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고찰·동화 세계… 수원미협 작가 4인4색 개인전

수원미술협회 소속 작가들의 4인 4색 개인전이 수원 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지난 7일부터 관객과 만나고 있다. 이동숙, 장철익, 최경숙, 손순옥 작가는 자신의 세계를 수놓는 작품들을 저마다의 관점과 생각으로 다시 배치해 전시장에 녹여냈다. 누군가는 초기작을 다시금 꺼내들면서 회상에 잠기기도 하고, 누군가는 새롭게 시작하는 작업물을 선보이는 포부를 드러내는 등 작가마다 각기 다른 시간의 궤적을 선보이는 자리라는 점에서 매력이 넘친다.  먼저 1전시실엔 이동숙 작가의 21번째 개인전이 마련돼 있다. 이 작가는 소나무, 의자 등의 대상을 매개로 삶과 관계에 관한 생각을 펼쳐 놓는다. 특히 그의 손에서 소나무는 다양한 의미를 획득하는데, 때로는 자연 그 자체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격체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이때 중요한 건 소나무의 형상 자체보다 소나무를 통해 발견되는 가치와 지향점이라고 말한다. 이 작가는 “대상이 예술이 될 때, 대상은 외관의 재현 단계에만 머무를 수 없다”면서 “소나무를 그리지만 그를 통해 나타나는 공존의 가치와 형태에 주목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캔버스에 스며든 소나무들은 온전한 나무의 형상이 아닌, 솔잎, 나무의 일부 등으로 세분화되는 듯 하다. 그가 그린 소나무들이 이미 다른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공존’ 등과 같은 기존의 작품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데서도 매력을 찾아낼 수 있다. 전시실을 나와 눈을 돌리면 거대한 고래 형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온전한 형상이 아닌, 14개의 캔버스에 조각 조각 들어차 있는 형태다. 장철익 작가는 이번 ‘고래’ 작업이 장기 프로젝트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는 “지금은 14개지만, 향후 49개의 캔버스로 빚어낸 거대한 혹등고래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고래를 구성하는 캔버스가 추가될수록 전시 규모에 맞는 전시장 구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며 “바닥에 캔버스를 늘어뜨리는 등의 배치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포착한 고래의 일부분, 즉 미완의 고래를 들여다 볼 때 캔버스를 통해 드러난 부분과 아직 표현되지 않은 영역을 오가면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작가는 거대하고 압도적인 존재인 고래에게 바다라는 제한 공간을 두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의중이 캔버스에 녹아들기 시작하면서, 고래는 또 다른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공간에서 최경숙 작가는 모두에게 익숙한 옛날 이야기나 동화를 작품 세계로 끌어들인다. 그림 속 화자는 오랜 기간 숲을 지켜온 나무들이다. 동화 ‘빨간 망토’ 속 소녀와 늑대, 소설 ‘어린 왕자’의 여우가 숲 속에서 연결되거나 맞닥뜨리는 순간이 펼쳐진다. 결국 다양한 이야기가 뒤섞이면서 공유되는 무대 자체를 바라볼 때, 작가의 작품을 더욱 깊게 음미할 수 있다. 최 작가는 “시간이나 배경, 등장인물 간 갈등의 원인이 조금씩 다를 뿐이지 결국 작업 대상은 모두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 속 풀과 나무 등의 자연물은 겹겹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지워내는 듯 긁힌 자국을 드러낸다. 그는 “긁는 작업이 숨겨진 시공간을 보여주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오랜 시간 접해온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구전되고 누군가에게 전해진다. 다만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과 환경은 끊임없이 변하면서 의미의 재생산과 재구성이 발생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최 작가의 작품을 뒤로 하고 이어지는 전시 공간에는 손순옥 작가가 빚어낸 동심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그의 작품은 어린 시절 즐겨 했던 놀이에 대한 현대인들의 그리움을 담고 있다. 추억처럼 떠올릴 법한 이미지들이 맴돈다. 작가는 딱지, 종이비행기, 구슬, 종이배, 팽이 등의 다섯 가지 소재로 동심을 향한 마음을 형상화했다. 추억의 물건들을 살펴보고 있자니 문득 밑으로 보이는 빽빽한 글씨들이 캔버스를 가득 메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손 작가는 이런 표현 방식에 관해 “어릴 적 흥얼대던 동요의 노랫말을 적어놓았다”면서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생각하다보니 질감을 다변화하거나 표현법을 다양하게 만드는 시도가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각자의 개성으로 무장한 작가 4인의 개인전은 12일까지 열린다.

한 땀 한 땀 실로 엮은 바람들… 김순철 개인전 ‘About wish - golden age’

작가의 정성스러운 바느질은 예술적 감성이 더해져 화면을 가득 채운다. 강렬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또 정갈한 항아리와 그릇으로 탄생했다. 바느질로 그림을 그리는 ‘회수(繪繡)’ 작업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일궈온 김순철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서울 인사동의 희수갤러리는 오는 23일까지 김순철 작가의 35번째 개인전, ‘About wish - golden age’를 선보인다. 인고의 바느질로 ‘황금기(golden age)’를 피워 올린 작가의 염원이 담겨 있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한지 위에 채색과 바느질로 작업을 한다. ‘About wish’는 요철감 있는 수제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기법으로 실의 물성을 응용한 회화 작품이다. 작가는 1997년부터 바느질로 그림을 그리는 ‘회수(繪繡)’ 작업을 시작했다. 동양화에선 선을 중요시 하는데, 그 선을 어떻게 하면 더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바늘땀을 생각해 낸 것.  그의 작품은 한 땀 한 땀, 한 점 한 점 느린 작업의 결과물이다. 고단하게 반복되는 긴 시간의 노동은 몰입하게 하고, 성찰하게 하고, 비워내게 하고,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녀에게 작업은 치유이며 명상이다. 김 작가는 “화면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확산되는 바느질의 흔적은 주변과의 연결과 소통의 의미이며, 짧고도 긴 호흡처럼 이어지는 일상의 운율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활짝 피어 절정을 이룬 꽃의 이미지는 중심에서 주변으로 퍼지는 기운의 확산을 의미한다. 항아리와 그릇 역시 좋은 기운과 생각을 가득 담았다. 그의 작품이 각종 아트페어나 전시에서 관람객들의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러한 이유일 테다.  김 작가는 “About wish 작품에서 나오는 밝은 긍정의 기운이 삶의 위로와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바깥으로 확장되는 내면의 풍경들… ‘Studio ON’ 팀의 ‘242: 하루사이’ 展

하루를 나타내는 ‘24’시간과 사람 ‘사이(42)’. 같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두 객체를 작품으로 담아낸 전시가 열리고 있다.  ‘242: 하루사이’ 전이 안양 온유갤러리에서 오는 25일까지 관람객과 만난다. 온유갤러리는 회화, 조각,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의 무대를 마련해왔다. 이번엔 3인의 여성 작가가 결성한 ‘Studio ON’ 팀과 함께한다. 전시 공간 곳곳에서 평면을 벗어난 내면의 풍경이 공간과 사람 사이로 퍼져나간다. 이태희 기획자와 김수연 섬유 작가, 신재연 회화 작가로 구성된 ‘Studio ON’ 팀은 평소 평면을 공간으로 확장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내면의 감정이 확장되는 형태, 바깥 공간에서 형성되는 관계를 담아내는 데 집중했다. 자연에서 찾은 일상의 재발견,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의 재형성. 이 같은 키워드들이 전시 공간 곳곳에 일관되게 녹아 있다는 점이 작고 아담한 규모의 전시의 존재감을 한껏 키워준다. 신재연 작가의 설치 작품과 회화가 맞이하는 도입부 통로를 지나 전시 공간의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왼편에 김수연 작가의 ‘낙화’가 발길을 붙잡는다. 띄엄띄엄 놓인 세 개의 캔버스, 그 위를 가득 메우는 붉은 실이 마치 나무에 만개한 꽃들처럼 보인다. 기다란 실이 묶음으로 캔버스 아래에 매달려 있는 모습은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 자체보다도 떨어지는 꽃잎들이 만들어내는 시간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같은 낙화 현상을 바라봐도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 형식과 소재를 달리하면서 자연스레 드러나는 셈이다.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눈에 띄는 건 쉬폰 천에 프린팅된 회화, 캔버스를 수놓는 회화 등의 작품에서 보이는 동물들이다. 벌과 물고기, 고양이 등의 생물들은 개인과 집단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간의 모습을 은유하는 요소처럼 느껴진다. 두 작가가 협업한 ‘물결2’, ‘Percolate’, ‘242’ 등의 작품들을 통해선 각자 다른 시선이 만나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기획자는 “자연물과 맞닿은 김 작가의 섬유 작업물이 신 작가가 활용하는 다양한 채색 재료들과 어떻게 호응하는지를 살필 때 폭넓은 감상이 가능하다”며 “평면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들이 어떤 방식으로 공간을 채워서 관람객들의 내면에 가닿을 수 있는지 고민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덧붙였다. 거대한 협업 구조물인 ‘Percolate’는 ‘스며들다’라는 뜻으로, 김 작가가 신 작가의 ‘POACH IN SILENCE’가 인쇄된 쉬폰 천 위에 실을 엮어내고, 주변 바닥에 터프팅 오브제를 설치해 탄생한 작품이다. 두 작가는 작품에 대해 개인과 타인을 나타내는 생물들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내면의 감정이 충돌하며 안팎의 경계를 허물고 분출될 때의 변화를 표현했다고 설명한다. 이태희 기획자는 이번 전시에 대해 “내면의 감정에 집중하던 두 작가의 협업으로 외부의 관계가 내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는 기회”라면서 “사회 속 우리가 맺는 다양한 관계에서 파생된 요소들을 살펴볼 수 있다. 감상자 각자가 다양한 주체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공간서 …안토니오 메타버스 개인전 ‘조우 : 다름을 포용하다’ 체험기

예술계에 한동안 가상공간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2020년부터 대면 전시가 제한되자 메타버스(Metaverse) 플랫폼에서 NFT(대체불가능토큰)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됐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공간에서 경제·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한다. 특히, 코로나19로 비대면 콘텐츠의 이용이 늘어나며 다양한 비대면 만남을 주도하는 기술로서 각광받았다. 메타버스는 여전히 예술계를 포함한 전 사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그런 시점에서 현재 우리는 이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을까.  성남 헤드비갤러리가 지난달 30일부터 선보인 안토니오 리 작가의 ‘조우 : 다름을 포용하다’는 이런 기술을 이용한 NFT 전시다.  이용자들은 헤드비 갤러리와 작가의 SNS에 게시된 링크로 접속하면 ‘spatial’이란 메타버스 플랫폼에 들어가게 된다. 접속에 앞서 자신의 분신이 될 캐릭터의 이름을 설정하고 캐릭터 외형까지 고르면 준비 완료. 모니터 속 ‘나’는 바다로 둘러싸인 전시장에 몸을 던진다. 본격적으로 전시장을 둘러보려 하다가 당혹감을 맞닥뜨린다. 마우스 또는 키보드 자판을 사용해 전시장 안을 돌아다녀야 하는데, 이 작동법을 익히는 데 무려 20분이란 시간이 필요했다. 옆 작품으로 이동하려다 애먼 작품 앞에 서 있거나 별안간 천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작품을 감상하기 적절한 위치로 이동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 수준. 모니터 가득 그림을 보려고 마우스 휠을 돌리면 의도한 것보다 더 확대돼 그림의 일부만 보이기도 했고, 내 분신이 아바타가 시야를 가려 작품 감상을 방해하기도 했다. 최적의 감상법은 각 작품 오른쪽 하단에 위치한 캡션을 누르는 것이었다. 캡션을 누르면 고화질의 작품이 이미지로 제공돼 온전히 작품을 즐길 수 있었지만, 전시를 관람한다는 현장감과 생생함이 부족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모바일로 제공하는 AR 기능은 관람에 재미를 더해 아쉬움을 달랬다. 모바일로 전시장에 접속하면 AR(증강현실) 이용이 가능하다. 하단에 있는 눈 모양 아이콘을 터치하면 핸드폰 뒷면 카메라가 비추는 곳이 전시장 배경이 된다. 핸드폰 화면을 통해 자신이 실제 몸담은 공간에 메타버스 전시장에 걸려 있던 그림이 걸려 있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이 걸려 있는 장면 그뿐, 화면에 비친 작품 앞으로 간다고 해서 실제 거리가 좁혀지지는 않았다. 메타버스 전시는 시공간 제약 없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는 장점뿐만 아니라, 이전엔 마우스 클릭만으로 쉽게 복사돼 가치를 지니기 어려웠던 인터넷상 작품이 NFT 기술 적용으로 가치를 회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프라인 전시장처럼 다양한 감각을 사용해 관람할 수 없다는 단점은 분명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한계점을 보완해 나간다면 차세대 전시문화 트렌드로 주목받기엔 충분해 보였다. 

성남문화재단 '2023 마티네 콘서트'… 파가니니 등 '이탈리아로부터'

성남문화재단이 대표 브랜드 공연 ‘마티네 콘서트’의 2023년 시즌 공연 일정을 발표하고 지난 2일부터 전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시즌권 티켓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로부터’를 주제로 내세워 르네상스 이래 서양음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해 온 이탈리아의 다채로운 클래식 음악들을 소개한다. 르네상스 시대 다성 음악의 대가 팔레스트리나를 시작으로 몬테베르디, 코렐리, 비발디 등의 바로크 작곡가들과 19세기 벨칸토 예술의 상징인 로시니, 파가니니의 작품을 소개한다. 또 베르디, 푸치니 등의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들의 작품과 레스피기, 엔니오 모리코네, 니노 로타 등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음악가들의 새로운 작품세계도 만날 수 있다. 3월 공연은 올해 탄생 210주년을 맞은 ‘오페라의 제왕’ 베르디의 작품으로 시즌의 문을 연다. 지휘자 최영선이 이끄는 성남시립교향악단과 국내외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혜정, 테너 이범주, 바리톤 이동환이 오페라 ‘리골레토’, ‘나부코’, ‘라 트라비아타’, ‘아이다’,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의 서곡과 주요 아리아들을 선보인다. 5월에는 한국인 최초 2021 영국 그라마폰 ‘올해의 음반’으로 선정되며 유럽 무대에서 먼저 주목한 신예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선보인다. 7월에는 한국인 최초 베를린필하모닉 종신단원으로 활동하는 비올리스트 박경민이 파가니니의 그랑 비올라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소나타 D단조를 연주할 예정이다. 또 10월 공연에서는 2년 연속 마티네 콘서트의 진행을 맡고 있는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그의 음악 친구들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김두민, 메조 소프라노 김정미가 들려주는 실내악 향연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정나라, 데이비드 이, 홍석원, 김광현, 이승원, 최수열 등 국내 클래식계를 이끄는 정상급 지휘자들과 국립심포니, 경기필하모닉, 디토오케스트라,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 등 국내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가 마티네 콘서트 공연에 함께한다. ‘마티네 콘서트’는 2006년 시작해 올해로 18번째 시즌을 맞았다. 매월 셋째 주 목요일마다 관객들에게 깊이 있는 클래식 프로그램과 쉽게 풀어낸 음악 이야기를 소개하며 클래식 입문자부터 마니아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공연이다. 지난 2021년부터는 국가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해 프랑스(2021시즌)와 영국(2022시즌)의 클래식 음악을 새롭게 조망한 바 있다. 공연은 3월부터 12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0회 공연을 모두 관람할 수 있는 시즌권이 지난 2일 오후 2시부터 판매된 데 이어 일반권은 16일부터 인터파크티켓에서 구매 가능하다.

이풀실내정원이 전시장으로 ... '오가닉 스펙트럼'전 [주말, 여기 어때]

하늘과 땅, 수직과 수평, 자연과 인공. 각종 대비와 충돌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혼란을 겪거나 중심을 잃곤 한다. ‘오가닉 스펙트럼’은 이런 대비에 정면으로 맞서며 이 안에서 연결고리를 찾고 조화를 이룬다. 지난해 6월30일 안산 이풀실내정원에서 문을 연 ‘오가닉 스펙트럼 ORGANIC SPECTRUM: 최성임’은 식물원에 작품을 입혔다. 전시는 대비 간 조화의 산물이다. 이는 전시장에 들어섬과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산책길이 마련된 1층은 길을 따라 아래에서 위로 걸어 올라가는 구조로 돼 있어 시선이 자연스레 위로 향하는데, 이때 시야엔 낯선 장면이 가득 들어온다. 천장 부근에 매달린 채 아래를 향하는 작품과 발아래엔 땅속 깊이 뿌리내린 채 하늘을 향해 잎사귀를 뻗어내는 식물들. 이들이 주는 대비가 새로운 감각을 자극한다. 두 눈을 빈틈없이 채우는 풍경은 마치 일상과 분리된 미지의 세계로 발을 들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낯섦 속에서 금세 그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를 발견하게 된다. 단조로운 초록색 식물로만 이뤄진 정원에 알록달록한 작품들이 색을 더하며 첫 번째 조화를 자아낸다. 반투명 천장을 뚫고 스미는 햇볕에 반짝이는 잎들과 그 빛을 반사하는 우레탄 비닐로 만들어진 작품 ‘잎’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또 다른 화합의 무대를 만든다. 작가는 이 같은 충돌과 조화를 우리의 일상과 연결 지으며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자 했다. 작품은 특정 형태로 고정돼 있지 않고 날씨나 계절, 시간대, 관람객이 작품을 바라보는 위치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지니게 된다. 관람객들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장면을 포착할 수 있다. 유리천장을 통해 매분 매초 다르게 들어오는 빛과 갈지자형으로 난 산책로를 십분 활용해 작품을 설치했다는 작가의 수고가 몸소 느껴진다.  2층 전시장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색감의 ‘맨드라미’가 눈을 사로잡는다. 화병 속의 꽃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는 이 작품은 잘 손질된 꽃송이와 닮아 있다. 작가는 아크릴과 털실 등으로 만들어진 인공품에다 생명력을 잃고 꺾여 있는 꽃송이를 표현했지만 은은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관람객의 몸짓에 미묘하게 움직일 때마다 생명력을 지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같이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이 서로를 닮아있는 모습, 이들이 서로 연결되는 지점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서 ‘오가닉 스펙트럼’의 묘미를 발견한다. 최성임 작가는 “설치 작업은 늘 정원 가꾸기와 같다고 빗대어 설명해왔는데 이번 전시는 실제 자연 정원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정원을 옮겨 놓는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며 “앞으로도 식물원이나 정원에서 하는 전시를 기획해서 자연 속에서 실제 식물과 어우러지는 작품을 만들어 충돌과 화합의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30일까지.

"검은 복토끼 찾아라!" 우리음악으로 빚어진 경기시나위 신년음악회 ‘토끼판’

옥황상제가 2023년 인간 세상에 내려가 액을 막고 복을 빌어 줄 토끼를 찾아오라는 명을 내린다. ‘검은 토끼 해’ 에 ‘검은 복토끼’를 찾아나서는 이들. 소리꾼과 고수, 전자사운드와 합창, 우리 음악이 그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새해를 여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선율과 화려한 오케스트라도 뒤이어진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검은 토끼로 나타나 한 해의 액을 막고 모든 이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는 신년음악회를 펼친다. 경기아트센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는 오는 4일 오후 5시 센터 대극장에서 ‘2023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 토끼판’을 연다. 이번 음악회는 이야기가 있는 콘서트로 준비됐다. 계묘년 검은 토끼해를 맞이해 하늘에서 명을 받고 인간 세상에 내려온 검은 토끼가 인간의 복을 빌고 액을 막는 이야기다. 길었던 코로나19로 지치고 얼룩진 우리 일상을 회복하고 창조와 도약의 계묘년을 맞이하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경기시나위오케스트는 전통 국악관현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도와 재창조로 빚어진 우리 음악의 풍성한 향연을 선사한다.  원일 예술감독이 지휘를 맡고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전원이 출연해 전통을 넘어선 새로운 우리 음악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민요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이희문과 놈놈(조원석, 양진수), 국악, 팝, 아트록 등 장르를 뛰어넘어 다양성을 지향하는 동양고주파(장도혁, 윤은화, 함민휘), 소리꾼과 고수가 모인 판소리 창작연구공동체 입과손 스튜디오(김소진, 이승희, 김홍식, 이향하), 음악의 다양성을 관객과 공유하기 위해 모인 음악단체 펠리체 앙상블(단장 임준태)이 함께 출연하여 우리 음악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야기는 드디어 검은 복토끼를 찾아내고, 복토끼가 인간세상에 복을 빌고 액을 막아 새롭게 도약할 힘을 준다.  공연에선 이희문과 놈놈, 경기민요 소리봄이 함께 만들어내는 신명나는 음악과 작곡가 정일련의 사물놀이 협주곡 ‘혼’을 경기시나위 오케스트라의 풍성한 선율과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감상할 수 있다. 역대 국악관현악단으로서는 가장 많은 악기편성인 ‘혼’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대대아쟁(일반 아쟁보다 1옥타브 낮음)을 활용한다. 베이스음역대를 온전하게 구현해 동양적이고 풍성한 선율을 느껴볼 수도 있다.

겨울방학, 아이들과 함께 즐길 다채로운 공연…뮤지컬 ‘틀려도 괜찮아’ 外

생각의 힘을 길러주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공연이 경기지역 곳곳에서 열린다. 길고 긴 겨울방학, 고전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악극과 어린이들에게 힘을 길러주는 뮤지컬로 알차게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 틀림이 아닌 다름의 가치‧‧‧가족음악극 ‘나무의 아이’ 창작그룹 동화가 국악, 설화를 현대적인 음악극으로 옷을 입혀 색다른 감동을 전한다.  한국 홍수설화 ‘목도령과 대홍수’를 재해석한 ‘나무의 아이’는 커다란 나무 아래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나무 도령의 모습으로 막을 연다. 마을에 닥친 대홍수로 나무 아빠와 나무 도령은 여행을 떠나며 극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곁을 지키는 그들의 모습에서 ‘틀림’이 아닌 ‘다름’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남들과는 다르게 붙박이 나무가 아빠인 나무 도령은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지만, 나무 아빠와 나무 도령의 사랑은 여느 가족과 다르지 않다. 이동 및 조립이 자유로운 큐브형 무대와 은유적으로 표현된 소품들은 어린이 관객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한다. 형태는 달라도 사랑의 형태는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와 가야금과 대금 등 국악 연주가 어우러지며 감수성 역시 자극한다. 지난 28일 시작된 공연은 오는 3월11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1시30분과 3시30분 용인어린이상상의숲에서 관람 가능하다. ■어른에게도 위로 건네는‧‧‧어린이 뮤지컬 ‘틀려도 괜찮아’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가 초등 저학년 필독 도서로 선정한 ‘틀려도 괜찮아’가 어린이뮤지컬전문 극단 예일의 공연으로 찾아온다. ‘틀려도 괜찮아’는 어린이 관객들이 직접 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형 뮤지컬로 진행된다. 집에서는 쫑알쫑알 수다스러운 아이지만, 학교 수업 시간만 되면 자신감을 잃은 채 입을 꾹 닫는 아이들. 뮤지컬은 이들에게 반드시 정답일 필요는 없다고, 틀려도 좋고 틀리면서 정답을 찾아가는 거란 이야기를 전한다. 공연이 마무리된 후 아이들은 손들고 발표할 수 있는 자신감과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중요함을 배우게 된다.  공연은 초등학교 교실을 배경으로 진행되지만 틀리기 연습이 부족한 어른들에게도 ‘틀려도 괜찮아’라는 위로를 전한다. 오는 2월18~19일 군포문화예술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3월1일 경기아트센터, 3월18~19일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관람할 수 있다.

나눔갤러리 블루 Sophia Kwak 초대 개인전… 새해 맞아 힐링·공감·사색 ‘가득’

양주 나눔갤러리 블루에서 진행되는 ‘새해 맞이 힐링 사진전’이 2월12일까지 관람객과 만난다.  사진 작가이자 힐링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소피아 곽(Sophia Kwak) 작가의 새해 첫 초대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공감과 힐링의 구도(Composition of Empathy and Healing)’라는 주제로 기획됐다. 작가가 포토에세이 출판을 앞두고 준비한 작품들을 비롯해 지난 한 해 동안 각종 국제 사진 공모전 등에서 수상한 작품 위주로 구성된 20여점이 전시 공간에 배치돼 있다. 해외를 중심으로 활동해온 소피아 곽은 바다를 배경 삼아 미니멀리즘과 추상 표현에 입각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수묵화의 질감이 스며든 듯한 다양한 흑백 사진들은 그가 택한 구도와 촬영법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산물이다. 전시장을 채우는 사진들은 단순한 사진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수평선의 경계가 사라져 버린 찰나가 담긴 ‘Heaven’ 같은 작품을 지나칠 때면 얼핏 보면 회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작품 속 세상과 교감을 시도하게 된다. ‘Sea story’ 연작 세 점을 보고 있으면 카메라가 만들어낸 잔상인지, 화선지와 먹으로 그려낸 섬세한 자국인지 분간하기 어려워진다. 이처럼 작가의 사진들은 포착한 현상에 대해 다시금 돌아볼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관람객 각자의 마음과 만난다. 작품들을 눈앞에 둔 채로 감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색에 빠져들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시장을 거니는 동안 ‘비움’에서 오는 순수함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작가의 순수한 마음과 연동된다는 점에서도 매력을 발견한다. 소피아 곽 작가는 “이번 초대 개인전에서 ‘힐링과 공감 그리고 행복함’을 전달하고자 하는 데 집중했다”며 “전시장을 찾는 모든 이들이 올해도 평화롭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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