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찬란한 여정…수원시립미술관 ‘모두의 인쌩쌩쌩’

거울에 비친 자신을 지그시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 거울을 통해 자아정체성을 탐구하고, 나아가 나와 타인과의 관계를 연결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1일부터 수원시립만석전시관에서 자아정체성을 탐구하는 참여형 교육 전시 ‘모두의 인쌩쌩쌩: 나를 찾는 찬란한 조각’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갑빠오, 오택관 작가가 참여해 총 74점의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모두의 인쌩쌩쌩’이라는 대주제로 올해 총 2부의 전시를 펼친다. 자아정체성을 주제로 올해 상반기에 진행되는 이번 전시가 1부이며, 2부는 ‘자아 발견’을 주제로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존 만석전시관에서 어린이 관람 중심의 교육 전시를 선보이던 것에서 나아가 어린이, 성인, 시니어 등으로 범위를 확장해 전 연령의 참여가 가능하도록 한 첫 번째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전시의 첫 번째 섹션 ‘너와 나의 모습’에선 갑빠오 작가의 조각, 회화 작품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갑빠오 작가는 흙을 소재로 세라믹 작업을 하고, 나무와 물감 등 여러가지 재료를 다루며 도예와 회화를 넘나드는 예술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에선 표정, 형태, 색감이 모두 제각기 다른 갑빠오 작가의 ‘스몰 피플(small people)’을 만날 수 있다. 손 한 뼘 크기의 사람 형태 조각들은 모두 돌아선 채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작가는 벽면에 거울지를 붙여 관람객들이 조각의 표정을 살펴보는 동시에 자신의 표정까지 능동적으로 살펴보며 나와 타인의 감정을 발견하도록 했다. 또 ‘유어 페이스(your face)’, ‘헬퍼(Helper)’ 등의 작품으로 재치 있는 인물의 표정,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다양한 감정과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람객이 다양성과 포용성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연결하길 바라는 함축적 의미를 담았다. 이어지는 두 번째 섹션 ‘거울과 나’에서는 오택관 작가의 설치 작품으로 공간과 참여자가 상호작용 하도록 했다. 오 작가는 어린 시절 주택을 형상화해 약 3m 공간에 거울과 페인팅으로 설치한 신작 ‘마주하는 심연’을 선보인다. 참여자는 거울을 통해 반사되는 형상을 바라보며 내면의 이미지를 발견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집을 형상화한 작품엔 벽돌 크기의 수많은 거울 조각이 높낮이가 다르게 붙어 있다. 낮은 높이의 거울이 아이들에겐 얼굴을 볼 수 있게 하지만, 어른들에겐 발만 보이게 하는 등 재미있는 시선을 유도해 관객이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작품을 관람한 뒤엔 관람객이 발견한 자아 정체성을 벽돌 조각의 거울지에 새겨 담벼락에 붙이는 체험이 이어진다. 집의 내·외부를 잇는 경계인 담벼락에 작품을 부착하면서 다시금 ‘나’를 오롯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황현정 학예사는 “다양성과 포용성, 자아 정체성이라는 현대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중심으로 전시를 통해 자신과 타인을 새롭게 바라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7월25일까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노부스콰르텟이 완성하는 현악사중주 [공연리뷰]

2007년 결성해 어느덧 19년 차를 맞은 노부스콰르텟은 명실상부 우리나라 대표 현악사중주 팀이다. 멘델스존, 베토벤, 쇼스타코비치 등 전곡 완주에 능한 이 팀은 3월 1일 부천아트센터 외 세 곳에서 두 번째 브람스 전곡을 완주했다. 지성인의 대화, 우아한 토론 괴테는 현악사중주에 대해 “4명의 지성인이 나누는 대화”라고 표현했다. 반원 형태로 무대에 앉아 각자의 프레이즈를 연주하고, 서로의 소리를 듣고, 동시에 소리 높이는 모습을 떠올려 보니 꽤나 우아한 토론의 모습 같기도 하다. 독주나 피아노와의 듀오에 익숙한 현악 연주자들도 실내악, 그중 현악사중주는 필수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연주 영역이자 잘하고 싶은 편성으로 꼽을 정도로 현악사중주 활동에 적극적인 편이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현악사중주단은 긴 시간 팀을 유지하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고 있으며 현악사중주를 위한 레퍼토리도 고전부터 현대까지 풍부하다.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와 첼로는 모두 바이올린족에 속하는 현악기로 어찌 보면 음역 외엔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간혹 일반 청중은 현악사중주를 다소 진입장벽이 높은 편성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현악사중주 연주자들은 비슷한 음색의 악기 4대가 서로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할 때보다 일치를 이루는 것이 더욱 어렵다고 말한다. 비로소 네 대의 악기가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냈을 때 ‘완벽한 앙상블’이라는 평을 듣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7년 결성해 올해로 19년 차를 맞은 노부스콰르텟의 등장은 ‘실내악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그야말로 반갑고 귀한 소식이었다. 한국종합예술학교 출신이라는 공통점으로 뭉친 이들은 결성 원년 멤버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40)과 김영욱(36), 2018년 합류한 비올리스트 김규현(36), 2020년 합류한 첼리스트 이원해(34)로 구성돼 있다. 2008년 오사카 콩쿠르 3위를 시작으로 2012년 뮌헨 ARD 콩쿠르에서 2위 수상, 2014년 제11회 모차르트 국제 콩쿠르 우승을 통해 실내악을 향한 본인들의 ‘진심’을 검증받았다. 연주자·관객 얼마나 빨리 몰입하느냐가 관건 국내외 실내악 팬들에게 자신들의 이름을 각인한 이후 노부스콰르텟은 2020년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전곡(6곡) 연주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현악사중주 전곡 연주에 돌입한다. 2021년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전곡(15곡)을 나흘에 걸쳐 완성했으며 그해 8월 브람스 현악사중주 전곡(3곡)을 연주했다. 런던 위그모어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2022~2023 시즌엔 베토벤 현악사중주 전곡(16곡)에 도전했고 올해 프랑스 클래식 레이블 아파르테를 통해 여섯 번째 음반 ‘브람스’를 발매하며 다시 한번 브람스 전곡 연주에 나섰다. 브람스의 현악사중주 작품은 세 곡뿐이지만 이 곡들을 완성하기 전 스무 곡에 달하는 현악사중주 곡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브람스 스스로 현악사중주 작품에 대한 기준이 높았고 완성도에 대한 욕심이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완성된 1번의 1악장은 시작부터 많은 음과 세밀한 멜로디를 뿜어냈다. 평소 음향 좋기로 손꼽히는 부천아트센터이지만 브람스 현악사중주 1번의 쏟아지는 멜로디를 소화하기에 다소 과한 울림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어떤 무대건 첫 곡, 첫 악장에서는 연주자들도 몰입이 덜 된 상태이기 마련인데 그렇게 영점이 잡히지 않은 연주에는 아무리 좋은 공명이라도 약간의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또 한번 깨달았다. 노부스콰르텟은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고정하지 않고 작품에 따라 변화를 주고 있다. 이날 브람스 전곡 연주에서도 첫 곡 ‘1번, Op.51-1’은 김영욱이 제1바이올린으로, 김재영이 제2바이올린으로 나섰고 ‘2번, Op.51-2’와 ‘3번, Op 67’은 바꿔 연주했다. 앙상블이 연주에 몰입하고, 청중이 작품에 빠져드는 데 제1바이올린의 역할은 크다. 김영욱의 제1바이올린은 스스로 조금 두드러지더라도 확실하고 빠른 방법으로 팀을 깨워 앞장서 끌고 나가는 모양새였다면 김재영은 맨 뒤에 서서 상황을 살피면서 나머지 세 악기의 틈을 메우고 아우르며 지지하는 방식이었다. 완전히 다른 두 스타일의 제1바이올린이어서 이것 또한 노부스콰르텟 연주의 장점이자 특징이었다. 2027년은 베토벤 서거 200주기이자 노부스콰르텟 창단 20주년이 되는 해로 노부스콰르텟은 베토벤 전곡을 다시 연주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20대부터 시작된 이들의 대화가 세월의 변화에 따라 어떤 깊이와 이야기를 더할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 신디 콕스, 엘가, 슈만으로 만나는 ‘봄의 협주곡’

함신익과 심포니 송 오케스트라가 네 번째 마스터즈 시리즈 ‘봄의 협주곡’을 4월 24일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선보인다. 이번 마스터즈 시리즈에선 현대 작곡가인 신디 콕스(Cindy Cox)의 Dreaming a World’s Edge, 엘가(Edward Elgar)의 첼로 협주곡 마단조 작품번호 85, 슈만(Robert Schumann)의 교향곡 제1번 내림나장조 작품 번호 38을 만날 수 있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은 이번 연주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닿아 있는 인간의 감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1부에선 신디 콕스(Cindy Cox)의 Dreaming a world’s edge가 무대를 연다. 외딴 지역과 멸종위기에 처한 19세기 사진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으로 2년 전 미국의 세인트 폴 실내악단이 초연한 이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연주되는 곡이다. 화성학적으로 실험적인 곡이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색채를 띠는 점이 인상적인 현대음악이다. 두 번째 곡은 엘가의 생애 마지막 작품인 첼로 협주곡이 연주된다. 제1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된 상태에서 엘가는 이 협주곡을 만들어 첼리스트들에게 획기적인 작품을 선사했다. 1919년에 초연된 후 1960년 재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é)가 연주하면서부터 유명세를 탔고 이번 공연에선 함신익과 심포니 송과 중국의 대표 첼리스트 지아펑 니에(Jiapeng Nie)가 협연한다. 관객들에게 관조적이고 우아함의 극치를 선사할지 기대된다. 중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첼리스트 중 한 명인 지아펑 니에는 쇤필드 국제 현악 콩쿠르, 쇤필드 중국 현악 콩쿠르에서 1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2부에선 슈만(Robert Schumann)의 교향곡 제1번이 연주된다. 슈만이 ‘봄’을 주제로 1840년 1월에 작곡해 3월 31일에 연주된 곡이다. 그가 다단조 교향곡을 만들고 실망스러운 연주를 마친 다음 날 불꽃 튀게 숨 막히는 속도로 만든 것으로 전해진다. 슈만보다 한 살 위인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이 지휘를 맡았으며 제목은 ‘봄을 그리워하며(longing for spring)’이다. 각 악장에는 제목이 따로 있는 데 1악장은 ’봄에 도달함(Spring’s Awakening)’, 2악장은 ’봄의 저녁(Evening)’, 3악장은 ‘즐거운 친구들(Merry Playmates)’, 4악장은 ‘만개한 봄(Fullness of Spring)’이다. 트롬본과 트라이앵글이 산뜻하게 등장해 봄의 느낌을 드러낸다.

성남문화재단 ‘밤베르크 심포니, 야쿠프 흐루샤&김봄소리’

성남문화재단이 독일을 대표하는 ‘밤베르크 심포니, 야쿠프 흐루샤 & 김봄소리’ 공연을 오는 5월 31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독일 정통 클래식의 견고함과 체코의 짙은 호소력을 결합한 독창적인 음색으로 사랑받는 독일 관현악의 강자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州)의 밤베르크를 기반으로 1946년 창단해, 올해로 79년의 역사를 이어온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전 프라하 독일 필하모닉 단원들과 체코에서 독일로 이주한 음악인들 중심으로 결성됐다. 요제프 카일베르트, 오이겐 요훔 등 역사적인 마에스트로들이 초기 예술감독을 맡아 악단을 이끌며 단숨에 독일 정상의 오케스트라로 부상했다. 공연은 밤베르크 심포니의 상임 지휘자를 맡고 있는 야쿠프 흐루샤가 지휘봉을 잡는다. 일찍이 20대 시절부터 체코 출신의 거장 지휘자 이르지 벨로흘라베크의 뒤를 이을 차세대 지휘자로 꼽혀왔다. 체코 필하모닉 수석 지휘자를 거쳐 2016년부터 밤베르크 심포니를 이끌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영국 로열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부임하는 등 세계 클래식 무대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더하고 있다. 공연의 1부는 체코 음악의 아버지 스메타나의 오페라 ‘두 과부’ 서곡으로 시작해, 독일 낭만주의 대표작인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이 연주된다. 2부에서는 독일 음악의 서정성을 담은 브람스의 ‘교향곡 제1번’으로 창단부터 현재까지 밤베르크 심포니가 추구해 온 ‘체코와 독일 음악의 공존’을 펼쳐낼 예정이다. 협연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맡는다. 김봄소리는 따뜻하고 풍부한 음색으로 세계 무대에서 러브콜을 받는 바이올리니스트다. 2013년 ARD 국제 음악 콩쿠르 1위 없는 2위 수상을 시작으로 차이콥스키, 퀸 엘리자베스, 시벨리우스 콩쿠르 등 여러 권위 있는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21년 아시아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최초로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4월 덴마크 방송교향악단과 녹음한 닐센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으로 영국 BBC 뮤직 매거진 어워드 협주곡 부문 음반상을 수상하는 등 스타 연주자로서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티켓은 성남아트센터와 인터파크티켓을 통해 온라인 또는 전화로 예매 가능하다. 자세한 정보는 성남아트센터 고객센터나 누리집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남양주시립박물관 특별기획전, ‘99번째 삼도수군통제사 이복연’

남양주시립박물관이 특별기획전 ‘초상화로 살펴보는 남양주 명가: 99번째 삼도수군통제사 이복연’을 1일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2017년 전주이씨 경명군파 통제사공 종손과 종중으로부터 기증된 ‘이복연 초상’를 중심으로 인물의 인격과 정신을 표현한 조선시대 초상화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전시는 크게 3개의 공간으로 구성해 조선시대 초상화를 집중 조명한다. 1부 ‘초상화’에서는 조선시대 초상화의 의미와 기법, 재료 등을 살펴보며 2부 ‘남양주 명문가의 초상화’에서는 디지털 영상으로 재탄생한 능성구씨, 청풍김씨, 의령남씨, 안동김씨 등의 인물 초상화 등을 공개했다. 끝으로 3부 ‘무관 초상화’에서는 당대 최고의 어진화사인 진재해가 그렸다고 추정되는 작품인 이복연 초상 등을 비롯해 조선시대 무관초상화를 소개한다. 특히 이복연 초상의 경우 전신상으로, 대다수가 반신상으로 전해지고 있는 조선 후기 무관 초상과 비교해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복연은 영조 재위시절 99번째 삼도수군통제사를 지냈던 조선 후기 무관으로 남양주시 와부읍 월문리에 묘가 있다. 첫번째 삼도수군통제사는 이순신이다. 이복연 초상의 경우 유물 보존을 위해 4월 1일부터 13일까지 2주동안 원본을 전시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복제 유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남양주시 관계자는“이번 특별기획전을 통해 자손 대대로 소중히 전해온 원본 유물을 직접 감상하며, 하나의 예술작품을 넘어 후세의 귀감이 되고자 했던 선조들의 정신과 기개를 온전히 느껴보시길 바란다”며 “많은 시민께서 전시 기간 내에 방문해 관람하시길 권한다”라고 말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예술의 장르 확장하는 두 작가의 만남…‘2025 아워세트: 김홍석X박길종’

매체와 장르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두 작가가 만났다. 미술의 형식을 바꾸는 조각을 선보이는 김홍석 작가, 물질적 상상력으로 사물의 경계를 확장시키는 박길종 작가의 특별한 작품이 펼쳐진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 25일부터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2025 아워세트: 김홍석X박길종’을 선보이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이 지난 2022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아워세트’는 서로 다른 장르의 창작자가 만나 독특한 협업을 펼쳐보이는 전시다. 다만 올해는 협업에 방점을 두기보다 김홍석, 박길종 작가의 매체 실험에 주목해 이 같은 특징이 드러나는 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등 2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두 작가의 매체 실험에서 ‘뼈 있는 농담’의 무대를 통해 ▲러닝타임 ▲오픈 스테이지 ▲인터미션 ▲백 스테이지 등 네 개의 관점으로 구성됐다. 박 작가는 전시장을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는 작품들을 통해 전시를 마치 실시간 진행되는 공연처럼 만들었다. 이 같은 의미를 담은 ‘러닝타임’에선 박 작가의 작품 5점을 만날 수 있다. 박 작가는 가구, 디스플레이, 전시 등 미술과 디자인의 경계에서 구분 없이 활동한다. 휘어진 책 선반, 생활용품 등에서 사물의 독특한 질서를 포착하고 도구, 집기, 가구, 장치, 기구 등 쓰임의 경계가 혼합된 오브제를 만든다. 여기엔 이질적인 것을 메우는 박 작가만의 물질적 상상력이 담겨 있다. 대표적으로 ‘전시 보행기’와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는 유모차를 개조해 폐지를 담는 할머니의 지혜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소지품을 놓고 전시장을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자와 관람객, 퍼포머를 하나로 겹쳐 놓는 움직임을 만든다. ‘오픈 스테이지’에서는 회화, 조각, 드로잉, 사운드, 퍼포먼스 등 김 작가의 다양한 작업을 상호작용하는 인터페이스로 바라봤다. 타원형 조각에서 구의 기원에 대한 신화가 흘러나오는 ‘Oval Talk’ 등 비가시적인 장치가 만들어내는 서사에 주목해 김 작가의 작품 7점을 선보인다. 특히 김 작가의 매체엔 대상을 도구화하지 않기 위한 윤리적인 선택이 담겨 있다. 퍼포먼스에 사람이 개입되는 것을 염두해 실제 퍼포먼스 대신 극사실 인체조각과 텍스트로 정황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 같은 맥락에서 작품 ‘침묵의 고독’은 청소부, 트럭 운전사 등 평범한 이웃을 상징하는 마네킹이 곰, 너구리 등의 동물탈을 쓰고 있는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노동의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표현했다. ‘인터미션’은 미술의 형식과 매체를 실험하는 작가 각각의 태도를 보여준다. 1980년대 한국 미술대학에서 서구 미술을 배운 자신의 모습을 은유한 김 작가의 ‘사군자-231234’,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던 2000년대 후반 도시 풍경의 일부를 담은 박 작가의 ‘개미굴 체스’ 등을 병치했다. 서로 다른 시대와 환경에서 활동한 두 작가의 모습을 대조한 것이 특징이다. 또 ‘백 스테이지’는 서로 다른 종의 식물을 접목하듯 만든 오브제를 무대 이면의 백스테이지처럼 소한다. 십자가 형상의 오브제에 휴지를 거치한 ‘휴거(휴지거치대)’, 빵 모양의 오브제에 양초를 올려놓은 ‘장 발장’ 등 상상력과 농담을 통해 무용함과 유용함을 뒤섞은 박 작가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수연 학예사는 “작가의 작품과 글을 따라가며 관람객이 저마다의 드라마를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12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벚꽃으로 Chill해볼래? ‘벚꽃보고 작품보고’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관장 전승보)은 벚꽃이 만개하는 화랑유원지와 인접해 있어 봄이면 미술과 자연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올해는 경기도미술관 야외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벚꽃놀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경기도미술관은 벚꽃 개화시기에 맞춰 지난 25일부터 뮤지엄숍을 ‘벚꽃Chill 상점’으로 개편해 운영 중이다. ‘벚꽃Chill 상점’의 이름은 벚꽃과 ‘여유롭다’, ‘쿨하다’ 등의 의미를 가진 인터넷 밈인 ‘Chill’을 합친 말로, 방문객들이 벚꽃 상점에서 여유로움을 만끽했으면 하는 미술관의 바람을 담았다. 벚꽃을 보고 미술관에선 색다른 상점과 작품을 보며 예술적 감각도 더할 수 있다. ‘벚꽃Chill 상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주요 제품으로 ▲벚꽃 키캡 키링 ▲벚꽃 피크닉 매트 ▲벚꽃 수세미 ▲벚꽃 연필 등이 있다. 이 중 벚꽃 키캡 키링은 경기도미술관 건물 전경, 미술관 주변 길고양이와 벚꽃을 키캡(키보드 스위치에 끼우는 캡)에 레이저로 각인해 만든 굿즈다. 키링을 좋아하는 MZ세대를 겨냥해 제작된 제품으로 마치 LED 기계식 키보드 일부를 떼어내 가방에 걸고 다니는 듯 색다른 느낌을 준다. 이 기간 미술관에선 경기도미술관의 기획전도 만나 볼 수 있다. 2025 경기아트프로젝트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 2025 소장품상설기획전 ‘비飛물질: 표현과 생각 사이의 틈’, 2025 신진작가 옴니버스전 ‘박예나: 뒤집힌 틈’ 전시가 진행 중이다.

비빔밥은 삶의 현실을 어디까지 비벼낼까? [공연리뷰]

외계인의 식탁에도 비빔밥이 있을까? 얼마 전 ‘흑백요리사’라는 프로그램에서 한 참가자가 낸 참치비빔밥이 논란이 되었다. 칼과 포크로 잘라 먹는 비빔밥이었다. 심사위원 한 사람의 ‘비빔이 없으면 비빔밥이 아니지 않나요?’라는 질문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비빔행위가 있어야 한다.’ ‘비빔행위가 없어도 된다.’ 결론이 어떻게 났는지는 모른다.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의 요리는 대체할 수 없는 정체성과 미각적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보편적인 ‘공감’이 더해야 특정의 음식이라 할 것이다. 음식은 문학, 영화, 공연 등에 소재이고 이야기 연결에 중요한 매개이다. 비빔밥은 여러 가지 식재료들을 함께 비벼서 나눠 먹는 특별한 행위가 있어 자주 등장한다. 연극의 3요소 하면, 무대 배우 관객이라 한다. 나는 여기에 ‘공감’을 더하고 싶다. 무대와 배우, 그리고 관객이 연극이라는 작품을 어떤 연결고리로든 공감해야 완성된 연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서로 공감이 없다면, 간이 안 됐거나 중요 식재료가 빠진 음식처럼 뭔가 부족한 작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경기도극단의 ‘부인의 시대’(김광보 연출, 이미경 작)는 연극의 3요소와 각 요소 간에 공감까지 더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하면서도 잘 읽히는 무대, 배우들 간의 동작과 마음을 서로 연결하는 기막힌 연기력을 보여준 프로다운 열정,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과 각 요소들이 서로가 공감하고 어우러지는 비빔밥 같은 작품이었다. 거기에 울고 웃으며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에 빠져들어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연출력도 연극을 몰입해서 볼 수 있는 힘이었다. ‘부인의 시대’는 우리가 뉴스에서 접해왔던 개발 예정지에 철거 대상 건물들의 세입자들과 철거하는 시공자 간의 갈등과 애환을 그린 작품이다. 안산의 어느 피부관리실 원장과 종업원인 한국인 남실장, 조선족 송실장, 필리핀에서 결혼이민 온 안젤라는 나름대로 말 못하는 사정과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거기에 건물철거를 위한 발파 등 공사장 소음은 생존에 본능을 더욱 압박한다. 돈 많은 체하는 사모님이 불신이라는 도화선에 불을 붙인다. 갈등과 불신이 부딪쳐 극에 달하고 마침내 터져 산산조각이 난다. 네 여인은 발가벗겨지고 초라한 모습으로 내동댕이쳐진다. 파국의 문턱에 비빔밥이 등장한다. 그들은 그 부서진 조각들이 다시 모은다. 가슴속에 있던 갖가지 양금과 푸념 조각들을 양푼에 담는다. 이해와 믿음이라는 식재료를 더한다. 공감이라는 참기름과 고추장을 넣어 비빈다. ‘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눈물도 있네. 한 구절 한 고비 꺽어 넘을 때 우리네 사연을 담는 울고 보는 인생사 연극 같은 세상사~.’ 노래도 담아 행복한 인생 비빔밥을 만들어 먹는다. 그러나 그들이 공감하고 화해했던 꿀맛 같았던 비빔밥의 현실은 오래가지 못했다. 모두 길거리로 쫓겨나고 영혼이 되어 UFO을 타고 우주를 이리저리 유영한다. 먼저 간 포장마차 박씨도 보이고 김사장도 보인다. 외계 우주에서 구름 속을 조용히 날며 현실에서 맛볼 수 없었던 마음의 편안함을 느낀다. 외계인의 식탁에는 비빔밥이 있을까? 아마 K-푸두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이니 있을 것이다. 외계 우주의 비빔밥은 눈물과 회한을 안고 사는 힘없는 서민들의 푸념 섞인 비빔밥이 아니길 바란다. 언제나 기쁨과 행복, 그리고 자존감이 꽃피는 비빔밥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비빔밥이 우주 어딘가에 꼭 있을 거라 믿는다.

앵글에 담아낸 성곽의 이야기…한국성곽사진가회 ‘성곽의 나라, 세상을 밝히다’

조선시대 학자 양성지는 ‘조선은 성곽의 나라’라고 말했다. 국내에 분포한 성곽은 공식적인 수로만 1천800여개. 이 중 90%가 삼국시대 때 지어졌을 만큼 천년이 넘는 고성이 경기도를 비롯해 곳곳에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성곽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가치를 알리고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출발해 성곽의 아름다움과 이에 깃든 역사를 사진 미학으로 알리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국성곽사진가회(KFPA, 회장·김학현, 자문위원 김은수)가 지난 22일 수원시 팔달구 수원화성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한 제4회 회원전 ‘성곽의 나라, 세상을 밝히다’이다. 전시에선 고염옥, 김영식, 김지현, 박병대, 신현구, 오상철, 이주하, 정해광, 최종익 등의 작품 40여 점과 강희갑, 박순기, 유영상, 이정희, 조성근 등 초대작가들의 작품까지 총 56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성곽사진가회는 천년이 넘는 고성인 자랑스러운 우리 성곽을 미학적 관점에서 표현하고 또 하나의 한류 콘텐츠를 만든다는 목표로 지난 2011년부터 전국의 성곽을 돌며 앵글에 담고 있다. 이들이 담아낸 병자호란의 아픔이 깃든 남한산성에선 망국의 슬픔이, 강화산성 남문은 한국 역사에서 외세의 침입과 맞선 기세가, 몽골의 침입에 대비해 쌓은 강화산성에선 고려의 저항정신이 스며들었다. 전라남도 장성의 입암산성은 성내에 크고 작은 방축(防築)을 둬 수원(水源)을 확보했다. 장기간의 농성을 위한 것으로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이처럼 전시는 과거에 지어졌으나 현재에도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전하는 성곽을 사진으로 담아내며 그 안에 깃든 역사와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작가들이 담아낸 성곽의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과 땅거미 진 오산 독산성, 북극성과 함께 찍힌 성곽의 신비로움 등 역사적 이야기와 작가들이 새롭게 해석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지식과 함께 재미가 덤으로 따라온다. 한국성곽사진가회 창립자인 천명철 작가의 수원화성특별전 ‘눈 속에 핀 수원화성’전도 동시에 진행돼 화성의 아름다운 겨울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오랜기간 화성을 촬영해 온 작가는 10여 점의 화성 설경 파노라마 작품을 선보였다. 천명철 작가는 “성곽은 우리만 알고 있기엔 아까운 선조들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라며 “사진가로서 사명을 가지고 준비한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람들이 성곽에 친근하게 다가가고, 단순 기록이 아닌 미학적 전시로 성곽을 세계화 하는 데 작은 발판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30일까지.

한국현대목판화 70년 역사 조명…경기도미술관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

출판미술로 인식되던 목판화가 현대미술로 재탄생하기까지 ‘현대목판화’의 70년 역사를 조망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경기도미술관은 지난 20일부터 경기아트프로젝트 ‘한국현대목판화 70년: 판版을 뒤집다’를 선보이고 있다. 경기도미술관은 ‘연구와 향유의 조화’라는 올해 전략 과제에 따라 미술의 대중화를 이끈 ‘목판화’의 역사를 펼쳐보이는 전시를 마련했다. 특히 목판화의 거장 김상구, 김준권, 류연복 등 67명 작가의 작품 640여점을 한데 모아 대규모로 구성했다. 경기도미술관은 목판화가 순수미술의 한 장르로 시작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흐름을 시기별·미술사적으로 구분해 펼쳐보인다. 목판화를 시기별로 ▲1950년대~1960년대 ‘맹아기’ ▲1960년대~1970년대 ‘정착기’ ▲1980년대 ‘활황기’ ▲1990년대~2020년대 ‘실존기’로 구분했다. 이를 바탕으로 전시는 ▲1부: 자연과 서정성 ▲2부: 실험과 현대성 ▲3부: 서사1-비판성 ▲4부: 서사2-실존성으로 나뉘어진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박수근이 최초로 발표했던 판화 작품 ‘노인과 여인’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원근감을 배제한 평면적 구도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원형적인 형식의 목판화다. 최강열·최영림 등과 궤를 같이 한 이 시기 목판화는 한국적 서정을 담백하게 드러낸 작품이 주를 이뤘다. 이후 강환섭은 ‘창세기-1’ 등을 통해 상상력과 서술성이 교차하는 초현실적 공간을 표현했고, 정택은은 작품 ‘여자’ 등을 통해 고독한 실존적 이미지를 드러냈다. 이들 작품은 모두 한국현대판화의 원형으로 여겨진다. 2부에서는 서구의 현대미술과 현대판화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모더니즘 미학을 작품으로 구현한 목판화를 선보인다. 이응노는 한지의 물성을 활용한 목판 릴리프 작업 영역을 개척했고, 이용길은 여러 형식 실험으로 목판화의 현대성을 모색했다. 이와 함께 이경희는 목판에 바늘로 찍어 표현하는 ‘우드 인그레이빙’ 기법, 우연과 필연의 미묘한 짜임으로 현대적 감각과 개성을 드러냈다. 3부에서는 1980년대 군사정권에 저항하는 민중미술로서의 목판화를 부각했다. 당시 오윤의 비판적인 목판화가 많은 작가들을 등장하게 했고, 민중미술 목판화는 한국 사회를 증언하는 시각적 기호가 됐다. 전시에선 당시 저항적 목판화 운동의 주역이었던 이인철의 ‘젊은날의 초상-2’, 최병수의 ‘꽃다지 벗님께’, 류연복 ‘붉은닭1’ 등을 볼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반전·반독재·평화 등을 지향했던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다. 1980년대 민중미술 목판화는 운동성과 전투성을 중시했지만, 일부는 평범한 자신과 이웃의 삶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시의 4부에서는 이 같은 흐름으로 1980년대~1990년대 일상적 애환을 그려낸 이상국의 ‘홍은동에서-2’, 부조리한 시대를 견디는 내면의 불안을 표현한 이상호의 ‘고통’ 등을 만날 수 있다. 또 원시적인 숲에서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윤여걸, 나무판의 물리적인 질감을 드러내는 강경구, 지역 신화와 풍토성을 존재론적으로 이미지화하는 홍진숙 등 현재까지 괄목할 만한 작품세계를 일궈온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심민하 경기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는 지난 70여년간 한국현대목판화가 지역성과 국제성, 전통성과 현대성을 넘나들면서 주체적인 내용과 형식을 도출한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 현대목판화의 전반과 세부를 감상할 수 있다”며 “긴 시간 부단히 노력해 온 목판화 거장의 작품 수백 점을 통해 한국현대목판화의 미감이 관람객의 마음에 오롯이 새겨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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