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노동자 죽음’ 못 막고…산업경기 발목만 잡았다

올 초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 시행되고 있지만, 사각지대가 넓은 경인지역 산재사망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조치 의무 위반으로 발생하는 인명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정,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현 시점에서 적용 대상은 50인 이상 사업장이며, 오는 2024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도 포함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산재사망을 비롯한 중대재해가 소규모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산재사망자 828명 중 670명(80.9%)은 법이 적용되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아예 배제된 5인 미만 사업장만 따져도 산재사망자가 318명(3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인지역의 경우 전체 사업장 63만5천여곳 중 62만7천곳(98.8%)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5인 미만 사업장만 떼어 봐도 약 46만6천곳으로, 73.4%를 차지한다. 경인지역 사업장 중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곳은 1.2%에 불과하니, 100%에 수렴하는 사업장이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같은 사망사고가 벌어져도 사후 조치가 제각각이다. 이날 새벽 과천시 지식정보타운 건설현장에선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포클레인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문제의 현장은 원청과 하청업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으로, 원청업체는 옛 대림산업 건설사업부인 DL이앤씨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달 28일 부천시 내동의 창고에서도 천막을 설치하던 작업자가 5m 높이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고, 같은달 12일 인천 계양구의 의료기기 도장 공장에서도 한 근로자가 독성물질에 중독돼 사망했다. 그러나 이들 현장은 모두 소규모 사업장인 탓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벗어났다. 결국 전국 사고사망사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상황에서도 경인지역 사망자는 지난해 241명으로, 전년 대비 20명 늘어났다. 사망사고가 집중되는 대다수의 사업장은 배제한 법 시행으로, 대형 건설사 등의 발목을 붙잡아 산업경기 침체만 불러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소규모 현장의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하다는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별도 컨설팅이나 교육이 없는 상황”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와 관계없이 사망사고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며, 안전보건조치가 충실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집중취재] 장애물에 가로 막힌 '휠체어 유권자'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선거권을 가진다. 18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가질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참정권이 여전히 먼 얘기다. 2020년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비례)의 국회 입성 이후 곳곳에서 공직선거법 개정 등의 변화가 일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참정권 보장’은 부족한 현실이다. 장애인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투표소로 향한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참정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이에 경기일보는 지난 3월9일 치러진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장애인 참정권 침해 문제를 살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책을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①“언제쯤 온전한 투표를 할 수 있을까요?”…그들의 이야기 #. 인천에 사는 지체장애인 김선경씨(45·가명)는 지난 대선 사전투표일 장애인콜택시를 불러 타고 투표소로 향했다가 난감한 상황을 만났다. 당연히 1층에 있을 줄 알았던 투표소가 3층 다목적실에 마련돼 있었던 것.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앞에서 당황하던 김씨는 결국 인근 사전투표소 중 1층에 있다는 투표소를 안내받아 자리를 옮겨야 했다. #. 시각장애인인 장수원씨(38·가명)는 여전히 선거철이 되면 제각각인 공약집에 어려움을 겪는다. 2020년 개정 공직선거법에 따라 각 당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공보물을 보내고는 있지만, 점자공보물을 보내는 후보, 점자와 USB 등을 통한 음성 공보물을 제공하는 후보, 시각장애인이 식별할 수 없는 형식으로 종이에 QR코드만 인쇄한 뒤 전자매체 등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택하는 후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 발달장애인인 최정수씨(48·가명)는 여전히 선거철이 다가오면 남들보다 배로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발송하는 공약집 속 알 수 없는 문자들부터 투표 과정에 대한 안내, 현장에서 만나야하는 각종 어려운 말들을 지인들에게 물어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외국에서는 투표용지 자체에 후보자의 사진이나 당 로고 등을 함께 넣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며 “사실 공약집부터 너무 어려워서 좀 쉽게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인천지역 장애인들이 헌법에서 보장한 참정권을 침해받고 있다. 투표 과정에서 장애인을 위한 각종 정책적 보호장치가 의무화하지 않으면서 선거 과정에서 각종 불편을 겪는 실정이다. 5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인천의 장애인 등록인구는 14만8천725명으로 인천 전체 인구(295만여명)의 5%가 넘는다. 이 중 지체장애인은 6만7천763명으로 가장 많고, 시각장애인이 1만3천750명, 발달장애인이 1만2천941명 등이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국가에서 당연히 해야하는 (장애인 참정권) 부분을 놓치는 경향이 있다”며 “정치인들도 함께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방안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국가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②인천 사전투표소 17곳, 여전히 접근 불가…시각·발달 장애인엔 배려 부족 장애인의 참정권에 대해 보장해야 한다는 인식과 제도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권고 조항 등의 형태로 존재해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같은 수준의 참정권을 보장하진 못하고 있다. ■접근불가 사전투표소 17곳…절반은 엘리베이터 없어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에 따르면 이번 대선에서 인천지역 사전투표소 157곳 중 17곳(10.83%)은 여전히 장애인의 접근이 불가능한 투표소로 나타났다. 사전투표소가 지하나 2층 이상에 있음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는 인천지역 투표소는 미추홀구가 9곳으로 가장 많고, 동구가 6곳, 부평구가 2곳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10개 군·구 중 8개 군·구 모두 접근불가 투표소가 있던 것과 비교하면 5개 군·구는 이번 대선에서 지체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인 상태다. 이는 각 군·구별 노력에 따라 사전투표소의 장애인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기도 하다. 또 인천의 사전투표소 157곳 중 38곳은 점자 유도블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25곳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없었다. 경사로 및 장애인 이동통로가 없는 곳도 11곳이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절반 가량인 76곳에 달했다. ■시각장애인 위한 모든 종류 공보물 보낸 후보 3명 뿐 이번 대선에서 시각장애인에 대한 공보물 역시 각 후보별로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뒤 시각장애인에 대한 선거공보 제공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공보물의 종류 등은 제한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14명의 후보 중 점자형 선거공보물과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 디지털 파일 저장매체를 통한 문자 및 음성 공보물을 모두 제공한 후보는 정의당 심상정 당시 후보, 기본소득당 오준호 당시 후보, 통일한국당 이경희 당시 후보 뿐이다. 시각장애인인 장수원씨는 “받아본 선거공보물 중에는 오탈자가 있어 무슨 말인지 식별할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며 “후보자들이 시각장애인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발달장애인 위한 ‘쉽게 쓰는 공약집’ 제도화 해야 이 같은 상황에서 아직 참정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 등을 마련하지 못한 발달장애인은 더 큰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발달장애인은 각 후보들의 공약이 담긴 공보물을 받아볼 때부터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어떤 후보가 어떤 공약을 냈는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각 후보들이 자주 하는 공약 중 ‘수요형 공공주택 100만호 공급’ 등의 공약을 ‘필요한 사람에게 100만개의 집을 줍니다’ 등으로 쉽게 쓰는 공약집이 필요한 이유다. 투표소에 간 뒤에도 불편은 이어진다. 투표용지의 기표란이 너무 좁거나 글자로만 표기한 투표 용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해외의 사례처럼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얼굴이나 정당 로고 등을 넣는 ‘그림 투표용지’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의 참정권은 비장애인과 가능한 비슷하게 보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라며 “하면 좋고, 안해도 그만 식으로 국가가 규정해두기 보다는 당연히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공보집과 투표 환경 등을 조성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4개 주요정당, 장애인 참정권 보장 입장은 장애인의 참정권 침해 사례와 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 등을 담은 질의서를 주요 정당 4곳에 보낸 결과,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시당차원에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이들의 참정권 보장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장애인 참정권 관련 법 규정 등을 마련해 힘을 더하겠다고 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쉽게쓰는 공약집 배포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 힘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시당 차원보다는 중앙당과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장애인인권 4법 입법 및 개정,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통해 장애인의 참정권 및 인권 등의 보장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의당은 기초대선 공약 당시 내놓은 ‘장애특성에 맞는 선거정보 전달과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를 적극 반영하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국민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당차원으로 ‘쉽게쓰는 공약집’을 제작하고, 모든 후보자들에게 이를 장려 및 독려하는 등 선관위에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인천선관위 관계자는 “장애인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수어 및 점자형 투표안내문, 쉽게 설명한 투표안내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사전투표소의 투표편의 역시 1층에 임시기표소 설치 등의 조치를 해왔는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노력해나가겠다”고 했다. 김경희·최종일기자

[집중취재] 인천 장례식장 안치실 및 화장장 포화 ‘갈곳없는 시신’

“방법이 없잖습니까. 6일장이 되더라도 버텨야죠. 비록 시신이지만, 어머니 혼자만 차가운 냉동고에 모셔둘 수는 없잖아요.” 20일 오후 인천의 한 장례식장에서 모친의 빈소를 혼자 지키고 있는 A씨. 지난 17일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모친이 사망한 뒤 겨우 장례식장을 구했고, 3일장 내내 도움을 줬던 친척과 친구들은 모두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이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온갖 방법으로 화장장을 수소문해도 예약을 하지 못했다. 겨우 잡은 날짜가 22일”이라며 “확진자라며 염할때 조차 얼굴도 못 뵈었는데, 고인만 장례식장 안치실에 남겨둘 수 없었다”고 했다. 앞서 19일부터 차려진 바로 옆 빈소는 3일 뒤 가족들이 다시 모여 발인과 화장 등 나머지 장례절차를 치르기로 결정했다. 21일에 일단 3일장은 끝나지만, 화장장 예약이 오는 23일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5일장인 셈이다. 수도권을 벗어나 강원도까지 원정을 가 겨우 5일장을 치르기도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사망한 형의 장례를 치른 B씨는 형이 살던 서울은 물론 인천·경기지역 화장터까지 모두 문의를 했지만, 결국 예약을 하지 못했다. 결국 강원도의 한 화장터까지 먼 여정을 떠나 형의 장례를 치러냈다. B씨는 “현재 수도권 화장장은 아무리 빨라도 7일 뒤에나 가능하다고 한다”며 “강원도는 ‘관외 화장’이라 비용도 5배 이상 비싸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고 했다.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라 사망자도 늘어나면서 고인의 시신을 보관할 장례식장 안치실은 물론 화장장 등 장례시설이 유례없는 포화상태를 빚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역 내 장례식장 38곳에 모두 220개의 빈소와 389개의 안치실 등이 지난주부터 대부분 가득차 여력이 없는 상태다. 규모가 큰 길병원 장례식장과 인하대병원 장례식장도 안치실을 각각 16기, 14기를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 모두 운영 중이다. 일부 시신이 빠지는 시간대를 감안해도 최소 90% 이상의 가동률을 보이며, 곧바로 다른 시신이 들어온다. 평소에는 아무리 높아도 50~60%에 그친다. 한 병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최근 들어 안치실은 거의 풀로 돌아가고, 빈소를 잡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인천가족공원 내 승화원(화장장)도 통상적인 장례기간인 3일장이 아닌 5일장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 14~17일 승화원에서 이뤄진 총 358건의 화장 중 5일장은 233건(65%)이다. 6일장 이상도 41건에 달한다. 이어 4일장이 34건, 3일장은 32건 순이다. 코로나19 사망자 급증으로 화장장이 꽉 차고 이로 인해 대기하는 시신들이 늘어나면서 3일장이 아닌 5일장 이상의 장례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시는 이 같은 현상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급증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달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사망자는 20일간 355명에 달한다. 1일 평균 18명이다. 이는 지난 1~2월 코로나19로 인한 평균 사망자 2~3명과 비교하면 10배가 넘는 수치다. 시 관계자는 “우선 승화원의 1일 화장 건수를 대폭 늘린 상황”이라며 “일시적 현상으로 보고 있지만, 시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으로 인천에선 1만9천149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또 지역 내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이어지면서 관련 사망자 19명 등 총 27명이 사망했다. 이민수기자

[집중취재_부채에 허덕이는 인천 청년] 下. 청년 의견 반영한 지원책 절실

인천의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청년들의 의견을 반영한 인천시의 정책 마련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빚을 진 경험이 있는 인천의 청년 5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한 결과, 부채보유 청년들은 소득의 한계로 저축을 많이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시로 찾아 쓸 수 있는 계좌에 돈을 보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직장인 면접자 A씨(28)는 예금통장에 번 돈을 다 넣어놓고 생활비로 쓰든지 한다며 (예금통장에 돈이) 더 차면 그걸 빼서 학자금을 조금 갚고 한다고 했다. 또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리랜서의 경우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저축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종전에 진 빚으로 생계유지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프리랜서 면접자 B씨는 코로나19 이후에는 수입이 들쑥날쑥해 대출 상환금 등을 내기에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대출금과 이자를 포함한 상환금의 규모에 상관없이 부채보유 청년들은 빚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이에 따라 부채보유 청년들은 빚을 늘리지 않기 위해 생활비를 줄이는 등의 방법을 선택하면서 스트레스가 더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직장인 면접자 C씨(31)는 제가 사고 싶은 것들은 항상 다 사는 스타일이었는데, (빚은 진 이후로) 이제 그런 것들을 못하고 있다며 그게 굉장히 큰 스트레스라고 했다. 이와 함께 부채보유 청년들은 부채 지원 정책 등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이용방법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부채 지원 정책 및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경제교육, 재무상담, 자산형성 프로그램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한 대책을 시가 마련해야 빚으로 고통받는 인천의 청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지원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시의 지원 정책과 청년을 적절하게 매칭해야 정책적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심층면접에서 나온 부채보유 청년들의 의견을 구체화할 경우에는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중위소득 100% 이하인 1인 가구 청년이 10만원을 저축하면 시가 10만원을 매칭하는 저소득 1인 가구 청년을 위한 비상금 통장, 대학생 금융역량을 키우기 위한 캠퍼스 금융복지(상담)센터 운영 등에 대한 정책화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영수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문제의 실효적인 해소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책 당사자인 청년, 정책에 대한 인지정도, 선호하는 정책, 지향점 등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민감한 주제인 부채에 대한 지원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입장과 의견을 정확히 반영해 선호에 따른 해소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기자

[집중취재_부채에 허덕이는 인천 청년] 上. 빚에 저당잡힌 청춘… 빛을 잃었다

인생주기 중 청년기는 학업, 결혼, 출산 등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회적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대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인천항과 인천국제공항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산업 발전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의 청년들도 마찬가지다. 인천에서는 지난 2020년 청년 인구의 감소가 전체 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는 문제를 겪은 이후 인천시가 나서 청년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고 청년 인구 유입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2차례에 걸쳐 인천청년의 부채 실태를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대출금 때문에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아직도 약을 먹고 있고요. 그냥 다 하기 싫었어요. 아무도 만나기 싫고, 관심도 없고. 인천에 사는 A씨(33)는 학자금 대출로 은행에서 약 2천200만원을 받은 이후 개인파산 신고까지 한 경험이 있다. 현재 A씨는 어머니 수술비로 1천만원의 빚을 또 지고 있다. A씨에게 빚은 마음까지 병들게 만든 커다란 짐이다. A씨가 주말도 없이 일하며 얻은 것은 결국 무기력과 우울감이다. 눈 뜨면 한숨 쉬고 눈 감을 때 한숨 쉬고 했던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안 하고 소주 1병 마시고 자야하는 것 있잖아요. 그런 감정이 빚을 일부 갚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던 것 같아요. 부모님을 여의고 인천에 살고 있는 B씨(33)는 같이 사는 동생의 합의금 등으로 그동안 900만원의 빚을 진 상태다. 이후 B씨는 빚더미에 앉았다는 생각에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을 매일 느껴야 했다. B씨의 답답한 마음은 일을 하면서 빚을 일부 갚고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 청년들이 빚으로 고통받고 있다. 인천의 청년 5명 중 1명 이상이 빚을 지고 있는 가운데 부채보유 청년 중 절반 이상은 학자금과 생활비 등을 위한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금전스트레스와 우울감은 다른 부채보유 청년보다 크게 나타난다. 23일 인천시에 따르면 한국고용정보원의 청년패널2007 13차(2019) 조사에서 만19세39세 인천청년의 부채보유 비율은 21.3%다. 서울(19.9%)과 부산(7.6%) 등 다른 특광역시보다 높은 비율이다. 전국 평균 16.7%과 비교해도 4.6%p가 높다. 이와 함께 시가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인천에 사는 만19~39세 청년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는 279명(27.9%)이 평균 7천23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들 부채보유 청년 중 115명은 학자금, 생활비, 가족의 빚 변제, 창업 준비 등을 위해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았다. 나머지 164명 가운데 101명은 주택구입비와 전세보증금 등 주거 관련 대출을, 63명은 주거 관련 대출과 비주거 관련 대출을 모두 받은 상태다. 사실상 부채보유 청년 2명 중 1명 이상이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셈이다. 특히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금전스트레스는 40점 만점에 20.3점으로 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16.8점보다 높았다. 또 비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자아존중감은 50점 만점에 31.4점으로 주거 관련 대출을 받은 청년들의 34.9점보다 낮았고, 우울감은 반대로 44점 만점에서 2.8점이 더 높게 나타났다. 장동호 남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부채가 발생하는 주요 요인은 학업으로 인해 발생한 생활비와 학자금 대출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졸업 이후에는 학자금과는 비교되지 않는 대출을 받아야 주거를 해결할 수 있어 청년들은 심리적 불안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형성된 부채는 청년들이 빚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든다며 체념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청년들의 모습까지도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기자

[집중취재] 현장 출동 인력 14명뿐...道 전자발찌 수사 ‘구멍’

법무부가 지난해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하는 과정에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 사건을 계기로 내놓은 재발 방지 대책이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법무부와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작년 8월 성범죄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연쇄 살인을 저지른 이른바 강윤성 사건으로 수사 당국과의 공조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검경 간 공조체계 강화, 24시간 현장 대응 신속수사팀 발족 등 제도 개선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전자발찌 위반사항 발생 시 현장 출동하는 도내 신속수사팀의 인원이 고작 14명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 턱없이 부족한 인력으로 현장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도내 신속수사팀은 수원(8명)과 의정부(6명) 등 총 2곳에 설치돼 있으며 오산, 용인, 화성 등 19개 지자체를 수원이, 동두천과 연천, 강원도 철원 등 11개 지자체를 의정부가 관할하고 있다. 신속수사팀 1명이 1만195㎢의 경기도 면적 중 728.2㎢를 맡고 있는 것이며, 이는 서울시 면적(605㎢)보다 큰 규모다. 이러한 인력 부족 문제는 전자발찌 부착자를 관리하는 전자감독으로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말 기준 도내 전자감독 담당자 수는 70여명으로, 이들이 담당하는 관리인원은 연평균 12~13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더욱이 이중 일부는 전자감독 외에 일반 보호관찰을 겸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더불어 전자발찌 이상신호 발생 시 실시간으로 지자체 CCTV를 열람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는 연계 시스템에 대한 지자체 참여도 저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법무부와 지자체 CCTV 연계 지역 가운데 경기도의 경우 안산과 부천을 제외한 나머지 시군에선 연계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상으론 경찰과 소방과의 연계는 돼 있지만 법무부 측과의 시스템 구축은 안 돼 있다라면서 서버 업그레이드, 장비 구매 등 추가 예산이 들어가고 예산 규모도 커, 연계 시스템 도입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자발찌와 관련한 법무부의 정책이 인력 부족과 지자체 참여 저조 등으로 발목을 잡히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법무부 관계자는 신속수사팀 운영 효과성 제고를 위한 확대 운영을 추진하고 있으며, 필요한 인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재범방지 대책 외에도 첨단기술을 활용해 전자감독의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국민이 직접 전자감독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발찌 훼손자 정밀한 위치 추적 현행법이 발목 통신사 기지국 정보에 그쳐 휴대전화 GPS는 활용 불가 관련 법 개정안은 계류 전문가 새로운 보안 처분 필요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넘은 가운데 현행법상 전자발찌 훼손자들의 정밀한 위치를 추적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적 근거 마련에 나섰지만, 수개월째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6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전자발찌 훼손자 발생 시 현행 위치정보법상 피부착자에 대한 위치는 통신사 기지국 정보에 그치고 있다. 이 경우 반경 300m부터 500m까지 위치가 확인되며, 넓은 오차범위로 피부착자의 신속한 추적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 전자발찌를 훼손해 버리는 경우 감시 대상자의 추적이 불가능하다.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정보를 활용하면 오차범위를 10~20m 이내로 좁힐 수 있지만, 현행법상 위치정보는 자살 의심자, 다른 사람의 생명 보호 등 긴급구조를 위해서만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강윤성 사건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는 과정에서 여성 2명을 연쇄 살해한 강윤성을 수사하던 경찰이 현행법에 막혀 한동안 그가 소지했던 휴대전화의 정확한 위치를 추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강윤성의 휴대전화 위치를 추적할 수 있게 된 때는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약 2시간20분이 지나면서다. 이 당시 강윤성을 알고 지냈던 한 목사가 경찰에 강씨가 죽고 싶다는 말을 했다라고 신고하면서 본격적인 추적이 시작됐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법적 한계점을 해결하고자 법안 발의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강윤성 사건 이후인 지난해 11월 경찰서와 보호관찰소가 전자발찌 피부착 대상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거나 이동경로를 탐지할 수 없는 경우 개인위치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위치정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도읍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전자발찌를 훼손하더라도 보다 신속 및 정확하게 범죄자의 위치를 파악해 검거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3개월이 다 되도록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법안 마련과 별개로 전자발찌 피부착자들의 잇따른 범죄에 대해 경찰과 법무부 간 핫라인 및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새로운 형태의 보안 처분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나서도 범죄를 지속적으로 저지른다면, 이는 교화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이 경우 보호수용제를 포함해 새로운 형태의 보안 처분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지역 내 전자발찌를 착용한 성폭력 사범들의 재범 건수는 총 3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정민훈김정규기자

[집중취재] 코로나19의 그림자 : 극단 선택 32.6%, 코로나 경제적 어려움 겪었다

인천의 코로나19 취약계층이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극단적 선택 사망자 3명 중 1명이 생전에 코로나19와 관련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시자살예방센터 유족지원팀이 지난해 대면한 극단적 선택 사망자 유족들의 보고를 분석한 결과, 극단적 선택 사망자 193명 중 63명(32.6%)이 코로나19 영향 등 경제적 문제를 보였던 것으로 나왔다. 일부 유족의 보고 중에는 실직해직사업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과정에서 코로나19로 계획했던 일 등이 다시 틀어지는 바람에 극단적 선택 사망자의 걱정과 불안감이 커졌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인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2020년 인천시민 정신건강 선별검사 분석결과 보고와 인천시 코로나19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살펴보면, 코로나19가 장기화한 지난해의 자해 및 극단적 선택 관련 고도위험 시민 비율은 14.1%로 2020년 2.3%에서 무려 11.8%p가 올라갔다. 특히 지난해 인천의 확진자, 완치자, 자가격리자 등 코로나19 경험자 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17명(27%)이 자해 및 극단적 선택 관련 고도위험군으로 나왔다. 시는 이 같은 분석조사 등을 통해 코로나19 펜데믹이 극단적 선택 사망사고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시는 올해부터 1인 가구 등 코로나19 취약계층에 대한 극단적 선택 예방사업을 새롭게 추진한다. 아울러 범사회적인 극단적 선택 예방 환경의 조성을 위해 코로나19 취약계층의 지지체계 및 서비스 종사자 중점 교육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시는 극단적 선택 예방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코로나19 취약계층 관련 기관과의 상호 연계 시스템을 구축한다. 시 관계자는 인천시자살예방센터 유족지원팀의 내부자료 등을 분석해 코로나19 영향 등 경제적 문제를 보인 극단적 선택 사망자가 늘었다는 것을 파악했다고 했다. 이어 생애주기별 극단적 선택 예방 정책을 강화하는 동시에 코로나19로 고립될 가능성이 큰 1인 가구 등에 대한 맞춤형 예방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으로 인천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879명으로 지난 25일 670명을 넘어선 1일 최다 확진자를 나타냈다. 김민기자 코로나의 그림자 체불임금 설이 코앞인데 못받은 월급 눈덩이 고달픈 삶 인천지역의 체불근로자 1인당 평균 체불임금이 5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노동시장이 좁아지면서 근로자들의 경제상황은 더욱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체불근로자 1인당 평균 체불임금액은 508만563원으로 2020년(487만2천280원)에 비해 늘어난 상태다. 인천의 1인당 체불임금액은 2019년 461만7천158원 이후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휴직 및 해고 등에 의한 근로자의 수 자체가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인천의 휴직자는 2019년 1천485명에서 지난해 1만1천977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실업급여 수령자 역시 2019년 9만6천여명에서 지난해 11만4천68명으로 2만여명이 늘어났다. 실업급여 지급액 역시 2019년보다 3배 늘어난 756억2천500만원을 기록했다. 고용부는 이 같은 현상이 실업급여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이들의 재취업이 늦어졌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인천 동구에서 기계선반 조립회사에 다니던 A씨(56)는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회사에서 인원감축이나 휴직을 계속해 생계가 어려웠다며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경비나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는 있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특히 인천은 코로나19 이후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대규모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노동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중이다. 민영기 노무사는 인천지역은 공항 등 코로나19에 직격타를 받은 사업체들이 유독 몰려있어 체불임금이 마치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숫자상으로 체불임금이 줄었다고 해도 근로자들의 현실은 전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들이 많아 현재 2부제를 시작한 상황이라며 설 명절을 앞두고 남은 체불임금액이 청산되도록 단속하는 등 노동시장 개선을 위해 힘쓰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집중취재] “인천 만수동 대공분실… 대시민 역사공간 만들자”

인천 남동구 만수동 산30-2 빨간 벽돌 건물. 현재는 초중학교와 아파트 단지가 둘러싼 이 건물이 공포의 대공분실이었다는 것을 아는 인천시민은 많지 않다. 인천의 민주화노동운동의 수많은 운동가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공포의 공간인 이곳은 지난해 11월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의 구월동 이전으로 텅 빈채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본보는 1987년 1월14일 고문을 받다 숨진 박종철 열사 35주기를 맞아 치열했던 인천의 민주화노동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 반성하기 위해 대공분실을 시민에게 돌려줄 방안을 찾고자 한다. 편집자주 대지 3천404㎡ 지하1층~지상2층 규모의 대공분실이 인천에 들어선 건 지난 1986년 12월29일이다. 경기도 경찰국 사찰과의 분실로 시작한 이곳은 1987년 2월27일 인천직할시 경찰국이 개국하면서 인천경찰국 대공분실로 개칭했다. 이른바 만수동 대공분실로 불린 이곳은인천지역노동자연맹, 인천부천노동자회, 노동자문화마당 일터,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등 인천의 굵직한 민주화노동운동가들이 고초를 겪어야 했던 공간이다. 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을 지낸 김지선씨(67고(故) 노회찬 전 국회의원의 부인)는 1987년 4월 대공분실 인근 야산으로 끌려가 10시간이 넘도록 폭행을 당했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진 김씨의 동료들은 만수동 대공분실 안에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인노회 막내로 시작해 노동자문화마당 일터 의장으로 활동한 김동호씨(59)는 며칠동안 잠을 재우지 않던 경찰들 때문에 환각과 환청을 겪어야 했고, 동료들 중에는 만수동 대공분실을 겪은 뒤 정신 이상을 호소하다 분신을 한 이도 있다. 인천은 6월 항쟁의 도화선이라고 볼 수 있는 53민주항쟁이 있을 정도로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큰 역할을 한 곳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작 인천에서는 그 당시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전무하다. 경찰청 국유지인 이 곳은 현재 빈 공간이며 아직 활용 방안이 없다. 올해 광역수사대 문학동 청사가 신축공사에 들어가면 2023년까지 임시청사로 활용을 검토 중일 뿐이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 공간이 인천의 민주화운동을 기억할 시민의 역사공간으로 꾸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천시도이 같은 고민에서 출발해 지난해 말부터 인천지역의 민주화노동운동 건축자산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건축 자산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있다. 이 작업에 만수동 대공분실은 반드시 포함해야 할 공간이다. 오경종 인천민주화운동센터장은 이 곳은 독재정권이 민주화운동을 한 국민을 불법적으로 탄압한 장소인 만큼, 이제라도 민주화운동을 기억할 대시민 역사공간으로 다시 태어 나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청년이나 학생들이 지금의 민주주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할 현장체험이 필요한데 인천에는 과거를 기억할 공간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기가 너무 많아 소중함을 모르듯 자유와 민주주가 어떻게 얻어진지 모르고 살고 있다며 만수동 대공분실을교육의 현장이자 체험의 현장으로 조성해 다시는 민주주의를 뺏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수십년 흘렀지만고문의 악몽 노동운동가 김지선씨(67)와 김동호씨(59)는 기억하기 조차 두려운 고통을 경험한 공포의 빨간벽돌 대공분실을 생각하면 아직도 진저리가 처진다. 학교와 주택가에 둘러싸여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 건물을 떠올리면극한의 공포와 단절감을 주던 차가운 계단과 좁은 창문 등 고통스러웠던 당시의 악몽이 살아난다. ■ 故 노회찬 의원 부인 김지선씨살려주세요. 제발 살려만 주세요. 1987년 4월28일. 인천의 대표적인 여성 노동운동가이자 고(故 )노회찬 국회의원의 부인 김지선씨(67)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 여동생을 만나려던 그녀를 덮친 형사 2명, 강제로 태워진 승용차, 5시간 동안 다른 노동운동가들의 행방을 대라며 이어진 심문. 그리고 밤 10시40분, 그녀를 인계한 4명의 형사들은 김씨 머리에 자루를 씌우고, 수갑을 채운 뒤 머리를 다리 사이에 처박게 했다. 그렇게 폭언과 구타가 이어졌다. 수십분간 폭행을 당하며 남동구의 한 야산으로 끌려갔다. 그곳이 만수동 대공분실 인근의 야산이란 사실은 모진 고초를 겪은 뒤에서야 알았다고 했다. 1986년 인천 53사태의 여파로 이어진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그들은 뻔뻔하게도 그 일을 입에 올렸다. 바지 지퍼를 내리고 무릎으로 김씨의 가슴을 짓누른 형사들은 너도 한 번 당해볼래? 협박했다. 공포가 온 몸을 덮쳐왔다. 자루가 씌워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살려달라 비는 것 뿐이었다. 그때는 살아야겠다는 생각뿐 이었어요. 살려달라고,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빌었죠. 얼마간 이어진 고문이 끝나고 이들은 다시 김씨를 차에 태워 30여분을 뱅뱅 돌았다. 그리곤 머리 위 자루를 벗겨주더니 앞만 보고 뛰라고 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뛰었다. 얼마 뒤, 김씨는 만수동 대공분실의 실체를 마주했다. 갑자기 사라진 동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던 그는 만수동 대공분실에 있었다. 전화를 걸어서 최대한 순진한 척 연기하면서 집에 큰 일이 있어 꼭 만나야 한다고 했어요. 그때서야 그럼 찾아오라하더라고요. 새까만 철문, 그 두꺼운 철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선 김씨는 소리쳤다. ○○○, 여기 있어? 형사들은 그녀를 말리며 이곳은 산업체다. 무슨 말이냐. 가족 맞느냐 추궁했다. 수많은 민주화노동운동가들이 그곳에 있었음에도. ■ 노동운동가 김동호씨소리소문없이 죽겠구나 싶었어요. 1992년 9월 30일. 여느때와 다름 없이 남구(현 미추홀구) 숭의동의 문화마당 일터 사무실로 가려 집을 나선 김동호씨(59)가 순식간에 4명의 수사관에게 붙잡혀 승용차에 태워졌다. 양팔을 뒤로꺾어 수갑을 채우고, 머리를 숙이도록 처박는다. 얼마를 달렸을까. 수사관에게 둘러싸여 들어간 그곳, 만수동 대공분실에서 마주한 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던 계단과 층계 사이에 하얀색 로프로 설치해둔 그물이다. 처음에는 여러차례 폭행과 욕설에 시달리고, 잠도 재워주지 않았다. 김씨는 2~3일정도 잠을 못자니까 흡음판을 따라서 말이 달리는 것 같은 환각이 보이더라며 사람이 잠을 못자면 이렇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갇혀있는 시간동안 김씨를 가장 힘들고 두렵게 했던 건 수사관의 폭행도, 욕설도 아닌 소리소문없이, 아무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였다. 가족들이 안에 잡혀간 걸 알고 건물 앞에 와 고래고래 소리쳤어요. 그때서야 이제 아무도 모르게 죽진 않겠구나 안도했습니다. 바깥쪽으로 잠금장치가 달린 조사실 문이 열린 채 혼자 남겨졌던 순간, 그는 복도로 뛰쳐나가 소리쳤다. 얘들아, 힘내. 형이야. 복도를 지키는 수사관이 그를 다시 조사실에 집어넣기까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는 누군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주는 안도감을 다른 동료들에게도 주고 싶었다고 했다. 1986년 12월29일, 처음 그곳에 자리잡은 뒤 36년이 지난 대공분실은 이제 텅 빈 채 제 역할을 기다리고 있다. 수많은 민주화노동운동가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말이다. 김경희 기자

[무늬만 해양도시 인천] 軍 철책·콘크리트에 막혀… 잃어버린 ‘시민의 바다’

“확 트인 바다를 보고, 바닷물을 만져보고도 싶은데…. 콘크리트 담벼락과 철책 탓에 가까이 갈 수가 없네요.” 지난 7일 오후 1시께 인천 서구 왕길동 세어도 선착장 앞. 인천 해안의 시작점인 이곳에서 보는 바다는 거리가 가까워도 체감은 멀다. 해안선이 모두 콘크리트로 메워져 있는데다, 위에는 철책과 가시 철조망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성인 1명이 겨우 걸을 좁은 인도로 해안선을 따라 4㎞를 걸어봤지만 바다가 주는 청량감과 비릿한 갯내음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도로를 오가는 대형화물차가 뿜어 내는 매연 냄새 뿐이다. 경인항인천컨테이너부두에 도착하면 철책선이 없는 바다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해안선은 더이상 시민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아예 사방이 철책으로 막혀 있고 마치 기름 범벅인 듯한 시커먼 돌무더기가 바다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다. 이어 동구 만석동 만석부두와 중구 항동7가 등에 있는 인천의 해안선 대부분을 둘러봤지만, 시민의 발걸음이 바다에 닿지 않는다. 모두 항구와 각종 항만 시설, 그리고 콘크리트 담벼락과 철책에 막혀 있다. 시민 A씨는 “동해안 등에서 보던 그런 바다는 아니더라도 파도의 철썩임을 느끼고, 그 파도에 발을 담그며 쉬었으면 한다”며 “하지만 인천의 바다는 이런 바다의 모습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다음날인 8일 오전 10시께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끝자락 해안길도 마찬가지. 바다를 메워 새로운 해안선이 자리를 잡았지만, 정작 바다로 가는 길은 모두 콘크리트로 막혀 있다. 심지어 해안선 짧은 구간을 지나면 수풀 더미에 가려 조금이라도 보이던 바다조차 시야에서 사라진다. 이 길을 달려 인천신항 컨테이너부두를 지나 해안선 끝에는 바다쉼터가 자리잡고 있다. 이 곳에서 겨우 인천 앞바다의 파도 소리를 만났지만, 정작 쉼터는 막혀 있고 군부대 해안초소와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처럼 인천의 해안선이 되레 시민과 바다를 갈라놓고 있다. 매립을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해안선이다 보니 모두 콘크리트로 삭막함을 주는데다, 군의 경계를 위한 철책, 항만 보안시설 등에 따른 출입 금지 때문이다. 전국 대부분의 해안선은 시민이 그 선을 넘어 바다에 발을 담갔을 때 시원한을 선사하지만, 인천의 해안선은 바다를 보고도 들어갈 수 없다는 큰 상실감을 준다. 9일 국립해양조사원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인천에서 강화군과 옹진군 등 섬 지역을 제외한 내륙의 해안선은 모두 134㎞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무려 절반에 달하는 67㎞는 철책으로 막혀 있다. 남은 해안선은 내항·북항·신항·경인항 등 항만구역이어서 시민들이 들어갈 수 없는데다, 나머지는 호안(제방을 보호하는 공작물)과 방파벽 등이다. 송도유원지 내 해수욕장이 지난 2011년 폐장한 뒤, 인천에선 시민들이 직접 바닷물을 만져보는 것은 물론 마음 편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인천처럼 해양도시인 부산시는 해운대와 광안리 등 해수욕장 등이 있어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바다를 즐길 수 있고, 경기도 시흥시도 월곶해안로에 비록 콘크리트지만 파도를 만져볼 수 있는 알찬 공간이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인천시가 현재 해안선 곳곳을 해양친수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모든 해안선의 군의 철책 등을 걷어내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또 내항 1·8부두 등의 시민 개방도 일부 이해관계자들과의 문제로 수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임현택 가천대학교 교수·한국스마트해양학회 회장은 “인천시민은 지난 1843년 개항 이후 항만으로의 발전과 매립 등으로 모든 바다를 잃었다. 이제는 바다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순히 바다 앞 공원이나 시설을 만들 것이 아니다”며 “시민이 바닷물을 직접 만져보는 등 즐길 수 있는 해양친수공간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 해안선따라 바닷길을 걷고 싶다 인천이 진정한 해양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물의 공간’ 확보가 시급하다. 9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개항기 신문물이 들어오던 인천의 포구들은 갑문 등 항만시설과 군대의 보안시설이 들어서면서 인천의 모든 해안선이 콘크리트 담벼락과 철책으로 바뀐 상태다. 이들 해안선은 항만·군 보안시설이란 이유로 해안선으로의 출입 통제까지 받는다. 더욱이 인천에는 지난 1937년 해안을 메워 무의도의 모래를 옮겨와 만든 송도유원지 내 해수욕장이 있었지만, 주변의 각종 난개발 등 탓에 2011년 폐장한 상태다. 송도해수욕장은 봄가을에는 학생들의 단골 소풍 장소이자, 해마다 여름이면 수만명의 피서객이 몰려들며 인천을 대표하는 장소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곳엔 중고차 수출단지만 남았을 뿐이다. 현재 인천의 육지에는 더이상 시민이 바닷물과 함께할 장소는 없다. 반면 부산시는 종전 해수욕장을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하며 더욱 시민과 어울릴 수 있는 장소로 만들어가고 있다. 해운대 해수욕장과 송정해수욕장 등의 모래사장이 이안류 등에 의해 계속 사라지자, 10년 전부터 해마다 해저 굴곡지, 바다 안쪽에 굴곡진 곳 등까지 모래를 투입하는 것은 물론 주변 정비를 하고 있다. 이들 해수욕장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은 지난해 기준 각각 504만명, 127만명에 달한다. 인천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 시흥시도 해변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시흥시는 지역 대표 항구인 월곶포구에 시민들이 바닷물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둔 상태다.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아파트·횟집들의 화려한 불빛이 비치는 인도 600m 구간을 조성했다. 비록 모래사장이 아닌 인천처럼 콘크리트 구조물이지만, 계단 8칸만 내려가면 발끝에 바닷물을 적실 수 있다. 여기서 만난 시민 A씨는 “바다에 일몰이 일어나는 배경이 너무 멋있어 가족들과 자주 온다”며 “특히 만져볼 수 있는 바다가 눈앞에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시흥시는 이와 함께 정왕동 시화 MTV(Multi Techno Valley)에 위치한 거북섬에 인공서핑 웨이브파크를 개장하기도 했다. 월곶에서부터 시화MTV까지 15㎞가량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K-골든코스트(한국형 골든코스트)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도 이처럼 해안가 등에 ‘물의 공간’을 탄력적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시가 지난해 해양친수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한 만큼, 전문가·시민 등이 함께 참여해 종전에 있는 해안 및 친수공간에 대한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탁영식 ㈜건일엔지니어링 사장(도시계획기술사)은 “인천이 진정한 해양친수도시로 발전하려면 시민이 직접 바닷길을 걸으면서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올해부터 ‘2030 인천 바다이음’을 만들기 위한 목표 및 추진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해양친수시설 등이 시민의 마음을 정화하고 즐길 수 있는 치유 공간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市 ‘2030 인천 바다이음’ 마스터플랜 - 시민과 바다를 잇는다​​​​​​ 인천시가 올해부터 ‘2030 인천 바다이음’ 마스터플랜을 통해 시민과 바다를 잇는 해양친수공간 찾기를 본격화한다. 9일 시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 2030 바다이음 해양친수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인천을 개방적·재생적·상생적·보전적·국제적 해양친수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그린 상태다. 국내 최초로 ‘해양친수공간조성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시는 앞으로 10년 단위로 인천해양친수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변경·수립해 나갈 방침이다. 여기에 해안 친수공간의 여건과 기본계획의 목표 및 추진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해 ‘해양친수공간위원회’를 구성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에 돌입한다. 시는 우선 바다이음 프로젝트에 신규사업 39개(단기 15개, 중장기 14개)를 정하고, 3천89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437억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인천 내항 상상플랫폼 조성사업 등을 통해 올해부터는 항만자산과 개항테마를 묶은 도시재생거점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시는 지난해 8월 27억원을 들여 인천내항 1·8부두 및 인천세관창고 우선개방을 했다. 시는 오는 2028년까지 233억4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동구 해안도로변 산책로 조성사업을 끝낼 계획이다. 이 사업은 동구 해안가에 해안쉼터를 만들고 십자수로 매립 및 만석·화수부두와 연계한 해안 산책로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시는 송도국제도시와 인근 지역을 잇는 워터프론트와 월미도 워터프론트 등 ‘인천형 워터프론트’ 구축도 구상하고 있다. 연수구 송도동 308의2 일대 7만7천873㎡에 조성할 예정인 ‘랜드마크시티 1호수변공원 사업’을 통해 시민 체험형 수변 광장과 전망카페, 편의시설 및 녹지 등을 만든다. 이와 함께 시는 남동구 고잔동 978 일대 아암대로 갯벌 해안산책로 조성사업을 통해 소래~남동공단 해안보행축에 철책 철거 등을 이뤄내는 한편, 장기적으로 이 길을 송도국제도시까지 이을 예정이다. 이 밖에도 시는 암호 프롬나드, 안암호 선셋로드, 정서진 선셋플랫폼, 청라 브릿지파크 등 ‘개방적 해양친수도시’를 구상하고, 재생적 해양친수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개항장~월미도~소월미도~스마트 오토밸리~남항으로 연결하는 친수 네트워크를 형성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북성포구 친수엣지’, ‘연오랑 등대 친수보행로’. ‘항만 트레일 파크’, ‘8부두 하버배스’, ‘월미도 워터프론트’의 신규 친수공간으로 조성한다. 시 관계자는 “전문가와 시민 등의 의견 수렴 통해 진정성 있는 인천 바다이음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 김경배 인하대 교수 “미친 상상력에 실행력 더해야” “‘미친 상상력에 실행력’을 더해야만 인천만의 해양친수도시를 이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경배 인하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인천이 해양도시로 진화하고자 추구해야 하는 방향에 대해 “인천과 상황이 비슷한 싱가포르는 바다를 메워 ‘다기능 복합도시(Mixed-use City)’와 ‘정원(가든스 바이 더 베이)’을 만들고 새로운 도시발전의 거점을 마련했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이어 “싱가포르는 글로벌 허브의 중심지로 꼽히는 공항과 항만의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양친수공간으로 세계적 관광명소로 거듭났다”고 설명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주변 갑문을 활용해 세계에서 가장 큰 기둥 없는 온실을 만들어 냈으며, 독창적인 디자인과 역사 및 전통을 더한 설계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냈다. 김 교수는 “캐나다 몬트리올 ‘보타 보타(Bota Bota)’는 인천 내항과 비슷한 구조지만 전혀 다른 해양친수공간을 만들어 냈다”며 “항만 기능이 줄어든 항구에 폐선박을 통해 사우나, 수영,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인공시설을 만들고 운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천의 섬 지역은 수도권에서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접근성이 더 나은 인천 항만 등 해안에 해양친수·문화 공간을 창의적으로 계획하고 조성해야만 새로운 해양도시로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계절이 분명하고 황톳빛 바닷물이 있는 인천의 특성을 고려한 인공해변을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며 “송도국제도시에 인공해변, 수변데크, 공원 등이 조성될 예정이지만 프랑스 센강, 영국 템스강 수변공간에 있는 인공해변처럼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인천 내항은 ‘인천 바다의 거점’으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는 만큼, 시민 모두가 참여한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월미도 해안과 월미산부터 국립해양박물관, 상상플랫폼 등이 들어서는 내항은 해양도시의 랜드마크를 그릴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이 있다”고 했다. 이어 “송도·영종·청라국제도시 등의 접점까지 있는 내항의 해양친수공간 구축을 위해 정부와 시, 지자체,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최근 시가 해양친수도시 조성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바다를 품은 해양도시 인천의 미래발전을 위한 진화가 시작했다”고 했다. 이어 “예산과 세부 추진계획 등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지만, 인천시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승훈·박주연기자

[집중취재] 외면받는 인천지역 특성화고

인천지역 특성화고등학교가 옛 실업계고등학교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특성화고의 직업교육은 급박하게 변화하는 산업구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학생학부모들은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특성화고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인천시교육청과 지역 내 특성화고 등에 따르면 인천에는 특정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현장실습 등 체험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하는 특성화고 27곳이 있다. 우수한 기술기능인재를 키우고, 좋은 일자리로 취업을 지원 하는 곳이다. 그러나 여전히 학생학부모들이 특성화고를 외면하고 있다. 직업교육의 본래 목적인 취업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특성화고의 취업률은 지난 2017년 48.03%였지만 2018년 37.83%, 2019년 30.43%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도 30%대에 머물고 있다. 또 특성화고를 졸업해도 대기업이나 공기업 취업은 극소수이고 대부분 영세 제조업체 등에 취업하기에 질이 낮은 일자리로 인해 학생들의 취업률은 낮아진다. 이는 다시 학생학부모가 특성화고를 외면하는 요소로 작용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한 특성화고 교사 A씨는 전교에서 2~3명만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고, 대부분 영세 제조업체에 들어가는데 누가 특성화고를 선택하겠느냐고 했다. 이어 여전히 공부하기 싫은 아이들이 가는 학교라는 낙인이 찍혀있다며 이미 직업교육 본래 목적은 퇴색한지 오래라고 했다. 특히 특성화고에 들어와 직업교육을 받고도 뒤늦게 대학에 가겠다는 대학 진학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도 취업률 하락을 부추긴다. 대학에 진학하면 미취업자에 들어간다. 시교육청이 지난 2019년 인천 특성화고 중장기 혁신방안 연구를 통해 지역 내 특성화고 학생 2천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졸업후 진로에 대해 묻는 질문에 1천44명(52%)이 진학을 선택하거나, 취업과 진학을 함께 병행하겠다고 답했다. 이들이 진학을 선택한 이유는 고졸과 대졸간의 차별(임금승진)이나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 때문에 특성화고는 올해 정시 모집 결과 27곳 중 19곳(70.3%)이 정원에 미달했다. 문학정보고등학교는 170명을 모집했지만 고작 33명(19.4%)만 지원했고, 인천소방고등학교도 170명 모집에 104명(61.1%)이 지원했다. 이들 학교 대부분 오는 16~17일 추가모집을 하지만, 이마저도 실패하면 정원을 줄여야 한다. 이 같은 특성화고 진학 기피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과개편 등을 통해 직업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교육청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학과개편을 하면 교사들이 새로운 전공 과목을 가르칠 수 있도록 산업체 현장 직무 연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고작 1~2개월짜리 교육이다보니 교사가 전문성을 갖출 수 없는 상태다. 학교 현장에서는 산업 전문가를 초빙한 교사 채용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 앞서 시교육청이 지난해 인천바이오과학고인천소방고인천금융고인천재능고영종국제물류고인천전자마이스터고 등을 학과개편 및 학교명 변경을 추진했다. 지난 5년간 이 같은 학과개편 및 학교명 변경이 26곳에 달한다. 하지만 소방고금융고재능고 등은 올해에도 정원모집에 실패하는 등 학생학부모의 특성화고 기피는 여전하다. 허영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박사는 학과개편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시설 투자를 통한 좋은 교육을 받은 특성화고 학생이 능력을 키워 좋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직업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별 전공 교사를 교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며 학과개편 역시 지역특색산업인 항공소방바이오 위주로 끌고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특성화고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와 기업과 함께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지혜기자

[집중취재] 수업도 실습도 비대면...“취업 어쩌나… 막막”

캠퍼스 로망은 버린 지 이미 오래고, 취업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경기남부 지역 전문대에 재학 중인 20학번 김한솔씨(21호텔경영학과). 2월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대학을 다녔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입학 당시 대학 생활을 설명해주는 오리엔테이션(OT)이 비대면으로 진행돼 동기가 누군지 아직도 헷갈린다. 전공 수업은 코로나19 여파로 1년 반 넘게 비대면으로 지속돼 이해도가 매우 낮다. 인턴십 등의 현장실습 경험도 못한 채 졸업을 앞두고 있다. 김씨는 대학을 다니면서 선배동기들과 취업에 대한 정보 교류를 기대했는데, 단 한 번도 그럴 기회 없이 등록금만 낭비한 것 같다고 한탄했다. 졸업을 앞둔 또 다른 전문대생 박하나씨(20사회복지학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려면 필수과목(16개) 이수와 함께 노인요양시설, 아동센터 등 현장실습 160시간을 채워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시설 또는 기관에서 받아주지 않아 졸업을 앞두고 겨우 시간을 채웠다고 푸념했다. 3년차로 접어든 코로나19 여파로 코로나 학번 , 불운의 학번으로 불리는 전문대생(20학번)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졸업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대로 된 수업이나 실습 하나 없이 취업 전선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5일 대학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경기도내 31곳의 전문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총 4만7천567명이다. 이들의 어려움은 각종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교육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상반기 대학정보공시 전문대학 지표 분석을 보면 지난해 4주 이상 현장실습에 나간 학생비율은 5.9%에 그쳤다. 2019년 10.4%와 비교했을 때도 절반가량 떨어진 수치다. 취업난은 갈수록 심해지면서 청년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이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체감 경제고통지수 통계는 같은 기간 기준 청년(15~29세) 체감 경제고통지수는 27.2로, 2019년(23.3)부터 2년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다수의 20학번 학생들은 45주(학기당 평균 15주) 넘게 온라인 수업만 받고 졸업을 해야 할 처지다. 특히 현장 비중이 높은 실기나 기업 실습 등이 필요한 학과일수록 대면 수업을 못 받은 채 졸업을 앞둬 올해 청년 실업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앞서 이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지난해 8월 코로나19 상황 속 전문대 학생 취업역량 강화 한시 지원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문대학 졸업자 가운데 미취업자 및 2022년 졸업예정자 약 3만명을 대상으로 국가공인 자격 취득 및 각종 교육 프로그램 이수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1인당 70만원 이내로 지원한다며 또 혁신지원사업, 전문대학 링크사업 등 올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학교마다 독려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불운의 20학번 전문대생들 실습이 스펙인데 2년간 노트북에 갇혀있다 졸업장 졸업을 앞둔 전문대생들이 사이버대학생(?)으로 전락했던 2년간의 공백으로 낙담에 빠졌다. 입학 이후 줄곧 비대면 강의만 진행하고, 전문대생의 필수 스펙인 실습조차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등 말 그대로 배운 게 없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전공 분야의 취업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이들의 걱정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 나는 사이버대학생? 노트북과 함께 한 2년 한국산학기술학회가 발행한 COVID-19 이후, 비대면 수업 및 진로ㆍ취업 지도에 대한 전문대학생의 인식과 개선 요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대생들은 수업과 진로ㆍ취업 영역의 비대면 상황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대면수업과 달리 상호작용이 어려운 비대면수업은 전문대생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 중 하나로 꼽혔다. 이들은 커뮤니케이션 부족과 수업 집중력 하락 등이 비대면수업에서 파생되는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입을 모았다. 당연히 선ㆍ후배, 동기는 물론 교수와의 스킨십도 떨어져 취업과 관련된 정보 습득이나 체험도 뒤처질 수밖에 없다. ■ 전문대생 필수 스펙은 실습인데 전문대생들의 취업 필수 스펙인 실습도 지난 2년간 꽉 막히며 사실상 기본적인 취업 조건을 충족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행여 실습이 진행되더라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실습 취지에도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자격 면허를 취득하기도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일례로 사회복지사는 교과목 이수 기간에 따라 120ㆍ160시간의 실습시간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 이후 실습 80시간, 사이버강의로 진행되는 간접실습 40ㆍ80시간 이수 등 변형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실습 기관은 학생이 직접 찾아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실습생을 받지 않는 기관이 많아지면서 전문대생들은 이 과정에서도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이 밖에도 보육교사는 240시간, 간호사는 1천시간의 실습시간을 반드시 채워야 하지만 코로나 학번의 전문대생들이 이행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 코로나19로 더 높아진 취업 문턱 코로나19로 전문대생들이 주로 진출하는 항공ㆍ호텔ㆍ관광업계의 취업시장 문턱은 훨씬 더 높아졌다. 최근 신입 승무원 채용이 진행된 국내 한 저가항공사 공채에는 20명 채용에 3천500여명이 지원하며 17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코로나 이전 승무원 공채 경쟁률이 약 100대 1인 것을 감안했을 때, 그동안 이들 업계의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7월 관광숙박업, 여행업, 조선업, 항공기취급업, 항공기부품제조업, 면세점업 등을 고용위기업종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학성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역량개발지원실장(동양미래대학교 교수)은 전문대 학생들은 실습을 대면으로 해야 하는 교육과정이 많지만, 코로나 학번 학생들은 대면 교육을 충실히 받지 못했기 때문에 전문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추가적인 지원사업이 필요하다며 특히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 학생들이 피해를 많이 입은 고용위기업종에는 우선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경수ㆍ한수진기자

[집중취재] 경기도내 폐비닐 지난해 3천여t 방치...농촌 영농폐기물 ‘몸살’

경기지역에서 수거되지 않는 영농폐기물이 수천t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불법으로 소각 또는 매립돼 환경 오염을 야기하는 미수거 영농폐기물 감소를 위한 맞춤형 관리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와 일선 시ㆍ군은 영농폐기물 집중 수거기간 운영 등을 통해 올해 3분기 기준 폐비닐류 1만5천547t, 폐농약용기류 288만9천여개 등의 영농폐기물을 수거했다. 시ㆍ군별로 보면 폐비닐류의 경우 여주시가 가장 많은 4천419t을 수거했다. 이어 이천시(2천490t), 화성시(1천275t), 김포시(1천77t), 안성시(1천6t) 등 지역에서 폐비닐류를 많이 거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폐농약용기류는 안성시(48만개), 이천시(45만개), 파주시(35만1천개), 여주시(33만9천개), 화성시(27만8천개) 등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영농폐기물의 수거율이 80%가량 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32만t에 달하는 폐비닐류가 발생했으나 수거ㆍ처리된 양은 26만t에 불과, 나머지 약 20%(6만t)에 달하는 폐비닐류는 행방을 알 수 없는 셈이다. 이 같은 비율을 도내 현황에 적용할 경우 지난해 발생한 폐비닐류(1만7천288t) 가운데 5분의 1 수준인 3천457t가량이 미수거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환경단체는 이처럼 수거되지 않은 영농폐기물 대부분이 불법으로 소각됐거나 생활폐기물 등과 섞여 매립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비닐과 같은 영농폐기물은 무단으로 소각 시 유해물질이 대기로 직접 배출돼 공기 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지정되지 않은 땅에 임의적으로 묻을 경우 자연분해가 되지 않아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을 초래할 수 있다. 녹색환경지원센터 관계자는 수거되지 않은 영농폐기물은 불법 소각과 매립 등으로 환경 오염과 농작업 피해를 유발하고,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마저도 낭비시키는 부작용을 만들어낸다라며 농업 종사자들이 관련 법률 등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영농폐기물을 규정대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불법 소각 등도 이른 새벽에 이뤄지는 사례가 많아 단속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도와 정부가 지속가능 가치와 재활용 등의 큰 틀에서 수립한 자원순환기본계획 외에도, 매년 수천t에 달하는 미수거 영농폐기물을 체계적으로 수거ㆍ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맞춤형 관리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영농폐기물 수거실적을 높이고자 매년 예산을 편성, 일선 시ㆍ군과 매칭해 수거 시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미수거 영농폐기물을 실질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채태병기자

[집중취재] 희생 강요하는 경기도의 ‘생활치료센터’ 운용 방식

#1. 생활치료센터 공공요금 놓고 道-경기도교육연수원 충돌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연수원이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며 발생한 억대 공공요금의 정산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자체 예산을 모두 소진한 뒤 초과분만 지원해주겠다는 도와 예산 운용에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경기도교육연수원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연수원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 산하 경기도교육연수원은 지난해 9월 경기도 제3호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돼 현재까지 코로나19 경증 환자 격리 및 치료 장소로 사용 중이다. 지상 7층 규모의 숙소동 2개는 각각 환자 격리실(110실)과 상황실로 운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교육연수원이 올해 8월 전기, 상하수도, 도시가스, 전화 등 생활치료센터 공공요금 정산을 도에 요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경기도교육연수원은 생활치료센터 지정 전후로 발생한 공공요금의 차이로 예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자 도에 공문을 보내 정산을 요청했으나, 도는 마땅한 근거 없이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더욱이 도 총무과에서 담당하던 생활치료센터 업무의 일부가 자치행정과로 이관돼 경기도교육연수원과의 소통 창구가 바뀐 것도 정산 문제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작용했다. 결국 경기도교육연수원은 지난달 17일 1억3천만원이 넘는 공공요금의 정산 내역서와 함께 책임 있는 해결을 바란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도는 예산 초과분만 지원해주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더욱이 경기도교육연수원은 내년 총 1만2천978명의 연수 일정을 앞두고도 지지부진한 공공요금 정산 문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생활치료센터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 같은 예산 갈등이 계속될 경우 센터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연수원 관계자는 원외 시설 임차를 위한 예산이 경기도의회에서 감액돼 본 원의 시설 활용이 더욱 필요해진 데다 공공요금 문제로 예산 운용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공공요금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연수원 생활치료센터를 담당하는 도 자치행정과 관계자는 그간의 업무는 총무과에서 총괄했기 때문에 총무과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현재 공공요금 정산 요구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보고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2. 기업들은 비용 계산해줄게 道, 민간-공공 차별하나 경기도가 코로나19 생활치료센터의 운영비 정산을 놓고 민간과 공공을 차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코로나19 확산에 오미크론 공포까지 더해지는 중대 시국에서 불필요한 갈등으로 생활치료센터 운영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10월 생활치료센터 공공요금의 정산에 대한 방침을 세웠다. 우선 올해 9월분의 전기ㆍ가스ㆍ수도 등 요금부터 도가 정산을 해주겠다는 건데, 이 지점에서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기업들은 전액을 지원해주고 공공시설은 직접 부담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각 공공시설에서 자체 예산을 모두 소진하고 나면 초과분은 도가 정산을 해준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방침은 별도의 법적 근거를 따르거나 질병관리본부 차원에서 지침을 하달받은 게 아니라, 도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마련했다는 게 실무 담당자의 설명이다. 결국 생활치료센터로 자리를 내준 공공시설들은 각 시설에서 운용하기 위해 세운 예산을 모두 코로나19 확진자 수용에 쏟아부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제서야 비용을 정산받게 된 기업들의 속내도 난감한 건 마찬가지다. 인허가권을 지닌 지자체를 상대로 각을 세우기 부담스러운 데다 기업마다 도가 비용을 정산해주는 시점이 제각각인 탓이다. 지난해 3월 업무협약을 통해 경기도 제1호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됐던 한화생명 라이프파크(용인)는 당시 나온 공공요금 약 5천만원을 직접 부담했다. 한 달가량 생활치료센터의 역할을 수행했던 해당 시설은 같은해 11월 제6호 생활치료센터로 다시 지정돼 현재까지 사용 중이다. 재지정 당시 한화생명 측은 공공요금이라도 부담해줄 것을 요청했고 도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비용을 정산해주고 있다. 반면, 나머지 기업들의 상황은 다르다. A 기업과 B 기업의 시설은 도가 한화생명 측의 공공요금을 부담해주기로 한 뒤의 시점에 생활치료센터로 각각 지정됐지만, 비용을 정산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도가 세운 방침에 따라 비용 계산에 대한 논의가 오가고 있으나, 어느 시점부터 정산해줄 것이며 또 비용은 언제 지급해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도의 통보만 기다리고 있다는 게 이들 기업의 입장이다. 결국 감염병 확산이라는 위험 상황에서 공평한 기준이나 협상 없이 고통 분담이라는 명분으로 공공시설과 일부 기업에 희생을 강요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도 총무과 관계자는 민간시설들은 가만히 있는데 공공시설에서 비용 협조를 하지 않는 건 말이 안된다며 생활치료센터는 각 시설에서 알아서 운영하는 게 경기도의 계획이며, 국가기관이나 도 시설은 결국 국가 예산으로 책정된 것이니 자체 부담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민훈ㆍ장희준기자

[집중취재] “관세법 개정… 관세무역개발원 일감 독식 막아야”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하 관세무역개발원)이 전국 세관지정장치장을 독점하고 있다는 지적(본보 5월6일자 1면)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문제가 불거지게 된 이유에는 현행 관세법이 한 몫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관세법상 관세무역개발원을 제외하고선 어느 곳도 세관 지정장치장 입찰에 참여하기 어렵기 때문인데, 투명한 공모 절차를 보장하기 위해선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24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관세법 시행령 제187조 1항 2호에는 화물관리인으로 지정받을 수 있는 자를 관세행정 또는 보세화물의 관리와 관련 있는 비영리법인으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이같은 조건을 갖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해당 조건을 갖춘 곳이 사실상 관세무역개발원을 제외하고는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일반적인 비영리법인이 세관에서 요구하는 각종 까다로운 조건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A 항만 물류업체 관계자는 관세행정 또는 보세화물의 관리와 관련 있는 비영리법인이 우리나라에 과연 관세무역개발원 말고 또 어디 있는지 되묻고 싶다며 누가 봐도 특정 업체만 밀어준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법령 개정만이 관세무역개발원의 세관 지정장치장 독식 문제를 해결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B 항만 물류업체 관계자는 관계 법령을 고쳐서라도 관세청의 관세무역개발원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더 이상 특정 업체가 하나의 사업을 97% 가까이 독식하는 비정상적인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세관 지정장치장은 여행자 휴대품, 특송화물 등 밀수 가능성이 큰 화물을 반입해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장소로, 일반 보세장치장보다 높은 보관료가 적용된다. 세관 검사 화물로 지정되면 무조건 지정창고에 보관해야 한다. 이 때문에 관세무역개발원이 알짜배기 사업을 독식하며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수년전부터 지속되고 있다. 과거 관세청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지적받으며, 관세청은 지난 2014년부터 공개경쟁방식으로 화물관리인을 선정하고 있지만 관세무역개발원의 독점 현상은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관세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세관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 지정은 규정에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최해영ㆍ김태희ㆍ정정화기자

[집중취재] “한국관세무역개발원, 특정 운송업체 사용 강제해”… 갑질 의혹 불거져

평택직할세관이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하 관세무역개발원)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경기일보 12일자 1면) 가운데 관세무역개발원이 전국의 세관지정장치장을 독점한 것을 바탕으로 지정장치장을 이용하는 무역업체들에 갑질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정장치장을 사용하는 업체들의 운송과 관련해 특정 업체 사용을 강제, 부당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17일 관세무역개발원과 무역업계 등에 따르면 관세무역개발원은 전국의 세관지정장치장 중 공고절차를 거치는 29곳 가운데 평택항을 포함해 28곳의 운영을 맡고 있다. 지정장치장은 이사화물, 여행자 휴대품, 특송화물 등 밀수가능성이 큰 화물을 반입해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곳으로 일반 보세장치장보다 높은 보관료가 적용된다. 이곳을 이용하는 업체들은 선박에서부터 장치장까지 컨테이너를 옮기는 운송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복수의 무역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관세무역개발원은 이같은 운송 작업을 H 통운에게 몰아주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A 무역업체 대표는 관세무역개발원이 관리하는 지정정치장에서는 H 통운을 이용하는 것이 관행화돼 있다며 H 통운을 이용하지 않으면 마치 불이익을 줄 것처럼 말하는 탓에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H 통운을 이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H 통운 사용이 강제되는 상황에서 무역업체들이 불필요한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B 무역업체 대표는 H 통운은 관세무역개발원의 자회사 격인 업체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달에도 H 통운이 컨테이너 운송비를 일괄적으로 인상했는데, 이러한 횡포에도 꼼짝없이 당해야만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또 자가 운송을 위해 여러 업체를 알아봤는데 모두 H 통운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며 이러한 물류비 부담은 결국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 일반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경기일보가 관세무역개발원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H 통운의 K대표이사는 관세무역개발원의 등기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또 K대표이사를 포함, 등기이사 5명 모두 관세청ㆍ세무대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관세무역개발원 관계자는 직접 관리하거나 관여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H 통운 관계자는 관세무역개발원의 자회사는 맞지만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운송비는 국토부의 화물차 안전운임제에 맞춰 받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취재팀=최해영ㆍ김태희ㆍ정정화기자

[집중취재] 관세무역개발원을 민간통관장처럼 “평택세관이 특혜 줬다”

평택직할세관과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하 관세무역개발원) 사이의 유착 의혹이 커지고 있는(본보 7일자1면) 가운데 평택세관이 관세무역개발원에 특혜를 줬다는 추가 의혹이 제기됐다. 민간통관장을 불허하고 있는 평택세관이 관세무역개발원에 통관에 필요한 시설 설치를 맡겼으며, 시설 확충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통관수수료 매출이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11일 관세청ㆍ평택세관 등에 따르면 평택세관은 평택항으로 들어오는 전자상거래 물동량이 급증, 지난해 해상특송 화물의 원활한 통관을 위해 인천세관에서 사용하던 엑스레이 검색기 3대를 관리전환해 평택세관 지정장치장 내 해상특송장에 설치했다. 해상특송장은 선박으로 들어오는 전자상거래물품 등의 특송화물 전용 통관장을 말한다. 평택세관 해상특송장은 지난 2019년 5월 개장 이후 첫해 150만건의 물량이 반입됐으나 지난해 1천350만건으로 약 9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른 통관수수료 매출도 연간 12억여원에서 110억여원으로 9배 가량 크게 늘었다. 항만업계 관계자 A씨는 해상특송화물이 급증했으면 그만큼 통관수수료도 늘었다는 반증이라며 해상특송장 운영을 맡은 관세무역개발원의 배만 불려준 꼴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관세무역개발원이 해상특송장의 1층과 2층 장치장을 연결하는 컨베이어를 자체 예산으로 설치해 문제가 되고 있다. 항만 전문가는 엑스레이 검색기와 컨베이어는 통관에 필요한 필수장비라서 통관 업무를 맡은 세관이 설치하는 게 응당하지만 세관은 엑스레이만 책임지고 나머지 시설은 운영업체에 맡겼다고 지적했다. 평택세관의 지정장치장 화물관리인 지정 계획 공고에 따르면 운영업체의 화물관리 장비 구비현황에는 상하차, 보관, 반출입 등 화물관리에 필요한 장비 보유 현황만 있을 뿐 통관에 필요한 시설을 운영업체가 직접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특히 평택세관은 지난 3월 보도자료를 통해 2단계 리빌딩 사업을 진행하면서 컨베이어 등을 설치 완료, 해상특송장의 처리능력과 수용능력 등이 대폭 확대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도자료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관세무역개발원의 예산으로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항만업계 관계자 B씨는 평택세관이 민간통관장은 불허하면서 운영업체의 비용으로 일부 시설 설치를 허가한 것은 관세무역개발원에 특혜를 준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운영업체가 설치한 장비는 통관을 위한 필수장비가 아닌 화물관리인이 화물의 안전관리를 위해 지정장치장 물류환경 개선승인을 요청해 승인했다며 승인 시 시설개선 비용이 화물관리 비용 요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세관의 요청 시 화물관리인의 비용으로 원상복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최해영ㆍ김태희ㆍ정정화기자

[집중취재] 민간통관장 신청 업체, 의혹 제기 “평택세관, 고의로 낮은 점수 줬다”

평택항 민간통관장 도입이 평택세관과 ㈔한국관세무역개발원 사이의 유착 관계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본보 6일자1면) 가운데 평택세관이 한 업체가 신청한 민간통관장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평가 점수를 낮게 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평택세관과 A 무역업체 등에 따르면 평택세관은 지난해 10월 A 무역업체가 신청한 자체시설 이용 계획에 대해 불허를 결정했다. 해당 업체에 대한 법규 준수도 평가 결과 점수가 미흡한 개선대상업체이라 결격사유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또 수출입 안전관리 우수업체 공인을 획득하지 못했다는 점도 불허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A 무역업체 측은 평택세관이 의도적으로 점수를 낮게 줬다면서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 무역업체가 제공한 법규준수도 평가표에 따르면 이 업체는 평택세관의 법규준수도 평가 결과 총 79점의 점수를 부여받았다. 본보가 입수한 특송업체 법규준수도 평가ㆍ관리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획득점수가 70점에서 80점 미만인 업체는 개선대상으로, 80점 이상 90점 미만인 업체는 양호로 분류된다. 이밖에 90점 이상은 우수로, 70점 미만 업체는 관리대상으로 나뉘고 있다. 해당 기준으로 보면 A업체는 1점 차이로 개선대상 업체가 된 셈이다. 이에 A 업체 관계자는 법규준수도 평가표에 의거한 항목별 배점기준을 보면 업체검사 선별률 항목이 12점으로 산정돼 있다면서 그러나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 자체적으로 계산을 내본 결과 14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세관업무협력도 항목을 보면 세관이 요구한 간담회와 업무협조 등을 더해 총 2번 수행했기 때문에 2점을 받아야 하나 1점밖에 받지 못했다며 평택세관이 점수를 고의적으로 낮게 줬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민간통관장이 개설돼도 통관 업무는 세관에서 직접 하기 때문에 화물의 검사 단속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은 적절치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평택세관 관계자는 A업체에 대한 법규준수도 평가는 원칙에 따라 진행됐다며 A업체부터 제기된 이의에 대해 관련자료의 제출을 요구했고 아직 해당 업체가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획취재팀=최해영ㆍ김태희ㆍ정정화기자

[집중취재] 평택세관, 민간통관장 외면… 1천188억 뺏길 판

1천188억원. 늘어나는 전자상거래 수요 증가에 따라 평택항에 해상특송 민간통관장이 들어섰을 때 예상되는 경제적인 파급효과다. 코로나19로 신음하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단비와도 같은 돈이다. 그러나 민간통관장 도입의 핵심을 쥐고 있는 평택세관은 민간통관장은 믿을 수 없다며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인천과 전북 등 다른 지역들은 발빠르게 나서고 있어 지역경제를 살릴 먹거리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경기일보는 평택세관이 왜 민간통관장 도입에 소극적인지, 표면에 들어난 이유 외에 다른 의도는 없는지 등에 대해 살펴봤다. 경기지역에 1천억원 이상의 경제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평택항 민간통관장이 외면받고 있다. 평택세관의 몽니로 첫 발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과 전북 등에서는 앞다퉈 민간통관장을 추진 중이어서 상당수의 물동량을 다른 지역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평택시와 평택세관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평택항을 통한 해상특송 물량은 전국 총 물량의 63%를 점유하고 있다. 해외 직구 증가 등 전자상거래 비중이 늘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의 접근성 등이 용이한 평택항으로 물류가 몰린 데 따른 여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펜데믹 여파로 전자상거래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어 기존 평택항의 물류 시설만으로는 앞으로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주목받고 있는 것이 민간통관장이다. 민간통관장은 민간에서 통관 시설을 설치하고 세관이 통관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공이 나서 새로 특송장을 건립하는 것보다 빠른 추진이 가능해 물동량 급증 추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지역 항만 물류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평택항 발전을 위한 포럼에서 발표된 이동현 평택대 교수의 평택항 전자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해상 특송 발전방안 검토 연구에 따르면 평택항에 해상특송 민간통관장이 구축될 경우 직간접 일자리 348명, 생산유발효과 1천188억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가운데 타 지역에서는 이미 민간통관장 도입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인천항은 지난해 8월 해수부로부터 전자상거래 특화구역 허가를 받고 입주기업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전북 군산항 역시 국내 종합물류기업인 ㈜한진과 손잡고 해상특송화물통관장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평택항에서는 아직까지도 관련 논의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장벽은 핵심 기관 중 하나인 평택세관이 민간통관장 도입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민간통관장을 허가하면 위해물품을 비롯한 밀수 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평택항이 민간통관장 도입에 뒤쳐질수록 선발주자로 나선 인천항과 군산항이 물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평택지역의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이미 인천항과 군산항이 민간통관장 설치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평택항은 지금 시작해도 한 참 늦은 것이라면서 업체들이 평택항 대신 인천항과 군산항을 이용하기 시작한다면 평택항이 빼앗긴 물류를 되찾아오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최해영ㆍ김태희ㆍ정정화기자

[집중취재] 화물관리 독식… 관세무역개발원, 평택세관과 ‘수상한 유착’

평택세관이 평택항 민간통관장을 외면하는 이유가 제 식구를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역 물류업계 측은 평택세관과 관세청 전직 직원들이 핵심을 쥐고 있는 단체인 ㈔한국관세무역개발원(이하 관세무역개발원)과의 수상한 유착이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5일 관세청과 항만 물류업계 등에 따르면 관세무역개발원은 비영리단체로 화물관리, 관세연구, 도서출판 등 수익사업 대부분을 수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관세청 전ㆍ현직 공무원들의 친목회인 관우회(관세동우회)에서 파생됐다. 태생에서 보여지듯 관세무역개발원은 관세청과 밀접한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경기일보 취재 결과 관세무역개발원의 회장과 본부장 등 주요직들은 모두 관세청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세무역개발원 A 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관세청 퇴임 이후 같은 해 7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B 본부장과 C 본부장 역시 모두 관세청 출신으로, 지난해 2월과 3월에 각각 취임했다. 이들은 현재 관세무역개발원 이사로 등기돼있다. 또 이들은 모두 국립세무대학(세무대) 1기 졸업생이기도 하다. 세무대는 지난 1981년 설립 이후 1999년 형평성 문제로 폐지되기 전까지 세무행정 인재 양성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학교가 사라진지 20년이 넘었지만, 현재까지도 동문회 등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같은 배경 속에서 전국 세관지정장치장 55곳 중 관세무역개발원이 화물관리인으로 있는 곳은 28곳에 달한다. 공고절차를 거치는 세관지정장이 29곳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관세무역개발원이 독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과거 관세청 국정감사에서도 수차례 지적받은 바 있다. 지정장치장은 이사화물, 여행자 휴대품, 특송화물 등 밀수가능성이 큰 화물을 반입해 집중적으로 검사하는 곳으로 일반 보세장치장보다 높은 보관료가 적용된다. 관세무역개발원은 이들 세관지정장치장 운영을 통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 회장 취임 후 관세무역개발원의 매출액을 보면 2019년 314억2천255만원, 이듬해 369억6천254만원으로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이유로 업계에서는 평택세관이 민간통관장을 꺼리는 배후에는 관세무역개발원과의 관계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 평택세관의 세관장은 세무대 3기, 수입과장은 세무대 10기 출신으로 세관장과 수입과장에게 관세무역개발원의 회장과 본부장은 관세청 전직 선배임과 동시에 세무대 선배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A 항만 물류업체 관계자는 과거부터 세관지정장치장은 관세무역개발원이 독점하고 있다며 공모를 거친다고 해도 선후배 관계로 똘똘 뭉쳐 있는 탓에 개발원을 제외한 다른 업체들은 사실상 수주할 수 없는 구조다. 민간통관장을 허용하게 되면 그만큼 개발원이 운영하고 있는 지정장치장을 이용하지 않을테니,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평택세관 측은 평택세관과 한국관세무역개발원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다며 평택세관이 관세무역개발원의 수익 보전을 위해 민간통관장을 불허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관세무역개발원 관계자는 업계의 일방적인 의혹 제기라며 세관지정장치장 운영과 관련해서는 적법한 지정절차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최해영ㆍ김태희ㆍ정정화기자

[집중취재, 그후] 살처분→안락사 처분... 경기도, 동물보호 용어순화 ‘첫발’

경기도가 살처분이란 용어를 안락사 처분으로 순화하는 방안을 추진(경기일보 19일자 1면)하는 가운데, 27일 동물복지위원회를 열고 용어순화 절차의 첫걸음을 뗐다. 도는 이날 오전 수원시 팔달구의 경기도반려동물입양센터에서 열린 2021년도 상반기 동물복지위원회에서 살처분 등 용어를 순화하는 방안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구했다. 이번 회의에는 김성식 도 축산국장을 비롯해 동물단체 및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 7명이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동물보호 인식을 고취하고자 용어순화를 추진하는 도의 취지에 적극 공감했다. 앞서 도는 본보의 집중취재 연속보도를 통해 안성시의 한 살처분 현장에서 살아있는 닭이 파쇄기 안으로 넣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해당 현장을 담당했던 용역업체를 경찰에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도는 법적으로 살처분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할 경우 이와 비슷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 이를 예방하고자 살처분을 안락사 처분이란 용어로 변경키로 했다. 이밖에 도는 도축장을 생축작업장 또는 식육처리센터, 도축검사팀을 대동물검사팀, 도계검사팀을 소동물검사팀 등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동물보호법에 표현돼 있는 분양은 입양, 소유자는 보호자, 도살은 죽임, 사육은 양육 등으로 용어순화할 계획이다. 도는 이날 회의에서 제시된 의견을 취합해 건의안을 작성한 뒤 다음달께 농림축산식품부로 전달할 방침이다. 또 내년에 구축될 경기도동물보호복지플랫폼에 용어순화 관련 도민이 직접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한다. 이은경 도 동물보호과장은 필요할 경우 하반기 이전에도 추가로 동물복지위원회를 개최해 의견을 나눌 것이라며 도의 용어순화 노력이 동물에 대한 생명존중 인식 확산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이호준ㆍ송우일ㆍ채태병ㆍ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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