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년 차… 무늬만 ‘자치경찰’ [집중취재]

지난 2021년 7월, 나날이 증가하는 치안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지역 여건에 적합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고자 경기도에도 자치경찰제가 도입됐다. 경기남북부자치경찰은 출범 이후 순찰과 범죄예방, 음주운전과 교통단속 등 주로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많은 도민들에게 자치경찰의 존재는 낯설기만 하다. 이에 경기일보는 본격 시행 3년차에 접어든 자치경찰제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자치경찰’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자치경찰이요? 자율방범대 같은 건가요?” 지방자치의 하나로 도입된 경기도형 자치경찰제가 출범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허울뿐이라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도민들이 체감하는 치안서비스도 기존 국가경찰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뿐더러 여전히 모호한 기능과 역할 탓에 아직까지 자치경찰이 무엇인지 모르는 도민도 허다하다. 4일 경기남북부자치경찰위원회에 따르면 자경위가 지난해 7월 자치경찰제 시행 1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치경찰’을 처음 들어본다고 응답한 도민은 50%에 달했다. ‘들어본 적 있다’고 응답한 나머지 50%의 도민 중에서도 ‘내용까지 잘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9%에 불과했다. 자치경찰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도민이 10명 중 1명도 안됐던 셈이다. 시행 2년이 지난 이후에 진행된 설문조사(올해 7월26~30일)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들어본 적 있다’는 답변은 72%로 소폭 늘었지만, ‘내용까지 잘 안다’고 응답한 비율은 13%에 머물러 지난해보다 4%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행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10명 중 3명가량은 들어본 적도 없을 뿐더러 10명 중 9명 가까이는 자치경찰이 무엇인지, 어떤 일은 하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의미다. ‘자치경찰제가 잘 운영되고 있냐’는 질문에는 지난해 설문 기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5%에 불과했다. 다만 ‘경기도 자치경찰이 안전한 경기도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냐’는 질문에는 62%가 긍정적이라고 대답했다. 해당 질문에 대한 올해 설문조사 결과는 경기남북부자치경찰위원회가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경기도의회에서도 ‘자치경찰은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을 위해 출범했지만, 도민과의 소통이 잘 되지 않고 도민들의 체감도가 낮다’는 등의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이와 관련, 권오성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 안에 있는 것과 다름없어 일반 국민들이 잘 구별을 못한다”며 “현 시점에서는 지역특성과 주민 요구에 맞는 자치경찰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까 하는 개선에 대한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기남부자치위원회 관계자는 “자치경찰제의 제도적 한계는 있지만, 이를 넘어 도민과 소통하고 지역특성을 반영한 시의성 있는 치안시책을 발굴해 도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무늬만 자치경찰... 지휘·감독권 행사 못하고 예산 편성권도 없어 [집중취재]

자치경찰제는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이라는 도입 취지와는 달리 시행 3년차를 맞은 현재까지도 여러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제도에도 조직이나 인력 구성은 변함없고, 자체적인 인사권한이나 예산 편성권조차 없어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 지휘·감독 체계 바뀌었지만…조직·인력은 그대로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서 자치경찰은 순찰과 방범활동부터 여성·아동·노약자 보호, 가정폭력 예방, 교통단속 등 주민 일상생활을 둘러싼 치안업무를 맡게 됐다. 지휘·감독권 역시 시·도지사 산하의 자치경찰위원회에게 이관됐다. 하지만 정작 도민들이 ‘자치경찰’로 알고 있는 지구대와 파출소는 자치경찰이 아니다. 시민들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치안을 담당하던 지구대와 파출소는 자치경찰제 시행직전 국가경찰인 ‘112치안종합상황실’ 소속으로 변경됐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지구대와 파출소의 지역안전 관련 사무에 대해 지휘·감독권을 행사할 수 없으며, 지구대와 파출소는 자치경찰업무 수행보다는 112종합상활실의 출동지령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자치경찰제 취지의 달성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요인이라고 꼬집고 있다. 육동일 국가균형발전사업 평가자문단장은 “지구대와 파출소가 112상황실에 소속돼 있는데, 112상황실이 국가 경찰로 남아있는 상황에선 지역에 현장 인력도 없는 반쪽짜리 자치경찰제”라며 “국가 경찰 신분으로 수행하는 자치경찰이 지역주민 중심의 맞춤형 생활안전이나 지역치안 수요에 적극 대처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 불안전한 인사권…"자치경찰은 없다" 자치경찰위원회의 주요 역할은 자치경찰을 지휘 및 감독하면서 지역 주민의 수요에 맞는 시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시책을 집행할 때는 시·도경찰청에 지시사항을 공문으로 보내고, 경찰청장은 이를 해당 경찰서에 제시해야 한다. ‘경찰법’상 명시된 지휘·감독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자치경찰사무는 있지만, 자치경찰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자치경찰의 인사 권한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자치경찰이 지역주민이 선호하는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성과평가와 인사권의 행사를 통한 통제가 이뤄져야 하지만 미미한 인사 권한만 가지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현재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의 범위는 극히 한정적이다. 경사·경장의 승진, 경정의 전보·파견·휴직·직위해제 및 복직, 경감 이하 전보·파견·휴직·직위해제·복직·정직·강등·해임·파면으로 제한돼 있어 사실상 고위직에 대한 인사권은 행사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경찰청장과 경찰서장 등의 인사에 대해선 시·도자치경찰위원회에 일부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평가 반영 비중이 2%에 불과하고, 세부 규정도 없어 형식적 인사권 부여에 그친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에는 자치경찰의 승진 등을 담당하는 승진심사위원회도 없다. 제한된 인사권으로 자치경찰들은 정작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통제보다는 국가경찰의 인사권에 영향을 더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 자치권 없는 예산편성 자치경찰위원회의 예산 집행에도 자율성이 없어 재원 역시 실질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법에는 ‘자치경찰사무의 수행에 필요한 예산은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시·도지사가 수립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경우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경찰청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는 것이다. 이는 지역안전 서비스 공급에 필요한 예산 결정권이 결국 국가경찰에게 있다는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과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육 단장은 “지자체에 경찰 지휘의 권한을 주고, 지자체는 시·도 경찰위원회를 만들어 결정을 하는 등 형식은 갖춰놨지만, 권한이나 자율성은 없다. 자치경찰은 여전히 국가경찰 소속이고 권한과 예산, 인사 문제가 중앙에 종속돼 있는 일원화된 시스템”이라며 “자치경찰제의 목적은 지역주민들에게 맞춤형·지역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오히려 이전보다 후퇴돼 국가경찰로부터의 통제와 지휘만 받는 시스템으로 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방정부 중심으로의 근본적인 체제개편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국가경찰은 중요한 수사 등 국가경찰의 역할을 하고 자치경찰에게 더 많은 권한과 인력, 예산을 부여해서 자율성과 권한을 가지고 지역 밀착형 치안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제언 “경찰법 개정해 이원화… 지자체 권한 실질화해야” 전문가들은 자치경찰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경찰법을 개정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인사와 조직을 분리하고 지자체의 권한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전 한국경찰학회장)는 “자치경찰제 시행 3년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 인지도가 낮은 자치경찰은 존재감이 희미한 상황”이라며 “자치경찰제를 도입할 때부터 현행 경찰법상 사무만 구분돼 있고 조직과 인력은 분리돼 있지 않아 법적인 한계가 명확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정부가 자치경찰 이원화를 내년 1월부터 세종·강원 ·제주·전북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9월 정기국회부터 특별법 개정을 할 수 있도록 서둘러 구체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며 “자치경찰 이원화 방안 등을 다루기 위해 활동 중인 경찰제도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새롭게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치경찰이 이원화되면 자치경찰 사무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수행했던 것과는 달리 국가경찰의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사무를 전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며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자치경찰 활동에 주력할 수 있고, 지역주민들 곁에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치안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경찰 활동을 시행할 수 있도록 자치경찰제의 최종목표를 ‘자치경찰 중심의 일원화 모델’에 두고 로드맵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준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사권 강화 등의 제도적 보완만 이루어지더라도 과도기적 자치경찰 모델로서 그 역할을 일정 수준 이상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민이 바라는 궁극적인 자치경찰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어 “주민 수요에 부응한 경찰 활동은 거시적 제도 외에 지역정치 특성, 경찰하위문화, 경찰재량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궁극적으로는 시·도경찰청과 경찰서 모두를 자치경찰로 전환하고 국가경찰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승전에 가려진 ‘월미도의 눈물’… 정부·인천 수십년 외면 [집중취재]

“네이팜탄이 떨어지자 주민 모두 갯벌을 몸에 바르고 대피했다. 이후 동네는 폭삭 완전히 무너졌다. 우린 돌아갈 곳이 없었다.” 2007년 10월25일 임인자(당시 15세) 외 3명의 증언. 인천시가 6·25 한국전쟁 당시 9·15 인천상륙작전의 5일 전 발생한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의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천상륙작전을 통한 승전의 역사 이면에 있는 피해자들의 희생을 되돌아보고 이들의 보상은 물론 귀향을 위한 지원책 마련 등이 시급하다. 4일 인천시에 따르면 오는 14~19일 팔미도 등대 탈환·점등을 비롯해 해상전승기념식과 연합상륙작전 재연 등 ‘인천상륙작전 기념 주간’을 맞아 각종 행사를 열고 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그러나 인천상륙작전 의미와 함께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의 피해자들을 위한 위령 및 기록사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008년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을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으로 규정했다. 진실화해위는 1950년 9월10일 월미도 마을에 가해진 미군의 폭격으로 인해 약 100여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진실화해위는 미군이 당시 인민군의 관문 인천 월미도를 집중 폭격하면서 민간인 마을까지 파괴했다고 봤다. 이날 이뤄진 폭격으로 월미도 밖으로 피난을 떠났던 주민들은 고향을 잃거나, 가족의 주검을 맞이해야 했다. 당시 월미도 마을에는 120가구, 600여명이 살았다. 이에 따라 진실화해위는 정부가 미국정부와 적극 협상해 공동으로 책임을 지고 보상에 나설 것과 위령사업을 지원할 것, 월미도 원주민의 귀향 지원에 나서라고 권고했다. 앞서 월미도 원주민들은 지난 1952년 3월 ‘고향인 월미도로 돌려보내 달라’고 진정을 냈고, 당시 표양문 인천시장은 “지금은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도리가 없다. 미군이 철수하면 들어가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들 피해자들은 70여년이 훌쩍 지나도록 여전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의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의 지원 사업은 매월 25만원의 생활안정지원금이 전부다. 시는 ‘인천시 과거사 피해주민의 생활안정 지원 조례’에 따라 진실화해위에서 피해자로 지정한 37명 중 인천시민 25명만 지급하고 있다. 나머지 12명은 타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이 보상조차 받지 못한다. 반면 경기도는 지난 2018년부터 진실화해위에서 규정한 인권침해사건인 ‘선감학원 아동인권침해 사건’을 기록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는 조례를 통해 피해자의 생활안정지원금은 물론 유해 발굴, 유적지 정비 및 관리사업, 위령제 등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유적지 순례 사업, 문화·학술 기념사업, 의료지원, 심리치료 사업 등 다양한 지원체계를 보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월미도 미군폭격 사건 피해자들을 기리고 이들의 귀향을 돕는 것은 물론, 희생을 기록하는 등 적극적인 위령 및 기록사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인덕 월미도 원주민 귀향대책위원장은 “귀향 관련해 (국방부와 협의를 하고 있지만) 큰 진전이 없다”며 “보상이 아닌 귀향을 원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부가 있는 것”이라며 “인천상륙작전의 역사를 기념하려면 월미도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올해 월미도 피해자들의 증언을 기록하는 사업을 하는 등 지속적으로 위령·기록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던 만큼, 이들을 최대한 지원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카페시장도 ‘쩐의 전쟁’ [집중취재]

#1. 6년차 직장인이던 홍모씨(36·남양주시)는 지난해 회사를 관두고 제2인생을 ‘카페 사장’에 걸기로 했다. 1년여간 창업을 준비한 홍씨의 자본금은 약 2억원. 그는 “다산신도시에 소규모 카페를 열고 직원 한 명을 두는 데 무리는 없었지만 결과적으로 6개월도 버티질 못했다”면서 “커피는 향과 맛도 중요하지만 가게 브랜드와 메뉴 가격도 큰 몫을 차지하더라. 저희는 다 애매해서 인기가 없었다”고 자평했다. 결국 그는 카페를 접고 최근 셀프 사진 스튜디오로 업종을 바꿨다. #2. 주부 김모씨(34·김포시)는 올 초 남편과 김포, 구리지역에 각각 1개씩 개인 카페를 낼 계획이었다. 3년간 부부가 함께 고민해온 일이었지만 해마다 치솟는 물가에 생활비 지출이 커지면서 결국 1개 매장은 취소하기로 했다. “그마저 실패했다”던 김씨는 “워낙 카페가 많아서 저희 매장만의 경쟁력을 높여야 했는데 ‘돈’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는 걸 느꼈다”고 곱씹었다. 그는 “초보 영세 사업자는 목 좋은 곳에 개인 카페를 열 수 없는 구조”라며 “프랜차이즈가 아니고서는 카페 창업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카페’가 우후죽순 쏟아지는 시대다. 고물가 상황에서도 커피 만큼은 무풍지대인 상황. 커피전문점 현황과 변화상 등을 토대로 경기도 지역 경제를 살펴봤다. ■ 韓 ‘카페 시장’ 세계 3위 규모…특히 경기도서 인기 31일 금융감독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국내 커피 시장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6.6%씩 성장해왔다. 세계적으로도 미국·중국에 이은 3위 규모로, 코로나19 이후 그 인기가 더욱 뜨거워졌다. 지난해부터는 엔데믹 특수까지 더해지면서 스타벅스의 경우 연매출이 2조원 중반(2조5천939억원)까지 뛰었고, ▲투썸플레이스(4천282억원) ▲이디야커피(2천778억원) ▲커피빈코리아(1천535억원) ▲할리스커피(1천359억원) 등 주요 프랜차이즈 카페들도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커피전문점 4곳 중 1곳이 소재한 지역이 바로 경기도다. 행정안전부의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의하면 전국적으로 카페가 연평균 8.3%포인트(p)씩 늘어날 때 경기도는 적게는 8.5%p~많게는 25.1%p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증가세가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그만큼 카페 사업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 자료를 4월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도내 커피전문점 사업자 수는 2020년 1만3천854명→2021년 1만6천314명→2022년 1만9천428명→2023년 2만1천153명 등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도민 661명 중 1명이 ‘커피집 사장님’인 셈이다. ■ 물가 올랐어도 커피 포기 못해…동두천·여주 1년새 121% ↑ 누구나 식사 후 커피를 사들고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기엔, 해당 기간 물가는 가파르게 올랐다. 경기도소비자물가지수(2020년=100)만 봐도 2020년 11월(100.12)부터 올해 5월(111.06)까지 꾸준히 오르다가 6월(111.04)에야 소폭 감소했다. 2년여간 소비자물가가 11% 이상 오르면서 다양한 외식·장바구니 품목들도 덩달아 비싸졌지만, 커피의 인기 만큼은 식히진 못했다. 올 한 해(4월 통계 기준)만 한정해도 도내 시·군 31곳 가운데 30곳에서 커피전문점 사업자가 전년보다 늘었다. 최근 1년 만에 동두천시 커피전문점 사업자는 121.3%(131명→159명), 여주시 사업자는 121.2%(184명→223명) 늘어 도내 증가율 1, 2위를 기록했다. 다만 연천군 사업자는 76명에서 72명(증감율 94.7%)으로 도내에서 유일하게 그 수가 줄었다. 단순히 사업자 수만 따졌을 땐 수원시가 2천162명으로 가장 많았다. ■ 거대 자본 속속 유입…신생카페 10곳 중 5곳 ‘3년 내 폐업’ 카페 창업이 쉬워서, 카페 사업이 잘 돼서 사업자가 늘어나는 걸까. 업계에선 아니라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전만 하더라도 커피전문점은 비교적 창업 허들이 낮아 전형적인 영세 소상공인 업종에 해당됐지만, 지금은 거대 자본이 유입되면서 창업 환경이 판이하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애초에 ‘버틸 수 있는 사람’만이 카페를 열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카페 트렌드는 테이크아웃 위주의 저가 전략 매장과, 원두 품종·가공법을 다르게 하는 고급화 전략 매장으로 이분화 됐다. 양쪽 모두 영세 개인 카페가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그에 대한 결과는 ‘생존율’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신생 커피전문점 둘 중 하나가 3년을 채 버티지 못해서다. 경기도상권분석지원서비스를 통해 2022년 4분기 기준 경기도내 커피전문점 신생기업 생존율을 보면, 1년 생존율은 77.4%, 2년 생존율은 60.9%, 3년 생존율은 55.9%로 점차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개업하는 커피전문점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10곳 중 2곳이 1년 만에 문을 닫고, 나머지 2~3곳이 3년 안에 폐업하고 있다는 뜻이다. ■ 피해는 영세 소상공인 몫…사라진 자리는 ‘고급형 카페’가 메운다 주 요인은 과도한 출혈 경쟁이다. 커피 인기가 높아지면서 커피전문점이 쏟아지게 됐고, 아이러니하게도 커피전문점이 쏟아지면서 영세 소상공인이 대기업에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커피’ 하나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이제는 디저트, 인테리어, 콘셉트 등이 함께 경쟁 라인에 들어섰다. 실제로 도내 ‘카페’에서 ‘프랜차이즈형’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점점 커졌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기반으로 도내 커피전문점 전체 점포 가운데 프랜차이즈형 점포 비중을 조사한 결과, 2019년 30.9%(1만7천707곳 중 5천584곳)에서 2021년 33.4%(2만1천512곳 중 7천204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프랜차이즈 점포가 많아진 만큼 개인 점포 비중은 줄었다고 풀이된다. 성남 정자, 용인 죽전, 수원 광교 등 신도시에는 수많은 카페거리와 카페골목이 존재하지만 사실상 이 안에 영세 소상공인이 장기간 자리하기는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버티는 대안이 가격 인하이고, 그래도 버티기 힘들면 결국 업종을 전환하거나 폐업하게 된다. 그 빈자리는 다시 프랜차이즈형 카페 혹은 고급형 개인 카페가 채운다. 영세 상인은 진입조차 못 하는 데다가(하더라도 5년 내 절반이 폐업하고), 프랜차이즈는 ‘비싼 땅’에 굳이 여러 점포를 낼 필요가 없어 다른 지점을 내고, 고급화 전략만을 내세운 개인 카페만이 버틸 수 있는 구조다. 이에 대해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모든 프랜차이즈 카페가 잘 되고, 모든 개인 카페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양극화 된 업종인 건 사실”이라며 “대형 베이커리나 특화 매장 등 잘 되는 사례가 있는 반면 코로나19와 고물가 여파로 부침을 겪는 사례들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카페처럼 주로 1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업종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악화로 경영에 겪는 어려움이 크다”며 “이러한 현상은 비단 카페만의 얘기는 아니다. 지역 골목마다, 특성마다 거대 자본과 함께 영세업자도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부연했다.

“우리 선생님이?”… 학원가에 숨어든 성범죄자 [집중취재]

#지난해 4월 파주 소재의 한 학원에서 성범죄자 경력이 있는 A씨가 강사로 일하고 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파주교육지원청은 해당 학원의 지도점검을 실시했고, 학원장은 A씨를 채용할 때 성범죄 전력 조회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학원은 A씨를 즉시 해임했고 과태료 550만원을 부과받았다. #지난해 경기도의 한 아동 관련 기관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하던 B씨가 성범죄자 취업제한 대상자라는 사실이 경찰에 밝혀져 해임됐다. 기관에서는 범죄 경력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채용했으나, B씨는 재직 중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역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일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경기일보가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했다가 적발된 성범죄자 수는 총 107명이다. 지난해 적발된 성범죄자는 21명으로, 직전년도 10명 대비 52% 증가했다. 사교육 시설과 청소년 활동시설 등에서 적발된 성범죄자 107명 중 53명은 해임됐다. 39명이 근무하던 기관들은 폐쇄됐으며 나머지 15명이 있던 곳은 운영자를 변경 조치했다. 현행법상 법원으로부터 취업제한 명령을 받은 성범죄자는 최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관련 기관에서는 종사자 채용 시 반드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해야 하지만 실제로 인적사항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같은 기간 성범죄 전력을 조회하지 않아 적발된 경기지역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은 총 379곳에 달한다. 연도별로는 2018년 94곳, 2019년 85곳, 2020년 66곳, 2021년 56곳, 지난해 78곳으로 매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기관 유형별로 살펴보면 일반 학원이나 교습소 같은 사교육 시설이 358곳으로 전체의 94%를 차지했다. 이어 경비업 법인 17곳, 어린이집 2곳, 체육시설 11곳, 의료기관 1곳 등의 순이었다. 이영일 한국청소년정책연대 대표는 “학원 등에서 성범죄자가 일할 수 없도록 사각지대를 철하게 보완해 아동과 청소년이 성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성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성범죄자의 취업제한 제도의 실효적인 운영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성범죄자 취업 점검주기 늘려야" [집중취재]

성범죄자가 취업할 수 없는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취업했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경기지역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허술한 성범죄 경력 점검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성범죄자 취업 여부 점검 주기를 늘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자체적으로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청소년성폭력상담소 대표는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종사자 채용 시 성범죄 경력을 조회하지 않아 성범죄자가 취업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채용 후 성범죄자가 됐을 경우 기관에 그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계속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성범죄자 취업 여부 점검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의 장과 종사자들이 성범죄 신고 의무와 취업제도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숙지해 아동과 청소년 성 보호 인식을 강화하고 신고의무제도의 필요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관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에서도 최근 이에 대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대한 성범죄자 취업제한 명령 준수 여부 점검 횟수를 확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최연숙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이 대표로 발의한 개정안은 관계기관이 성범죄자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서 취업·노무 제공을 하는지 여부에 대해 연 1회 점검하던 것을 연 2회 이상 점검하는 것으로 변경해 점검 횟수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최 의원은 “성범죄자 취업 여부 점검 이후 성범죄에 대한 판결이 선고되면 공백이 발생한다”며 “연 1회 점검만으로는 성범죄자가 최대 1년 동안 관련 기관에 취업해 있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점검 횟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4개월 만에...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 ‘눈칫밥 신세’ [집중취재]

‘두 의원 사이에 낀 한 명의 정책지원관’ 임용 4개월 차에 접어든 전국 최대 규모의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들이 법령상 1인당 의원 2명을 보좌하는 구조적 문제에 따라 각종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27일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시행으로 전국 지방의회는 의원 전체 정원의 50% 범위 내에서 정책지원관(광역의회 6급 이하, 기초의회 7급 이하)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경기도의회에서는 의원 전체 정원 156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정책지원관 78명이 지난 5월30일 임용됐다. 임용 무렵 정책지원관 1명이 그만두면서 현재는 77명이다. 도의회는 의회운영위원회를 제외한 11개 상임위원회에 정책지원관 6~8명씩을 배치했다. 따라서 정책지원관은 같은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 2명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정책지원관들 사이에선 인력 배치와 관련한 애로 사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경우 의원들이 앞다퉈 이와 관련한 조례를 준비하게 되는데, 2명 중 1명의 의원으로부터 조례 준비를 지시받은 정책지원관은 또다른 의원에게는 이같은 사실을 발설하지 않도록 해야 해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1명의 정책지원관이 의원 2명을 담당하는 구조적 특성상 실제적으로 보안 유지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이들에 대한 일차적인 평가 권한은 상임위원회 수석전문위원들이 갖고 있으나, 정책지원관들과 호흡을 맞추는 의원들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두 의원 사이에 낀 정책지원관들이 일반 임기제 공무원이라는 신분 특성상 눈칫밥을 먹는다는 것이다. 의원들 역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신경쓰고 있다. A의원은 “정책지원관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기에 현재는 서로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다른 의원이 시킨 일을 정책지원관이 진행하고 있다면 업무의 협조를 구할 때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국회의원처럼 별정직 공무원 채용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자신의 임기와 함께하는 정책지원관이 1인당 1명이라면 의정활동의 궤를 같이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불신이 만연한 상황에서 지방자치법에 정책지원관에 대한 별정직 공무원 반영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도의회 관계자는 “염종현 도의회 의장(더불어민주당·부천1)이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의원 정책지원관 의원 정수 이상 확대를 강조한 만큼 중앙정부 건의 등 방법을 고민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보단 건수 집중... ‘치적 쌓기용’ 조례 발의 우려 [집중취재]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지원관이 사실상 반쪽짜리 구조인 데다 조례 발의 시 내용보다 건수에 치중한 치적 쌓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의원들이 정책지원관의 활용에서 개인 정치를 지양하고, 조례의 내실화를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의회는 지난 5월30일 정책지원관 임용 이전 이들에 대한 사무 분장을 완료했다. 애초 조례안 제·개정의 업무를 담당했던 입법조사관은 상임위원회 안건 등만 검토하고, 새롭게 편성된 정책지원관들은 자신이 맡은 의원들의 조례 재·개정만 맡는 게 골자다. 이런 가운데 경기일보가 국회·지방의회 의정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정책지원관이 본격 업무에 들어간 6월1일부터 현재까지 도의회(제369회 정례회·370회 임시회)에 접수된 의원 발의 조례안은 총 74건이다. 지방선거와 원 구성 파행을 겪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평년과 비슷한 양상이다. 특히 의원 2명당 1명의 정책지원관이 배치된 만큼 제도 정착 시 조례안 발의 수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조례안의 숫자만큼 그 내용 역시 주민의 삶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그러나 이른바 ‘베끼기 조례’, 정책 범위만 강한 어조로 바뀐 개정안 등 무늬만 발의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의 설명이다. 정책지원관들로 조례 내용의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1년 임기의 정책지원관은 매년 성과 평가를 받아 조례안 제·개정 건수에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의원들 입장에선 공천 시 해당 사안이 자신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등 보여주기식 조례 발의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 또 개인 의원실 관리, 의원 개인 수상 공적조서 작성 등 기타 업무까지 맡게 된 정책지원관들이 조례 검토에만 집중할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다. A의원은 “의원들이 의미 없는 조례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지역구 활동 등에 밀려 심도 있는 고민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권선필 목원대 행정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지방정치에서의 정당은 공천이 진행될 때만 존재하고 이후 의원들은 개인 정치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당은 정책의 차별성을 둘 수 있는 요소로 지방의원들은 당내 기조를 고려하는 등 조례를 심도 있게 발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윤환 경기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지원관 도입 초기다 보니 성과주의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만큼 도의회 모든 구성원이 조례 내용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나지 않는 약자… ‘내부장애인’ 배려해 주세요 [집중취재]

#1. 대장암으로 장루장애 판정을 받은 A씨는 장애 판정을 받은 뒤 병원 외에 외출을 꺼린다. 장루에 자율조정 신경이 없어 수시로 배변이 이뤄지는 데다 장루 주머니가 터지기라도 하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장소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매달 약값에 장루 주머니, 일회용 패드까지 들어가는 돈만 수십만원이 넘지만, 밖에 나가 일을 할 상황도 되지 않는 탓에 자꾸만 집 안으로 숨고 있는 실정이다.  #2. 폐 기능이 떨어져 평생 호흡기장애를 갖게된 B씨는 코로나19 이후 사람들과 마주하기 두렵다. 조금만 걸어도 기침은 물론 가래와 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코로나19에 감염된 것 아니냐’는 눈초리를 받기 때문이다. B씨와 같은 호흡기장애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니 일일이 변명하기도 어려워 결국 꼼짝없이 집에 갇혀 지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 중에서도 소수인 내부장애인이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다. 해마다 경기도내 내부장애인의 수는 늘고 있지만, 제대로된 의료서비스가 없는 것은 물론 복지혜택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1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내부장애는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 규정된 ‘몸속 장기에 완치되기 어려운 장애나 질병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애’를 말한다. 유형별로는 심장장애, 신장장애, 호흡기장애, 간장애, 장루·요루장애, 뇌전증(간질)장애 등이 포함된다. 현재 경기도의 내부장애인 수는 전체 장애인의 6%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수도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5년간의 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 3만2천830명(5.99%)에서 2019년 3만4천251명(6.11%), 2020년 3만5천839명(6.29%), 2021년 3만7천587명(6.49%), 2022년 3만8천928명(6.65%) 등 5년간 6천명이 넘게 증가하며 해마다 1천명 이상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장애인의 지속적인 증가에도 여전히 사회적인 관심은 미비하기만 하다. 장애의 특성상 외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데다가 장애가 아닌 단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로 보는 시선이 더 많아 장애인이면서도 각종 지원에서는 배제돼 있다.  황정희 내부장애인협회 이사장은 “내부장애에 대한 부족한 인식과 잘못된 편견으로 장애인들 역시 숨기기 급급한 분위기”라며 “완치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일상생활에 큰 제약을 받게 되기 때문에 더욱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고 숨어 지내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부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함께 사회가 내부장애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지원책 한 개뿐... 사각지대 놓인 내부장애인 [집중취재]

경기도내 내부장애인의 증가세에도 이들을 위한 지원책은 단 1개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한 치료를 받아야 하면서도 경제 활동을 할 수는 없는 내부장애인의 특성상 이들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한편 더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6일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도에 있는 장애인 지원책 중 내부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제도는 심장장애인과 신장장애인만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연간 150만원’의 치료비가 전부다. 이외 호흡기·간·장루·요루·뇌전증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게다가 150만원의 치료비 역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내부장애인들은 앓고 있는 증상에 따라 약값으로만 한 달에 수십만원을 써야하고, 치료비로는 최대 수백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1개월에 1번만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최대 6천만원의 치료비가 들고 있는 셈이다.  이에 내부장애인협회와 각 유형의 장애 협회가 자구책으로 이들에게 필요한 물품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경기지역 내부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은 누림센터 내에 장루·요루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 한 곳 뿐이다. 도내 건물 곳곳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나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또는 문자 통역 서비스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내부장애를 갖게 되더라도 자신의 증상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숨기는 장애인들이 생기는 것은 물론 이를 상담할 기관 조차 알지 못하는 게 그들의 현실이다.  송형규 한국호흡기장애인협회 사무국장은 “내부장애는 겉으로 표가 잘 나지 않아 장애라고 말하는 것조차 꺼려하는 분위기”라며 “치료비로 최소 한 달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필요하지만 경제활동도 어려워 대부분이 기초수급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활동이 어려운 내부장애인에겐 치료비와 물품 등 적절한 지원과 활동지원사의 도움 등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은 이 같은 문제를 인지, 지난해 내부장애인들의 지원을 위한 ‘신체내부기관 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법률안은 내부장애인의 지원을 위한 관리, 교육,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지원사 지원, 소득 보장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통합적 지원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내부장애인센터를 설치·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는 내부장애인들의 어려움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며 “이들의 특성에 적합한 지원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경기도민’ 느는데… 지자체는 지원 ‘외면’ [집중취재]

경기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에 대한 지원 여건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외국인 전담 부서와 인력 배치에도 시·군별로 차이가 있어 행정서비스의 편차마저 발생,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5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경기지역 외국인 주민 수는 60만7천431명이다. 이는 전국 외국인 주민(172만명)의 35.2%로, 지자체 중 가장 많다. 최근 3년간 도내 외국인 주민 수는 2020년 57만2천592명, 2021년 56만3천435명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줄었다가, 지난해 59만3천435명으로 증가 추세다. 외국인 주민 증가에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1년 ‘외국인정책 전담부서·인력확충 방안’을 발표, 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담당 인력을 외국인 주민 2천500명당 1명씩 확보하도록 했다. 외국인 주민 수 5만명 이상 또는 주민등록인구 대비 비율이 2.5% 이상이면 ‘과’ 단위(12명 안팎)의 전담 부서를 만들고, 외국인 주민이 1만~3만명 또는 인구 대비 비율이 5~10%인 경우 정원 4명 내외 전담 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과’ 단위 전담 부서 설치 대상 지자체 중 절반 이상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안산·시흥·수원·화성·부천·평택·안성·포천 등 8곳이 과 단위의 전담 부서 설치 대상이지만 화성·부천·평택·안성·포천 등 5곳은 전담 과를 두지 않았다. 화성시의 경우 외국인 주민 수가 5만2천875명으로 인구 대비 비율이 8.7%에 달하지만 전담 부서가 없다. 외국인 주민 수가 비슷한 시흥시와 수원시가 각각 외국인주민과와 다문화정책과를 두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외국인 주민 인구가 3만8천322명에 달하는 평택시도 전담 부서가 없고, 외국인 담당 인력이 1명뿐이다. 주한미군(2만5천여명)의 경우 한미국제교류과가 담당하고 있지만 미군 관련 업무 위주여서 다른 외국인을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원 4명 내외의 전담 부서 설치 대상(외국인 주민이 1만~3만명 등)인 오산·군포 등 10곳도 전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부분 부서내 1~2명이 외국인 주민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1명이 1만명 이상의 외국인 주민을 담당하는 셈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외국인 주민이 늘면서 행정 수요도 증가해 담당 부서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인력과 예산 등의 문제가 발목을 잡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안현숙 한국다문화건강가정지원협회 센터장은 “소수의 인원이 다수의 외국인 주민 행정 수요를 감당하기 힘들다”며 “언어장벽으로 불편을 겪는 외국인 주민들의 민원 해결과 조기 정착을 위한 생활 편의 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위해 전담 부서와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외국인복지센터 태부족… 남부 '쏠림' [집중취재]

경기도내 각 지자체가 늘어나는 외국인 주민을 위해 외국인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북부지역의 외국인복지(주민)센터가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정부가 구인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고용허용 인원을 상향함에 따라 단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시설과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외국인복지센터는 외국인 주민들에게 법률·생활 상담, 나라별 통역 지원, 한국문화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비자 연장이나 체류 자격 변경, 사업장에서의 임금 체납 등에 대한 상담도 해주고 있다. 하지만 도내 운영 중인 외국인복지센터는 수원·용인·성남·화성·안산 등 11곳에 불과하다. 안성시의 경우 전체 인구(18만8천574명) 대비 외국인 주민 비율이 10%가 넘는 1만9천497명이 거주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도 도내 지자체 중 8번째로 많은 6천150명이지만 이들의 다양한 민원과 어려움을 해소해 줄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안성시도 이러한 이유로 올해부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운영 인력은 2명뿐이다. 더욱이 도내 외국인복지센터가 남부지역에 쏠려 있어 지역에 따른 서비스 이용 격차가 크다. 경기북부지역 10곳의 외국인 주민 수를 합하면 8만3천여명에 달한다. 외국인 주민이 2만명에 가까운 고양특례시는 외국인복지센터가 없어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고양특례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문재호 의원이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고양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들을 위한 외국인복지센터 설립을 촉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양지역 외국인 주민들은 인근 지자체까지 원정을 가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 현장에서 마주치는 외국인복지센터 관계자들도 외국인 주민을 위한 체계적인 통합 지원 시스템을 갖춘 외국인복지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포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관계자는 “외국인복지센터가 없는 고양시뿐 아니라 양주나 파주에서도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의 연락을 자주 받는다”며 “주로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 체납 상담이나 통역 요청이 많은데 우리도 인력이 부족해 다른 지역까지 도와주기 벅찬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외국인복지센터 설립 지원을 요청하면 예산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30년 넘도록... 경기도내 공공도서관 절반 이상 '법 위반' [집중취재]

경기도 공공도서관 절반 이상이 장(長)으로 '사서직'이 아닌 '행정직'을 임명, 도서관법을 위반하고 있다. 10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991년 이후 도서관법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이 운영하는 공공도서관 운영을 총괄하는 관장에는 사서직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사서직은 도서관 및 자료실, 정보기관에서 문헌을 수집·정리·보관하는 전문 직종을 말한다. 단순히 책을 빌려주고 다시 반납을 받는 업무만 하는 게 아니라 도서관 운영과 도서관 업무에 관한 제도의 조사 연구 등도 한다. 사서직 공무원은 국가직, 지방직, 군무원 등으로 채용되는데 국가직은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 지방직은 지방자치단체 운영 도서관, 군무원은 군부대 내에 있는 도서관이나 자료실에서 사서로서 업무를 수행한다. 지방공무원임용령상 사서직은 행정직, 기술직, 농업직 등 공무원 직렬의 하나다. ■ 도내 공공도서관, 51.1% 비사서직 관장…전문성 부족 지적 그러나 경기일보가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2022년 공공도서관 통계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도내 공공도서관 297곳 가운데 152곳(51.1%)에서 사서직이 아닌 다른 직렬의 공무원이 관장을 맡고 있었다. 포천시는 가산도서관 등 8곳의 공공도서관을 운영 중이지만, 교육청이 운영하는 경기포천교육도서관을 제외한 지자체 운영 공공도서관 7곳은 관장 중 단 한명도 사서직이 없는 실정이다. 의왕시도 포일 어울림도서관 등 공공도서관 4곳 모두 비사서직 관장을 발령내 운영 중이다. 의왕시의 경우, 의료기술직 공무원이 도서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양평군과 이천시에서는 농업직과 공업직 출신이 공공도서관 관장을 맡고 있는 등 도내 31개 시·군 대부분이 도서관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공공도서관 관장이 ‘사서 자격증’마저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도내 비사서직 관장 152명 가운데, 사서 자격증을 갖고 있는 관장은 12명(7.8%)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도서관장을 비(非)사서들이 맡게 될 경우 운영 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문 한국도서관협회 정책기획팀장은 "공공도서관 운영의 취지와 목적을 생각하면 문헌정보학 전문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도서관서비스의 목적과 임무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는 사서가 관장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면서 "사서직 관장의 우수한 사업성 관련 연구결과들에서도 사서직 관장 보임을 강제한 현 '도서관법'의 당위성을 증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더 나은 상황에서 일할 수 있기를” 사서들 불만 속출 경기도내 공공도서관 둘 중 한 곳이 사서가 아닌 관장을 임명, 이는 공무원의 인사 적체를 풀기 위한 것이라는 내부 불만도 터져 나온다. 한 지자체의 사서직 공무원 A씨는 "도서관 서비스 활성화나 프로그램 개발 등 도서관 발전을 위해 일하는 행정직 관장은 보기 드물다"며 "관계법을 무시하면서 빚어지는 인사적체로 공직자 사기저하와 소외감으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지자체의 사서직 공무원 B씨는 "보통 퇴직을 앞둔 분들이 오셔서 1년 반에서 2년 정도 쉬어가는 자리로 생각한다"며 "도서관 발전을 위해 관장으로 전문성 있는 분들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도서관법을 관할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자체 사무라는 이유에서 사서직 관장 임용을 강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도서관법상 비사서직 임명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문화체육부 관계자는 "공립 공공도서관의 관장은 사서직으로 임명하라는 등의 도서관법 준수 요청 공문을 각 지자체에 주기적으로 보내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지자체를 보조하는 공모사업에서 지원기관을 선정할 때 법률 준수 여부에 따라 제약을 두겠다"고 전했다. ■ 수십년째 이어진 관행, 개선 없이 반복 이러한 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직사회의 인사 운영이라는 구조적·제도적 모순 때문이다. 이 중심에는 지자체의 조직 및 인사운영의 근거 중 하나인 ‘행정기구 및 정원 조례 시행규칙’이 있다. 10일 경기일보가 도내 31개 시·군의 조례 및 시행규칙 등을 확인한 결과, 30개 시·군(화성시 제외)에서 공공도서관장에 사서직이 아닌 행정, 기술 등 타 직렬 공무원의 임명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안양시 석수도서관과 평촌도서관의 경우, 지방사서사무관뿐 아니라 지방행정사무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정부와 포천, 안산 등 다른 지자체도 공공도서관장에 사서직이나 행정직 뿐만 아니라 토목, 건축 등 시설직이나 농업직이 도서관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자치법규를 운영 중이다. 결국 지자체가 도서관법을 위반하는 내용의 자치법규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 ‘평생학습 시대’ 도서관 중요성 높아져, 전문가 필요 이에 따라 사서직 공무원뿐 아니라 도서관 전문가, 학계 등에서는 공공도서관장 임명에 도서관법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 또 비사서직 공무원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사서직 관장이 근무할 경우, 우수한 사업성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16년 한국문헌정보학회지에 실린 ‘공공도서관장의 리더십 역량수준 측정에 관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사서자격증 보유여부에 따른 공공도서관장 리더십 역량수준이 유의한 차이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5월 전국 지자체에 도서관법 준수요청(사서직 관장 임명 및 법정 사서배치) 공문을 보내는 등 수시로 사서직 관장 임명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감사원도 과거(지난 2007년) 행정자치부(현 행안부)에 대한 기관운영 감사에서 도내 27개 시·군에서 도서관법을 위반한 자치법규를 운영 중이라고 지적한 뒤 자치법규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도서관 발전 및 국민도서 진흥을 위한 전문인력 확보 목적으로 제정된 '도서관법'의 입법취지와 상이하게 공공도서관 관장 보직 직렬을 규정했다"며 "도서관 관장의 보직을 승진이 적체된 지방행정직 등의 인사관리 방편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 지자체의 자치법규를 개정하고, 공공도서관의 관장 보직업무에 대한 지도 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 ■ 지자체 “비현실적인 법”…방안 모색해야 일선 지자체에서는 도서관법이 공직사회 전반적인 인사·조직 운영의 특수성이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사서직의 경우, 시·군 공무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적은데다 공공도서관장을 무조건 사저직에서 임명할 경우, 승진 인사시 직렬별 형평성과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보통 9급으로 임용 후 15년에서 20년, 또는 그 이상의 근무기간을 거쳐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하는 현실에서 4~6급인 공공도서관장을 사서직으로만 임용할 경우, 다른 직렬보다 훨씬 더 빠른 승진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군 인사 담당자들은 "작은도서관 관장 자리만 해도 보통 15년에서 20년 경력인 6급공무원이어야 가능하다"며 "지방자치단체의 특성상 인력 운영 어려움이 있어, 복수 직렬을 배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도서관법의 취지를 살리면서 지자체 인사·조직운영의 합리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김기헌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사서직 공무원이 도입된 지 20년 정도 밖에 안돼 도서관장을 할 정도의 직급이 높은 사서직이 모자랄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등 해외의 경우 전문성을 지닌 사서를 외부에서 뽑는 경우가 많은데, 실질적인 도서관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자치단체장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노인학대 매년 수천건… ‘헉헉’ 전담인력 멍든다 [집중취재]

경기도내 매년 수천건의 노인학대가 발생하고 있지만 학대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은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심한 학대 사례 관리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24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기관 및 개인으로부터 노인학대 신고 접수와 현장 조사, 방문·내방 상담, 학대 예방 활동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상담 업무 역시 접수·진행 상담, 종결상담, 사후관리 등 단계별 업무로 이뤄지고 있다.  이 같은 노인보호 전문기관은 도내 수원, 성남, 부천, 고양, 의정부 등 권역별로 5곳에 위치해 있으며 기관 당 최소 5개 지역에서 최대 7개 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문제는 노인학대 건수에 비해 전문기관 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최근 5년간 도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018년 1천855건, 2019년 2천151건, 2020년 2천427건, 2021년 2천732건, 지난해 3천51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내 노인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학대 신고 건수는 지난해보다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전문기관 내 노인학대 신고 사례를 관리하고 상담 및 현장조사를 하는 인력은 전문기관 별 9명씩 배치돼 45명이 전부다. 지난해 기준 기관 내 상담 인력 1명이 약 67건의 노인학대 사례를 관리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대 관리자들은 세세한 사례 관리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한 노인보호 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 사례가 방대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사례 1건 당 현장 점검, 학대 판정을 위해 최소 4시간이 소요된다”며 “학대 신고 건수는 많지만 인력은 부족하다 보니 며칠 밤을 꼬박 새워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례를 질적으로 신경쓰지 못할 때도 다반사다. 특히 학대 유형이 다양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급급하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라며 "대부분의 노인보호 전문기관이 수년째 이 같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인력 증원 계획은 없다”면서도 “전문기관 내 인력이 부족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꾸준히 인력 증원을 요청 중”이라고 전했다.

가해자·피해자 분리 쉼터 경기도 세 곳뿐… 노인보호 ‘한계’ [집중취재]

노인학대 신고 후 학대 행위자와 피해자 격리를 위한 경기도내 학대피해 노인전용쉼터가 존재하지만 이마저도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대피해 노인전용쉼터는 학대 행위자로부터 학대피해 노인을 분리시켜 보호하고 심신 치유 프로그램, 법률 상담 등을 제공한다. 학대피해 노인이 입소를 희망하거나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학대피해 노인의 동의 하에 입소를 요청할 수 있다. 쉼터 입소기간은 4개월이며 1회(2개월) 연장이 가능해 최대 6개월까지 머물 수 있다.  경기도내 전용쉼터는 지난 2011년 의정부와 부천에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10월 용인에도 마련돼 총 3곳이다. 의정부와 부천의 쉼터에는 국비와 도비 50%씩 총 2억3천600만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으며 용인의 경우 도비로만 3억2천만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전용쉼터는 3곳뿐으로 매년 수천건 발생하는 학대피해 노인 수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14개의 쉼터가 마련된 아동학대 사례와 비교해도 터무니 없이 적은 수다. 더욱이 이들 전용쉼터 정원은 한 곳당 5명씩으로 총 15명의 학대피해 노인만 수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 학대피해 노인 누구나 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 학대피해 노인전용쉼터 설치를 확대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학대피해 노인 보호를 위해 전용쉼터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학대를 막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까지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명이 길어지고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노인 관련 시설은 늘어나고 있지만 학대 예방 체계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학대 행위자와 피해자를 즉각 격리시켜 2차 가해를 막기 위해 쉼터 증원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쉼터뿐만 아니라 노인학대 행위 자체를 막기 위한 사회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경기도 관계자는 “용인에 위치한 쉼터의 경우 경기남부지역 관할 쉼터가 없어 만든 것”이라며 “쉼터가 부족할 경우 노인보호전문기관 등 현장의 목소리를 고려해 마련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쉼터를 추가 마련할 예정은 없다”고 말했다.

‘n번방 방지법’ 3년… 디지털 성범죄 되레 늘었다 [집중취재]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에도 경기지역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대책의 일환인 ‘n번방 방지법’이 제대로 적용되는 경우도 드문 데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SNS 규제 사각도 여전해 디지털 성범죄 근절까진 갈 길이 멀었다는 지적이다. 23일 경기남·북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기지역 ‘디지털 성범죄 발생률’은 매년 증가세다. 지난해의 경우 총 4천568건이 발생했다. 이는 2021년(2천951건)과 2020년(1천963건) 대비 각각 54.79%, 132.71% 늘어난 수치다. 이 중 대면 범죄인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은 2020년 1천429건, 2021년 1천582건, 지난해 1천761건 등으로 연평균 100건 이상씩 증가했다. 비대면 범죄인 ‘통신매체 이용 음란’ 역시 2020년 534건에서 2021년 1천369건, 지난해 2천807건으로 폭증했다. 디지털 성범죄로 검거된 인원 또한 성인과 미성년자를 가리지 않고,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천871명에 그쳤던 디지털 성범죄 검거 인원은 2021년 2천751명으로 크게 늘더니 지난해엔 4천325명으로 불어났다. 텔레그램을 통해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 사회적 공분을 산 n번방 사건을 계기로 ‘n번방 방지법’을 시행한지 만 3년이 다 돼가지만 범죄가 줄긴 커녕 도리어 늘고 있는 셈이다. 2020년 5월 국회를 통과, 시행된 n번방 방지법은 성폭력처벌법·정보통신망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을 포괄한다. 벌금형 삭제 등 성착취물 관련 처벌을 대폭 강화한 게 핵심이다. 다만 그동안 n번방 방지법이 제대로 적용된 경우가 극히 드물어 오히려 시행 이전보다 처벌 수위가 낮아졌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 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성착취대응팀이 지난 2021년 1~6월 성폭력처벌법 위반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율은 n번방 방지법 적용 사건이 79.4%로 구법 적용 사건보다 3.2% 더 많았다. 같은 기간 내에 선고받더라도 범죄 발생 시기에 따라 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n번방 방지법 시행 이전에 범죄를 저지른 경우 구법이 적용된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가 활발하게 발생하고 있는 플랫폼이 텔레그램 등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SNS라는 데 있다. 대표적으로 텔레그램은 러시아 개발자가 2013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본사 등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결국 해외엔 한국 수사기관의 수사권이 미치지 않아 운영사 측의 협조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엔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 텔레그램은 한국 수사기관의 수사 협조 요청에 한 번도 응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여전히 관대한 면이 있다”며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수사·처벌 측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가다서다 시속 30km… 제1경인 고속도로 “고속道 기능 잃은 지 오래” [집중취재]

“말만 고속도로지, 매일 차가 막혀요. 이런데도 통행료를 받는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10일 오전 7시께 인천 부평구 청천동 인근 제1경인고속도로. 서울·인천 양방향이 출근하는 차들로 가득찬다. 고속도로는 차들의 평균 속도가 시속 약 30㎞에 불과하다. 잠시 뒤 차들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다 아예 멈춰 서기도 한다. 특히 인천요금소(TG)를 지나는 화물차들은 줄을 길게 늘어선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김은호씨(30)는 “고속도로면 시속 100㎞로 달려야 하는데, 이건 뭐 거의 기어가는 수준”이라며 “벌써 십수년 동안 이런 상황이라, 이젠 통행료가 아깝다”고 말했다. 제1경인 인천 구간의 교통체증이 출퇴근 시간마다 반복, 사실상 일반 도로로 전락했다. 이런데도 인천시민들은 여전히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고 있어 통행료 무료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시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제1경인의 출퇴근 시간(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 평균 통행속도는 시속 30~36㎞이다. 구간에 따라 교통체증이 심한 곳은 명절 귀성길을 방불케 한다. 특히 제1경인 기점인 서인천나들목(IC)은 진입 차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교통체증이 심해지고 있다. 인근에 청라국제도시와 루원시티 등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안팎에선 제1경인 무료화는 물론 교통체증을 완화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민선 8기 들어 국토교통부에 제1경인 무료화를 건의했다. 인천시는 제1경인 서인천IC~신월IC의 13.45㎞ 구간 회수율이 259.6%, 즉 건설투자비 3천4억원을 초과한 1조4천716억원을 통행료로 걷은 만큼 무료화가 타당하다고 본다. 유료도로법 제16조에는 통행료의 총액이 건설유지비 등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인천시의 무료화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제1경인을 무료화하는 것은 전례가 없고, 다른 지역과 형평성도 맞지 않다는 게 이유다. 국토부는 2개 이상의 유료도로를 통합 운영하는 통합채산제를 적용, 1968년 개통 이후 현재까지 55년째 통행료를 계속 받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속도로의 무료화는 불가능”이라며 “현재 흑자 노선의 이익으로 적자 노선의 유지 보수 등을 해오고 있는데, 이 같은 정책에 차질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명절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고속도로 무료화를 추진하지 않느냐”라며 “제1경인도 출퇴근 시간마다 고속도로 기능을 잃는 만큼, 통행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제1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새로운 전략’ 급부상 [집중취재]

인천시의 제1경인고속도로 통행료 무료화 요청에 국토교통부가 거부 입장을 보인 가운데, 인천지역 안팎에선 국토부를 설득할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인천시에 따르면 제1경인 무료화를 위한 논리의 핵심은 유로도로법 제16조 ‘통행료의 총액이 건설유지비 등을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현재 제1경인은 회수율이 259.6%에 이른다. 그러나 통행료의 총액이 건설비를 초과했을 때에 대한 후속 조치나 강제 조항이 없는 등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통합채산제를 적용, 계속 통행료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시가 지역 국회의원 등과 힘을 모아 유료도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 인천지역 현안으로 확산시켜 제1경인 무료화를 위한 법 개정을 선거 공약에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국회의원(동·미추홀갑)은 “경인고속도로를 무료화할 수 있도록 유료도로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유로도로법 개정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특히 인천시가 타 시·도와 공동으로 국토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울산시도 지난 1969년 개통한 경부고속도로의 울산~언양 구간이 건설비와 유지비를 제하고도 1천억원 이상의 초과수익을 냈다며 국토부에 통행료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구간은 제1경인에 이어 2번째로 회수율 250%를 넘겼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단순히 인천의 주장을 국토부에 건네는 수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며 “법 개정 및 울산시와 공동대응하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국토부가 통합채산제로 제1경인의 통행료를 계속 받는 꼼수를 차단하려면, 인천시민의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제1경인 무료화를 이뤄내기 위한 논리 개발 등에 힘쓰고 있다”며 “국회의원을 통해 적극적인 법 개정에 나서는 한편, 울산시와의 공동대응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이버 전쟁’ 공격 막을 방패... 경기도, 서울의 절반 [집중취재]

서버 침입을 통한 성적 유출·북한발 해킹 시도 등 최근 국내외 ‘사이버 공격’ 사태가 잇달아 벌어지고 있지만, 경기도의 보안 투자·인력 육성 의지에는 의구심이 뒤따른다. 서울시와 유사한 책임 규모를 떠안고도 관련 예산과 인력은 반 토막 수준이기 때문이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국가 사이버 안전관리 규정’ 등을 근거로 지난 2009년부터 ‘경기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를 운영해 왔다. 해당 규정에는 사이버 보안 기구 설치·운영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는 국가정보원의 사이버안전센터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도의 정보시스템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바이러스에 즉시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의 예산·인력은 담당해야 하는 보안 업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도가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77곳(본청·북부청 등)으로 서울시 76곳(본청·사업소 등)과 비슷한 규모인데, 대등한 책임 범위를 지니고도 관련 예산과 인력 규모는 절반에 그쳤다. 먼저 예산의 경우 도와 서울시의 격차가 극명했다. 도는 ‘사이버침해대응센터 보안관제 용역’ 사업비에 올해 본예산 10억1천만원을 편성했다. 반면 서울시는 17억4천만원으로 도의 1.7배에 달한다. 게다가 도의 관제 인원 11명도 서울시 20명 대비 반 토막이다. 도와 공공기관, 일선 시·군의 행정망 및 인터넷망을 보호하기 위해 24시간 상주 근무하고 있는 이들은 매년 4천여건의 보안 위협을 감당하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침해사고대응전문가는 2명에 불과해 지능화·고도화되는 위협을 신속히 조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앞서 도교육청의 성적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기밀정보 유출에 대한 도민 우려는 현실화됐다. 도교육청이 도의 관제 범위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보안 사건·사고의 도내 피해 사례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의 피의자는 지난 2월18일 도교육청 학력평가시스템 서버에 무단 침입해 지난해 11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성적 등 정보 27만여건을 탈취한 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 관계자는 “서울시에 비해 사이버 보안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도 역시 상시 보안관제 운영을 통해 실시간 대응 체계를 확보하고 있다”며 “사이버 공격에 따른 도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이버 침해·재난 신속 대응... 공간·장비 ‘이중화’ 필요하다 [집중취재]

경기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에 대한 투자·인력 규모가 열악한 가운데, 도 본청과의 ‘분리 운영’을 향한 요구 역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침해 및 물리적 재난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망 분리뿐 아니라 공간·장비 이중화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8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현재 경기도청 구청사 전산실 내부에 경기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면적 40㎡ 규모의 센터 내부에는 업무를 처리하는 본장비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예비장비가 함께 위치해 각종 문제 발생 시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서울시는 본청과 분리된 곳에 면적 82㎡의 사이버안전센터를 갖추고 있다. 인력·장비 역시 본청과 일부 이중화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해킹과 같은 보안 사고뿐 아니라 화재 등 재난 상황에서의 신속한 수습을 위해서는 투자·인력 확대와 함께 주요 기밀정보에 대한 이중화 검토를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분리 운영은 사이버 보안 사건·사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화재와 같은 재난 발생과 관련된 대응 방안으로 볼 수 있다”며 “다만 큰 틀에서 보면 이 같은 재난이 사이버 보안 사고와 연계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도 차원의 대안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도와 서울시의 예산과 인력이 큰 격차를 보이는 부분을 면밀히 분석해 봐야 한다”며 “도의 관제 범위에 드는 일선 시·군의 규모, 인구 수, 인터넷 사용률 등을 감안해 합당한 투자를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도 “모든 정보에 대한 이중화는 어렵겠지만 민감 정보를 다루는 정보시스템에 대한 이중화가 시행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기밀 정보에 대한 시스템 및 장비 이중화 또는 센터 자체를 분리하는 방안도 논의해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시스템 관리 체계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이라며 “사이버 침해에 대응하는 전문인력을 늘리고 적절한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도 관계자는 “내년 말쯤 구축되는 통합데이터센터에서 사이버침해대응센터를 운영할 예정”이라며 “이후 통신관제실과 통합유지보수실, 침해대응센터 세 곳을 통합적으로 모니터링하며 보안 및 장애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너지를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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