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 타고… 불법 스튜디오 ‘우후죽순’ [집중취재]

K-콘텐츠의 민낯 BTS, ‘오징어 게임’, ‘내 남편과 결혼해 줘’ 등 음악부터 드라마까지 전세계적으로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콘텐츠 시장이 커지는 사이 정작 제작 환경에는 불법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파주와 고양 등 수도권 인근 지역들이 K-콘텐츠의 제작 중심지라는 명성을 얻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이나 창고로 허가 받은 건물들은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워진 틈을 타 불법 스튜디오를 운영되며 K-콘텐츠 제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K-콘텐츠가 세계 문화 시장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민낯을 들여다 보고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도심에서 한참을 달려 도착한 파주시 탄현면의 A스튜디오. 건축물대장상 공장이 있어야 할 이곳에는 스튜디오가 버젓이 영업 중이었다. 건물 외벽에는 ‘주변 이웃을 위해 소음 발생이 안 되도록 야간 시 촬영 관계자분들의 주의를 부탁드린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창문에는 촬영에 방해되지 않도록 검은색 시트지를 붙여놨다. 내부에는 촬영이 이뤄지는 공간과 분장실, 대기실 등 각종 시설까지 갖췄다. 무대장치를 만들기 위한 페인트와 목재뿐만 아니라 조명장치, 기계 제어장치 등 기본적인 촬영 장비도 있었다. 화면상 왜곡이 생기지 않도록 벽면을 굴곡지게 만든 것까지 엄연한 스튜디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 이곳은 지난해 6월 불법 용도변경이 확인돼 ‘위반 건축물’로 지정, 원상복구 시정명령이 내려졌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버젓이 스튜디오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인근에 있는 파주시 월롱면의 B스튜디오도 마찬가지. 건축물대장상 창고가 있어야 할 곳이지만 건물 외벽에는 ‘티브이 제작센터’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건물 앞쪽에는 촬영에 쓰이는 지미집과 사다리, 조립식 틀비계 등이 널브러져 있었고, 내부에는 음향시설과 모니터 등 방송장비가 가득했다. K-콘텐츠 산업의 중심으로 주목받는 경기북부 일부 지자체들이 스튜디오 불법 영업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공장과 창고시설로 허가받은 건축물이 영상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로 쓰이는 등 불법행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건축물대장상 용도가 ‘방송통신시설’로 등록돼 있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관할 지자체로부터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시정명령을 받게 되지만, 일부 건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영업을 버젓이 이어가고 있다. 한 스튜디오 관계자는 “창고를 스튜디오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용도를 변경해야 하는데, 기준을 맞추기 위한 추가 비용을 들이기보다는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이 비용이 훨씬 적게 드는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 부족한 K-콘텐츠 제작 인프라… 불법 양성의 원인 한국의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국내 제작사들은 왜 불법 스튜디오를 선택할까. 이는 OTT 시장이 도입되면서 영상 제작 공간의 수요와 공급 사이 불균형이 생겼기 때문이다. 2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 영화관이나 TV 등을 통해서만 콘텐츠가 공급됐던 것과 달리 현재는 OTT(Over-the-top)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콘텐츠 수요가 확대됐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3년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를 보면 지난해 우리 국민의 77%가 OTT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만 해도 66.3%에 그쳤지만 2021년 69.5%, 2022년 72%로 꾸준히 성장하는 추세다. 국내외 OTT 플랫폼 이용자의 급증은 콘텐츠 소비 환경 자체를 바꿨다. 공급자가 정해진 시간에 영상을 제공하던 것과 달리 수요자가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자유롭게 영상을 소비하는 문화가 생긴 셈이다. 이는 곧 다양하고도 방대한 양의 콘텐츠가 필요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각 플랫폼의 오리지널 콘텐츠 작품을 비롯해 작품 제작 편수가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제작사들의 스튜디오 수요도 급증했다. 또 특수영상(VFX) 등 후반 제작 작업의 비중이 전에 비해 확대되면서 실내 스튜디오를 찾는 경우도 늘었다. 그러나 대형 스튜디오의 필요성과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높은 초기 구축비용과 운영 예산 부담 때문에 스튜디오의 공급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방송영상 산업백서’에는 2022년 기준 전국 753곳의 방송영상 독립제작사가 199개의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제작사는 자체 시설이 없어 스튜디오를 임대해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이 되는 사이 스튜디오의 공백은 공장과 창고의 불법 용도변경으로 채워졌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경기북부지역 스튜디오 20곳의 건축물대장을 무작위로 발급해 본 결과, 14곳(70%)이 공장과 창고시설로 등록돼 있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는 불법 용도변경 스튜디오에 대한 현황 파악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단속에도 손을 놓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확인 후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다”면서도 “단속 인원에 한계가 있어 민원이 들어오기 전에는 위반 건축물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불법 용도변경 스튜디오…무엇이 문제인가 불법 용도 변경된 스튜디오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안전사고 위험뿐 아니라 불법업체의 가격 구조 왜곡으로 시장성 저해 등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는 곧 K-콘텐츠 제작 환경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관계기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28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스튜디오는 촬영 장소 구성을 위한 가연성 물질 사용으로 화재 위험 등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내재된 공간이다. 이 때문에 건축법상 창고를 방송통신시설인 스튜디오로 사용하려면 불꽃감지기, 방염, 피난구 유도등, 시각경보기 등의 안전설비를 갖춰야 하지만 불법 용도변경 시설은 이 같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 2014년 연천군내 드라마 촬영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약 44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또 지난 2020년에는 파주시에 있는 한 드라마 스튜디오 창고에서 불이 나 7시간 동안 진화 작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경기북부지역 소방서들은 봄철 화재예방대책에 방송통신시설의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현장 컨설팅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정작 대다수를 차지하는 창고나 공장시설 용도의 불법 스튜디오는 이 같은 컨설팅을 받지 못한다. 용도 자체가 방송통신시설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소방이나 전기 등 안전점검 규제를 받지 않는 불법 스튜디오들은 K-콘텐츠 제작 환경을 위험에 몰아넣을 수 밖에 없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이와 같은 불법행위가 지속되면서 스튜디오 시장 자체가 불법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불법업체가 스튜디오 임대 가격을 20~30% 낮추면서 정상적인 시설이 손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제작사들의 입장에서는 더 저렴한 스튜디오를 찾게되는 만큼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고 운영 중인 스튜디오는 점점 더 사지로 내몰리게 된다. 결국 이들도 다시 불법시설로 변모하는 악순환이 생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같은 상황에도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으면서 허술한 관리·감독이 스튜디오의 불법 운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불법업체들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스튜디오로 허가받고 운영하는 사람들만 억울한 것”이라며 “방송영상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스튜디오 산업의 건전성 확대를 위해서는 불법업체에 대한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 제언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 ■ “K-콘텐츠 발전과 건전화위해 정책적 대안 필요”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K-콘텐츠가 위상에 걸맞은 제작 환경을 갖기 위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심영섭 교수는 “콘텐츠 제작시설을 새로 짓는 것보다 기존 산업시설을 개조·증축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에 용도 변경과 승인 없이 임시방편으로 창고나 공장 시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불법 용도 변경은 소방시설 등 안전시설 미비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어 안전한 방송 제작 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제작 현장에서 행정실무를 담당하는 지방정부가 지역광고 효과에만 치중할 뿐, 도시개발이나 지역기반시설과 연계하는 K-콘텐츠 제작시설을 확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성과에 욕심을 내기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무분별한 불법 용도 변경의 해법으로 공동시설 구축을 꼽았다. 심 교수는 “K-콘텐츠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작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며 “수요에 맞춰 시설을 증축할지, 신축할지 계획을 세운 후 공동시설을 확충한다면 건전한 문화산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산업은 꾸준한 투자와 더불어 창의적인 영역에서 얼마나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느냐가 핵심”이라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기반 시설 투자 등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 교수는 K-콘텐츠 제작시설이 허브를 형성하면서 내는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K-콘텐츠는 정부 주도로 성장한 것이 아닌,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생산되고 유통된 것”이라며 “정부 역할은 시장에서 확보한 국제 경쟁력을 더 키우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기존에 있는 시설을 고려해 수요에 맞는 지역별 제작시설을 분산 관리하는 게 우선”이라며 “상암DMC부터 일산, 파주까지 연결된 K-콘텐츠 제작을 위한 허브 또한 주변 교통인프라와 연결해 산업인프라가 구축될 수 있도록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 출퇴근 30분시대 ‘활짝’... 시간제 버스전용차로 도입 [수도권 남부 교통대책]

정부가 경기 남부권 ‘시간제 버스전용차로’ 등을 도입해 버스가 서울로 원할히 달릴 수 있는 도로 여건을 조성한다. 부족한 버스전용차로로 도민들의 교통불편이 극에 달했기 때문인데, 정부는 시간제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해 출퇴근 시간 최대 30분가량 줄인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2일 이 같은 내용의 ‘수도권 남부지역 교통편의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국토부는 경기 남부권에서 버스가 원활히 달릴 수 있도록 만든다. 내년 하반기 경기 남부 지역∼사당·양재 간 주간선도로인 지방도 309호선 청계 IC에서 과천 IC까지 총 6.3㎞, 왕복 8차로 구간에 출퇴근 시간만 운영되는 시간제 버스전용차로를 도입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현재 경기도와 협의 중인 전용차로 도입을 통해 사당·양재역 등으로 이동하는 수도권 남부 지역 총 27개 노선버스의 출퇴근 운행 시간이 최대 24분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는 또 성남시에 구도심(남한산성)∼서울 복정역 구간(10.2㎞) 간선급행버스(BRT)를 도입한다. 이를 통해 총 67개 노선버스의 운행시간이 최대 14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는 올해 중 성남 BRT 사업에 착공해 내년부터 단계적 개통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수원(1개), 용인(2개) 일반 광역버스 노선에는 주요 정류장만 정차하는 급행버스를 처음 도입한다. 기존 노선 대비 운행시간은 최대 30분 단축된다. 국토부는 오는 7월 관련 법령을 개정해 광역 DRT를 제도화해 공급 확대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교통 사각지대에 있거나 수원, 용인 등의 정규노선 신설이 곤란한 입주 초기 지역에는 광역 DRT를 운행 중이다. 이 밖에도 국토부는 광역버스 공급 확대를 위해 올해 활용할 수 있는 71인승 2층 전기버스 50대 중 40대(80%)를 수원, 화성, 용인 등에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2층 전기버스는 용인에 14대, 수원·화성에 각 10대, 안산에 3대, 시흥에 2대, 오산에 1대 투입된다. 이를 통해 하루 광역버스 수송력을 1만8천401명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국토부는 남부 지역에 5개 이내의 광역버스 노선 신설도 추진한다. 오는 6월 노선위원회를 거쳐 확정된다, 강희업 대광위원장은 “수도권 전 지역 출퇴근 30분 시대 실현을 위해 북부권 및 동부권 교통대책 등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버스 전용차로 손질… 대중교통 지형 ‘확’ 바꾼다 [수도권 남부 교통대책]

정부가 경기 남부권 전용차로·광역버스를 늘리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경기도도 도내 시내버스 전용차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찾아 나선다. 도는 신도시 건설 등으로 교통량이 늘어나는 지역을 중점적으로 전용차로 신설·개선 방향을 찾을 방침인데,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떨어진 노선에 대해 중점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이달부터 도심 속 차량 정체 등을 해소하고, 대중교통 이용객의 편의성을 제공하기 위해 도내 버스전용차로 개선 작업에 착수한다. 도는 이를 통해 오는 2030년 이후 도내 신도시 입주 계획에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버스전용차로를 개선·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도내 23개 구간에 길이 83.1㎞의 가로변 버스전용차로가 있다. 가로변 차로는 도로 중 가장 우측 차로 파란선을 그어 만들어 버스만 다닐 수 있도록 하는 운영 방식으로, 지난 2004년부터 BRT가 확대되면서 가로변 버스전용차로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도내 BRT 구간은 총 18곳, 길이는 173.7㎞에 달한다. 2기 신도시 개발 등으로 경기도 전체 인구의 약 55.8%인 761만명이 거주하는 수원, 화성 등 경기 남부권에는 하루 평균 32만9천여명이 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오가고 있다.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경기도 광역교통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도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41.9%로 나타났는데, 특히 주거 분산정책인 1·2기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출퇴근 대중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도는 기존 도로·기반시설이 신도시 입주로 인한 인구 증가로 대규모 교통량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이 같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버스전용차로 도입 여건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수시로 바뀌는 도시 상황과 교통 여건 등으로 버스전용차로 신설·개선을 모색할 시점”이라며 “도로 여건 등 시대 변화를 반영,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여 최적의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수도권은 기존 도로 확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상습정체구간에 대한 전용차로 활용도를 높이고 흐름이 원활한 구간에 모든 차량이 다닐 수 있는 혼합차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배웅규 중앙대 도시시스템공학 교수는 “수도권 도심 도로 확장은 사실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버스전용차로 개선을 희망하는 전체 구간에 차량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 통행량을 섬세하게 조사해 시간대 별로 운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텅 빈 인천 도서관' 개선 혁신 TF 가동…예산 확보 과제 [집중취재]

인천의 공공도서관 이용률이 급락(경기일보 4월22일자 1면)한 가운데, 인천시가 도서관 혁신을 통한 복합지식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25일 시에 따르면 최근 도서관 혁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이용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도서관을 모든 세대가 찾을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을 마련했다. 시는 우선 노후한 도서관의 환경 개선을 통해 쾌적한 도서관 환경을 조성하고, 종전 지어진 독서실 형태의 열람실을 모든 사람들이 쓸 수 있는 공유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인천의 공공도서관 64곳 중 49곳(76.5%)에 이르는 도서관이 지어진 지 10년 이상 지난 노후 도서관으로 리모델링 및 환경개선 등이 필요하다. 시는 우선 6억3천여만원을 들여 미추홀도서관의 열람실에 오픈형의 북 카페 등을 조성하고, 스터디 카페처럼 열린 공간으로 변화시킬 방침이다. 이를 통해 서로 상호 교류하면서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있는 형태로 탈바꿈한다. 또 시는 도서관에서 다양한 전시회 및 공연, 작은 음악회 등을 여는 ‘(가칭)요기조기 음악회’를 통해 지역의 주민들이 문화 예술을 즐기러 도서관을 찾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인천문화재단 등과 협력해 젊은 청년 예술인들을 활용, 이들에게 공간을 빌려주고 공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선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시는 인천의 총 인구 중 55~65세 은퇴자가 18%(55만명)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도서관 수요 계층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와 연계, 도서관에서 은퇴자를 대상으로 하는 각종 일자리·사회활동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확충 및 신설한다. 다만 이 같은 시의 계획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중·장기적인 도서관 개선 계획과 지속적인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시는 우선 앞으로 3년 간 5개 도서관을 개선하는 단기계획을 추진한 뒤, 나머지 도서관에 대한 장기계획 등도 마련할 방침이다. 이강구 인천시의원(국민의힘·연수5)은 “현재 공공도서관이 위치한 곳들은 대부분 고령화가 이뤄지면서 이용하는 사람도 줄고, 지역에서 잊혀져 가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많다”고 했다. 이어 “조용하게 책을 볼 수 있는 공간도 도서관에서 분명히 필요하다”며 “다만, 시대가 변하는 만큼 도서관에 다양한 연령층이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과 문화가 공존하고, 좀 더 열린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시민들의 인식 개선 등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남 시 문화정책과장은 “도서관의 인프라를 개선하고, 복합지식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켜 나가겠다”며 “도서관의 기능을 넘어 도서관이 모든 세대를 아우를 거점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줄어드는 곳간… 김동연표 민생사업 ‘비상등’ [집중취재]

경기 침체 지속으로 경기도가 세입 감소에 직면하면서 민선 8기 주요 사업이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도는 부동산 시장 악화 탓에 취득세를 중심으로 세입 감소를 겪고 있고, 31개 시·군에 지방교부세를 내려주는 정부 도 감세 정책과 내수 부진이 겹치며 총세입 축소를 전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분기(1~3월) 도 세입 실적은 지난해 같은 분기 수준인 3조6천억여원이다. 지난해 1~3월 도는 부동산 시장 악화로 취등록세 징수액이 줄어든 탓에 2022년 1분기 세입(3조9천692억원) 대비 8.6% 감소한 3조6천287억원을 거둬들였는데, 올해도 비슷한 실적을 보인 것이다. 정부 역시 올해 국세 수입 예상치를 지난해 본예산안(400조4천570억원) 대비 8.3% 낮은 367조3천750억원으로 잡았다. 올해 법인세가 전년 대비 26% 감소하고 내수 부진으로 여타 세입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해와 같은 세수 결손 상황이 없다는 가정하에 지방교부세의 원천인 내국세(개별소비세·부가가치 등) 징수 규모가 전년 본예산 대비 10.2%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내국세 감소 이유는 정부의 법인세를 비롯한 감세 정책 여파와 내수 경기 부진”이라며 “지방교부금은 내국세의 19.24%가 할당되는 구조로 내국세 감소는 교부세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도는 주요 사업에 대한 재원 부족 우려에 봉착하고 있다. 지난 23일 경기도의회는 김동연 지사의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최대 성과로 꼽히는 ‘판교 4차 산업혁명센터 건립’ 관련 동의안을 심의, 보류 결정했다. 세수 부족으로 추가경정예산조차 편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연 30억원의 운영비를 지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도는 세입 부족 상황에다 8월 도의회 후반기 원 구성 일정이 겹치면서 다음 달 시·군과 시행하는 대중교통 정책 더(The) 경기패스, 지역화폐 인센티브 국비 매칭 등 추가 재원을 요구받는 사업에 대한 추경 시점을 정하지 않은 상태다. 다만, 1분기 세입 감소 추세가 올해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와 도의 공통된 시각이다.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8월 전후 부동산을 비롯한 각종 경제 정책이 발표되는 등 경기 변동 요인은 하반기에 집중된다”며 “올해 경기가 지난해 수준까지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도 관계자는 “1분기 세수 확보 실적이 지난해 수준으로 좋은 편은 아닌 상황”이라면서도 “세수 부족 여부를 파악하려면 2분기까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주거빈곤 아이들 "곰팡이 핀 반지하... 집이 더 괴로워요" [집이 무서운 아이들]

“엄마, 집에 들어가기 무서워요. 우리 집은 왜 곰팡이가 가득해요?” 23일 오전 10시 수원의 한 주택가. 허름한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면 다섯 식구가 살고 있는 집이 나온다. 성인 4명이 겨우 누울 수 있는 작은 방, 화장실과 부엌의 경계가 모호한 거실, 곰팡이를 가리기 위해 여러 번 덧바른 벽지와 장판, 낮에도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이곳은 아홉 살 희진이의 집이다. 매일같이 고장나는 보일러 탓에 집에서도 양말을 두세겹씩 신어야 하며 추운 겨울이 되면 수돗물이 얼어 세수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곰팡이가 핀 벽지 때문에 매일 밤 가려운 피부를 벅벅 긁어 희진이의 온몸엔 새빨간 상처가 가득하다. 여덟 살, 열 살인 지연이와 지혁이 남매에게 허락된 공간은 안성의 33㎡ 남짓인 한 주택. 비좁은 공간에 들일 수 있는 가구는 엄마와 몸을 포개고 잘 수 있는 매트리스가 전부인 상황에서 지연이와 지혁이의 방은 꿈도 꿀 수 없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면 담배 냄새가 좁은 집안에 가득 차 마음 편히 열 수 없다. 얼마 전 친구 집에 다녀온 지혁이는 요새 부쩍 말 수가 줄어들었다. 커다란 텔레비전이 놓인 아늑한 거실, 마음껏 놀고 공부할 수 있는 나만의 방, 방마다 놓인 침대와 가구. 지혁이가 태어나서 처음 본 아늑한 집이었다. 따뜻한 온기로 아동을 안전하게 품고 보호해야 하는 집이 취약계층 아동들에게는 가장 무서운 공간이 됐다. 주거 환경이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아동주거빈곤가구의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도 등에 따르면 아동주거빈곤가구는 지하, 옥탑방, 쪽방 등 비주택이나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곳에 거주하는 만 19세 미만 아동 가구를 의미한다. 이 같은 가구는 지난 2021년 기준 경기도내 10만1천657가구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후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 정확한 현황도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과거 통계도 명확한 조사가 아닌 가구당 비율로 예측한 수치인데, 3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경기도는 실태 파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오현숙 서정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법적으로 정해진 주거 환경에서 지내지 못하는 아동 가구가 많지만 아직까지 잘 드러나지 못해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좋은 집에서 자랄 수 없는 것에 대한 책임이 보호자에게만 있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사회가 하루빨리 이들을 발굴해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맞춤 지원 전무… 주거급여로 생활 개선 ‘역부족’ [집이 무서운 아이들]

경기도내 주거 빈곤을 겪는 아동들이 최소 1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중위소득 47% 이하에게 주거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경제 활동이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임차료를 지급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구별 1인 가구 25만5천원에서 6인 가구 48만2천원 등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아동주거빈곤가구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기초생활수급비, 아동수당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각종 수당이 있는 것과는 별개로 아동주거빈곤가구를 위한 수당은 없다. 그나마 경기도에서 이들을 위한 지원 사업은 집을 청소하고 도배 및 장판을 새로 해주는 ‘클린 서비스’ 단 한 개에 그친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시적일 뿐 근본적인 문제인 주거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 이처럼 아동가구가 주거 환경에 대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이 아동들은 집에 대해 안 좋은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 2021년 경기도 아동가구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내 주거 빈곤을 겪고 있는 아동가구 중 63%는 현재 주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주거비 부담으로 식비 등 다른 지출을 줄인 경험이 있는 비율은 주거빈곤아동가구가 61.7%로 아동가구(27.5%)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로 된 집이 아닌 곳에 살아가는 것도 버겁지만 이를 위해 식비까지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각 지자체마다 아동주거빈곤가구에 대한 지원 근거가 상이한 상황이다. 도내 31개 시·군 중 20곳은 주거복지 지원 조례에 아동주거빈곤가구를 지원 대상으로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지원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 특히 아동인구가 18만여명에 이르는 수원특례시조차도 주거빈곤을 겪는 아동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으며 이를 개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군포, 부천 등 나머지 11곳의 경우 이들에 대한 지원 조례가 마련돼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 복지 체계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동주거빈곤가구를 위한 주거 급여를 개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승은 수원대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의 복지 시스템에선 아동의 빈곤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각지대에 놓이는 아동들이 생겨나는 것”이라며 “빈곤은 대물림 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은 물론 의료, 교육 등 모든 것이 허물어져 버린다. 아동주거빈곤가구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와 아동 주거 급여 등 아동을 위한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도내 아동주거빈곤가구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인력 문제 등으로 인해 정확한 실태 조사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클린 서비스 이외에 이들 가구에 대한 지원책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동주거빈곤가구를 발굴하고 알맞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돈맥경화에… 경기 지방도 사업 지연 ‘악순환’ [집중취재]

경기도내 시·군 곳곳을 잇는 지방도 건설사업이 예산 투입과 보상 지연, 재설계 등의 문제로 늦어지고 있다. 매년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사업장이 늘다 보니 전체적으로 사업 진행 속도가 더뎌지는 데 따른 문제로, 경기도는 지난해보다 사회적간접자본(SOC) 예산이 대폭 상승한 만큼 조기 착공·준공 사업장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1년 고시한 ‘제3차 경기도 도로건설계획’(2021~2025년)에 따라 20개 지방도 건설사업을 확정했다. SOC 예산을 투입해 지방도 건설사업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도내 시·군 간선도로망을 연결해 지역간 균형발전을 이루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도는 파주, 양평, 연천 등 도내 각 시·군에서 총사업비 8천111억원을 들여 64.33㎞의 지방도 확포장, 개량 등을 계획했다. 문제는 도의 지방도 예산이 적기에 투입되지 못해 단 한 곳의 사업도 준공되지 못한 데 있다. 지방도 사업은 100% 도 자체 예산으로 진행되는 만큼 한정된 지방비 예산을 여러 사업장에 배분하다 보니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아울러 매년 도내 공시지가가 상승하면서 토지 보상에도 난항을 겪는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지방도 건설사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 토지 가격은 12.31% 상승했다. 이 때문에 제3차 도로건설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지방도 사업은 지난달 기준으로 2개 사업장만 착공된 실정이다. 일례로 제3차 도로건설계획에 포함된 용인 완장~서리 지방도 321호선 4차로 확장사업(총 연장 4.61㎞·사업비 640억원)은 지난해 착공 예정이었지만, 예산 투입이 늦어지면서 투자심사를 받는 중이다. 또 안성 양기~양지(지방도 302호선) 4차로 확장(총 연장 2.13㎞·사업비 211억원)도 보상비 상승 등의 문제로 올해 설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파주 축현~내포(지방도 359호선) 4차로 확장사업(총 연장 2.66㎞·사업비 318억원)은 2022년부터 사업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도로 안전기준이 변경돼 선형(노선)을 다시 그려야 하기 때문에 재설계에 들어갔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지방도 건설사업은 도내 모든 시·군에서 진행돼 예산 안배가 골고루 투입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며 “개통이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착공과 준공을 차례로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민 삶과 밀접한 SOC… 예산 적기 투입 필요” [집중취재]

경기도내 지방도 건설사업에 예산이 제때 투입되지 못해 지연되자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편성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자체 예산은 복지 등 수요가 높은 곳에 우선 투입되기 때문인데, 도내 주요 도로 간선망을 이어주는 지방도 건설사업도 도민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경기도가 SOC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자원 조달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진세혁 평택대 국제무역행정학 교수는 21일 경기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방도 건설사업은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구조상 사업 적기 추진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결국 예산 투입이 늦어져 곳곳에서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에 따른 도내 불균형 발전과 사업비 증대 등의 우려가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도는 지난해보다 2천181억원 많은 4천445억원의 지방도 관련 예산을 올해 편성했다. 이에 대해 진 교수는 지방도 건설사업은 SOC 사업 일환으로 추진되는 만큼, 예산이 우선 집행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 적기 추진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지방도 건설사업은 도내 지역 간 균형발전을 이끄는 핵심 사업으로 볼 수 있기에 도가 예산 편성에 있어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지방도 사업별 시급성을 따져 도 자체적인 자원 조달 계획을 마련해 도가 추구하는 균형발전을 이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김현수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 교수는 최근 지자체 세수 결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지방도 건설사업 중요도를 분석, 적기 추진을 위한 로드맵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매년 도내 토지 비용이 상승하는 만큼, 토지 보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우선적으로 토지 매입에 나서야 하는 필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예산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면 도시 불균형 문제는 물론 주민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며 “이는 도내 시·군 간 도시 연결성과 연속성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SOC 사업 적기 추진을 위해 자체적인 단계별 예산 투입 계획 등을 마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주민 편의성 향상과 사업 적기 추진을 위해 사업 단계별 로드맵 등을 마련, 이에 따른 사업 추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텅텅 빈 ‘공공도서관’… 인천지역 문화복합공간 탈바꿈 시급 [집중취재]

“요즘 누가 멀리있는 도서관까지 가서 책을 봅니까? 그냥 집 앞 카페나 독서실을 가죠.” 21일 오후 4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학나래도서관 열람실. 시민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마련한 20여개의 좌석이 모두 텅 비어있다. 열람실 밖에 있는 6인용 책상 5개에는 고작 4~5명이 앉아있고, 그마저도 책이 아닌 노트북 등을 켜 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윤선영씨(39)는 “아이들과 함께 매주 도서관을 오는데, 언젠가부터 열람실은 텅 비어 앉아서 책 보는 사람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며 “밖에 있는 공용 책상에도 대부분 태블릿 등을 쓰는 사람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젠 도서관에서 책을 보는 것도 옛말”이라며 “학생들도 스터디카페를 가기에 도서관에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남동구 구월동 미추홀도서관도 마찬가지. 책이 가득한 3층 자료실에는 6인용 책상 18개가 있지만, 8~9명의 시민들만이 태블릿을 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지하 1층 열람실엔 334개의 좌석이 있지만, 20여명만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인천지역 공공도서관이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코로나19 전후로 노트북·태블릿 등이 확산하면서 책을 읽는 시민들이 줄어들어 도서관 이용률이 급감한 것은 물론 원도심 등 도심 외곽에 있다보니 인구 감소 등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선 인적이 끊겨가는 공공도서관을 많은 시민이 찾을 수 있는 문화 복합 공간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지역 64곳의 공공도서관의 방문자 수는 지난 2019년 1천580만8천85명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 2022년 867만5천659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계양·연수·중앙도서관 등 대형 도서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은 1곳 당 1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0명 미만에 그친다. 공공도서관 중 열람실이 있는 30곳의 공공도서관은 1일 5천96명이 이용 가능한 규모지만, 이용 인원이 적어 사실상 많은 공간을 놀리고 있다. 시는 이 기간 코로나19로 이용자 수가 줄어든 것은 물론 모바일·디지털 매체 확산, 인구 감소, 도심 외곽 위치 등 복합적인 현상으로 공공도서관의 이용률이 급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코로나19 원인을 빼더라도 해마다 이용자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지난해 이용객의 최종 통계를 확인해봐야 하지만, 계속해서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안팎에선 점점 쇠퇴하고 있는 공공도서관을 사회 변화에 발맞춰 주민들이 찾을 수 있는 지역 거점 공간으로 바꾸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라북도 전주시는 이 같이 쇠퇴하는 공공도서관을 책과 문화,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전주지역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에 각종 체험프로그램까지 연계, 많은 시민이 도서관을 찾도록 하고 있다. 이상정 미추홀도서관장은 “인천의 대표 도서관이지만, 크기에 비해 찾아오는 사람이 계속 줄어들어 공간 활용이 좋지 않다”며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까지 찾아올 수 있도록 전반적인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도서관을 확장한 개념의 문화공간으로 발전시켜 지역 거점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 봉화 종착지… ‘수원화성 봉돈’ 불꽃 되살리자 [집중취재]

1796년 9월,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이를 외호하기 위해 수원화성을 설계했다. 아버지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정조가 수원에 자주 머물게 되면서 성 안의 유일한 봉수대인 ‘봉돈(烽墩)’은 남산의 봉수대와 함께 ‘제2의 한양’을 지키는 전국 봉화의 종착지가 됐다. 봉수는 횃불(봉)과 연기(수)로 급한 소식을 전하던 전통시대의 통신제도다. 높은 산에 올라 불을 피워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불빛으로 그 신호를 알렸다. 평상시엔 1개의 봉수가 피어올라 나라의 안녕(安寧)을 상징했다. 적국이 국경 가까이 나타나면 2개가 올라 위급함을 알렸고, 국경에 이르면 3개, 침범 시 4개, 전투를 시작했을 땐 5개의 봉수가 모두 올랐다. ‘육지’에선 부산 동래 다대포에서 피어오른 불이 용인 건지산과 석성산을 거쳐 수원으로, ‘바다’에선 전라도 순천의 횃불이 안성 흥천대에서 서봉산을 통해 시속 100㎞로 달려와 봉돈의 불을 밝혔다. 이렇게 전국의 횃불이 수원까지 모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시간 남짓. 매일 오후 8시가 되면 전국에서 쏘아올린 ‘이상 없음’을 뜻하는 1개의 봉수가 봉돈에 도착해 어김없이 행궁을 비췄고, 이를 본 백성들은 무사히 두발 뻗고 잘 수 있었다. 봉돈은 지금도 수원화성의 동이포루와 동이치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일반적인 봉수대가 주변을 잘 살필 수 있는 산 정상에 있는 것과 다르게 봉돈은 행궁을 마주보기 위해 유일하게 성벽에 맞물려 성곽 중간에 만들어졌다. 20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벽돌을 쌓아 올려 정교하게 지어진 예술적 특징은 여전하다. 이러한 ‘봉돈’은 1896년까지 100년간 불을 밝혔지만 왜구의 침입 가능성이 적어지고 전신(電信)이 생기면서 불이 꺼졌다. 1971년부터 2단계의 복원정비사업을 거쳐 보존됐으나 그 가치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수원화성이 경기도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지만, 봉돈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알고 있는 시민은 많지 않다.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의 새로운 콘텐츠 요소로 ‘봉돈’을 재조명해 화성을 더욱 알리고, 역사적 가치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해득 한신대 사학과 교수는 “조선 시대 전국엔 650개의 봉수대가 있었지만 종착지로서의 봉수는 남산과 화성 단 2곳 뿐이었다”며 “봉돈의 건축 특징, 가치 등을 알리는 것은 역사문화적으로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년째 판박이 관광사업… 관광객 발길 ‘뚝’ [집중취재]

세계유산인 수원화성의 관광특화사업이 수년째 정체되면서 내·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 안팎에선 수원화성의 성곽 등을 활용한 새로운 전통문화·관광 콘텐츠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수원문화재단에 따르면 수원화성의 관광객은 지난해 103만901명으로, 지난 2016년(166만9천847명)과 비교해 38%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외국인은 14만6천648명에서 4만796명으로 72%나 대폭 줄었다. 관광객이 7년째 꾸준히 줄고 있지만, 수원화성의 관광 사업은 매년 제자리걸음이다. 정조대왕 능행차·행궁동 왕의 골목여행·국궁장 등 관광체험시설·화성어차 탑승 등의 관광사업이 수년 간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1년부터 화홍문 등에 미디어아트쇼를 추진하는 사업이 만들어진 정도다. 특히 1979년 수원시가 화성의 성곽을 모두 복원해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성곽을 홍보, 활용한 관광 사업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수원화성을 다녀간 관광객 홍기배씨(75)는 “중학생인 손자와 수원화성에 왔다가 ‘왜 봉수대가 아닌 봉돈이라고 부르느냐’, ‘봉돈에 왜 연기나 불이 없느냐’는 등의 질문을 들었다”라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성곽, 봉돈을 그대로 놔두기 보다, 실제 연기를 피우거나 그게 어렵다면 불꽃 모양의 전등 등을 달아 밤에 멀리서도 환하게 보이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원화성만의 시그니처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봉수대를 활용한 관광사업이 활발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서울시는 수원 봉돈과 함께 전국 봉수의 집결지이던 ‘남산’ 봉수대에서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정오 12시에 연기를 피운다. 지난 2006년부터 서울시의 문화유산을 활용한 사업 중 하나로 1구의 봉수대에 10분간 연기를 피워 봉수대의 역할을 알리고, 남산을 홍보하고 있다. 시민들이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뿐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강릉시 역시 지난해 9월 ‘소동산’ 봉수대에서 거화의식을 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봉수의 면모를 재현해 홍보에 전념할 계획을 세웠다. 안국진 수원시정연구원 수원학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수원화성에서 ‘정조대왕 능행차’ 행사를 큰 규모로 하기 때문에 봉돈에도 불꽃을 피워 능행차와 맞물려 홍보하고, 세계적인 문화 관광 이벤트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곽이 보존돼 있지만, 성곽에 대한 홍보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봉돈의 역할과 기능, 성곽에서의 신호 체계, 성곽의 기능 등 교육하고 홍보할 수 있는 부분이 많기에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마케팅 대안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문화재단 관계자는 “수원화성이 세계유산인 만큼 시설물에 인위적인 조작을 하려면 문화재청의 심의가 있어야 한다”며 “수원화성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봉돈을 이용한 이벤트를 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쓰레기 더미 옛 기찻길… 인천 곳곳 폐선로 ‘눈살’ [집중취재]

“이젠 안 쓰는 기찻길이라는데, 온통 잡초와 쓰레기뿐이네요.” 22일 오전 9시께 인천 중구 수인선 신포역 인근 폐선로. 철길 곳곳에는 버려진 폐트병과 비닐봉지, 소주병 등이 널브러져 있다. 철길 주변으로 풀과 나무 등이 우거졌고, 잡초들이 철길을 뒤덮어 스산한 느낌까지 든다. 철길 옆으로는 녹슨 철조망이 쳐져 시민들이 들어갈 수도 없게 막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22년 공식 폐선 이후 기차가 다니지 않고 있다. 주민 임동연씨(57)는 “옛날엔 기차가 오가 시끄럽기도 하고 냄새도 나서 주민들의 피해가 컸다”며 “이젠 기차도 안 다니는데 쓰레기만 쌓이고 온통 폐허처럼 변해 있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부평구 부평미군기지 동측 폐선로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단지 아파트가 인근에 있는 도심인데도 한편에 총 3.88㎞에 이르는 녹슨 갈색 철길이 방치해 있다. 폐선로와 울퉁불퉁한 돌멩이가 널려 있다 보니 시민들은 이 길을 걷지 않고 건너편 인도로 오간다. 주민 김영우씨(27)는 “철길이 칙칙하고, 폐선로와 돌길이라 울퉁불퉁해 굳이 이곳을 지나가진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시내 곳곳에 있는 폐선로가 방치 중이다. 수십년간 인천의 경제 발전을 이뤄낸 주축에서 이젠 기능을 다했지만, 여전히 도심을 단절시키며 원도심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연구원 등에 따르면 인천의 폐선로는 10여㎞에 이른다. 이중 시민들의 생활권과 가까이 있는 폐선로 구간은 중구의 석탄부두선 2.7㎞, 부평구 군용철도 3.88㎞, 동양화학선 일부 등이다. 전찬기 인천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폐선로는 1900년대 지역 곳곳에 물자를 날랐지만, 현재는 아예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며 “하지만,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이젠 되레 도심의 흉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폐선로를 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시와 중·미추홀·부평구 등은 수년 전부터 폐선로 활용을 위한 계획을 마련하고 있지만 제자리걸음이다. 폐선로마다 소유주가 다른 데다, 트램(TRAM) 등의 계획 등에 묶여 있다 보니 단기적인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부평구에 있는 군용철도는 국방부의 소유이고, 나머지 경인국철 등과 이어져 있는 구간은 국가철도공단(KR)이나 코레일 등이 갖고 있다. 시 관계자는 “관련 기관과 함께 단기적으로 폐선로에 있는 쓰레기도 치우고 경관 정비 등에 나서겠다”며 “우선 선로를 철거하지 않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인천 ‘흉물로드’ 버려진 철길... ‘힐링로드’ 재탄생 절실 [집중취재]

인천시의 폐선로를 활용한 트램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폐선로들이 버려져 있다. 트램 사업 본격화 전 폐선로를 주민 휴식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3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곳곳의 폐선로를 활용한 트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34년 개통 목표로 연안부두에서 인천·가좌역을 거쳐 부평역까지 총 18.7㎞를 잇는 ‘부평연안부두선’ 트램 사업이 대표적이다. 인천시는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중구 일대에 있는 석탄부두선(축항선)과 부평구 미군기지 인근 군용철도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천시의 부평연안부두선 트램 사업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사업성이 부족해 국토교통부의 투자심사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시는 인천내항 재개발 계획에 이 같은 트램을 반영할 계획이다. 지역 안팎에선 트램 사업을 본격화 하기 전 폐선로를 활용한 주민 휴식 공간 조성 또는 관광자원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의 트램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져도 10년 이상 남은 데다 사업성 부족 등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경의선 폐선로는 선형 숲길 공원으로 조성돼 시민 휴식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춘천시도 폐선로와 지역 자연환경을 활용해 레일바이크를 운영하는 등 관광자원화 했다. 신일기 인천가톨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인천에는 역할을 다한 채 방치돼 있는 철길이 곳곳에 있어 충분히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특히 인천의 폐선로들은 다양한 사연과 역사를 갖고 있다”며 “이를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콘텐츠화해 문화공원 등 주민 휴식 공간으로 만들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폐선로 구간은 아직 각종 인프라가 부족해 트램을 하기엔 사업성이 낮다”며 “시가 트램 사업 전 10여년 간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폐선로 활용을 위해 중구와 부평구 등 관련기관과 협의하고 있다”며 “부평 군용철도는 올해 상반기 중 환경 개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지촌’ 사라진 동두천·파주…아프리카계 외국인이 채웠다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⑤

⑤기지촌 사라진 동두천 보산동. 파주 법원읍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이주민 및 다문화 가정의 구성 형태가 중국·베트남 같은 아시아계를 넘어 아프리카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의 발자취를 따라 K-ECO팀이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경기북부지역, 신흥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동두천시 보산동과 파주시 법원읍이다. 그간 방문했던 외국인 집주 지역과는 또 다른 모습이 취재진을 반겼다. 15일 찾은 동두천시 보산동. 보산역에 다다르자 보인 거리는 영어 간판으로 뒤덮여 있었고 곳곳에는 검은 피부에 큰 눈을 가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같은 날 파주시 법원읍에서도 어렵지 않게 흑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인들이 모여 새롭게 마을을 이뤄가고 있는 이 두 곳의 공통점은 오래전 ‘기지촌’의 역사로 거슬러 간다. 한국전쟁 이후 1960~1970년대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한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에는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이 사용한 쪽방촌과 미군 점유 주거지가 대거 들어섰고, 내수 경제의 한 축이 될 정도로 크게 활성화 됐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나면서 동두천 캠프 케이시, 파주 캠프 보먼트와 캠프 버드를 둘러싼 미군 이전, 공여지 반환 이슈 등으로 군부대 앞은 점점 비어갔고, 보산동과 법원읍은 외국인은 물론 원주민마저 대거 빠져나가 황량한 마을이 됐다. 이들의 공백으로 빈 건물이 늘어가고 지역 경제가 침체되자 건물주들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건물 용도를 거주지로 전환, 월세를 대폭 낮춰 세입자를 들이는 등 추락한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자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이러한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이었다. 저렴한 임대료에 기존 미군기지의 영향으로 영어 문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이들이 정착하기 알맞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보산역 월드푸드스트리트 길 맞은편 골목에 들어서면 상점들이 즐비해 있는데, 이 중 절반 가량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을 위한 상점이다. 아프리카의 소울을 담고 있는 레게 헤어샵과 이들 특유의 화려한 악세서리샵, 아프리카 전통 식당이 들어서 있다. 저녁 시간만 되면 이곳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에서 8년 동안 운영 중인 슈퍼마켓은 미군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아프리카계 외국인 덕에 다시 간판을 환하게 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장 A씨는 “저녁 퇴근 시간이 지나면 과일, 채소 등 식재료를 사러 오는 아프리카 인들이 많다”며 “손님의 절반가량이 아프리카계라서 안내문구도 영어로 작성해 놨다”고 말했다. 파주 법원읍 대능5리에 위치한 ‘문화창조 빌리지’도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안식처가 돼 주고 있다. 문화창조 빌리지는 10여년간 비어 있던 기지촌을 문화·예술인 육성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던 정부가 조성한 마을이지만, 당초 목적과 달리 예술인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지며 잊혀갔고 현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정착지가 됐다. 이들은 낯선 환경에서도 동향 사람들과 가까이하며 마음을 나누는 등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은 신흥 외국인 집주 지역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 아프리카계 증가하는 동두천·파주…국적은 나이지리아 최다 동두천과 파주 등에 집중적으로 몰려 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이미 터를 잡고 있었던 만큼 생활 인프라 등이 좋아 새롭게 유입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건데, 가장 많은 국적은 나이지리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동두천시에 동록된 외국인은 총 3천788명이다. 국적 별로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외국인이 524명으로 가장 많았고, 라이베리아(120명)·가나(89명)·아이티(20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보산동에는 동두천 전체 외국인의 25%인 960명이 살고 있는 만큼,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대다수는 이곳에 터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파주시 역시 다수의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국적 수 상위 3개 국가(나이지리아·가나·남아프리카공화국)를 기준으로 보면 2021년 287명, 2022년 302명, 2023년 327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난민신청자 등에 해당하는 G-1 비자나 기타 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보산동에 거주하는 외국인 974명 중 308명이 G-1 비자, 307명이 기타 비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주시에서도 1만2천133명 중 883명이 G-1 비자로 거주하고 있다. ■ “아프리카 근로자 없는 경기북부 섬유공장, 상상하기도 힘들죠” 이같이 동두천과 파주 등에 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주로 섬유, 가죽, 패션 등이 특화된 양주와 포천, 동두천에 소재한 섬유·염색 등 공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3D 산업’으로 여겨지며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 규모의 공장 곳곳에 녹아들며,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경기북부 지역경제의 가장 밑바탕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주에서 섬유공장을 운영 중인 사장 김모씨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이 없는 공장은 상상조차 힘들다’고 단언했다. 현재 김씨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5명 중 2명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국인 고용 시엔 비싼 인건비 때문에 경쟁 상품인 중국·동남아산 섬유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꾀하기 힘들다고 했다. 동두천 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가죽 가공업체도 전체 직원 4명 중 2명이 아프리카계 외국인이다. 물론 나머지 2명 역시 동남아 출신 외국인이다. 업체 대표 이모씨는 가죽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일 자체를 내국인이 기피하다 보니 외국인이 없다면 공장을 운영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애초에 이 일을 하려는 내국인이 별로 없다”며 “공단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없고 아프리카계 등 외국인이 많은데, 이들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기 힘들다는 사실은 모든 기업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다수 포진한 경기북부지역의 섬유 생산은 전국 섬유 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기북부의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섬유·염색 공장 외에도 농공시설이나 폐차장 등에 종사하며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박혜원 경기북부이주민센터장은 “동두천에 있는 닭고기 마니커 공장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을 위한 섹션이 따로 구분이 돼 있을 정도”라며 “이미 경기북부의 산업적인 측면에선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 병원, 한국어교육까지…아프리카인 거점 된 종교시설 “A-men” 매주 일요일 오후 12시. 동두천 보산동에 위치한 자유로운교회에선 특별한 예배가 시작된다. 흑인 목사의 주도 아래 이들은 각자 지난 한 주를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로운 날을 위해 기도한다. 흑인으로 가득한 이곳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꾸려졌다. 예배는 물론 전도와 교육까지 모든 절차와 과정을 흑인들이 직접 이끌어 간다. 약 20개국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한 주를 시작하게 된 것은 종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기독교인은 현재 약 7억 3천400만명으로 대륙 전체 14억 인구의 52.4%를 차지한다. 또 교인은 연간 약 3%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아프리카인들의 남다른 기독교 사랑은 이주 후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기북부이주민센터를 많이 찾았는데, 이곳을 찾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서로 모여 종교단체를 구성, ‘자유로운교회’라는 이름으로 매주 함께 예배를 드리며 종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교회를 통해 종교 외에도 의료 서비스,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교회에서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을 위해 치과를 운영하는데, 대부분의 치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항상 아프리카인들로 북새통이다. 부모 손을 잡고 교회를 찾은 아프리카계 어린 친구들에게도 교회는 특별한 공간이다. 아이들은 토요일 오전 교회를 찾아 한글 수업을 듣거나 일요일 예배를 마친 뒤 교회 놀이방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한글이 서툴러 언어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부모들은 아이들이 주말 한글 교실에 참석해 언어 습득을 돕고 친구와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한국어 교육은 인근에 있는 천주교 단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의정부 천주교구 동두천 엑소더스(EXODUS)는 교육과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센터를 운영,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외국 아이들에게 한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센터 1층 떼꿈(TECUM)은 지역아동사목위원회가 난민 가정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공부, 식사, 체험활동을 하는 데 사용 중이며 2층은 엑소더스로, 이주사목위원회가 난민 상담과 교구의 ‘1본당 1난민가정 돌봄 사업’의 중심 공간이다. 파주 법원읍 법원리에도 주말이 되면 아프리카인들의 열정적인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아프리카계 외국인 수십명으로 이뤄진 법원리 CHRIST APOSTOLIC INTERNATIONAL 교회는 오전 예배를 마친 뒤 한국인 목사를 통해 아이들을 위한 한글 공부방을 운영, 아프리카 아이들이 교육에 뒤처지지 않도록 뒷받침이 돼 주고 있다. 교회를 운영하는 가나 출신 프랑코씨(53)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교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며 “교회는 우리에게 종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가족과 행복하게”…보산동·법원읍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소박한 꿈 파주 법원읍에 사는 인디필립(11)은 엄마와 동생과 함께 두 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머나먼 한국까지 왜 올 수밖에 없었는지 ‘이주’가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지만, 열한 살 꼬마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은 궁금한 것 투성이다. ‘말괄량이 아이’ 같은 인디필립에게 법원읍은 벌써 ‘우리 동네’가 됐다. 같은 나라에서 온 동갑내기 친구들은 물론 말은 완벽하게 안 통해도 어느새 학교에는 함께 장난을 치는 한국인 친구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너무 잘해주고 아프리카 친구들도 있는 우리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인디필립과 비슷한 나이대의 딸들을 키우는 나이지리아 출신 은고지는 12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던 남편을 따라 그는 두 살배기 딸과 이태원에 처음 정착했다. 문화권이 달랐던 그에게 적응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이태원을 떠난 은고지 가족은 평택을 거쳐 보산동에 지난 2019년 뿌리를 내렸다. 그 사이 두 살이었던 첫째 딸은 중학생이 됐고, 한국에서 태어난 둘째와 셋째 딸도 보산초에 다니고 있다. 은고지 가족의 꿈은 소박하다. 일자리를 구해 세 딸과 ‘제2의 고향’ 보산동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사는 것이다. 최근 아주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은고지씨는 구직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제 가족이 보산동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여전히 이민정책 상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원만히 해결돼서 보산동에 계속 살고 싶고, 열심히 번 돈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20년 전 한국에 들어와 2009년에 동두천으로 이주한 ‘보산동 토박이’ 벤자민 아나짐바(47)의 꿈도 다르지 않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에서 산 벤자민은 개인 사업부터 공장 일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다. 양주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최근 부천의 한 섬유공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10년 전 보산동에서 태어난 아들 해리슨에겐 이미 한국어가 더 자연스럽다. 비자 문제로 아내가 한국으로 못 들어오고 있는 탓에 그는 엄마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그런 그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다. 이 맘 때 한국인 부모들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것처럼 벤자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아들이 친구들을 잘 사귀어서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아들과 함께 제2의 고향이기도 한 보산동에서 비자나 생활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 소박하지만 가장 바라는 꿈”이라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인천 청라친환경복합단지 10년째 ‘빈 땅’… 핵심시설 無소식 [집중취재]

한국농어촌공사의 인천 청라친환경복합단지 조성 사업이 10년째 지지부진하다. 수익성이 높은 오피스텔 및 상업시설의 땅만 매각했을 뿐, 핵심 시설인 화훼단지와 연구개발(R&D) 및 첨단산업용지 개발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빈 땅으로 방치 중이다. 11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농어촌공사 등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지난 2003년부터 인천 청라국제도시 북쪽 42만㎡(12만평)에 화훼단지와 R&D 및 첨단산업단지에 휴양기능까지 결합한 친환경복합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관광과 친환경 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미래기술이 결합한 친환경 농업 단지 조성이 목표다. 그러나 화훼단지 등의 주요 시설 유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오피스텔 단지’로 전락했다. 현재 이곳의 상업시설·휴양용지 분양은 모두 이뤄졌으나, R&D·첨단산업용지·화훼산업단지 등은 여전히 허허벌판이기 때문이다. 농어촌공사는 전체 부지인 42만㎡ 중 휴양용지 12만4천㎡(3만7천평)와 상업시설 용지 4만㎡(1만2천평)은 분양을 마쳤지만, 나머지 16만8천㎡(5만평)은 수년째 분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지난 2021년 화훼산업단지 부지 10만㎡(3만평)에 화훼유통과 도매센터를 비롯한 박물관 등을 유치하겠다는 밑그림을 그렸지만, 사업자를 찾지 못해 결국 백지화했다. 또 R&D 및 첨단산업용지인 6만8천㎡(2만평) 역시 지식산업센터를 유치할 구상이지만, 부동산 시장 악화 등으로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날 R&D 및 첨단산업용지 일대는 높은 펜스가 세워져 있고, 안에는 잡초와 갈대만 무성하다. 또 비닐·플라스틱 등의 버려진 쓰레기도 곳곳에 쌓여있다. 인근의 화훼 전시·박물관이 들어서야 할 부지도 마찬가지로 텅 비어 있다. 부지 한켠엔 농어촌공사가 세워둔 무단출입 및 쓰레기 투기 금지 등의 경고문만 세워져 있다. 특히 이미 분양이 이뤄진 휴양용지도 당초 계획에 어긋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농산물 관련 교육기관과 농산물 유통 센터를 계획했으나 현재는 드론 교육장만 들어서 있다. 농어촌공사는 최근 도로 9곳 2.4㎞, 상하수도 9.3㎞, 공원 1곳 1.5㏊, 완충녹지 3곳 1.5㏊ 등의 기반공사만 마쳤을 뿐, 전체적인 사업은 10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하다. 이순학 인천시의원(더불어민주당·서구5)은 “사업자가 돈벌이에 급급해 오스피텔과 상가만 분양했을 뿐, 정작 사업의 핵심 시설 유치에는 손을 놓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천경제청이 사업자가 당초 사업 취지대로 핵심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나서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주요 시설 유치를 빨리할 것을 요구하며 화훼단지 등이 빨리 들어설 수 있게 하겠다”고 해명했다.

촉법소년 범죄 느는데… 지문자료 없어 ‘수사 난항’ [집중취재]

최근 촉법소년 범죄가 급증하면서 지문등록의 의무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민등록증 발급 등 지문등록 시기를 앞당겨 촉법 소년 등 미성년자 범죄 수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6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기지역의 촉법소년 범죄는 급증했다. 연도별로 보면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은 2019년 2천649명에서 2020년 2천822명, 2021년 3천242명, 2022년 5천55명, 지난해 5천924명으로 매년 늘었다. 특히 이 기간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로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 역시 116명, 118명, 128명, 183명, 257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이 같은 촉법소년 범죄 급증에도 수사는 쉽지 않다. 많은 범죄 수사에 지문감식이 활용되지만, 만 17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지문등록 의무가 없어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지문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만 17세 이상의 국민들에게 지문 등의 정보가 담긴 주민등록증을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이 ‘지문 등 사전등록제’를 통해 18세 미만 아동 등의 지문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이는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 실종아동을 찾는 목적 외에는 활용될 수 없다. 그러나 촉법소년 등 미성년자의 지문이 범죄 수사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됐다. 지난해 9월24일에는 의정부시의 한 인형뽑기방에서 학생 3명이 지폐교환기를 뜯고 400만원에 달하는 현금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이 학생들은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었던 데다 전과도 없어 한동안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지문 재검색을 통해 범행 당시 미성년자 신분이었던 피의자들이 검거되는 경우도 많다. 경찰은 주기적으로 미제사건의 사건 용의자 지문을 대조해 범인을 검거하고 있는데, 지난 2017년에는 미제사건 482건의 사건 용의자 지문을 대조해 177명(154건)을 검거했다. 범죄 유형별로 보면 살인 2건, 강도 6건, 성폭력 1건, 절도 등 145건이다. 사건발생 당시 연령 등을 분석한 결과, 미성년자가 161명으로 가장 많았다. 성인은 15명, 외국인은 1명이었다. 이처럼 미제사건의 피의자 중 미성년자가 많은 것은 사건 발생 당시 미성년자였을 경우 주민등록증 발급 대상이 아니어서 지문 자료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문등록 의무 연령을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등 미성년자 범죄가 점차 지능화·흉포화되고 있다”며 “지문 등록의 의무 연령을 낮추면 경찰 수사 과정에서 증거 확보 등을 통해 범인을 특정해 조기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다만 지문 등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국가는 일부에 불과하다. 아직까지는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지문 등록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문등록 의무화… 범죄 예방 vs 인권 침해 ‘팽팽’ [집중취재]

촉법소년 등 미성년자 범죄 예방을 위해 지문등록 의무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청소년의 인권을 제한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청소년의 경우 자기 결정권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문 등록을 강제할 경우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6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문 등의 정보가 담긴 주민등록증 발급은 1968년부터 만 18세 이상의 국민을 대상으로 의무화됐다. 이후 1975년 민방위대 및 전시 인력동원대상자 연령과 일치시키기 위해 만 17세로 인하, 지금까지 약 50년간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민등록증은 신원 증명과 함께 원활한 행정 처리를 위한 거주관계 확인 등에 사용된다. 경찰은 여기서 축적된 지문 정보를 토대로 수사 과정에서 용의자, 변사자 등의 신원 확인에 활용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만 17세 미만의 경우 범죄 등의 사건에 연루됐을 때 신속한 신원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이 지문을 확보해 피해자들의 신원 확인에 나섰지만 미성년자가 일부 포함돼 있어 애를 먹기도 했다. 지문이 등록된 성인의 경우 20~30분 내외로 신원이 조회됐지만, 미성년자의 경우 실종신고 등을 토대로 신원을 파악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유와 범죄 예방 등을 위해 지문등록 의무 연령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지문 등록 연령을 낮추면 아동들의 실종 문제나 각종 사고 등의 피해자 식별도 원활해진다”며 “특히 강력범죄의 저연령화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아이들의 성숙도나 강력범죄 발생률 등을 고려해 만 17세 미만의 아이들도 의무적으로 지문을 등록하도록 하는 등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소년 인권 침해 등을 이유로 청소년들의 지문 등록을 의무화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8년 국회에서 실종에 대비해 아동의 지문을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에 부딪혀 무산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청소년은 자기 결정권이 부족한 나이”라며 “지문이라는 생체정보를 포함해 얼굴, 성명, 성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광범위한 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등록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행정안전부도 당장 지문등록 의무 연령 하향 등을 추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나, 청소년들의 지문 수집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단계”라며 “아직까지는 주민등록 발급 연령 등을 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고래 싸움에 환자 고통 커져... 양측 절충안 찾아야 [집중취재]

의대 정원 확대를 두고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나며 ‘의료공백’ 사태와 함께 ‘총궐기대회’까지 벌어지자 일단 해결책부터 모색하는 게 선순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필수 의료 인력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제시하면서 의료수가 제도 개선을 고민하고, 의료계는 본인들이 희망하는 적절한 증원 규모를 정부와 논의하는 등 양측이 절충안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의료계가 반발하는 주된 이유는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의료 인력이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 등 비인기 진료과목으로 옮기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의대 정원을 늘리더라도 이 같은 필수 의료 인력을 ‘언제’, ‘어떻게’ 배치하고 조정할지가 관건인데 이에 대한 대책 없이 무작정 정부가 증원만 논한다는 주장이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다른 분야보다 고발 위험성 등이 높은 필수 의료 과목을 선택하지 않다 보니 의료 현장은 이미 초토화 직전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이들이 필수 의료 쪽으로 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며 “정부가 여론에 편승한 ‘의사 악마화’를 멈추고 필수 의료 인력에 대한 지원 강화부터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진료수가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동반된다. 수가 제도는 의료인이 제공한 진료행위마다 항목별로 가격을 책정해 진료비를 지급하는 것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수가가 낮아 낙후된 의료 서비스와 인프라를 펼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다. 앞서 2022년 8월 대한의사협회 역시 “‘수가 제도’를 활용하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뇌 관련 수술 수가를 비교한 결과 국내 수가가 일본의 20% 내외 수준을 보였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당시 의협은 ‘두개내 종양적출술(송과체부 종양)’ 수술의 우리나라 수가는 244만9천531원이지만 일본은 1천581만원으로 6.45배 차이였고, ‘경비적 뇌하수체 종양 적출술’은 한국 199만700원, 일본은 872만원으로 4.38배(4.38배) 차이였다고 분석했다. 의료계 내부에선 수가를 올리면 단순히 의사들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올라간 돈만큼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질적인 필수 의료인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꺼내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한림대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방에 위치한 대형병원 응급실의 경우 의사들에게 줄 돈도 빠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증원을 이어간다면 의료 품질은 오히려 악화될 것”이라며 “더 나은 의료 서비스와 인프라 구축을 위해 적절한 범위 내에서 수가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상호 협의를 통해 증원 규모를 논의하는 게 급선무다. 홍승봉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성균관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은 “최근 협의회 자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20.9%는 의약분업 이전처럼 350명 증원 규모를, 그 외 24.9%는 500명 증원이 적당하다고 응답했다. 절반에 달하는 45.8%가 350~500명 증원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셈”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모두 양보하고 적절한 증원 규모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배극렬 거점국립대학교수회연합회장도 “정부의 2천명 증원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물음은 있지만 이대로 정부와 의료계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 의료 공백을 막기는 점점 어려워 질 것”이라며 “필수 의료와 지방 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정부와 의료계가 ‘조건 없는 협의를 통한 의료대란 조기해결’을 우선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약 2주간 전공의들이 근무지를 이탈하며 ‘의료 공백’이 우려된 가운데, 이날(3일)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까지 열리면서 결국 파업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의과대학 정원 2천명 증원에 대해 정부 스탠스(입장)가 변화한 바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들에겐 “불가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며 법적 처분을 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백찬기 대한간호협회 홍보국장은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에 간호사들만이 남아 가뜩이나 많던 현장 업무가 가중되는 중”이라며 “정부와 의료계가 하루 빨리 강경 대치를 끝내고 대화에 나서야 환자들의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료수가란 건강보험공단과 환자가 의사나 약사 등의 의료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

위기의 인천 새마을금고, 자산건전성 지표 시중은행 최대 130배 [집중취재]

인천의 서민과 소상공인의 금융파트너인 새마을금고(MG)의 경영이 휘청이고 있다. 인천 곳곳 동네마다 들어선 새마을금고는 주민이 낸 출자금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 형태의 은행이다. 하지만 인천의 새마을금고 53곳 중 절반 가까이가 부실채권과 대출 연체 등으로 적자를 보고 있다. 이 같은 부실 새마을금고 때문에 주민들은 맡겨둔 예금까지 사라질까 불안해하고 있다. 경기일보는 인천지역 새마을금고의 경영 상태 등을 분석해보고, 이에 따른 해결 방안 등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인천의 53곳 새마을금고 중 23곳(43%)의 경영 상태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경기일보가 인천지역 새마을금고 53곳의 지난해 상반기 정기 공시 자료를 전수 조사해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감독 기준 등은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을 자산건전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삼고 있다. 이 비율은 은행들이 대출을 해 줄 때 혹시 못받을 것을 대비해 마련한 대손충당금을 감안 것으로, 낮을 수록 경영이 안전하다. 3% 이하는 ‘1등급(우수)’, 4~6%은 ‘2등급(보통)’이다. 반면 7%가 넘으면 ‘3등급(취약)’, 9%가 넘으면 ‘4등급(위험)’으로 분류해 사실상 경영이 부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에서는 53곳 중 17곳(32%)의 새마을금고가 4등급이다. 신선(23.44%)이 무려 20%를 넘으면서 경영 악화가 심각했고 관교문학동(19.29%), 남인천(15.34%), 도화1동(15.65%), 도화3동(15.39%) 등의 순이다. 이 밖에 미추홀(11.15%)·석바위(16.1%)·온누리(14.23%)·용일(16.6%)·제물포(8.87%)·한마음(10.53%)·송림(11.28%)·송화(14.08%)·서인천(8.32%)·서일(12.86%)·서해(10.35%)·연수(14.1%) 등이다. 또 3등급은 부평제일(7.13%)·신포중앙(7.75%)·새인천(7.88%)·학익(7.61%)·정서진(7.59%)·동인천(7.65%) 등 6곳이다. 이는 일반 시중은행 평균 0.18, 저축은행 평균 3%와 비교하면 최대 130배 높은 수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금 회수가 불안정 할 수록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이 높다”며 “일반적인 은행과 비교하면 새마을금고 수치는 매우 높아 경영이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이들 새마을금고들은 서민 등을 위한 가계 대출 이외에도 각종 건설사업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나섰다가 최근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대손충당금이 쌓여 경영이 어려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관교문학동, 도화1동, 도화3동, 미추홀, 석바위, 온누리, 용일, 송화, 부평제일, 정서진, 연수, 동인천, 신선 등 13곳의 새마을금고는 지난 2021년부터 지속적으로 3~4등급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새마을금고의 자산건전성이 낮으면 금고 운영을 위해 출자금을 낸 조합원의 배당금은 불투명하다. 또 예금 가입자들도 이자는 물론 5천만원을 초과하는 원금까지 되돌려받지 못하는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관교문학동 새마을금고 관계자는 “경영에 최선을 다했지만, 어려운 경기 여건으로 계속 4등급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경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 경영 실적에서는 3등급으로 1계단 올라가는 등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경영대학원장은 “새마을금고는 농협과 달리 중앙회의 권한이 매우 약한 각자 독립채산제 형태다 보니 전문적 경영이 이뤄지지 않아 이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오랫동안 경영이 나쁜 새마을금고는 조합원에게 배당금을 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칫 출자금이나 예금 등까지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속으로 4등급을 받으면 다른 곳과 통폐합하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거나 농협처럼 중앙회가 지원해주는 형태의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본부 관계자는 “인천의 많은 금고에서 PF로 인한 손실 등으로 적자가 발생하는 등 자산건전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금융당국 등과 협조해 앞으로 자산건전성을 높이는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다만 자본적정성이나 경영 상황까지 포함한 전반적인 실태는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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