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둑계의 흐름은 종반의 국면 운영 능력이 향상됨에 따라 점차 초반이 중요해지고 있는 양상을 띄고 있다. 과거에 ‘어떤 식으로 두어도 한판의 바둑’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면 최근에는 아주 조그만 차이라 할지라도 끝까지 이해득실을 밝혀내고 있는 것. 초반의 진행이 본래 기풍의 차이로 인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실전과 다른 수단을 연구해 보기로 한다. 白22는 약간 온건한 느낌. 黑23이 절호의 타이밍이라는 점에서 참고도1의 진행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黑25가 두어지고 난 이후에는 白1의 침입에 박력이 없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또한 白28도 지나차게 여유로운 느낌. 두텁게 두려는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黑29를 허용해서는 발이 느린 느낌. 참고도2라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오는 9월 10일 발매를 앞둔 가수 이수영의 6집앨범의 선주문량이 20만 장을 넘어섰다고 소속사 이가기획이 26일 밝혔다. 이가기획은 “인터넷 음반 판매사이트와 음반 판매점에서 받아놓은 예약 주문량이 20만 장을 넘어섰으며 10대뿐 아니라 30~40대 팬들의 주문량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D와 동영상DVD로 구성된 ‘스페셜 패키지’도 2만장을 선착순 한정판매할 예정이었으나 이 역시 5만 장 이상 주문이 들어온 상태라고 전했다. 이 패키지에는 뉴질랜드에서 촬영한 김상경, 신하균, 한지혜 주연의 뮤직비디오와 NG장면, 일본에서 이수영의 활동 모습, 지난 2월 아듀 콘서트 장면 등 80분 분량의 동영상이 수록돼 있다. 총 20분 분량의 뮤직비디오와 별도로 1분짜리 예고편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78만장으로 최다 음반판매기록을 세우고 리메이크 앨범 ‘클래식’으로도 40여만 장을 기록한 이수영이 이번 신보를 통해 침체된 음반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성원이의 연기를 찬찬히 보고 있으면 발동작 손동작 하나하나에서 극중 ‘소년’의 이미지가 묻어나요”(홍경인) “연기하는 걸 처음 봤을 때 ‘내가 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형은 무대 위에 서면 비주얼 그 자체가 ‘소년’이죠”(최성원) 배우 홍경인과 뮤지컬 배우 최성원이 창작 뮤지컬 ‘황순원의 소나기’에 ‘소년’역으로 나란히 캐스팅됐다. 홍경인은 오래 전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의 영화를 통해 연기 잘하는 배우로 자리를 굳혔고 최성원은 뮤지컬 ‘풋루스’를 시작으로 ‘넌센스 잼보리’ ‘사랑은 비를 타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에서 굵직한 역을 소화하며 최근 각광받고 있다. 이들은 ‘소나기 아트 커뮤니케이션’(대표 김학묵)이 다음달 1일부터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막을 올리는 ‘황순원의 소나기’로 팬들을 만난다. 홍경인에게는 지난 2002년 영화 ‘남자 태어나다’ 이후 2년 만에 출연하는 복귀작. 최성원에게는 최근 성황리에 막을 내린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를 끝내자마자 다시 오르는 숨가쁜 무대다. “오래 쉬다보니 불안해져서 영화든 드라마든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황순원의 소나기’ 출연을 제의받았습니다. 사실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하고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습니다”(홍경인) 홍경인은 “이 작품은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는 말로 출연 계기를 밝혔다. 그는 “당시 ‘소나기’의 주인공 소년 역은 아역배우들에게는 큰 역이었고 정말하고 싶었던 작품”이라면서 “이번 작품은 마음먹고 하면 잘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욕심을 냈다”고 말했다. “연기하면서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은 처음입니다. 홍보 관련 일 빼고는 한 번도연습에 빠진 적이 없어요” 매일 10시간 넘게 연습실에서 땀을 흘린다는 말도 잊지않았다.¶홍경인이 지난 2002년 이후 영화와 드라마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는 뭘까?”당시 ‘남자 태어나다’를 찍으면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개봉 당일 막을 내린 극장도 있고 길어야 1주일 걸고 내린 극장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 광경을 보고 회의를 느꼈죠”그는 스타급 배우가 출연하지 않는다고 해서 좋은 작품이 외면 당하는 영화계의현실이 싫었다고 털어놓았다.¶그는 또 “개인적으로 시대극을 좋아하고 시대극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이 작품에 대한 애정도 보였다.¶한편 최성원에게 ‘황순원의 소나기’는 3년을 기다린 작품이다. “3년 전에 황순원 선생님의 소설 ‘소나기’가 뮤지컬로 무대에 올려질 거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소나기의 소년 역을 꿈꿨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여자 앞에서 말 못하는 소년이 자신과 너무 닮았다고 느꼈다”며 “극중 소년이 내 친구같았다”고도 말했다.최성원은 20대 후반이지만 아직도 해맑은 미소를 가진 연기자. 그의 이런 외모가 이번 소년 역에 캐스팅되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그에게는 바로 그 앳된 외모가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서 맡은 동생 역은 가출한 뒤 10년간 떠돌다 귀향하는 청년 역인데 그 역을 처음 연기할 때 앳된 얼굴 때문에 거친 느낌이 나지 않아많이 고생했습니다” 앳된 이미지를 벗고 ‘카리스마’를 가져보려고 혼자 술도 먹어보고 욕도 해보고 신경질도 내보면서 한동안 살았다는 최성원. 그는 “‘황순원의 소나기’는 가장 한국적인 작품”이라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 대사, 노래 등으로 꾸며졌다”고 말했다.¶공연시간 화~금요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7시30분. 일·공휴일 오후 3시/7시. 관람료 4만~8만원. ☎558-7874./연합
대학시절의 추억과 낭만을 찾아 떠나는 포크 페스티벌 ‘축제, Back to the Campus’가 오는 9월 4~5일 오후 6시30분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펼쳐진다. 이 공연은 중견 가수들이 꾸미는 첫날 공연과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포크와 록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둘째날 공연으로 나눠진다. 첫날에는 한국 포크음악의 대부격인 한대수를 비롯해 정태춘, 박은옥, 해바라기, 시인과 촌장, 김창완, 임지훈, 박강성 등이 출연, 관객들을 추억의 무대로 안내한다. 둘째날에는 안치환, 강산에, 동물원, 여행스케치, 윤도현, 유리상자, 자전거탄풍경 등 왕성한 활동을 펴고 있는 포크와 록 뮤지션들이 대거 출연, 밝고 활기찬 무대를 꾸민다. 이번 공연은 옛 학창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의 동영상과 구수한 소품 등을 통해 젊은 세대와 중장년층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친근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콘서트 시작 전 30분 동안 대학 통기타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모닥불’ ‘밤배’’긴머리 소녀’ ‘친구’ 등 추억 속의 포크송을 함께 부르는 시간도 마련된다.
방송활동을 접고 라이브 무대에만 서겠다고 지난 연말 선언했던 가수 김건모가 1년 6개월만에 9집 앨범을 들고 팬들 곁으로 찾아온다. “유학 온 느낌이에요. 여의도를 떠나서 새로운 것을 찾아보겠다고 시작한 유학같은 것 말이죠. 이젠 공연에 모든 걸 걸기로 했으니까요” 오는 9월 1일 앨범발매를 앞둔 그를 서울 양재동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그전에는 그냥 ‘핑계’면 ‘핑계’, ‘제비’면 ‘제비’ 그것만 불렀잖아요. 이번에는 전체적인 흐름으로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제 얘기도 가사에 많이 녹여 냈거든요”이어 “요즘 젊은 가수들은 R&B가 너무 많잖아요. 저는 팝을 고수했죠. 사운드는 다양하면서 흥겹고 빠른 노래를 많이 담았어요. 가사도 쉽고 직접 공연에서 부르기 좋은 노래들 말이죠”라는 설명이 잇따른다. 실제로 이번 앨범에는 그의 음악적 상표와도 같은 애잔한 발라드가 두 곡밖에 실려 있지 않다. 나머지는 보사노바, 재즈, 댄스 등 흥겨운 곡들로 채워졌다. 타이틀곡 ‘잔소리’는 삶이 묻어나는 발라드인 7집 히트곡 ‘미안해요’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 그는 “오래 사귀던 여자와 헤어진 남자가 당시에는 때론 지겨웠던 잔소리까지도 그리워하면서 아파하는 그런 노래”라고 설명한다. 그의 음악 파트너이자 작곡가인 최준영과 임기훈이 만든 이 곡은 “정신없이 살다보니까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아/내 삶의 공기처럼 당연히 내곁엔 니가 있을줄 알았어/지겹던 너의 잔소리가 오늘밤 너무 그리워”란 절절한 가사가 김건모 특유의 심금을 울리는 음색과 조화를 이뤄내고 있다.¶마지막까지 ‘잔소리’와 타이틀을 놓고 경합을 벌인 발라드 ‘흐르는 강물처럼’은 김건모가 이 앨범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가려진 세월속으로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흐르는 저 강물위에 나의 거짓없는 사랑을 띄워 버리고 떠나리’란 가사의 이 곡을 설명하는 그의 눈이 일순간 젖어보인다.¶그는 “가사가 정말 끝내주지 않아요?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나중에 다 가져가나요? 버리고 가는 거죠”라면서 “참 50-60이나 돼서 할 생각을 벌써 하다니…. 그러니까 애늙은이란 소리를 듣나봐요”라며 너스레를 떤다.¶첫 곡 ‘여자들이란’은 10년전 레게 열풍을 몰고 왔던 출세곡 ‘핑계’를 연상케하는 리듬감이 느껴지는 노래. 빠른 리듬에 풍자적인 내용을 담았다.¶완벽한 남자를 바라는 여성들 사이에서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끼는 평범한 남자들의 ‘꽁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표현했다.¶4번째 수록곡 ‘경매’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날씨는 무지하게 화창한데 주말엔전화 한통 오지 않고/무심한 카드연체 문자만이/모두들 웰빙 열풍 몸짱인데 나홀로배만 나와 배짱이네”란 내용으로 ‘공짜라도 나 좀 사가라’며 자신을 경매에 내놓은노총각 아저씨’의 처량한 신세를 그리고 있다.¶자작곡으로 차안에서 즐겁게 들을 만한 곡 ‘타임’도 마찬가지. 그 중에서도 가장 흥겨운 곡은 뮤직비디오로 제작된 ‘Mr.빅맨’이다.¶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사노바와 재즈의 흉내를 조금씩 낸” 노래인 ‘사랑이 날 슬프게 할 때’와 ‘가족’도 앨범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곡이다.¶앨범에 수록된 11곡을 듣고 있노라면 그의 목소리가 더욱 깊어졌다는 것을 알수 있다.¶“일부러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닌데 해가 갈수록 목소리가 굵어지고 허스키해지네요. 저 스스로는 더 좋은 것 같아요. 저음에서는 굵어지는데 고음에서는 ‘빽빽’하는 찢어지는 소리가 났었거든요. 굵어진 데에는 아마 술 담배도 영향이 조금은 있겠죠. 후후” 새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아파트’, ‘빗속의 여인’ 등 리메이크 곡을 실었던 김건모는 이번에는 그룹 사랑과 평화의 ‘장미’와 홍민의 ‘석별’을 재해석했다.¶특히 ‘장미’는 ‘토크박스’라는 악기를 입에 물고 불러 ‘장미’란 발음이 ‘즈앙미’로 들리게하는 등 에코 사운드가 독특하다.¶그가 활동의 전부를 걸었다는 라이브 공연은 기획사 라이브플러스(02-522-9933)와 함께 9월 10~12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첫 스타트를 끊는다. 이후 대전, 부산, 부천, 대구 등 전국 15개 도시를 돌며 연말까지 30회의 공연을 열 계획이다. 제목은 공연을 매년 이어가겠다는 의미를 담아 ‘라이브리그’라고 붙였다. 음반 발매와 동시에 신곡 위주의 공연을 하겠다는 건 모험일 수도 있다. 아는 노래가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서 흥겨움의 정도가 달라지는 게 콘서트란 걸 감안할때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곡 위주 공연을 하겠다는 그에게서 음악적 자신감과 낙천적 성격의 여유로움이 흠뻑 묻어났다.
KBS의 애니메이션 ‘요랑아 요랑아’가 중국 전역에 방송되고 있다. KBS와 서울무비가 공동제작한 ‘요랑아 요랑아’는 지난 22일부터 매일 오후 7시에 중국 CCTV 채널6번을 통해 중국 전지역에 방송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만 훌쩍훌쩍 잘 우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란다. “어릴 적 모시고 살았던 할머니에 대한 추억 때문인지 길거리를 지나가다 연로하신 할머니들만 보면 금세 눈물을 글썽이게 돼요” 천성적으로 타고난 감수성일까. ‘눈물의 여왕’ 수애(본명 박수애·24)가 스크린 나들이를 했다. 오는 9월 3일 개봉하는 ‘가족’. MBC ‘러브레터’와 ‘회전목마’, KBS ‘4월의 키스’ 등 데뷔 이후 주로 브라운관에서만 활동하다 처음 출연하는 영화다. 영화는 이런저런 오해로 갈등과 불화를 겪던 아버지와 딸이 화해의 손을 잡고 따뜻한 가족애로 뭉치게 된다는 이야기. 수애는 이 영화에서 소매치기 전과 4범의 반항적인 큰딸 정은으로 나와 백혈병에 걸린 전직 경찰 아버지 주석으로 등장하는 중견배우 주현과 부녀지간으로 호흡을 맞췄다. 자신이 연기하는 영화 속 주인공 정은처럼 수애 자신도 누구나 한 번쯤 겪는 사춘기 시절의 통과의례를 거쳤다고 한다. ”어쩌다가 밥 한끼 제때 챙겨주지 않으면 괜히 섭섭해서 ‘내가 혹시 주워온 자식은 아닐까’ 의심하며 부모님께 대들기도 했었어요” 수애는 드라마 한 편이 끝나면 바로 다음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등 신인배우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연기자로 꼽힌다. 그는 오는 11월 방영 예정인 KBS 드라마 ‘해신’에서 해상왕 장보고(최수종)와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 신라 6두품귀족의 딸 정화로 출연한다. 영화 ‘가족’에서 반항아로 나와 약간 도발적인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존의 고전적인 청순가련형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는 평에는 “신인으로서 한발 한발 내딛는 자세로 연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을 쌓은뒤 연기 실력이 뒷받침되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싶습니다. 코미디 연기에도 도전해볼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연기수업에 필요한 영화는 꼭 챙겨 보려고 노력하고 있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영화를 좋아하며, 특히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매력적인 홍콩 배우 장만위(張曼玉)를 자신이 본받아야 할 외국배우로 꼽았다.¶“다음 작품을 할 때마다 기대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야무진 포부를 밝힌 수애는 영화 ‘가족’을 보고 조금만 감동을 받은 뒤 “잘 봤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들으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수애는 기회 닿는 대로 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도 펼칠 계획이다.
■칸느가 선택한 영화 ‘엘리펀트’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번 ‘월광’의 친숙한 멜로디가 배경음악으로 감미롭게 깔리는 가운데 시리도록 푸르고 맑던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암흑으로 변한다. 마치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을 암시라도 하는 듯하다. 그 날의 학교 풍경도 다른 평온한 날과 다를 바 없었다.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미식축구를 하고 치어리더들은 응원 연습을 하느라 여념없다. ‘동성애와 이성애의 대화 모임’에서는 지도선생을 중심으로 남녀학생들이 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다른 교실에서는 물리학 수업이 한창이다. 식당은 음식이 먹을 게 없다고 투덜거리며 식사를 하는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식당 종업원 2명이 요리를 하다 말고 청결규정을 어겨가며 몰래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엿보인다. 도서관에는 책을 읽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너무나 일상적인 학교생활이 무심하게 펼쳐진다. 이런 평화로운 곳에서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날아가면서 12명의 학생과 교사 1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수십명이 부상당하는 충격적인 총격사고가 터질 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오는 27일 개봉하는 ‘엘리펀트’(Elephant·㈜동숭아트센터 수입ㆍ배급)는 지난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 리틀톤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끔찍한 총기 난사사건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을 소재로 다룬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이나 폴 F.라이언의 ‘홈 룸’, 벤 코치오의 ‘제로 데이’ 등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한다.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가해자인 학생들의 시선으로 총격사건 전후 16분간의 상황을 차가울 정도로 차분하게 담고 있다.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 등 범행동기를 파헤치거나 손쉬운 총기구매 시스템이나 폭력적 비디오게임과 TV, 사탄숭배 등 미국사회의 모순을 고발한다든가 하는 일 따위는 않는다. 카메라는 줄곧 학생들의 뒤를 쫓아가며 그들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줄 뿐이다.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한 존은 지각해서 교장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사진찍기가 취미인 일라이는 나뭇잎이 물든 완연한 가을 교정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고, 소심한 성격의 미셸은 다른 학생들에게 멍청이라는 놀림을 받으며 따돌림을 당하고, 다이어트에 여념이 없는 치어리더 무리는 잘 생긴 미식축구선수 네이선을 보고 호들갑을 떤다. 총기를 난사한 당사자들인 알렉스와 에릭도 그 날 오후 집에서 컴퓨터게임을 하고 ‘엘리제를 위하여’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등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인터넷 총기구매사이트를 통해 주문한 총을 배달받고 함께 샤워를 한 뒤 집을 나선다. 둘은 치밀하게 짠 범행계획에 따라 학교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총을 쏴 학생들을 죽인다. 이 영화는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아이다호’, ‘굿 윌 헌팅’, ‘파인딩 포레스터’ 등을 통해 젊은이들의 상실감을 탁월한 감수성으로 그려낸 거스 반 산트 감독이 자신이 살았던 미국 포틀랜드에 있는 폐교된 고등학교에서 20일 동안 35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찍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지난 2003년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의 황금종려상은 물론 감독상을 동시에 수상했다. 상영시간 81분. 등급은 미정. ■알포인트 감미로운 男 감우성, 공포 장전! “손에 피를 묻힌 자는 돌아가지 못한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알포인트’(씨앤필름 제작·시네마서비스 투자·배급)는 베트남 전쟁이 막바지에 이른 1972년 실종된 한국군을 찾으러 나섰던 수색부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 의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 죽어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영화는 6개월 전 작전 지역명 R-포인트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당나귀 부대원으로부터 구조를 요청하는 무전신호가 사단본부로 걸려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벌써 3번째다. 병사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색부대가 편성된다. 군사작전에 나갔다하면 항상 피를 보는 소대장 최태인 중위(감우성)를 비롯해 모두 9명의 군인이 수색에 나선다. 고향집 부모님에게 송아지를 사드리기 위해 형을 대신해 16살에 군에 입대, 베트남전에 참전한 장영수 병장(오태경), 한때 잘 나가던 시절을 회상하며 하루 빨리 임무를 끝내고 귀국선에 오르기를 바라는 박재영 하사(이선균), 집에 돌아가면 아이와 마누라 손잡고 창경궁(당시 창경원) 나들이가는 게 꿈인 마원균 병장(박원상)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말년의 군인들이 합류한다. 이들이 들어간 곳은 베트남 호치민(당시 사이공) 서남부 150㎞ 지점의 캄보디아접경지역 섬으로 베트남전 당시 군사작전명 ‘로미오 포인트’로 불렸던 전략요충지. 원래 커다란 호수가 있던 이곳은 옛날 중국군이 쳐들어와 베트남인들을 무차별적으로 죽였던 참살의 현장으로 베트남은 죽은 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피로 물든 호수를 메우고 사원을 세우는 등 신성한 곳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햇빛조차 잘들지 않고 항상 안개가 끼어 있어 습하고 음침한 곳이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바로 이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베트남 사람조차 접근하기를 두려워하는, 원혼이 떠도는 곳. 그곳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벌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는 전제 아래 영화는 출발한다. 수색 소대원들이 귀신에 씌이는 빙의현상으로 점점 미쳐가면서 서로 총을 겨누고 칼을 휘두르며 자멸하는 것은 신성불가침 지역을 침범한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알포인트’는 전쟁이 초래한 광기를 공포 소재로 끌어들여 호러영화의 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얀전쟁’, ‘텔미 썸딩’, ‘링’ 등의 시나리오를 쓴 공수창 감독의 장편 데뷔작.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06분. ■프레디vs제이슨 ‘나이트메어’의 프레디와 ‘13일의 금요일’의 제이슨. 공포영화의 대명사격인 이들 영화 속 공포 캐릭터들이 대결을 벌인다면? 황당무계한 상상같지만 영화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하지만 무적의 두 살인마가 맞붙었다고 공포감이 두 배로 증폭될 것이라는 기대는 갖지 않는 게 낫다. 오는 27일 개봉 예정인 ‘프레디 vs 제이슨’은 공포영화를 표방하고 있지만 내용은 오히려 슬랩스틱 코미디에 가깝다. 가벼운 마음으로 엽기 호러 코믹 쇼 한 편 본다는 기분으로 즐기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듯하다.
■쓰리몬스터 3國3色 옴니버스영화 잔혹 영상에 ‘몸서리’ 몬스터를 깨우지마! 영화는 사랑과 욕망, 증오, 질투, 복수심, 탐욕등 인간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탁월한 도구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모든 인간의 밑바닥에서 각양각색으로 피어오르는 마음의 속성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불안’이 아닐까. 실존철학의 선구자 키르케고르(1813~55)는 모든 인간을 ‘불안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그는 불안이 없는 개인이란 있을 수 없으며, 불안은 개인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올드 보이’의 박찬욱, ‘착신아리’의 미이케 다카시, ‘메이드 인 홍콩’의 프루트 챈 등 한국, 일본, 홍콩 3개국의 내로라하는 세 영화감독이 공동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쓰리, 몬스터’는 인간 불안심리의 한 단면을 호러라는 거울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감독들은 각각 ‘컷(박찬욱)’ ‘박스(미이케 다카시)’ ‘만두(프루트 챈)’ 등 세편의 영화에서 불안이 불러들인 참혹하고 비극적인 상황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컷’에서 괴한(임원희)이 평온한 가정을 꾸려가는 영화감독(이병헌)과 그의 아내(강혜정)를 납치해 감독의 아내를 피아노줄로 꽁꽁 묶어 놓고 감독에게 길에서 데려온 어린아이를 죽이지 않으면 아내의 손가락을 5분마다 절단하겠다고 위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에서 낙오돼 더이상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극도의 불안때문이 아닐까. ‘박스’에서도 불안에 시달리는 인간심리가 몽환적인 영상에 잘 포착돼 있다. 여류 소설가로 나오는 주인공 교코(하세가와 교코)는 밤마다 악몽을 꾸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린 시절 서커스 단원이었던 그녀는 쌍둥이 언니 쇼코가 의붓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데 대해 ‘버림 받았다’는 불안으로 질투심에 사로잡혀 그만 쌍둥이 언니를 죽음으로 내몰고 만다. ‘만두’ 역시 다시 젊어지고 싶다는 여성의 욕망을 모티브로 잡고 있지만 극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인간불안의 심리극이라 할만큼 불안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젊은시절 유명 여배우였던 칭(양첸화)이 태아로 만든 만두를 먹을만큼 젊음에 집착하는 것은 남편 리(렁카화이)로부터 버림받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 탓이다. 겉으로는 부유한 생활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지만 남편은 어린 여자에 빠져 자신에게 관심조차 없다. 세 편의 영화에는 ‘임신부·노약자 관람금지’라는 주의문구를 달아야 할 만큼 끔찍한 장면이 연이어 나온다. 잘려진 손가락을 믹서기에 넣어 돌리며, 입으로 목을 물어 살점을 뜯어내는 등 잔혹한 장면들이 관객을 섬뜩하게 한다. 20일 개봉. 상영시간 126분 ■헬보이 여름 날려줄 블록버스터! 선의 편에 서서 악에 맞서 싸우는 악마의 이야기라는 역설적인 발상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오는 20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SF액션블록버스터 ‘헬보이’(Hellboy). 컬럼비아 트라이스타영화㈜ 수입배급). 미국 만화가 마이크 미뇰라의 동명 인기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 영화는 이른바 ‘오컬트(Occult) 음모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세계의 배후에 미지의 신비하고 초자연적인 조직이 있어서 인류를 지배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어둠 속에서 은밀한 공작을 꾸미는 악마 세력의 반대편에는 물론 빛의 세력이 존재한다. 이 음모론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도 빛과 어둠이 대결을 벌이는 영적인 현대판 마법전쟁이었다. 히틀러나 괴링, 헤스 등 독일 나치의 주요 지도자들은 암흑세력이 외부통로로 이용하는 흑마술단체의 멤버들이었으며, 이에 비해 처칠이나 루스벨트, 맥아더 등 연합군의 주요 지도자들은 빛의 세력이 외부통로로 이용했던 신비단체의 고위 멤버들이었다는 것. ‘헬보이’에는 이같은 비의적(秘意的) 메타포가 곳곳에 등장한다. 이 영화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마겟돈’ ‘터미네이터2’ ‘에일리언2’ 등의 영화에 참여했던 12개 특수효과 회사가 총동원돼 만들어낸 볼거리가 풍부하다. ‘헬보이’는 지난 4월 2일 미국에서 먼저 개봉해 사흘간 2천300만달러의 수입을 거둬들이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었다.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122분. ■시슬리2km 종합선물세트 ‘임창정’ “아따, 이 양반아. 거 좀 빨리 끊고 나오지. 고기 다 타는데 뭐하고 있나?” 조직을 배신하고 엄청난 값어치의 다이아몬드를 훔쳐낸 석태(권오중). 신나게 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차 사고를 내고 한 마을로 흘러들어간다. 역시나 순박하기만한 시골 사람들. 친절하게 잠자리를 마련해주더니 이젠 삼겹살 파티를 열어놓고 고기 식는다며 빨리 오라고 야단이다. 하지만, 호의는 딱 여기까지만이다. 화장실에서 넘어져 기절한 석태의 몸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면서 마냥 사람 좋아보이던 이 농사꾼들은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한다. 13일 개봉한 영화 ‘시실리 2㎞’는 딱히 한 가지 장르로 꼽기가 쉽지 않은 영화다. 눈이 하얀 귀신이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가 하면 치고받고 쫓고 쫓기는 액션이 있고 귀신과 사람 사이의 로맨스가 있는 한편 때리고 넘어지는 슬랩스틱 코미디도 빠지지 않는다. 영화의 장점은 이보다는 꽤나 재치있게 엮어 놓은 코미디와 배우 임창정의 능청스런 연기에 있다. 이름은 잘 모르겠지만 석태가 방문한 마을은 ‘시실리’(時失里)에서 2㎞ 지점. 외딴 곳에 떨어져 있는데다 왠지 음산함이 감도는 이상한 마을이다. 물욕에 눈이 어두워 다이아몬드를 빼앗고 석태를 산 채로 벽에 매장하는 마을사람들. 조직의 중간보스인 양이(임창정) 일행이 뒤를 쫓아 마을에 도착했을 때 석태는 이미 죽기 직전이다. 마을 사람들은 점점 ‘조폭’ 못지 않은 흉악함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그 와중에 이들 앞에는 귀신까지 나타나기 시작한다. 영화가 보여주는 코미디는 관람시간 전체를 끌고 가기에 충분할 정도로 유쾌하다. 상영시간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바람의 파이터 목숨 걸었던 ‘전설의 승부사’ 최근 충무로 영화계가 일제시대에서 해방 이후시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살다간 우리나라의 실존 인물들을 스크린을 통해 되살리는데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애국지사 안중근(도마 안중근), 혁명가 김산(아리랑), 한국 최초의 여류 비행사 박경원(청연), 일본 프로레슬러 역도산(역도산) 등 고난의 시대를 온몸으로 헤치며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 연이어 영화화되고 있다. 오는 12일 개봉하는 ‘바람의 파이터’는 이런 흐름의 연속선상에서 제작되고 있는 여러 영화 중에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작품. 일본 무술 유파를 모두 격파한 무술인 최배달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최배달의 본명은 최영의. 1922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16살에 파일럿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가 소년항공학교에 재학중이던 1939년 공수도 초단으로 무술계에 입문했다. 이후 1947년에 2차대전 이후 최초로 열린 전일본 공수도 선수권대회를 제패했고, 1948년 기요즈미 산에 들어가 18개월간 홀로 수도생활을 하며 몸을 단련한 뒤 산에서 내려와 일본 전역을 돌며 유도, 검도, 합기도 등 모든 무술 고수들을 차례로 제압해 일본내 무예 1인자가 됐다. 1994년 72살의 일기로 생을 마감. 카메라는 최배달이 일본의 전설적인 무사 미야모토 무사시를 본떠 일명 ‘도장깨기’에 나서며 일본 무술 유단자들을 연달아 깨부수는 화려한 액션장면뿐 아니라 애절한 러브스토리 등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도 애정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다. “나는 싸우는 것이 두렵다. 지는 것이, 맞는 것이 두렵다. 싸우다 불구나 폐인으로 살아남을까 두렵다.” 최강자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나약하게 들릴 수 있는 목소리를 비중있게 전달한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양동근이 내뿜는 원시적인 힘은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양동근은 근육질로 단련된 탄력적인 몸을 뽐낼 뿐 아니라 목숨을 건 대결을 벌이는 고독하고 외로운 무술인의 모습을 실감나는 표정과 눈빛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 가토 마사야가 일본 무술계의 수장 가토로 등장해 최배달과 무술대결을 펼친다. ‘리베라 메’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양윤호 감독이 3년간에 걸친 시나리오작업 등 오랜기간의 준비 끝에 내놓는 야심작이다. 12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0분. ■망치 ‘망치’야 안녕! 악당 물리치는 개구쟁이 모험담 허영만 원작…‘코난式’ 토종애니 과연 ‘망치’가 내지르는 ‘그레이트 에코’의 고함소리가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보낼 수 있을까. 만화가 허영만의 동명 만화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국산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망치’(안태근 감독·캐릭터플랜 제작)가 오는 6일 개봉했다. 환경파괴로 대륙이 물에 잠겨버린 먼 미래가 배경. 바다 한가운데 솟은 ‘촛대마을’에서 태어난 개구쟁이 ‘망치’가 제미우스국의 공주 ‘포플러’를 도와 반란을 일으킨 악당 수상 ‘뭉크’의 전세계 정복 야욕을 꺾는다는 게 기둥 줄거리다. 전체적인 구성은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미래소년 코난’을 연상시킨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후반부에서 망치와 뭉크가 ‘그레이트 에코’로 최후의 파워대결을 벌이는 싸움장면. 그레이트 에코는 단전에 온 몸의 기(氣)를 모으고 고함소리를 내질러 만든 강력한 파동파. 두개 힘이 부딪히며 빚어내는 파괴력을 화려한 비주얼로 잘 그려냈다. 영화초반 자전거 비행기 ‘날틀’을 탄 망치가 하늘과 바다를 빠르게 오르내리며 악당들과 펼치는 속도감 넘치는 비행기 추격전도 눈에 띈다. 하지만 원작만화를 짧은 시간안에 녹여내려다 보니 스토리 전개가 비약을 거듭하면서 내러티브가 중간 중간 끊겨 이야기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풍덩’ 던지지 못하게 방해하는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췄다는 이 토종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의 흥미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 지 기대된다. ‘망치’는 2003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개막작으로 상영됐으며, 2004년 뉴욕국제어린이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