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의 현실은 총체적 난국이다. 모든 분야가 꽉 막히고 문제해결 능력이 없으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위기는 말로 떠든다고 위기가 아니다. 구체적 수치와 국민이 느끼는 체감도가 위기의 본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제조도소매숙박음식 등 빅3 업종의 평균 취업자는 1천48만2천800명으로 지난해보다 16만3천700명 감소했다. 신규 취업자는 월평균 31만 명에서 올 들어 최저 3천 명까지 곤두박질쳤다. 대통령은 소득주도 성장에서 포용, 혁신으로 바꿔 외치지만 관심을 갖는 국민은 거의 없다. 중요한 건 명칭이 아니라 실질이다. 박근혜 정부 4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8% 전후였다. 이 정부는 2년도 채 안 된 상태에서 29%나 올려 자영업자들을 다 죽게 만들고 있다. 반성은커녕 근거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수십조원의 국민 혈세를 투입해 공공부문 아르바이트 가짜 일자리를 양산했지만 청년 고용률도 최악이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7%로 하향 전망했는데 IMF는 2.5%로, 무디스는 2.3%로 더 낮췄다. 2.3% 수준이면 유럽 재정위기 당시인 2012년과 같은 수준이다. 마지막 희망인 반도체도 지난달 D램 가격이 10% 넘게 폭락해 본격적인 내리막길에 진입했다. 대북문제는 북한에 올인하다 보니 미국으로부터 의심을 받고 고립무원이다. 북미 핵협상과 북한의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탈원전을 표방하면서 전 국토를 태양광 패널로 뒤덮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틀에 축구장 하나의 면적이 사라지고 20년도 못 가는 패널과 풍력 발전기로 2026년까지 80조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민노총의 행태와 무기력한 공권력, 고용세습, 사법 광풍, 시청료가 아까운 공영방송의 편파 보도, 말뿐인 소통과 협치 등등 가히 내우외환이 따로 없다. 가장 남의 말을 잘 들을 것 같았던 문 대통령이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최종 결정을 과연 문 대통령이 하는 것이 맞나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자기 진영으로부터 욕을 들어가면서까지 국익을 위해 결단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대비된다. 현재로서는 문 대통령이 마음을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경제가 파탄나고 안보가 뻥 뚫려도 이념과 파벌과 노조를 우선시한다. 집권 1년 반 동안 적폐 청산의 휘모리 장단에 춤추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우리는 미래를 잃게 된다는 처칠의 말을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다. 내일의 안갯속 평화나 허무한 구호가 오늘의 피폐한 경제와 갈가리 찢겨진 민심을 덮을 수 없다. 우리에게 놓인 시간은 많지 않다. 이 총체적 난국을 문 대통령이 마음을 고쳐먹고 우리 국민을 깜짝 놀라게 해주길 바란다.
송도 국제도시 수로 옆에 조성된 토지 등을 매각해 수익을 내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수심 2.5~3m, 길이 21㎞의 물길을 조성해 수상도시가 되면 관광객들이 모여 송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의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이 초심을 잃고 흔들리고 있다. 민선 7기 정부가 들어선 후 지난 8월 지방재정투자심사위원회에서 전체적으로 경제성이 없는 사업으로 침수 예방을 위한 1-1단계 구간만 조건부 추진하라는 결정을 내린 후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송도 주민 간 갈등을 빚어 왔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자 시는 15일 공감회의실에서 박남춘 시장 주재로 송도 주민단체 대표 20명과 간담회를 했고, 이 자리에서 송도 6공구 호수 3만3천㎡를 매워 상업용지 등으로 매각해 수익성을 올리는 방안을 내놨다. 시 발표 안에 따르면 수익성 부지는 2필지 4만9천878㎡에서 3필지 8만2천878㎡로 늘어난다. 수로가 대폭 축소되고 수변 공간의 확보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하는 대안이다. 따라서 이 안에 따르면 150~20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관광선이 들고날 수 없고 수상버스나 다니는 소박한 수로로 전락하게 된다. 경제성의 확보를 위해 호수를 메우고 그 땅을 상업용지와 근린생활용지로 매각하는 것은 어떤 원칙에서 마련한 대안인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수변공간을 확보해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초기의 조성 원칙에도 맞지 않고 주민의 이기주의에 밀려 미봉책으로 대처하는 시정으로 원칙이 흔들렸다. 주민과 소통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시정을 이끌어 가겠다는 새로운 시 정부의 원칙인 것처럼 보일 수는 있으나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과거 시 정부에서 약속한 사업이라 할지라도 근본적인 오류를 알면서 민주적 절차를 핑계로 수정하지 않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보다는 책임을 회피하는 비굴한 행정이다. 애초부터 많은 시민과 환경 관련 단체들은 이 사업을 인천판 4대강 사업으로 비판하였다. 환경을 훼손하고 특정 지역의 개발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토건 사업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원도심과의 성장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도시재생의 기금확보가 절실한데도 신도시에 천문학적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지역이기주의의 절정이기 때문이다.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것이 불가한 사업 특성이 있음에도 송도 주민의 강력한 주장에 못 이겨 본질을 훼손하는 송도워터프런트 사업은 절대 민선 7기 시정의 원칙을 시험하는 데 악용돼서는 안 된다. 최선을 다해도 경제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근원적으로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이 합리적 절차와 소통에 입각한 민주적인 행정이다.
대학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 보장과 처우 개선을 내용으로 한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이 12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그런데 대학 시간강사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마련한 개정안이 이들의 대량해고를 낳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고 서정민 박사가 열악한 처우개선을 호소하며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추진됐던 이 법은 시간강사들의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고 강사에게도 교원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시간강사들과 대학의 반대로 8년간 4차례나 시행이 미뤄졌다. 시간강사들은 1년 이하 비정규직 강사를 양산하게 되고 대학 측에서 예산 부담을 이유로 강사들을 대량 해고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의 예측대로 대학들은 시간강사를 줄이는 대신 초빙겸임 교원을 늘리다 보니 그 사이 시간강사 숫자는 2012년 10만9천743명에서 2018년 7만5천329명으로 31%나 줄었다. 내년 1월 1일 시행을 목표로 이번에 제출된 개정안은 지난 9월 강사 노조와 정부, 대학 3자가 최초로 합의한 안이다. 새 시간강사법은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도록 한 것은 종전 법안과 같지만, 강사 임용을 최대 3년까지 보장하고 방학에도 임금을 주도록 했다. 문제는 3자가 합의한 이후에 대학들이 예산 부담을 이유로 시간강사를 대량 해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들은 법이 바뀌면 강사 인건비로 연간 2천억~3천억원을 더 써야 하는데 10년째 등록금 동결로 어렵다는 것이다. 대신 기존 교수들에게 강의를 더 맡기고 소규모 강의를 통합해 대형 강의로 운영하려 하고 있다. 결국 근로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높였더니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시간강사를 살리려는 법이 오히려 이들을 죽이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법 통과도 중요하지만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 이미 대학별로 시간강사 감원 쓰나미가 시작됐는데 법이 그렇다며 아무리 대학을 닦달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박사학위를 소지한 최고 학력자들이다. 그들이 거기까지 갈 때의 시간과 돈과 노력을 생각하면 정부에서 방관하면 안 된다. 실제 시간강사의 바람은 방학 때 임금을 안 받아도 좋으니 신분보장만이라도 확실히 해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달라는 것이다. 정부는 법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시간강사의 처우를 보장하는 재정적 지원에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천의 한 병원에서 수액 주사를 맞던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지난 11일 연수구의 한 종합병원에서 장염 치료제를 섞은 수액 주사를 맞던 A군이 30여분 만에 의식을 잃어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군 시신 부검을 의뢰한 결과 직접적인 사망 원인을 발견할 수 없어 정밀 부검이 필요하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인천에선 최근 두달여 사이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숨진 사건이 4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9월 3일 남동구 한 의원에선 60대 여성 2명이 원기회복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마늘주사를 맞은 뒤 패혈증 쇼크 증상을 보였고, 이 중 1명이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사인은 세균성 패혈증으로 알려졌다. 9월 13일 부평구 한 개인병원에선 50대 여성이 항생제와 위장약을 섞은 수액 주사를 맞고 심정지 증상을 보이다가 17분여 만에 숨졌다. 9월 26일에는 연수구 한 병원에서 가슴 통증과 설사, 복통 증상을 보이던 40대 남성이 주사를 맞은 뒤 2시간 30여분 만에 숨졌다. 경찰은 숨진 환자의 시신을 국과수에 부검 의뢰해 사인을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국과수가 장기ㆍ유전자 검사 등 정밀한 부검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연이은 주사 사망사고에 21개 응급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긴급점검에 나섰다. 병원 인력 등 지정 기준 이행 실태, 1회용 주사기 및 1회용품 재사용 여부, 의약품 및 의료용품 적정 관리 여부, 의료기구 등 소독 관리 기준 준수 여부, 의료폐기물 적정 관리 여부 등을 점검한다. 시는 패혈증 쇼크 사망 사건에 대해선 감염원인 경로를 확인 중이다. 보건당국도 역학조사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다. 주사를 맞고 사망한 환자들은 주사를 맞은 병원과 주사제가 각각 다르다. 성별, 연령대도 상이하다. 이들 사고의 연관성은 없어보이지만, 단정지을 수는 없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정확한 원인이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언제 어디서 이런 사건이 또 터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으로는 국과수 부검 결과가 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과수는 정확한 사인을 밝혀내는데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벌써 두달이 넘었다. 주사를 맞은 환자가 4명이나 숨진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 환자의 나이성별 등이 모두 다른 만큼 보건당국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인천시 조사결과를 보고 역학조사 시행 여부 결정한다는데 너무 늦다. 사망 원인을 서둘러 밝혀내고 또 다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역학조사를 늦출 이유가 없다. 당장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역학조사를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
최근 쌀쌀한 날씨가 시작되면서 난방기를 찾게 되는 열악한 주거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 인명사고가 연일 기사화 되고 있다. 화재로 인한 피해자들은 대부분 일용직 노동자로 1.5평 정도의 방에서 스프링클러가 없는 등 무방비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대형화재에서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고스란히 되풀이된 것이다. 우리 사회에 위험이 곳곳에 노출돼 많은 희생과 피해를 가져오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 최소한의 보호와 혜택을 위해 시민 안전보험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인천시도 시민안전보험에 관한 조례안을 의회에서 가결해 내년부터 혜택을 볼 수 있다. 최대보험금 1천만 원이며 폭발·화재, 대중교통이용, 강도, 폭염 등으로 인한 상해 사망과 장애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인천시가 다른 도시에 비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사고가 끓이지 않고 민선 7기 시정부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에 적절한 선제 조치로 환영하고 지지 받아야 하는 시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자칫 예방에 대한 행정의 소홀함으로 이전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선다. 보험은 피해를 예방하기보다는 불가피한 피해를 보전하는 것이 본질이다. 더욱이 당사자가 보험료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건물 관리자 등과 같은 재난의 직접 당사자들이 사전예방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종의 공적보험에만 기대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검은 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안전장치가 최소한으로 전제되고 예방행정이 철저히 담보될 경우 안전보험은 보완적으로 그 역할이 빛을 발하게 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화재에 극도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인천시 고시원은 2017년 말 현재 700여 곳으로 서울,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숫자다. 한 곳당 평균 30개 방을 고려하면 전체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다. 특히 대부분의 고시원이 빼곡한 벌집구조로 좁은 통로와 낡은 시설로써 화재에 취약한 상태로 방치된 상황이다. 3분의 2이상이 2004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로 소방법을 적용받지 않아 제재 밖에 있고 관계기관 지도 단속의 손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처럼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다중시설에 대해 예방차원의 적극적인 행정이 절실히 요구된다. 오늘날 재난의 대부분은 대규모로 피해를 주며 인명사고와 연결되는 등 피해 정도가 심각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대부분 자연적이라기보다는 인간의 실수로 빚어진다. 따라서 인간의 노력으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안전보험과 같은 사후적 혜택보다는 예방적 행정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정책적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촛불집회와 현 정권 초기에 적폐 청산대상 1호였던 검찰이 현 권력을 돕는 적폐청산의 주역이 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검찰에 대한 정권의 의존도는 높아질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상징적으로 모양만 갖춘 채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요즘 검찰은 가히 무소불위다. 얼마 전 국정감사장에 윤석열 서울 중앙지검장의 앉은 자세가 모든 것을 보여준다. 국회의원의 질의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그런 식으로 삐딱하게 앉은 피감자는 역대에 없었다. 이 모습이 현 검찰의 위상이다. 검찰의 칼춤에 이미 지친 국민이 많다. 올 상반기에 발부받은 압수수색영장이 하루 평균 650개로 지난해보다 20% 늘었다. 개인의 인권보장은 정의의 칼날 앞에 구호로 끝나고 있다. 수십 차례의 압수수색이 다반사이고 별건 수사는 기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공저에 검찰 개혁만이 시대의 요청이고 국민의 열망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의 해법이 다 담겨있다. 공수처는 야당의 반대로 안 되고 있고 검경수사권 조정도 서로 줄다리기라는 이유로 지지부진이다. 역대 검찰은 항상 정권 초기에는 든든한 동반자였으나 중반기가 넘어가면서부터는 칼끝을 대통령과 측근에게 겨냥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문 대통령 역시 노무현 정권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검찰의 속성이나 비정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검찰을 개혁하지 않는 이유는 정권유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검찰 인사를 검찰에 맡기거나 객관적 제3의 기관에 맡기는 것은 정권 안위와 관계되니 도저히 할 수 없고 수사권 독립도 경찰에게 체면을 세워주는 정도로 타협할 것이다. 대통령에게 또 한 자루의 칼을 주게 된다며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야당에게 처장 임명권을 양보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그러니 검찰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진정한 검찰 개혁을 바란다면 자신의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말한 대로 실천하면 된다. 대통령은 그 책에서 “검찰은 이미 정치화돼 사실상 정치를 하고 있다. ··· 검찰이 지키고자 한 것은 자신들의 기득권이었다”라고 비판했다. 대다수 국민은 먹고 살기 바빠 검·경수사권 조정이니 공수처 설치에 별 관심이 없다. 그 와중에 검찰은 법원을 비롯해 정치·경제 전반에 걸쳐 칼을 휘두르고 있다. 경총, 소상공인연합회 등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단체에도 예외가 없다. 그러니 ‘검찰 공화국’이니 ‘압수수색 공화국’이니 하는 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 정권에서는 꼭 검찰을 개혁하리라 기대했는데 그 희망은 기대난망이다.
인천시가 전국 광역지자체 최초로 주요 정책에 대한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시민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상설 공론화 제도기구로써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시의 계획안에 따르면 공론화위원회는 시 공무원, 시의원, 갈등관리 전문가, 시민단체 등 15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고 분기별 정기회와 필요에 따라 임시회를 개최한다. 위원회는 공론화 의제선정, 시민여론 확인을 위한 1차 조사, 공공토론회 시민참여단 구성, 시민참여단 토론용 교육자료 작성, 공론토론회 개최, 공론화 결과보고서 작성 등의 업무를 주관한다. 공론화위원회는 간접민주주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적 과정의 하나로 선진국사회 곳곳에서 끊임없이 시도되고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의 제도적 상설화 기구에 대한 우려가 기대 못지않게 큰 상황이다. 더욱이 특정 사회적 갈등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기구가 아닌 상설기구는 그 본질적 기능과 역할보다는 오용과 남용의 소지가 우려된다. 지난 촛불 혁명 과정에서 대의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명해 국민이 직접 행동하고 바꿔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자신감도 얻었다. 그에 따라 정책과정에서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직접민주주의적 방식에 대한 긍정적인 모색의 토대가 마련됐다. 그 시작은 신고리 5·6호기 원전이었고 이어서 대입제도개편이었다. 그러나 아직 경험과 역사가 얼마 되지 않아 국가적 이슈에 도입한 결과 성공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고 갈등요인만 부각했다는 비판이 절대적이었다. 민선 7기 인천시 정부에 대한 일반 시민의 기대는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의 모색과 실천이다. 산재한 현안에 대해 그동안 시정부가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고 다양한 시민의 의견도 수렴했으리라 믿고 있다. 많은 시민은 이제는 더 미루지 말고 정책 방향을 설정해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냥 검토만 하는 시정부를 기다리는 데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특정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닌 시정 전반에 대한 공론화 기구를 상설화하는 것은 또 다른 검토기구를 통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한다. 특히 지방정부의 이슈는 국가적 이슈보다 공론화의 필요성이 크지도 않고 늘 시정의 각 분야에서 생활밀착형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필수이며, 의견이 축적돼 있다. 시정 이슈와 국가적 이슈의 특성을 혼동하지 말고 시민에게 결정과 책임을 미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시민참여를 통한 적극적인 현안의 해결은 신뢰와 리더쉽에 기초한 책임 있는 결단과 함께해야 한다.
언론인 카슈끄지의 죽음을 보면서 언론의 자유를 생각하게 된다. 사우디 정부의 발표는 마치 ‘탁’하고 치니 ‘억’하고 쓰러져 죽었다는 군사정권 시절 우리 경찰의 발표와 다를 게 없다. 국외로 망명한 반체제 언론인들에 대한 암살과 납치 시도는 지금도 일상 다반사다. 수백 명에 달하는 러시아 푸틴 반정부 국외 망명 언론인과 정적에 대한 암살, 숫자도 알 수 없는 중국의 언론인 탄압 등 오늘도 언론인들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국가별 언론자유 순위를 보면 사우디는 최하위권인 169위이고 우리는 43위, 언론 탄압국가인 북한은 꼴찌인 180위다. 사우디를 신나게 비난하고 있는 터키는 157위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반대하는 언론 대표는 판결이 나기 전까지 500여 일을 갇힌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사돈 남 말 하는 꼴이다. 최근 통일부의 탈북민 출신 기자 취재금지와 고성국씨의 유튜브에 대한 동영상 삭제·중단 파문이 있었다. 이낙연 총리와 여당은 연일 가짜뉴스 처벌을 외치고 있다. 자기에게 불리하면 가짜뉴스다. 가짜뉴스를 ‘허위조작’이라고 바꿔 부르면서 자기를 반대하는 진영을 탄압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정부의 ‘유언비어’ 단속과 다를 게 없다. 욕하면서 닮고 있으니 그 결말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항간에는 ‘대한민국에서는 거짓말할 자유는 있어도 사실을 말할 자유는 없다’는 말이 회자(膾炙)되고 있다. 어떤 명목이든 언론을 국가가 통제하려 들면 곧 반대세력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전체주의를 의미하게 된다. 소위 ‘가짜뉴스’의 진위여부를 정권이 판단하는 것 자체도 전체주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 44주년 기념 축사에서 “정당한 언론 활동을 탄압한 지난 국가권력의 부당함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지난 9월 미국 방문 중 문 대통령이 한국 언론과 탈북민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폭스뉴스 질문에 대해 “한국 역사상 지금처럼 언론의 자유가 구가되는 시기는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말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부가 더 잘 알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대통령이 말한다고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것이다. 사설이나 칼럼, 기사를 쓰는 언론인과 방송에서 현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이 주위로부터 ‘괜찮겠어?’ 라든가 ‘너무 세지 않아?’라는 말을 듣지 않는 나라가 대통령 말대로 언론의 자유를 구가하는 나라다. 영화 ‘더 포스트’에서 월남전쟁을 둘러싸고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행태를 고발한 워싱턴포스트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으로 분한 배우 메릴 스트립이 한 말이 가슴을 친다. ‘신문은 역사의 초고(草稿)다’
인천시는 지난 15일 민선 7기 시정운영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시민과 함께 수립한 시정비전 ‘살고 싶은 도시, 함께 만드는 인천’을 구현하기 위한 5대 시정 목표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 더불어 잘사는 균형발전, 대한민국 성장동력 인천, 내 삶이 행복한 도시, 동북아 평화번영의 중심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20대 시정전략, 138대 과제와 재정 및 입법 추진 계획이다. 이러한 시정계획에 이어 지난 25일 원도심 균형발전을 위해 2022년까지 총 3조 9천억 원을 투입해 개항장 문화시설을 활용한 문화재생, 승기천·굴포천·수문통을 생태하천으로 복원,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주변지역 도시재생 등 7대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그러나 그 구상에는 박남춘 시장이 시정의 모토로 주창한 시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시민이 시장인 인천특별시를 취임 초부터 강조하였으나 원도심 대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민의 주체적 참여가 전혀 없다. 5대 시정 목표에 첫째로 강조한 시민과 함께하는 시정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뿐이다. 5년간 50조 원을 투자하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관주도가 아닌 주민 스스로의 주거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거 대규모 도시개발과 재건축 일변도에서 벗어나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면서 열악한 주거환경을 지역주민이 스스로 개선하고 주민과 활동가들이 함께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관주도의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주민과 사람이 중심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지역의 많은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주민과 함께하면서 인천의 도시재생을 고민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내면서 인천의 새로운 원도심 재생방향을 논의하였다. 각종 세미나와 포럼을 통해서도 인천시의 체계적인 준비와 행·재정적 지원 체제를 주문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정부의 마중물 공모에 열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지속적인 도시재생을 위한 추진체계와 주민의견 수렴에는 소홀했다. 지속적인 도시재생을 위한 도시거버넌스 구축이 그 첫걸음임에도 불구하고 다급하게 관주도로 기존의 정책을 재탕한 것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주변지역 도시재생은 막대한 비용과 개발이익의 공유라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있어 주민이 참여한 정교한 이해와 재생철학의 정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도시재생은 과거의 개발방식과는 달리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라 장기적인 접근과 인내가 요구되는 것이다. 아울러 도시재생을 통한 도시균형발전은 더욱더 장기적인 인내와 주민의 참여가 요구되는 방안이다. 성급한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시민이 주인으로 함께 풀어갈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
요즘 종편이나 신문에서 ‘팩트체크’란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굳이 팩트체크란 말까지 써가면서 독자나 시청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은 한마디로 가짜뉴스 때문이다. 보수나 진보언론 모두 자기 진영에게 불리한 사안에 대해 팩트체크를 통해 열심히 강변한다. 현 정부는 그동안 미적지근하다가 얼마 전 이낙연 총리가 자신의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유튜브 등 온라인 가짜뉴스를 엄정처벌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박상기 법무장관은 “허위조작정보 배후의 숨은 유포자들까지 추적해 고소·고발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가짜뉴스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은 이미 충분히 있다. 정부에서 갑자기 호들갑을 부리는 이유는 문 대통령과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개인 유튜브나 보도가 호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심히 보면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크를 하는 곳은 대부분 친정부 언론들이다. 지금의 가짜뉴스는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고 빠르다. 소셜네트워크로 거리와 시간의 장벽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지구 반 바퀴를 돈다’는 말처럼 가짜뉴스는 빠르기도 하지만 불신과 분열을 낳는 원흉이다. 알아서 상대방을 음해하고 헐뜯는 사람은 내 편이고, 나를 공격하는 사람은 불구대천 원수다. 이 때문에 자신의 정적을 용서하고 포용한 링컨이나 만델라가 존경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문 대통령도 인간이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을 비난하는 야당과 보수언론, 반대자들이 미울 수밖에 없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하는데 섭섭하고 약 오를 수도 있다. 야당과 반대자들은 열심히 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그 방향이 다르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야당보고 바꾸라고 주문할게 아니라 그들의 주장을 귀담아야 하는데 지금 대통령은 야당은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러한 상황을 역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자신의 정책을 비난하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토론도 하고 설득도 하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면 국민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여론을 만드는 것보다 상반된 의견을 평가하는 공론의 장이 있다면 굳이 팩트체크도 필요 없고 서로 죽자고 싸울 필요도 없다. 역대 대통령이 싫어했던 이 길을 간다면 문 대통령은 성공할 수 있다. 가짜뉴스가 창궐하는 이유는 대통령과 정권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소통이 부족하고 반대파들을 포용하지 않는 데에서 기인하는 점이 훨씬 많다. 소득주도 성장에서 포용적 성장으로 간판을 바꾸었듯이 포용만이 가짜뉴스를 없애는 특효약이다. 가짜뉴스에 대한 과민반응보다는 불편한 진실을 포용하는 아량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