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정신

하드디스크는 한마디로 컴퓨터의 본체에 장착된 보조기억장치다. 컴퓨터의 기억장치는 주기억장치와 보조기억장치로 나뉘는데 주기억장치는 ‘휘발성’으로 PC를 끄는 순간 모든 기록이 날아가 버린다. 이에비해 보조기억장치인 하드디스크는 PC상에서 작성된 모든 문서나 파일이 그대로 기록, 보존된다. PC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자신이 작성한 데이터를 삭제하더라도 얼마든지 다시 복구할 수 있다. 대부분의 PC사용자가 사용하는 컴퓨터 운영체제인 윈도상에서는 ‘휴지통’을 통해 자신의 작업 흔적을 없앨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다양한 특수프로그램을 이용, 지워진 문서를 살려낼 수 있다. 특히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전기충격 등으로 인해 하드디스크가 파손되면서 모든 기록들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해도 전문가들의 손에 넘어가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복원된다. 딱딱한 매체의 기록장치라는 의미의 하드디스크는 크기가 보통 가로 10㎝, 세로 15㎝정도이며 제품마다 일정용량이 있어 용량을 초과해 작업이 지속된 경우, 초기에 작성한 문서나 파일은 지워질 수도 있다. 요즘 소위 ‘언론대책문건’파동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중앙일보 문일현 기자가 귀국직전 노트북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것으로 밝혀져 검찰수사가 암초에 부딪쳤다. 검찰은 기록을 복구할 대상자체가 없어져 디스크를 교체한 경위에 의혹을 갖고 기존 하드디스크의 행방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또 문기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 ‘신변보호’등을 목적으로 누군가에 맡겨 보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부분도 추궁중이라고 한다. 유감스럽기 짝이 없는 ‘언론대책문건’의 흑백은 밝혀지겠지만 하드디스크 보다 정확한 것은 사람의 정신이다. 정작 누가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지 궁금하다./청하

국회, 제발 정신차려야

국가채무는 국가수입이 국가지출보다 적은 경우에 발생한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또는 일반정부(중앙정부+지방정부)가 직접적인 원리금 상환의무를 진다. 금년말에는 지방정부 채무 약 18조원을 포함, 전체적으로 약 112조원이 될 전망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한국은행의 IMF차입금 7.2조원, 정부의 채무보증금 83.0조원을 합치면 무려 200조원이 넘는다. 경기악화로 조세수입이 급속히 감소되는 속에서 국채를 발행하고 공공차관을 도입해서라도 경제를 살리다 보니 국가채무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한 홍보라는 걸 들어보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에 힘 입어 지금 우리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음에 따라 세입이 늘어 국채발행 규모와 재정적자가 줄어 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특히 서민들은 믿지를 않는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기는 커녕 더욱 아프다고 신음한다. 2004년 이전에 균형재정을 이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씀씀이를 줄여나가는 고통을 감수하라고 한다. ‘마음을 놓아서는 안됩니다’라는 어린애 달래듯이 하는 말에는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 매겠습니다’라는 자성(自省)도 입에 발린 소리라고 생각한다. 그럼, 전에는 정부가 배를 불리기 위해 허리띠를 늘렸었느냐는 반문을 받는다. 어려움이 뒤따르더라도 국가채무를 줄여나가는 일에 국민 여러분의 참여와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또 “당신들이나 잘해!”라고 대답한다. 모름지기 정부는 잃어버린 도덕성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잘한 일 없다. 국회도 제발 정신차려야 한다./청하

‘10대취객’ 群像

모든 사물에는 때가 있다. 고등학생들의 음주를 금기로 삼는 것은 술마시는 것이 보기 싫어서가 아니라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취중의 심신에 변화를 일으키기 쉬운 음주는 몸과 마음이 아직 성숙되지 못한 고등학생 또래의 나이엔 여러가지로 유해한 탓이다. 인천시 중구 인현동 호프집 화재참사가 난지 며칠됐다고 불난집 인근의 호프집 상가에서 술취한 10대들이 또다시 비틀거린다고 한다. 해도 너무들 한다. 그토록 경을 치고도 마셔대고자 하는 10대들도 그렇고, 미성년자들을 상대로 술을 팔아먹는 업주들도 그러하다. 공권력을 비웃는 사회 병리현상의 단면이기도 하다. 호프집화재참사에 대한 책임소재 규명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터에 똑같은 고등학생 주점출입이 두렵지 않은듯 여전하니 말이다. 또 있다. 화재로 희생된 학생들의 음주에 도덕적 평가가 그 어디에도 찾아볼수 없었던 것은 큰 허점이었다.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과 젊은 나이가 아까운데 있는 것이지, 주점출입이 있을수 있는 일로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가서는 안될 곳을 간데대한 안타까운 질책은 전혀 없었음으로써 10대들에게 가치관의 혼돈을 일으킬 수도 있게 만들었다. 당국은 문제의 호프집 주인들을 적발, 행정조치를 취하긴 했다. 하지만 이웃 호프집에서 불이나 떼죽음 당하는 것을 보고도 정신 못차린 미성년자 상대의 술집 업주들이 행정처분으로 정신을 차릴 것인지는 의문이다. 10대들 술집 출입은 알게 모르게 많은 심각한 청소년문제가 돼 있다. 사회공동의 책임이다. 사회가 이를 외면하지 않는 관심속에 적극 대처해야 할 일이다./白山

사회주의 진로

‘여보게! 이토록 빨리 지하생활에서 권력으로 이행하다니! 이렇게 목메어 말한 레닌은 현기증이 난다며 자기 머리를 손으로 쓸어만졌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미소지었다.’ 트르츠키가 그의 자서전 ‘나의 생애’에서 볼셰비키 혁명의 성공에 감격한 레닌을 묘사한 대목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당시 레닌의 동지였던 트르츠키는 군사평의회 의장으로서 적위대를 지휘했다. 러시아 공산국가는 1922년 15개 공화국으로 구성된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소련)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금세기 후반을 냉전의 최대 위기로 몰아넣었던 소련은 1991년 마침내 고르바초프의 개혁개방정책에 의해 와해됐다. 레닌의 동상은 군중들에 의해 파괴돼 모스크바거리에 나뒹굴었다. 사회주의 원전(原典)은 사회주의 국가에서까지 부정돼 중국에 이어 쿠바조차 개혁개방에 나섰다. 북한은 김일성주의로 변질됐다. 8일부터 사흘간 프랑스 파리근교에서 제21차 사회주의 인터내셔널(SI)총회가 열리고 있다. 130여개국의 사회주의 계열 정당 및 기구대표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조스핑 프랑스총리, 슈뢰더 독일총리, 블레어 영국총리등 이른바 유럽 좌파지도자들이 참석해 사회주의 진로에 대한 열띤 토의가 벌어지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접목한 ‘제3의 길’과 중산층의 역할을 강조하는 ‘신사회주의’가 대립하고 있다. 그 어느 주장도 사회주의 원전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주의 혁명이론은 그만큼 쓸모없는 낡은 이데올로기가 돼버렸다. 레닌이 지하에서 이같은 실패를 안다면 이젠 좌절의 현기증을 일으킬 일이다./白山

우주쓰레기

미국의 허블우주망원경 관측결과를 통해 우주의 나이가 기존의 추정치 50억년 ∼200억년보다 젊은 110억년∼140억년이란 조사가 발표됐었다. ‘국립항공학 및 우주본부’의 두 천문학자팀은 처녀좌 성단에 있는 은하계 가장자리에서 신성(新星)의 존재를 확인, ‘우주의 나이는 생각보다 젊다’고 밝힌 것이 96년 5월이었다. 며칠전 연세대 우주망원경연구단 이영욱교수팀이 지구와 가장 가까운 새로운 은하계를 발견, 학계를 흥분시켰다. 이 연구는 세계적 권위를 지닌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에 실려 은하계 형성의 비밀을 규명할 수 있는 자료로 높이 평가받았다. 새로 발견된 은하는 100억년전 태양계가 포함된 우리 은하와 충돌하면서 중심핵이 남은 것이라고 한다. 지구와 가장 가깝다는 새 은하계와의 거리가 1만5천광년이라니 우주의 무변광대함이 실로 경외롭다. 태양계 행성의 하나인 지구가 지구주위를 둥둥 떠다니는 약 10만여개의 우주쓰레기로 인한 엄청난 사고위험을 우주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우주쓰레기는 용도폐기한 무인탐사선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버린 공구등 쇠붙이에 이르기까지 크기가 다양하다. 이런 우주쓰레기가 문제인 것은 초속 6㎞이상의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4년전엔 프랑스 인공위성의 6m규모의 팔이 우주쓰레기와 충돌해 파괴됐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쓰레기와 부딪쳐 그동안 손상된 우주왕복선 표면 타일을 50여장이나 바꾸었다. 우주쓰레기를 레이저로 태우거나 자력으로 흡수하고, 아니면 더높은 우주궤도로 추방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말처럼 쉽지 않아 걱정들이다. 지구가 고민하는 우주쓰레기는 무변광대한 우주의 일각에 불과하긴하나, 문명의 발달은 지상뿐만이 아니고 우주까지 쓰레기공해를 일으키고 있다. 우주쓰레기 문제는 21세기엔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白山

정기국회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은 국민의 세부담이 전제되기도 하는 거액의 공적자금투입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투신회사부실에 3조원의 공적자금을 들인다. 대우 손실부담액 12조5천억원은 결국 은행돈을 떼일판이다. 은행 구조조정에 들어간 국민의 세금이 이렇게해서 명색없이 작살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말 그대로 ‘안정’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금융대란설은 여전하여 경제불안이 해소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통화량은 세배나 늘어 연말물가가 심히 불안하다는 전망은 이미 보편화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정이 이런판에 정치권은 ‘언론문건’에서 엉뚱한 ‘빨치산’ 논쟁으로 번져 공방이 한창이다. “대통령이 빨갱이라면 대통령을 뽑은 국민은 무엇이냐?”(이만섭 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 “빨치산이 아니면 됐지 뭘 그러나!”(이회창 한나라당총재). DJ를 가리켜 “빨치산수법’ 운운한 정형근의원의 부산집회 발언은 문제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부영 한나라당원내총무가 “정의원 발언은 적절치 못했다”고 말했으면 이젠 여당이 아량을 보이는게 좋다. 정치권의 말꼬리잡기 싸움을 보기엔 이제 국민들이 지쳤다. 생산하는 정치가 되기 위해서는 여야가 싸워도 정기국회에 산적한 민생현안을 놓고 싸워야 한다. 정치개혁입법을 두고 다투어야 하며, 속으로 골병들고 있는 거품경제를 두고 따져야 한다. 언론대책문건도 이런저런 할일을 해가며 규명해야 한다. 금세기 마지막 정기국회가 마냥 겉돌고 있다. 정기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할 책임은 여야 모두가 국민에게 자유로울수 없다. /白山

국경일의 뜻도 모르는가

‘한글’의 ‘한’은 우리 겨레를 일컫는 ‘韓’외에 ‘大’의 뜻도 지닌 말로서 직접적으로는 ‘대한제국’의 ‘韓’과 관련되는데 1910년 주시경·최남선 등이 ‘언문(諺文)’, ‘조선문자’란 명칭을 ‘한글’로 고안하였다고 전한다. 우리말과 글은 갑오경장 이후 ‘국어’ ‘국문’으로 불리었으나 1910년 국권이 상실된 이후에는 이 말을 쓸 수가 없었다. 이러한 형편에서 주시경은 ‘국어’ ‘국문’ 대신에 ‘한나라말’과 ‘한나라글’이란 말을 만들어 썼다. 그후 ‘한나라말’을 줄인 ‘한말’, 우리겨레의 말글이란 뜻의 ‘배달말글’이란 용어를 사용하다가 1913년부터 ‘한글’이란 말을 사용하였다. 한글날 기념식을 처음으로 거행한 것은 1926년인데 10월 9일이 아니라 11월 4일, 음력으로 9월 29일이었다. 음력 9월에 ‘훈민정음’을 책자로 완성했다는 실록의 기록에 근거하여 9월 29일을 반포의 날로 보고 기념식을 거행한 것이다. 기념식을 거행하는 중에 이날을 부를 명칭으로 ‘가갸날’로 하기로 결정했다. 당시에 한글을 배울 때 ‘가갸거겨’하면서 배웠기 때문이었다. 한글날을 양력으로 지내기 시작한 것은 1931∼1932년 무렵이다. 그후 양력계산을 그레고지오력(Gregorio歷)으로 하여 1934년부터는 10월 28일을 한글날로 하였고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 때 까지 지속됐다. 지금의 10월 9일의 한글날이 된 것은 1940년 7월 발견된 ‘훈민정음’(해례본)에 나오는 기록에 따른 것이다. 이 책의 서문에 9월 상한(상순)에 반포된 것으로 돼 있어 9월 상한의 마지막 날인 9월 10일을 양력으로 다시 계산한 것이 10월 9일인 것이다. 한글날의 이러한 유래를 되돌아 보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한 국가의 처사는 잘못됐어도 너무 크게 잘못됐다. 자기나라 글을 존중하지 않는 국가가 이 지구에 어디에 또 있는가.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정해야 마땅하다. 하기야 한글날을 국경일에서 제외안한 것만도 다행이긴 하다./淸河

문화유산의 관광화

최근 세계각국은 문화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고대도시의 폐허, 고성(古城), 고궁, 사원, 박물관은 물론이고 유명문인, 화가, 음악가 등 예술가의 생가와 묘소까지도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문화유산의 관광화는 외화획득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국가이미지 홍보에다가 자국민의 자기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예술문화발전에 공헌한 인물들의 생가나 그들이 생애의 어느 기간동안 작품활동을 하며 지내던 주거지가 기념물로 지정되어 보존된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외국여행을 한 번쯤 다녀온 사람들은 그 나라 에술가의 생가나 기념관에 안내되어 관람하고 설명을 들으며 감회에 잠겼을 것이다.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문인이나 예술가가 몇명이나 있느냐고 반문하면 안된다.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서도 사랑을 받는다는 격언이 있다. 자기 자신을 멸시하면서 다른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 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내가 나를 소홀히 하고 얕잡아 보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는 나를 존중히 여기고 관심을 가지라고 요구할 수가 있는가. 파리는 파리의 분위기를 지녔고 로마는 로마의 분위기를 지녔다. 아테네, 이스탄불, 카이로, 예루살렘, 델리, 방콕 등이 각기 독특한 문화분위기를 지녔듯이 한국은, 한국의 분위기와 역사가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잘 보존돼 있는 문화유산마저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없애려 하고 있다. 훌륭한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수난을 당하는 시대이다./淸河

‘고3병’

교육부가 주관하는 대학입학 자격고사를 닷새동안이나 치른다. 이어 학군별시험이 또 있다. 교육부주관 대입자격고사의 특징으로 철학과목을 꼽을 수 있다. 다선 주제 가운데 한 가지를 선택해 논문형 답안을 기술한다. 대입자격고사를 끝냈다고 해서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대입시험을 위해 밤을 새가며 피나는 수험준비기간에 들어간다. 이 때문에 중학교졸업후 직업훈련 코스를 선택하는 고교생들이 해마다 느는 반면에 대입진학반은 줄어들고 있다. 대입진학이 줄어도 대학가기가 어려운 것은 여전히 어렵다. 프랑스 ‘고3’들 얘기다. 프랑스는 이같은 대학입학시험을 100년 넘게 실시해오고 있다. ‘고3병’은 한국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고3’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일본의 ‘고3’들도 대학입시경쟁이 치열하다. 다만 다른 것은 한국만이 ‘고3병’에 유난스럽게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입시는 거의 해마다 뜯어 고쳐 왔으면서도 아직껏 갈팡질팡 하고 있다. 2000년 무시험전형이란 것도 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고3병’은 당연한 경쟁이다. 사람살이의 무수한 경쟁과정에서 첫 시련인 것이 대입시험이다. ‘고3병’을 부정적으로 보는 어른들 시각이 미래의 주인공들을 잘못 키우지 않나 싶다. 적어도 대학을 가고자하는 ‘고3’은 코피도 쏟고 잠도 제대로 못자는 프랑스 ‘고3’같은 수련을 거치게 하는 것이 정상이라 할 것이다. 우리들은 우리의 아이들을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 ‘고3병’ 배격의 과보호도 그런중에 속한다./白山

정치자금

미국도 고비용정치를 개탄하긴 한다. 그러면서도 선거법개혁등 막상 고비용제거장치같은 입법조치는 반대하는 것이 미국 정계다. 지난 97년 9월 공화당 미치맥코넬 상원의원은 4선에 도전하면서 “정치엔 돈이 필수”임을 공공연하게 주장, 선거비용 상한선도입을 반대했다. 같은해 포드 민주당 상원 부총무는 선거비용 450만달러를 감당할 수 없다며 5선출마를 포기했다. 공화당의 부시대통령 재출마때 민주당 대통령후보 지명획득을 위한 예선에 참가한 송거스 전 매사추세츠주지사는 100만달러의 빚을 진채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역시 예선에 나섰던 케리도 140만달러의 부채에 눌려 자금부족으로 물러났다. 이로써 클린턴 아칸소주지사의 민주당대통령후보가 사실상 확정지어졌던 것이다. 당시 클린턴이 모금한 돈은 820만달러로 송거스의 모금액 420만달러에 비해 두배 가까이 많았다. 이에 송거스는 “돈이 정치인들에게 어머니의 젖과 같은 것이라면 우리의 어머니들은 가슴을 풀어놓는데 인색했다”며 지지자들의 모금액이 적은 것을 한탄했다. 2000년 대통령선거와 상·하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미국 정치판은 또한번 거센 돈바람이 일고 있다. 대선·양원의원 후보들이 동원할 선거자금을 자그마치 30억달러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의회는 정치자금규제 개혁법안을 부결시켰다. 미국의 정치권이 개혁법안을 부결해도 타락하지 않는 것은 정치자금 모금이 투명화돼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치권은 미국처럼 정치자금이 투명하지도 못하면서 개혁입법을 자꾸 늦추고만 있다./白山

까치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영롱한 색깔을 뿜으며 물에 떠내리는 궤짝을 따라가면서 까치가 울었다는 것은 석탈해왕 탄생신화다. 까치작자인 ‘鵲’에서 한쪽을 뗀 ‘昔’을 성씨로 삼은 유래가 이에 기인한다. 견우직녀가 만나는 오작교를 놔주는 것도 까치이며 ‘까치의 보은’이란 설화가 있다. 까치는 예로부터 이처럼 상서로운 새로 인식됐다. 유라시아 대륙의 온대와 아한대, 북미주 서부등지서 번식하며 한반도에서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전지역에서 볼 수 있는 텃새다. 길조, 익조로 민화에 많이 등장하고 동요로도 널리 노래 불리운 까치가 귀찮은 해조로 전락된 것은 시속의 변화일까. 다익은 과수원의 과일을 파먹어 과수농가의 미움을 사고있다. 전봇대에 집을 짓는 바람에 단전의 원흉으로 꼽혀 까치퇴치운동을 한전이 벌인지가 수년됐다. 흥미로운 것은 까치가 남한에서만이 푸대접받는 것이 아닌 점이다. 북한에서는 이른바 ‘김일성수령교시’로 ‘까치집 털기작전’을 주민사업으로 벌인적이 있다. 한전 김포지점이 김포시가 상징의 새로 삼고 있는 까치를 다른 조류로 바꾸어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들어 김포시내 정전사고 111건중 74%에 해당하는 82건이 까치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같은 피해로 해마다 전국의 복구설비로 들어가는 돈이 자그마치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비단 한전뿐만이 아니고 전력수요가의 입장에서도 이젠 까치가 반가운 새만은 아닌 것이 사실이다. 전기를 모르고 살았던 조상들이 지금 사람들의 까치홀대를 알면 뭐라고 할는지. 문명의 발달은 이처럼 자연에 대한 인식의 변화까지 요구한다./白山

깨끗한 사무실

직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똑같은 자료를 두번 복사하는 경우가 있고 사무용품을 불필요하게 많이 신청해서 제대로 다 쓰지도 못하고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또 사무기기의 작동법을 잘 몰라 파지를 여러장 만들기도 하고 문서를 재작성하다가 수십장씩 파지를 내는 경우도 흔하다.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이나 관공서 등 직장에서 이렇게 버리는 파지를 모은다면 그 양이 얼마나 될까. 또 문서를 재작성하거나 자료를 정리해 놓지않아 찾느라고 허비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없지만 자원이나 시간 모두 엄청난 낭비를 하고 있음은 추정이 가능하다. 미국 내에 있는 기업의 경우, 연간 160만조 장 이상이나 되는 종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중 13% 정도는 미숙한 기계사용으로 잘못 복사돼 나온 종이라고 한다. 이러한 자원과 시간의 낭비를 막기 위해 최근 ‘두산’등 우리나라 기업에서 실시하고 있는 ‘깨끗한 사무실(Clean Office)’이란 운동은 더러운 일이 하도 많이 벌어지는 세상이어서 그런지 신선하기까지 하다. ‘깨끗한 사무실’운동이 정착되면 비용절감과 업무효율 면에서 커다란 효과를 거둘 수 있음은 물론이다. 프린터나 복사기의 기능을 정확히 익혀 종이가 불필요하게 낭비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나 이면지를 사용하는 일, 직장 사무용품을 내집 물품처럼 아껴쓰는 일등은 내가 바로 지금 실천할 수 있는 ‘깨끗한 사무실’운동이다. ‘깨끗한 사무실’운동은 가정에서의 쓰레기 분리수거와 함께 환경오염을 줄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깨끗한 사무실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마음속도 깨끗하게 보인다./淸河

경비행기

미국은 경비행기 천국이다. 수백㎞ 떨어진 곳으로 1박2일의 주말 캠핑을 다녀오고 먼 외딴 섬에서 나들이 외식을 즐기고 그날로 돌아온다. ‘세스나’같은 경비행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문업체에서 세를 내기도 하지만 자가용 경비행기를 갖고 있는 부유층들이 점점 늘어 ‘리어제트’등 경비행기 제조업계가 호황을 누린다. 미국경제의 경기호황에까지 힘입어 경비행기 선호바람은 가속화하고 있다. 가뜩이나 모험심 많은 미국인들이 창공을 날으는 해방감과 함께 생활편익을 만끽하고자 하는 것이다. 미항공당국은 지난해 민간인 경비행기 운항을 20만여편으로 집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명사고는 361건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의 상업용 항공기 인명사고가 1건이었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사고율이다. 경비행기는 아무래도 기상조건 돌변에 대처능력이 약한 탓이다. 지난 7월 케네디 2세의 경비행기 추락 사망에 이어 25일 오전(현지시각) ‘그린의 신사’라 불리운 프로골퍼 스튜어트(42)가 미 사우스다코타주 에드먼드카운터에서 역시 경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했다. 플로리다 올랜드를 출발한 그는 댈러스에 들러 잠시 일을 보고 휴스턴서 열리는 올 미 프로골프 마지막 대회인 ‘투어 챔피언십’에 참가할 계획이었다. 클린턴대통령은 빗속에도 혼자 골프를 치는 골프광 그답게 스튜어트의 죽음을 애석해 하는 애도 성명을 즉각 발표했다. 메이저대회 세차례 우승을 포함, 통산 18승의 위업을 남긴 ‘스튜어트 신화’는 결국 경비행기 추락이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프로정신

프로선수는 자신의 몸이 곧 상품이다. 이것이 프로정신이다. 요즘 국내외 유명 프로선수의 잇따른 추태는 프로정신을 잊은 처사로 스포츠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어웨이경기 7차전 삼성과 롯데의 경기를 난장판으로 만든 롯데 용병 호세의 추태도 그렇다. 호세는 롯데가 0-2로 뒤진 6회초 2사후 중월1점홈런을 날렸다. 3루를 돌때 관중에서 물세례가 날아들고 홈인해서도 1루석에서 라면국물 등이 또 날아들었다. 호세는 화를 내며 야구 방망이를 관중석에 내던지면서 장내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핵주먹 타이슨은 지난 24일 라스베이거스에서 노리스와 가진 복귀전 1라운드 종료후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는 반칙을 범해 게임이 무효화됐다. 미국 프로야구의 우상이었던 왕년의 홈런왕 행크 아론은 어느 원정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치자 관중석으로부터 “야! 이 곰아!”하는 야유를 받았으나 오히려 손을 들어 웃어보였다. “나는 오늘 영예로운 닉네임을 팬으로부터 얻었다. 곰이라고 불러준 사실에 감사한다”고 말한 것은 경기가 끝난뒤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서였다. 불멸의 프로복싱 영웅, 무하마드 알리는 “나에 대한 관중의 야유는 나에 대한 관심이며, 나는 그들의 관심에 흥미를 갖게해 줄 상품으로써의 가치가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한적이 있다. 관중없는 프로경기, 팬없는 프로선수는 이미 프로일 수가 없다. 그러므로 프로선수는 어느 경우든 자신의 몸을 상품으로 관리할 줄 아는 철저한 프로정신의 추구가 요구된다. 관중의 야유에 화를 내거나 반칙을 일삼는 프로선수는 그 자신이 프로이기를 포기하는거나 다름이 없다.

매머드

인류는 진화사상 원인(猿人), 원인(原人), 구인, 신인, 현생인류로 분류한다. 원인(猿人)은 유인원을 닮은 인류적 특징을 지니고 있었으며, 원인(原人)은 30만∼70만년전의 화석인류에서 추정할 수 있는 형태로 뇌용량은 800∼1천200㏄정도다. 구인은 홍적세(洪積世), 즉 신생대 제4기무렵의 인간으로 지구는 이때 빙하기였다. 신인은 홍적세후기, 그러니까 1만∼3만년전의 사람으로 활과 화살등을 사용하였다. 현생인류는 신인을 직접의 조상으로 하는 현세인류를 지칭한다. 지구가 생성된 것은 약 30억년이다. 원인(猿人)을 인류의 시초로 친다해도 지구가 생기고나서 지나도 한참 지난 백만년도 못된다. 매머드(mammoth)는 인류의 구인연대에 해당하는 홍적세 빙하기의 거대한 코끼리모양의 동물이다. 이빨만도 2∼3m나 되는 거구가 긴털로 덮여있었다. 아시아, 유럽, 북미에 이르는 북반구 거의 전역에서 매머드의 뼈가 나오곤 했다. 이같은 매머드가 멸종된 것은 지구가 행성과의 충돌로 급격한 기후변화를 일으킨 탓으로 보는 설이 있으나 확실치 않다. 요즘 매머드 발굴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러나라의 과학자들이 참가한 북극탐험대가 시베리아 타이미르반도 얼음구멍에서 2만3천년전의 털복숭이 매머드를 거의 원형대로 발굴, 학계를 흥분시켰다. 키 3.6m에 몸무게가 10t이나 되는 매머드의 나이는 47세로 추정됐다. 탐사팀은 발굴된 매머드를 통해 멸종의 원인을 규명하고 유전자를 찾아 형질이 비슷한 코끼리 난자를 통해 매머드복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복제시도의 성공은 장담할 수 없지만 자연의 법칙에 의해 도태된 매머드를 공연히 환생시키는 인간의 극성이 재앙을 자초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가요와 엔카

노래는 가사도 가사지만 곡조가 가사에 담겨있는 정서를 전한다. 가사내용을 모르는 외국인의 노래를 듣고도 감정을 함께 할 수 있는 이유가 이때문이다.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우리 노래가운데 가수 남진이 부른 ‘가슴 아프게’가 있다. 한번은 이를 애창한 일본인 친구가 ‘가슴 아프게’가 무슨 뜻이냐고 물어 ‘마음이 아프다’는 뜻이라는 설명을 한참 듣고나서 의문이 풀리는 듯한 표정을 짓는걸 본적이 있다. 그러나 처음엔 ‘무네’(가슴)가 왜 ‘고꼬로’(마음)냐며 되물어 우리 말로는 마음을 더 깊게 강조하는 상징어로 ‘가슴’이라고 표현한다는 설명을 듣고나서 비로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곡조가 가사의 정서를 전달하는 가운데도 나라마다 어법에 따라 이처럼 선뜻 이해가 잘 안되는 대목이 더러 있다. 지난 토요일 경기문화예술회관에서 한국노래를 좋아하는 일본인 열성팬들의 한국가요경연대회가 사단법인 한국가요작사작곡가협회 경인지부 주최로 있었다. 출연자들중엔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 ‘신토불이’ ‘미스고’ ‘마음이 울적해서’ 등을 열창,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은 것으로 전한다. 한국가요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많은 것은 오래됐지만 이처럼 우리나라까지 와서 경연대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대중문화의 개방은 장차 일본 가요인 ‘엔카’도 건너오게 된다. 일본사람들이 가요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있어도 우리가 엔카를 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폐쇄적 사고방식이 행여 대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일본사람들이 우리 가요를 즐긴다고 해서 자신들의 혼을 잃은 것은 결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치한 자폐의식이 아니고 온건한 마음가짐이다./白山

사람이 개구리를 닮아간다?

개구리의 신경조직은,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에는 반응하지 않지만 급작스런 변화에는 신속히 반응한다고 한다. 그래서 커다란 그릇에 개구리와 물을 넣고 아주 약한 불에서 시작하여 온도를 높이면 개구리는 물이 점점 끓어오르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다가 결국은 죽는다고 한다. 1989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위기에 처한 개구리’라는 실험이야기를 특집으로 다룬 내용이다.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 숫자이지만 지구의 나이는 약 45억년이고 인간은 200만년 전쯤에 생겨났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을 지구는 아름다운 모습과 풍요로움을 잃지 않고 잘 간직해 왔다. 그러나 인간은 문명이 발달할수록 물질적인 욕망과 안락함을 위해 자신들에게 닥칠 엄청난 재앙과 피해를 생각하지 못하고 유일한 삶의 터인 지구를 지금도 파괴하고 있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우리의 강산, 물, 공기는 깨끗했다고 회상하고 있다. 계절마다 바뀌는 색깔의 꽃과 음악과도 같은 새소리, 하얗게 내리는 눈, 비를 흠뻑 맞아도 상쾌한 추억들이 있다. 모두가 지구에 살고 있는 덕분이다. 그런데 그 지구를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환경이 서서히 파괴되어 회복하지 못할 때 까지 무심히 방치한다면 인간도 점점 끓어오른 물속의 개구리처럼 어처구니 없게 죽을 것이다. 우리는 환경이 소중함은 알면서도 실험물 속의 개구리같은 우둔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다. 나부터 먼저 병들어 신음하고 있는 지구 보존을 위해 할일을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淸河

대기(大氣)

사람은 음식을 먹지 않고는 5주일, 물을 마시지 않고 3∼5일을 견딜 수 있지만 공기를 마시지 않고는 단 5분도 살 수 없다. 보통 사람은 하루에 1.5㎏의 음식물을 섭취하고 2.3㎏ 정도의 물을 마시는데 비하여 공기는 무려 10배 이상이나 되는 15㎏정도를 호흡해야 한다. 이렇듯 인간에게 귀중한 대기의 구성성분은 질소 78%, 산소 21%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데, 산소는 약 35억년 전부터 물리·화학적 변화에 의해 생성되어온 산물이다. 사람이 정상적인 생리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대기 속의 산소농도는 20% 정도이다. 각종 오염물질 때문에 대기 중에 있는 산소농도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사람뿐만 아니라 생태계에 여러 가지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된다. 대기오염은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 사용,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다섯 가지 1차 오염물질인 일산화탄소·탄화수소·질소산화물·황산화물 및 분진 등과 1차 오염물질간에 일어난 화학반응으로 생긴 2차 오염물질에 의해서 발생된다. 오늘날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대기오염의 80%, 소음의 75%는 자동차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따라서 올바른 운전습관과 경제속도를 준수하고 적기에 자동차를 잘 정비한다면 에너지의 절약은 물론 대기오염까지도 줄일 수 있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며칠전 경기, 인천, 서울 등 수도권 3개 시·도가 수도권의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구성한 ‘수도권 대기질 개선 광역협의회’는 때는 늦었지만 그래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대책이다. 협의회를 운영하는 당국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절실히 재인식하고 대기를 살리는 일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淸河

김치전쟁

‘조센징기무치 쿠사이’라고 했다. 김치를 냄새난다며 이토록 혐오했다. 일제시대 당한 수모다. 그런 일본 사람들이 차츰 김치에 맛들여지기 시작하여 지금 일본의 반찬가게엔 김치가 필수품으로 진열돼 있다. 2차대전후 김치가 크게 확산된데는 재일동포들의 음식문화 영향도 한몫했다. 기업품목화하여 일본에 수많은 김치공장이 생겼다. 아무래도 자기네들 솜씨로는 제맛이 안난다하여 본고장인 우리네 주부들을 ‘기무치 센세이’로 초청, 김치공장의 선생노릇을 하게 한 것이 15∼20년 전이다. 이렇게 해서 김치담그는 솜씨를 익히고 배운 일본사람들이 지난 96년 애틀랜타올림픽땐 선수촌에 납품계약을 서둘렀다. 우리 농협이 뒤늦게나마 이를 막아 납품하긴 했지만 당시 일본은 국제사회에 김치의 종주국임을 자칭했다. 김치종주국은 정부가 3년여의 논쟁끝에 Codex(국제식품규격위원회)에 우리식으로 국제규격화하여 한국임을 못박아 두었다. 국제규격화란 김치생산에 필요한 필수원료, 선택원료, 첨가물 등을 포함한 전래수법을 명문화 한 것이다. 그러나 김치논쟁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미련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최근 일본은 무나 배추를 간장에 버무린 저들의 ‘아사즈케’란 것을 김치에 포함시키기 위한 국제사회의 로비에 나섰다. 이를테면 그러므로 하여 김치의 공동종주국의 위치를 굳히려 하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의 ‘아사즈케’는 장아찌의 일종으로 우리는 김치로 치지도 않는 것을 저들은 김치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우기고 있다. 이에 농림부는 이미 Codex에 규격화한 김치의 사례를 들어 “아사즈케는 절대로 김치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경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본측은 ‘김치문제엔 자기들이 양보했으니 아사즈케문제는 한국이 양보해달라’며 좀처럼 집념을 버리지 않는다. 이 일이 양보받고 양보할 일도 아닌데 말이다. 정말 끈질기다.

幹部와 姦夫

세계에서 우리말처럼 어휘가 풍부하고 정서표현이 다양한 언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같은 말도 말하기 나름에 따라 상대가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또 글자로 쓰면 똑같은 말도 발음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의 언어가 되는게 많다. 예를 들면 ‘감사’는 짧게 발음하면 감독하고 검사한다는 뜻의 ‘監査’가 되는데 비해 길게 발음하면 고맙다는 뜻의 ‘感謝’가 된다. 또 ‘간부’도 짧게 발음하면 ‘幹部’가 되지만 길게 발음하면 엉뚱한 ‘姦夫’가 된다. 감사와 간부의 두 낱말은 監査와 幹部의 어휘로 많이 사용된다. 특히 텔레비전 뉴스에 아주 많이 쓰인다. 대부분의 뉴스 진행자들은 이를 잘못 발음하고 있다. ‘감사원’을 ‘感謝院’으로 길게 발음하는가 하면 ‘간부회의’를 ‘姦夫會議’로 발음하는 웃지못할 실수가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또 반대로 ‘感謝’의 뜻이란 말엔 ‘監査’로 짧게 발음하기도 한다. 뉴스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특별한 자체교육이 요구된다. 발음을 잘못 보도하고도 당연한 것처럼 묻혀가는 것은 큰 언어공해다. 텔레비전 방송이 지닌 막강한 영향력은 이처럼 잘못된 언어공해까지 여과없이 대중에게 파급된다. 우리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방송이 더이상 되어서는 곤란하다. 비단 앞서 든 사례만도 아니다. 프로그램의 객원은 사투리를 써도 프로그램 진행자는 표준어를 써야 하는 것이 방송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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