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음악가들이 창단한 '바림 오케스트라' 4일 왕림아트홀에서 공연

MZ세대로 구성된 앙상블 ‘바림’이 4일 오후 4시 의왕시 왕곡로 왕림이팝아트홀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앙상블 바림 연주회’를 연다. 이번 연주회는 4월 30일 부천 오정아트홀에서 개최될 창단 기념 제1회 연주회에 앞서 선보이는 자리다.  연주회를 주최하는 ‘바림’ 오케스트라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음대를 졸업한 지휘자 권민성 음악감독의 지휘로 플루티스트 송혜리, 클라리네티스트 이선호, 바이올리니스트 오현진, 첼리스트 송성결, 피아니스트 김정아 씨 등 단원과 함께 'Sea Change'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인다.  또 모차르트 오페라 ‘폰토왕 미트리다테’중 한 아리아를 플루트와 클라리넷, 피아노로 편곡한 작품과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 3번, 단찌의 클라리넷 콘체르토 2번, 포레의 플루트, 클라리넷, 피아노를 위한 파반느 등 다양한 연주곡를 선사할 예정이다.   ‘바림’은 색을 칠할 때 한쪽은 잔하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점차 엷고 흐리게 하는 그라데이션(gradation)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넓은 스펙트럼의 다양한 음악으로 관객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피아니스트 김정아는 “‘바림’오케스트라는 젊은 음악가들이 사회에서 음악을 놓지 않고 꾸준히 연주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창단됐다”며 “매달 연주를 기획해 조화롭고 수준 높은 양질의 음악을 시민에게 들려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 누구나 관객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경계에 대한 6인의 시선…성남문화재단 '2022 신소장품전'

우리 삶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경계선들. 예술과 일상의 경계, 현실과 이상의 경계,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 경험하는 감정의 경계.  이 속에서 6명의 작가가 던지는 다양한 질문과 탐색의 과정을 담아낸 작품들이 관객과 만나고 있다.   성남문화재단은 성남큐브미술관에서 이러한 시각을 담아낸 여섯 작가의 ‘2022 신소장품전’을 오는 6월25일까지 상설전시실에서 선보인다.  나진숙 작가는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아우르는 작업을 통해 작가의 의식과 경험을 기록하는 작업을 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 내건 ‘The Wave of Breath, Water and Wind 2021-1’은 나무 합판 위에 레진과 물감을 혼합해 얕은 부조의 형태로 미래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주영 작가는 ‘Fine, Thanks’를 통해 우리 삶 속에서 경험하는 시간을 획(劃)으로 형상화하고 이를 통해 바람처럼 날아가는 시간에 대한 추상적 의미를 되새겼다. 이돈순 작가는 건축물의 기본 재료인 못을 활용해 사회적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철정회화 ‘창’을, 최지원 작가는 살면서 마주하는 여러 상황 속에서 느끼는 순간적인 감정을 담아낸 작품 ‘흐름’을 통해 변화하고 흘러가는 감정의 여러 장면을 흐릿한 형태로 형상화했다.  이체린 작가는 복잡하게 뒤엉킨 감정과 기억의 덩어리를 표현한 ‘무제’를 통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뇌를 담아낸다.  정석희 작가의 ‘첩첩산중’에서는 개인의 감정과 일상이 사회적 현실과 충돌, 대립하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의 삶과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기록하고 탐구한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누구나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편 성남큐브미술관은 공공 미술관의 역할과 지역 내 건강한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매년 소장품 구입 공모를 통해 새로 수집한 신소장품과 지역의 신진작가 발굴사업인 ‘성남의 발견전’ 등으로 수집한 출품작을 매해 상·하반기에 나눠 소개한다. 

성시연과 경기필 6년만의 조우…'말러 교향곡 6번 연주'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성시연 지휘자가 6년만에 함께 호흡을 맞춘다. 경기필은 3월 22일과 23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롯데콘서트홀에서 성시연 지휘로 ‘말러 교향곡 6번’을 연주한다. 말러의 교향곡 6번은 ‘비극적’이라는 표제에서 알 수 있듯 전반적으로 무겁고 우울하다. 많은 종류의 악기를 사용해 감정을 표현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여러 타악기를 통해 다양한 음색을 표현하고자 했다. 채찍, 해머 등 10여 종의 타악기가 등장해 다채로운 음향효과를 만들어 낸다. 말러의 이 작품은 악장 순서를 놓고 지휘자 마다 의견이 달라 다른 음악을 들려준다. 말러가 여러 차례 개정했기에 어떤 악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악장 순서가 달라진다. 성시연 지휘자는 이번 공연에서 2악장 안단테, 3악장 스케르초 순서로 곡을 진행한다. 4년간 경기필 지휘자로 활동했던 성시연은 2017년 고별 무대를 선보인 이후 6년 만에 합을 맞추게 됐다.  현재 그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하고 오클랜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최초의 여성 수석 객원 지휘자로 발탁되는 등 세계무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특히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고, 경기필 예술감독 시절 말러 교향곡 5번을 음반을 발매하는 등 ‘말러 스페셜리스트’로 알려졌다. 성시연 지휘자가 선보일 ‘말러 교향곡 6번’은 어떤 음색과 감동을 전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양인모는 2015년 파가니니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22년 제12회 장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버르토크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은 2번과 달리 거의 연주되지 않아 더욱 기대를 모은다. 버르토크는 바이올리니스트 슈테피 가이어를 위해 이 곡을 썼지만, 그녀는 버르토크의 구애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버르토크는 결국 이 곡의 존재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시간이 흘러, 버르토크는 이 곡에 대해 “가장 직접적으로 가슴에서 우러나와 쓴 유일한 곡”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성 지휘자는 “경기필과 함께 한 4년 동안 더 많은 말러 교향곡을 연주하고 싶었는데 2번, 5번, 9번만 연주해서 아쉬웠다. 경기필의 투명한 사운드, 넓은 음량의 폭 그리고 단원들의 열정이 말러 음악의 음색과 캐릭터를 표현하기에 너무 좋은 악기라고 생각한다"면서 “시간이 흘러 서로 성숙해지고 연륜도 더해져 어떤 연주가 나올지 너무 궁금하다”고 전했다.

‘경계와 중첩에서 엿본 생명력’…김용현 작가의 ‘숨기다&드러내다’ 展

자연물을 모티브로 아크릴 물감과 물의 특성을 살려 번지고, 뿌리고, 흘러내리고, 붓의 필력을 이용한 기법으로 표현하는 김용현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두나무아트큐브 갤러리는 오는 3월1일부터 21일까지 김용현 작가의 12번째 개인전 ‘숨기다 & 드러내다 Conceal & Reveal’을 선보인다. 자연의 숨겨진 이면과 드러나는 이면을 표현방법의 차이를 통해 생명력을 표현한 작품전이다. 김 작가의 작품은 구상과 비구상적인 기법을 혼용하면서 물성의 특징을 살려 자연의 드러나지 않는 내면속의 생명력을 극대화했다. ‘피어나다’에 대해 김 작가는 “고목나무에서 핀 매화꽃을 모티브로 다양한 중첩된 붓질을 통해 나뭇가지들 그 속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표현하려 했고, 뿌리고 흘리고, 번짐을 통해 피어나는 생명의 씨앗을 품은 꽃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기억 너머 그곳을 기다리다’는 시골 텃밭에서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당근이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의 흐름을 담은 작품이다. 김 작가는 “몇 해 전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어머니가 생전에 심어놓은 당근이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고 흐드러지게 꽃을 피웠다”며 “누구의 간섭이 없어도 자연 ‘스스로 그러하다’는 듯 자라고 피어나는 생명력을 흐르고 번지는 물과 아크릴 물감 물성의 본질을 이용해 나의 간섭 없이도 스스로 그러하게 생명의 흐름을 표현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로 자연물에서 얻은 종이 죽, 돌가루, 숯, 황토 흙에 아크릴 물감을 혼용해 작품을 제작해 왔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아크릴 물감과 물의 특성을 이용해 번지고, 뿌리고, 흘러내리고, 붓의 필력을 이용한 붓질로 내면을 표현한 작업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김 작가는 “몇 해 동안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마비됐었다. 힘든 시기를 잘 극복하고 이제는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숨죽이며 지내오다가 오랜만에 발표하는 전시인 만큼 의미가 새롭다”며 “새로운 환경에서의 작업들이 새로운 작품으로의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역 음악인과 상생”… 수원시향, ‘수원 음악인의 밤’ 28일 개최

지역의 음악인들이 모여 상생하는 축제의 장이 찾아온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은 28일 오후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수원 음악인의 밤’ 공연을 개최한다. 수원시향의 기획연주회 ‘수원 음악인의 밤’은 지역 예술계의 저변 확대 및 활성화,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음악인들과 접점을 늘려나가기 위해 2013년부터 매해 진행돼 왔다.  무대에 서는 수원 지역의 음악인, 연주자들은 수원시 음악협회의 추천을 받아 선정됐으며 수원시립교향악단과의 완성도 높은 협연을 통해 양질의 공연을 선사해왔다. 특별히 올해는 수원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작사가들의 창작 가곡 세 곡을 무대로 올려 화합의 의미를 강조하는 자리로 기획했다. 신은혜 수원시향 부지휘자가 지휘봉을 잡는 이번 공연의 첫 곡은 바흐의 ‘하프시코드 협주곡 5번 바단조 작품 1056’. 한국하프시코드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송은주 연주자가 협연으로 나선다. 이어지는 순서로는 수원 출신의 음악가들이 무대에서 기량을 마음껏 뽐낸다. 바이올리니스트 변지혜, 피아니스트 송지은, 첼리스트 김진경이 베토벤의 ‘삼중협주곡 다장조 작품 56’을 선보인다. 이어 첼리스트 배기정과 함께 하는 랄로의 ‘첼로 협주곡 라단조’를 감상할 수 있다. 특별히 이번 공연에서는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이경우 작곡·이외수 작사), ‘바라건대 비는’(주용수 작곡·이혜준 작사), 수원을 배경으로 만든 가곡인 ‘팔달문의 사람 향기’(이경우 작곡·오현규 작사) 등의 창작 가곡이 소프라노 자원과 테너 주선중의 목소리를 통해 무대를 수놓으면서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수원시립교향악단 관계자는 “해마다 수원시향은 수원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과 진정성 있는 협연으로 깊이 있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완성도 높은 연주를 선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올해도 지역의 음악가들과 함께 기획한 다양한 방식의 협업을 통해 수원 시민들께 감동과 화합의 무대를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김홍도미술관 '1세대 대표작가' 故 장성순·성백주 화백 상설관 개관

안산문화재단 김홍도미술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세대 작가 고 장성순, 고 성백주 화백의 상설관을 열고 28일 상설전을 개관한다. 상설관은 두 화백이 안산시에 기증한 작품을 중심으로 공개된다.  추상미술의 선구적인 활동을 한 장성순 화백은 지난 1990년대부터 안산에서 활동을 해왔다. 2017년 안산시에 202점의 작품을 기증했고, 안산시 문화상을,이듬해인 2018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상을 수상했다.  장미화가로 일컬어지며 구상과 비구상을 넘나들며 화려한 색채와 자유분방한 구도로 작품세계를 구축했던 고 성백주 화백도 1990년대부터 안산에 정착,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성 화백은 2020년에 장 화백은 2021년에 작고했다. 김홍도미술관은 지난해 단원미술관에서 김홍도미술관으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안산시가 소유한 김홍도·강세황 등의 고미술 작품과 장성순, 성백주 두 화백의 기증 작품에 대한 가치 발굴과 확장을 연구하기 위한 비전과 위상을 제시한 바 있다.  그동안 김홍도미술관은 기증 작품을 기반으로 기증 및 추모전 등 다양한 기획전시를 진행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기증 작가 상설전을 통해 장성순, 성백주 두 화백의 작품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더욱 입체적으로 조망할 예정이다.  또 두 화백의 기증 작품을 중심으로 연대기별, 소재별 다양한 주제로 구성해 6개월 단위로 전시 작품을 교체해 관람객들과 다각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수원시립공연단, 연극 ‘억울한 여자’ 내달 24일 선보여

수원시립공연단의 올해 첫 정기공연 연극 ‘억울한 여자’가 3월24일부터 26일까지 수원 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일본의 극작가 쓰치다 히데오가 집필하고 수많은 연출가들에 의해 무대에 올랐던 연극 ‘억울한 여자’는 2001년 일본 초연에 이어 국내에선 2007년에 소개된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작품이다.  연극은 무료한 삶을 보내고 있는 소도시 사람들과 그곳에서 갓 결혼한 유코와 다카다 부부를 따라간다. 자신과 다른 타인을 인정하지 않고 남들과 조금 다르고 유별나다는 이유로 개인을 비정상으로 몰아가는 현대 사회의 단면을 유쾌하고 산뜻하게 풀어냈다. ‘정상’이라는 틀을 만들어 놓고, 그 틀 안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과연 정상인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이 연극이 2023년 지금 다시 무대에 올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태환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현재 한국 사회의 나타나는 양상에서 연극과의 연결고리를 짚어냈다.   구 감독은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면서 한국 사회는 극도로 개별화됐고 개인주의로 인한 딜레마 역시 짙어졌다”면서 “일본의 사회상을 짚어냈던 대본을 다시 꺼내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극에 묘사된 일상 속 대화, 사람들의 감정이 오가는 모습을 통해 현재 한국 사회와 연결고리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감독은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웃음 뒤에 가려진 여러 갈등을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표현을 통해 극대화하는 방식에 관해서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 그는 “특별한 각색 없이 희곡의 내용을 살려서 가되 배우들이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하고 살려낼 수 있는지 살펴보는 데서 연극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서 “각 배우들이 그런 요소들을 자신에게 맞게 해석하고 소화하면서 표현하는 방식에 관해 다양한 고민들을 했으니 그 부분에 집중해서 본다면 연극을 200%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 감독은 홍민아 배우가 주인공 ‘유코’ 역을 맡은 데 대해 “평상시에 홍 배우가 굉장히 유쾌하고 털털하면서도 보이시한 매력도 지닌 모습을 보여주는데, 연기할 때는 굉장히 섬세한 감정선을 잡아내는 걸 보며 자기에게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연엔 극단 단원 전원이 참여한다. 또 지난해 선보였던 연극 ‘봄의 노래는 바람에 흐르고’에서 감초 ‘춘근’ 역을 맡았던 김희창 배우가 수원시립공연단과 한 번 더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구태환 예술감독은 “극단 단원들이 잘 해낼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며 “메시지도 간결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작품인 만큼, 수원 시민들께 연극 다운 연극을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다.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연리뷰] 하늘아래 두개의 인류 ‘낮과 밤’ 삶을 그리다

경기아트센터·경기도극단과 국립정동극장이 공동으로 기획·제작한 연극 ‘태양’이 서울 국립정동극장에서 지난 3일부터 관객을 맞이하고 있다. ‘태양’은 2021년 경기아트센터와 두산아트센터가 협력했던 초연 무대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은 적이 있다. 이번 재연 무대는 초연에 비해 어떤 부분에서 달라졌고, 어떤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다. ‘태양’은 21세기 초 바이러스로 초토화된 사회에서, 인류가 두 부류로 갈라진 상황을 그려냈다. 항체를 가진 우월한 존재들은 자외선에 약해 해가 진 뒤에만 활동하는 밤의 인간 ‘녹스’가 됐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햇빛 아래 살아갈 수는 있지만 도태된 낮의 인간인 ‘큐리오’로 불리게 된다. 흥미로운 설정을 도입해 희곡을 집필한 마에카와 도모히로 작가는 이 작품을 두고 “SF면서 우화이기도 하고, 지극히 일상처럼 느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이를 무대 위에 표현하는 데 있어 리얼리티의 라인을 어떻게 설정할지 매우 어려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태양’은 등장인물들과 배경에 대한 묘사를 구현하는 방식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연극이다. ‘태양’에서 김정 경기도극단 상임연출이 재현해낸 무대는 익숙함과 낯섦이 공존하는 곳이다. 무대는 관객들의 현실을 마냥 풍자하는 곳도 아니고, 현실을 굴곡 없이 재현해낸 거울도 아니다. 그렇기에 이 연극에선 배우들의 역할과 움직임, 그들의 에너지에서 피어나는 요소들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녹스와 큐리오 진영에 속한 각각의 배역 한 명 한 명이 모두 특정 인간상을 표상하기 때문이다. 10명이 안 되는 출연진으로 갈라진 인류, 갈등으로 신음하는 인류의 모습을 그려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지만, ‘태양’은 그 점에 있어 기대치를 충족시킨다. 연극은 내내 서사의 굴곡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무대 위를 오가는 사람들이 어떤 존재인지 관객의 마음에 새겨넣고자 한다. 누군가는 녹스로 살아가길 포기하고 태양을 눈에 담으려고 한다. 누군가는 녹스가 되기 위한 묘수를 찾아내고자 한다. 또 누군가는 날 때부터 이성과 논리로 무장한 녹스였기에 빈틈이 보이고 불완전해 보여도 감수성과 낭만으로 가득한 큐리오의 삶을 꿈꾼다. 이처럼 다양한 부류의 인간이 제작기 다른 생각과 신념을 무대 위에서 펼쳐 놓는 과정에 집중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자연스레 이야기에 집중하는 대신, 배우들의 언행 자체에 몰입할 수 있다. 김정 연출은 배우들이 토해내는 감정과 대화를 관객들이 온몸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선, 극장을 찾은 이들을 압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야 했다고 말하면서 작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경기도 극단 소속인 임미정, 윤재웅, 이애린, 최예림 배우들을 향한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배우부터 극단에 새로 들어온 배우들까지 외부의 훌륭한 인력과 부딪히고 뒤섞이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뜻깊었다”며 “협업은 언제나 새롭다. 각자 지닌 잠재력과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극을 관통하는 주제, 결말 부분의 묘사에 있어 2년 전 초연 때와 다르게 접근했다. 당시엔 두 부류의 화합 가능성을 논했지만,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그는 특히 2021년의 ‘태양’을 다시 무대에 확장해 올린 데 대해 “코로나19의 혼란 속에서 시작됐던 ‘태양’은 우리 사회에서 발견되는 틈을 온기로 채워넣으려는 작업이었다”면서 “하지만 2년 뒤, 예측 가능한 공포는 사회를 양분했고 인간의 부정적인 측면을 폭로하는 매개체가 됐다. 그래서 분열과 갈라짐으로 신음하는 인류의 모습을 그대로 조망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연극은 26일까지.

박성자 작가의 개인전 ‘교감’, 21일부터 수원시립만석관

박성자 작가의 개인전 ‘교감(correspondence)’이 21일부터 26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열린다. 박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매체의 표현 기법에 주목했다. 그의 손에서 한지는 물질로서의 종이에만 머무르지 않고, 끈질길 생명력을 마음껏 표출하는 질료가 된다. 작가는 한국 고유의 매체 한지를 활용한 콜라주로 한국적 정서가 인류의 보편화된 형상으로 잉태되는 순간을 표상하고, 그로부터 피어나는 ‘교감’의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  선과 면이 교차하는 곳이 색과 한지로 채워진다. 이 같은 질서가 지속될 때, 콜라주한 각각의 요소들이 단순하게 변해가는 과정 속에서 작품 자체가 지니고 있던 회화로서의 면모가 점점 사라지고 구성 요소들의 기능적인 면이 부각될 수 있다. 이처럼 박 작가는 빛과 음영, 기호가 뒤섞이는 과정을 음미하면서 공간의 재조립에 매달리고 있다. 그는 “때로는 의도가 충분히 반영되기도 하고, 이따금씩 무작위로 공간을 구성하는 요소의 조합이 무한히 확장된다”면서 “그 시공간의 교차 속에서 교감하는 순간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한다. 박성자 작가는 “한지의 소재가 주는 편안한 감각과 농축된 색 표현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이 어우러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며 “자연 속 무정형의 형태를 구조화하는 작업에서 발견되는 요소를 음미할 수 있는 전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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