 우연히 마주친 한 남자의 하루 이야기를 담은 영화. 홍상수 특유의 현실과 밀착된 대사는 영화 ‘극장전’에서도 여전한 특징이다. 영화는 ‘영화 속 영화’와 그 영화의 영향 속에서 현실의 하루를 지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라는 두 단락으로 나뉘어 있다. 올해 칸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된 ‘극장전’이 27일 개봉된다. 데뷔작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96년) 이후 감독의 여섯 번째 작품인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영화란(그것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영화다. 영화 속 영화는 감독 자신의 영화처럼 현실에 ‘처절하게’ 가까운, 그래서 ‘귀여운’(영화 속의 표현대로)영화고, 이 영화를 본 영화 속의 남자는 자신의 현실과 영화 속 이야기를 착각한다. 이쯤 되니 주인공의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다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그냥 실제였고 어떤 부분이 영화를 의식한 행동일까.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은 수능시험을 막 마친 상원(이기우)이다. 형에게 용돈을 받아 주머니가 두둑한 그날, 우연히 안경점에 일하고 있는 첫사랑 영실(엄지원)을 만난다. ‘담임이 미친놈이라’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영실. 어색한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술자리에 이어 여관에까지 동행하지만 이날따라 상원의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안되는데 왜 자꾸 하려고 그래”. 영실의 이 말에 상원의 입에서는 “죽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뚱맞은’ 말이 튀어나온다. 이 영화를 본 동수(김상경). 영화는 암투병 중인 선배 형이 감독했던 단편이다. 마침 극장에서는 그 선배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영화를 보고 나선 극장 앞, 뜻밖에 영화 속 여주인공인 영실이 있다. 사람들 속으로 사라져가는 그녀를 뒤로하고 커피숍을 들른 그는 저녁에 그 선배의 후원모임이 열린다는 연락을 받지만 선뜻 내키지 않는다. 다시 무작정 걷게 된 거리에서 동수는 영화 속의 안경점에서 다시 영실과 마주친다. 학생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영실에게 동수는 용기를 내어 인사를 건네고, 영실은 그런대로 성의있게 그의 말상대를 해준다. 영화는 감독의 작품들 중 가장 말끔한 형식미를 갖추고 있는 영화로 평가받을 수 있을 듯하다. 영화와 현실 속의 두 주인공은 누가 모방자며 누가 피모방자인지, 어떤 쪽이 영화고 어떤 쪽이 현실인지를 오가다가 결국 ‘둘 다’로 수렴된다. ‘외계인의 지구인 구경하기’ 같은 감독의 시선은 한결 유쾌해진 반면 덜 냉소적이 됐다. 이 부분에서는 ‘생활의 발견’ 이후 다시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 김상경의 덕이 크다. 영화를 보고 나면 역시 그의 영화에는 김상경이 제일 좋았다는 기억을 새삼 떠올릴 수밖에 없다. 18세 관람가. 상영시간 89분.

MOVIE/남극일기.프락치.코치 카터

■남극일기 이게 남극이다. 6개월은 밤, 6개월은 낮이 이어지는 곳. 눈 앞에는 온통 하얀색 뿐, 하얀 산과 하얀 바람, 하얀 눈과 눈부신 햇빛 만이 대륙을 덮고 있다. 아마 땅 속을 파보면 수십년 혹은 수백년 이상 묵은 눈을 볼 수도 있을 듯, 무슨 일이 일어나도 혹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도 그저 그대로 거대한 모습을 유지한 채 거기 있는 그런 곳이다. 남극에 여섯 명의 남자들이 줄을 지어 걷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무보급으로 도달불능점을 정복하는 것. 남위 82도8분 동경 54도58분에 위치한 이 지점은 남극 대륙 해안에서 가장 먼 곳으로, 지금까지 1950년대 옛 소련 탐험대만이 단 한차례 가본 적이 있다. 기대작 ‘남극일기’가 19일 드디어 영화팬들을 만난다. 뉴질랜드 로케이션이나 송강호·유지태 등의 화려한 캐스팅, ‘반지의 제왕’의 스태프와 ‘공각기동대’의 거장 가와이 겐지 음악감독의 참여, 그리고 제작비 90억 원의 초대형 예산 등 화려한 외형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영화가 상반기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던 것은 남극이라는 장소와 스릴러라는 장르의 조합이라는 새로움에 있다. 일부의 우려와 달리 남극과 미스터리를 함께 빚어놓은 언발란스는 감독의 손을 거치며 매력적인 결과물로 탄생했다. 감독은 단 여섯 명의 등장인물들과 남극이라는 땅덩어리 하나로 힘있고 밀도 높은 미스터리 영화를 만들어 놓고 있다. 풍경이 주는 광활함의 공포는 그 어떤 스릴러의 눈에 보이는 악몽 못지 않게 지독하며 그 와중에 드러나는 인간들은 쉽게 부서질 듯 위태로워 슬프다. 이들이 수십일 동안 걷고 먹고 자는 이곳은 언뜻 봤을 때의 마냥 경치 좋은 곳만은 아니다. 고요함은 써늘함의 다른 표현이며 광활함은 막막함의 유사어다. 말이 좋아 인간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지 일행들과 비슷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어느 곳에선가 숨진 채 묻혀 있다. 탐험대를 이끄는 대장은 노련하면서도 냉철한 카리스마가 있는 도형(송강호)이다. 최대장의 오랜 파트너이자 지적인 부대장 영민(박희순)과 식사 담당인 근찬(김경익), 통신 담당 성훈(윤제문), 전자장비 담당 재경(최덕문)은 부대원이며 이들의 뒤를 막내 민재(유지태)가 따르고 있다. 순조로웠던 탐험대에 묘한 기운이 돌기 시작한 것은 영국 탐험대의 남극일기가 발견되고 부터다. 얼마 뒤 재경이 바이러스가 없는 남극에서는 도저히 발병할 수 없는 감기 증세를 보이다가 낙오하고 대원들은 빨리 그를 구해야 한다는 쪽과 탐험을 계속하자는 쪽으로 나뉘어 갈등한다.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대원들을 다그치는 대장과 논리적 분석으로 그를 따르는 부대장, 여기에 근찬과 성훈은 재경을 버렸다는 죄책감에 철수하자고 주장한다. 여기에 상황은 예기치 않은 사고까지 일어나며 점점 극으로 치닫고 대원들은 원인모를 광기의 분위기에 휩싸인다. 어느새 논리적인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되고, 순했던 막내의 눈은 발갛게 충열되며, 대장은 목표 달성을 위해 앞뒤 안가리는 사이코가 되어 간다. 남극의 묘한 기운은 얼음 사이의 갈라진 틈에서, 텐트밖에서, 그리고 언덕 너머 어디에서 이들을 지켜본다. 초반에 인물들을 설명하며 워밍업을 하던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속도를 올리다가 결국 광기로 치달으며 폭발을 한다. 스릴러의 스토리는 감독에 의해 완전히 장악된 듯, 여기에 송강호, 유지태를 비롯해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져 두 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타임은 지루함 없이 힘있게 흘러간다. 15세 이상 관람가. ■프락치 장마철쯤 돼보이는 무더운 여름. 러닝셔츠 차림의 두 남자가 변두리 여관방에 누워 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돼 있고 이 땀은 텁수룩한 수염을 타고 눅눅하게 흐른다. 방 안에는 바퀴벌레가 기어다니고 여관의 사람들은 이 두 남자를 ‘아마 동성애자 커플일 것’이라고 오해한다. 지난해 독립영화계의 화제작 ‘프락치’가 20일 개봉한다. 밴쿠버와 로테르담(국제비평가상), 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유수의 영화제를 통해 호평을 받았던 이 영화는 ‘옥천전투’와 ‘팔등신으로 고치라굽쇼?’로 알려진 황철민 감독의 7년 묶은 야심작이다. 두 남자 중 나이 들어보이는 쪽은 정보기관의 기관원(양영조)이다. 젊은 쪽은 이미 정체가 드러나 은둔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인 프락치(추헌엽). 영화 감독 지망생이던 이 프락치는 이제 사랑하던 사람 앞에 다시 서지 못할 상황에 놓였고 기관원의 감시에 묶여 여관 밖에도 나가지 못하는 처지다. 벽장 하나, 거울 한개밖에 없는 이 여관 방에서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밥 먹는 것 말고는 별로 없어 보인다. 소지품이라는 것은 프락치의 비디오 카메라와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 정도. 무료해하던 두 사람은 ‘죄와 벌’을 대본으로 카메라 앞에서 연극을 한다. 얼핏 호형호제하는 가까운 사이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그래도 갇힌 자와 가둔 자다. 이는 이들의 ‘영화 찍기’ 놀이에 옆방의 배우 지망생이 합류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세 사람은 함께 술도 마시고 잠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지만 결국 억압과 피억압의 관계는 여기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감독은 독일 유학시절 실제로 만났던 학원 프락치에게서 영화의 모티브를 따왔다. 상영시간 100분. 15세 관람가. ■코치 카터 고등학교 농구팀 선수들에게 학교 수업은 어떤 의미일까? 흔히들 별의미가 없다고 말하겠지만, 이 팀이 지난 4년 동안 지역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으며 반 학생들의 극소수만이 대학 진학의 꿈을 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수업에 참석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는 이 아이들에게 삶 자체에 성의를 보인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1999년 미국에서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코치 카터’(Coach Carter)가 13일 개봉했다. 흔하지도, 뻔하지도 않은 스토리는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장점. 사무엘 L. 잭슨의 카리스마와 이에 반하는 아이들의 개성이 잘 드러난 데다, 줄거리가 단지 운동이외의 꿈 얘기로 진전을 보는 것은 이 영화를 범작 이상으로 만들어 놨다. 왕년의 고교 농구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지금은 스포츠용품점을 운영하는 켄카터(사무엘 L. 잭슨)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꿈이라면 고등학생 농구 선수인 아들 데미언(로버트 리처드)이 좋은 선수로 자라나는 것 정도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모교 리치먼드 고등학교의 농구팀 코치 제의가 들어온다. 안정된 생활과 새로운 도전 사이에서 갈등을 하던 카터는 결국 팀을 맡기로 한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학교는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팀은 지구 내 꼴찌를 도맡아 할 정도인데다 아이들은 하나같이 반항적이고 제멋대로에 실력도 ‘꽝’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아이들의 패배의식. 유색인종 거주지역에 위치한 이 학교에서 농구팀의 존재 이유는 그저 아이들에게 ‘맘 잡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게하는 수단 이상이 못된다.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 가난의 고통으로 아이들은 범죄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어 가고, 꿈이라는 흔한 단어는 이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헛된 망상일 뿐이다. 아이들과 마주 선 카터는 두 가지 목표를 세운다. 하나는 팀에게 옛날의 영광을 되찾아주는 것, 나머지는 아이들을 대학에 진학시키는 것이다. 혹독한 훈련 끝에 결국 농구 팀은 승승장구. 하지만, 문제는 이보다는 학업쪽에서 발생한다. 아이들이 여전히 학업에 열의를 보이지 않자 결국 그는 약속대로 체육관을 폐쇄하고 이 사건은 언론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진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36분.

MOVIE/킨제이 보고서.우리 사랑일까요?.에쥬케이터

■킨제이보고서 니들이 性을 알아? “배변을 원활히 하고 성경을 읽을 것. 고환을 찬 물에 담그고 앉을 것. 그리고 모성애를 되새길 것.” ‘멀고 먼 옛날’, 몽정을 막는 요령으로 이런 것들이 권장되던 시절이 있었다. 막아야 되는 이유는? 정액 1g을 잃는 게 혈액의 40g을 흘리는 것과 같은 치명적인 피해를 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는 오해를 낳고 오해가 만든 관습은 사람들을 억압한다. 지금은 터무니 없는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런 식의 잘못된 지식은 한때 상식이었다. 적어도 이 ‘섹스 보고서’가 나오기 이전에는 성(性)에 관해서는 말이다. 킨제이 보고서로 ‘성(性) 혁명’을 일으킨 알프레드 킨제이 박사 이야기를 다룬 영화 ‘킨제이 보고서’(원제 Kinsey)가 13일 개봉한다. 영화는 그가 장애물을 뛰어넘고 결국 보고서를 내게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다루고 있지만, 결국 얘기하고 싶은 것은 ‘청교도적’이라는 시대의 장애물에 있다. 영화 속 킨제이 박사의 말처럼 만약 미국에 온 사람들이 청교도인들이 아니라 건달과 난봉꾼이었으면 어땠을까? 순결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과학자들을 겁주고 겁먹은 과학자들은 ‘정액은 피와 같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 영화가 킨제이 박사(리암 니슨)의 어린 시절에서 출발하는 것은 이런 까닭에 있다. 그의 아버지는 선생님이며 목사님이었던 보수주의자. 엄격한 신앙심을 가졌던 아버지는 그가 공학자가 되기를 바랬지만 박사의 관심은 기계보다는 말벌 같은 생물에 있었다. 결국 생물학과에 진학해 생물학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제자이며 지혜로운 여자 맥밀란(로라 리니)을 만나 결혼한다. 이미 스스로의 성적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한 바 있던 그가 본격적인 섹스 연구가가 되기 시작한 것은 교내에서 결혼강좌를 맡으면서부터다. 성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믿음은 생물학자인 그에게는 너무나도 터무니 없는 미신이었고 이에 대한 학술적인 자료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섹스 리서치를 ‘감행’하기 시작한다. 주위의 우려 속에 연구는 진행되고, 결국 ‘킨제이 보고서’가 발표되자 미국 사회는 충격과 혼란 속에 빠져든다. ‘플레이 보이’를 앞지르는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결국 오해를 깨는 데 성공하지만 박사는 원치 않은 논쟁에 휩싸인다. 결국 연구비지원도 끊기자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괴롭히기 시작한다. 킨제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그가 사실을 왜곡했으며 이혼율 및 성병의 증가와 포르노물 범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비판론자들과 성적인 자유에 이바지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옹호론자들 사이에서 엇갈린다. 이 영화가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했을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킨제이 박사처럼 ‘성’(性)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대해 당찬 태도를 견지한다. 인물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성에 대한 지식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충분히 솔직한 편. 여기에 리암 니슨이나 로라 리니 같은 ‘좋은’ 연기자들의 열연은 상황을 더욱 그럴싸하게 만든다. 아쉬운 점은 인물의 도전과 역경, 극복이라는 전기영화의 흔한 줄거리가 그렇게 흡인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데 있다. 흥미로운 출발에 비해 갈수록 줄거리의 힘이 떨어져가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갓 앤 몬스터’와 ‘시카고’의 각본을 썼던 빌 콘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8세 관람가. 상영시간 118분. ■우리 사랑일까요? 사랑이 별건가 지금을 즐겨라! 애쉬튼 커처(27)는 이래저래 연상의 여인과 호흡을 맞춰야 하는 모양이다. 현실에서는 16살 연상의 데미 무어와 결혼설을 낳고 있는 그가 영화에서는 6살 연상의 아만다 피트와 닭살 돋는 연애를 펼쳤다. ‘우리, 사랑일까요?(원제:A Lot Like Love)’는 애쉬튼 커처를 내세운 맞춤 상품이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든, 한창 물이 오른 잘 생긴 스타의 매력을 한껏 부각시킨 로맨틱 드라마인 것. 상대적으로 아만다 피트의 얼굴에서 ‘나이’가 느껴져 균형이 좀 깨지긴 하지만 영화는 확실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맞춤 상품으로서 그다지 손색이 없다. 더도 덜도 아닌 ‘선남선녀의 예쁘고 화사한 연애’를 그린 이 영화의 목적은 그것을 보며 유쾌해지고 싶은 관객을 모으는 것이다. ‘우리, 사랑일까요?’는 7년 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거듭한 남녀의 이야기다. 대학을 갓 졸업한 패기 넘치는 젊은이 올리버는 치밀하게 사업구상을 하며 6년 후를 기약한다. 그때는 반드시 성공한 사람이 돼 있겠다는 것. 반면 실연했다는 이유로 처음 본 남자와 비행기 화장실에서 관계를 맺을만큼 대담하고 자유분방한 아가씨 에밀리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어 보인다. 이 두 사람은 비행기 화장실에서의 관계 이후 하루 동안 짧은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아듀. 3년 후 다시 만난 이들은 또다시 불같은 감정에 휩싸이지만 역시 하루뿐, 다시 2년간 소식도 모르고 지낸다. 그 사이 둘은 각기 다른 상대와 사랑을 했고, 헤어진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를 오가며 매번 짧지만 강렬한 사랑의 감정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세렌디피티’ ‘해리가 샐리가 만났을 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새로울 것은 전혀 없다. 뻔하고, 공식 그대로다. 그러나 주인공이 다르다. 이 점은 주인공의 존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로맨틱 드라마에서는 큰 차별점이 된다. 또 배경과 에피소드가 다르지 않은가. 영화는 커처와 피트의 사랑스러운 애정행각을 그리며 귀에 익은 음악을 적절하게 들려준다. 절로 따라하거나 장단을 맞추고 싶을만큼.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반면 인연은 돌고 돌아도 결국 만나게 된다. 절망에 빠진 커처에게 그의 농아 형이 “그게 인생이야. 지금 이대로를 즐겨”라고 수화로 애정어리게 충고하는 대목은 이 뻔한 영화에서 그래도 콧등을 찡하게 만든다. 또 국립공원에서의 ‘달밤 퍼포먼스’는 꽤 신선하다. 20일 개봉, 15세 관람가. ■에쥬케이터 세상불만 가득한 청춘들의 대반란 일단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 보다는 한결 산뜻하고 현실적이다. 똑같이 거침 없는 젊음, 피 끓는 혈기를 그렸지만 ‘에쥬케이터’와 ‘몽상가들’의 요리법은 대단히 다르다. 취향 나름이겠지만 ‘에쥬케이터’ 쪽이 좀 더 먹기 편하다. 제목 ‘에쥬케이터(edukator)’는 에듀케이터(educator)의 독일식 발음. ‘무소불위의 젊음’ 피터(스티페 에르켁 분)와 얀(다니엘 브륄 분)은 스스로를 부르주아의 ‘교육자’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밤마다 부자들의 집에 무단침입, 마치 설치 미술을 하듯 가구와 물건들을 재배치 해놓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도둑질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러한 해괴망측한 행동을 통해 부자들의 주의를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부자들에게 ‘돈이 너무 많다’는 죄명을 씌우는 이들은 침입한 집에 ‘풍요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 에쥬케이터’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20대에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면 가슴이 없는 것이고, 40대에도 마르크스주의자이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 영화는 이 메시지를 비교적 충실하게, 또 현실적으로 다뤘다. 피터와 얀, 그리고 피터의 여자친구 율(율리야 옌치)은 자유주의와 청년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부의 편중에 따른 사회 부조리를 깨기 위해 청년들은 뭐라도 해야한다는 것. 그게 미약할지라도 말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하이덴베르그(버그하르트 클로즈너)의 존재다. 30여년 전에는68세대의 선봉에 서 있었지만 지금은 대저택에서 명차를 몇대씩 굴리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한스 바인가르트너 감독은 하이덴베르그를 내세워 이상과 현실, 세월에 따른 변화를 부담없이 그렸다. 일이 꼬이는 바람에 하이덴베르그를 납치하게 된 주인공들은 뚜렷한 대책도 없이 하이덴베르그와 기이한 동거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하이덴베르그와 청년 셋은 조금씩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시간이 지날수록 양쪽 사이에 놓인 벽은 유명무실해진다. 하이덴베르그는 청년들의 모습에 자신의 순수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고, 청년들은 순수한 이상을 위협하는 뜨거운 사랑의 감정에 흔들린다. 과거에는 혁명의 핵이었으나 지금은 두말없이 보수당에게 한표를 던지는 하이덴베르그의 모습은 어쩌면 이들 청년의 미래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는 모른다. 설사 안다 해도 지금의 청년은 청년이어야 한다. ■인권영화 ‘다섯개의 시선’ 9월 개봉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한 두번째 인권영화인 ‘다섯개의 시선’과 첫번째 인권 옴니버스 애니메이션 ‘별별이야기’가 9월께 극장에서 개봉한다. 같은날 선보일지 1주 간격으로 개봉할지는 미정이지만 이들 두 영화는 소재가 인권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각 감독의 다양한 개성을 담은 단편영화들이 모인 옴니버스 영화다. ‘다섯개의 시선’에는 ‘미소’의 박경희, ‘주먹이 운다’의 류승범, ‘해피엔드’의 정지우, ‘아는 여자’의 장진, ‘송환’의 김동원 등 다섯명이 참여했으며 ‘별별이야기’에는 이성강, 박재동, 이애림, 유진희, 권오성과 5인 프로젝트팀(김준 외) 등 여섯팀이 연출했다. ■‘가문의 영광2’ 주연에 김원희-신현준 김원희와 신현준이 영화 ‘가문의 영광2’의 남녀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가문의 영광’ 1편에 이어 속편도 제작하는 태원엔터테인먼트는 “김원희, 신현준, 김수미의 캐스팅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2002년 9월 개봉, 전국 500만 관객을 모은 ‘가문의 영광’은 엘리트 사위를 들이려는 조폭 집안의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 김정은과 정준호가 주연을 맡았다. ‘가문의 영광2’는 전편의 구조를 살짝 비틀어 엘리트 며느리를 들이려는 여수조폭 집안의 이야기를 그린다. 김원희가 검사로 출연하며, 신현준이 조폭 집안의 맏형 역이다. 김수미는 신현준의 어머니를 연기한다. ■프랑스 ‘자크 드미’ 감독 특별전 서울 종로구 낙원동의 서울아트시네마(구 허리우드 극장)는 11~19일 프랑스의 자크 드미(Jacques Demy·1931~1990) 감독의 특별전을 마련한다. ‘쉘부르의 우산’으로 한국 팬들에게도 친숙한 드미 감독은 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중 가장 로맨틱한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왔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초기작 ‘롤라’와 ‘천사들의 해안’에서부터 ‘추억의 마르세이유’, ‘쉘브르의 우산’ 등 대표작 일곱편이 상영되며 ‘자크 드미의 세계’를 비롯해 동료 아네스 바르다 감독이 드미 감독에 대해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 세 편이 선보인다.

MOVIE/혈의 누.밀리언즈.킹덤 오브 헤븐

■혈의 누 조선시대판 살인의 추억 ‘혈(血)의 누(淚)’는 피눈물이다. 피눈물이 난다는 것은 한이 사무친다는 의미. 말할 수 없이 억울할 때, 그 억울함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피눈물이 난다. 조선 후기 한 외딴섬. 종이를 만드는 제지소의 운영으로 번창해가는 이 섬에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그것도 대단히 참혹한 방식이다. 또 그에 앞서 원인 모를 화재로 조공용 종이가 가득 실린 배가 불타버린다. 한양에서 수사관이 파견된다. ‘과학수사’를 내세우는 냉철한 원규(차승원 분)는 섬을 지배하고 있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그 실체 파악에 나선다. 그 핵심에는 마을 사람들의 묵인하에 억울하게 참형을 당한 한 가족의 사연이 놓여있다. 사극의 특성상 조금이라도 허점이 보이면 영화가 대단히 허술해보이기 마련. 캐스팅, 의상, 대사, 로케이션, 미술 등 곳곳에 지뢰가 놓여있다. 그런 면에서 ‘혈의 누’는 합격점을 무난히 넘어선다. ‘스캔들’처럼 미(美)를 탐하지는 않았으나 영화는 나름의 치밀한 고급스러움으로 관객을 정성껏 맞이한다. 여기에 사극과 스릴러의 결합이 별다른 누수 없이 잘 어울렸다. 조선 후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온몸으로 껴안은 영화는 자칫 스릴러에 함몰되기 쉬운 유혹을 떨치고 무게중심을 잘 잡았다. 서서히 균열이 생기는 반상의 질서와 그 사이를 비집고 꿈틀대는 자본주의 사상, 그리고 당시의 ‘마녀사냥’ 구실이 됐던 천주교도 등의 설정이 맞물려 돌아가는 속에 안경, 종이, 도르래 등의 장치가 시대를 흥미롭게 대변한다. 또한 영화는 고전적 액션의 신기원을 열었다. 제지소 내에서 벌어지는 액션은 CG에 기대지 않고 오직 제지소 내 각종 도구와 장치를 이용해 전개된다. 할리우드 영화로 익숙한 부비 트랩의 묘미가 조선 시대 제지소에서 펼쳐지는데 그 재미가 상당하다. 이러한 ‘기본’을 바탕으로 영화는 원규 캐릭터의 변화를 심도있게 포착했다. 김대승 감독은 원규의 공명심과 자부심이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수치심과 배신감으로 변하는 과정을 세밀화를 그리듯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차승원은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에서 나오는 선입견을 보란 듯 깨버린다. 그는 시종 묵직한 톤으로 원규 캐릭터를 끌어나갔고 성공적으로 정극에 안착했다. 차승원의 이러한 변화는 영화를 보는 대단히 중요한 재미다. 자신을 정상으로 이끈 이미지를 정면으로 배반하기란 스타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 웬만큼해도 본전을 하기 힘들기 때문인데 그런 점에서 그를 원규 역에 캐스팅한 좋은영화사의 안목과 용기도 높이 평가된다. 5월 4일 개봉, 18세이상관람가. ■밀리언즈 돈벼락 맞으면 뭐할거니? 하늘에서 돈벼락이 떨어진다. 그런데 이 돈을 쓸 수 있는 기간은 열흘 뿐이다. 그렇다면 뭘 해야할까.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더 즐거운 고민은 없을 것이다. ‘밀리언즈’는 유로화 통합에 관한 가장 깜찍하고 예쁜 이야기다. 돈다발이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소재에 천진무구한 동심을 버무리고, 양념으로 엄마 잃은 아이의 보편적인 슬픔을 가미한 영화는 귀여운 동화로 탄생했다. 할리우드식 동화의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나 기발한 상상력을 발휘한 것도 눈여겨볼만 하다. 영국의 한 소도시. 기찻길 옆에 빈 박스를 쌓아놓고 그 안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7살 꼬마 데미안의 머리 위로 검정색 가방이 뚝 떨어진다. 누군가가 기차에서 집어 던진 가방 안에는 파운드화가 가득 들어있다. 9살 형 안소니는 “절대 아빠한테도 말하지 말고 신고도 하지마. 세금이 40%란 말이야”라며 둘이서 이 돈을 쓸 궁리를 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파운드화가 열흘 후면 유로화로 통합되는 것. 은행에서 환전을 하지 않는 한 열흘 후면 이 돈을 쓸 수 없는데, 꼬마들이 무슨 수로 은행에서 환전을 한단 말인가. 그렇다면 신나게 쓰는 수밖에. 물론 이는 가상의 설정. 영국은 아직도 꿋꿋하게 파운드화를 쓰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 꼬마들처럼 ‘미래를 고려하지 않는’ 신나는 씀씀이는 현실에서 경험하기 힘들다. ‘28일후’ ‘트레인스포팅’ ‘비치’ 등에서 독특한 감각을 뽐낸 대니 보일 다운 설정이다. 감독은 돈다발 이전에 형제의 엄마를 하늘로 보냈다. 어린 데미안에게 사람들은 “엄마는 착한 일을 많이 해서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했을 것이고, 이 때문에 데미안은 유독 죽은 성자와 성녀의 이야기에 집착한다. 대니 보일의 괴짜 기질은 이 부분에서 도드라진다. 데미안의 상상을 통해 “하늘에서는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어”라며 담배를 피우는 성녀, 참수형 자국이 목에 그대로 남아있는 성자, 데미안 대신 학교 연극에서 목소리 연기를 해주는 성자 등을 등장시키는 것. 데미안은 이들을 만날 때마다 “하늘에서 우리 엄마 봤어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묻는다.두 형제의 180도 다른 돈 씀씀이도 흥미롭다. 어른처럼 세금과 부동산을 운운하는 안소니는 아이들에게 돈을 뿌리며 사람 부리는 재미에 빠진다. 반면 데미안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가난하세요(Are you poor)?”라고 물으며 그들을 돕기에 분주하다. 감독은 어른의 축소판인 이들을 대비시키며 돈에 대한 인간사 백태를 살짝 풍자했다. 청빈함을 내세운 몰몬교도들이 데미안이 몰래 기부한 돈으로 어마어마한 금액의 가전제품을 사들인 것이 그중 압권. 대니 보일은 지금까지와 달리 동화 속 예쁜 집 한채를 짓는 느낌으로 화면을 밝고 따뜻한 파스텔톤으로 유지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죽은 엄마를 되돌릴 수 없다는 뻔한 메시지를 나름의 감각으로 포장한 솜씨도 괜찮다. 그러나 아쉽다. 좀더 발칙하고 좀더 깜찍하기를 기대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5월 5일 개봉, 전체관람가. ■킹덤 오브 헤븐 ‘서민적 영웅’ 모험담 땅을 둘러싼 국가간의, 그것도 두 문화권이 충돌하는 곳에서의 분쟁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실 뭉치처럼 풀어헤치기가 쉽지 않다. 화약고 중동 지역이 대표적이다. 이슬람 문화권과 기독교 문화권이 각자의 성지를 가졌으며 역사적으로 지배를 번갈아 해온 이 지역의 전쟁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이 걸려있으며 스스로의 국가를 갖고자 하는 욕망이 얽혀있으니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잘 살아보자는 식의 장밋빛 꿈은 어쩌면 영화에서나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외화 중에서는 한동안 눈에 띄는 기대작이 없던 극장가에 할리우드 대작 ‘킹덤 오브 헤븐’이 5월 4일부터 관객들을 만난다. 주인공은 떠오르는 스타 올랜도 블룸(‘반지의 제왕’, ‘트로이’)인데다 그의 뒤는 리암 니슨, 에드워드 노튼,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든든한 명배우가 받쳐주고 있다. 감독은 ‘글래디에이터’로 역사 대작 연출의 재능을 인정받았고 ‘블랙호크다운’으로 미국적 시각에서 벗어났다는 호평을 받았던 리들리 스콧. 영화는 오래간만에 괜찮은 대작을 기대하는 관객들의 발길을 잡아끌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여기의 중심이 되는 전투 장면은 바로 눈 앞에서 칼날이 휘둘리는 듯, 모래 먼지가 눈앞으로 튀는 듯, 사실감이 넘쳐나니 일단 이 영화가 볼거리라는 블록버스터의 미덕은 갖추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젊은 대장장이 발리안(올랜도 블룸)은 아이와 부인을 잃고 슬픔에 잠겨있다. 아내를 땅에 묻은 날 그를 찾아온 사람은 십자군 기사 고프리(리암 니슨). ‘내가 너의 아버지’라고 발리안에게 고백하는 고프리는 함께 자신이 영주로 있는 땅으로 떠날 것을 제안한다. 고민하던 중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발리안은 결국 고프리와 함께 가기로 하고 두 사람은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먼 길을 떠나게 된다. 동행 중 발리안은 아버지 고프리에게 검술을 배우며 전사로 거듭나지만 미처 예루살렘에 도달하기 전에 고프리는 세상을 떠나고야 만다. 난관을 극복하고 결국 예루살렘에 당도하는 발리안. 이 곳은 국왕 볼드윈 4세(에드워드 노튼)의 선정으로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의 평화가 지켜지고 있지만 분쟁을 원하는 무리들 때문에 전쟁의 위협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발리안은 용맹함으로 왕의 신임을 받게 되고 아름다운 공주 시빌라(에바 그린)와 사랑에 빠지지만 상황은 그렇게 좋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평화주의자 왕의 목숨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며 공주의 남편은 악명 높은 기사 기 드 루지앵(마튼 소카슨)이다. ‘서민적 영웅’이라는 몸에 잘 맞는 옷을 입은 올랜도 블룸이 평화를 지키기 위해 펼치는 모험담에 전투 장면의 볼거리와 로맨스, 비장함이 적절히 섞여 있으니 영화는 괜찮은 대작이라는 호평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다면, 주인공이 살생을 싫어하게 되는 동기나 살인을 피하고자 왕위를 거절한 그가 결국은 수많은 적들에게 칼질을 하게되는 과정은 설득력이 약해보인다. 두 문화권이 서로를 존중하며 ‘천국의 왕국’을 만들어보자는 식의 흔한 결론도 할리우드영화치고는 전향적이지만 블록버스터의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 있지 않은 쉬운 결론이다.상영시간 137분. 15세 관람가.

MOVIE/댄서의 순정.모래와 안개의 집.트리플X2:넥스트 레벨

■댄서의 순정 영화 ‘댄서의 순정’은 순수하고 싱그러운 문근영의 캐릭터에 모든 것을 의지한 영화다. 전국 310만명을 모은 ‘어린신부’의 영광에 다시 한번 도전한 작품. 제작진의 선택은 이번에도 주효했다. 옌볜처녀 춤바람 났네 문근영은 여전히 예쁘고, 아니 더 예뻐졌고 더 착해졌다. 그리고 천만다행으로 그게 너무나 매력적이다. 영화의 존재 이유가 살아나는 순간이다. ‘댄서의 순정’은 관객의 순정에 호소하는 영화다. 문근영의 순정은 남녀노소에게 일체 거부감 없이 스며든다. 거부감은 커녕 문근영이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무장해제당한 관객은 저 밑에 가라앉아 흔적을 찾기 어려웠던 순정을 잽싸게 꺼내들게 된다. 관객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너그러운 관람의 자세를 취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옌볜처녀 장채린(문근영 분)이 위장결혼을 통해 서울에 온다. 스포츠댄서인 나영새(박건형 분)와 짝을 맞춰 댄스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곡절 끝에 ‘조선자치주댄스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언니 장채민을 대신해 온 채린은 춤을 전혀 못춘다. 파트너가 뒤바뀐 사실에 기막힌 영새는 그런 채린을 외면할까 하다 결국 훈련시켜 같이 댄스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한다. 노래방에서 ‘난 사랑을 아직 몰라’를 멋대로 열창하던 ‘어린신부’가 이번에는 등려군의 ‘야래향’을 그럴 듯하게 소화하고 삼바춤까지 춘다. 2년 사이 키가 3㎝ 자라 165㎝가 된 문근영은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꽤 날렵하게 삼바를 소화한다. 골반을 리드미컬하게 흔들고 빠른 스텝을 밟는 그의 모습은 분명 신선한 볼거리. 어여쁜 모습만으로도 만족하겠는데 어른이 되는 중간 과정에서 단련된 춤까지 선사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댄서의 순정’은 문근영이 중국어와 춤 연습에 흘린 땀방울만큼 ‘어린신부’ 보다 업그레이드된 영화다. 여전히 순정만화의 눈높이에 머물고 있지만 그 황당무계함은 ‘어린신부’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여기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키치적 유머도 밉지 않고 완성도를 떠나 기승전결이 또렷하다. 이만하면 오락 영화로서의 정체성은 명확한 것으로 보여진다. ■모래와 안개의 집 화려한 결혼식장. 젊은 남녀가 하객의 축복 속에 식을 올리고 있고 신부의 아버지 매수드 아미르 베라니(벤 킹슬리)가 마이크를 든다. 한때 조국 이란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살던 그가 이곳 미국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어느 정도 부를 가지고 있으리라는 추측밖에. 겉보기에는 성공한 이민자 같지만, 매수드의 실상은 판이하게 다르다. 직업은 고속도로 공사장의 막노동꾼, 고급 아파트에 사는 부유한 이민자처럼 보이지만 공사장의 작업복을 고급 정장으로 갈아입은 뒤의 얘기다. 낡아 보이지만,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집. 침대에 누워 아침을 맞는 캐시 니콜로(제니퍼 코넬리)도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듯하다. 바쁜 사람이지만 그래도 남편이 있고, 청소를 안해 지저분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대로 아늑한 집이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안개와 모래처럼, 그녀의 삶도 위태로워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알고 보면 남편에게 버림받은 처지, 알코올 중독자에서 벗어나 힙겹게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뒤뚱거리며 삶이라는 힘겨운 길을 걷고 있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일 때문에 서로 얽히기 시작한다. 캐시는 세무당국의 실수로 집이 경매로 내 놓이는 처지에 처하고 매수드는 이 집을 싼 값에 구입한다. 캐시의 입장에서 아버지의 유산이며 유일하게 자신이 기댈 곳인 이 집을 그것도 자신의 잘못도 없는데 빼앗길 수는 없는 일. 집을 비싼 값에 되팔 생각인 매수드도 이 집은 막내아들의 학자금이 될, 그래서 넘겨줄 수 없는 밑천이다. ‘모래와 안개의 집’(29일 개봉)이 그리는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들이다. 세상은 답답하게 막혀 있을 뿐, 비극적인 결말은 삶에서 이미 예정돼 있던 듯하며 힘겹게 절망을 극복해봤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또 다른 괴로움이다. 인간의 의지라는 게, 순진하게 꿈꿔보는 희망이라는 게 작은 의미라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두 사람 사이의 얽힘은 경찰관 레스터(론 엘다드)의 등장으로 더 꼬여만 간다. 캐시를 돕던 그가 잘못한 것은 그녀와 사랑에 빠진 것. 부인과 자식을 버린 그는 경찰의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매수드를 위협하며 가정과 직업이라는 그동안의 규범을 벗어던진다. 점점 복잡해지던 상황은 캐시가 총을 들고 매수드의 집으로 향하면서 극단으로 치닫는다. ■트리플X2:넥스트 레벨 리 타마호리 감독은 역시 파워풀하다. 이 영화의 감독이 그리는 것을 알고보면 “과연~”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사의 후예’에서 보여준 가공하지 않은 폭력성은 ‘007어나더데이’에서 자본과 반갑게 악수를 했고 결국 ‘트리플X2:넥스트 레벨’에서는 ‘물 만난 고기’처럼 팔딱거린다. 그는 그야말로 마음껏 때려부수고 폭파했다. 3년 만에 등장한 ‘트리플X’의 속편은 감독과 함께 주인공까지 바꿨다. 전편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빈 디젤은 개런티에 불만이 있었던지 속편에 출연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극중에서는 그가 죽은 것으로 처리됐다. 영화는 그토록 뛰어난 비밀 요원이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한채 새로운 요원을 선보인다. 랩 가수와 배우를 오가며 활동하는 흑인 스타 아이스 큐브(36)다. 아이스 큐브의 발탁은 인권영화가 아님에도 흑인 주인공을 내세우는데 대단히 개방적으로 변한 할리우드의 최근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는 흑인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이 과거에 비해 놀랄만큼 편해졌다는 얘기. 동시에 흑인주인공은 미국 내 다수를 차지하는 흑인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전략적 계산에도 부합한다. 더구나 아이스 큐브가 윌 스미스나 덴젤 워싱턴처럼 잘 빠진 흑인스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끈다. 그야말로 ‘B급 흑인 배우’의 등용인 것. 그러나 이 같은 제작진의 개방적인 사고와는 별개로 영화는 주인공에 의존하지 않는 영리함을 보였다. 소도둑처럼 생긴 큐브의 액션 연기는 굼뜨고 투박하다. 빠른 발차기나 총쏘기, 고공 다이빙 대신 도끼로 장작을 패야할 것처럼 생겼으니 그에게는 도무지 ‘스타일’이 안 나온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인지 영화는 대신 처음부터 끝까지 정신을 못차릴만큼 격렬하게 요동친다. 주인공에게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며 여기저기서 터뜨리고 때리고 부순다. 전편이 익스트림 스포츠의 재미를 줬다면, 이번에는 탱크와 각종 첨단 무기를 미국 수도 워싱턴으로 끌고 와 ‘불꽃놀이’를 벌였다. 여기에 자동차 마니아들의 혼을 쏙 빼놓을 근사하게 빠진 명차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29일 개봉, 12세 관람가.

MOVIE/역전의 명수.인터프리터.칸, 누구를 선택?

■역전의 명수 ‘역전(逆戰) 야구’로 유명한 군산상고의 고장 군산. 이곳 역 앞에는 명수라는 ‘양아치’ 녀석이 있다. 학교는 이미 중학교 때 깨끗이 정리했지만 ‘주먹’ 실력 하나는 꽤나 쓸 만한 편. 역전을 주름잡는 이 친구의 별명은 바로 ‘역전의 명수’다. 공부 잘하는 인재들만 모인다는 서울대학교. 이곳에는 수재 현수가 있다. 역전에 ‘양아치’ 떴다 커트라인 높다는 법대에 수석입학한 터라 재학 중 사법고시 합격은 이 친구에게는 ‘필수과제’처럼 보인다. 군산지역 최고의 수재로 이름을 날리던 현수의 미래는 꽤 밝아보인다. 똑 닮은 외모에 같은 지역 출신인 두 사람은 사실 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형제다. 그것도 명수가 2분 17초 먼저 태어난 쌍둥이. 둘의 미래가 확연히 달라보이는 것은 이 집안의 가훈과 어머니의 자식 교육방침 때문이다. 집안의 가훈은 ‘여자 말을 잘 듣자’며 어머니의 교육 방침은 ‘잘될 놈에게 몰아주자’니, 현수의 미래가 밝은 만큼 명수의 미래는 그저 암울할 뿐이다. 정준호의 1인2역 연기와 ‘쥑이는’ 제목으로 관심을 끌었던 영화 ‘역전의 명수’(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가 15일 개봉했다. 15자 내외로 설명될 만한 ‘콤팩트’한 줄거리와 그 내용이 모두 담겨 있는 듯한 ‘쌈빡한’ 제목, 출연작마다 어느 정도 이상의 흥행은 해주는 배우 정준호가 모였으니 일단 잘 짜여진 ‘기획 영화’의 요소는 모두 갖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하다. 하지만 영화는 아쉽게도 짜릿한 홈런 레이스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는 관객에게 지루한 투수전 같은 지지부진한 재미만을 선사한다. 정준호가 연기하는 두 캐릭터의 대비도 그다지 명확하지 않은 편이며 뻔히 다음 장면이 예상되는 줄거리도 힘이 빠져 있다. 영화가 관객을 끄는 부분은 풍부한 조연진에 있다. 명수가 입소하는 교도소의 막내로 ‘변신’한 조형기나 파출소장 역의 임현식이 보여주는 애드리브와 ‘공공의 적2’의 박상욱, ‘말죽거리 잔혹사’의 박효준 등 탄탄한 조연급 연기자들의 모습은 ‘잔재미’를 주는 데 성공하고 있다. 신인 박흥식 감독의 데뷔작.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향하는 현수의 여자 문제를 뒤처리하며 시작된 명수의 대타 인생은 2년 뒤 대신 군에 입대하며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2년여의 해병대생활을 마치고 전역한 현수는 다시 현수 대신 교도소 생활까지 하게되고, 명수의 인생은 꼬여만 간다. 그 동안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법조인의 생활을 시작한 현수의 앞에는 밝은 미래가 펼쳐져 있다. 드디어 출소 날, 그의 눈앞에 뜻밖에 미모의 여인 순희(윤소이)가 나타난다. 순희는 명수의 전 여자친구. 사회부 기자인 그녀는 명수를 이용해 부모의 원수를 갚을 계획을 가지고 있다. 순희의 제안은 은행을 털자는 것. 구체적인 계획에 총까지 준비해 놓았으니 여로모로 당황되는 상황이다. 결국 순희의 꼬임에 넘어간 명수는 정계와 재계의 비리가 연루된 복잡한 사건에 뛰어들게 된다. 15세 이상 관람가. ■인터프리터 UN통역관이 뭔 죄? ‘위험’하기에 더 매력적인 얼마 전 방한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기자회견 직후 미숙한 통역이 도마에 올랐다. 그러니 UN 회의장에서 일하는 통역관의 스트레스는 어떨까. 첨예한 국제 문제들을 요리하는 현장에서 단어 한번 잘못 옮겼다가는 커다란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죽다’를 ‘사라지다’로 통역하면 바로 해고된다”는 극중 대사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일 터. 반면 그렇게 ‘위험’하기 때문에 매력적이기도 하다. ‘인터프리터’는 제목 그대로 통역관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프리카 태생의 UN 통역사 실비아(니콜 키드먼)는 영어·프랑스어·스페인어에 희귀한 아프리카 언어인 ‘쿠어’까지 구사한다. 그는 우연히 불꺼진 회의장에 들어갔다가 아프리카지도자의 암살을 모의하는 쿠어 대화를 엿듣는다. 현장에서 곧바로 도망쳤지만 그날이후 그는 목숨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얼굴을 못봤지만 말을 알아들었다는 죄다. 서구 미인의 전형인 니콜 키드먼이 아프리카 내전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메릴 스트립과는 또 다르다. 스트립은 아프리카를 즐겼지만 키드먼은 아프리카를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실비아가 한때 손에 총까지 들었고, 흑인 반군 지도자와 사랑을 나누기도 했던 사실은 많은 대사와 몇 장의 사진을 통해 보여질 뿐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의 첫 스릴러라서 그럴까. 참 생뚱맞고 어설프다. 22일 개봉, 12세 관람가. ■칸, 누구를 선택? 지난해 ‘올드보이’의 영광이 올해도 계속 이어질까? 다음달 11~22일 열리는 제58회 칸 영화제에 어떤 작품이 초청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한국 영화는 지난해 ‘올드보이’(칸 영화제)와 ‘빈 집’(베니스 영화제)이 잇따라 주요 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에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어서 올해 칸 영화제에서도 수상에 대해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출품이 확정된 작품은 감독주간에 초청된 ‘주먹이 운다’(감독 류승완)와 ‘그때 그사람들’(임상수) 등 두 편. 초청작 공식 발표가 예정된 20일에 정확한 목록이 나오겠지만 이들 작품들을 포함해 일단 5~6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작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영화제 소식에 밝은 한 국내 영화인에 따르면 경쟁부문에는 김기덕 감독의 신작 ‘활’의 초청이 유력한 가운데 ‘극장전’(홍상수)과 ‘달콤한 인생’(김지운)도 후보에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한국 영화사 두필름이 제작하고 중국 감독 장률이 메가폰을 잡은 ‘망종’과 ‘태풍태양’(정재은)도 경쟁 혹은 비경쟁 부문에 초청될 가능성이 높다. 이 영화인은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이들 작품 외에도 단편 영화도 다수 초청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앞서 스크린데일리 인터내셔널도 런던발 기사에서 ‘활’과 ‘태풍태양’, ‘극장전’이 공식 초청작으로 유력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기대를 모았던 ‘친절한 금자씨’(박찬욱)는 영화제 개막 때까지 완성이 어렵다는 점에서 출품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후보에 거론되고 있지만 ‘극장전’도 후반작업이 늦어져 8월 개최 예정인 베니스 쪽 출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칸 영화제에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최종판인 ‘스타워즈-시스의 복수’(Starwars-Revenge of the Sith)가 개막작 혹은 공식 비경쟁부문 초청이 기대되는 가운데 ‘쿵푸허슬’(저우싱츠), ‘신 시티’(프랭크 밀러,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라스트데이즈’(구스 반 산트) 등이 초청될 것으로 보인다. ■배우 김정은<사진>과 이범수가 코믹 영화 ‘요원의 수기’에서 호흡을 맞춘다. 이 영화는 산아제한 정책이 펼쳐지던 7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김정은은 가가호호를 방문해 자녀 수를 체크하는 공무원. 이범수는 그런 김정은의 눈을 따돌리는 가장 역이다.

MOVIE/WHITE NOISE.쿨.인터뷰-역전의 명수 정준호

■WHITE NOISE 우리가 모르는 게 여기 또 한가지 있다. 바로 죽는다는 것.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죽은 사람이 되돌아 올 수 없는지, 그리고 죽은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는 짐작을 하거나 믿을 수는 있어도 죽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백색 공포’ 속으로… 8일 개봉한 영화 ‘화이트 노이즈’(White Noise)의 남자 주인공 조나단(마이클 키튼)도 마찬가지다. 사랑하는 아내 안나(찬드라 웨스트)의 임신 소식을 듣고 백합과 초콜릿을 사들고 집으로 향하는 조나단. 하지만 아내는 늦게 돌아올 것이라는 음성메시지만 남겨둔 채 외출 중이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내는 나타나지 않고 결국은 해변 도로에 차만 남겨둔 채 사라졌다는 소식을 통보받는다. 한 주, 두 주 실종 기간이 늘어가는 가운데, 어느날 레이몬드(이안 맥니스)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찾아온다. 죽은 안나의 메시지를 전하러 왔다는 게 그의 주장. 남자에게 면박을 주고 되돌려보내지만 얼마 후 안나의 시체가 발견되고 죽은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는 등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한다. 화려한 스펙터클이나 특유의 잔인함을 없지만 ‘화이트 노이즈’는 대신 영리함과 소름끼치는 무서움을 담고 있는 공포 영화다. 공포의 매개체는 비디오와 TV 화면 속에 흐르는 ‘찌지직거림’(노이즈)이다. 다시 레이몬드를 찾아간 조나단은 TV 화면과 VTR을 이용해 죽은 사람과 교신하는 방법인 EVP(Electronic Voice Phenomenon)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다. EVP는 죽은사람의 목소리와 모습을 보기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수십 년 간 행해져 왔다. 이를 알게 된 조나단에게도 이 방법은 안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다. 레이몬드와 함께 안나의 신호를 기다리는 조나단. 하지만 어느날 레이몬드가 갑작스럽게 죽고 브라운관을 통해 죽은 사람들을 만났던 이들이 우연히 죽음을 맞게됐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안나의 모습이 모니터에 나타난다.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나 소재가 일본 공포물 ‘링’과 비슷하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영화는 군데 군데 등장하는 반전이나 톱니바퀴 들어맞듯 잘 짜여진 줄거리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쥐락펴락 하며 두려움 속으로 끌어들이는 영리함을 가지고 있다. 감독은 영국의 TV 드라마 연출가 출신인 제프리 삭스. 상영시간 98분. 15세 관람가. ■쿨 뮤직비즈니스계 그려 ‘펄프 픽션’의 춤 장면을 기억하는가. ‘V’자를 그린 채 흐느적거리며 트위스트를 추던 존 트래볼타와 우마 서먼, 이들이 11년 만에 다시 같은 무대에서 만났다. 바로 8일 개봉한 영화 ‘쿨!’(원제 Be Cool)에서다. ‘쿨!’은 뮤직 비즈니스계를 다룬 영화. 두 주인공은 고리대금업자 출신의 성공한 영화 제작자 칠리 팔머(존 트래볼타)와 러시아 마피아에게 살해당한 남편 대신음반 사업에 뛰어든 이디 에이슨(우마 서먼). 두 사람은 함께 힘을 합쳐 사업을 벌여나가고 이들이 발굴한 신인가수 린다 문(크리스티나 밀리언)은 주변 인물들의 방해를 극복하고 톱스타가 된다. 흥미로운 두 주인공이 만난 데다 쇼비즈니스의 뒷세계라는 소재도 관심을 끌 만하지만 영화가 전해주는 재미는 아쉽게도 기대에 못미치는 편이다. 관심을 모았던 춤 장면도 지극히 평범한 편. 인물들의 성공담과 개성 강한 주변사람들의 모습이 종과 횡으로 얽힌 줄거리는 산만하게 전개된다. 타란티노 감독 스타일의 산만함과 하드보일드한 인물이 등장하지만 결국 너무 느리게 전개되는 게 단점이다. 때문에 산만함은 더 심해졌고 인물은 더 비현실적이며 짧지 않은 상영시간(112분)은 더 부담스러워졌다. 더 락, 데니 드비토, 하비 케이틀 등 탄탄한 조연진에 록그룹 에어로 스미스의 스티븐 타일러와 농구 선수 코비 브라이언트, 중견 배우 제임스 우드 등의 풍부한 카메오 등 캐스팅이 화려하지만 그만큼 집중도는 떨어진다. ‘재키 브라운’의 원작자인 엘모어 레오나드의 소설을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 게리 그레이가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판에 염증을 느끼던 칠리는 어느날 자신의 눈앞에서 음반 사업을 하는 친구 토미(제임스 우드)가 살해당하는 사건을 겪는다. 이 사건으로 죽은 친구의 섹시한 미망인 이디를 만나고 그 자리에서 그는 함께 사업을 할 것을 제안한다. 사업의 첫 프로젝트는 신인 가수 린다문을 발굴해 음반을 출시하는 것. 하지만 음반 출시까지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린다의 전속권을 주장하는 전매니저 라지와 토미에게 받을 돈이 있다며 나타난 프로듀서 러셀이 바로 그들. 여기에 토미를 살해한 마피아들과 이들을 추적하는 경찰들까지 끼어들며 상황은 점점 복잡해진다. 15세 관람가. ■인터뷰-역전의 명수 정준호 “공공의 善 돌아섰죠” ‘공공의 적2’에서의 악랄한 ‘공공의 적’으로 최근 황금촬영상 연기대상을 수상한 배우 정준호가 이번에는 ‘공공의 선’으로 돌아섰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역전의 명수’에서다. 3개월만의 180도 변신이다. 정준호는 “‘공공의 적’에서 ‘공공의 선’으로 돌아섰다? 좋다. 좋아. 그 표현 마음에 든다”며 웃었다. ▲정준호에 따르면 ‘역전의 명수’는 모두가 제작을 반대한 영화다. 그와 강우석감독, 그리고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대표만 빼고. 그 정도로 시나리오의 느낌은 상당히 독특하다. 어쩌면 그 독특한 느낌은 주인공이 오락 영화의 대명사 정준호이기에 보다 증폭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강우석 감독이 편집에 관여하면서 영화의 코믹한 색깔이 더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정준호는 영화에서 음담패설과 적나라한 베드신을 서슴없이 소화했다. “시나리오가 무척 독특하다. 특별한 반전도 없고 트릭도 없다. 그냥 편안하게 흘러가는데 재미있다.” 명수는 목포역 앞에서 명물로 통하는 건달이다. 그러나 알고보면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특히 엄마를 위해서는. 그는 엄마의 부탁에 현수를 위해 끊임없이 희생한다. 정준호는 명수와 현수, 1인 2역을 펼쳤다. ▲주인공 명수는 일생을 차별받으며 자란다. 엄마는 오로지 현수뿐이다. 실제 정준호는? “이 영화 보면서 한 풀이하는 사람들 많을 것 같다”며 웃은 정준호는 “그러나 실제의 난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내 동생들이 차별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는 명수처럼 효자였을까. “스물다섯살까지는 안 그랬다. 군대 갔다오기 전까지는 엄마 말을 참 안 들었다. 우리 엄마는 매학기 수업료를 두번씩 주셔야했다. 속으면서도 주신거지. 책값도 두배씩 줬다.(웃음) 그러나 제대 후 철들어서 지금까지는 엄마의 말씀을 거역한 적이 한번도 없다.” 다만 한가지. 이제 30대 후반으로 접어든 만큼 장가 문제만큼은 불효하고 있다. ■영화배우 이성재가 7일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 도쿄 등지에서 열리는 ‘제1회 한류영화제’의 한국 대표 배우로 참석하기 위해서다. ‘제1회 한류영화제’는 9일부터 한달 동안 일본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지에서 열린다. 일본의 영화 수입사인 SPO가 기획한 행사로 모두 22편의 한국 영화가 한꺼번에 소개된다.

MOVIE/달콤한 인생.미스 에이전트2. 더티댄싱2

■달콤한 인생 사랑은 달지만… 인생은 ‘쓰다’ 영화는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라고 말한다. 그래놓고 제목은 ‘달콤한 인생’이란다. 1일 개봉한 ‘달콤한 인생’(감독 김지운·제작 영화사봄)은 그러한 아이러니를 딛고 근사하게 폼을 잡았다. 사나이들의 어두운 세계를 그린다는 느와르를 표방하며. 선우(이병헌 분)는 문과 무를 겸비한 냉철한 인물이다. 그의 직업은 호텔 지배인. 정확히 말하면 ‘조폭’으로, 보스의 오른팔이다. 그는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 주먹질일지언정 깔끔하게 ‘업무’를 처리하고 스스로의 매무새도 늘 단정하다. 힘든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야경이 관통하는 스카이라운지 통유리창을 마주보고 나르시즘에 빠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에게 인생은 달콤한 것일까. 여기까지는 아니다. 보스에게 인정받고, 스카이라운지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에스프레소를 마신다고 달콤할까. 선우는 한 순간의 실수로 나락에 떨어진다. 보스(김영철 분)의 어린 애인 희수(신민아 분)를 감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어기고 바람난 희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모든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며. 그러나 이 사실을 안 보스는 선우를 용서하지 않는다. “백번 잘해도 한번 실수하면 끝이야.” 김지운 감독은 선우와 보스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한가지 퀴즈를 던진다. 과연 선우가 희수를 봐준 것은 보편적인 인류애, 혹은 측은지심의 발로였을까. 이 점은 보스 역시 의문을 품은 대목이다. 그는 선우에게 묻는다. “왜 그랬니? 진짜 이유를 말해봐.” 결국은 사랑이 사단이었다. 사실 선우가 잠깐 만난 희수에게 느낀 감정이 사랑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자신도 모른다. 그러나 희수로 인해 잠시나마 달콤함을 느낀 것은 분명하다. 희수의 미소와 천진난만한 눈동자, 귀 뒤로 넘어가는 긴 생머리가 선우를 설레게하고 환하게 미소 짓게 한 것은 사실이다. “너 사랑 안해봤지? 그래서 내가 널 좋아하는 거야”라는 보스의 확신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생을 달콤하게 하는 것은 역시 사랑인 것이다. 그리고 달콤한 선택은 고통을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피범벅 러브 스토리’라는 김 감독의 설명 때문일까. 느와르라고 하기에는 발화점이 너무 시시하다. 물러설 수 없는 사나이들의 비장한 대결을 그려야할 느와르에서 전쟁을 시작하는 동기가 허무하다. 또한 영화 곳곳에서 욕심들이 불협화음을 이룬다. 김 감독은 처절하고 극악무도한 싸움을 그리면서 능청스러운 웃음을 넣으려했고, ‘때깔’에도 무척 신경을 썼다. 동남아 괴한들을 등장시켜 이국적인 분위기도 연출했고 주인공들에게 근사한 ‘총질’도 시켰다. 그러나 욕심들은 하나로 모이지 못하고 흩어졌다. ‘조용한 가족’ ‘반칙왕’ ‘장화, 홍련’ 등 전작에서 빛났던 김 감독 특유의 감각이 아쉽다. 이병헌은 죽을 고생을 했겠다. 이 잘난 젊은이는 스크린에서 온갖 수난을 겪는다. ■미스 에이전트2 섹시발랄 여형사 ‘떴다’ 산드라 블록은 할리우드에서 건강과 밝음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 전형적인 미인의 기준에서는 한참이나 곁길로 새지만 그는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다. ‘미스 에이전트2’가 기획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 전편의 성공을 발판삼아 5년만에 선보이는 속편은 라스베이거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편이 미스 USA 선발대회를 무대로 했던 만큼 그보다 더 화려한 곳을 수배하자니 라스베이거스가 적당했으리라. 미스 USA 선발대회에 위장 출전하면서 얼굴이 알려진 FBI요원 하트(산드라 블록 분)는 더이상 비밀작전을 수행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180도 이미지 변신, ‘미스 FBI’가 된다. FBI의 마스코트가 돼 전국을 돌며 홍보 활동을 하는 것. 지저분한 몰골에 웃을 때면 ‘돼지 우는 소리’를 내던 터프한 하트는 이때부터 미스 USA 뺨치게 ‘환골탈태’한다. 범인 색출 대신 립스틱 색깔에 신경쓰는 ‘여자’가 된 것. 이때 사건이 터진다. 그와 절친하게 지내던 미스 USA가 납치당한 것. 하트는 만사를 제쳐놓고 사건 해결에 뛰어든다. 산드라 블록은 ‘잠복근무’의 김선아처럼 위장잠입이 주 특기다. 그는 이번에도 전공을 살려 아기 엄마, 휠체어 탄 노인, 게이 댄서 등으로 옷을 갈아입고 현장에 뛰어든다. 영화는 코믹 영화로서의 위치에 충실했다. 미국에서는 별반 평판이 좋지 않지만이 정도면 치고 빠지는 할리우드 오락 영화의 평균치는 된다. FBI, 위장, 납치, 여성 보디가드, 라스베이거스 등의 소재 자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못 만들기도 어려웠으리라. 아카데미 수상작 ‘레이’에서 제이미 폭스의 상대역을 맡았던 레지나 킹이 성질사나운 보디가드로 출연해 산드라 블록과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새로운 볼거리. 또 돌리 파튼과 티나 터너를 안다면 영화의 재미는 배가된다. 1일 개봉, 12세 관람가. ■더티댄싱2 “춤은 내 인생의 모든 것” 1987년의 ‘더티댄싱’을 기억하는가. 일탈을 꿈꾸지만 온실밖에 나서길 주저하는 부잣집 큰 딸과 리조트 아르바이트생이 춤을 통해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내용이었다. 그들의 풋풋한 사랑과 열정적인 춤에 많은 이들이 박수치고 환호했다. 이제 2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멋지게 경쾌한 리듬을 탔던 패트릭 스웨이지의 얼굴에 숨길 수 없는 주름살이 생겼다. 터져버릴 것 같았던 춤사위는 우아하고 깊이있는 파드되가 인상적인 발레로 바뀌었다. ‘더티댄싱2’는 가족잔치다. 제작까지 한 그와 공동 작업을 한 이는 실제 부인인 리사 나이미다. 패트릭 스웨이지의 어머니인 안무가 패치 스웨이지는 안무를 담당했다. 리사 나이미는 주연과 각본, 감독까지 하는 등 무용수 출신 영화인으로서 하고싶은 것을 모두 풀어낸 듯하다. 영화는 지극히 예측가능하다. 드라마틱한 장면이라고는 세 주인공이 돌아가며 큰 소리 한번씩 치는 것이 전부다. 천재 안무가 알렉스가 사망한다. 그를 추도하기 위해, 내심으로는 무용단을 살리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7년전 올리지 못했던 알렉스의 작품 ‘침묵의 몸짓’을 올리기로 한다. 이 작품의 주역 무용수였으나 막이 올리기 직전 갈등이 폭발하며 뿔뿔이 흩어진 트래비스(패트릭 스웨이지), 크리스(리사 나이미), 맥스(조지 드라 페나)가 다시 모인다. 상영시간 93분. 15세 이상 관람가. 1일 개봉. ■독도 소재 영화 나온다 최근 독도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독도를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의 제작이 추진 중이다. 제작사 퍼즐필름은 최근 독도를 소재로 한 영화를 지난 2003년부터 추진 중에 있으며 현재는 프리프로덕션 중이라고 밝혔다. 영화는 독도 인근에 매장돼 있는 청정연료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우익 단체간의 갈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 올해 6월 크랭크인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말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제작사는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될 것”이라며 “전국민에게 독도수호의 중요성을 재인식 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영화를 제작하기로 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친절한 금자씨 日·홍콩 ‘러브콜’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며 이영애의 스크린 복귀작인 영화 ‘친절한 금자씨’(제작 모호필름)의 촬영장에 일본과 홍콩 기자 110여 명이 방문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영화의 촬영세트가 마련된 파주시의 아트서비스 종합촬영소에는 지난 31일 오후 촬영장 첫 공개를 맞아 아사히, 요미우리, 닛케이, 마이니치 등 유력 종합지와 니칸 스포츠, 산케이 스포츠 등 스포츠 신문, 후지TV와 NHK 등 공중파 방송을 포함해 모두 23개 매체 70명의 일본 언론인이 방문했다. 또 홍콩에서도 TVB TV와 홍콩데일리 등 15개 매체가 취재에 나섰다. ‘친절한 금자씨’는 이미 홍콩의 파노라마사와 일본의 도시바 엔터테인먼트에 각각 고가로 판매된 바 있다. 두 국가의 취재진들이 대거 촬영장을 방문한 것은 ‘친절한 금자씨’와 박찬욱 감독, 이영애에 대한 해외의 높은 관심을 반영한다. 이들의 취재는 현지 영화 수입사와의 동행취재로 이뤄지기는 했지만 1시간 가량의 짧은 촬영장 공개에도 영향력 있는 매체들이 대거 참석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10여년간 억울하게 감옥생활을 한 여자가 자신을 가둔 남자에게 펼치는 복수를 다룬 영화. 이날 촬영분은 교도소에서 출감한 금자(이영애)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죄를 뉘우치며 기도를 하는 장면이다. 성모마리아를 연상시켰던 영화의 티저 포스터와 비슷한 이미지를 담은 이 기도장면은 이영애가 입은 흰 드레스와 붉은색 초, 무릎 아래 깔은 푸른색 수건, 검정바탕에 붉은색 무늬가 있는 벽지가 시각적인 대조를 이뤘다. 박 감독은 촬영 중간중간 기자들에게 “오늘 진도가 너무 안나가네”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으며 이영애와 연기에 대해 논의하면서 “처녀보살 같다”며 밝게 웃기도 했다. 현재 촬영이 70% 정도 진행된 ‘친절한 금자씨’는 다음달 중에 촬영을 마치고 7월께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고두심 주연 ‘엄마’는 어떤 영화? 7일 개봉하는 영화 ‘엄마’ (제작 필름뱅크ㆍ청어람, 감독 구성주)는 어지럼증으로 차를 탈 수 없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평생 별 탈 없이 살았던 이 할머니에게 새로 부여된 과제는 막내딸 결혼식 참석이다. 문제는 결혼식장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는 사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