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시인, 경기시조시인상 수상

경험면에서나 실력면에서나 제게는 어울리지 않는 상입니다. 한층 더 시조 창작에 매진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우리 민족시와 경기시조시인협회의 발전을 위해 한 톨의 밀알이 되겠습니다.경기시조시인협회가 주관하는 경기시조시인상의 첫 번재 주인공이 된 청파(靑波) 이현주 시인(72). 뜻대로 행해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고희(古稀)를 넘겼음에도 이 시인의 시작인생은 멈추지 않는다. 아니, 아직 미완성이라며 겸손하게 말한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했던가, 그의 말속에는 겸손이 넘쳐도 저절로 빛이 난다.이번 수상 작품은 백련사 뜰에서다. 시인이 2년전 천년고찰인 백련사를 찾아 서해바다를 내려다보면서 지은 작품으로 3수 연시조 형식에 율격이 올바르고 표현이 간결하다. 희망적진취적인 미래상을 꿈꾸면서 온화하고도 차분하게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이 작품에 대해 심사위원단(유선김석철밝덩굴)은 관조적인 삶의 철학이 담긴 시조라고 평가했다.심사위원단은 심사평에서 작품의 마지막 수 탁 트인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함이여/ 여름날 이런 행복 안겨 주는 뜨락이여/ 그 옛날 풍요로움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라고 노래한 것에 대해 가슴이 따뜻한 시인임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때는 만덕산에 올라 백련사의 보수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철 구조물 사이로 비치는 천년 사찰의 고졸한 위풍은 그대로 느껴지더군요. 오랜 역사의 세월에서 풍겨져 나오는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라고 할까요. 그속에서 느껴지는 벅차오름. 뭐, 그런 감정들을 그대로 시상에 옮기려고 노력했죠.이 시인은 지난 2007년 작품 춘산을 오르며로 경인시조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늦깎이 시인다. 온갖 모진 세파를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시조와 친구가 된 것. 이후 산문집 앞만 보고 걷다가 뒤돌아보는 인생도 펴냈다. 이 책 역시 간결하면서도 노년의 솔직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이 시인은 하염없이 자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아둥바둥 살아온 인생에 대한 덧없음이 물밀듯이 마음속 깊이 파고든다며 말년에 유일한 벗이 된 시조와 함께 인생을 마무리하는 게 마지막 바람이라고 말했다.그의 시조속에는 언제나 자연을 벗 삼아 관조적이고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넉넉함이 묻어난다.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이중섭의 황소

곧 31절이다. 93년전 이 땅에는 꽃바람보다 먼저 피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눕는 풀처럼 사람들이 쓰러졌다. 시인 김수영의 풀처럼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었으나 바람보다 먼저 일어났던 것을 우리는 기억한다. 쓰러지고 일어나 그들은 온 산하에 들풀을 키웠다. 우리는 그 들풀의 정신이 해방과 전쟁 이후 민주화로 이어졌던 것을 또한 기억한다.식민의 시대를 끝내고 해방의 순간들을 마주했을 때 이중섭의 소는 빛났다. 어린 시절부터 소에 미쳤던 중섭은 커서도 소에 미쳤다. 미쳐서(狂) 미친 것(及)이 탁월한 소의 미학이다. 소를 워낙 좋아해서 소와 입맞춤한 아이라고 소문이 났고, 후일 소의 튼튼한 육체와 동세를 탐구해 민족혼과 민족미학을 합일하려 했던 그가 들에서 소를 그리다 소도둑으로 오해받았던 것은 그냥 웃어넘길 일화가 아니다. 이중섭의 많은 그림이 사라졌고 또한 망실되었으나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것이 소그림이다. 그 중 황소는 압권이다.1953년경, 전쟁의 폐허를 지켜보며 그린 32.3x49.5cm의 이 작은 그림은 예술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뜨거운 시선이 녹아 있다. 그는 파괴된 영토에 다시 떠오를 뜨거운 태양을 생각했을 것이다. 해돋이의 붉은 하늘빛을 배경으로 황금 빛 황소의 힘찬 울부짖음은 바로 그것을 상징할 테니까! 스키타이 황금문명이 유라시아 초원을 건너와 이룩한 한반도의 고대 황금문명처럼. 그러나 이중섭은 그 해 임시 선원증으로 일본에 건너가 6일간의 짧은 가족상봉을 했을 뿐 돌아 와서는 통영으로 대구로, 서울로 친구들의 집을 전전하며 그림을 그려야 했다. 가난하고 궁핍했다. 1916년 용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이중섭은 1956년 봄에 청량리 뇌병원에 입원했고 퇴원했다. 정신이상 증세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해 9월 숨을 거뒀다. 그는 갔고 예술은 남았다. 김종길 미술평론가경기도미술관 교육팀장

‘아흔아홉 골과 논에 이름이 있는 마을, 용강리’ 마을지 발간

외출할 때 밖에서 문을 잠그는 도르래가 달려 있고, 박물관에서도 보기 어려운 얼게미도두미떡가루체깁체(체의 일종)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마을. 김포시 월곶면의 민간인통제구역에 위치한 용강리 마을 이야기다.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재연구원(원장 조유전)과 김포문화원(원장 강보희)이 지난 한해 동안 용강리 현지를 답사하고 마을의 현재와 과거를 기록한 책 아흔아홉 골과 논에 이름이 있는 마을, 용강리가 출간, 27일 오후 3시 김포시민회관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이번 책 발간은 경기문화재연구원이 진행해 오고 있는 경기도마을기록사업의 첫 결과물이다. 이 사업은 역사가 마을과 도시를 살린다는 주제로 경기문화를 마을단위로 구분, 마을의 현재와 마을사람들의 살아 온 이야기를 가감 없이 기록하는 사업이다.책에는 민간인통제구역내에 위치한 용강리의 지리적환경적 특징과 분단의 역사가 살아 있는 전통문화와 공동체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은 지도로 돌아보는 마을구경, 역사 속 용강리와 현재, 마을을 이끌어 가는 모임들, 마을의 생태환경, 맨드라미 꽃을 보고 시간을 알던 시절, 마을사람들의 기원(祈願), 생애의례, 일상생활, 여가생활, 내 살아온 내력과 마을이야기, 마을의 문화자원 등을 실고 있으며, 부록으로 사진이 수록됐다.결혼한 새댁이 처음으로 한 불 파마를 한 모습을 보고 마을 할아버지가 퉤퉤퉤하고 침을 뱉었다는 이야기부터, 맨드라미가 핀 모양을 보고 시간을 가늠했다는 이야기까지 마을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재미있게 담겼다.조유전 원장은 이 책은 조사원들이 더운 여름에도 마을 주민들의 방 도배일을 돕기도 하고, 고추 따는 일을 돕고, 김장배추를 함께 갈무리하는 등 마을 주민들을 밀착 취재한 결과물이라며 마을문화를 기록하는 경기도마을기록사업이 경기문화를 발굴, 보존하고, 정이 흐르는 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이라고 말했다. 비매품. 문의(031)231-8578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경기도지회, ‘유휴간호조무사 재취업지원센터’ 운영

(사)대한간호조무사협회 경기도지회(회장 김현숙수원시 팔달구 매산로 2가)가 유휴간호조무사 재취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유휴간호조무사 재취업지원센터는 임신, 출산, 육아 등 기타 개인사정으로 현재 1년 이상 단절된 간호조무사의 재취업지원과 의료기관 간호인력난 해소를 목적으로 고용노동부로부터 위탁선정받은 간호조무사협회 무료 직업소개 전담센터다.센터에서는 간호조무사 자격증 소지자로서 1년 이상 미취업자, 오랜 경력단절로 재취업이 두려운 간호조무사, 병의원에서 근무하고 싶은 분을 대상으로 맞춤형 취업을 지원해주고 있다.이와 함께 장기간 경력단절 간호조무사를 위한 가장 중요한 ▲기본간호 ▲병원감염관리 ▲환자안전 ▲의학용어 ▲병원응대법 및 친절교육 등의 이론교육과 더불어 현장적응훈련 및 실습을 이틀간에 걸쳐 실시해 직업의식과 자신감을 갖고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취업 교육과정을 진행한다. 김현숙 회장은 병원급 의료기관의 간호 인력난을 해결하고 경력단절 간호조무사의 재취업을 위해선 재취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경기도지회에서는 현장에 복귀할 때 필요한 실무교육을 완벽하게 재교육해주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유휴간호사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한편 취업을 원하는 경력단절 간호조무사는 전화, 방문, 이메일를 통해 24시간 상담가능하다. 문의 (031)243-7229~7230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경력단절여성, 전문직 여성으로 돌아오다

육아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의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나이가 많다, 경력이 부족하다 등 이러저런 이유로 취업시장에서 아줌마는 비인기다. 무엇보다 경력단절여성들의 자신감 부족이 재취업 발목을 잡고 있다. 경력단절여성들의 재취업, 혼자 고민하지 말고 경기도여성비전센터를 방문해 SOS를 쳐보자. 최강의 인력풀과 최고의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도여성비전센터 이용교 소장은 경력단절여성은 용기가 없어서, 자신감이 부족해서 꿈을 향해 달려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도내 각 시군에 마련된 여성취업지원기관들이 취업에 목마른 여성들을 위해 맞춤형 취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만큼 가까운 기관에 전화상담 및 방문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했다. 새일센터 대표 전화 ☎1544-1199 # 재취업의 열쇠경기새일지원본부에서 찾아라경기도여성비전센터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센터 내 경기도새일지원본부(이하 경기새일본부)를 설치운영함으로써 경력단절여성들의 재취업과 사후관리까지 지원해주고 있다. 경기새일본부 2010년 취업자수는 3천410명, 2011년에는 4천62명을 각각 기록해 2년 연속 전국 8개 광역본부 중에서 여성취업자수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의 경우, 상용직 취업자수가 2천682명(66%)으로 도내 여성들의 재취업의 허브기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요즘같이 청년 취업난도 어려운 때, 경기새일본부의 높은 취업 성과의 비결은 무엇일까?첫번째 비결은 본부 5명을 비롯해 도내 13개 여성새로일하기지원센터에서 25명의 취업매니저가 상주해 직업상담에서부터 직업교육, 취업알선, 보육지원, 취업후 관리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경기새일본부는 올해도 남양주시와 평택시에 새일센터를 신규 지정해 개소할 예정이며, 동두천시, 연천군, 여주군 등 지역에도 취업지원 서비스를 확대해 여성고용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할 방침이다.이와 함께 여성인턴을 선발, 해당 회사에 파견해 회사측에 6개월간 50만원씩 임금을 지원하는 새일여성인터제, 취업기관 방문이 어려운 도민을 위해서 직접 찾아가는 취업지원서비스 굿잡데이(Good Job Day), 워킹맘이 겪는 스트레스와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워킹맘 심리카페, 도내 기업이나 여성취업 관련 기관 담당자를 교육하는위넷(WeNet)아카데미 등 다채로운 취업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부재취업 설계프로그램 오아시스 인기특히 주부 재취업 설계프로그램 오아시스는 도내 여성들의 취업률 증가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2011년 2월 수원을 시작으로 시군 여성회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오아시스는 취업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구직여성을 대상으로 취업의욕을 고취하고 구직기술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오아시스프로그램은 하루 4시간씩 5일간 총 20시간 동안 진행되며 경기카네기연구소 이희정 수석강사와 2011년 취업컨설팅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동우 커리어컨설턴트가 강의한다. 강의는 첫날 성공의 기초가 되는 셀프브랜드 만들기 및 긍정적인 자기소개법, 2일차는 커뮤니케이션 방법, 3일차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작성법, 4일차는 의사 전달과 열정개발, 마지막 날에는 비전설정 등의 내용으로 진행된다. 올해도 3월부터 수원, 광주, 의왕, 양평, 군포, 한신대 등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해당 지역 거주자가 아니라도 경기도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참여 신청은 도여성비전센터 홈페이지(woman.gg.go.kr)에서 지원서 서류를 다운받아 전화나 이메일로 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새일지원본부(031-8008-8028)로 문의하면 된다.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이번주 문화캘린더] 경기도문화의전당 '뮤지컬 구름빵' 외

■ 경기도문화의전당행복한 대극장▲뮤지컬 구름빵23일|R석 4만원, S석 3만원|1666-5795 아늑한 소극장▲이원아 무용단 정기공연28일|전석 초대|031-298-2998▲김도연 비올라 독주회3월2일|일반 3만원, 학생 1만5천원|02-586-0945▲세광 음악콩쿠르3월3일|전석 무료|02-717-7012 ■ 성남아트센터오페라하우스▲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3월1~4일|VIP석 18만원, R석 14만원, S석 10만원, A석 6만원|1544-8117앙상블씨어터▲제3회 청소년드림콘서트29일|전석 초대|031-485-6124■ 고양 아람/어울림누리어울림누리▲카리스 챔버 오케스트라 창단 연주회28일|전석 초대|031-906-5848▲우헌, 김승은 제자 연주회29일|전석 초대|070-8862-6128 ■ 안양문화재단안양아트센터▲Shen Yun(션윈)3월3~4일|VVIP석 20만원, VIP석 15만원, R석 12만원, S석 10만원, A석 8만원, B석 5만원 |1544-8808■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대공연장▲제93주년 3.1절 기념 시립교향악단 경축 콘서트3월1일|전석 무료|032-440-2216 ▲피아니스트 임동혁 리사이틀3월1일|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3만원|1588-2341소공연장▲어린이 뮤지컬 미녀와 야수3월1일|전석 2만원|031-238-0951▲화인청소년오케스트라 제11회 정기연주회3월4일|전석 초대|010-2378-2619 ■ 용인시여성회관큰어울마당▲리사 오노 내한공연3월3일|전석 6만6천원|031-324-4372 ■ 오산문화예술회관소극장▲재즈보컬 하이진의 재즈클럽Ⅲ 모던시대3월2일|전석 1만5천원|031-378-4255■ 화성시문화재단동탄 반석아트홀▲조이풀 청소년오케스트라 제2회 연주회 3월4일|전석 초대|031-8050-9525■ 부평아트센터해누리극장▲새봄음악회 스프링클래식3월3일|R석 3만원, S석 2만원, A석 1만5천원|032-500-2000■경기도미술관▲산수너머 展~4월1일까지|성인 4천원, 학생 2천원|031-481-7007~9

을씨년스럽던 거리가 예술이 숨쉬는 거리로, 수원화성행궁 공방거리

전통문양과 어우러진 깔끔하고 개성있는 간판들이 발길을 잡는다. 나들이 나온 연인과 가족들은 아름다운 거리를 배경으로 추억을 담아내는라 여념이 없다. 수원화성행궁 공방거리 풍경이다. 몇 해전만해도 대부분 굳게 내려진 철문 셔터로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화성행궁 가는 길이 예술벽화를 입고 아름다운 공방거리로 탈바꿈했다. 그 결과 이 거리는 화성행궁과 함께 수원시에서 가장 걷고 싶은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벽면이 허물어지면서 웅장한 수원성이 튀어 나온다. 광대들은 전기줄을 타며 아슬아슬한 광경을 자아낸다. 지난 21일 찾은 수원화성행궁 공방거리는 벽화 작업이 한창이었다. 벽과 작업은 예술가 집단 ABE(기획총괄 이정원)가 맡고 있었다. 이정원 기획감독은 이 거리는 1997년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유독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 많다며 낡은 건물의 벽면과 거리 바닥에 트릭아트를 활용해 재미와 함께 수원 화성과 행궁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 관광객들이 이 거리를 거닐며 현재와 과거의 공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시가지 개발 등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걷던 이 거리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3년여 전부터 공방들이 하나 둘 둥지를 틀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서각공예를 하는 나무아저씨를 비롯해 칠보공예를 하는 나녕공방, 수묵화와 천연염색의 은향공방, 압화공예 수수꽃다리, 테디베어를 만드는 손노리연구소 등 각양각색의 공방들이 닫혀 있는 점포의 문을 열어젖혔다.이에 편승해 지난해 초 수원시는 아름다운 행궁길 조성 계획을 수립, 본격적인 공방거리 활성화 사업에 나섰다. 사업구간은 화성사업소에서 팔달산 입구까지 500여m로, 총사업비 4억여원을 투입해 공방전통찻집맛집 등 63개 업소에 대한 간판정비사업을 시작으로 외벽리모델링, 전시관 및 노천극장을 만드는 사업이었다.하지만 사업은 처음부터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동안 잦은 공사로 영업에 피해를 입어온 상인들이 또 시에서 공사를 한다는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이때 나선 이들이 2년여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기 시작한 20여곳의 공방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민간단체인 아름다운 행궁길(회장 박영환)을 만들고, 이웃 주민들의 동의서를 받기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녔다.회원들의 노력 덕분에 몇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사업에 동의해 주었고, 이때부터 사업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 성과는 당장 지난해 10월 열린 수원화성문화제에서 나타났다. 당시 공방거리는 관광객들이 몰려 서울 인사동 인파를 방불케 했다. 공예점과 맛집은 개점 이래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깨끗하게 단장된 거리에, 공방 앞에서 펼쳐진 공예체험마당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칠보공예 나녕공방 김난영씨는 수원화성문화제 기간 평소의 10배 이상 팔았다며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사람들도 그때부터 이 거리를 명소로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25일 오전 11시 공방거리에서는 그동안의 사업을 정리하고, 앞으로도 더 아름다운 공방거리를 만들어 가기 위한 아름다운 행궁길 조성기념 개막행사와 화성행궁 맛촌 음식문화개선 시범거리 출범식이 함께 열린다.공방거리의 거의 모든 공방과 맛집들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이날만큼은 이 거리에 있는 모든 먹을거리와 즐길거리, 볼거리가 총출동한다.박터트리기와 연날리기, 제기차기 등 전통놀이가 펼쳐지고, 각종 밴드와 사물놀이패의 공연이 흥을 돋우며, 또한 각 공방들이 준비한 공예체험코너는 가족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김주홍 수원시 문화관광과장은 공방거리가 인사동 같은 명물이 되면 행궁과 팔달문시장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화성 관광 동선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연중 공예 및 예술 체험이 가능하도록 상설한마당을 마련해 공방거리가 화성관광 콘텐츠의 한 축으로 자리잡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박영환 아름다운 행궁길 회장 인터뷰노인들은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재즈음악이 깔리는 거리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판토마임 공연과 통기타 연주가 어우러지면서 연인들이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며 산책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화성행궁에서 팔달문 시장으로 이어지는 행궁길변에서 서각공방을 하고 있는 박영환씨(52아름다운 행궁길 회장). 그는 이같이 말하면서도 마치 자기가 그 여유로운 노인이 된 것처럼 흐믓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하지만 3년전 박씨가 이곳에 공방을 차릴때만해도 냉랭한 아스팔트 거리에 공방이라고는 단 한 곳뿐이었다. 그의 이런 상상은 엄두도 못낼 일이었다.문화재보호구역에 포함돼 개발의 손길은 닿을 수 없게 됐고, 거리는 낡고 침체됐다.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싼 임대료 덕(?)에 지역 작가와 공예가들이 들어오기 시작해 텅빈 점포를 개성있는 공간으로 바꿔나갔다.수원시에서 처음 이곳을 아름다운 행궁길 조성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했을 때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상인들은 달랐죠. 가뜩이나 숱한 공사로 피해를 봤었는데 또 공사라고 하니 반대가 심했죠.그래서 조직된 것이 공방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아름다운 행궁길이었다. 이때부터 박씨에게는 지난한 설득의 시간이 시작됐다.지금은 다들 좋아합니다. 오히려 당시 반대했던 주민들도 절 찾아와 다시 해주면 안되냐고 할 정도죠.다들 좋아하게 될 때까지는 박 회장의 역할이 컸다. 일일이 상점 주인의 의견을 물어 간판을 제작하도록 했으며, 간판 배경을 결정할 때는 사업자와 몇 차례나 실랑이를 하기도 했다.처음에는 방부목을 가져왔더라고요. 절대 안된다고 했죠. 환경오염도 문제지만 방부목은 1년만 지나면 낡아 버리거든요.그렇게 해서 최종 선택된 것이 고풍스런 느낌을 살린 아트기와였다.박씨의 아름다운 공방거리 가꾸기는 올해도 계속된다. 이미 수원시 마을르네상스센터에 공방거리 사람들 책자 발간 사업과 경기문화재단에 공방거리 포토존 조성 사업을 제안한 상태다.문화재에 억눌려 살던 이곳이 이제는 문화재와 함께 아름답고 살기좋은 곳이 되고 있다는 박 회장의 말처럼 행궁동 공방거리가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지는 표본이 될 날이 멀지 않게 느껴진다.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그림읽어주는남자] 박대성 ‘현율(玄律)’

우리는 희망을 이야기할 때 곧잘 무지개를 떠올리곤 한다. 일곱 색깔이 한데 어울려 둥글게 반원을 그린 그 모습이 삶의 지난과 궁핍을 잊게 할뿐더러 환상의 황홀경으로 안내하는 하늘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경남 양산시 상북면 대석리 소재의 가지산 도립공원에 천성산이 있다. 이전엔 원효산이라 불렸다. 전설에 따르면, 당나라에서 온 1천명의 승려를 원효가 화엄경(華嚴經)으로 교화하자 모두 득도하여 성인이 되었다 한다. 천성산과 원효산의 유래다. 이 산은 계곡이 깊다. 깊어서 빼어난 절경을 이룬 폭포가 여럿이다. 원효암, 성불사, 홍룡사, 혈수폭포, 홍룡폭포 등이 유명하다. 옛 사람들은 이곳을 작은 금강산이라 불렀다. 박대성의 현율(玄律)도 이곳에서 탄생했다.현율은 진경산수의 시원을 열었던 겸재 정선의 금강산이 현대로 넘어와 웅숭깊게 펼쳐진 품새다. 깊은 산의 계곡과 폭포를 웅혼한 먹의 필체로 휘둘러 놓은 수묵산수는 그 자체로 거대한 자연이요 우주다. 전통이 터져서 새것을 이룬 파격의 진면목! 천룡(天龍)이 폭포 아래 살다가 무지개를 타고 하늘로 올랐다는 홍룡폭포(虹龍瀑布)와 그 위에 서 있는 마애아미타불이 화면의 중심이다. 그 중심이 또한 우주의 중심일 터. 원효는 크게 깨달아 광대로 살았고 대승불교를 일으켰다. 아미타는 대승불교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부처로 극락정토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다. 박대성은 회화적 상상력으로 아미타의 불성을 노란 광채로 바꾸어 세상에 비추게 했다.꿈은 한낱 허황된 환상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희망이 되고 실천이 되면 현실이 된다. 원효의 길이 그랬고, 정규 미술과정을 밟지 않았으나 현대 한국화의 대가를 이룬 박대성이 그렇다. 동해의 일출이 가장 먼저 가 닿는 곳이 천성산의 정상이다. 2월이 가기 전에 꿈의 정상에서 희망을 현실로 바꾸는 무지개를 그려볼 일이다.

[라이프] 꽃 받을 일 많은데…보관은?

2월과 3월은 꽃이 풍성한 계절이다. 졸업과 입학, 밸런타인데이에 화이트데이까지. 꽃을 줄 일도 받을 일도 많다. 예쁘고 향긋한 꽃은 받을 때는 좋지만, 무심코 꽃병에 꽂아두면 눈 깜짝할 새 시들어버린다. 먹을 수도 없고, 버리기도 아깝고. 기분 좋게 받은 선물이지만 어느새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로 전락해버린다. 꽃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감상할 수는 없을까? ■오래가는 꽃다발, 그 비법은?꽃다발을 선물 받았다면 리본, 셀로판지, 은박지 등 포장을 벗긴 후 꽃잎을 정리한다. 꽃 가지 끝을 가위로 조금씩 잘라내 다듬고 끓는 물에 잘라낸 꽃 가지의 끝을 5초 정도 담가 세균을 제거한다. 이때 줄기를 사선으로 자르면 물을 흡수하는 면적이 넓어져 꽃이 더 오래간다. 꽃병에 꽂을 때는 물에 설탕을 두 숟가락 정도 넣으면 싱싱함이 오래 유지된다. 장미는 꽃병에 넣기 전 물에 잠기는 잎을 깨끗이 떼어내야 한다. 잎에서 나오는 페놀물질이 물을 썩게 해 수명을 단축하기 때문.꽃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비결은 물을 자주 갈아주는 것이다. 물을 오랫동안 갈지 않고 내버려두면 물속에서 박테리아가 번식해 꽃이 썩기 쉽다. 물에 락스나 식초를 몇 방울 넣어주는 것도 미생물이나 박테리아 번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놓아두면 꽃을 좀더 오래볼 수 있다.■2년은 거뜬한 드라이플라워꽃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다면 꽃을 말려 드라이플라워로 보관하는 것이 좋다. 골고루 잘 말린 드라이플라워는 2년 이상 거뜬히 유지된다. 꽃을 잘 말리려면 수분이 많은 잎은 잘라버리고, 건조시간을 되도록 짧게 하고, 묶는 다발이나 꽃의 포기 수는 적을수록 좋다. 가장 보편적인 장미의 경우 매달기법을 사용한다. 직사광선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지저분한 잎을 정리한 후 10송이 안쪽으로 거꾸로 매달아 말린다. 건조시간은 3~4일 정도다.안개꽃은 적은 양의 물에 꽃을 꽂아둔 채로 말린다. 안개꽃, 수국 등 가벼운 꽃은 물에서 말리는 방법을 이용하면 하루 만에 자연스럽게 건조할 수 있다.무겁고 목 부분이 약한 난, 스타치스 등은 꽃만 떼어내고 나서 줄기 대신 철사를 끼워 건조하거나, 선반 위에 펼쳐놓고 말린다.약품을 이용하는 경우 깡통, 유리병 등에 실리카겔을 담은 뒤 생화를 건조하면 된다. 말린 꽃은 느슨하게 묶어 벽에 걸거나, 꽃병에 꽂아두면 된다. ■향기로운 장식품, 포푸리프랑스어로 발효시킨 항아리라는 뜻의 포푸리(potpourri)는 색다른 멋이 있다. 말린 꽃을 유리병이나 주머니에 넣는 것으로 그 자체로 향기나는 장식품이 된다.꽃이 완전히 시들기 전에 꽃술을 제거하고, 꽃잎을 하나하나 잘 떼어내 평평한 곳에 펼쳐 말린다. 햇빛이 드는 곳에 두면 탈색되므로 온도가 높으면서도, 빛이 들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부엌이나 방에서 물기 없이 바짝 말린다. 특히 노란빛의 꽃이 말랐을 때 색과 모양이 예쁘다.말리면 향이 날아가므로, 꽃향기만 따로 추출한 포푸리 향수나 에센셜오일을 한두 방울 떨어뜨리면 좋다. 화훼자재점이나 온라인 마켓을 통해 손쉽게 살 수 있다. 향을 잔뜩 머금은 포푸리를 만들고 싶다면 말린 꽃잎을 봉투에 한 켜 정도 넣은 후 굵은 소금과 향수를 뿌리고, 이를 두세 차례 반복한다. 이를 24시간 동안 밀봉해두면 향이 진한 꽃잎이 완성된다.말린 꽃은 투명한 유리병에 넣고 장식장, 책장 등에 전시하거나 주머니에 넣어 서랍장이나 장롱 안에 넣어두어도 좋다. 주머니는 꽃다발 포장에 쓰인 망이나 양파망, 오래된 스카프 등을 이용한다.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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