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건 재해석… 국현 ‘아더랜드 II: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는 이집트 출신 작가 와엘 샤키(b. 1971~)의 ‘드라마 1882’(2024)였다. 이집트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우라비 혁명’을 다룬 와엘 샤키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8장의 오페라 형식을 빌어 이를 작품으로 재조명했다. 아크람 자타리(b. 1966~)는 레바논 출신의 뉴미디어 작가이자 중동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가이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 형식의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2013)는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레바논관 개인전을 통해 소개되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김성희)이 국제적 명성의 뉴미디어 작가인 와엘 샤키와 아크람 자타리 2인의 대표작 2점을 소개하는 MMCA 소장품 ‘아더랜드 II: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 전시를 6월 3일부터 8월 17일까지 과천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 출품작 2점은 베니스 비엔날레를 통해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국내에서는 미공개된 작품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소개된다. 두 작가는 특정한 역사적 사건을 탐구하고 그것을 재해석한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번 전시에선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역사적 주제를 다루는 현대 미술가들의 태도와 그것이 반영된 동시대 뉴미디어 미술의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명인 아더랜드는 ‘다른 공간’ 혹은 ‘다른 세계’를 뜻한다. 두 작가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과거와 현재, 실제와 허구가 혼재되며 만들어진 다층적인 공간과 이야기 세계를 말한다. 와엘 샤키는 중동 지역의 역사와 신화를 동시대적 관점에서 새롭게 해석한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가 감독이자 극본가, 작곡가,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드라마 1882’는 이집트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우라비 혁명’을 다룬다. ‘우라비 혁명’은 19세기 말 수에즈 운하 건설을 계기로 프랑스와 영국이 이집트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벌어진 이집트의 민족주의 저항운동이다. 작가는 그동안 서구 역사가들의 관점을 중심으로 기술되어 온 우라비 혁명사가 객관적인 것인지, 제국주의 시기의 역사를 재평가하는 것이 왜 필요한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회화, 조각, 설치미술로 보이는 작품 속 다채로운 배경과 서구 열강에 의해 꼭두각시 인형처럼 조종당했던 제국주의 시기 이집트인들을 연상시키는 슬로우 모션 연기가 눈여겨볼 만하다. 작품은 약 48분 길이로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매시 30분에 감상할 수 있다. 아크람 자타리의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는 1982년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하며 작가의 고향인 레바논의 사이다 시에 이스라엘 조종사가 학교 폭격 명령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확산된 데서 출발한다. ‘이스라엘 조종사는 왜 명령을 거부했을까?’라는 질문은 작가가 예술가로 성장하는 내내 주요한 화두였다. 2012년에는 이 소문의 내용이 포함된 책을 출간했는데, 이를 계기로 작가는 그 소문이 허구가 아닌 실제의 사건이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실존 인물인 조종사와 직접 만나고, 이를 바탕으로 작품 ‘거부하는 조종사에게 보내는 편지’를 제작했다. 제목은 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가 제 2차 세계대전 중 가상의 독일인 친구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인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차용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의 몰입감을 극도로 높이는 데 특별히 신경 썼다. 각각 오페라와 영화 형식의 작품인 만큼 작품의 몰입도를 위해 과천관 1원형 전시실에 특별한 공간을 조성했다. 오페라 극장에서 사용되는 커튼을 포함해 조명, 좌석 등이 배치돼 실제 오페라나 영화를 관람하는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 넘나드는 황은화 작가 ‘또 다른 시각’… 서울 아트센터 자인서

현대사회에서 우리의 인식과 감각이 어떻게 다층적으로 확장하는지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 아트센터 자인에서는 3일부터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황은화 작가의 초대전 ‘또 다른 시각’이 펼쳐진다. 현대미술에서 평면과 입체, 실재와 허상 사이의 경계는 오랫동안 예술가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황 작가는 이러한 전통적 개념을 계승하면서도 고유한 시각 언어로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제안하는 ‘공간 회화’라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황 작가의 작업은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의 입체감을 부여하고, 회화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그는 “한 점은 모든 것을 품고 시작하며, 면은 그 안에서 입체를 만들어낸다”며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입체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재구성한다. 황 작가의 작품은 흰 캔버스 위에서 출발해 절제된 선과 중첩되는 색채의 층위를 통해 익숙하면서도 낯선 내면의 풍경을 그려낸다. 이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선형적 시간에 매몰된 시각에서 벗어나 더 깊은 차원의 시간 전환을 유도한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가 서로를 비추며 공존하는 이중적 세계관은 작가가 언급한 ‘한 수레바퀴’의 은유로 표현된다. 작가는 “비움은 채움을 기다리고, 채움은 비움의 순환 고리를 갖는다”고 말하며 어둠과 빛, 낮과 밤, 이쪽과 저쪽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통해 시각의 환기와 전환을 유도한다. 수원 출신인 황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런던예술대 첼시미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미술협회원, 수원미술협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지난해 수원전통문화관, 2022년 정문규미술관, 2021년 북수원도서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등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황 작가는 “작품의 출발은 일상의 사물을 절제된 선과 색의 층위를 더해 낯설게 환기하는 데서 비롯된다”며 “관람객이 전시를 통해 공간 회화 속에 깊이 몰입하며 평면과 입체,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경계의 미학을 온전히 경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고뇌하는 여자 햄릿, ‘헤다 가블러’…14일 수원SK아트리움 무대 올라

헨리크 입센의 명작 ‘헤다 가블러’가 오는 14일 오후 3시 수원 SK아트리움 대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극단 툇마루(대표 조금희)가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지난 2023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 후 두 번째다. 작품은 19세기 세계 최고의 극작가로 평가받는 노르웨이의 극작가 헨리크 입센의 희곡으로 문학적 사실주의, 19세기 연극, 세계 드라마 장르에서 걸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작품은 1890년 노르웨이 크리스티아니아(현 오슬로)시의 서부 외곽 테스만가 저택에서 이틀 사이에 벌어지는 헤다 가블러의 비극을 다뤘다. 처음 희곡이 만들어졌던 당시 여성이 결혼 후 남성의 성을 따르지 않고, 주도적으로 상황을 끌고 가 많은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에 이르러 해석에 따라 불평등한 사회와 싸우는 여성 인물이자 전형적인 페미니스트로도 그려지기도 한다. 때로는 모략에 능하고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악인으로 그려지기도 하는 등 다양한 해석을 보여주며 연출과 배우들에게 인기가 높은 작품으로 꼽힌다. 극의 헤다는 연극계에서 위대한 극적 역할 중 하나로 여겨지며 햄릿의 여성 변형으로 묘사된 바 있다. 이번 공연엔 배우 방은희가 헤다 가블러역을 맡았다. 또 연기파 배우 이원종, 오순태와 뮤지컬 배우 이태원, 한국여성연극협회 이사장이자 국악인이자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강선숙, 연극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많은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도영희, 남승화가 출연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울 예정이다. 공연 관계자는 “조금희 연출은 이번 공연에서 전형적인 헤다와는 조금 다른 헤다의 모습을 그려냈다”며 “욕망과 연민에 초점을 맞추고, 브랙 판사의 역할을 크게 부각시켰으며 각 캐릭터들의 섬세한 내면 연기를 통해 작품이 주는 깊이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람료는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이며 5월 20일까지 조기 예매 시 20% 할인 받을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수마 웰니스’… 단순 관람 넘어 ‘치유 공간’ [현장리뷰]

“캔버스를 흰색 물감으로 전부 덮겠습니다. 이번에는 나를 감싸는 온갖 부정적인 것들을 모두 걷어낸다고 생각하고 손톱과 스크래퍼를 이용해 캔버스를 덮은 흰색 화면을 긁어내 봅시다.” 마치 흙 속에 감춰진 진주를 찾듯이 11명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앞에 놓인 조그마한 캔버스 위를 열심히 긁어냈다. 감정을 억눌렀던 규범에서 벗어나 흰 화면에 감춰졌던, 각자의 소중한 감정의 색채가 하나둘 드러날수록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지난 30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마인딩: 마주하기’ 프로그램의 ‘손끝의 위로와 마주하기’ 회차는 한 마디로 ‘비워내고, 다시 채워내는’ 시간이었다. 시민 참가자들은 이날 자신을 억누르는 사회·감정적 규칙과 규범에서 벗어나 각자의 내면을 들여다봤다. ‘마인딩: 마주하기’는 수원시립미술관이 고령화, 우울, 단절 등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예술로 치유하는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 ‘SUMA Wellness(웰니스)’ 가운데 일부이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지난해 시민의 심리 정서적 돌봄을 위한 ‘SUMA 웰니스’를 시범 운영을 했는데, 올해엔 전문성 강화를 위해 홍익대 교육대학원(미술치료 전공)과 업무협약을 맺고, ‘마인딩: 마주하기’ 프로그램을 공동 기획했다. 미술관이 단순한 관람의 공간이 아닌 치유적 공간으로, 시민들의 삶에 예술이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값비싼 미술 치료프로그램은 미술관이란 특별한 공간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행된다. 지난달 9일부터 본격 시작된 ‘마인딩’ 프로그램의 5회차에 접어든 이날은 박다은 홍익대 교육대학원 미술치료 강사의 진행으로 이뤄졌다. 박 강사는 “현대인은 자기 감정을 마주하는 시간이 부족한데, 진정한 마음 챙김의 시작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분은 승차권을 내고 개찰구를 들어갈 수도, 개찰구를 뛰어넘어 무임승차를 할 수도 있습니다.” 제일 먼저 수원역 지하철을 모방한 전시장 입구 앞에서 사회적 규칙을 벗어나는 과정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각자의 손에 든 표와 옆에 자리한 다른 이들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당황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엔 미술작품 감상 규칙 깨기의 시간이었다. 고개를 거꾸로 돌려보기도, 앉아서 쳐다보기도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즐겨본 이들은 2층에서 본격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나에게 중요한 감정, 소중한 것, 물질적 가치가 아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떠올려보고 엽서에 적어보겠습니다.” 가족, 건강, 사랑, 행복, 안정, 평온함 등 참가자들은 연필을 쥐어 들고 엽서에 단어들을 적어 내려갔다. 이번엔 소중한 감정에 어울리는 색의 물감을 하나씩 꺼내 들고, ‘붓’이 아닌 손가락을 이용해 캔버스를 채워갔다. 미끄러우면서도 부드러운 물감을 손끝의 감각을 이용해 거칠 화면에 그려나가는 체험은 일탈이었다. 이날 현장엔 20대 취업 준비생부터 간호사 직장인 친구, 10년 차 부부, 아픈 어머니를 위한 시간을 마련한 모녀 등 다양한 시민들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며 각자의 걱정과 불안 등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간호대학 동기와 함께 자리한 김연주씨(가명·20대)는 “직장에서 일하며 ‘감정’은 불필요한 ‘소비’라 느껴져 일부러 꾹꾹 닫아뒀는데, 오늘 억눌린 감정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심장전문의 간호사인 김씨는 이날 자신이 좋아하는 색으로 커다란 심장을 그렸다. 아내와 함께 현장에 자리한 이기엽씨(38)는 “평소 미술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는데, 프로그램을 따라가다 보니 예술이 가깝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아내 강초롱씨(35)는 “처음 그림을 그릴 때는 ‘잘못 그렸나’라고 생각했는데 완성된 그림을 보니 너무 만족스럽다”며 “후회하는 습관 대신 나 자신에게 만족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은 후련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남기민 수원시립미술관 관장은 “앞으로도 ‘예술을 통한 돌봄’이라는 주제로 미술관의 적극적인 사회적 역할을 담은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아트센터, 현충일 ‘뮤페라 갈라콘서트’ ‘헌정獻呈’ 공연

경기아트센터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오는 6일 뮤페라 갈라콘서트 ‘헌정獻呈’을 공연한다. ‘뮤페라 갈라콘서트’는 유명 뮤지컬 넘버와 함께 오페라 아리아, 한국 가곡까지 하나의 무대에서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회로 대중성을 곁들여 누구나 쉽고 흥미있게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현충일 당일 오후 5시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들에게 헌정하는 의미를 담았다. 공연의 1부는 유명 뮤지컬 넘버의 갈라로 구성된다. 영웅, 이순신, 명성황후 등 관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지컬의 주요 넘버를 선보인 뒤 2부에서는 대한민국에서 그동안 사랑받아온 가곡과 오페라 ‘투란도트’의 주요 아리아를 연주해 풍성한 음악회를 만들 예정이다. 지휘봉은 김해시립합창단,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를 역임하고 현재 과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로 활동 중인 박지운 지휘자가 잡는다. 이와 함께 2020년 ‘부석사의 사계’ 프로젝트와 지난해 오페라 ‘어게인 투란도트’를 통해 대중의 큰 호응을 받은 심포니사계오케스트라가 연주에 참여한다. 무대에는 뮤지컬배우 최정원과 남경주, 소프라노 김순영•김정우, 테너 강동명•박현준, 바리톤 김동섭•박정민 등 국내 정상급의 뮤지컬 배우와 성악가가 오른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현충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음악을 통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들을 기리는 시간이 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30여년간 회화에 천착한 작가…'성남작가조명전Ⅱ-김남표: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

디지털 기술과 다양한 매체가 혼재된 동시대 미술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가 있다. 성남문화재단은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에서 30여년간 오직 회화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한 김남표 작가를 조망하는 전시 ‘누가 회화를 두려워하랴’를 7월 13일까지 선보인다. 지역의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전 ‘2025 성남작가조명전’의 두 번째 전시다. 김남표 작가는 ‘회화에서 숭고는 영원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아카데믹한 화풍과 극사실주의적인 묘사, 초현실적인 화면 구성, 인상주의 회화를 떠올리게 하는 빛의 묘사와 색채 감각 등으로 독자적 화풍을 이어가고 있다. ‘지독한 회화주의자’로 알려진 김 작가는 대상의 외형을 왜곡하지 않고 충실히 재현하면서도 물성을 통해 현실 너머의 숭고함을 드러내는 ‘회화적 리얼리티’를 추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2007년부터 이어온 대표 연작 ‘Instant Landscape’를 중심으로 산과 바다 등 자연 풍경을 주제로 한 회화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히말라야와 안나 푸르나 등반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대형 신작을 비롯해 지난해 프랑스 파리 시테 레지던시에서 작업한 수채화 드로잉,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2점까지 펼쳐보인다. 전시에선 김 작가의 대표작 ‘at Aewol#1’을 만날 수 있다. 200호짜리 캔버스 3개를 이어 6m 폭의 초대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커다란 독수리가 폭풍우 치는 바다 위를 날고 있는 모습이 실감나게 담겼다. 대형 캔버스에 가득 찬 구상 회화를 보기 어려운 시대에 더욱 눈에 띄는 작품이다. 작가는 지난해 12월 사건·사고가 많은 사회적 혼란기에 작업을 하며 화가로서의 감정과 휘몰아치는 제주 애월 바다의 실경을 합쳐 재해석했다. 회화적인 마티에르가 더해져 무섭기도 하고 경이롭기도 한 숭고한 감정을 표현했다. 제주 애월에 작업실이 있는 김 작가는 ‘Instnat Landscape-Aewol sea#10’를 통해 애월 바다의 순간적인 풍경을 담아냈다. 김 작가는 그가 경험한 현장성을 바탕으로 눈에 들어온 찰나의 인상을 그린다. 특히 빛을 색으로 묘사하는 감각적인 작업을 이어간다. 이에 그의 작품 대부분엔 ‘순간적 풍경’이라는 부제가 붙는다. 전시에선 이 외에도 제주의 밤바다를 담은 ‘Instnat Landscape-Moonlight Painting#4’·‘Instnat Landscape-Moonlight Painting#3’, 히말라야의 위용을 나타낸 ‘Himalaya#4’ 등을 볼 수 있다. 성남문화재단 관계자는 “회화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가장 오래된 미술이자 표현 양식”이라며 “회화의 본질에 대한 미술사의 오래된 질문과 그 속에 깃든 인문학적 가치를 동시대 화가 김남표의 회화예술과 함께 바라보며 고찰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양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 나선다

고양특례시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유치에 뛰어들었다. 시는 지난 27일 일산동구 장항동에 위치한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고양시 산하 정책연구기관인 고양연구원 주관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고양관 건립 유치 기본구상 연구 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연구에는 ‘고양관’ 유치를 위한 현안사항과 입지 선정, 고양시만의 장점 등이 담길 전망이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의 추가 분관 건립을 추진 중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현대미술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권역별 분관 조성을 통해 균형적인 문화서비스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발표한 ‘문화한국 2035’ 비전에 따르면 국립문화기관의 지역 수요에 부응해 지역별 특성화 분관 및 법인형 운영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며, 분관의 건립비 분담률은 국비 70%, 도비 15%, 시비 15% 등이다. 내년에 경기북부, 강원, 전라권 등 3개 권역을 대상으로 한 분관 건립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고양관 유치는 이기헌 국회의원(민주, 고양병)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지난 2월 가진 의정보고회에서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을 일산 호수공원에 짓되 그 형태가 미디어아트 전용 미술관이었으면 좋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문체부 관계자들을 설득해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고양관의 위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 의원 측은 일산호수공원 내 고양꽃전시관을 전면 리모델링해 고양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반면, 시는 꽃전시관이 고양시 화훼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경기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꽃전시장이 어렵다면 일산호수공원 제4주차장 주변이 경쟁력 있는 후보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시 일각에서 나온다. 한편 이번 심의위에 옵저버로 참석한 김해련 시의원(민주, 고양아)은 “이번 연구가 고양관 유치를 위한 타당성이나 필요성, 기대효과 등을 잘 반영하면 좋겠다”면서 “고양관의 위치가 중요한데 기존 지역의 문화·관광·전시 인프라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관람객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운영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선정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홍연 문화예술과장은 “문체부에서 분관 공모가 나오면 신청한다는 게 시 기본 입장”이라며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고양시에 들어서면 문화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공간을 빌려 존재를 드러낼 때”…서양화가 이지현 개인전 ‘Trace of Space_Alive’

공간의 흔적에 대한 연작으로 추상 화폭을 펼쳐온 이지현 작가의 개인전 ‘Trace of Space_Alive’가 지난 28일 갤러리AN(성남시 분당구)에서 개막했다. 이지현 작가는 공간의 흔적에 대한 연작으로 추상 화폭을 펼쳐온 인물이다. 개인전 12회, 아트페어 220여 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등 30여 년 경력의 서양화가로 활동하면서 현아트센터 대표 및 한국미협·서초미협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공간들과의 교감’을 주제 삼아 시간의 흐름을 공간을 통해 표현했다. 기하학적 추상의 공간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공간으로의 무한한 확장을 시도한 작가의 의도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전시에선 색채를 통한 대비효과로 화려함과 강렬함이 복합된 가운데, 생동감 있는 꽃의 형태를 통해 공간의 표현이 다양하게 나타난 작품 등 16점을 만날 수 있다. 작품들은 절제 속에서 자유롭고 무한한 리듬감 있는 추상을 회화적이고 서정적으로 표현하고자 즉흥적인 붓질로 활기 있고 대담하게 표현됐다. 특히 2차원에서 드러나지 않는 대상의 움직임, 시간의 흐름, 공간들을 재현해 내기 위해 상징적 언어로 구성과 형태의 질서, 색채를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모더니즘 이후 추상은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되며 여러 각도에서 다양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작가의 전시에선 이러한 추상회화의 모든 것을 감상할 수 있다. 시간이 공간을 빌려 존재를 드러낼 때의 모습이 추상 화폭에 담겨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이 작가는 “‘작가가 자신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벗어나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나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킨다’는 프란체스코 클레멘테의 말을 새기고 있다”며 “대상의 재현이라는 관념적 시각 대신 경험과 지식을 자유롭게 결합해 임의성과 우연성이 결합한 새로운 의미의 재현을 시도해 나가겠다”라고 전했다. 전시는 6월3일까지.

광복 80주년 기념 ‘평화’·‘화합’ 메시지 나눈다… 수지실버합창단 'Concert in 樂-We(우리)'

광복 80주년을 맞아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담아 실버들이 하모니를 펼친다. 수지실버합창단은 다음달 10일 오후 7시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제15회 정기연주회 ‘Concert in 樂-We(우리)’를 개최한다. 광복 80주년,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연주회는 ‘광복의 기쁨과 전쟁의 비극’을 음악으로 되새기며 우리가 지켜야 할 평화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해보는 자리다. 수지실버합창단은 전쟁의 상처를 넘어선 평화와 그 평화를 바탕으로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특히 오늘의 평화를 이뤄낸 수많은 ‘우리’의 이야기를 감동의 하모니로 담는다. 수지실버합창단은 이번 연주회에서 총 15곡을 선보인다. 총 3부로 이뤄진 공연 중 1부에서는 ‘사계-우리의 계절’을 주제로 ‘강 건너 봄이 오듯’, ‘청산에 살리라’, ‘푸르른 날’, ‘눈’을 부르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긴다. ‘정-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을 주제로 펼쳐지는 2부에서는 ‘고향의 봄’,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비목’, ‘가을 그리움’을 통해 전쟁의 상처를 가진 우리 민족의 아픔을 보듬고 위로한다. 이어지는 3부 ‘길-길 위에서 길을 묻다’는 ‘희망’을 노래하는 곡들로 이뤄졌다. 수지실버합창단은 여전히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이들을 위해 ‘Nella Fantasia’, ‘Va, pensiero(가라! 나의 상념이여)’,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등의 곡으로 위로와 희망,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며 연주회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지휘는 실버합창단을 이끌어왔던 지휘자 손민호, 반주는 피아니스트 박보임이 맡는다. 이와 함께 지난해 창단해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뉴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공연에 참여한다.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의 ‘Violin Concerto No. 3 in G Major’와 오페라 카르멘의 ‘투우사의 노래’, 오페라 박쥐의 ‘친애하는 후작님’,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선보여 감동을 더할 예정이다. 지휘자 강인모와 바이올리니스트 김효빈, 바리톤 심형진, 소프라노 허은주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앞서 지난 2008년 창단한 실버합창단은 ‘노래’라는 취미로 똘똘 뭉친 고령자들로 구성된 합창단이다. 여성 43명, 남성 17명 등 총 60명의 단원이 활동한다. 평균 연령 70세의 고령에도 매년 음악 재능기부 뿐 아니라 정기연주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형철 수지실버합창단장은 “이번 연주회는 단원 한 사람 한 사람의 열정과 노력, 합창에 대한 사랑이 어우러진 감동의 결과”라며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가 마음에 스며들어 아픔을 치유하고 ‘우리’의 소중함을 느끼며 화합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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