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관통한 우리네 삶 이야기…시민 손에 재탄생한 노작 홍사용의 연극 ‘제석’

“이것이 우리 집의 섣달그믐이다….” 95년 전 희곡이 시민의 손에 의해 재탄생했다. 1920년대 후반 서울 변두리 셋방살이를 하는 한 몰락한 양반 가문의 이야기는 2024년 우리네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고달픈 삶을 견디게 하는 것은 ‘웃음’일터, 21세기 시민이 그린 연극 ‘제석’은 애달픈 서민의 이야기를 밝고 유쾌한 한바탕 웃음으로 풀어냈다. 2024 경기예술활동지원사업 ‘모든예술31’에 선정된 노작 시민극단 산유화의 ‘제석’이 오는 17일과 18일 양일간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 산유화극장에서 개최된다. 작품은 부제 ‘노작의 길을 걷다’에서 드러나듯, 노작 홍사용 선생을 기리며 그가 1929년 집필한 희곡 ‘제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했다. ■ 100여 년 전 희곡, ‘시민’이 이어낸 과거와 현재의 삶 노작 홍사용(1900~1947)은 일제 강점기던 1920년대 초 낭만주의 문학운동을 이끌었던 인물로 ‘나는 왕이로소이다’, ‘그것은 모두 꿈이었지마는’, ‘봄은 가더이다’ 등을 저술한 시인이다. 화성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기미독립운동 당시 학생운동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으며 이후 화성으로 귀향해 문학 창작에 몰두했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화성에는 그의 호를 딴 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결성, 노작홍사용문학관 소속 노작 시민극단 ‘산유화’는 과거 노작 선생이 그의 동료들과 조직한 극단 ‘산유화회(山有花會)’의 뜻과 정신을 이어받았다. 선생은 시라는 장르를 통해 유명해졌지만 손수 희곡 작품을 쓰고, 직접 출연하는 등 생전 희곡이나 연극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받쳤다. 한 세기가 흘러 노작 선생의 꿈과 열정은 그의 활동무대였던 화성을 중심으로 삼아 직장인, 주부, 자영업자 등 연극에 대한 열정을 가진 시민들로 구성된 순수 시민극단이자 지역 극단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 서울 변두리 셋방살이, 한 가족 앞에 나타난 ‘도깨비’ 노작 선생의 ‘제석’은 자녀가 쓴 외채로 인해 몰락한 양반 출신 가족의 섣달그믐을 배경으로 한다. 누구는 설빔을 맞추고, 동네는 떡방아 찧는 소리로 요란한 때 이 가족에겐 정산하지 못한 방세를 받으려 집주인이 찾아오게 된다. 극단 ‘산유화’의 작품 줄거리는 이러하다. 1920년대 후반, 몰락한 양반 가문의 노인 김정수는 설을 보내기 위해 서울 변두리 셋방살이하는 큰아들 인식의 집을 찾는다. 한때 남부럽지 않게 살았던 노인은 작은아들의 사업 실패로 인해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유학까지 다녀온 인식이지만 밥벌이조차 만만치 않고, 밀린 방세를 받으러 온 집주인에게 돈을 빼앗기다시피 한다. 가족 모두가 기다리던 인식은 온종일 바깥을 돌아다니며 겨우 돈을 마련하지만, 그마저도 외상값으로 내어주고 만다. 애달프고 슬픈 이야기지만 극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밝고 가벼우며 유쾌하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황이선 감독은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켰다. 무엇보다 산유화의 작품에서 특별한 점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도깨비를 등장시켰다는 점이다. 원작 ‘제석’에서는 무대 배경으로 설정된 구들, 창문, 문, 인두(화로)를 물건에 깃들어 인간사에 관여하는 도깨비로 의인화했다. 원작과는 다른 또 다른 매력이 무대를 찾은 관객에게 어떠한 감동을 줄지 관전 요소다. 이남우 노작시민극단 산유화 단장은 “우리에게 도깨비는 전통적으로 집을 보호해 주고, 수호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도깨비가 가족에게 어떠한 의미가 될지, 원작과는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1929년 作, 소시민의 삶 크게 달라지지 않아” 95년 전 희곡 연극 ‘제석’은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 단장은 “1929년 시대의 모습과 2024년 지금을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1929년에 쓰인 작품인데, 원작에 나타난 셋방살이의 모습이나 부동산 등 집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음을 이야기해 보고자 했다”며 “그 속에는 절망에서도 ‘바람’을 잃지 않고 ‘희망’을 고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광복절쯤에 공연을 하게 돼 특히 더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노작 선생으로 인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시민에게 연극을 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노작 선생과 그의 작품을 지역민에게 알리는 계기가 돼 뜻깊다”고 덧붙였다. 전석 무료관람이며 예매는 노작홍사용문학관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다.

“곰돌이 J와 떠나는 이상한 과일나라”…식문화 참여형 릴레이 교육 전시 ‘말랑 통통 미술관’

“안녕? 나는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지내는 곰돌이 J라고 해. 나와 함께 이상한 과일 나라로 떠나볼까?” 커다란 공처럼 부푼 레몬에 초록빛과 노란빛이 콕콕 박혀있다. 밝은 연두색부터 진한 초록색, 주황색과 빨간색으로 둥그런 모양이 잡힌 늙은 호박에는 할머니 집에서 본 것 같은 문고리가 달려있다. 우리의 일상에서 매일 같이 쓰고 버려지는 빨대가 예술작품으로 탄생했다. 우리가 식탁에서 마주하는 과일과 채소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음식이라는 주제 아래 오감을 ‘말랑’하고 ‘통통’하게 자극하며 즐거운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경험이 미술관에서 벌어지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오는 12월15일까지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참여형 릴레이 교육 전시 ‘말랑 통통 미술관’을 선보인다. 총 2부로 구성된 전시는 어린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식탁 위 재료인 과일과 채소 등 음식과 식문화 탐구라는 주제를 담았다. 이 가운데 지난 6일 시작돼 10월6일까지 진행되는 1부 ‘이상한 과일 나라’는 현대미술 작가 정찬부의 빨대를 이용한 다양한 조각과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파랑, 빨강, 노랑의 화려하고 시원한 색감이 어린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상한 과일 나라’ 전시는 정찬부 작가의 페르소나가 담긴 작품 ‘혼자서 당당히’의 곰돌이 J가 과일 나라로 관람객을 이끄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벽 한 가운데 마치 바람이 빠진 것과 같은 곰돌이 인형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모두 일상에서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빨대를 활용한 작품으로 주목받는 정찬부 작가는 작품 속에 물체나 대상의 ‘가치’와 ‘쓸모’에 주목한다. ‘혼자서 당당히’는 정 작가의 반려견 ‘태풍’이와 태풍이의 애착 인형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정 작가는 “홀로 작업을 이어가는 작가인 ‘나’와 유기견 태풍이, 태풍이와 나를 이어주는 애착인형 세 가지의 정체성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곰돌이 J는 외롭지 않게, 씩씩하게 과일 나라로 친구들을 안내한다. 전시장 한 가운데 길다란 식탁과 같은 공간에 자리한 작품 ‘맛있는 오브제’에는 작가가 좋아하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가 평소보다 다섯 배는 커다래진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 ‘사과는 빨갛고, 바나나는 노랗다’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더 나아가 사과가 덜 익었을 때 나타나는 초록빛의 모습, 바나나가 썩었을 때 나타나는 갈색의 모습 등 과일과 채소의 ‘진짜’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여기에 피망꼭지에 달린 깃털, 호박에 달린 문고리는 어린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관람객은 빨대 재료를 통해 자신만의 과일 쥬스 만들어보기, 나만의 채소 그려보기 등 전시와 연계된 다양한 체험 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말랑 통통 미술관’은 1부 전시에 이어 12월15일까지는 스튜디오 1750(김영현, 손진희)의 2부 전시 ‘미래 반찬 연구소’가 열릴 예정이다.

아동 범죄 예방·안전 메시지 전하는...뮤지컬발레 ‘빨간모자’

전문예술단체 수원시티발레단(단장 김문신)이 뮤지컬발레 ‘빨간모자’를 15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아동범죄예방 홍보와 발레 애호가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난 7월 17일 수원시티발레단이 수원중부경찰서와 아동범죄예방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후 진행하는 공연이다.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빨간모자와 늑대라는 캐릭터를 통해 범죄 예방과 안전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어린이와 시민들에게는 뮤지컬발레라는 예술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오전 11시에 열리는 첫 번째 공연은 시설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공연으로 진행되며 오후 3시 공연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김문신 수원시티발레단장은 “뮤지컬발레의 캐릭터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범죄예방의 메시지와 예술적 감수성이란 나무를 아이들의 가슴 속에 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수원시티발레단은 2005년 김문신발레단으로 출발해 2017년 수원시티발레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본격적인 발레공연예술 확산에 노력해오고 있다. 올 2월에는 전문예술단체로 등록돼 수준높은 발레공연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오는 9월 10일 수원SK아트리움 대극장에서는 ‘해설이 있는 발레 XI’, 11월 29~30일 정조테마공연장에서는 ‘대한민국 무용대제전 문루’, 12월 28일에는 정조테마공연장 기획공연 ‘호두까기인형’이 예정돼 있다.

“현대인의 자화상, 가시 뽑아낸 선인장의 여정”…김소영 개인전 ‘나를 찾아주세요’ [전시리뷰]

날카로운 선인장의 가시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비눗방울. 비눗방울 세상 속에 살아가는 선인장과 선인장밭에서 살아가는 비눗방울 중 어떠한 삶이 더 불안할까. 홀로 선인장인 ‘나’는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내 옆의 이들(비눗방울)이 터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갖고 살아간다. 반대로 후자의 삶이라면 사방에 자리한 가시에 부딪혀 나라는 존재가 터지지 않을까하는 불안이 있을 것이다. 지난 3일부터 수원시 팔달구 예술공간 아름 갤러리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는 김소영 개인전 ‘나를 찾아주세요’는 끝없이 연결된 온라인 세상에서 허구와 실재(實在) 사이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담아냈다. 전시는 안양 출신으로 용인과 성남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주목받고 있는 1997년생 청년 작가 김소영의 예술적 자아가 투영된 ‘Cactoos’라는 선인장의 이야기에서부터 출발한다. 날카롭고 뾰족한 가시가 많은 선인장이 하나 있었다. 가시 탓일까. 사람들은 선인장을 피하고, 곁에 다가오지 않았다. 외로움을 느꼈던 선인장은 남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치장을 하고, 가시에 쿠션을 껴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스스로 가시를 뽑아내는 결단까지 하지만 여기에 주어진 사랑은 허상일 뿐이었다. 이 모든 것을 깨달은 선인장이 진정한 나, 진정한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바로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주제다. 관람객은 이번 전시에서 신작 15점을 포함한 회화, 영상, 설치 등 23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신작 ‘선인장도 가시가 있어야 꽃을 피웁니다’ 시리즈 네 작품은 선인장의 가시가 꽃을 보호하고, 이를 통해 더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듯 때로 고난과 역경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이와 함께 작가는 원, 톱니, 사선 등 배경 위로 그려진 자유로운 선 속에 현대인의 삶을 함축했다. 길이도 모양도 제각각인 선이 화면 속에 마치 무질서하게 충돌하고 교차하면서도 공존하는 모습은 긴장감을 자아내며 끝없는 경쟁사회를 떠올리게 한다. 동시에 소셜 네트워크 세상에서의 무한한 ‘연결’을 드러낸다. 어둠이 있어야 빛을 발하는 형광빛 네온사인의 선들은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역설적인 온라인 세상을 의미한다. 또 다른 신작 ‘Who Am I’ 시리즈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활용한 작품이다. 직관적이며 대비가 뚜렷하고 화려한 색감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작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진 세상에서 SNS 속 허상의 ‘나’를 이야기한다. 하나의 표현 수단이 된 SNS에서 우리는 남들에게 비치기 위해 내 모습을 꾸미지만 어느 것이 진짜 나인지는 모른다. ‘Cactoos’가 나를 찾아 떠나듯 작가는 나 자신을 알기 위해 해바라기, 공룡, 악어, 맥주 등 내(작가)가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이를 작품에 담아냈다. 전시 한 공간에 자리하고 있는 설치 작품 세 점은 바로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선인장 캐릭터 ‘Cactoos’를 형상화했다. 3D 프린터 피규어인 ‘SHY(샤이)’, ‘Donggle(동글)’. ‘Hero(히어로)’는 작가 내면의 모습이기도 하다. 120도 각도로 전시장 한가운데에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는 세 캐릭터를 통해 작가는 기존의 인식과 세상의 선입견에 맞서고 있음을 표현했다. 이와 함께 전시에서는 ‘How do you do’, ‘돌고 돌아’ 등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난 선인장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낸 작가의 영상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김소영 작가는 “진정한 나를 인식하고 허구의 세계와 진짜 사이 간극을 극복해, 결국 ‘더 나은 나’를 찾아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과정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한다”며 “앞으로 VR(가상현실)을 활용한 작품 등 사람들이 단순히 관람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하며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 볼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전시는 16일까지.

1세기 前 외국인들의 ‘서울살이’는?...국립민속박물관 공개

국립민속박물관이 100년 전 한국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민속아카이브 자료집인 ‘세브란스 베이비, 아일린 고먼:100년 전 고먼 가족의 서울살이’를 발간했다. 자료집에선 아일린 커리어 여사(1926~2024)가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한 자료 681점 중 사진과 기록, 실물자료 등 281점을 선별·수록해 한 가족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외국인들의 일상과 사회를 미시적으로 분석했다. 개항 이후 한반도에 정착한 외국인들이 어떤 일상을 살아갔으며 여가와 취미 생활은 무엇이었을지, 더욱이 서로 다른 문화 배경 속에서 살았던 그들과 한국인들이 일상에서 어떤 교류를 했는지 등등에 대한 해답을 제공한다. 자료집에는 한 가족의 일상부터 무도회, 연극 등 당시 외국인들의 특별한 행사와 사교단체 활동까지 일제강점기 외국인들의 삶의 모습이 사진과 기록으로 담겨 있다. 또한 캐슬린, 패트리샤, 아일린 세 모녀의 집에 침입한 도둑의 정체를 두고 벌어지는 흥미로운 일화 ‘KAMAPSAMNEDA(가맙삼니다)’, 캐슬린의 한국 생활 회고록 ‘다채로운 나라, 한국’의 전문을 수록해 독자들에게 당시 외국인들의 일상과 한국에 대한 인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1926년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서 태어난 기증자 아일린 커리어 여사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아버지 아서는 미국의 석유회사 스탠더드 오일의 한국지사에서 근무했고, 어머니 캐슬린은 한국에서 음악 교사로 활동했다. 아일린 여사의 언니 패트리샤 또한 192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패트리샤와 아일린 여사 자매는 유년 시절 서울외국인학교에서 함께 공부했다. 하지만 일본의 적대적인 외국인 정책으로 인해 캐슬린과 아일린 여사는 1940년 캐나다로 이주해야 했고, 오랫동안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지만 고먼 가족은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잃지 않았다. 아일린 가족들이 수집한 사진과 기록, 한국식 가구 등을 영국에서 소중히 간직해 오다가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구문회 국립민속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민속아카이브 자료의 가치를 조명하고 기증문화를 활성화 하기 위해 제작했다. 앞으로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기증전시실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인 여성작가들 한자리에…용인여성작가회전 18일까지

용인 문화예술 대표 교류의 장인 용인여성작가회전이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18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용인시청 문화예술원 대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이번 전시는 75명의 작가들이 제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유화, 판화, 수채화, 공예 등 다채로운 장르의 예술을 만끽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용인시와 용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열렸다. 지난 7일 오후 5시에는 개막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이창식 용인시의회 부의장, 노승식 용인예총 회장, 김옥기 용인여성작가회 회장 등을 비롯한 용인 미술계 작가, 용인문화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들은 그간 이어왔던 꾸준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는 데 중점을 뒀다. 추상과 구상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와 영역을 엿볼 수 있는이번 전시에선 회화뿐 아니라 전통예복을 활용한 인형, 고증과 연구에 따라 재현한 전통 복식, 금속 재료 등을 배합한 오브제 등도 만나볼 수 있다. 김옥기 용인여성작가회 회장은 “제8회를 맞게 되는 이번 정기전은 좋지 않은 경기 여파 속에서도 묵묵히 창작을 이어가는 용인에 몸담은 여성 작가들의 잔칫날”이라며 “이번 전시가 회원 작가들과 함께 하는 소통의 장이자 미술계 현실과 앞날에 대한 이해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천아트플랫폼, 플랫폼 초이스 총 17번의 릴레이공연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이 어린이, 청소년 및 가족들이 관람하기 좋은 문화예술 공연으로 구성한 ‘2024 플랫폼 초이스’ 공연 프로그램을 오는 8월부터 12월까지 격주로 연다. 8일 재단에 따르면 지난 7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총 8개의 공연단체(극단나무, 극단용용아저씨, 씨에이치아트컴퍼니, 아코디엠, 극단인파, 릴리, 션븨SunB, 갬블러크루)는 가족 단위 대상의 공연에 초첨을 맞췄다. 각 단체의 우수작과 신작으로 꾸민 공연은 그림자극, 라이브 드로잉, 마술, 음악, 연극, 서아프리카 전통예술, 창작연희, 스트릿댄스로 이어지며, 총 8팀 17번의 공연 중 ‘극단나무의 늙은 개’가 첫 무대로 오른다. ‘2024 플랫폼 초이스’의 첫 공연인 인기 그림자극 ‘늙은 개’는 월간 <한국연극>이 선정한 ‘2022 올해의 공연베스트 7’ 작품으로, 아동청소년 부문 공연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온 작품이다.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몽글한 여운과 애틋하고 따스한 누렁이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그림자극 ‘늙은 개’는 어린이부터 가족단위의 관객까지 함께할 수 있는 공연이다. 오는 10일 오후 2시와 5시 2회차 공연으로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공연 관람은 엔티켓을 통해 사전 예매가 가능하며, 티켓가격은 1만5천원으로 가족할인, 단체할인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인천아트플랫폼 기획공연 프로그램 ‘2024 플랫폼 초이스’의 자세한 공연 일정과 정보는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인천시립합창단, 22일 제187회 정기연주회 '시네마 어드벤처'

인천시립합창단이 오는 22일 오후 7시30분,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래줄 ‘시네마 어드벤처’를 연주한다. 인천시립합창단은 장엄한 오케스트라 사운드가 돋보이는 ‘슈퍼맨’ OST와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고속도로 씬의 ‘Another Day of Sun’, 첫 소절만 들어도 두근거리는 마블 영화 시리즈 메들리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영화 음악들을 연주한다. 또 어린이 합창단인 YYC부평과 함께 일본 애니메이션 중심인 스튜디오 지브리의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OST를 부르며 특유의 감성을 선물한다. 이어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의 ‘알라딘’, ‘노틀담의 꼽추’의 주요 곡들을 합창과 독창으로 편곡하여 들려주며, 관객을 추억의 시간으로 이끈다. 이외에도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주요 넘버와 한국 애니메이션 ‘영혼 기병 라젠카’ 주제가 등 시대와 세대를 넘나들며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악들을 연주하며 큰 감동으로 다가간다. 뮤지컬과 팝 음악 전문 연주단체인 ‘뮤지컬팝스오케스트라’가 탄탄한 연주력으로 힘을 실어주며, 초대형 LED 스크린으로 상영하는 명장면들은 연주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 가능하며 R석 2만원, S석 1만원이며, 더 자세한 사항은 인천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성남아트센터, ‘마티아스 괴르네 & 마리아 조앙 피레스’ 공연

‘독일 가곡의 최고 권위자’와 내면의 깊이를 추구하는 ‘클래식 음악의 살아있는 전설’이 올 가을 성남아트센터를 찾아온다. 성남문화재단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와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의 ‘겨울나그네’를 오는 10월 26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선보인다.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는 독일 가곡 해석의 권위자로 꼽힌다. 풍부한 성량과 중후한 음색, 뛰어난 리듬 감각, 아름다운 레가토(음을 부드럽게 이어 부르는 기법)를 두루 갖춘 세계 정상급 성악가다. 그가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는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가 삶의 마지막에서 느낀 사랑과 고독, 삶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사색이 표현된 작품이다. ‘슈베르트 가곡 전문가’로 손꼽히는 괴르네는 영국의 클래식 음반 레이블 하이페리온이 1987년부터 10년에 걸쳐 제작한 슈베르트 가곡 전집 가운데 30집 ‘겨울나그네’로 1997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최우수 음반’을 수상한 바 있다. 괴르네만의 어둡고 깊은 음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으로 ‘겨울나그네’ 앨범만 네 번 발매했을 만큼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공연에 함께하는 마리아 조앙 피레스는 포르투갈 출신의 피아니스트다. 올해 여든으로, 명실상부 클래식 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치밀하고 청아한 감각과 명쾌한 터치에서 오는 투명한 울림이 돋보이는 연주자로, 모차르트·쇼팽·슈베르트·드뷔시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괴르네는 2023년 여름부터 피레스와 함께 ‘겨울나그네’를 공연하며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해석을 선보여 국제적인 화제와 찬사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피레스는 단순히 피아노가 ‘반주’에 머무르지 않고 동등한 파트너로서 연주의 완성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호평을 받았다. 티켓은 성남아트센터와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전화 또는 온라인 예매 가능하다. 이달 22일까지 예매 시 R석, S석에 한해 조기 예매 30%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경기상캠에서 즐기는 썸머캠프…‘고래바위에서 기다려’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상상캠퍼스 썸머캠프’의 핵심 프로그램인 연극 ‘고래바위에서 기다려’를 선보인다고 6일 밝혔다. 오는 24일과 31일 오전 11시, 오후 2시 경기상상캠퍼스 공간1986 멀티벙커에서 진행되는 ‘고래바위에서 기다려’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고래바위에서 아빠를 기다리는 ‘바다’의 모험 이야기이다. 2024년 아시테지 서울어린이연극제 대상 수상작으로 배우가 누워서 연기하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띄워 2차원과 3차원을 넘나드는 ‘눕극(누워서 하는 공연)’으로 진행된다. 블랙라이트를 통해 다채로운 컬러로 변신하는 골판지 오브제는 스크린 속에서 섬세하고 감동 넘치는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햇살놀이터가 기획·제작했다. 특히 공연장은 관람객들이 연기하는 장면을 누워서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의 객석으로 구성된다. 색다른 장소와 객석에서 대사 없이 진행되는 상상이 넘치는 공연을 통해 참여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36개월 이상 관람할 수 있으며 미취학 아동(2018년생부터)은 보호자를 동반해야 한다. 1만원으로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다양한 부대체험도 경험할 수 있다. 관람객에게는 공연 당일에 한해 ‘푸룻푸룻프렌즈 여름 탐험대’ 체험권과 디폼블럭 ‘야광 고래’ 만들기 키트를 제공한다. 공연의 여운을 즐기며 경기상상캠퍼스의 숲을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다. 경기상상캠퍼스 담당자는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르는 시간이, 어른들에게는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경험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상상캠퍼스 누리집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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