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전거 헬멧 착용과 국가주의

오는 9월 22일부터는 자전거를 탈 때 헬멧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자전거 운전자 및 동승자의 헬멧 착용 의무화’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반대여론이 더 많다. 한마디로 귀찮기 때문이다. 정부가 자전거 헬멧을 의무화한 이유는 자전거 사고로 인한 환자 중 머리 부상자가 많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작년 자전거 사고 1만 5천여건 중 38%가 머리부상이었다. 자전거 단체는 헬멧의무화가 자전거 이용을 줄이게 할 것이라며 헬멧 착용보다는 자전거 도로 확충 등 인프라 구축이 먼저라고 반발했다. 해외에서도 자전거 헬멧 의무화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의무화를 도입했고 미국과 일본은 연령이나 지역별로 부분 적용하고 있다. 반면, 자전거 선진국인 네덜란드·덴마크·독일 등은 자율에 맡기고 있다. 안전을 위해 헬멧 의무화가 필요하나, 자전거 인구를 확산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호주에서는 헬멧 의무화 이후 자전거 이용자 수가 오히려 37% 감소했다. 덥고 머리 스타일이 망가지고 번거롭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동네 편의점이나 공원을 다니는 주부에게 헬멧 미착용을 이유로 제재를 하면 이른바 국가주의다. 어린 아이들과 위험한 지역에 제한적으로 착용케 하는 방법은 왜 생각을 못하나. 반대론 중 또 하나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슬픔이여 안녕’을 쓴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마약소지 혐의로 공항에서 체포될 때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관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혼자 주행할 때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고 과태료를 물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음주운전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언제부터 국가가 나의 생명에 대해 이런 관심과 애정을 가졌는지 의아할 뿐이다. 우리는 무엇이든 일단 해보는 경향이 있다. 주 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인상, 탈 원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 취지는 좋은데 너무 일방적이다. 현실에 맞도록 속도와 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도 마찬가지다. 정말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자전거 도로와 거치대의 확충, 어린이 안전교육 등 기본여건을 구비하는 것이 먼저다. 헬멧착용의 자발성과 헬멧강제의 당위성은 다르다. 전면적 시행보다는 지역별로, 연령별로 시범적으로 해본 후에도 늦지 않다. 자전거 헬멧 의무화는 국가가 나의 생명을 보호해 주는 선(善)한 정책이라기보다는 사고 책임을 나에게 넘기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설] 인천시장은 ‘인화회’에서 탈퇴해야

인천에는 독특한 단체가 있다. 회장이 인천시장이며 정무경제부시장이 운영위원장이고 간사는 총무과장이며 회원 220명 중 기업인이 102명, 나머지는 지역의 주요 기관장이나 유지로 구성된 ‘인화회’다. 인화회의 출발은 1966년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가 기관간의 업무 조율과 정보 공유를 위해 만든 인천지역 기관장 모임이었으나 현재 회원 중 민간기관 및 기업인 등이 절반에 가깝게 차지하고 있다. 인화회는 여러 측면에서 비판의 요소를 안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구성된 친목모임이라고는 하지만 회칙에서 가입의 조건을 까다롭게 명시해 진입 장벽을 높게 쌓고 있다. 지역 유지와 기관장, 기업체 대표만 가입할 수 있고 가입절차도 폐쇄적으로 운영위원회가 좌우하는 등 회원가입이 가히 ‘산 넘어 산’과 같아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회원의 구성과 활동 면에서도 ‘인맥을 활용한 청탁의 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동안 그들만의 활발한 모임은 빠짐없이 개최했지만, 지역발전을 위한 과제의 도출이나 방향을 제시한 적은 거의 없고 기업의 이권을 위해 시정정보를 이용하여 사업계획을 도모하는 데 활용했다. 친목을 위한 사모임 단체인데 인천시장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대표가 민간 기업인과 친밀하게 모여 인천 시정의 주요 정보를 취합 보고하는 것은 그들만의 공동체로써 정경유착과 토착비리의 근원지로 의심받기 충분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촛불혁명이 정권을 탄생시킨 이 시대와는 거리가 먼 딴 나라의 모임으로 혁신이 필요한 인화회다. ‘탈권위’를 앞세우는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이 회장으로 있기에 회장이 선도적으로 탈퇴를 선언하는 것이 그 첫걸음일 것이다. 친목단체인 사모임에 인천시장이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부시장 이하 직원을 동원해 모임의 운영을 지원하는 것은 그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타당한 행정논리도 없다. 지금까지는 관행적으로 지원해온 것이라 치더라도 앞으로는 더 이상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 향후 관련공무원들이 이 모임의 활동에 관여하여 행정력을 낭비할 경우 철저히 그 책임을 추궁하여 잘못된 적폐를 바로 잡아야 한다. 인천에는 모범적인 시민단체와 건전한 인사들의 모임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새얼문화재단’과 ‘인천경영포럼’은 다양한 지역인사들이 참여하여 인천지역발전을 논의하는 공론의 장으로써 발전해 왔다. 이러한 모임을 통해서 충분히 시정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지역발전을 논의할 수 있다. 인화회 회원들도 폐쇄적인 모임을 과감히 해체하고 이러한 공개 장소로 나와 인천시민 모두와 함께하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사설]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해병대 ‘마린온’ 헬기 순직 장병 영결식을 보면서 새삼 죽음의 의미가 떠오른다. 1계급 진급이니 현충원 안장이니 위령탑 건립이니 하는 것 모두가 부질없어 보인다. 베테랑 간부 군인과 청춘에 죽은 우리 자식들만 불쌍하고 애통할 뿐이다. 사고 당시 장면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회전날개가 통째로 분리되는 충격적 영상은 온 국민을 공포와 경악으로 몰아넣었다. 숯덩이처럼 타버린 남편과 아들을 보며 오열하던 유족들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이제는 다시 못 볼 그들의 얼굴은 가족과 친지들의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늘 그랬듯이 합동조사위원회 구성→사고원인 규명→재발 방지대책 강구→망각의 순으로 진행될 것이다. 사고 하루 뒤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 헬기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간 사람이다. 애도하고 위로하는 것이 먼저야 했다. 말만 하면 헛소리만 하는 국방장관은 유족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의전 등이 흡족하지 못해 짜증 난 것’이라고 망언을 했다. 대통령은 순직 3일째 ‘희생당한 분들과 그 유족들께 깊은 애도를 드린다’고 언급했다. 유족들은 ‘어떻게 세월호 때와 이리도 다를 수 있느냐’며 절규했다. 장병의 순직은 세월호 침몰사고 사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법원은 세월호 희생자 발생에 대한 일부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번 헬기 사고는 전적으로 국가 책임이다. 사고원인 규명에 유가족 측이 지명하는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켜 철저하고 거짓 없는 조사를 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숨지는 장병들의 피해가 반복돼선 안 된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부와 군은 장병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원인을 애매하게 말하거나 초점을 흐리는 듯한 태도로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과 보훈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국방부는 지금까지 연평해전, 천안함 피폭에서 보듯 우리 장병들을 기리는 일을 놓고도 위의 눈치를 살폈다. 이래서야 누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겠는가. 정부는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할 엄중한 책임이 있다. 낚싯배 전복 사고 죽음에 청와대에서 묵념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모든 죽음은 슬프고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과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오지 않는다. 링컨이 게티즈버그에서 ‘세상 사람들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하는 말을 오래 기억하지 않을 것이나 그들의 희생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린온 장병들의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을 기리면서 마음속 깊이 그들의 명복을 빈다.

[사설] 송도 악취문제에 안일한 인천시

송도신도시에 지난 4월부터 악취신고가 접수된 이래 모두 엿새 동안 500건이 접수됐다. 근래에 악취발생사고가 빈번하고 있음에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송도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고약한 냄새를 피하고자 창문을 닫아야 하므로 열대야의 어려움마저 가중되고 있다. 가스냄새로 추정되는 고약한 냄새는 무더위와 더불어 생활의 곤혹을 넘어 안전 불감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시의 안일한 대처로 자칫 가스 폭발의 위험으로 이어질까 불안에 떠는 시민들의 공포는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수구는 뒤늦게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24시간 종합상황실 운영을 강화하고 2인 1조로 24시간 상황실 운영과 악취 순찰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인천시, 타 기관과 민간 등을 총동원하여 원인 파악에 우선하겠다고 했고 환경부와 인천시에도 광범위한 악취조사를 위한 송도 일대 합동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천시와 환경부 등 관계부처의 악취문제에 대한 움직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관계당국에 악취발생 민원전화가 빗발칠 때 임기응변 대처하는 일상적인 행정 외에 특단의 조치가 없어 시민들은 더욱더 불안하고 행정의 신뢰는 무너지고 있다. 더욱이 인천시가 모든 책임을 연수구에 맡기고 뒷짐 지는 것은 새로운 시정부가 추구하는 안전제일도시 가치와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조속히 파악하는 것인데 이를 행정력이 빈약한 기초자치단체에 맡기는 것은 안일한 대처의 현실 모습이다. 현재 송도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진원지로 LNG와 관련된 시설들로 추정하고 있거나 명확히 배출량을 입증하지 못하는 것이 한계다. 이는 송도지역에 불과 5대 무인악취포집기를 운영하고 있어 포집의 한계가 있다. 뿐만 아니라 보건환경연구원이 악취발생 후에 일시적으로 포집한 공기 분석으로는 그 진원지를 파악할 수 없다. 송도와 주변 지역 악취유발사업장 4곳과 가스 취급시설, 7곳의 생활폐기물 집하시설, 남동 유수지, 갯벌, 남동산업단지, 시화산업단지 등 악취를 유발할 수 있는 시설들에 포집기를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악취유발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악취지도를 만들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조속히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에 대한 예산을 단지 연수구에만 미룰 것이 아니라 인천시가 적극 나서서 확보하고 지원해야 한다. 안전의 경제성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방심한 결과 재앙으로 다가온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누가 해야 하나

요즘 ‘스튜어드십 코드’란 말이 유행이다.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투자 기업에 대한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이다. 기관투자자가 자금 위탁자의 집사(steward)처럼 재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를 7월 말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공무원연금도 내년에 도입한다고 따라나섰다. 찬성하는 입장은 635조 원 세계 3위 규모의 국민연금이 투자 대상 회사의 의결권 행사에 적극 참여해 기업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이다. 반대하는 입장은 정부의 의도가 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반영돼 기업 경영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급기야는 ‘연금 사회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튜어드십 코드가 정부의 기업 지배로 이어져선 안 된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130조 원을 투자하고 있다. 이는 한국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7%에 달하며 지분 5% 이상 보유한 종목도 299개다. 정부의 뜻이 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반영된다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은 없어지게 된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26일 확정한다. 핵심 내용은 의결권 전문위원회를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수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이 위원회에서 중요 의결권, 주주 활동 이행 여부 등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위원회 설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보듯이 결론을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재판이다. 위원들의 인적 구성이 핵심인데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의결권 직접행사에 따른 정치적 논란과 오해를 피하고 문제 있는 기업을 견제할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20여 개국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지만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우리와 달리 국가 연기금이 자국 기업 주식 투자 비중이 1% 정도밖에 안 된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후생연금펀드는 운용자산이 1천475조 원에 이른다. 우리의 2.5배다. 그들은 법률상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못하고 펀드 내 주식에 대한 의결권과 자산 운용 모두 외부 위탁 자산운용사가 행사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의 경우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 의결권을 위임하면 운용사들이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최상의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수십 년 뒤 노후에 쓸 돈을 굴리는 곳이므로 가장 장기적으로 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1년째 후임을 찾지 못하는 기금운용 본부장도 정치적 고려를 넘어 빨리 적임자를 임명해야 한다. 능력자는 분명히 있다. 2천200만 명에 달하는 연금 가입자들의 귀한 돈이 함부로 쓰여서야 되겠는가.

[사설] 서울 종속형 인천교통특별시에서 벗어나야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천~서울 10분 시대를 열어 수도권 교통특별시 인천을 만들겠다고 했다. 제2경인선 광역철도 건설과 서울지하철 2호선 청라연장을 핵심 교통정책으로 하는 등 8개 철도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부분 사업이 광역철도사업이기에 국토부와 협의해 재정사업으로 추진해야 하며 국비와 더불어 지방비도 소요되는 사업들이다. 이러한 대부분 교통정책사업은 인천시내의 교통 혼잡을 해소하는 것보다 서울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서울 종속형 사업이다. 이와 같은 교통정책은 박남춘 시장이 가장 우선적으로 내세우는 민선 7기 공약과도 대치된다. 박남춘 시장은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의 ‘판문점 선언’의 실천을 위해 ‘서해평화협력시대 동북아 경제중심 인천’을 제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인천 해주 개성을 연계한 남북공동경제자유구역 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래 남북화해 평화통일시대를 맞이해 인천이 국제평화도시로서 한반도 평화의 주역이 되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서해를 통해 북한과 접경해 있고 국제공항과 항만, 수도권 배후지로 지정학적 요충지로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인천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 및 전략과 대치되는 서울 종속성을 강화하는 동서 교통망의 확충은 인천의 자주발전과는 거리가 멀다. 오랫동안 인천은 도시기본계획에서 도시성장축으로 동서축을 설정해 서울 접근성을 최대한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경인철도와 경인고속도로를 시작으로 제2, 제3경인고속도로가 개통되었고 서울로의 간선도로망도 확충되었다. 지하철도 노선도 경기 부천을 경유하고 공항철도를 연결하는 등 서울로의 노선은 계속 확충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통행량이 획기적으로 증가되는 등 서울과의 관계성이 한층 강화되었다. 서울과의 관계성 강화로 서울의 성장 파급효과를 과연 인천이 향유하였는가라는 물음에 예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없다면 더 이상의 서울 접근성 강화 노력은 의미가 없다. 인천의 제물포항은 서울에서 필요한 많은 화물을 수출입하는 서울항으로 역할을 하면서 인천은 소음과 먼지 등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송도를 비롯한 경제자유구역은 서울 부유층의 새로운 투기대상 적지로 전락하였고, 편리한 서울로의 교통망은 상위소득층의 서울 유출을 가속화했다. 서울 의존적인 교통망의 맹목적 확충에 대해서는 면밀한 재검토가 절실히 필요하다. 대안으로 남북축을 강화해야 한다. 국제평화도시로서 평화의 주역이 되기 위해서는 평택, 시흥, 인천, 김포, 강화, 개성, 해주를 잇는 남북의 도시발전축을 구축하는데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사설] 구속이 능사가 아니다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패악질도 이제 종점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딸과 엄마의 검찰 소환에 이어 조양호 회장의 횡령, 배임 혐의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현행 검경의 영장청구는 일종의 면피성 과정임을 느낀다. 이명희 씨는 두 번이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갑질 폭행 혐의에 이어 외국인 가사 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로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을 뿐 아니라 죄질 역시 구속수사가 필요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조현민 씨의 경우는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아예 검찰이 기각했다. 잇단 기각 사태를 놓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영장 청구 자체가 무리였다고 말한다. 검경이 국민 여론을 신경쓰다 보니, 일단 청구하고 법원에서 기각되면 책임은 판사로 넘어가니 욕먹을 일이 없다. 검경도 법률 전문가들이다. 기각될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사회적 관심 사건의 경우, 검경은 일단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구속만 되면 상황 끝이라고 생각한다. 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나오든 법원에서 무죄가 되던 관심이 별로 없다. 이러다 보니 검경 단계에서 영장이 청구되지 않도록 고액의 변호사가 동원되고 온갖 법조 브로커가 생긴다. 이게 오늘의 현실이다. 아무리 검경수사권 조정을 한다고 한들 국민의 인권보장과 인신구속의 남용이 근절되지 않는 한 공염불이다. 문 대통령 회심의 역작인 검경수사권 조정도 국민인권보호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양 기관의 권한이동처럼 보인다. 조양호 일가 패악질의 핵심은 다시는 그들이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있다. 땅콩 회항 조현아 씨가 몇 개월 감옥에 있다 다시 회사의 임원을 맡는 일이 반복되는 한 구속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6년까지 매년 약 14만 명 정도가 수사와 재판을 받기 위해 구속됐다. 그 후 줄기 시작해 2010년은 3만 명, 2017년에는 1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구속영장실질심사 제도가 20년 가까이 운영돼 불구속 재판 원칙이 정착됐기 때문이다. 이제 구속이란 제도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일본이 꼭 잘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일본의 영장기각률은 0.07%다. 영장을 청구하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함부로 올리지도 않지만 일단 영장을 청구하면 확실하게 나온다. 그만큼 수사에 자신 있다는 소리다. 서울중앙지검의 구속영장 기각률은 2012년부터 5년간 평균 23.2%다. 서울서부지검은 30.1%나 된다. 구속의 요건은 명확한 만큼 검경은 영장청구와 발부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국민이 분노와 법 감정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사설] 새로운 인사원칙으로 구멍뚫린 공직기강 바로잡아야

인천시 행정에 있을 수 없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가장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답안지가 분실돼 피해자 17명을 대상으로 재시험을 치르기로 하면서 행정의 신뢰성이 뿌리째 흔들리게 됐다. 시는 지난 5월24일 ‘2018년도 제1회 인천시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 채점을 위해 밀봉된 답안지 보관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에서 부평구 부원여자중학교 제14시험실에서 시험을 치른 응시자 17명의 답안지가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채점을 진행한 뒤 지난달 29일 예정된 날짜에 합격자를 발표했다. 공무원 시험을 담당하는 인사과는 답안지가 사라진 사실을 확인하고도 1달이나 늦은 지난달 25일에서야 감사관에 조사를 요청했다. 시는 결국 답안지가 없어진 17명만을 대상으로 8월11일 따로 재시험을 치르고 이 중 1명을 기존 선발 예정 인원 외 별도로 추가 임용할 계획이다. 시는 고문 변호사 3명에게 자문을 의뢰해 대처 방법을 논의했고 응시생 17명과도 재시험을 방안을 협의해서 동의를 구했다고 했다. 공정하고 안전하게 치러야 할 필기시험관리 행정의 신뢰성에 크나큰 구멍을 뚫은 공직기강 해이가 매우 심각하다. 시험이 치러지고 채점하는 기간이 지방선거와 겹쳐 많은 공무원이 선거에 기웃거린 결과로 빚어진 참사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선거기간 동안 전·현직 공무원 모임이 특정 후보를 지원하는 모임과 문자가 후보자 캠프에서 제기되고 이슈화한 것이 우연한 일치는 아닐 것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 매우 소중한 원칙과 가치임에도 헌신짝처럼 버리고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캠프에 기웃거리는 정치 공무원들의 행태가 어제오늘만이 아니다.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는 선량한 공무원들의 얼굴에 먹칠하는 이러한 구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새로운 지방정부가 들어서면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초미의 관심은 자타가 공인하는 인사 전문가 박남춘 시장의 첫 고위급 인사단행이다. 공정·투명성 원칙과 학연·지연을 배제한 블라인드 인사제도를 누누이 강조하고 있음에도 과거 관습에 의한 줄 대기에 급급하고 있는 정치 공무원과 이에 부화뇌동하는 시장 측근 및 비선들의 철저한 배제가 요구되는 실정이다. 원칙의 천명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의 실천이다. 인재를 추천한다는 미명하에 측근과 비선을 통해 인사 청탁하는 구태를 근절하기 위해 청탁 당사자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불이익 조치한다는 방침을 공개 선언하는 등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해이해진 공직기강이 바로 잡히고 뚫린 신뢰성이 회복될 수 있다.

[사설] 품격과 교양 있는 국가는 불가능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예멘 난민을 향한 악성 글은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 상스러움을 넘어 극단 혐오의 쓰레기장이고 분노의 배설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자 ‘청원 게시판이 놀이터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분노를 털어놓을 곳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청와대 게시판은 당초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합리적 공론이 형성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시작됐으나 폐해가 너무 크다. 물론 긍정적 측면도 있다. 20만 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청와대에서 답변을 남기는데 지금까지 36개의 청원에 답변이 달렸다.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많은 국민이 이 제도가 존속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정부와 직접 소통할 창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보완할 점으로 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28.8%나 된다. 악성 글로 도배된 현 상황에서 설문조사를 해 보면 제도 개선에 더 많은 의견이 나올 것이 틀림없다. 청와대 게시판 뿐 아니라 SNS상의 악성 댓글은 이제 개인과 가족과 사회를 파괴하는 괴물이 됐다. 요즘 악플러들은 비호감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신공격성 악성 댓글로 도배질한다. 익명성 뒤에 숨어 남에게 치유 불가능한 상처를 주는 이런 자들에게 ‘표현의 자유’ 같은 말이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타인의 고통에 귀를 기울여주고 함께 책임 의식을 갖는 국가를 ‘품격 있는 국가’라 부른다. 자신의 생각을 적절히 자제하면서 흑백논리보다는 사안에 따라 수용의 폭을 조절하는 사회를 ‘교양 있는 사회’라 부른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고상하고 원만한 품성을 기르는 ‘교양’이란 단어를 가식과 위선이란 의미로 쓰기 시작했다. ‘교양 떨고 있네’ ‘교양과 가식은 종이 한 장 차이’ 등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여겼다. 그러다 보니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말이 솔직한 말로, 함부로 남을 비난하고 원색적인 욕설이 마치 논리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면죄부를 받았다. 쓰레기 글이 넘치면 절실한 글은 뒤로 숨는다. 실명제만이 답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폐지됐다. 다시 제소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도 현행 익명제의 저의가 의심받지 않으려면 좀 더 솔직할 필요가 있다. 볼테르는 ‘나는 네 의견에 반대하지만, 네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치겠다’라고 말했다는데 볼테르가 살아 돌아와 오늘의 현실을 보면 이 말은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 할 것이다. ‘나는 네 의견에 반대하지만, 네가 이름을 밝힌 채 말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위해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하겠다.’

[사설] ‘인천시민특별시대"를 기대하며

민선 7기 박남춘 인천시장은 시민이 주도적으로 시정에 참여하는 ‘시민 특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첫 업무를 시작했다. 계획했던 취임식을 취소한 박 시장은 태풍 북상에 따른 피해 및 대비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찾은 재난상황실에서 “민선 7기 박남춘 시정부는 인천시민이 직접 촛불을 들어 탄생시킨 시민의 정부”라며 “오늘은 300만 시민 모두가 인천의 주인으로서 시장에 취임하는 날이다. 가슴 벅찬 시대적 소명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완수해 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비전과 목표도 제시했다. 시민의 시정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분야별 민관위원회를 설치·운영해 시장의 특권을 내려놓고 시민에게 돌려주겠다고 강조했다. 시민과 온·오프라인에서 수시로 소통하며 시민에 길을 묻고 시민의 아픔도 함께 나누며 행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했다. 박남춘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뿐만 아니라 당선 이후 줄곧 협치를 강조하면서 인천시 행정의 큰 변화를 예고해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모습은 과거 인천시 정부가 해왔던 다양한 위원회만을 제시할 뿐 특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시민이 참여하고 실질적인 결정권한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다양한 위원회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정에 필수적인 위원회가 상위법령에서 이미 정해져 심의의결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조례가 상위법령에 우선할 수 없는 현실에서 조례에 근거한 위원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존의 다양한 법정위원회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행정의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각종 위원회에 전문성과 관계도 없이 구색 갖추기 측근 인사의 배치로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를 뿌리 뽑아야 한다. 인천시는 법령에 정한 심의의결 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가 200여 개에 달하고 있다. 이들 위원회의 과거 운영 실태를 박남춘 시장의 시정철학의 기본구상 개념에 근거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인 분석에 근거해 바로잡는 것이 우선적으로 중요하다. 기존의 제도적 장치를 악용하는 행정관행을 바로 잡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방치하고 새로운 위원회를 운영하는 것은 과거 정부가 해왔던 구호적인 전시행정이다. 법정위원회를 행정편의를 위해 형식적 들러리로 운영하는 적폐부터 청산하고 시민의 수요를 앞세우는 정의를 바로 세우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시민특별시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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