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실학박물관, 다산의 실학정신을 재조명하다

유배생활의 시련 속에서도 실학을 집대성하고 19세기 초 조선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던 다산 정약용이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역사책의 대표적 저술인 동사강목을 남긴 조선시대 최고의 역사가이자 가장 진보적인 실학자로 꼽히는 순암 안정복. 그 역시 올해가 태어난지 300년이 된다. 가히 2012년을 실학의 해라 할만하다. 정치과학예술 등 다방면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르네상스인이었으며, 뜨거운 애민정신과 비판정신으로 늘 역사와 백성을 생각했던 조선 후기 실학자들. 국내 유일의 실학을 주제로 한 역사박물관인 남양주 실학박물관(관장 김시업)은 그들의 삶과 업적이 21세기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며, 또 어떻게 보다 쉽게 보여줄 지를 고민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실학박물관은 상반기(4~9월)에 걸쳐 다산 탄생 250주년 특별전을 야심차게 준비했다. 다산, 열수(烈水)가의 삶과 꿈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사상가 혹은 철학가로서의 다산의 모습을 조명해 온 기존 전시들과는 차별점을 뒀다. 엄하고 자상한 아버지이면서 제자들로부터 무한한 존경을 받았던 스승의 모습까지 생활인으로서 다산 정약용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 것이 이전 전시의 핵심이다. 전시는 다산 소년기의 시 작품과 여유당에서의 생활 모습, 강진에서의 고향 생각, 자녀들과 주고받은 편지, 천진암에서의 회고 등을 통해 삶속에서 가족과 백성을 위해 고뇌했던 인간 정약용의 모습을 낱낱이 보여준다.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는 순암 안정복 탄생 300주년 특별전 실학의 중심 광주, 순암 안정복(가제)을 준비하고 있다. 순암의 생애와 사상을 재조명하는 전시는 국내외 각 기관에 소장돼 있는 순암의 저술중 가장본, 필사본, 인쇄본, 간행본 및 간찰, 그림 등 7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다산의 해에 걸맞게 올 한해 실학박물관에서는 다산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체험참여 프로그램이 펼쳐진다.박물관은 다산 차(茶)를 개발해 다산과 함께하는 다도체험을 진행하며, 다산정원을 마련해 다산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한다.이와 함께 다산의 고향인 마재 마을(남양주 능내리)을 중심으로 다산과 관련한 문화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마을 답사를 비롯해 철마산산신제와 다산 회혼례, 다산의 초학마당과 성년식 등의 복원 및 재현을 계획하고 있다.여건상 박물관을 찾기 어려운 도민들을 박물관이 직접 찾아가는 다산 경기 투어(가칭)도 준비중이다. 도내 시군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문화소외 지역과 초중고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다산 관련 유물을 전시하고, 강연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물관은 다산 정약용의 사상 연구에도 집중력을 기울인다. 우선 KEU 국제심포지엄이 올 9월 개최될 예정이다. 다산 철학, 유럽철학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심포지엄은 국내외 저명 연구자들이 참여해 다산의 철학과 사상을 유럽의 근대 철학자들과 비교연구해 실학의 세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어 10월에는 퇴계학과 다산학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를 열어 퇴계의 경학과 이익, 안정복, 정약용의 경학을 비교해 보는 자리를 마련한다.또한 다산 정약용의 저술인 아방강역고가 국역 발행될 예정이다. 이 책은 다산의 역사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저술로 이번 국역 발간을 통해 일반인들이 보다 쉽게 다산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김시업 실학박물관장 인터뷰 실학은 결코 고루하거나 고답적인 옛 학문이 아닙니다. 실학의 실사구시 정신과 과학적 실용정신은 21세기 신문명을 개척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역사적 동력이 될 것입니다.다산 정약용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 어느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시업 실학박물관장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보다 쉽게 사람들에게 실학사상을 알릴 수 있을까다.수백년 전 번성했던 학문인데다 다른 박물관과는 달리 책이나 문서로 된 유물이 대부분이여서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한문책과 문서에 의존하는 상설전시를 볼거리 중심으로 보다 쉽게 바꾸고, 박물관 앞터에 다산정원을 꾸며, 다산 차밭, 천체와 별자리 체험, 뽕밭과 명주 농사 등 다산이 권장한 생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또한 전시에 대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및 대표 유물에 대한 QR코드 안내시스템을 구축했으며, 각종 디지털 영상을 대폭 확대했다. 단순히 책만 구경하다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고, 체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실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미디어 모빌아트 기법으로 제작된 움직이는 곤여만국전도는 그 노력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김 관장은 올해 핵심 사업에 대해 실학이 단순히 경기도 안에만 머물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실학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전국에 있는 수많은 다산 관련 단체를 하나로 묶어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는 다산 탄생 250주년, 순암 탄생 300주년으로 한국 실학계로서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김 관장의 말대로 다산의 고향인 남양주 마재마을에 위치한 실학박물관에서 다산의 향기가 전국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해 본다.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수원미술전시관 특별기획전 ‘수레를 탄 해’& ‘어린왕자의 여행’

수레타고 별나라 여행을! 어린왕자와 감각의 세계로!수원미술전시관(관장 박용국)이 동화를 모티브로 어린이를 위한 특별 기획전시를 마련했다. 창작동화책 수레를 탄 해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전시로 이끌어 내 전시관 분관인 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풀잎과 어린이미술체험관에서 각각 진행한다. 전시는 동화책과 소품을 나열하거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단순한 보여주기에 그치지 않는다.원화를 감상하고 이야기 속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동화 속 세계를 되살린 공간에서 직접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상당한 공을 들였다. 조두호 수원미술전시관 수석 큐레이터는 동화와 미술이 어우러져 어린이들에게 살아 있는 체험전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려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려한 동화 속 24절기 - 수레를 탄 해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풀잎의 연중기획전 포문을 여는 전시다. 강혜숙 작가의 그림책 수레를 탄 해를 전시장에 그대로 옮겼다. 해를 수레에 태워 나르는 왕자의 모험담을 통해 해의 주기에 따른 자연환경의 모습, 생태적 삶의 자세를 지닌 우리 조상의 생활풍습을 엿볼 수 있다.수레를 탄 해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이 변하는 자연의 섭리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 해를 수레에 태워 12개의 별을 여행하는 왕자의 판타지를 다룬 동화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그림 속에 우리 조상의 풍습과 설화를 녹여내며 어린이에게는 생소한 24절기의 풍습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전시는 동화책 삽화를 1m 안팎으로 확대한 디자인프린트 12점과 병풍을 선보인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커다란 동화책을 둘러보며 동지와 하지, 춘분, 추분을 배운다. 아울러 원화와 채색작업을 마친 삽화작품 12점씩과 줄거리개발부터 그림을 그리기까지를 담은 책자를 함께 전시해 책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는 기회도 마련했다.전시장 한편에서는 전시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생태미술체험관인만큼, 동화와 자연이 어우러진 체험이다. 봄에 피는 꽃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꽃의 씨앗을 페트병을 재활용해 심고, 그림을 그리며 자연과 생태에 대해 접한다. 교육프로그램을 위한 소책자와 도구가 구비 돼 있는데다, 담당 큐레이터가 함께 참여하면서 체계적인 체험학습을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작품해설 투어, 예술가와 함께하는 달력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요일별로 각기 다른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사전접수해야 한다. 사전접수 시 15명~20명 안팎의 단체관람도 가능하다. 지난 달 17일 시작된 전시는 4월14일까지 계속된다. -수원시어린이생태미술체험관 풀잎은수원미술전시관의 북수원 분관으로 지난해 9월 개관한 어린이들의 생태문화예술교육의 공간이다. 자연과 예술이 결합한 전시를 바탕으로 생태에 대해 오감으로 체득하며 경험하는 교육공간이자 전시 학습공간이다.주소:수원시 장안구 파장동 39-6번지전화:(031)269-3647 ■신비로운 방에서의 오감(五感)체험 - 어린왕자의 여행수원시 어린이미술체험관에서 마련한 2012년 특별기획전 감각의 놀이터(3부) 1부다. 소설 어린왕자의 내용을 기반으로 구성해 말 그대로 감각을 느끼고, 배우도록 구성했다. 동화 속에 등장하는 별과 장소를 구현한 색깔이 다른 5개의 방을 탐험하며 아이들은 오감을 체험한다.첫 번째는 하얀 방으로 어린왕자별을 되살렸다. 장미꽃에 바람막이를 씌우거나 물을 주며 이야기의 처음부터 짚어나간다. 두 번째 파란 방에서는 어린왕자가 거쳐 간 6개의 별의 이미지를 둘러보고, 어른의 모습을 탐구한다. 이때 우울하고 신비한 음악이 흘러나오며 청각을 자극한다. 세 번째는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의 사막, 노란 방이다. 모래로 뒤덮인 바닥에는 선인장이 꽂혀 있고, 히터에서 뜨거운 기운을 내뿜어 사막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네 번째 빨간 방은 장미꽃밭으로 장미 500송이의 마른 꽃잎이 흐드러진 방은 진한 장미향이 가득하다. 마지막 까만 방은 어린이들이 누워 별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천장에 점점이 박힌 전구들이 깜박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다섯 개의 방을 거치는 동안 어린이들은 어린왕자의 여정에 맞춰 이야기를 자연스레 접하고, 감각을 활짝 열게 된다. 보는 게 아니라 체험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전시와 체험을 일체화했다는 김새벽 참여작가의 말 그대로다.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직접 만지고, 느끼는 동안 어린왕자의 순수함과 상상력이 아이들에게 생생하게 다가온다. 관람 이전에는 20분 분량의 어린왕자 영상물을 통해 생소한 내용을 미리 접하도록 했으며, 관람 후 나의 별을 생각하고 그려보는 시간도 있다. 지난 달 17일 시작한 전시는 4월14일까지 진행된다. -수원시 어린이미술체험관은수원미술전시관의 동수원 분관으로 어린이 미술 체험을 교육한다. 2008년 5월 개관이래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을 기르고, 창조적인 표현활동을 키우며 조화로운 인격을 형성하는 감성충전소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주소: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 471 삼성테크노파크 3층 301호전화: (031)213-0343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그림읽어주는남자] 조희룡의 홍매

지난주에 폭설이 내리더니 주말을 끼고 사나흘 풀렸다. 그러더니 다시 영하다. 기온이 이렇듯 널뛰기하는 것이 우리 겨울 날씨의 특징이다. 삼한사온인 것이다. 대륙의 고기압과 이동성고기압의 통과주기가 7일이어서 3일은 춥고 4일은 따듯한 것. 그러나 춥고 따듯함이 반드시 그 주기를 따르지는 않으니 각별히 몸조심할 일이다. 봄은 그렇게 삼한사온의 널뛰기로 올 것이다. 지난 토요일이 벌써 입춘이지 않았는가! 입춘과 더불어 오는 것이 꽃소식이다. 이른 꽃소식을 그림으로 먼저 전한다. 겨울과 봄 사이의 꽃은 매화가 제일이고, 19세기 묵장(墨場)의 영수 우봉 조희룡(又峰 趙熙龍)이 그 꽃을 잘 그렸다. 그가 쓴 석우망년록(石友忘年錄)에 따르면, 그는 지독히도 매화를 좋아해서 자신이 그린 매화병풍을 방 안에 둘렀고, 매화 읊은 시가 새겨진 벼루와 먹을 사용했으며, 매화시백영(梅花詩百詠)을 지어 큰 소리로 읊다가 목이 마르면 매화차를 달여 먹었다. 심지어 그는 자기 거처를 매화백영루(梅花百詠樓)라 짓고 자신의 호를 매수(梅?)라고도 하였다. 홍매(紅梅)는 말년의 걸작이다. 두 개의 긴 세로 폭 종이에 그려 넣은 두 그루의 늙은 매화. 검은 먹의 힘찬 필법의 기운이 위아래로 솟구치며 등걸을 이뤘고, 그 사이를 붉은 매화꽃이 흩어지고 모였다. 등걸과 꽃이 조화를 이루며 꿈틀거리는 꼴이 마치 용트림이다. 이성미 선생은 노수간(老樹幹)이 힘찬 용의 꿈틀거림 같다고 하였으니 사실보다는 뜻에 그림의 비법을 숨겼던 조희룡의 의중을 헤아릴 수 있다. 병과에 급제해 겨우 오위장에 올랐으나 19세기 대표적 여항시사인 벽오사(碧梧社)의 중심인물이었고, 헌종의 명으로 금강산의 명승지를 그리기도 했던 그. 그럼에도, 추사 김정희로부터 문자기가 없다고 꾸중을 들었으니 오죽했을까. 그는 죽어서 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매화도는 조선 후기의 새로운 경지였던 것이다. 매화의 붉은 꽃은 새 삶을 꿈꿨던 조희룡의 유훈이었을지 모른다. 매화에 용을 품었듯이 우리 또한 입춘의 기운을 품어봄이 어떤가!김종길 미술평론가ㆍ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그림 읽어주는 남자] 김인순의 ‘태몽’

설날을 맞아 많은 이들이 먼 길을 다녀왔을 게다. 올해는 연인원 3천100만 명이 고향을 찾았단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우리 민족은 서기 488년 신라 비천왕 때부터 설을 쇠었다고 하니 그 유래가 1천500년을 넘는다. 설에는 설빔을 입고 설음식을 먹으며 설놀이도 하지만 청춘남녀에게 설은 결혼을 꿈꾸며 마음을 설레는 날이 아닐까 한다. 처녀는 시가댁, 총각은 처가댁 될 곳을 오가며 인사를 올렸을 테니까. 아마도 지난해에 인사를 올렸던 새댁과 새신랑은 다른 꿈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 앵두 같은 딸을 바라는 온 가족의 따듯한 웃음과 새댁의 수줍은 얼굴이 떠오른다. 아니, 아마도 새댁이나 집안의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고모 중 누구는 태몽을 꾸었을 게 틀림없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까지 줄기차게 여성미술과 여성운동에 힘썼던 김인순이 경기도 양평에 새로 터 잡은 뒤에 내놓은 최근 작품의 주제는 태몽이다. 태몽은 태아를 잉태할 징조의 꿈이다.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 이이편(李珥篇)에 어머니 신씨 꿈에 검은 용이 바다에서 치솟더니 침실로 날아 들어와서는 아이를 안아 신씨 품에 안겨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태몽은 우리 민족에게 보편 일상사다. 태몽연작은 그런 꿈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태몽09-4를 보자. 색동 띠를 액자형식으로 둘러놓은 이 그림은 영락없이 아들 꿈이다. 장수를 뜻하는 붉은 모란꽃과 이름 모를 꽃이 환하게 핀 대지 위에 녹음이 짙게 깔렸는데, 봉황을 닮은 꿩 한 쌍과 나무 사이로 여인이 누런 황금빛 구렁이를 업고 간다. 여인의 머리에 성스러운 빛 무리가 어렸고 어린 빛이 또한 색동이다. 꿈이 범상치 않다. 태몽의 미술적 표현은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해석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삶의 판타지를 믿었다. 그러나 도시문명은 그런 신화를 상실하게 했다. 삶이 강퍅할수록 창의와 창조의 샘이 되었던 신화를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올해는 흑룡의 해가 아닌가.김종길 미술평론가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오윤의 통일대원도-대동의 꿈을 펼치자

아침부터 차들이 만원이다. 주말 동안 쉬고 월요일 출근이니 아마도 다들 휴식이 덜 깬 상태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작은 충돌이 있었던지 도로가 밀린다. 눈도 오지 않고 유난히 춥지도 않은데 차들이 미끄러진다. 새벽 추위가 만만찮았던 것일 게다. 이번 주는 겨울의 가장 깊은 날이 낀 한 주다. 24절기 중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인 대한(大寒: 큰 추위)이 있잖은가! 마침 대한이 지나고 이틀 후가 사실상의 임진년(壬辰年) 첫 새해다. 검은색을 뜻하는 임(任)과 용의 진(辰)이 만나 흑룡이 되었고, 이는 60년 만에 돌아온다고 하니 큰 축일이 있을 듯한 느낌이다. 흑룡의 해에는 여의주를 물고 대성할 인물이 많이 태어난다는 민담도 있으니 말이다. 오윤의 통일대원도(1986)는 민중들이 어깨춤을 추며 강강술래 하듯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태극의 띠를 형성한 모습이다. 위아래 할 것 없이 온통 춤의 난장이 펼쳐지는 이 그림의 우측 아래에는 푸른 곰이 있고, 좌측 위에는 붉은 호랑이가 있다. 단군신화의 두 동물이 서로를 보며 또한 춤을 추고 있다. 서로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한데 어울려 대동(大同)의 꿈을 펼쳐내는 이 장면은 분단조국의 통일세상을 염원하는 그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태극으로 흐르는 춤이 마치 거대한 용의 형상처럼 보인다. 그림의 상단부분이 용의 머리로 난장의 가장 힘찬 부분이라면 허리는 기운 상생의 에너지를 뿜는 심장의 북소리다. 소리를 따라 사물이 천지를 울리고 그 뒤로 농무와 민중들의 해학이 널뛴다. 황토 빛 바탕 위에서 흰옷의 사람들이 천지간에 서 있는 것이다. 한국 현대 목판화의 부흥을 이끌었던 오윤의 필법이 유화로 살아 올라서 새로운 현대미술의 장이 된 이 그림은 임진년의 새해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우리는 자주 우리의 조국이 분단되어 있다는 것을 잊는다. 흑룡의 해에는 부디 우리 조국과 우리 민족이 여의주를 물고 힘차게 승천하는 통일대원의 새날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말린 과일 맛은 아무도 못말려

정성들여 말린 채소, 과일 등 간식은 영양과 위생 면에서 시중에서 판매하는 과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도움이 된다. 말린 채소와 과일은 수분이 빠져 단맛은 더 강하고, 식이섬유나 미네랄은 훨씬 많다. 덕분에 겨울철에 부족하기 쉬운 섬유소, 비타민, 무기질을 보충하는 것은 물론 맛이 좋아 즐길 거리로도 제격이다. 말린 과일로 곶감 외에도 바나나, 키위부터 채소인 토마토, 당근, 연근도 말려 먹으면 좋다. 햇볕에 말리면 영양 면에서 100g 당 열량이나 무기질 함유량은 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많아져, 수험생 직장인의 간식으로 제격이다. 또한, 활동량에 비해 칼슘섭취량이 부족한 아이들과 여성에게도 더없는 영양창고다. 반면 열량이 많아 비만인 사람은 생과일이나 채소를 먹는 게 더 낫다. 과일은 햇볕에 말리면 특유의 향이 날아가고, 벌레가 꼬여 비위생적일 수 있으므로, 오븐이나 전자레인지를 활용하면 좋다. 사과, 오렌지, 귤은 껍질에도 영양이 많으므로 껍질째 말리도록 한다. 너무 얇게 저미면 말리고 나서 떼어내기 어렵고, 두꺼우면 마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맛도 떨어지므로 두께는 0.5~0.7cm 내외가 적당하다. 키위나 파인애플 등 달콤한 과일은 레몬즙을 뿌리면 새콤함이 더해져 맛이 한결 좋아지고 사과에 뿌리면 갈변을 막는다.단호박, 고구마, 밤은 살짝 찐 다음 말리면 단맛이 진해지고 씹는 맛도 좋다. 채소는 과일보다 수분이 적어 건조시간이 비교적 짧다. 향이 날아가는 햇볕보다는 그늘지고 건조하며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다. 당분이 없어 벌레가 잘 꼬이지 않으므로 실온에서 말리고, 필요에 따라 오븐을 이용해도 좋다. 실온에서 말릴 때는 선풍기를 사용하면 좀 더 빨리 말릴 수 있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군침도는 겨울철 별미… 밥도둑 여기있네

똑같은 반찬이 지겹지만, 만만찮은 비용과 시간때문에 매일 요리하기가 힘들다면 작은 비용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겨울철 밑반찬은 어떤가. 신선한 채소를 맛보기 힘든 겨울, 각종 무침과 말림은 보관도 쉬운데다 저렴한 비용으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무, 가지 등 흔한 재료를 이용해 당장 시장에 나가지 않더라도 푸짐한 상차림을 할 수 있는 식단을 만들 수 있다.■무말랭이꼬들꼬들한 맛이 일품인 무말랭이는 겨울철 구하기 쉬운 무를 재료로 만들기 쉽고, 맛깔스러워 밑반찬으로 일품이다. 무를 직접 말려 먹는 것도 좋지만, 바쁜 주부들을 위해 말린 무를 판매하므로 손쉽게 접할 수 있다.▲재료무말랭이 2대접(말린 상태), 고춧가루 4큰 술, 진간장 4큰 술, 액젓 2큰 술, 다진 마늘 반 큰 술, 생강소스 2큰 술, 매실청 3큰 술, 올리고당 3큰 술, 대파(냉동보관했던 것) 한 줌, 통깨 1큰 술, 참기름 1큰 술▲만드는 법1. 말려둔 무말랭이는 무치기 하루 전에 물과 간장, 매실청, 올리고당으로 재워둔다. 매실청과 올리고당이 없다면 설탕, 물엿도 좋다. 2. 재워둔 무말랭이에 고춧가루, 다진 파, 다진 마늘, 깨, 액젓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기호에 따라 고춧잎이나 미나리를 넣어도 좋다.3. 식성에 따라 생강소스를 첨가해 무치고, 다 무치고 나서 참기름을 넣어도 고소하다.■말린가지볶음 말린 가지는 생가지와는 다른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가지의 식이섬유는 대표적인 장건강 여양소로 장내 노폐물을 제거해 장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항암효과는 물론, 해열, 고혈압 치료에도 탁월하다. 가지를 일단 쪄서 말려도 좋지만, 시중에 말린 가지를 저렴하게 판매하므로 쉽게 구입할 수 있다.▲재료말린 가지 60g, 파 2분의1대, 마늘 3쪽, 간장 1큰 술, 물 4큰 술, 들기름 4큰 술, 깨 1큰 술▲만드는 법1. 말린 가지를 하루 동안 물에 담가 불린 후, 맑은 물이 날 때까지 씻는다.2. 냄비에 물을 끓여 가지를 넣고 15분 정도 말캉하게 삶는다. 취향에 따라 덜 삶아도 좋다.3. 다시 찬물에 씻어 물기 없이 짜내고, 팬에 들기름을 두른 후 다진 마늘을 볶은 후 가지를 넣고 1~2분 정도 볶다가 간장과 물을 섞어 물기가 없어질 때까지 볶는다.4. 다진 파와 깨를 넣고 살짝 볶는다.■더덕 무침 향긋함과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좋아, 밑반찬으로 환영받는 더덕부침. 더덕은 사포닌을 다량 함유해 식이섬유소와 무기질이 풍부하다. 향과 맛이 좋아 입맛을 회복시키며, 사포닌은 혈액순환, 원기회복, 가래해소에 좋다.▲재료더덕 300g, 고추장 2큰 술, 고춧가루 1작은 술, 매실액 2큰 술, 식초 1큰 술, 올리고당 1큰 술반, 다진 파 1작은 술, 다진 마늘 약간, 참기름 1큰 술, 통깨 약간▲만드는 법1. 더덕은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따뜻한 물에 잠시 담갔다 뺀다. 따뜻한 물에 담그면 진액이 손에 묻지 않고, 껍질이 쉽게 벗겨진다. 2. 껍질을 제거한 더덕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방망이로 부드럽게 두드린 후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 그릇에 담는다.3. 고추장, 고춧가루, 매실액, 식초, 올리고당, 다진 파, 다진 마늘, 통깨를 넣어 고루 섞고, 양념장이 배어들게 더덕을 무친다.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뿌려 다시 한 번 무치고, 통깨를 뿌려준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꿈을 키우고 아픔 나누며…감동이 주렁주렁

훌륭한 스승이자 현명한 상담가로 거창하게 느껴지던 멘토는 이제 일상에서도 익숙한 말이 됐다. 꼭 대단하고, 즉각적인 성과를 내지 않더라도, 외지고 어두운 사회의 구석구석에는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멘토들이 숨어있다. 상처입은 이들의 마음을 살피고 보듬는, 우리 시대 멘토들의 가슴 따뜻한 현장을 찾아가 봤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매주 수요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내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 연습실은 제멋대로인 악기 소리로 가득 찬다. 경기필의 또 다른 작은 오케스트라 만들기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꿈 나누기가 펼쳐지는 시간이다. 멘토인 단원들은 어린 멘티들에게 악기연주부터 음악의 아름다움까지 가르치며, 말 그대로 꿈을 나눈다.지난 해 8월부터 펼쳐진 이번 프로젝트는 평소 악기를 배우기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과 경기필 단원들이 짝을 이뤄 진행하는 멘토-멘티형 수업이다.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씩 학생 50여명이 참여, 전당에서 제공한 악기로 연주법을 배운다. 재능기부를 자처한 단원들은 한 사람당 두 명 안팎의 아이들을 맡고 있다. 음악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늘진 아이들의 심리까지 고려해야하는 고충도 있다. 불우학생 등 어린 멘티들에게 오케스트라 꿈나누기 위한 악기연주 등 가르치며 멘토 단원들 재능기부 프로젝트를 총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최혁재 조지휘자는 소통이 잘되지 않아 보육시설 담당자와 상담해가며 아이의 심리상태를 파악하기도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나 수업을 거듭할수록 아이들은 멘토에게 적극성을 배워가고 있다.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 이혜림양(12)은 집에서 연습실까지 버스로 40여분 거리지만, 지각 한 번 한 적 없을 정도로 열심이다.담당 멘토 황효연씨는 악기연주에 흥미를 느끼며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게 무척 보람 있다고 말한다.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 중에는 특별한 학생도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윤성찬군(13)이다. 클라리넷을 맡은 성찬이를 가르치는 데에는 갑절 이상의 노력이 든다. 멘토 이범진씨는 손으로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준다. 이제 제법 높은 음도 낼줄 아는 성찬이에게 손뼉치며 칭찬을 하는 것도 선생님의 몫이다.이범진씨는 평소에도 전화를 걸어서는 연습 많이 했다며 자랑하는 사랑스러운 아이라며 악기를 다루며 즐거워하기 모습을 보면 덩달아 행복해진다고 말했다.프로젝트의 멘티들은 오는 2월 말 연주회를 연다. 아직은 어설프지만 열심히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낼 예정이다.최혁재 조지휘자는 연주회를 시작으로 각종 사회복지시설을 찾아가 아이들의 재능봉사까지 할 것이라며 앞으로 오케스트라 인원을 늘려 더욱 많은 꿈을 키우고, 나누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국치매미술협회어르신들의 슬픔과 절망, 즐기면서 그리다 보면 서서히 사라지죠.신현옥 한국치매미술협회 회장(60)은 몸과 마음이 편치 않은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같이 그림을 그린다. 많게는 서른 살까지 터울 진 할머니들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만은 선생님, 선생님 하며 따르는 어린아이가 된다. 할머니들은 매주 한 시간여씩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꽃과 나무, 어린 시절 고향의 풍경 등을 그리며 마음을 달래고, 즐거움을 얻는다. 서양화가로 개인 활동을 해오다 30대 후반부터 노인종합복지관, 치매노인센터 등에서 미술 치료 봉사활동을 시작한 신 회장은 90년대 초반 협회까지 꾸리며 오늘에 이르게 됐다. 치매노인에서 시작해, 형편이 어려운 일반 노인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매주 100여명의 할머니와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어르신들이 자신을 인지하고 그 인지를 통해 자신의 행복한 추억과 아팠던 기억을 다시 그림에 담아내요. 사라져가는 옛 문화, 과거의 경험 등을 그리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그림에 풀어내는 거죠. 그 과정에서 조금씩 아픔이 치유됩니다. 심신이 편치않은 노인들에게 그림 그리며 마음을 치유아픔다독여 가는 모습보면 큰 보람과 행복을 느껴요 실제로 수업에 참여하는 할머니들은 그림을 통해 무거운 과거를 덜어내기도 했다. 결혼 직후 남편을 전쟁터로 떠나보낸 전호임 할머니(81)는 스물 한살에 미망인이 됐다. 먹고 살아야 해 평생을 안 해 본 일이 없다. 다행히 16년 전 수원 보훈복지타운아파트에 보금자리를 얻었지만 혼자 우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1년 전 신 회장을 만나면서 일상이 바뀌었다.생전 처음 그리는 그림이 어찌나 재미난 지, 밤에 일어나면 그리고, 달력 종이 뜯어 그리고. 그림 그리다 보면 다른 생각도 안 들고 잠도 잘와. 다 선생님 덕이지, 뭐.그림을 통해 노인의 마음을 꾸준히 위로해온 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수원시의 후원을 받아 대한민국 청춘미술대전을 열고, 할머니들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신 회장의 바람은 앞으로도 할머니들과 그림을 그리며, 작품 전시회를 하고 자부심을 전달하는 것이다. 신 회장은 머리와 마음이 온전치 않은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며 자신을 찾아가는 일, 자그마한 행복을 느끼는 일을 돕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1.경기필 오케스트라 꿈 나누기 수업중.2. 멘토 이범진씨(오른쪽)가 멘티 윤성찬 군을 지도하고 있다. 3 신현옥 한국치매미술협회 회장(왼쪽)의 수업광경. 4.미술치료시간에 그림그리는 할머니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부츠는 일주일에 서너번만 신고, 보관 땐 바람 잘 통하게

부츠는 겨울철 필수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서 일반 구두의 배 이상 가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만, 신고 벗기 불편한데다 땀이 쉽게 차서 냄새가 금세 나는 등 관리가 쉽지 않다. 깨끗하게 오래 신으면서도 발 건강까지 챙기는 부츠 관리법을 소개한다.스웨이드 부츠는 털 사이의 먼지를 제거하고 스웨이드 전용 솔로 가볍게 쓸어내려 털의 결과 방향을 살려줘야 한다. 이때 전용 스프레이를 뿌린 후 다시 솔로 가볍게 쓸어주면 좋다. 일반 구두약을 사용하면 스웨이드 가죽 특유의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거칠어져 망가지기 쉽다. 비나 오염물의 얼룩이 심한 경우 스펀지에 물을 적셔 골고루 닦고서 전용 샴푸를 뿌려 물로 씻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해 그늘에 건조해야 한다. 장식이 달린 부츠는 구두약이 장식에 묻지 않도록 주의한다. 구둣솔로 먼지를 제거하고 슈클리너로 닦는 것은 일반 구두손질과정과 같다. 광택이 나는 가죽은 마른 헝겊이나 스펀지를 사용해 구두약으로 닦아주고, 구둣솔로 쓸어 자연스런 광택을 살린다. 천연가죽부츠는 물세탁은 금물로, 물기가 묻었으면 마른 헝겊으로 닦아줘야 하며, 오염물은 부드러운 솔로 쓸어낸 후 가죽 클리너로 마무리한다. 어그부츠는 물이 닿으면 좋지 않으므로 눈이 오거나 비 오는 날은 신지 않도록 하고, 먼지가 묻으면 솔로 살살 털어낸 후 섬유스프레이로 냄새를 없앤다. 어그부츠 전용 스프레이가 시중에 나와있으므로 이를 사용해도 좋다.부츠는 매일 신는 것보다는 일주일에 서너 번만 신는 게 적당하다. 매일 신어야 한다면 땀 흡수가 잘되는 면양말을 신어야 발냄새와 무좀을 예방할 수 있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충분히 건조하고, 모양이 변형되는 것을 막으려면 부츠 전용 홀더나 신문지를 채워넣는 것도 중요하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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