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직도 대학은 ‘우골탑’

허리가 휠 정도로 힘들었다. 베이비붐세대 부모들의 자녀 대학등록금 마련이 그랬다. 1980년대 한우 한 마리 값은 60만~70만원대이었다. 사립대 연간 학비는 70만원대, 국립대는 30만원대였다. 그래서 자녀를 대학에 보낸 부모는 소도 팔고 논도 팔아야만 했다. 학생들도 학비를 버느라 고생하긴 마찬가지였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입주 과외 같은 것들이 있었다. 당시 중앙 일간지 하단에는 학교와 학과 등을 소개하며 입주 과외를 호소하는 광고들이 빼곡했다. 최근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물가가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크게 인상(경기일보 8일자 8면)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립대를 중심으로 이 같은 움직임이 국·공립대와 전문대까지 퍼지며 물가 상승의 뇌관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 국가통계 포털 분석 결과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지난 3월 교육물가(지출목적별 분류)는 지난해보다 2.9% 올랐다.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 2월 4.8% 이후 16년1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교육물가는 전체 소비자물가를 0.21%포인트 끌어올렸고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를 기록했다. 원인은 사립대를 중심으로 한 등록금 인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2월20일 기준 전국 4년제 사립대 151곳 중 79.5%인 120곳이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3월 물가지수에서 사립대 납입금은 1년 전보다 5.2% 뛰었다. 2009년 2월 7.1% 이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 여파로 국·공립대 39곳 중 28.2%인 11곳도 등록금을 올리기로 했다. 가난했던 시절 대학등록금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마련해야만 했던 타협 불가 영역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학은 소의 뼈로 세운 건물이라는 뜻의 ‘우골탑’으로도 불렸다. 코끼리의 엄니인 상아로 이뤄진 탑이라는 뜻의 ‘상아탑’ 대신 말이다. 요즘도 그때로부터 조금도 자유롭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지지대] “석탄이 깨끗하고 아름답다고요?”

“석탄은 깨끗하고 아름답습니다.” 지구촌 강대국 정치 지도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과연 그럴까. 아무리 씻어도 검은 물만 나올 텐데 말이다. 이 연료는 고생대 석탄기 무렵 식물에서 유래한 유기퇴적물이 오랜 세월 지압 및 지열 등을 받아 분해돼 만들어진다. 검은색 또는 검은 갈색을 띠며 탄소, 산소, 질소, 수소가 주성분이다. 약간의 황과 많은 양의 회분 및 수분이 들어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석탄은 3억4천만년에서 3억년 사이 석탄기 6천만년 동안 생성됐다. 석탄기에는 목질부를 구성하는 리그닌을 생성할 수 있는 식물과 나무가 나타났다. 나무는 단단하고 높이 자랄 수 있고 벌레 먹기 어려운 목질성 줄기로 크게 번성했다. 당시의 벌레나 세균, 곰팡이 등은 나무가 죽고 남은 목재 리그닌을 거의 분해할 수 없어 죽은 나무는 분해되지 않았다. 나무 사후에 열과 압력 등을 받아 수소와 산소 성분이 빠져나가고 남은 탄소 성분만이 퇴적돼 석탄이 됐다. 이후 목재의 리그닌을 분해할 수 있는 흰개미가 나타나며 죽은 목재를 빠르게 분해할 수 있게 됐다. 현재는 석탄기처럼 지구 전체에서 생성되는 일은 없어졌다.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미국 내 석탄산업을 활성화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이런 표현을 썼다. 모든 연방정부 부처와 기관 등에 석탄산업에 대한 차별적 정책을 중단하고 새로운 석탄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와 자금 지원을 늘리는 내용을 담았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규제에 따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중단도 포함됐다. 석탄산업 발전을 통한 전력망 안정을 꾀하는 내용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석탄은 가장 신뢰할 수 있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안전하고 강력한 에너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석탄을 포함한 저렴한 미국 에너지 활용을 계속하겠다고도 천명했다. 세계와 관세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에서 날이 갈수록 논리가 사라지고 있다. 정말 큰일이다.

[지지대] 아열대성 곤충 증가

“자고 나면 주변을 기어다니는 생물들이 한 마리씩 늘고 있었다. 뭔가 예사롭지 않은 불안이 엄습하고 있었다.” 생물학자인 프랑스 출신 장 앙리 파브르의 ‘곤충기’에 나오는 대목이다. 제주박각시살이고치벌이란 벌레의 이름을 들으면 소름이 돋는다. 큰활무늬수염나방이나 노란머리애풀잠자리 등도 마찬가지다. 이름도 별나지만 낯설기조차 하다. 아열대 지방에서 서식하는 곤충들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 녀석들이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학계 연구보고 결과다. 원인은 기후변화 영향이다. 신종·미기록종 아열대성 곤충이 발견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는 연유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20~2024년 발견된 아열대성 곤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현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006년부터 자생생물 조사·발굴 연구에 따라 한반도 곤충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 2020년부터 한반도에서 새롭게 발견된 신종·미기록종 곤충 중 아열대성 곤충의 비율을 분석해 왔다. 그 결과 아열대성 지역 곤충 비율은 2020년 4%, 2021년 4.4%, 2022년 5%, 2023년 6.5%, 2024년 10.2% 등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는 아열대성 기후에서 서식하는 미기록종 후보 38종이 한반도 남부에서 발견됐다. 이 중 제주박각시살이고치벌, 큰활무늬수염나방, 노란머리애풀잠자리 등 21종은 제주도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무릇 곤충은 온도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이동성이 강하다. 그래서 환경에 따른 분포 변화가 두드러진다. 한반도로 북상한 종들이 아열대와 온대의 경계지역인 제주도에서 주로 발견되는 건 기후 변화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자생 중인 아열대성 곤충들을 계속 관찰해 관련 정책 마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눈에 띄지 않았던 생물들이 부쩍 늘고 있다는 건 생태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우리가 딛고 사는 자연은 후손들에게 빌린 소중한 유산이다.

[지지대] 위기를 번영으로 극복한 남북전쟁

인간이 인간을 부리던 시대였다. 노예 문제다. 결국 이 사안으로 충돌했다. 한쪽은 농업 위주여서 필요했지만 다른 측은 공업지대가 많았다. 한쪽은 포기할 수 없었다. 인권 문제에 앞서 생활 그 자체여서다. 노예제를 지지하던 이들은 군대를 꾸렸다. 국가로부터 분리를 선언했다. 이후 공격을 감행했다. 큰 상처를 안겨준 내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1861년 4월이었다. 그 포화는 1865년까지 4년 동안 이어졌다. 미국 남북전쟁의 서사가 그랬다. 노예 소유를 허용하던 남부와 이를 금지하던 북부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었다. 링컨 대통령은 노예제를 시행하는 주(州)에 노예제 철폐법안을 제안하진 않았다. 하지만 연설을 통해 노예제 확산을 막고 국민의 마음 속에 노예제 폐지가 불가피하다는 믿음을 심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1850년대 정치적 갈등의 줄기는 노예제 확대 여부가 주를 이뤘다. 남부는 연방에서 분리되고자 노력했다. 북부와 남부 모두 노예제가 다른 지역으로 확장되지 않는다면 범위가 축소되거나 결국 폐지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노예제에 반대하는 세력에 연방정부 통제권이 넘어갈 것에 대한 남부의 우려와 노예제 지지자들이 연방정부에 휘두르는 영향에 대한 북부의 혐오는 위기를 맞았다. 노예제의 도덕성, 민주주의의 범위, 자유노동과 노예제 간의 경제적 이득에 대한 논쟁 등이 도마에 올랐다. 그 전쟁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1865년 4월9일이었다. 북부군은 36만여명, 남부군은 26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패배한 남부는 황폐화돼 경제적 손실이 막대했다. 더구나 전쟁 전까지 노예를 부려 목화를 재배하던 남부는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으로 경제적 기반이 무너졌다. 전쟁이 남긴 상처는 북부와 남부 모두에 큰 시련이었다. 미국은 이를 극복하고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이전보다 훨씬 더 단합된 국가를 이뤘다. 태평양 건너편 나라의 역사이지만, 요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사뭇 무겁다.

[지지대]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설 자리’

특성화고의 변천사만큼 복잡한 게 또 있을까. 특성화고는 처음에 전문계고 또는 실업계고로 불렸다. 이후 자연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표로 한 특성화고로 전환됐다. 2012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에 근거해서다. 그러다 정부가 기술명장 육성을 내세우며 마이스터고를 설립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한국교육개발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내 특성화고는 70개교로 2023년 기준 23.7%의 취업률을 보였다. 특성화고가 취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6년 취업률이 정점을 찍었다가 이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반면 2023년 진학률은 50.5%로 취업률을 앞서고 있다. 이렇다 보니 중학교를 직접 찾아가 진학설명회를 할 때도 주요 학과에 대한 소개와 함께 ‘특성화고 전형으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한다. 취업담당 교사들은 낮아진 취업률과 높아진 진학률은 ‘환경이 달라져서’라고 설명한다. 가정 형편 때문에 직장으로 향하던 청소년들이 줄었고 학부모도 자녀가 고졸로 남길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기에 일자리가 제조업일 경우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외국인 밑에서 배워야 할 만큼 인력구조가 바뀐 것도 요인 중 하나로 꼽는다. 최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직업계고 외국인 유학생에게 취업비자를 부여할 수 있도록 법무부에 비자정책 개선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갈 곳 잃은 국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설 자리가 더 좁아지는 건 아닌지 세밀한 점검이 요구된다.

[지지대] “상수리나무는 식물계의 헌법”

산기슭에서 잘 자랐다. 열매도 달렸다. 도토리라고도 불렀다. 깍정이 겉면 비늘 조각은 뒤로 젖혀졌다. 떨어진 걸 주워 가루를 내 떡이나 묵 등으로 만들어 먹었다. 상수리나무 이력서다. 더 들여다보자. 키는 15~20m다. 웃자라면 그랬다. 가을에는 단풍도 들었다. 꽃은 매년 이맘때 피었다. 수꽃은 10㎝ 이삭이 작은 꽃들을 붙이고 밑으로 늘어졌다. 암꽃은 매우 작고 빨갛게 보이는 작은 꽃을 붙인 꽃차례가 곧게 선다. 성장은 빨랐다. 심은 뒤 10년 정도 지나면 목재로 이용할 수 있다. 나무를 베어 내도 그루터기부터 계속 자라 다시 여러 해가 지난 뒤에는 생육 상태를 회복했다. 재질은 다른 참나무속 나무처럼 딱딱하고 건축재나 기구재, 차량, 선박에 사용되고 땔나무로도 쓰였다. 갑자기 금이 가고 쪼개지는 성질도 있다. 그래서 요즘엔 울타리 만드는 목재로 전락했다. 낙엽도 쓰임새가 있었다. 작물의 비료에 쓰였다. 껍질은 염료로도 이용됐다. 가장 중요한 건 온실가스(탄소) 흡수량이 나무 가운데 가장 많다는 점이다. 최근 상수리나무 465그루를 심어야 국민 1명이 배출하는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국립공원에서 자라는 나무 중 탄소흡수량이 많은 10종을 선정해 2023년부터 연평균 탄소흡수량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연간 탄소흡수량이 가장 많은 나무는 상수리나무로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탄소를 연평균 30.12㎏ 흡수했다. 이는 공단이 탄소흡수량을 조사한 나무 84종의 평균(7.37㎏)보다 4배 많은 수준이다. 상수리나무 다음으로는 물박달나무(21.51㎏), 소나무(20.07㎏), 졸참나무(20.04㎏), 들메나무(19.01㎏) 등이 연평균 탄소흡수량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천덕꾸러기라도 꾸준히 심어야 하는 까닭은 명쾌하다. 찰스 다윈의 지적이 새삼스럽다. “상수리나무는 식물계의 헌법이다.”

[지지대] ‘작은 소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1천원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범위가 제법 넓었다. 시점이 과거형인 까닭은 요즘은 찾기 어려워서다. 흔히 ‘1천냥 하우스’로 불리던 가게가 그랬다. 비슷한 이름의 간판을 걸었던 점포가 서울에도, 수도권에도 즐비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 이처럼 적은 지출을 통해 즐거움과 만족감을 추구하는 구매 행위가 ‘작은 소비’다. 어쩌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누리는 작은 사치다. 작은 소비에서 중요한 건 ‘어떤 물건을 사느냐’가 아니라 ‘왜 사느냐’다. 의미가 있는 구매라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실례로 사진 촬영을 좋아한다면 다른 부분의 소비를 줄이고 카메라나 렌즈 등에 투자한다. 먹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면 비용과 상관 없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움을 누린다. 작은 소비가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 분석 결과다. 내수 부진 장기화 속에 추위와 정국 불안까지 겹쳐서다. 좀 더 깊게 들어가 보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월보다 1.7% 감소했다. 비내구재의 소매판매액지수도 2.5% 줄었다. 준내구재는 예상 사용수명이 1년 미만인 옷, 신발, 소형가전 등이다. 비내구재는 음식료품, 수도, 휘발유 등이다. 준내구재·비내구재 소비는 지난해 12월 1.0%, 1.5% 상승했으나 올해 1월 줄어든 뒤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준내구재 중에선 옷이 1.7%, 신발 및 가방 등이 8.7% 줄었다. 예년보다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날씨가 이어진 가운데 겨울옷과 봄옷 등도 덜 산 것으로 분석된다. 비내구재 중에는 음식료품 소비가 6.3% 감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다. 감소율은 지난해 2월(-6.6%)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의약품과 화장품 등은 각각 0.4%, 0.8% 줄었다. ‘작은 소비’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경제적 파장이 심상찮다. 미국의 관세폭풍까지 불어닥치고 있는데 말이다.

[지지대] 70만원 선 무너진 중산층 여윳돈

중산층에 대한 명쾌한 기준은 딱히 없다. 나라별로 제각각이고 시대별로 차이가 나서다. 사전적 의미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에 위치한 중간 정도 수입을 거두는 집단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사회적 요소도 반영된다. 쉽게 말해 의식주가 안정적이고 최소한의 여유 자산을 갖춘 그룹이다. 사회학적으로 중산층 개념은 ‘체감 중산층’이라 부른다.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높아지면 상류층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 흔히 소득 상위 40~60% 가구를 가리킨다. 지난해 4분기 중산층 흑자액이 1년 전보다 8만8천원 줄어든 65만8천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자료다. 2019년 4분기(65만3천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다. 70만원을 밑돈 것도 5년 만에 처음이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이자, 세금 등 비소비지출과 의식주 비용 등 소비 지출을 뺀 금액이다. 이른바 여윳돈이다. 중산층의 여윳돈은 4년 전만 해도 9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줄고 있다. 2023년 2분기와 지난해 1분기를 제외하고 8개 분기 모두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는 3개 분기 내내 감소폭도 커졌다. 전체 가구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늘며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보건·교통·교육비 분야 소비지출과 이자 및 취득·등록세 등 비소비지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이자 비용은 1.2% 늘어난 10만8천원이었다. 4개 분기 만에 늘면서 다시 10만원을 넘었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취득·등록세가 증가하면서 비경상조세(5만5천원)가 5배 가까이(491.8%) 늘어난 점도 여윳돈을 줄이는 요인이 됐다. 교육비(14만5천원) 지출은 13.2% 증가했다. 모름지기 중산층은 우리 사회의 허리다. 중산층 살림살이가 빠듯해지면 앞으로 내수는 물론이고 경제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있다. 경제 당국의 혜안이 시급하다.

[지지대] 라이어<liar>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제럴드 제리슨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하루 평균 8분 간격으로 200회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명의 참가자가 소형 마이크를 부착해 자연스러운 대화 상황을 관찰한 결과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의 1천명 대상 연구에서는 자기 보고식 설문을 활용해 평균 2.19회의 일일 거짓말 빈도를 도출했다. 2회든 200회든 인간과 거짓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경에선 최초의 인간인 아담의 아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살해한 뒤 모르쇠로 일관하며 진실을 회피했다. 현 시대에서 이 정도의 ‘흑색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나면 사회적 공분이 일고 거짓말쟁이 낙인이 찍힌다. 물론 상대방을 위하는 목적에서, 오히려 ‘모르는 게 약’이어서 사실을 가리기 위한 ‘백색 거짓말’도 일상에서 빈번히 이뤄진다. 거짓말은 선악을 떠나 지금도 인류와 함께하고 있다. 미국 배우 짐 캐리 주연, ‘에이스 벤츄라’ 등을 연출한 톰 새디악 감독의 코미디 영화인 ‘라이어 라이어’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어느 날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변호사의 아들이 생일 소원을 빌면서 아빠가 하루만이라도 거짓말을 하지 말아 달라고 기도하자 의뢰인에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진실을 폭로해 버리는 등 온갖 소동이 펼쳐진다. 법정에서 벌어지는 진실게임이 거짓말로 승리하고, 진실로 패배하는 형국을 노골적으로 비꼬아 웃음을 자아낸다. 대한민국은 현재 누가 천하제일 거짓말쟁이인지 경쟁하는 서바이벌 경연장처럼 보인다. 정치인부터 연예인까지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거짓을 진실처럼 이야기하는지 속내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심지어 진실은 뒷전인 채 서로가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기 바쁜, 비방으로 가득 찬 경연장이 됐다. 거짓말은 인류 역사에서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도 거짓말인 줄 알았다. 올해 4월에도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질지 궁금해진다.

[지지대] 미국의 ‘더티21’

유독 난감한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부쩍 그렇다. (한국의) 민감국가 선정과 관련해서도 시끄러운데 말이다. 이번에는 (한국도) 지저분한 나라라는 뜻의 ‘더티21’에도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티21은 미국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하는 국가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구체적으로 이 나라가 무역적자를 보는 국가들 중 약 15%를 가리킨다. 미국은 4월2일 국가별로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겠다며 이 명칭을 사용했다. 외신에 따르면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촤근 “이날(4월2일)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 명단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상호관세율은 국가별로 다를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전 세계 국가의 15%가 미국에 대한 관세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세계 국가의 15%이지만 우리 교역량의 엄청난 규모를 차지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일정량의 자국 생산을 요구하거나 미국이 수출하려는 식품이나 제품에 안전과 관련 없는 검사를 하는 등 관세 못지않게 중요한 비관세 장벽을 갖고 있다고도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우하는 나라로 콕 집어 지목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도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한국을 군사적으로 그리고 아주 많은 다른 방식으로 아주 많이 도와주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대부분 상품을 무관세로 교역하는 만큼 ‘4배’의 근거를 찾기 어렵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문제는 민감국가든 더티21이든 중요한 건 그동안 피를 나눈 한미동맹이라는 수식어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외교에선 영원한 적도 없고, 영원한 우방도 없다는 격언이 새삼스러운 요즘이다.

[지지대] ‘어머니와 고등어’

하늘에서 바라보면 푸른색은 물론이고 쪽빛에 가까운 바다 빛으로 보인다. 바닷속에서 올려다보면 흰 수면으로 보이는 분위기가 창백하다. 대표적 등푸른 생선인 고등어 얘기다. 서민들의 식탁에 자주 오르는, 누가 뭐래도 국민 생선이다. 삼치, 참치 등과 같은 과에 속하는 이 녀석은 밥상에 조림이나 구이, 찌개 등으로 변형돼 잃은 입맛을 되찾게 해준다. 문어나 돔배기, 가자미 등과 같이 제수용으로도 쓰인다. 몸 길이는 40㎝가 넘는다. 10~22도의 따뜻한 바다를 좋아하는 회유성 어종이다. 세계적으로도 널리 분포한다. 치어 때는 플랑크톤을 먹고 성어는 멸치 또는 작은 물고기를 주 먹이로 삼는다. 고등어 생산량이 크게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때문에 생산지와 소비자 가격이 오르면서 밥상 수산물 물가도 뛰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고등어 생산량은 5천608t으로 지난 1월에 비해 72.5%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및 평년과 비교해도 각각 38.1%, 10.9% 줄었다. 관련 업계는 어황이 좋지 않고 기상으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전달보다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값도 덩달아 껑충 뛰었다. 지난달 산지 가격은 ㎏당 5천937원으로 생산량 감소 영향으로 전달보다 28.4% 올랐다. 도매 가격도 전달보다 6.7% 상승했다. 소비자가격(신선냉장)은 ㎏당 1만3천620원으로 평년과 작년 대비 각각 21.8%, 23.3% 올랐다. 불현듯 1980년대를 풍미했던 대중가요 ‘어머니와 고등어’ 노랫말이 떠오른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어머니 코 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 보다/소금에 절여 놓고 편안하게 주무시는구나/나는 내일 아침에는 고등어 구일 먹을 수 있네/나는 참 바보다 엄마만 봐도 봐도 좋은 걸”.

[지지대] 정치인은 왜 사과할 수 없나

‘미안해, 고마워라는 말만 잘해도 인생 문제 절반은 해결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한마디 또렷이 하기도 버겁던 시절부터 ‘감사합니다~ 해야지’, ‘미안하다고 안아줘’라는 말을 들으며 살았구나, 기억이 스쳤다. 그래서 작은 일에도 의식적으로 감사와 사과를 건넸다. 그러다 보니 나의 잘못이 상대에게 어떤 상처를 줬을지 고민할 기회도 생겼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고마운 일에 감사를 전하는 일. 이 작은 일을 통해 우린 배려하며 함께 살아갈 질서를 만든다. 최근 양우식 경기도의원(국민의힘·비례)의 언론 편집권 침해 발언 사태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 건 사과 않는 이유가 황당해서다. 그는 ‘원하는 방식으로 사과하겠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한 뒤 본질은 외면한 채 단 한마디 사과 없이 ‘유감’만 표명했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만난 그는 ‘정치인의 사과는 큰 범죄를 저질렀거나 했을 때 하는 거다’, ‘정치인에겐 유감 표명이 곧 사과’라고 했다. 정치인이라고 뭐가 다른가. 왜 사과를 할 수 없나. 유감은 미안하다는 뜻이 아닌데 정치인에겐 왜 그게 사과인가. 혹자는 정치인은 사과가 부메랑이 돼 공격의 빌미를 주니 ‘유감’으로 대체하는 것이라 한다. 그러나 국민의 뜻을 대신 실현하려 존재하는 이가 잘못에 사과조차 못한다면 정치인의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게 사회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정치’인이 스스로 잘못을 외면하면서 무슨 질서를 논할까. 그렇기에 잘못한 일에 사과할 수 없는, 정확히 사과하지 않는 이는 정치인의 자격이 없다. 그건 후안무치에 지나지 않는다.

[지지대] 외로운 세기

한국 사회에 외로움의 그림자가 커졌다.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19세 이상 국민 중 ‘외롭다’고 느낀 사람의 비중이 21.1%로 전년보다 2.6%포인트 증가했다.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비중도 3.2%포인트 늘어 16.2%로 집계됐다. ‘외롭다’고 느끼는 비중은 60세 이상에서, ‘아무도 나를 잘 알지 못한다’고 느끼는 비중은 40대에서 두드러졌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도 주목할 만한 통계가 나왔다. 연구원의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고립·은둔 청소년 3명 중 2명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온라인 조사에 응답한 1만9천160명 가운데 고립, 은둔 청소년은 각각 12.6%, 16.0%로 나타났다. 청소년의 28.6%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21세기를 ‘외로운 세기(the lonely century)’라 이름 붙인 학자도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다. 그는 2021년 발간한 ‘고립의 시대’에서 21세기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외로운 사람들이 대규모로 쏟아져 나오는 시기로 진단했다. 그의 말처럼 기술은 진보하지만 우리의 삶은 고립되고 있다. 안정적이지 못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의 증가, 대면 접촉이 차단된 디지털을 매개로 한 만남의 일상화, 소득 수준에 따른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시의 구조. ‘초연결사회에서 격리된 우리’다. 파편화된 개인의 외로움은 사회를 습격한다. 묻지마 범죄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언제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이었다.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극단적인 견해에 빠지기 쉽고 포퓰리즘 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허츠는 대안으로 ‘연결’을 제시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기업의 협조, 시민의 다정함과 참여다. 극단주의와 혐오, 각종 음모론이 일상의 언어로 퍼지고 있는 한국 사회가 곱씹어 봐야 할 지점이다.

[지지대] 국가유산 추진되는 절밥

두부나 김치, 나물 등을 한데 섞어 비빈다. 버섯잡채나 순나물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첫맛은 그저 그렇다. 하지만 단출하고 소박하다. 절밥(사찰음식)이 딱 그렇다. 단어 그대로는 절에서 먹는 끼니라는 뜻이다. 아름다운 곡선의 처마를 바라보며 먹을 때 느껴지는 식감은 그래서 근사하다. 주변의 소록소록한 자연과 풍광이 그대로 내려와 앉았다. 법정 스님은 우주가 들어 있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나물을 한 숟가락 입에 물면 풍경(風磬) 소리가 난다. 의성어로 표현하면 “댕그랑댕그랑”이다. 그윽한 공감각이다. 소리에도 품격이 있는 셈이다. 그 어떤 강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으뜸인 특징은 육식과 인공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도 오로지 또 다른 수행의 한 방법으로 여긴다. 먹는 것도 수행이다. 절제를 추구하는 식탁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정부가 절밥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경기일보 24일자 16면)한다. 절밥은 불교 정신이 오롯이 담긴 음식이다. 승려들이 일상에서 먹는 수행식과 발우공양 등을 포함한다. 사찰마다 다양한 음식이 전해져 오는데 육류와 생선, 오신채(五辛菜·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자극적인 다섯 가지 채소)를 쓰지 않고 채식을 중심으로 한다.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는 생명 존중의 철학적 가치도 녹아 있다. 아끼면서 배려하는 행복한 관례이고 법칙이다. 절밥은 오랜 기간 우리 식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았다. 고려시대 문헌인 ‘동국이상국집’ 등에 그런 내용이 소상하게 담겼다. 조선시대에는 사찰이 두부, 메주 등 장류와 저장음식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면서 사대부가와 곡식을 교환하는 등 음식을 통해 교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유산청은 예고 기간 30일간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무형유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확정할 계획이다. 입안에서 사각사각 녹아드는 절밥을 먹으면서 봄을 맞이하면 어떨까.

[지지대] 청소년 6명 중 1명 비만

오랜 기간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하면 에너지 불균형에 의해 유발한다. 유전적으로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식욕 조절 중추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내분비 질환, 식욕을 증가시키는 다양한 약제에 의한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에너지 섭취량이 에너지 소비량보다 많거나 유전적 영향 및 환경적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히 칼로리가 높은 식품이 풍부하고 신체 활동을 덜해도 사는 데 불편이 없는 현대의 생활환경이 폭발적 증가를 초래하고 있다. 비만이 그렇다.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자. 몸에 지방 조직이 과다한 상태를 가리킨다. 체중은 많이 나가지만 근육량이 증가해 있고 지방량이 많지 않은 경우는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한다. 서양인은 30 이상이고 인종 간의 차이를 고려해 국내에선 25 이상을 비만으로 정의한다. 지방 조직의 주요 성분은 혈장으로부터 유입된 지방산과 포도당이 에스테르화한 중성지방이다.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증상은 없지만 고혈당,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일부의 경우 암 발생도 증가한다. 이런 가운데 초·중·고교생 6명 중 1명꼴로 비만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비만 학생의 20%는 당뇨병 전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연구원의 분석 결과다. 이에 따르면 영유아건강검진, 학생건강검진 표본조사 원시자료, 학교 밖 청소년 검진을 분석한 결과 아동·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영유아 8.3%, 학생 16.7% 등으로 나타났다. 영유아 12명 중 1명, 초중고교생은 6명 중 1명꼴로 비만인 셈이다. 과체중 또는 비만 유병률은 영유아 17.7%, 학생 27.3% 등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나서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하면 에너지 불균형에 의해 나타나는 비만이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지지대] 신입생 없는 학교

세계적 규모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물론 거대한 경제력과 강력한 군사력은 필수다. 외교와 영향력 등 소프트파워도 마땅히 보유해야 한다. 우호적인 우방국을 하나의 영역으로 모아 범지구적인 범위로 만들어낼 수도 있어야 한다. 이른바 강대국의 자격이다. 여기에 절대적인 조건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인구다. 강대국 여부를 가늠하는 유력한 잣대이기도 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랬다. 중국은 그래서 강대국이다. 14억명이 넘으니까 말이다. 인도도 거대한 인구로 강대국으로 분류된다. 대한민국의 인구도 한때는 증가세였다. 이 집 저 집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필자의 어렸을 적 기억을 소환해도 그랬다. 골목마다 개구쟁이와 코흘리개의 악다구니로 시끌벅적했다. 어쩌면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베이비부머들은 다 그런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가 아이 낳기를 규제하기 위해 가족계획까지 만들어 계몽했을까. 그런 일을 담당하는 대한가족계획협회라는 기관까지 창립됐다.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캠페인을 펼칠 정도였으니 말이다. 산업화시대 얘기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 집 건너 한 집에도 아이들이 없다. 도회지 골목길에서 아이들 모습을 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시골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주역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신입생이 없는 학교가 184곳이라는 통계가 나왔다. 4년 새 64% 늘었다. 폐교도 49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24곳이었으나 4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집계다. 우울하고 슬프다. 학교가 줄어들면 지역주민의 교육 기회 불평등도 심화된다. 인구 유출도 가속화된다. 이런 상황을 학교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중앙·지방정부, 지방교육청 등이 함께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지지대] 인천 5·3민주항쟁, 잊혀지지 않도록

1986년 5월3일 정오께 인천시민회관 사거리.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민통련)과 인천지역노동자연맹(인노련) 회원 등이 민주화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점차 대학과 사회단체·기독교 관계자 등 일반 학생과 시민들이 합류하며 1시간 만에 일대에 4천여명이 모여들어 ‘군사독재 타도’를 외쳤다. 각계각층이 모인 탓에 하나의 단결 구호는 없었지만 목표는 바로 직선제 개헌으로 모아졌다. 경찰은 일대에 총 34개 중대를 배치, 시민을 향해 다연발 최루탄 등을 무차별 쏘면서 진압에 나섰다. 그 후 319명을 연행하고 129명을 소요죄로 구속해 고문과 구타를 가하기도 했다.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발생한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등의 폭력수사는 국민적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이는 이듬해 6월 항쟁의 불씨로 이어진다. 사실상 1987년 6월 항쟁의 1년 전 예고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인천 5·3민주항쟁’은 대한민국 민주화운동사에서 거대한 족적을 남겼지만 민주화운동사에서 잊혀진 항쟁에 불과했다. 그동안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인천 5·3민주항쟁은 명시화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3년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구갑) 주도로 기념사업회법에 인천 5·3민주항쟁을 민주화운동 정의로 규정, 국가기념일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어 최근에는 인천시가 인천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조례에 인천 5·3민주항쟁을 기념일에 담아냈다. 이제 남은 건 수년째 표류 중인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이다. 현재 인천 5·3민주항쟁 관련 자료 등은 창고 등에 방치돼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인천 5·3민주항쟁이 펼쳐진 미추홀구의 옛 시민회관 쉼터 등이 최적지로 보고 있다. 인천의 기념일에 인천 5·3민주항쟁이 들어간 만큼 인천시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후보지는 물론이고 사업계획까지 세우는 등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지지대] 청년백수 120만명 시대

만 19세 이상인 어른이면서 직업이 없다.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에는 한량, 건달, 룸펜 등으로 불렸다. 정확한 의미는 근로능력은 있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경우다. 빈손이라는 뜻의 백수(白手) 얘기다. 실질적으로 백수는 아니지만 사회생활 문제로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을 유지하는 경우는 ‘경계선 백수’라고 부른다. 경계선이라는 의미는 돈이 많지도 적지도 않은 애매한 경계선에 서 있다는 모습의 은유다. 보통 실업자라고도 표현한다. 에둘러 취업준비생 또는 아르바이트라도 하고 있다면 프리랜서라고도 일컫는다. 이런 가운데 집에서 그냥 쉬는 젊은이가 120만명(본보 17일자 8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청년 가운데도 4명 중 1명은 근로시간이 짧은 단기 근로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구체적으로 더 들여다보자.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중 실업자는 26만9천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26만4천명)과 비교하면 1년 새 5천명(2.0%) 늘었다. 2월 기준 청년 실업자는 2021년 41만6천명에서 2022년 29만5천명, 2023년 29만1천명, 지난해 26만4천명 등으로 3년 연속 감소하다가 올해 4년 만에 다시 증가했다. 청년층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청년은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청년 비경제활동인구 역시 420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1만5천명 증가했다. 이 중 별다른 활동 없이 ‘그냥 쉬는’ 청년은 50만4천명이다. 청년 비경제활동 인구 중 취업 준비자도 43만4천명으로 집계됐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거나 비경제활동 인구 중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인 청년의 수를 모두 더하면 120만7천명이었다. 지난해(113만4천명)과 비교하면 1년 새 7만명 넘게 늘었다. 모름지기 청년들은 내일의 주역이다. 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건 기성세대의 사명이다.

[지지대] ‘K-스포츠 문화’ 선도하는 야구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고교야구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고교야구 중계를 들으며 많은 국민이 야구를 이해하고 환호했다. 야구는 당시 지방에서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는 종목이 아니었기에 라디오 중계로 듣는 야구 열풍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오는 캐스터의 일본식 발음의 외래어가 섞인 다소 격앙된 목소리에 당시 규칙을 제대로 알지 못했음에도 몰입해 중계를 들었던 기억이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TV가 흔치 않았고 특별히 즐길거리가 없던 시절, 야구는 국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줬다. 제5공화국 출범 후 1982년 국민의 여가 선용을 위해 6개 구단 체제로 프로야구가 탄생했다. 명분은 국민의 여가 선용이었지만 실제는 혼란기 국민의 관심을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기 위함이었다. 출범 초기 프로야구는 지역 연고에 기반한 경쟁으로 점차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1990년대 말부터 IMF 외환 위기와 스타 선수의 해외 유출, 국제대회 부진, 인기 구단 LG, 롯데, KIA 등의 성적 부진으로 침체됐다. 2000년대 초 암흑기를 거친 프로야구는 야구 대표팀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4강 등으로 다시 붐이 일었다. 지난해 출범 43년 만에 첫 1천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올 시즌도 시범경기 개막일부터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넘어서는 등 벌써부터 뜨겁다. 이제 프로야구는 국민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 다양한 응원가와 응원봉의 등장, 구단별 독특한 응원문화, 나들이를 겸할 수 있는 캠핑존 설치 등 ‘K-스포츠 문화’라는 새로운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국내외적으로 어렵고 힘든 시기, 국민들은 야구 경기를 즐기며 위로받고 힐링하고 싶어한다. 이에 각 구단과 선수들 역시 국민적 관심과 사랑을 받는 역사 깊은 인기 스포츠가 바로 야구라는 것을 깊이 인식하고 보답해야 한다. 그 보답은 바로 좋은 경기력과 스포츠 스타 개인이 아닌 ‘공인’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행동이다.

[지지대] 미국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Sensitive Country>

분쟁, 내전, 독재.... 지구촌 어디에선가 지금도 진행형인 상황이다. 무기 수출 제한, 경제 제재, 여행 경고 등이 적용된다. 극도로 긴장 상태이거나 군사적인 위협도 우려된다. 국제사회에서 조심스럽게 다뤄지면서 경제 활동이나 외교 관계에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런 국가를 민감 국가(Sensitive Country)라 한다. 미국, 구체적으로는 트럼프 행정부 에너지부의 분류 방식이다. 원자력 및 인공지능(AI) 등과 관련된 협력이 제한된다. 연구소 및 방산업체 등과의 기술 이전도 어렵다. 일반적으로는 중국, 러시아, 이란, 쿠바, 북한 등이 이에 포함된다. 국가안보, 핵 비확산, 테러 지원 등의 우려가 있으면 민감 국가 리스트에 추가되고 있다. 그런데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가 발생했다. 미국이 민감 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추가해서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적용 예정일은 4월15일부터다. 이 때문에 정치·외교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당장 한국과 미국 간 첨단 기술 협력이 제약을 받는다. 전통적인 동맹 국가라는 명분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원자력 협력을 제약하면 안보 차원에서도 북한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부를 정도로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말이다. 아직은 발효 전으로 정부가 2개월 가까이 관련 상황을 분석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적시에 대응하지 못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정책 등에서 미국 우선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그에 따른 변화가 아니냐는 판단에도 무게가 실린다. 전문가들은 이번 한국에 대한 민감 국가 지정 시기는 바이든 정부 말기인 지난 1월 초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 어떤 이유로 추가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국론을 모아 대처해야 한다. 안보의 으뜸이 뭔지 제대로 헤아려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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