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다라 창시자 김경호작가 개인전 성료

한국만다라 창시자 김경호 작가의 개인전이 서울 노들섬 갤러리 1관에서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열렸다. 이번 개인전은 작가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이는 자리로, '한국만다라'라는 주제로 다양한 만다라 작품을 소개했다. 김 작가는 한국 전통 미술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독특한 만다라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은 전통적인 만다라의 대칭성과 조화를 바탕으로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요소를 가미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선사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의 최신 대표작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만다라 세계를 담다란 주제로 개최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국 전통 문화와 자연을 만다.라는 형식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만다라는 우주와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상징적 이미지로, 우리의 영적 탐구와 성찰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김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적인 요소를 결합한 이번 전시 작품은 '봉황포란형(신의 땅)'은 전통적인 명당의 형태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봉황이 알을 품은 형상을 모티브로 하여, 신성한 땅의 기운과 보호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풍요로움과 보호의 에너지를 상징하며, 만다라의 구조를 통해 그 힘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해복형 명당도'는 바다의 게가 엎드린 모습을 형상화한 명당을 회화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해복형 명당도는 바다의 게가 엎드린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명당은 관직, 왕, 문인, 장군들이 많이 나오는 장소로, 지혜가 높은 자손들이 번창하며 재물과 장수, 자손이 대대손손 천대 만대까지 이어지는 곳으로 해석된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의 명당을 회화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김경호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통해 한국의 전통적인 명당 사상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풀어내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탐구하고 있다” 며 “작품 속 명당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를 넘어, 인간이 자연과 상호작용하며 얻을 수 있는 에너지와 지혜를 상징한다”고 밝혔다.

‘색동’으로 내면의 세계를 바라보다…오혜련 초대전 '빛의 흔적'

‘색동(色動)’이 가진 한국적인 아름다움으로 기억의 흔적을 풀어냈다. 잊고 싶지 않은 어릴 적 기억, 오감을 통해 기억된 자연의 아름다움이 선과 면, 색으로 함축됐다. 중견 서양화가 오혜련 작가는 색이 지닌 기억과 인상을 담은 작품 15점을 모아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 ‘빛의 흔적’ 초대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수원문화재단이 1년간 수원에서 활동하는 작가 11명을 선정해 각각의 작품을 펼쳐보이는 연작 초대전의 일곱 번째 전시다. 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정화·순수함 등을 상징하는 연꽃을 담은 과거의 작품부터 색동을 빛과 연결해 캔버스 가득 그려넣었던 중기의 작품, 색동을 제한적으로 사용한 최근의 작품을 함께 내걸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작가의 시리즈 변천 과정을 감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오 작가의 대부분 작품에는 정신적인 빛과 관념의 색으로서의 색동이 등장한다. 한국적인 색동을 현대미술에 접목해 낯설지만 현대화한 동양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색동을 그려넣은 초창기 작품엔 의도적으로 색동을 가득 그려넣었지만, 그의 최근 작품엔 색동이 제한적으로 포현됐다. 색동이 종교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낮추고, 자연 풍경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생각의 영역을 확장하게 하기 위해서다. 특히 오 작가는 색동과 접목해 유년시절의 추억을 캔버스에 담았다. ‘빛의 흔적-기억’ 시리즈 중 ‘빛의 흔적(붉은 언덕)’ 작품엔 복숭아 꽃밭이 펼쳐진 고향의 풍경이 담겼다. 노을이 지는 꽃밭의 모습을 붉은 언덕으로 표현해 고향에 대한 추억과 순간의 감동을 표현했다. 오 작가의 대표작인 ‘빛의 흔적(기억속으로)’은 유채꽃으로 덮인 제주 산방산의 모습에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놀던 어린시절의 기억을 포개어 담았다. 이 외에도 여행을 하며 기억에 남은 푸른 바다를 넣어 희망을 상징한 ‘빛의 흔적(푸른희망)’, 신비로운 기억의 잔상을 담은 ‘빛의 흔적(Memory 2)’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오혜련 작가는 “빛을 그리고자 했는데, 모든 빛을 품고 있는 것이 색동이었다”며 “색을 만지며 살아온 시간과 공간들을 지우고 덮고 반복하면서 기억의 감동을 표현했다. 관람객들이 행복한 기억을 소환하며 희망을 품고 치유받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다음 달 1일까지.

“우리는 ‘멋’의 민족”…옷에서 지혜와 멋 풀어낸 배성주 명인 전통복식展

“멋에 있어서는 조선의 남자들을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밥은 굶더라도, 잠은 밖에서 자더라도, 옷은 갖춰 입어야 한다는 분들이었습니다. 복식을 갖추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서 품위와 품격이자, 상대와 자신에 대한 예의였던 것입니다.” 다홍빛의 철릭(조선시대 선비들이 주로 입던 겉옷)에 빨간색의 띠가 매어져 있다. 그 옆엔 검붉은색의 주립(갓)이 놓여있다. 지금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일명 ‘(색)깔맞춤’이다. 주립의 양 끝에는 초록빛의 꿩 깃털이 하늘을 향해 달려있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의(衣)’와 함께한다. 세상에 처음 나와 배냇저고리를 입고, 생의 마지막 순간 수의를 입고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배성주 명인(62)은 “20년 넘게 전통 복식을 연구하며 느낀 것은 우리는 정말 옷을 사랑하는 ‘멋의 민족’이라는 것”이라며 “조선의 남성들은 정말 화려함을 사랑하고, 엄청난 멋을 부렸다”고 말했다. 오는 31일까지 팔달문화센터 1층과 지하 전시장에서 열리는 (사)수원예총 주관의 팔달문화센터 초대전 배성주 전통복식전 ‘의(衣) 손끝에서 피어나다’는 배 명인의 손끝에서 피어난 ‘의’를 통해 선조들의 멋과 지혜를 알 수 있는 전시다. 출토 복식과 유물 등 다양한 사료를 바탕으로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왕과 선조들의 옷을 손바느질로 재현한 작품 2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배 명인은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11호 침선장 故 박광훈 선생의 이수자(2003)로, 선생에게 18년간 가르침을 받은 한국예술문화명인(2019)이자 제37회 대한민국전통문화예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아홉 번째 초대전이다. 전시에선 역사책에서 보던 혹은 교과서에서조차 보지 못했던 낡은 황톳빛과 흑백 자료 속 전통복식을 2024년 현재 유리창 넘어 평면 감상이 아닌, 가까운 눈앞에서 사방으로 감상할 수 있다. 영조와 정조, 고종 황제 등 임금의 옷부터 우암 송시열 선생이 입었던 예복, 성균관 유생과 학자들이 입었던 일상복 등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 영·정조 때 입었던 붉은 색의 홍곤룡포와 조선 말기 고종 황제가 입었던 황곤룡포 등 지하 전시장 한 가운데 놓인 조선시대 왕의 옷은 자수까지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어 특별하다. 발가락이 다섯 개인 용을 금실로 수놓은 오족룡원보가 가슴과 등, 양어깨에 달린 용포는 왕의 위엄을 자아낸다. 선조들이 입었던 옷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려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한옥 사랑채로 지어진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옷에 비춰지며 원단의 주름 하나까지 감상할 수 있다. 배 명인이 2003년 전승공예대전에서 수상한 작품에서는 상의와 하의 이음 부분에 자리한 1mm 간격의 주름이 인상적이다. 또 다른 복식의 원단에 멋스럽게 자리한 문양은 오히려 현대의 기술로 복원하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원단 위에 자수를 새기는 것이 아니라, 원단을 직조할 때부터 다양한 문양을 함께 새기며 천을 짜낸 것이다. 배 명인은 “선조들은 대단한 손기술을 가졌다”며 “오히려 지금에 와서 컴퓨터를 통해 이를 재현하려고 해도 모양이 찌그러지거나 예전의 원단만큼 섬세한 아름다움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들이 어떠한 생활을 해나갔는지와 함께 화려함 속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실용성에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조선시대 무관인 포도대장, 병마절도사 등이 입었던 포인 구군복은 길고 넓은 소매가 분리될 수 있다. 전투에서 부상 시 이는 붕대의 역할을 할 수도, 식량 주머니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외 다른 철릭를 보면 소매 부분이 분리되도록 쌍미리(쌍밀이) 단추가 달려있다. 활을 쏘기 용이하게 한 것이다. 복식의 세밀함을 들여다보면 오래전 조상들이 이 옷을 갖춰 입고 어떻게 움직이고, 생활했는지가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다. 배 명인은 “목 부분에 자리한 깃에 달린 동정은 흰색의 멋만 내는 것이 아니라, 때가 타거나 낡으면 이 동정만 따로 떼면 언제든 새 옷처럼 깔끔하게 입어 청결을 유지하도록 한 것”이라며 “조상들은 옷에 화려함만 담은 것이 아니라 실용성까지 함께하는 지혜를 자랑했다”고 말했다. 배 명인은 “조선이라고 하면 우리는 고리타분한, 선비의 나라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사실 그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멋과 풍류를 즐기는 사람들이었다”며 “현대사회에서는 전통이 잊혀져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까웠다. 가까이서 옷을 관찰하고 관심을 갖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아이들이 우리의 옷에 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극단 ‘인파’, 오는 9월 14일 제2회 낭독극 페스티벌

극단 ‘인파’가 다음 달 14일 학산소극장 4층에서 ‘제2회 낭독극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극단 ‘인파’는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를 주축으로 구성한 인천지역 극단이다. 극단 대표는 하병훈 인천대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가 맡고 있다. 페스티벌은 지역 청년 예술인들에게 창작극 개발을 위한 제작지원금과 극장 대관을 지원하고 우수한 작품을 선정해 정식 공연으로 발전시키는 인큐베이팅 작업 중 하나로 이뤄진다. 페스티벌은 오후 3시와 7시 두 차례 열리며 청소년극 ‘위아 원’을 통해 학교 밖 청소년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위아 원’은 사회적 문제를 반영해 학교 부적응, 가사 문제 등의 사유로 학교를 떠나려고 하는 청소년 4명이 자퇴 동아리를 만들고 새로운 삶을 찾고자 하지만, 극 중 자퇴 총량제 도입으로 생기는 난관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하병훈 인파 대표는 “문화예술 불모지라 불리는 인천에서 연극을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며 “이번 페스티벌로 인천 지역 연극계 발전에 결코 작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극단 인파의 낭독극 페스티벌은 인터파크 티켓으로 예매 가능하다.

낯섦과 새로움, 가능성과 동시성 모색하는 젊은 작가 조망…경기도미술관 ‘사라졌다 나타나는’

모든 것이 사라질 때 비로소 나타나는 것들이 있다. 한계치에 도달하면 폭발해 새로운 별들을 탄생시키는 ‘플랑크의 별’처럼 말이다.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가능성, 불완전함 속에서 움트는 창조의 순간을 담아낸 전시가 열렸다. 경기도미술관은 오는 10월20일까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주목하는 ‘사라졌다 나타나는’ 기획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선 스스로 시작과 끝을 열어가며 낯섦과 새로움을 동시에 모색하는 작가 6팀의 작품 32점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태양의 ‘빛’과 ‘색’을 담은 최지목 작가의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 최 작가는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나타나는 잔상과 태양 빛을 캔버스에 담아 ‘나의 태양’ 연작, ‘태양 그림자’ 연작, ‘인상, 일몰’ 등의 신작을 펼쳐보인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잔상을 집요하게 관찰해 한 가지 색상만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오묘하고 아름다운 색채와 모양으로 화면의 어른거림을 만들어냈다. 거울 매체를 활용한 강수빈 작가는 보는 것과 보이는 것의 차이, 인지하는 것과 실재의 차이를 돌아보게 한다. 개별 거울 조각이 여러 각도에서 공간감을 확장해 시선에 따라 변화하는 환영을 무한히 만들어내는 식이다. 특히 긁혀있는 거울 면으로 작품을 구성해 거울과 유리 사이로 서로 다른 풍경이 겹치며 환상과 풍경 사이를 탐구한다. ‘Untitled(두 걸음 사이)’, ‘Untitled (curve)’, ‘Media’ 등을 통해 상대적이고 불확실한 생각과 그런 생각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선과 생각을 제안한다. 장서영 작가는 삶과 죽음의 과정에서 한계가 있는 존재에 주목해 다양한 영상과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장 작가의 작품은 육체, 삶, 제도, 제한, 세계의 한계, 신체에서 우리가 존재하는 공간에 이르기까지 유한함을 인지하고 느끼게 한다. 작품 ‘서클’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신체와 반복의 키워드를 잘 드러내는 작품 중 하나다. 영상의 끝과 시작을 무한히 반복해 ‘나’의 끝이 ‘너’의 시작이고 ‘너’의 끝이 ‘나’의 시작인 우리 관계와 삶의 순환을 돌아보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외에도 이번 전시에선 소리의 특성과 여러 층위를 탐구한 그레이코드, 지인의 신작 ‘파이퍼’와 하나의 돌 덩어리가 낱낱이 부서져 작아지고 소멸하는 과정을 통해 영겁의 시간을 포착한 권현빈 작가의 ‘물루’를 볼 수 있다. 또 여러 공간에 대한 기억과 경험을 녹여 세상을 바라보는 틀을 구성하고 원동력을 부여한 이혜인 작가의 ‘마음의 영원한 빛’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선영 학예연구사는 “불완전함은 결함이 있는 상태이면서 동시에 변화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라며 “관객들이 작가들의 고유함이 녹아든 작품을 보며 그 속의 새롭고 낯선 의미들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봉각·낸시랭·박세진 ‘비비디 바비디 부 : Bibbidi Bobbidi Boo’ [오늘의 전시]

김봉각, 낸시랭, 박세진. 현대사회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포착해 현대인들의 갈증을 색다른 예술로 펼쳐내는 이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르띠앙서울 갤러리(대표 차승희)는 9월 1일까지 김봉각, 낸시랭, 박세진의 ‘비비디 바비디 부 : Bibbi di Bobbi di Boo’ 전시를 개최한다. ‘비비디 바비디 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데렐라’에서 요정 할머니가 마법으로 신데렐라를 아름답게 변신 시켜주며 외치는 주문이다. 생각과 소망을 이뤄주는 요정 할머니의 주문처럼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위안을 가질 수 있도록 전시는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서 세 작가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현대인의 불안과 고뇌를 포착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식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작가의 신작을 포함한 페인팅과 소품 등을 만날 수 있다. 김봉각 작가는 어린 시절 고압전선 감전 사고를 목격한 이후 대상에 대한 기억을 선으로 회상한다. 이에 김 작가의 작품 배경은 ‘선’이다. 선 사이를 일종의 ‘틈’으로 인식하고, 실제 틈 사이로 지나쳤던 현대인들의 잔상을 표현했다. 작가는 인물과 장면을 분할된 여러 선과 중첩된 형태로 재해석 한다. 출퇴근 시간 목격한 사람들의 무기력한 순간에서 일상에 대한 강박과 불안한 감정을 무질서한 선과 불규칙적인 색채로 풀어낸다. 수차례 선들이 반복되며 구성된 이미지들은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감정의 틈을 보여주며 ‘이탈 다수’라는 작가만의 표현방식을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통해 일상의 고요한 순간들, 혹은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 ‘팝 아티스트’ 낸시랭은 금기를 의미하는 터부와 천사 또는 사탄을 의미하는 요기니가 더해져 영생을 의미하는 고양이 ‘터부요기니’를 선보여왔다. 작가는 어린이의 얼굴과 만화 캐릭터들을 사용해 인간의 내면의 순수한 세계와 터부요기니를 통해 인간의 꿈을 대신 이뤄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에 담아냈다. 작품의 세계관을 우주로 확장하며 새로운 예술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작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박세진 작가는 전자기기 디스플레이 형태의 박스와 땅콩 모양의 눈을 지닌 현대인을 ‘BOXPEANUT’으로 표현한다. 현대인의 갈등과 갈증을 대변하는 또 다른 자아로서 작품에 녹여냈다. 박스피넛은 유일한 감각기관으로 눈만을 지니고 디지털 가상 속을 은유하는 박스 안에서 갇힌 대중을 나타낸다. 밝고 화려한 색채로 구성된 박스피넛은 가상의 공간에서 판단력을 잃어가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며 인간과 현대사회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차승희 아르띠앙서울 대표는 “전시 ‘비비디 바비디 부 : Bibbi di Bobbi di Boo’는 김봉각, 낸시랭, 박세진 작가의 사회에 대한 시선과 고민을 작품을 통해 미래에 대한 긍정으로 풀어낸다”며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잠시나마 위안을 가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마리아킴의 ‘재즈’부터 브람스와 라흐마니노프의 ‘클래식’까지…낭만 가득 9월

전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월드클래스 뮤지션 마리아 킴의 재즈 공연부터 1세기가 지나도록 사랑받는 클래식의 정수 브람스와 라흐마니노프까지 9월 첫 주 낭만 가득한 음악이 가을의 문을 연다. 수원문화재단은 다음 달 6일 수원SK아트리움 소공연장에서 ‘마리아킴 콘서트–재즈 IN 뉴욕’ 공연을, 7~8일 양일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뉴서울필하모닉의 브람스&라흐마니노프’ 공연을 개최한다. 먼저, 한국 대중음악상과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으로 자리하고 있는 마리아 킴의 음악이 관객을 맞이한다. 올해 재즈의 본고장 미국과 호주, 중국 등에서 월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마리아 킴은 국제 무대에서 선보인 자유로운 표현력의 퀸텟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2024 수원SK아트리움 하우스콘서트 시리즈의 첫 공연으로 마리아 킴의 대표곡과 뉴욕 재즈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피아노와 보컬은 마리아 킴, 베이스는 전창민, 드럼은 최보미, 기타는 준 스미스, 색소폰은 이용석이 무대를 꾸린다. 티켓은 전석 2만 원으로 수원SK아트리움 및 인터파크 티켓 누리집을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새빛톡톡, 학생, 임산부, 보훈 등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어 7~8일엔 시대를 초월하며 사랑받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의 서정적인 음악이 가을밤 낭만을 전한다. ‘뉴서울필하모닉의 브람스&라흐마니노프’ 공연에는 K-클래식의 선두 주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폭 넓은 감성을 자랑하는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함께 연주를 펼친다. 서울시향 수석 객원지휘자이자 국내 교향악단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장윤성 서울대 음대 교수가 지휘를 맡는다. 바이올린 협주곡은 브람스가 작곡한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이자 그의 최대 걸작으로 손꼽히며 그의 깊이와 밀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곡이다. 100년이 넘도록 연주되는 곡인 만큼 시민에게 친숙하고 고전적인 연주가 펼쳐질 예정이다. 음악사에서 후기 낭만주의 대표로 불리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내며 관객에게 황홀한 선율을 선사한다. 해당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의 순수예술을 통한 전국 공연장 활성화 사업 선정작으로 청소년 또는 학생 할인 40%, 다자녀 또는 임산부 50% 등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수원SK아트리움 관계자는 “예술을 통해 시민들이 일상 속 휴식을 취하길 바란다”며 “마리아킴 콘서트와 뒤이은 뉴서울필하모닉의 브람스&라흐마니노프 공연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클래식 미래 밝힐 인재들의 대장정…제9회 대한민국 청소년교향악축제

대한민국 청소년교향악단의 저변 확대와 클래식 미래를 밝힐 예비 음악도들이 갈고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치는 ‘꿈의 무대’ 대한민국 청소년교향악축제가 경기도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다음 달 수원에서 대미를 장식한다. 지난 10일부터 경기도 내 7개 도시에서 전국 31개 청소년교향악단의 무대가 경기아트센터, (사)한국음악협회 경기도지회(경기도음악협회) 주최의 제9회 대한민국 청소년교향악축제에서 개최되고 있다. 올해로 9주년을 맞이한 대한민국 청소년교향악축제는 2016년 개최 이래 8천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을 위한 국내 최대 클래식 무대다. 청소년 음악 인재들이 무대 경험을 통해 기량을 펼치고 클래식 연주자로서 자긍심을 고취하는 음악 인재 육성의 장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경기, 서울, 인천, 강원, 대구, 경남 등 지난 6월 사전 심사를 통해 선정된 전국 각지 유수의 청소년 교향악단 31개 팀은 10일 김포를 시작으로 이천, 군포에서 연주를 선보였다. 이어 청소년 인재들은 24일 고양, 25일 의정부에 이어 다음 달 7일 화성에서 각각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두 달 간의 대장정은 다음 달 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마무리된다. 이날 공연에는 비바챔버오케스트라, 중랑구립청소년오케스트라, 평촌청소년오케스트라, 대구소년소녀관현악단, 수원시청소년교향악단이 무대를 선보인다. 김형걸 경기도음악협회 부회장은 “대한민국 청소년 교향악축제는 꿈과 열정이 가득한 명실상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소년 문화 축제”라며 “내년 10주년을 맞이해 해외 유수 청소년 연주단체를 초청, 특별 연주 및 합동 연주를 통해 세계 유수 청소년들과 교류가 가능한 기회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예술·비예술의 경계…주앙 시몽이스 첫 한국전 ‘in Repose’展 [전시 리뷰]

헨리 플린트는 1961년 자신의 짤막한 글에서 개념 미술을 ‘무엇보다도 개념을 재료로 하는 예술’로 정의했다. 음악의 재료가 소리이듯 개념 미술은 언어(language)를 소재로 한 예술의 한 종류다. 미술관에 덩그러니 오브제 하나가 놓여있어 관람객에게 ‘예술인지 아닌지’ 고민하게 만드는 난해한 작품을 떠올리면 된다. mM(엠엠)아트센터가 오는 9월1일까지 선보이는 주앙 시몽이스 개인전 ‘인 리포즈(in Repose)’도 관객에게 이 같은 당혹감을 선사한다. 그는 1996년 파리 현대미술관 초청으로 작품을 선보인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 중인 포르투갈 작가다. 2012년엔 포르투갈을 대표해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주한 포르투갈대사관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그의 첫 아시아 개인전인 동시에 한국에서의 그의 첫 예술 실험이다. 사방이 거대한 철판으로 둘러싸인 350㎡ 규모의 거대한 전시실에 들어서면 빔프로젝터 하나가 놓여있다. 그가 수년간 작업한 내용이 담았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전원이 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명이 ‘인 리포즈(휴식 중)’인 이유다. 개념 미술은 형태와 색, 재료로 대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 그 자체가 예술의 핵심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가 드러내고자 한 것은 ‘영상을 상영하면 예술이 되지만 상영하지 않는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는가’란 다소 도발적인 질문이다. 더 넓게는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민은 물론 시각적 요소를 넘어선 철학적 영역까지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다. 그도 경기일보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작품이 “예술인지 아닌지 관객에게 의문을 던지고 싶다”고 설명했다. 관객 역시 다양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혹자는 예술이 아닌 장난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것이고, 반대로 작가의 의도가 담긴 작품으로서 의미를 유추하려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결과에 도달하든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자신만의 해석을 찾는 과정에 참여하고 작가와 모종의 소통 관계에 도달한다. 그는 “기본적으로 이번 전시는 나와 대중이 나누는 대화”라고 했다. 특히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느낄 의문은 자신도 마찬가지”라며 “작가이면서도 관객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시를 찾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예술인지 아닌지 판단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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