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문화재단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하반기 선보일 다양한 장르의 관객 친화적 공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음악극 ‘적로-이슬의 노래’, 연극 ‘웃음의 대학’, 가족 뮤지컬 ‘드래곤 하이-스페셜’부터 인문학과 음악이 결합된 콘서트 등이 무대에 오른다. 우선 대형 가족 뮤지컬로 기획된 브러쉬 씨어터의 작품 ‘드래곤 하이-스페셜’이 8월29일부터 31일까지 해돋이극장에서 열린다.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 주인공 ‘하이’가 진정한 나를 찾아 용의 나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작품은 남들과 똑같지 않아도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하이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대형 오브제와 멀티미디어 영상기술로 용이 눈앞에 펼쳐지는 역동적인 퍼포먼스가 특징으로 가족 콘텐츠 제작사로 유명한 브러쉬 씨어터만의 색깔이 묻어난다. 인문학 콘서트 ‘쇼팽의 만년을 찾아서’는 9월 7일 별무리극장에서 열린다. 쇼팽의 삶과 음악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할 예정으로 한국 최고의 클래식 칼럼니스트이자 예술 길잡이인 김문경 강사가 해설과 진행을 맡는다. 오는 9월 27일부터 28일까지 달맞이극장에서 열리는 음악극 ‘적로-이슬의 노래’(출연 이상화 정윤형 하윤주)는 2017년 서울돈화문국악당 제작·초연작으로 한국 대표 극작가 배삼식, 작곡가 최우정, 안무가 정영두 연출 등 화려한 창작진으로 화제가 됐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대금 명인 박종기(1880~1947)와 김계선(1891~1943), 실존한 두 음악가를 소재로 한다. 우리 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으나 정작 대중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예술혼과 불꽃 같은 삶을 우리 전통 성악인 정가를 기본으로 판소리와 국악기 연주로 선보인다. ‘웃음의 대학’(11월15~16일)은 일본 극작가 미타니 코키의 대표작으로 코미디 연극의 찬사를 받는 작품이다. 전시 상황 중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을 없애려는 냉정한 검열관과 작가와의 해프닝을 보여준다. 작가는 검열관의 요구에 따라 대본을 수정하는데 고칠 때 마다 재미를 더해간다는 설정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연기파 서현철 배우가 전회차 출연한다. 또 창작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11월 21~23일, 달맞이극장), 안산시립합창단과 80인조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12월 25일, 해돋이극장) 등 다양한 공연을 만날 수 있다.
경기아트센터가 2024년 시그니처브랜드 시리즈 ‘Classic of My Playlist-계절의 움직임’을 오는 17일 오후 4시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다양한 장르의 입문자에게 첫 ‘플레이리스트’에 추천할 수 있는 장르별 대표 음악과 이야기를 통해 관객에게 ‘고전(Classic)’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첫 번째 시즌은 클래식 장르다. 이번 공연에서는 한여름 무덥고 습한 날씨와 변화하는 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대중들에게 익숙한 비발디의 ‘사계’와 피아졸라의 ‘사계’를 연주한다. 노부스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독보적인 솔리스트 ‘김영욱’, 국내 최고의 원전음악단체 ‘콜레기움무지쿰 서울’의 연주로 들어볼 수 있다. 또 콘서트 가이드로서 전연령대를 아우르는 뮤직테라피스트 ‘나웅준’의 해설과 함께 들을 수 있어 더욱 다채로운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양한 할인 혜택도 제공된다. 만원의 행복권, 65세 이상 할인,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할인, 문화누리 할인(50%), 예술인패스, 청년패스, 병역명문가, 다자녀(2명 이상)·임산부 할인(30%), 경기도 카카오톡 친구 할인(20%) 등이 있다. 예매는 인터파크티켓과 경기아트센터 누리집을 통해 할 수 있다.
안산시 대부도 방아머리 해변에서 오는 16일부터 18일까지 ‘불꽃 드론쇼’와 공연 ‘My Collection’이 함께하는 ‘경기바다 드론 페스티벌’이 열린다. 경기도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드론 군집 비행, 라이트 쇼, 드론 비행체험, 드론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이번 축제는 피크닉라이브 ‘소풍’이 열리는 문화 사계와 ‘선셋 콘서트’, ‘My Collection: 여름, 밤, 해변’이 열리는 경기뮤직ON 등의 프로그램에서 다채로운 문화예술공연을 즐길 수 있어 관객들의 이목을 끈다. 특히 ‘My Collection: 여름, 밤, 해변(마이 컬렉션)’은 실력파 뮤지션들의 조합과 프로-아마추어의 잼세션 등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의 제작과 연출을 맡은 조용경 감독은 가족·연인 단위의 관객들이 함께 즐기기 좋은 곡들을 선정해 뮤지션들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뛰어난 실력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예정이다. 마이 컬렉션 공연은 오는 16일과 17일 저녁 7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진행되며, 이후 1천500대의 불꽃 드론쇼가 펼쳐진다. 16일 금요일에는 뮤지컬 ‘마틸다’에 출연한 아동 뮤지컬 배우들과 성인 뮤지컬 배우들의 갈라쇼 무대를 시작으로 뛰어난 가창력의 이미쉘, 서울대 재즈동아리 JIVE, JIVE와 프로뮤지션의 잼세션이 이어진다. 피날레 공연으로는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와 트리오의 연주가 진행된다. 17일 토요일에는 ‘복다진’의 무대를 시작으로 재즈보컬 ‘양지’와 그녀의 밴드, 한양대 실용음악과 빅밴드 ‘HY 재즈오케스트라’의 공연이 펼쳐진다. 프로 뮤지션과의 즉흥 잼세션 이후 파이올리니스트이자 가수 등으로 활동하는 ‘KoN’과 그의 밴드가 전체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조용경 감독은 “뮤지션에 대한 애정과 무대에 대한 열정을 가득 담아 ‘마이 컬렉션’ 공연을 준비했다. 해변에서 펼쳐지는 실력파 뮤지션들의 공연과 이어지는 드론쇼가 8월의 황금연휴를 빛나게 채워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평소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대학 동아리, 대학 재즈오케스트라, 프로 뮤지션의 즉흥 협연 무대를 준비해 연주자들에게 의미있는 추억을 남기고,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무대를 선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기바다 드론 페스티벌은 16일 오후 5시30분, 17일 오후 4시, 18일 오후 5시30분부터 시작한다.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이 기획전 등으로 올해 상반기 관람객 10만명을 끌어모으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4일 실학박물관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박물관을 다녀간 관람객 수는 10만59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 관람객 수보다 30% 증가한 수치다. 올해 박물관 관람객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데는 기획전시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30일 개막한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의 관람객은 전시 기간의 절반을 지난 현재 5만5천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단위의 관람객 증가가 두드러진다. 지난 6월까지의 관람객 통계를 비교하면 어린이 관람객은 지난해 같은 달 2천797명에서 올해 1만1천945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퀴즈와 퍼즐게임, 색칠하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자산어보’의 집필 과정을 놀이처럼 즐기며 배울 수 있는 전시 구성이 어린이 관람객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필국 실학박물관장은 “실학박물관 인근에 위치한 정약용 유적지와 다산 생태공원에서 역사문화 체험과 멋진 자연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작용한 것 같다”며 “앞으로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실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실학박물관은 여름방학 기간인 8월 내내 경기도어린이박물관과 협력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기획전 연계 교육을 진행한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하는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 ‘자산어보’의 바다생물을 주제로 시와 그림을 만들어 보는 교육이다. 또 ‘그림으로 다시 쓰는 자산어보’ 전시는 실학박물관에서 오는 10월27일까지 개최하며, 11월부터는 전남 강진군의 다산박물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미술관의 역할을 공공으로 확장해 세상을 향한 관람객의 메시지를 수집하고 소통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화성 소다미술관은 오는 9월7일까지 이 시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공동체와 공유하는 공공에술 프로젝트 ‘Hello, world!_당신의 목소리를 입력하세요’를 선보인다. 소다미술관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번 전시는 미술관이 예술가와 관람객의 매개자 역할에서 벗어나 대중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소통하기 위해 기획됐다. 전시 제목인 ‘Hello, world!’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첫 번째 출력 문장으로,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인사말과 같다. “Hello, world!”로 시작해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을 향한 메시지로 다음 문장을 채워 넣으며 만들어가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그라운드아키텍츠, 에스오에이피, 프랙티스는 공공에게 텍스트를 경험할 수 있는 게시대를 파빌리온 구조로 제안했다. 파빌리온은 조립과 해체가 가능한 가설재를 이용해 설계됐는데, 이동성을 확보하면서도 도시로의 확장 가능성을 의미해 다양한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작은 미술관으로 작용한다. 먼저 그라운드아키텍츠의 김한중 건축가는 가설재에 그래피티를 입힌 작품 ‘보이지 않는 선명함과 보이는 흐릿함’을 선보였다. 처음 만나는 파빌리온은 수직의 타워 형태로 가설재가 조립된 모양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가설재에는 공사장 펜스와 그래피티가 입혀지고 텍스트가 걸려있는데, 높게 걸린 텍스트는 도심 속 집단의 선명하지만 이기적인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낮은 수평적 구조의 또 다른 가설재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래피티의 흔적과 파편화된 텍스트가 남겨져 있다. 김 건축가는 도시의 소통 방식을 파빌리온의 재료와 구조로 드러내 집단과 개인, 조립과 해체 등의 개념을 교차시켰다. 에스오에이피의 권순엽 건축가는 가설재를 X자로 교차한 긴 터널의 파빌리온 ‘Unknown’을 통해 관객들에게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텍스트로 시야가 차단된 가설재를 통과하면 선명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권 건축가는 필연적인 혼돈과 불확실성 속에서 가슴 뛰는 세상을 만나게 되는 삶의 과정을 압축적으로 제시했다. 프랙티스의 이시산·안서후 디자이너는 ‘Sublimity of Figures’를 통해 도심 속에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미술관의 장소성에 주목했다. 주변 풍경을 조망하는 위치에 가설재 벤치를 놓아 관객에게 텍스트와 함께 쉼의 공간을 제시했다. 벤치에 앉으면 시선 끝에 위치하는 파빌리온은 가설재 구조에 체인으로 외벽을 구성했다. 체인을 통과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 체인이 바람에 흔들리며 가설재와 부딪치는 소리 등을 통해 장소에 대한 관객의 감각 경험을 확장시킨다. 소다미술관 관계자는 “전시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우리들의 생각 그리고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남문화재단이 경기문화재단과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사업의 우수 선정작 두 편을 성남아트리움 무대에 올린다. 예술기관의 지원 사업을 통해 작품성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은 우수 창작 작품을 발굴하고 소개하며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극단 얘기씨어터컴퍼니의 연극 ‘우정만리’가 8월 17일 성남아트리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경기문화재단의 ‘2024 경기예술지원 공모사업’ 선정작으로 올해로 창단 24주년을 맞이한 극단 얘기씨어터컴퍼니가 선보이는 3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다. 작품은 대한민국의 폭풍 같은 근현대사 100년을 헤쳐나간 우편집배원 3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일제강점기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 가문의 사랑과 결혼, 독립운동의 이야기를 ‘편지’를 매개로 풀어낸다. 조선 초기 벙거지꾼(현 우편배달부)인 ‘김계동’과 대를 이어 체신국 관리자가 된 계동의 아들 ‘수혁’, 우편집배원이 된 수혁의 셋째 딸 ‘혜주’의 시선을 통해 시공간을 넘어 100여 년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사랑과 행복, 환상과 현실, 인간에 대한 고찰을 담은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은 오는 9월 13~14일 양일간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극단 물결의 연극 ‘의자 고치는 여인’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2024 지역맞춤형 중소규모 콘텐츠 유통사업’ 선정작이다. ‘2019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2023 문예회관과 함께하는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의 민간예술단체 우수공연 프로그램에도 선정됐다. 작품은 프랑스의 소설가 기 드 모파상이 집필한 동명의 초단편 소설을 각색해 남자를 위해 일생을 바친 여인의 삶을 조형미 가득한 신체 언어와 다채로운 미장센을 통해 조명한다. 여인의 아름다우면서도 모순적인 삶에 대한 극 중 배우들의 논쟁이 무대를 넘어 객석까지 넘나들며 관객이 작품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두 공연 모두 관람료는 1만원이다. 예매는 성남아트센터 혹은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전화나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경기아트센터 경기도극단이 31일부터 9월8일까지 소극장에서 캐나다 작가 미셸 트랑블레의 1990년 작품 ‘매달린 집(La Maison Suspendue)’을 레퍼토리 공연으로 무대에 올린다. ‘매달린 집’은 1910년대 과거로부터 1990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모습을 담았다. 3대에 걸친 한 가족의 드라마틱한 삶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중요성을 그려내며, 대가족 중심의 가족이 해체되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정체성 혼란과 존재의 가치, 가족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낸 작품이다. 미셸 트랑블레 작가는 시적 문체로 시·소설·연극·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며 캐나다가 사랑하는 작가로 알려졌다. 작가는 몬트리올에 거주하는 프랑스어권 사람들의 어려운 상황과 환경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작품의 소재로 다뤄왔다. 이번에 경기도극단에서 제작, 공연하는 연극 ‘매달린 집’도 이와 같다. 각 개인의 삶과 가치, 다름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그 안에서 가족이라 통칭돼 불리는 사회규범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은 가족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통해 가족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지난해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을 수상한 박주영 경기도극단 상임연출이 연출을 맡는다. 그의 섬세한 시선을 통해 희곡의 텍스트와 인물관계 속에 담긴 그 너머의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원작의 섬세하고도 묵직한 감정을 번역한 이선형 번역가와 전영지 드라마터크가 박주영 연출과 공연을 함께한다. 이번 작품은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예매할 수 있다. 또 경기도내 70세 이상 노인 및 장애인, 임신부 및 다자녀 가족을 위해 1층 좌석의 일부를 ‘만원의 행복석’으로 지정해 1만원의 티켓가격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할인도 제공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웹상 데이터를 학습하고 스스로 사진까지 만들어내는 상황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열린다. 교차공간818은 8월 2일부터 15일까지 박다빈 개인전 ‘두 개의 태양, 두 개의 달’을 개최한다. 인간다움이란 개념에 집중해 인간과 기술의 교차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탐구해온 박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동명의 신작 ‘두 개의 태양, 두 개의 달’ 연작을 선보인다. 작품은 개인이 인터넷에 게시한 일상적 글과 사진이 알고리즘 학습 데이터로 활용돼 생성된 이미지에 활용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AI로 생성한 사진과 실제 인물 사이 닮음의 기준, 웹상 개인정보를 AI가 알고리즘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는 현상에 대한 위험성 등을 작품에 담았다. 이를 통해 생성형 AI가 현실이 돼버린 시대 인간과 기술의 공존 가능성과 방향성을 생각하는 계기로 삼아 ‘인간다움’과 ’존재’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박 작가는 “미래에 가까운 근미래를 상상한다는 형식으로 엉뚱한 상상일지라도 미래의 방향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며 “이런 패러다임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가야 할 길을 상상하다 보면 어렴풋이 정답이 보일 수 있을 것이고 정답이 아니어도 자유로운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땅과 흙은 우리 삶의 터전이자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조상들은 오랜 시간 농업의 기반인 땅을 일구며 먹고 살았고 땅 때문에 웃고 울었다. 농경에 대한 조상들의 기록을 그림과 문자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수원시 권선구에 소재한 국립농업박물관은 흙이 모여 땅을 이뤄 만든 농경지의 오랜 이야기에 주목한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8월 25일까지 이어지는 ‘땅의 기록, 흙의 기억’이다. 농업의 기반이자 우리가 살아가는 ‘땅’은 어떤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을까. 전시는 누구나 알지만 쉽게 정의하기는 어려운 땅과 흙의 의미를 담아 총 4부로 구성했다. 농경지에 대한 문자 기록부터 유물, 영상, 사진, 시 등 142점의 자료가 전시됐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청동기 시대 사람들이 일군 농경지인 진주 대평리 밭을 만난다. 대형 화면으로 마주하는 농경지와 밭 위의 흙 밟는 소리, 촉감. 청동기시대 농경지의 흔적과 흙이 가진 무한한 이야기를 몸으로 들을 수 있다. 제1부 ‘흙에서 농경지’로에서는 농사짓기 좋은 땅을 끊임없이 모색해 온 선조들의 기록과 회화 작품이 전시됐다. ▲백제시대 대사촌 마을의 농경지 형태와 생산량, 소출량 등이 적힌 ‘백제 촌락문서 목간’ ▲조선 후기 밭을 매매하며 작성한 한글 계약서 ‘밭 매매명문’ ▲부채에 무성하게 자란 벼와 여름철 논의 모습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 등은 흙에서 농경지로 땅을 활용해 온 선조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제2부 ‘땅과 사람’에선 사람들이 땅을 일구고 생명을 지켜온 과정을 영상, 뉴스, 시, 사진으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제3부 ‘땅, 먹거리, 재화’는 땅이 농경지로서 국가 경제의 기반으로 활용된 과정과 한정된 농경지의 소유와 분배에 관한 역사적 기록이다. ▲조선 후기 토지의 소유 및 활용, 측량에 관한 기록 ▲대한제국기 근대적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토지소유권을 증명해 준 문서 ‘관계(官契)’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토지제도 개선안이 담긴 ‘여유당전서’ ▲농민의 농지 소유권이 최초로 인정된 ‘제헌헌법’ 등의 기록 자료를 통해 경제적 가치의 땅이 가진 여러 함의를 알려준다. 제4부 ‘다시, 흙으로’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해 흙의 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한 현대의 다양한 활동을 살폈다. ▲농경지 관리 지침을 널리 알리기 위한 표어 ▲1980~90년대 건강한 흙과 농업생태에 높아진 관심으로 발간된 유기농, 환경농업 관련 간행물 ▲유엔에서 선포한 농민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선언(유엔농민권리선언) 등이 전시됐다. 전시에선 그동안 접하기 쉽지 않았던 유물이 공개됐다. 조선시대 농경지의 모양과 측량법을 노래로 적은 길이 2.3m에 달하는 대형 전형도(田形圖), 중국 시인 왕유가 읊은 농촌 풍경에 관한 시를 감상하며 부채에 그린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가 최초 공개됐다.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처음으로 명시된 1948년 제헌헌법도 만날 수 있다. 전시실의 문이 제각각인 점도 흥미롭다. 조상들은 농경지의 각 모양별로 면적을 구했는데 ‘전형도 절첩본’에는 땅의 모양별로 면적을 구하는 방법이 담겨 있다. 전시실의 문은 전형도 나온 공식을 반영해 농경지의 모양을 형상화 했다.
2000년 이후의 ‘집’을 통해 동시대 한국 현대 건축과 주거 문화를 사회문화적 맥락으로 조망하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도시 속 다양한 주거 방식과 미학적 삶의 형식을 조명하는 전시 ‘연결하는 집: 대안적 삶을 위한 건축’을 과천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총 6개의 섹션에서 30팀의 건축가들이 설계한 58채의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이야기를 펼친다. 승효상·조민석·조병수·최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성 건축가부터 양수인·조재원 등 중진 건축가, 비유에스·오헤제건축 등 젊은 건축가까지 다양한 세대를 아우른다. 이들은 집을 통해 가족 구성원, 라이프스타일, 기후위기 등으로 빠르게 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질문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아파트 공화국’으로 불리는 한국 사회에 자리 잡은 집들을 통해 미학적 가치와 건축의 공적 역할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가족을 재정의하는 집’ 섹션에는 전형적인 가족 형태인 4인 핵가족에 최적화한 집이 아닌, 새로운 가족 형태에 맞춘 집들을 선보인다. 지난 2020년 용인시에 지어진 ‘묘각형주택’이 반려 고양이들과 함께 사는 삶에 최적화한 오각형 평면 주택으로 만들어진 식이다. 이 외에도 아이없는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홍은동 남녀하우스’를 비롯해 ‘고개집’, ‘정릉주택&지하서재’, ‘맹그로브 숭인’ 등 동·식물이 함께 사는 집, 1인 가구를 위한 집들을 소개한다. ‘관계 맺는 집’에선 새로운 사회적 공동체를 상상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대구 앞산주택’, ‘써드플레이스 홍은 1-8’ 등 단독주택이지만 그 안에 회합의 장소가 있는 집, 타인과 공유하는 집을 들여다본다. ‘선언하는 집’에서는 공간 개념과 형식을 강조하는 집을 펼쳐보인다. ‘수백당’, ‘땅집’, ‘축대가 있는 집’ 등 집 내외부의 공간 경험을 극대화하고, 심미적인 측면에 맞춘 특징들을 볼 수 있다. ‘펼쳐진 집’ 섹션에선 시골의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농가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집짓기 사례들을 통해 과거 전원주택으로 대표됐던 시골 집짓기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목천의 세 집’, ‘와촌리 창고 주택’, ‘볼트 하우스’ 등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집과 고친 집’은 도시의 한정된 자원과 장소성에 대응하는 집의 이야기다. ‘픽셀 하우스’, ‘얇디얇은 집’ 등 대규모로 조성된 신도시 필지가 아니라 도심 속 독특한 형태의 땅을 찾아 올린 집부터 오래된 집을 고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잠시 머무는 집’은 생의 주기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주거의 시간성을 논의한다. ‘여인숙’, ‘뜬 니은자 집’ 등 일상과 여가의 중간 지대에서 잠시 머무는 숙박시설과 주말 주택 등을 소개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집’을 통해 삶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존의 가치를 되돌아보기 위해 마련됐다”며 “현대미술의 장르 확장과 함께 건축예술과 삶의 미학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이 펼쳐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