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공동체 회복… 경기 동부권 ‘고립감’ 없앤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⑦]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 동부권 예방 활동 경기 동부권의 키워드는 ‘도농복합’이다. 일부 지역은 강원도·충청북도와 맞닿고 있는데 그만큼 ‘수도권 규제’로 인한 고통이 상존한다. 옆 동네는 개발 중인데 우리 동네는 ‘경기도’라는 이유로 개발이 이뤄지지 못해서다.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기댈 수 있는 건 ‘마을 공동체’ 밖에 없었다. 그래서 경기 동부권의 고의적 자해 예방을 위한 활동은 대개 ‘고립감 해소’에 시선을 두고 있다. 8일 경기알파팀은 ‘권역별 분석’의 마지막으로 경기 동부권을 전한다. 경기 동부권은 용인시, 성남시 등 사실상 남부권에 가까운 지역과 함께 광주시, 이천시, 양평군, 여주시 등을 묶었다. 총 6개 지자체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파악한 경기 동부권의 지난 2023년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평균 25.8명이었다. 관련 통계가 처음으로 집계된 1998년(25.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1998년 당시 경기 동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25.0명으로 도내 5개 권역 중 가장 높았다. 1980년대 말부터 분당 신도시 등 대규모 택시 개발이 이뤄지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정주 여건 격차를 느낀 사람이 많았던 점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경기 동부권은 2001년 역대 최저 기록인 18.0명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며 2023년엔 25.8명으로 30여년 전과 유사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최근에는 북부·서부권 등의 수치가 더 높아져 동부권은 ‘1위’에서 벗어나게 됐다. 상대적으로 경기 동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이 크게 늘지 않은 이유는 ‘공동체 중심’의 예방 활동이 꼽힌다. 1980년대 산업화로 인한 고도성장, 1990년대 통신 및 교통수단 발달 등으로 인해 ‘공동체 문화’가 점차 사라졌는데, 비수도권과 밀접한 경기 동부권은 도농복합 지역으로 아직 ‘마을’ 중심의 유대감이 남아있어서다. 실제로 경제발전 시기에 전국적인 고의적 자해율이 계속 높아졌던 만큼, 경기 동부권은 과거 공동체 문화를 통해 고의적 자해율 감소의 해답을 찾기로 했다. 대표적으로는 ‘아파트 단지 중심 안전으뜸마을(성남)’, ‘생명사랑 마을공동체 이웃사촌 프로젝트(여주)’, ‘노인 대상 마음새 프로그램(용인)’ 등이다. 또 이천시와 양평군의 ‘생명존중 안심마을’ 사업 진행으로 마을 단위 공동체 문화 확산도 고의적 자해 감소에 노력하고 있다. 경기 동부권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고의적 자해 예방을 위해 농촌 지역 실정에 맞춰 마을 주민간 서로의 안위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으며, 일부 사업은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되기도 했다”며 “마을 단위 사업을 지역 내 민간 협력 사업으로 확장해 다양한 기관과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협력을 더욱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웃사촌끼리 서로 돌봐주며… 하나 되는 ‘경기 동부 간략하게 경기 동부권 내 지자체들의 고의적 자해율을 짚는다. 전반적으로 용인, 성남, 광주, 이천은 증가세고, 양평, 여주는 감소세다. 1998년 성남의 고의적 자해율(13.1명)은 권역 내 최저치였다. 용인(19.4명), 광주(22.2명), 이천(24.8명), 양평(35.6명), 여주(34.7명)에 비하면 한참 낮았다. 하지만 도시 성장 및 인프라 개발과 함께 이러한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2023년에는 ▲용인 23.5명(1.3명 ↑) ▲성남 24.1명(11.0명 ↑) ▲광주 29.5명(7.3명 ↑) ▲이천 27.1명(2.3명 ↑) ▲양평 19.5명(16.1명 ↓) ▲여주 30.9명(3.8명 ↓) 이 된 것이다. 경기알파팀은 ‘도시 급성장’과 ‘공동체 문화 감소’에 영향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고의적 자해율이 상승한 도시들은 1인가구가 늘었고, 하락한 지역은 그 반대였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자살실태조사’ 결과만 봐도 2인 이상 가구에서 고의적 자해를 생각한 비율(13.7%)보다 1인 가구에서 그를 생각한 비율(18.7%)이 더 높다. ■ 마을공동체 ‘이웃사촌’ 통해 어려운 ‘짝꿍’ 돕는 여주 경기 동부권에서는 실제로도 ‘공동체 문화 확산’을 통한 고의적 자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었다. 마을 단위 공동체 정신을 통해 이웃끼리 서로를 돌봐주는 문화를 만들자는 뜻이다. 첫 번째로 지역 네트워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여주시였다. 여주시는 지난 2013년 농촌형 노인자살예방사업으로 생명사랑 마을공동체 ‘이웃사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장 등 마을 관계자들과 지역 노인 간 짝꿍을 맺어 주민 스스로 마을 내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을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이웃사촌’ 프로젝트는 노인들의 우울감, 고립감 해소에 큰 역할을 했다.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던 2013년 여주시의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38.7명이었으나, 사업이 점점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2015년엔 고의적 자해율이 30.9명으로 크게 줄었을 정도다. 공동체 문화 형성을 통한 고의적 자해율 감소 효과를 거둔 여주시는 2016년부터는 ‘동행-동네방네 행복만들기’ 사업으로 지역 전체로 조성 범위를 넓혔다. 여주시자살예방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내 의료기관, 노인복지관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매년 1~2회 생명사랑검진을 통해 고위험군 조기 발굴부터 치료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생명존중안심마을로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고승아 여주시자살예방센터 생명존중팀장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마을 공동체 의식 회복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마을 단위 예방책을 실시했다”며 “사업 시행을 통해 노인들의 우울감과 고독감이 크게 완화됐으며, 이웃 간 돌봄체계 조성으로 위험군 조기 발굴 등 고의적 자해 예방에도 공동체 의식 회복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 대도시 ‘성남’은 아파트 단위 예방책 모색…‘안전으뜸마을’ 대표적 도시화가 진행된 성남시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첫 선을 보인 ‘안전으뜸마을’ 사업은 성남시 내 임대아파트 등 고의적 자해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성남시는 마을 단위 평가 등을 거쳐 5층 이상 단지를 중심으로 고의적 자해 취약지역을 선정했고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 홍보활동을 펼쳤다. 문화 조성에 있어 관 주도의 정책 시행보다 입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전으뜸마을로 선정된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 내 현판을 비롯해 옥상 열쇠보관함이 설치되며 옥상 출입문과 복도 창문에 고의적 자해 예방 안내 문구 부착과 입주민 대상 생명지킴이 양성 교육이 이뤄진다. 성남시의 노력에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문화 조성에 동참했고 2018년 2곳이던 안전으뜸마을은 지난해 20곳까지 증가했다. 특히 사업 첫 해 25.7명이던 고의적 자해율은 2021년 19.1명으로 낮아졌다. 성남시는 사업의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안전으뜸마을을 대상으로 매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시 상담을 연계한 지원까지 펼치고 있다. 김미영 성남시자살예방센터 자살예방팀장은 “성남의 지역 특색을 살린 맞춤형 사업을 통해 관련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상담 등 고의적 자해 예방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여러 고의적 자해 예방 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우울증 등에서 벗어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알파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발빠른 예방 대책… ‘고의적 자해’ 줄였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6580409 노인·장병 특화… ‘고의적 자해’ 예방 집중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④]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22580288 지역 관심이 생명 지킨다…경기서부권 적극 예방 활동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30580456 고의적 자해 연결고리 끊어… 삶의 기회 주는 ‘경기중부’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⑥]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706580279

고의적 자해 연결고리 끊어… 삶의 기회 주는 ‘경기중부’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⑥]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 중부권 예방 활동 고의적 자해는 ‘음주 상태’이거나 ‘충동적 상황’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경기 중부권은 이러한 요인에 집중, 고의적 자해와 관련한 ‘수단’을 통제해 고의적 자해율을 감축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6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함께 2009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안에는 고의적 자해자 100명 중 41명이 음주를 한 상태에서 사망(1인 가구의 경우 52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고의적 자해 시도자는 10명 중 9명이 ‘충동적’으로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고의적 자해와 ‘음주’, ‘충동’은 관련이 깊다. 이에 경기 중부권에서는 고의적 자해에 미치는 ‘요인’과 ‘수단’을 통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기α팀은 이러한 경기 중부권으로 안양시, 하남시, 광명시, 군포시, 의왕시, 과천시 등 6개 지역을 묶었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에 따라 분석한 결과 경기 중부권의 고의적 자해 사망률은 지난 2023년 18.6명으로 전국 평균(27.3명)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특히 관련 통계가 처음으로 집계됐던 1998년의 경우는 14.3명으로 경기도 내 5개 권역 중 유일하게 ‘10명 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간중간 경제위기 등에 따라 2010년 25.5명까지 상승하는 등의 증가세가 보이긴 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전환되면서 2022년부터 ‘10명 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특히 주목되는 곳은 의왕시다. 의왕시는 1998년 15.7명에서 2023년 13.9명으로, 경기도에서도 가장 낮은 고의적 자해율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대표 사업으로는 지역 약국과 함께하는 ‘생명사랑약국’과 ‘마음건강의원’ 등이 있다. 같은 시기 과천은 9.8명에서 16.4명, 안양은 16.6명에서 18.0명, 광명은 11.1명에서 20.9명, 군포는 13.5명에서 21.3명, 하남은 19.3명에서 20.8명으로 증가했다. 대체적으로는 오름세이긴 해도, 전국 평균은 하회하는 권역이다. 지역 내 관계자들은 고의적 자해 시도 확률 등을 높일 수 있는 ‘알코올’ 같은 중독성 물질에 대한 수단을 통제하고, 치료를 지원한 것이 유효했다고 분석한다. 경기 중부권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음주의 경우 고의적 자해 의향을 높이는 수단인 만큼 알코올 관련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행해 건전한 문화 형성과 더불어 의향 감소에 노력하고 있다”며 “다양한 예방책을 통해 고의적 자해 시도가 아닌 회복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의적 자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수단 통제’다. 판매점에서 관련 수단이 덜 부각되도록 진열 순서를 바꾸거나, 일상 속에서의 음주 인식 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나서는 식이다. 경기도 안에서는 특히 경기 중부권이 이러한 활동을 주력했다. 우울·중독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들과 고의적 자해의 연결고리 자체를 끊어 새로운 삶을 위한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는 취지다. 경기α팀은 중부권으로 엮은 안양시, 하남시, 광명시, 군포시, 의왕시, 과천시의 주요 예방 사업을 살펴봤다. ■ 사각지대 ZERO, 광명시 ‘생명사랑 실천카’ “가스 유출이 감지되었습니다.” 광명시의 한 주차장에서 취재를 위한 가상 실험을 해봤다. ‘고의적 자해 수단 중 하나를 차 안에서 이용할 경우’를 가정하는 내용이다. 해당 수단을 차 안에서 이용하면, 미처 차 밖으로 빠져나오기도 전에 곧바로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 소리는 ‘사이렌’을 비롯한 여러 가지 소리로 구성됐다. 귀가 아파 차량 안에 있기조차 힘들 정도인데, 차량 밖으로 나와도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요란함’이다. 이 차량 조수석에는 일산화탄소 감지기가 설치돼 있다. 감지기가 가스를 인식하면 큰 알림음을 통해 탑승자들의 대피를 유도하게 된다. 이는 고의적 자해를 막기 위해 광명시가 올해부터 선보인 ‘생명사랑 실천카’다. 통상 고의적 자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은 ‘숙박업소’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곳이 ‘렌터카’다. 광명시는 숙박업소와 달리 렌터카는 일산화탄소 감지기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것을 알고 올해 전국 최초로 개선에 나섰다. ‘생명사랑 실천카’ 사업을 시행하기 앞서 자체 실험을 진행하며 작동 시간, 설치 장소 등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결정했다. 지금 광명시는 지역 렌터카업체와 협약을 맺고 생명을 지키는 ‘실천카’ 10대를 운행 중이다. 이 차량들에는 감지기 외에도 고의적 자해 예방 상담을 안내하는 스티커가 비치돼 있다. 김현진 광명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올해는 지역 내에서 10대가 운영 중이지만 향후 50대 이상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사업처럼 ‘수단 통제’ 방식이 광명시 생명존중 문화 조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 내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펴보고 정책에 반영해 더 많은 시민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 ‘술’에서 시작되는 고의적 자해 더는 안돼 과천시는 ‘음주’와 고의적 자해의 연결고리를 끊는데 노력하고 있다. 알코올이 고의적 자해와 깊은 연관성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음주’까지의 수단을 통제하는 데 집중한 것이다. 지난 2019년 과천시는 부설 자살예방센터 개소와 함께 자살예방 시스템 확충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대표 정책으로 알코올 자살예방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센터 등록 관리대상자 중 알코올 관련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미술 등 다양한 치료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첫 해에는 알코올 및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 32건을 발굴했고, 사례관리 349건을 달성했다. 시는 지속적인 노력으로 지난 2023년 고위험군 33건 발굴, 사례관리 516건 등 효과를 거뒀다. 사업 시행 첫해 과천시 내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24.4명이었는데, 5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23년에는 16.4명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이후로도 과천시는 ‘수단 통제’ 방식을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부터는 센터에 등록된 관리대상자를 중심으로 한 기존 방식에서 유관기관 신고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켜 더 많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관련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관내 소방서, 군인, 직장인 등 음주사용량이 많은 직군을 대상으로 음주폐해와 고의적 자해 예방 강좌를 실시해 건전한 음주문화 확산 및 생명존중문화를 조성하고, 생명지킴이 양성교육을 병행해 촘촘한 안전망 구축에 노력한다. 김미숙 과천시자살예방센터 자살예방팀장은 “저희 지역은 잘못된 음주문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고의적 자해 예방에 노력하고 있다”며 “중독자 외에도 그들 가족의 회복까지 진행해 더 많은 시민들이 중독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경기α팀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발빠른 예방 대책… ‘고의적 자해’ 줄였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6580409 노인·장병 특화… ‘고의적 자해’ 예방 집중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④]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22580288 지역 관심이 생명 지킨다…경기서부권 적극 예방 활동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30580456

인천 어촌 부활, 현장교육 및 상품화 기술개발 확대 필수 [소멸 위기, 인천 어촌을 지켜라 完]

풍요롭고 사람이 찾아들던 인천 어촌, 이제는 아득한 옛 이야기다. 생선 굽는 냄새를 풍기던 선주 집은 성인 키만 한 풀들로 뒤덮였고, 강풍에 부서졌지만 고쳐 살 사람 하나 없다. 정부는 어촌 활성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도로를 깔고, 창고를 짓지만 운영하고 유지할 인력이 없다. 이 때문에 풍요가 넘치는 어촌을 만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본보는 인천 어촌의 현실을 살펴보고, 어촌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정부의 귀어 지원이 없었다면 아마 못 버텼을 거예요. 앞으로 귀어 교육과 기술개발 지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인천 중구 영종도 한 어촌으로 귀어한 ‘1년차 어부’ 정의창씨(37). 어릴 때부터 바다를 좋아했던 그는 귀어한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 비록 쉴 틈 없이 주꾸미 등을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가야 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다. 이 같은 정씨의 안정적인 귀어 생활에는 ‘인천시 귀어학교’ 제2기 수강이 큰 도움을 줬다. 귀어학교는 귀어를 결심한 시민들에게 각종 정책 설명은 물론 수산업 기초 등 기본적인 이론 교육, 실제 어촌 현장의 실습까지 제공한다. 정씨는 “바다에 마땅한 연고가 없었는데, 귀어학교에서 배운 현장 실습이 도움됐다”며 “특히 현장과 어민을 연결하는 멘토링에서 어부 선배들로부터 받은 현실적인 조언이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귀어를 꿈꾸는 시민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줄 프로그램으로 어업 기술 교육을 꼽았다. 그는 “어촌 현장에서 뛰어보니 물고기를 잡는 기술 교육이 너무 필요했다”며 “나만의 기술이 있으면 판로 개척도 이뤄지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5년 옹진군 연평도로 귀어해 꽃게 잡이를 해온 김기호씨(63)는 이제 사업가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김씨는 조업 중 그물에 남아 버려지는 꽃게 껍질 등을 보고 아깝다는 생각을 해 상품화할 방법을 고민했다. 김씨는 “매일 바다에 나갔다 오면 버려지는 꽃게 껍질이 그물 한가득이고 너무 아까웠다”며 “처리하기도 곤란해 새로 활용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 2023년 인천어촌특화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남은 꽃게 부위를 세척 및 가공해 육수팩으로 파는 ‘연평도 꽃게 육수팩’을 개발했다. 이 육수팩은 버려지는 유휴수산물을 활용해 쓰레기도 줄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김씨가 만든 제품은 우수성을 인정받아 해양수산부의 ‘2023 어촌 특화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대상(장관상)과 인천시장상 등을 받기도 했다. 김씨는 “성공적인 귀어는 센터로부터 상품화 개발을 지원받았기에 가능했다”며 “귀어한 뒤 정착하는 어민을 늘리려면 정부가 수산물을 잡는 데 필요한 기술 교육뿐만 아니라, 수산물을 활용한 상품화 개발 지원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 어촌 활성화를 이뤄내려면 어업 기술 교육과 함께 상품화 개발 지원 등 프로그램의 확대가 시급하다. 1일 인천시수산기술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시작한 인천 귀어학교 프로그램에는 현재까지 모두 129명이 졸업했다. 귀어학교를 나와 실제 인천 어촌에 정착한 졸업생들은 실습 교육과 기술 개발 지원에 대해 만족하며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졸업한 5기 귀어학교의 수강생들의 72%는 실습 수업에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송병훈 인천시수산기술지원센터 소장은 “귀어 때 어촌에 대한 이해나 기술이 부족해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해양수산부 등에 이 같은 귀어 교육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이를 확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 어촌어항과 관계자는 “인천을 비롯한 전국 귀어학교의 운영 및 사업 예산 확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실제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종전 귀어학교 예산 확대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귀어학교를 더 확충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인천 귀어민, 꿈 안고 빚내지만 수입 적어 정착 실패 [소멸 위기, 인천 어촌을 지켜라 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30580310 인프라 개선에만 4천억 몰빵… 인천 어촌마을 ‘빛좋은 개살구’ [소멸 위기, 인천 어촌을 지켜라 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26580347 어촌인구 10년 만에 '절반'…10년 후 사라질 위기 [소멸 위기, 인천 어촌을 지켜라 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25580399

애국심 발현 ‘건국국채’… 대한민국 탄생 밑거름

대한민국정부 수립 이듬해(1949년) 우리나라 최초로 ‘국채법’이 제정됐다. 임시정부를 거쳐 새로운 대한민국이 자리잡는 과정에서 세입 부족·재정 적자를 타파하기 위한 방책이 ‘국채’였기 때문이다. 당시 국가 재건, 국방력 강화, 치안 유지에 목적을 두고 발행된 국채는 ‘건국국채’로 명명됐고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살리기 위해 대량으로 풀렸다. 호국의 탄환이 된 건국국채가 갖는 역사성과 가치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애국심 발현 ‘건국국채’… 대한민국 탄생 밑거름 지난해 12월, 장성숙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73)이 작고한 큰오빠의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큰오빠의 서재에 생전 아버지가 남긴 자서전 <나의 생활자욱>이 꽂혀있는 게 보였다. “30여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저희 가족에게 각자 2권씩 본인의 자서전을 주셨어요. 큰오빠도 보관하고 있던 거죠. 별 생각 없이 펼쳐봤는데 그 안에서 종이 봉투가 하나 나왔어요. 아버지 필체로 ‘건국국채(建國國債)’가 쓰인 봉투요.” 장성숙 씨는 조심스레 봉투를 펼쳤다. 그 안에는 자주색, 초록색, 주황색 등 손바닥보다 약간 큰 크기의 종이 수십장이 고이 보관돼 있었다. ‘오천원, 단기 4281년, 일련번호 D352768, 5년 만기, 연 3푼5리, 제2차 5분할 건국국채 증서, 재무부장관’, ‘일천원, 단기 4281년, 일련번호 A335075, 5년 만기, 연 5푼, 제4차 5분할 건국국채 증서, 재무부장관’. 그렇게 ▲오천원 2개 ▲이천원 4개 ▲일천원 10개 ▲일백환 6개 등 총 22장의 건국국채 증서가 나왔다. 장성숙 씨의 부친인 장래복 씨가 1952년 무렵 ‘5년 만기 연 3.5%~5% 이율’의 재무부 발행 국채를 2만8천600원(환 포함) 사들였다는 의미였다. “저희 아버지는 늘 ‘애국 정신을 가지고 살아라’, ‘국가와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되어라’ 하셨지만 건국국채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안 하셨어요.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1919년에 태어난 장래복 씨는 과거 인천시(당시 경기도 인천시)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다 건국 과정에서 ‘집’을 재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집을 지으려면 자갈·모래를 실을 트럭이 필요했기에 화물업에도 종사해 경기도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 이사장(1972년)까지 됐다. 중간중간엔 기와·벽돌공장도, 가구공장도 운영했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나라의 이익을 위해 살라고 하셨죠. 어려운 청소년, 힘 써주는 군인, 열악한 대한민국 환경 정비에 매진하시면서 ‘미래 우리나라가 먹고 살 게 없어지면 안 된다’고 다방면에서 갈고 닦으라고 하셨어요. 6·25전쟁 직후에 사들인 건국국채도 애국심이셨던 것 같아요. 큰오빠도 참, 이걸 혼자만 알고 있었다니.”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재무부에서 5년 만기로 냈던 국채, 이젠 국채법상 소멸시효 규정에 따라 원금 상환 및 이자 지급이 어렵다. 그럼에도 장성숙 씨가 아버지의 가슴 속 사무치는 건국국채를 꺼내든 이유는 하나다. “일흔이 넘은 저도 ‘이게 뭐지’ 했을 정도이니 자라나는 많은 분들은 더욱 건국국채를 모르실 거에요. 근데 아직 100년도 되지 않은 일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광복 80주년에, 6·25전쟁 75주년에 건국국채를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금 모으기 운동처럼 ‘이런 게 있었구나, 이름도 흔적도 없지만 경제를 위해 애쓴 분들이 있었구나’ 하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그거면 돼요.” 너도나도 ‘나라 살리자’… 전쟁 폐허 속 ‘韓 경제’ 기틀 마련 6·25전쟁 75주년을 하루 앞두고 돈 얘기를 꺼내보려 한다. 호국보훈과 거리가 멀 것 같은 국채·채권·주식 얘기다. 연관이 없어보여도 묘하게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 국채·채권·주식이 사실상 건국 초기 ‘나라 재건’을 위한 ‘애국’의 일환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특히 6·25전쟁이 발발하면서부터는 군수 물자 조달 등을 위해 국채 등이 대량 발행, 한국 경제 움직임의 기틀이 됐다. ■ 대한민국 출범과 함께 재정 적자…국채법 탄생 23일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채는 1949년 제정된 ‘국채법’에서 출발한다. 미군정 시기까지만 해도 통치 자금은 한국은행 차입금을 통해 해결했지만 재정적자가 누적됐고, 임시정부를 지나 ‘대한민국’이 새롭게 출범하면서 만성 적자에 직면했기에 ‘국채’를 통한 자금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채법을 세운 후 세입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처음으로 ‘건국국채(건국공채)’를 발행했다. 당시 국채발행요강에 따라 건국국채는 1950년부터 1963년까지 총 17회 발행됐다. 금액상 가장 적었던 건 제1회(1억환)였고, 가장 많았던 건 1958년 제11회(180억환)였다. 특히 6·25전쟁 발발 이후엔 국군 양병 및 군수 물자 조달을 위해 건국국채가 대량으로 발행됐다. 이 여파로 가치는 소폭 떨어졌으나 휴전(1953년) 이후 안정을 찾으며 다시 그 가치를 회복했다. 건국국채 제1~4회 발행분은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이었다. 제5~6회는 ‘3년 거치 2년 분할상환’, 제7~9회는 ‘3년 거치 4년 분할상환’, 제10회 이후는 ‘3년 거치 5년 분할상환’ 등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환 기간이 늘어나는 등 국채 발행 조건이 달라졌다는 건 실질적으로 국가가 ‘상환 능력’이 부족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럼에도 일부는 상환 등 조처를 취했다는 게 현재의 기획재정부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건국국채 상환 혹은 보상에 대한 문의가 종종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면서 “건국국채는 1952년부터 1975년까지 총 98억5천300만원 상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채법상 원금 및 이자 상환에 관한 소멸시효가 규정돼 있었고, 해당 국채 증서상에도 상환 조건과 소멸시효 등이 명시돼 있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최종 소멸시효는 만료돼 원금 상환 및 이자 지급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나라 세우게 돈 보태자”…채권시장 확대 건국국채를 사들인 이들의 상환 시점이 지나도 정부(당시 재무부·현 기획재정부)는 갚을 길이 없었다. 그야말로 건국국채가 ‘종잇조각’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세수 충당이 절실했다. 광복 및 전쟁 이후엔 ‘상장회사’라고 할 곳도 적었기 때문에 주식시장을 키울 수는 없고 유일한 수단이 ‘채권’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건국국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터라, 새 금융 안정 대책이 필요했다. 그렇게 나온 게 ‘주택채권’ 등의 발행이었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애국의 일환으로 매도·매수한 채권들이 각종 폭등·폭락으로 연결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외환거래 관련 세금을 확대하기도 했다. 그렇게 각 ‘지방은행’들이 태어났다. 1969년 창립한 인천은행의 경우 1972년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며 경기은행으로 행명을 변경했다. 당시 인천이 경기도에 속해 있어서다. 정부 차원에서는 지방 경제를 육성하면서 자금을 선순환해야 했기 때문에 건국국채처럼, 주택채권처럼, ‘국가 주도 금융정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에게 지방은행의 주식 매입을 독려했다는 전언이 있다. 장래복 씨의 경우 정부로부터 상환 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애국심’ 하나로 건국국채 등을 평생 소유했다. 그가 보관했던 ‘애국심’들은 ▲건국국채 2만8천600원(환 포함·1952년) ▲주식회사경기은행 및 주식회사한국상업은행 주권 51만5천원(1987~1993년) ▲제1종국민주택채권 8만원(1993년) 등이다. 당시 돈의 가치를 현재에 맞춰 환산하긴 어렵지만, 1962년 우리나라가 화폐개혁을 통해 1환을 10원으로 대체한 만큼 적어도 10배의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설탕 한 근(600g)이 160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5천원으로 가정해도 30배 이상의 차이다. 장래복 씨의 딸인 장성숙 ㈔중소기업융합경기연합회 고문(73)은 “어려운 시절을 딛고 경제대국이 된 우리나라의 이면엔 치안부터 경제까지 곳곳에 국민의 애국심이 묻어 있다”며 “아버지가 남긴 건국국채 등을 지역사회에 기증해 후손들이 건국 세대들의 애국심을 기억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인·장병 특화… ‘고의적 자해’ 예방 집중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④]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북부권 지원 정책 분석 경기도에서 초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 중인 북부지역은 고령인구 만큼 군(軍)의 밀집도 또한 높다. 건강 악화 및 노동·경제력 상실감을 호소하는 노년층, 입대 등으로 감정 변화를 겪는 청년층, 두 상반된 그룹이 고의적 자해와 관련한 위기에 놓일 수 있기 때문에 경기북부권은 이들에 대한 특화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2일 경기α팀이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파악한 경기북부지역의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2023년 31.8명으로 전국 평균(27.3명)보다 높았다. 여기서 경기북부지역은 남양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8곳으로 분류했다. 인구가 적은 이들 지역에 고의적 자해율이 높다는 건 ‘위험한 지역’이라는 의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인구가 적어서 고의적 자해율이 높게 집계되는 부분이 있다. ‘고의적 자해율’이 ‘인구 10만명’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다. 경기북부권의 관련 통계는 1998년 24.0명을 기록하며 남부권(21.5명)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점점 증가세를 보여 2009년 39.7명으로 집계 이래 최대치를 기록하고, 2023년엔 31.8명이 됐다. 고의적 자해 당사자들이 증가한 것 외에도 ‘인구’ 자체가 빠져나가 절대적 인구 수의 차이가 나다 보니 경기북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이 높게 기록된다는 해석이다. 그나마 양주시와 연천군의 고의적 자해율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감소세’였다. 양주시의 경우 1998년 32.5명을 기록한 후 2012년 39.2명으로 역대 최다 고의적 자해율에 이르렀다. 하지만 점점 감소해 2023년엔 31.4명으로 줄었다. 연천군도 1998년 32.9명 이후 2005년엔 60.5명까지 가파르게 치솟았다. 하지만 2023년엔 31.3명까지 떨어졌다. 그 가운데에는 노년층, 군장병 등을 위한 ‘맞춤형 정책’이 있었다. 양주시의 ‘마음챙김 노인대학’, 구리시의 ‘똑똑! 안부 확인’, 남양주시의 ‘찾아가는 마음 돌봄’, 연천군의 ‘마음심기’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 연령층을 대상으로 조기에 검사 및 상담 등을 진행해 고의적 자해 의향에서 실제 행위 시도까지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내용이다. 경기북부권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노년층, 군장병 등 고의적 자해에 대한 위험도가 높은 연령층을 상대로 조기 개입을 통해 자해율을 낮추는 데 노력하고 있다”며 “사업을 통해 쌓은 정보 등을 통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정책을 추진해 더 많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북부 맞춤 정책 다변화… ‘고의적 자해’ 위험군 발굴 전화벨이 울렸다. 계속 울렸다. 인터뷰를 시작하기도 전에 인터뷰가 끝났다. ‘긴급 상황’이 발생해서다. 지난달 중순께 경기α팀이 기획 기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을 준비하며 동두천시 생연동에 위치한 자살예방센터를 찾았던 날이다. 별다를 것 없는 평일, 평시라고 여겼는데 센터의 사정은 달랐다. 먼저 걸려온 전화를 끊으면 곧바로 다음 전화가 이어졌고, 센터 직원들이 바쁘고 조용하게 각자의 상담을 이어갔다. “관리대상자 한 분에게 긴급 상황이 발생해서 바로 외래 진료를 동행해야 해요”, 전화를 끊자마자 관계자는 서류 등 필요한 자료를 챙기고 황급히 현장으로 향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날이 누군가에겐 힘들고도 벅찬 날이었을 테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고의적 자해 사례’가 늘 반복되는 날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 경기북부, ‘고의적 자해’ 예방 위한 老·軍 특화 활동…동두천 대표적 경기북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1998년 24.0명으로 전국(18.6명)보다 높았다. 2023년까지도 꾸준히 전국 평균을 넘고 있다. 역대 최고치는 2009년 39.7명이었다. 경기α팀은 경기북부권으로 남양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구리시, 포천시, 동두천시, 가평군, 연천군 등 8개 지역을 추렸다. 이곳은 여타 권역에 비해 노인 인구비율이 높기 때문에 고의적 자해 예방 활동도 ‘노년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양주시의 ‘마음챙김 노인대학’, 구리시의 ‘똑똑! 안부 확인’, 남양주시의 ‘찾아가는 마음 돌봄’ 등이 대표적이다. 독특한 건 ‘군 장병’을 위한 활동들이다. 북부권 지자체들이 주요 군사도시 역할인 만큼 군 장병이 많은데, 그로 인한 고의적 자해 사망자도 많기 때문이다. 공공데이터포럼을 통해 확인한 군 내 고의적 자해율은 2011년 15.2명에서 2023년 12.3명으로 집계됐다. 소폭 감소하긴 했어도 여전히 10여명대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경기북부권에서는 군 장병을 위한 활동도 주력한다. 이 중 특히 집중한 지역은 ‘동두천시’다. 동두천시는 지난 2005년부터 10년 동안 군 내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 발굴을 위해 병사를 대상으로 한 집단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신병교육대로 입소한 병사 200여명을 상대로 심리검사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선별된 고위험군 병사 30여명을 그룹화해 1:1 상담으로 연계하는 내용이었다. 해당 장병이 자대 배치를 받아도 상담은 지속됐다. 이를 통해 군 입대로 인한 스트레스 등 어려움을 겪던 장병들이 관련 문제를 극복했다. 해당 기간(2005~2015년) 동두천시의 고의적 자해율은 45.7명에서 37.6명으로 줄었다. 이후 정책 다변화를 꾀한 동두천시는 고의적 자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고, 게이트키퍼 ‘생명지킴이’ 양성을 통한 더 많은 고위험군 조기 발견을 목표로 교육 중점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군부대 신청을 통해 이뤄지는 교육은 연 2회로 구성돼 스트레스 관리와 생명지킴이 양성 등 다양한 교육이 진행되며, 동두천을 넘어 타 지자체에 있는 군부대까지 교육 진행 요청까지 이어졌고 현재 각 지자체의 군 장병 대상 상담프로그램 마련의 발판이 됐다. 동두천시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프로그램을 통해 대부분 군장병들이 내면적 심리 치유와 더불어 고의적 자해 의향이 줄어들었다”며 “군 내부에도 고의적 자해에 대한 문제성을 인식해 적극적인 요청을 하는 만큼 군장병 지원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연천도 ‘보호관심병’ 중심으로 한 예방 활동 주력 경기북부권의 특성을 모두 살려 ‘노령층’과 ‘군 장병’을 아우르는 곳도 있다. 바로 연천군이다. 전국에서 가장 빨리 세워진 ‘정신건강복지센터’가 바로 이곳에 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그만큼 연천군은 일찍부터 정신 건강, 나아가 고의적 자해 예방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먼저 농촌지역 특성을 살린 ‘마음심기’ 사업 등 여러 활동을 이어오던 연천군은 2022년 지역 내 여러 특성을 담은 ‘보담’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경제, 정신, 지역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해 연천군만의 고의적 자해 예방 특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추진된 내용이다. 이 사업은 추진 첫 해 지역 내 임대아파트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지원을 펼쳤고 이듬해부터는 지역 내 군부대로 눈길을 돌려 장병을 대상으로 한 특화 활동을 전개했다. 관내 위치한 육군 제5보병사단과의 협력을 통해 막 입대한 훈련병을 비롯한 장병들을 대상으로 우울예방교육 등을 진행하며 고위험군 발굴에 노력한 것이다. 또 연천군은 의무대대와 맞손을 잡고 도움이 필요한 병사를 중심으로 심리지원 프로그램 ‘마인드키’ 사업도 병행했다. 초반엔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검사 및 예방 교육만 계획됐으나, 개입이 필요하다는 연천군자살예방센터의 적극적 설득으로 상담 등 ‘후속 지원’까지 이어지게 됐다. 결국 이는 군 안에서의 위험징후 발생 시 선제적 개입하도록 하는 일의 발판이 됐다. 이와 함께 연천군은 예방 활동의 효과성 증진을 위해 해당 병사가 제대 등으로 다른 지역 이동할 경우 해당 지역의 자살예방센터와의 연계까지 책임졌다. 그 외에도 지난해까지 ▲군 간부를 대상으로 한 심리지원, 스크리닝 사업 ▲1인 관사를 이용하는 장교 등을 대상으로 한 예방 캠페인 ▲1인 관사와 인근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고위험군 센터 프로그램 연계 등 ‘정책 세분화’를 통해서도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지난 2019년 45.8명을 기록한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2023년 31.3명으로 줄어드는 효과를 거뒀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군장병 등을 대상으로 우울검사 등 검진을 진행해 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연 4회 상담 등 강화한 지원 프로그램 ‘마인드 리더, 쉼’ 사업을 시행 중이다. 정수진 연천군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지역적 특색을 살린 정책을 통해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과 군 장병 등을 지원하고 적응을 돕는 방향으로 고의적 자해 예방을 실시하고 있다”며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의 조기 발견과 더불어 정책 시행을 통해 얻은 자료 등을 기반으로 사업을 개선해 효과적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발빠른 예방 대책… ‘고의적 자해’ 줄였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③] https://kyeonggi.com/article/20250616580409

발빠른 예방 대책… ‘고의적 자해’ 줄였다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③]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남부권 지원 정책 분석 경기도는 대부분의 사회적 지표에서 늘 ‘1등’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시·군이 존재하고, 최다 인구가 거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의적 자해율(옛 자살률)’은 예외다. 2023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별 고의적 자해율은 충남(36.5명), 강원(34.7명) 순으로 높았고 경기도는 전국에서 세 번째(25.1명)로 낮다. 어떠한 정책들이 경기도 고의적 자해율을 낮췄을까. 경기α팀은 지난 7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여간 고의적 자해 예방을 위한 경기도 내 31개 시·군별 지원 대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권역에 따라 정책의 차이점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에 경기도 31개 시·군을 ▲남부(6곳) ▲북부(8곳) ▲서부(5곳) ▲중부(6곳) ▲동부(6곳) 등 5개 권역으로 나눠 세부적으로 짚어봤다. 첫 번째 분석 대상은 ‘경기남부권’이다. 수원·화성·안산·평택·오산·안성시가 포함된 경기남부권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되고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 성장이 빠른 비교적 ‘젊은 도시’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파악한 지난 2023년 기준 경기남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평균 27.0명으로 나타났다. 시·군별 관련 통계가 처음으로 시작된 1998년 당시에 평균 21.5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30년 만에 1.26배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수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시 별로도 차이가 있다. 수원시, 안산시, 평택시, 오산시는 1998년부터 2023년까지 장기적 증가세를 보였던 반면, 화성시와 안성시는 비교적 감소세를 띠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1998년 13.3명을 기록한 후 2000년 역대 최저치인 10.2명으로 집계되며 하락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이듬해 12.0명을 기록하며 다시 높아졌다. 2023년에는 22.4명을 기록, 1998년 대비 9.1명 증가했다. 안산시는 1998년 16.9명에서 2023년 32.9명(16명 ↑), 평택시는 15.6명에서 28.4명(12.8명 ↑), 오산시는 15.8명에서 29.7명(13.9명 ↑)으로 각각 늘었다. 반대로 화성시는 1998년 29.3명 집계를 시작으로 2003년 35.8명을 기록했으나 이후 줄어들어 2023년에는 20.1명으로 집계됐다. 안성시도 1998년 37.9명 이후 2009년 46.4명까지 치솟았으나 점차 감소세를 보이며 2023년 28.7명을 기록했다. 지역마다 변화 추이는 상이하지만 경기남부권에서 고의적 자해율이 ‘낮아지던 순간’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선도적 제도 도입이나 첫 시범 운영과 같은 ‘젊은 정책’, ‘선제 정책’이 두드러진 것이다. 경기남부권의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경기남부권은 비교적 정책 기반이 잘 마련된 곳이라 자살예방 관련 사업도 조기에 안착할 수 있었다”며 “생애주기별, 문제유형별 등 고의적 자해 대응 체계가 세부적으로 고르게 잘 갖춰진 권역”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초’ 쏟아낸 남부권 정책들… 앞서가는 수원·화성 ■ 사람 많은 만큼 특성도 다양…사실상 ‘전국 지표 흐름’ 경기도 내 시·군별 고의적 자해율은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공식적으로 1998년부터 집계 가능하다. 경기α팀은 최초 통계가 존재하는 1998년부터 가장 최근까지 갈음할 수 있는 2023년까지의 현황을 분석했다. 그리고 ‘경기남부권’을 필두로 ‘북부권’, ‘서부권’, ‘중부권’, ‘동부권’ 등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첫 순서를 경기남부권으로 정한 이유는 ‘전국 지표와의 유사성’ 때문이다. 2023년 한 해에만 한정해도 경기남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27.0명으로 경기도 평균(25.1명)보다 전국 평균(27.3명)에 가까웠다. 몰려드는 인구 수요, 그를 뒷받침하려는 대규모 택지 개발 등의 여건이 경기남부권의 핵심 포인트다. 경기남부권에서 유용했던 정책을 분석하면 전국적으로도 유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경기α팀은 수원시, 화성시, 안산시, 평택시, 오산시, 안성시 등 6개 지자체를 경기남부권으로 묶었다. 남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지난 1998년(21.5명), 전국(18.6명)보다 높게 집계된 이후로는 2023년까지 전국 평균 수준을 상회했다. 2009년 33.9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가, 2016년 24.1명으로 하락하면서 다시 전국 평균보다 낮아졌다가 하는 식이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주민이 있는 경기도, 그 안에서도 특히 인구가 밀집된 경기남부, 이러한 상황이 전국 지표에도 영향을 끼치면서 ‘정책’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경기남부권의 예방 대책이 전국적 예방 대책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 때문인지 경기남부권에서는 ‘전국 최초’, ‘첫 시범 운영’과 같은 선도적 제도가 시행된 사례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전국 최초 자살예방센터 설치’(수원·2001년), ‘전국 최초 지자체장 주도 자살예방 핫라인 상담전화 시스템 구축’(화성·2022년), ‘전국 최초 자체 정신건강 질문지 개발을 통한 고위험군 조기 발굴 및 개인별 맞춤 지원 체계 마련’(오산·2024년), ‘도내 유일한 보건소 직영 센터 운영을 통한 유관기관 협력 체계 및 AI를 활용한 정신건강 키오스크 자가검진’(평택·2024년) 등이 꼽힌다. ■ 韓 최초 자살예방센터 설립, 아시아 첫 안전도시 ‘수원’ 특히 주목할만한 ‘선도 도시’는 수원특례시다. 일단 전국 최초로 ‘자살예방센터’가 개소(2001년)한 지역이다. 이후 서울, 경기도, 강원도 등 전국적으로 광역 자살예방센터가 뻗어나갔다. 수원시의 선제적 대응은 타 지자체에 비해 우수한 정신질환 인프라와 전문 인력이 큰 몫을 했다. 이 같은 연유로 2002년에는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아시아 최초 안전도시로 공인 받았다. 수치로도 드러난다. 2004~2005년 전국 고의적 자해율이 0.9명 오를 때 수원시는 0.6명 감소했고, 2010~2011년 전국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던 시기에도 수원시는 0.4명이 줄었다. 센터 정규 인력 확충이나 유가족 요청에 따른 청소년 고의적 자해 예방 특별 예산 집행 등 정책 강화 시점과 맞물린 변화였다. 이 외에도 수원시 안에 다양한 선제적 활동이 있다. 생애주기별 구분에 따라 청소년, 청년, 성인으로 구분해 운영되는 3개의 자조 모임이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푸른 마음’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청소년만을 위한 자조 모임으로 운영된다. 나이대 특성상 가족 구성원의 상실을 특히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점을 배려해, 다른 자조 모임과 달리 고의적 자해 외에도 일반 사별을 경험한 청소년까지 포용하는 식이다. 아울러 수원시는 ‘노인’도 안았다. 현재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인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센터’가 별도로 존재하는 곳이 이곳 수원시다. 이를 통해 만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고의적 자해 예방 활동에도 집중 전개하는데, 초고령화 시대에 맞춰 개인적 특성을 고려한 전문적 예방 정책을 실현하겠다는 첫 기틀과도 같았다. 시는 이와 함께 올해 10주년을 맞은 지자체 단위의 유일한 추모 행사 ‘마음에 피는 꽃’을 통해 고인을 기억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유족은 물론 타지역 거주민 등 누구나 올 수 있는 추도식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이들이 함께 위안을 나누며 건강한 추모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노력 끝에 2010년 30.0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했던 수원시의 고의적 자해율은 2023년 22.4명으로 7.6명 줄었다. 수원시는 유가족 지원이 오랫동안 활발히 진행된 점을 인정 받아 ‘2022년 세계 자살유족의 날’에 단체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보건복지부의 표창을 받기도 했다. 백민정 수원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우리 센터에는 1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전문 인력이 다수 근무하고 있고, 생애주기별(아동·청소년, 성인, 노인) 센터 3곳과 문제유형별(자살예방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센터 2곳, 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 1곳 등 총 6개의 정신건강 관련 기관이 있을 정도로 정신건강 대응 체계가 고루 갖춰져 있다”면서 “지자체의 안정적 관심 등을 토대로 실제 지역민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역할을 강화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 다각적 ‘선도 정책’으로 고의적 자해율 ↓…예방 선도한 ‘화성’ 경기α팀이 경기남부권을 분석하며 수원시를 조명한 이유는 단순히 오래됐다는 상징성 때문이 아니다. 선도적이면서도 지속가능한 예방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지면서 지역 주민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됐기 때문이었다. 그 맥락에서 주목한 두번째 지역은 화성특례시였다. 화성시가 ‘가장 먼저’ 했던 고의적 자해 예방 활동으로는 ‘생명존중 그린마을 사업’이 있다. 지난 2010년 전국 최초로 진행한 이 사업은 관내 농촌지역에 농약 안전보관함을 보급하는 내용이다. 도심지역에 비해 관련 고의적 자해 사례가 많은 점을 고려해, 개별 보관하던 농약을 시에서 설치한 ‘공공 보관함’에 보관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역 농민들은 사전 예방 교육을 받은 이장 등으로부터 보관함 열쇠를 수령한다. 이는 고위험군의 조기 발굴로 이어졌고, 마을 자체가 ‘고의적 자해 없는 마을’로 선정되는 성과도 낳았다. 사업 첫 해에는 화성 안에서 총 6곳이 참여했는데 현재는 16곳까지 늘어났으며, 전국적으로도 운영 중인 상황이다. 이 사업이 현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화성시는 2014년 ‘생명사랑 실천가게 사업’을 통해 고의적 자해에 자주 쓰이는 매체를 취급(판매)하는 업체 35곳과 협력해 ‘수단 접근’을 통제하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전국 최초’ 활동들이 쏟아졌다. 2018년엔 오후 6시 이후 공백이 있던 시스템을 개선한 24시간 정신건강위기 대응 시스템이 국내 처음으로 선보여졌다. 24시간 자·타해 위험에 대한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고의적 자해 발생 시 현장 동행이 가능해져 신속한 고위험군 발굴 체계가 마련된 것이다. 또 2019년에는 화성시 정신건강복지센터 내 T.T존(울음방)을 설치, 감정해소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부정적 감정 해소와 고의적 자해 의향 감소 효과를 거뒀다. 이 또한 현재 전국에서 유일한 공간이다. 특히 2022년에는 전국 최초 지자체장이 주도한 ‘자살예방 핫라인’도 개설했다. 시는 접수된 내용을 토대로 매주 1회 사례보고를 진행하고, 민원인 맞춤형 복지시스템 연계와 사례관리 등 후속 절차와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아울러 화성시는 지난 2023년부터는 공공병상 3상을 확보해 운영하고 있다.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 시도자 등이 입원할 경우 관외병원 입원이 빈번한데 화성시는 관내 상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확보해 즉시적 치료를 가능하도록 하고 가족 등과의 교류 기회를 보장해 치료 효과성을 향상시켰다. 그 노력의 결과, 2010년 27.1명이었던 화성시 내 고의적 자해율은 2023년 20.1명으로 줄었다. 화성시 각종 정책들의 장점을 반영해 보건복지부는 생명존중 안심마을 사업 등 전국적 예방책을 만들기도 했다. 전준희 화성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2005년께 정부가 고의적 자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이후, 이를 예방하기 위한 화성지역 내 다양한 정책적 시도가 있었다. 그 결과는 신규사업 발굴로 이어졌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특성을 살린 새로운 정책을 통해 보다 효과적 예방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인구 10만명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미국에선 14.7명이, 일본에선 15.6명이 고의적 자해로 세상을 떠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2022년 ‘고의적 자해율(옛 자살률)’에 대한 통계다. 이때 우리나라에선 24.3명이 사망했다. OECD 평균보다도 2배 이상 높고, 세계적으로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점점 낮아지는데 고의적 자해율은 왜 높아져만 갈까. 이 간극에는 ‘정책’의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교통사고 사망률은 40여년에 걸쳐 다양하고 섬세한 제도로 감축해왔지만, 고의적 자해는 예나 지금이나 ‘개인의 몫’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강하다. ■ 교통사고 사망자 1991년 역대 최다…즉각 “대책 마련” 경기α팀은 국내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83년부터 최근(2023년)까지 40년간의 교통사고 사망률과 고의적 자해율을 분석했다. 각각의 내용을 비교한 결과 교통사고 사망률은 눈부신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면에 국가적 노력이 뒷받침 된 것으로 해석했다. 통계 집계 첫해였던 1983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7.1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1985년 18.4명, 1987년 17.3명을 넘어 1988년 27.5명으로 ‘20명대’를 넘어섰다. 경제 성장이 한창이던 당시 상황과 맞물려 차량 보급이 급증했지만 그만큼의 교통 안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탓에 사망률이 증가하고, 증가하고, 증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991년엔 31.0명으로 역대 최고 비율을 기록했다. 당시 전국 교통사고 사망자수만 1만3천429명에 달한다. 1980년대를 넘어 1990년대에 진입하자마자 관련 사망률이 치솟자 정부는 발빠르게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국내 도로교통법상 처음으로 안전띠 착용 의무를 신설(1980년)한 데 이어, 앞 좌석까지 착용 대상을 확대(1990년)하며 ‘교통사고 사망률 감축’을 목표로 잡고, 제도 및 인식 개선에 나선 것이다. ■ 국가적 노력이 만든 기적…교통사고 사망률 ‘뚝’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1992년 26.6명, 1993년 23.5명, 1994년 22.6명, 교통사고 사망률이 소폭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과정에서 잠시 주춤하게 됐다. 국민들의 애환이 늘면서 ‘술’에 대한 소비가 늘자 1998년(19.6명) 이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1999년 20.1명, 2000년 21.8명으로 다시 20명대가 됐다. 이에 ‘21세기’ 초입에서 정부는 본격적인 대응책을 가동했다. 먼저 2000년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했다. 기존 음주운전 사고 발생건수가 ‘3건 이상’일 경우 운전자의 면허를 취소하던 제도를 개선, 사고 발생 여부와 관계 없이 ‘3회 이상’ 음주운전 적발 시 면허를 취소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이때 면허취소자의 면허 재취득에서도 3년간 응시 자격을 제한했다. 이어 2001년에는 운전 중 주의 분산 등으로 인한 사고 발생을 막기 위해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고, 2002 FIFA 한·일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전국민을 대상으로 안전띠 매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병행했다. 이에 따라 교통사고 사망률 지표도 2001년 17.1명, 2003년 15.1명, 2005년 13.2명 등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 ‘운전자 개인’ 넘어 전반적인 ‘교통 안전’으로 ‘안전띠’나 ‘음주운전’처럼 운전자 개인에 초점을 맞춘 정책 외에도 다양한 변화가 생겨났다. 2002년 12월 도로 환경을 재현한 자동차 주행시험장이 완공되면서 타이어 파열이나 제동장치 등에 대한 안전기준을 높였고, 2003년 1월 기존의 자동차 형식승인제도를 자기인증제도로 전환하면서 ‘리콜제도’가 안정기에 진입했다. 이러한 여파들 또한 ‘교통사고 사망률 감소’로 연결됐다. 2003년까지만 해도, 교통사고 사망률(15.1명)은 1991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후 정부는 명확한 방향을 고수해갔다. 2008년엔 교통안전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제고하기 위해 교통안전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지역실정에 맞는 교통안전시책 추진했다. 또 기존 교통안전 제도 운영 시 발생하는 미비점을 개선하는 데도 방점을 찍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지역별 체계적인 안전관리와 실효성 있는 점검이 다소 부족했는데, 개선 이후 광역시·도 및 시·군·구 단위로 교통안전기본계획을 수립하는가 하면 각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수립·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것이다. 그 외 운전 중 DMB 등 영상 시청으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사례가 증가하자 2013년 운전 중 영상물 수신·재생 장치 이용을 금지하는 한편, 조작 시에도 범칙금을 부과하며 강력한 처벌을 실시했다. 이러한 반향으로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은 2010년 11.1명, 2015년 9.1명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띠었다. ■ 정책도 시민도 함께…30여년 만에 80% ↓ ‘정책’을 통해 교통사고 사망률을 낮출 수 있음을 확인한 제도권의 노력은 꾸준히 보태졌다. 2016년엔 보행 사망자 감소를 위해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추진됐으며, 2018년에는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만 의무화 됐던 안전띠 착용이 전 도로로 확대 운영됐다. 또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문제 의식이 제기되면서 2019년엔 소위 ‘윤창호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죄)을 제정해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했고, 같은 해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보호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일명 ‘민식이법’(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을 통해서도 지속적인 변화가 생겨났다. 그렇게 10여년 사이 9.1명(2015년), 6.5명(2019년), 5.3명(2022년) 등 통계 수치가 ‘뚝’ 떨어졌다. 특히 승용차 사망자에 한하면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2023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은 4.9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달성했다. 최고치를 기록했던 1991년(31명) 대비 20% 수준에 그친다. 이 과정에서 정부 정책 외에도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이 상존했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만 봐도 ▲어린이보호구역 내 CCTV 설치 확대 ▲보행자 신호등 시간 연장 ▲스쿨존 내 차량 제한속도 강화 등 다양한 정책들이 도입돼왔다. 황준승 도로교통공단 명예교수는 “1991년 교통사고 사망률이 최고치를 기록한 뒤 범정부 차원에서 교통안전종합대책이 시행돼 관련 사망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며 “교통안전시설 안전도 향상, 운전자 의식 개선, 법 개정을 통한 처벌 강화, 안전교육 확대 등 정부의 정책적 시행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 연이은 경제 위기에 고의적 자해율 ‘껑충’ 이번엔 고의적 자해율에 대한 내용이다. 교통사고 사망률과 같은 시기로 한정해 살펴봤을 때, 통계 집계 첫해인 1983년 전국 고의적 자해율은 8.7명으로 교통사고 사망률(17.1명)의 절반 정도였다. 특히 1991년 교통사고 사망률이 31.0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일 당시 고의적 자해율은 7.3명으로 떨어지며 4배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등 외부적 경제위기 상황이 닥치면서 고의적 자해율 수치는 서서히 증가하는 양상으로 전환됐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엔 18.6명으로 교통사고 사망률(19.6)명과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는데, 이후 교통사고 사망률이 감소세를 보인 것과 달리 고의적 자해율은 증가세를 보였다. 그렇게 2002년 18.0명에 이르면서, 같은 해 교통사고 사망률(15.2명)을 넘어섰다. 서로의 그래프가 교차하며 엇갈린 뒤로 고의적 자해율은 더 높게 치솟았다. ‘카드대란’이 일어난 2003년 22.7명을 시작으로 2004년 23.9명, 2005년 24.8명 등 꾸준히 세상을 스스로 등지는 이들이 늘었다. 2006년(22.0명)엔 예년에 비해 조금 줄긴 했으나 다시 이듬해인 2007년 24.9명으로 높아졌다. 고의적 자해율 그래프는 2008년 재차 크게 올랐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가계부채 증가, 실업률 증가 등이 겹치며 2009년 31.0명으로 급증하더니 2010년 31.2명, 2011년 31.7명 등 해마다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후 고의적 자해율은 2012년 28.1명부터 2017년 24.3명까지 줄었다. 다만 2018년 26.6명, 2019년 26.9명, 2020년 25.7명 등 등락이 반복됐다. 2023년엔 인구 10만명당 ‘27.3명’인 상태다. ■ 법 제정, 센터 개설…제도권 노력 이어져 우리나라의 이 암울한 지표는 늘 사회적 문제로 대두돼왔다. 정부도 그 점을 인지하고 매년 고의적 자해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도권 움직임의 첫발은 2004년 처음으로 수립된 ‘제1차 자살예방 5개년 기본계획’이었다. IMF 이후 보건복지부가 주축이 돼 ▲생명존중문화조성 ▲아동·청소년 정신건강증진 및 고의적 자해 예방 ▲정신건강증진 및 우울증 예방 ▲고의적 자해 예방에 대한 연구지원 ▲전화 및 인터넷을 통한 고의적 자해 예방 체계 구축 등 10대 과제가 선정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고의적 자해율은 2004년 23.9명에서 2008년 26.0명으로 상승했다. 정부는 1차 계획의 정책범위가 ‘정신질환을 가진 개인’ 중심으로 한정돼 이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내다봤다. 그 뒤 본인들의 지원책 마련이 미흡했던 점, 중앙부처 및 지역간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지 못한 점 등을 개선해 제2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세웠다. 이때는 범부처 참여를 중심으로 고의적 자해율 ‘20명 미만’이 목표였다. 이 외에도 정부는 2008년 2월부터 9월까지 민관합동 TF팀을 운영해 종합대책안을 마련하고, 민간 주도 대책 마련을 위한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회의를 2회 개최하는 등 여러 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2011년에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하며 국가·지자체별 정책 추진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듬해에는 보건복지부에서 민간 위탁의 형태로 중앙자살예방센터를 개소했고, 2014년에는 중앙심리부검센터가, 2019년에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각각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21년부터는 이들 기관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으로 통합해 고의적 자해 예방정책 총괄 기구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게 정부는 제3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16~2020), 자살예방 국가행동 계획(2018~2022),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2023~2027) 등에 나섰다. 이 기조에 맞춰 경기도 또한 지난 2011년 6월 ‘경기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7월 경기도정신보건사업지원단 자살예방TF를 구성, 11월 경기도자살예방센터를 개소하며 도내 생명존중문화 확산에 노력 중이다. 인천광역시도 2011년 3월 인천광역시정신보건센터(현 인천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내에 인천광역시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해 운영을 시작한 후, 이듬해인 2012년 1월 ‘인천광역시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는 교통사고 사망률을 제도로 풀어왔듯 고의적 자해 또한 관련 제도를 통해 ‘변곡점’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법적, 제도적 인프라 확충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 그럼에도 계속 늘어나는 수치…"예방책 손질 필요" 각종 노력이 무색하게 고의적 자해율은 돋보이는 감소세를 이끌어내진 못했다. 교통사고 원인에 비해 고의적 자해의 사유가 복합적이고 개별적인 데다가, ‘정책’으로 풀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으로 여겨지는 시선이 있어서다. 사실상 지금의 예방책이라고 해봐야 ‘자살예방센터’가 최선인 수준인데, 현장에선 전문 인력 부족과 한정적 예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력과 예산은 어느 수준일까. 경기α팀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확인한 올해 ‘교통안전’ 관련 기관(한국교통안전공단, 한국도로교통공단)의 정부지원수입은 총 1조3천268여억원이었다. 4년 전인 2021년(7천682여억원)과 비교해도 5천억원 이상이 증가했다. 이들의 예산은 안전 검사, 교통안전지도 및 교육, 자동차성능연구, 교통안전기술 개선 등에 쓰인다. 도로교통안전을 개선해 ‘교통사고’ 자체를 예방하고 나아가 이로 인한 사망률 감소에도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비해 고의적 자해 예방 정책 총괄을 담당하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대한 정부지원은 2021년도와 비슷한 수준에 머무른다. 이들의 정부지원금은 2021년 206여억원에서 2025년 298여억원으로 92여억원 늘었다. 교통안전에 비해 적은 예산으로 고의적 자해 예방 교육을 비롯해 고위험군 발굴 지원, 민관협력 예방사업 등을 도맡아야 한다. 이러한 차이는 인력 차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대상자들만 봐도 한국교통안전공단 1천931명, 한국도로교통공단 3천54명이 ‘교통 안전’ 업무를 맡는다. 이에 비해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전부 다 합쳐 220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고의적 자해율의 감축을 위해 국가 차원의 적극적 투자, 세심한 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민석 루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의적 자해는 단일 요인으로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예방 항목에 한정된 예산 투입보다는 전방위적 통합 정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지자체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의 예산·인력 확충과 부처 간 연계 협력은 필수적이며, 더 넓은 취약계층까지 아우르는 보편적 개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 :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5

교통 사망 추월한 '고의적 자해' 비극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①]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안전해진 도로, 위험해진 마음 ‘한강의 기적’을 이룬 나라가 ‘자살 공화국’ 오명을 안기까지 반세기도 채 지나지 않았다. 유례없는 비약적 성장의 이면에는 수많은 ‘죽음’이 있었다. 경제 발전 초기 1만4천여명에 달했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현재 2천여명까지 감소했다. 반대로 과거 3천여명이었던 고의적 자해 사망자는 최근 1만4천여명까지 증가했다. 점점 줄어드는 교통사고 사망자, 점점 늘어나는 고의적 자해 사망자, 각각의 그래프가 ‘엑스(X)자’를 그리기까지 40년간의 흐름을 짚어봤다. 그동안 교통사고 사망자는 어떻게 줄였을까, 하루 평균 38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어가는 이들은 어떻게 구해야 할까. 편집자주 1983년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률 17.1명, 고의적 자해율 8.7명. 2023년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률 4.9명, 고의적 자해율 무려 27.3명. 최근 40년 사이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과 고의적 자해율(옛 자살률)이 역전됐다. 교차 시점은 ‘2002년’이다. 15일 경기α팀은 통계청과 한국도로교통공단 등의 자료를 통해 1983년부터 2023년까지의 국내 교통사고 사망률 및 고의적 자해율을 비교했다. 양측의 통계가 공식 집계된 첫 시점부터 가장 최근까지 집계된 40년 치에 대한 분석이다. 이때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 수를 의미한다. 먼저 교통사고에 관한 조사다. 전국 도로교통사고 사망률은 지난 1983년 17.1명으로 집계된 이후 1988년 27.5명, 1991년 31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였다. 경제 성장에 발맞춰 차량 보급이 늘었는데 관련 제도는 미처 정비되지 않아 단기간에 사망률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정부는 지속적으로 교통안전 인프라를 강화했다. 그 결과, 1992년(26.6명)부터 사망률도 감소했다. 1993년 23.5명, 2008년 12.0명, 2013년 10.1명, 2018년 7.3명, 2023년 4.9명 등이다. 40년 만에 교통사고 사망률은 71.3%씩이나 감축됐다. 반면 고의적 자해는 정반대의 곡선을 그렸다. 전국 고의적 자해율은 1983년 8.7명에서 1994년까지 7~9명 수준을 유지하다 1995년 10.8명을 기록하며 ‘두 자릿수’로 올랐다. 2003년엔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초로 22.7명을 기록하며 ‘20명 선’을 넘어섰고 2011년엔 31.7명이라는 ‘역대 최다’ 비극을 냈다. 이후 조금씩 감소했다지만 여전히(2023년 27.3명) 20명대를 유지한다. 경기도 역시 전국 통계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도내 시·군·구 통계는 1998년부터 집계할 수 있었는데, 이 시기 교통사고 사망률은 18.3명, 고의적 자해율은 17.3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경기도는 전국보다 1년 빠른 2001년도에 두 그래프가 교차점을 맞았다. 이후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2023년의 경우 도내 교통사고 사망률은 3.64명까지 감소한 반면 고의적 자해율은 25.1명에 달하게 됐다. 인천광역시의 경우는 1998년 교통사고 사망률 6.9명에서 2023년 2.8명까지 떨어졌고, 고의적 자해율은 같은 기간 17.9명에서 28.8명으로 올랐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통사고는 국가 정책으로 잘 관리돼 매년 ‘최저’를 기록했지만 고의적 자해는 사회적 노력과 인식이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고의적 자해는 빈곤, 고립 등 사회적 산물로 발생했기 때문에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에 정부·지자체 등의 종합대책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 : 교통사고 사망 ‘브레이크’... 고의적 자해 ‘가속 페달’ [마음에도 안전벨트를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615580260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인터랙티브로 한 눈에

민선자치 30주년인 올해, 지방의회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을까. 경기α팀은 내년 6월3일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유권자의 날(5월10일)을 맞춰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공약에 대해 조명했다. 약 50일간 이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 1천204개를 추려내고, 하나하나의 이행 실태를 전수 조사했다. 경기α팀 취재 및 분석 결과, 개개인이 각각의 입법기관이자 국민·지역민의 대변인인 지방의원의 공약은 어떠한 '검증'도 받고 있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기준 공약 이행률도 23.6% 수준에 그쳤다. 이들의 공약 실태와 관련된 내용은 기획 기사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를 통해 연속 보도됐다. 이번엔 일련의 과정을 담은 추적기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를 공개한다. 경기α팀 ● 인터랙티브 기사 보기 https://kyeonggi-tracer.netlify.app/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258037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458038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完. 저조한 이행률 해결책은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1958043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경기도의회 홈페이지 개편, 의원 공약 공개됐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2358011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지방의원 공약 이행률, 공천 반영되나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26580367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경실련 “공약 공개 '의무 규정'으로”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2758027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정부, 지방의원 공약 공개 검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28580327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정부, 지방의원 공약 공개 검토

정부가 지방행정 종합정보를 공개하는 시스템 ‘내고장알리미’를 통해 지방의원들의 공약을 공개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에 나섰다. 이는 지방의원들의 공약 미공개로 유권자들의 알 권리가 충족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경기일보 8일자 1·5면 등 연속보도)에 따른 것이다. 특히 정부는 지방의회가 자체 홈페이지에 의원들의 공약을 공개하도록 권고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행안부는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의원들의 공약을 공개하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이들은 경기α팀의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를 두고 최근 내부 논의를 거쳐 ‘내고장알리미’를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방의원의 공약 공개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자체 조직 운영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시스템 내고장알리미에는 지자체 인사 운영이나 기구 정원 등의 정보가 담겨 있는데, 여기에 공약이 공개될 경우 국민들이 지방의원의 공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 2022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의회 의정활동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내고장알리미를 통해 이듬해(2023년)부터 ▲회의일수 ▲의원 회의 출석률 ▲의안 발의건수 등 5개 항목을 공개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2024년)엔 ▲업무추진비 ▲정책연구실적 ▲행정사무감사결과 등 3개 항목이 추가 공개됐다. 여기에 더해 올 하반기(오는 7월)부터는 ▲의회운영(회의일수, 의안 처리현황) ▲의원활동(국제교류, 행사 개최 내역, 겸직현황) ▲의회사무(예결산 분석 지원, 의회발간물 현황) 등 19개 항목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 안에 신규 공개 항목으로 ‘지방의원 공약’도 담을지에 대한 논의가 오가는 단계다. 주목되는 부분은, 지역주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차원에서 지방의회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방의원들의 공약을 공개할 수 있게끔 권고한다는 내용이다. 행안부는 경기도의회 등을 비롯한 전국 지방의회에 관련 공문 발송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경기일보 보도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행정안전부도 지방의회들이 자발적으로 의원들의 공약 및 공약 이행률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방의회에 권고 공문을 발송해 홈페이지에 공약 공개를 독려하는 방법 등을 구상 중이며, 대부분의 지방의회가 공약을 공개할 경우 이를 행안부 차원에서도 일괄 취합해 관리하는 식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행정안전부는 지방정보 투명성 강화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258037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458038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完. 저조한 이행률 해결책은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1958043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경실련 “공약 공개 '의무 규정'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경기α팀의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보도(경기일보 15일자 1·5면 등)와 관련, 지방의원들의 공약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당들은 현역 지방의원들의 공약 이행률 등을 공천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경실련은 27일 ‘선관위의 허술한 공약 관리, 이참에 바로잡자’ 성명을 통해 부실한 공약 관리 등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선관위의 공약 관리 부실과 관련, 법 제도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선거 후보들의 경우 최근 선거조차 공약집이 게시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로 확인됐다. 단순히 기록 관리의 부족에 그치지 않고 공약에 대한 책임 회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공약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의원들의 공약 이행을 감시하기도 어려워지고 자연스레 공약 이행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선거 이후 공약 정보가 제대로 게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후보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일도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대안으로는 현행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현 공직선거법 제66조7항의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공약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선거구민이 알 수 있도록 이를 공개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임의규정이라, 이를 의무규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당들도 지방의원의 공약 이행률을 점검해 공천에 반영하는 등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실련은 “유권자의 알 권리는 투표일이나 선거철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되기에 선관위가 책임 있게 공약서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지방선거에서도 각 시도당이 현역의원평가위원회를 두고 현역 지방의원에 대한 공약이행률을 평가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기α팀 < 경실련 성명 전문 > □ ‘선관위의 허술한 공약 관리, 이참에 바로잡자’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허술한 공약 관리 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2022년 홈페이지 개편 이후, 이전 대선의 공약집을 제대로 게시하지 않았다는 보도가 있었고(세계일보, 「대선 끝나면 공약도 ‘끝’… 기록관리 손 놓은 선관위」, 2025.04.28), 지방선거의 공약집 관리가 더욱 부실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경기일보,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 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2025.05.15). 정책선거의 중요성을 의례적으로 강조해온 선관위의 이런 행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선관위의 공약 관리 부실과 관련 법 제도의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정책선거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를 책임지는 선관위가 우선적으로 자료를 잘 보존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선거 시기마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약뿐만 아니라 이전 정부 및 현직 국회의원, 지방의원의 공약 이행 여부도 함께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선관위의 부실한 공약 관리와 제도적 미비로 인해, 유권자들은 과거 후보들(이 중 일부는 실제 당선자)의 공약조차 제대로 알기 어렵다. 경실련이 중앙선관위 도서관 페이지를 통해 1987년 민주화 이후 13대 대선부터의 공약서 공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선관위는 76명의 후보 중 32명(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 대통령 포함)의 벽보만 공개하고 있으며, 2명(20대 대선 안철수, 김동연 후보 포함)은 공보만, 1명은 공약서만 공개하고 있다. 23명의 후보(이명박 전 대통령 포함)는 공보와 벽보만 공개돼 있다. 온전한 형태로 공약 관련 자료가 모두 공개된 후보는 고작 17명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16대 이전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벽보만 남아 있어 유의미한 정보로 보기 어렵다. 대선조차 이런 상황인데, 총선과 지방선거의 공약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광역단체장, 광역의원,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선거 후보들의 경우, 최근 선거조차 공약집이 게시되지 않은 사례가 다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보들은 점점 더 지역 맞춤형 공약을 남발하고 있지만,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로 인해 선거가 끝나면 공약의 공개성은 사라지고 만다. 이 문제는 단순히 기록 관리의 부족에 그치지 않고, 공약에 대한 책임 회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약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의원들의 공약 이행을 감시하기도 어려워지고, 자연스레 공약 이행률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설령 정책지원관직을 신설해 의원들의 공약 이행을 돕는다 해도, 사회적 감시가 약화되면 의원들의 공약 이행 유인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더불어 선거 이후 공약 정보가 제대로 게시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후보들이 지키지 못할 공약을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일도 벌어진다. 이는 악순환이다. 따라서 선관위는 이번 기회에 이러한 공약 관리 부실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누락된 벽보, 공보, 공약서를 모두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언제든 과거 공약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각 정당 홈페이지에서 공개된 전체 공약집이 존재하는 경우, 선관위 홈페이지에서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 후보들의 공약은 상황이 더 심각하므로, 선관위는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초단체의 ‘기초’는 말 그대로 시민들과 가장 밀접한 행정의 기본 단위이며, 선관위는 민주주의의 뿌리인 이 기초단체 선거의 공약 관리에 각별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편, 공약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건, 공약을 기반으로 한 평가 체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권자의 알 권리는 투표일이나 선거철에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선거 이후에도 공약을 기반으로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가 가능해야 한다. 이미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현역 의원들에 대한 평가를 공약을 기준으로 하고, 이를 공천에 반영하고 있다. 지방선거에서도 각 시도당이 현역의원평가위원회를 두고 현역 지방의원에 대한 공약이행률을 평가해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아울러 허술한 공직선거법도 손봐야 한다. 현재 공직선거법 제66조(선거공약서) 제7항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공약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하는 등 선거구민이 알 수 있도록 이를 공개할 수 있으며, 당선인 결정 후에는 그 임기만료일까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임의규정으로,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 이를 의무규정으로 개정해, 선관위가 책임 있게 공약서를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한 유권자의 권리 행사는 투표일이나 선거 한철에만 행사되는 것이 아니다. 본인이 행사한 한표가 올바르게 사용되었는지 확인하고 또 바로잡을 권리가 유권자에게는 존재한다. 우리 경실련은 앞으로도 민주주의 수호와 유권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제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258037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458038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完. 저조한 이행률 해결책은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1958043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完. 저조한 이행률 해결책은

"광역의원 역할에 맞게 일해야…사회적 관심도 필요" 자취를 감춘 광역의원들의 공약과 외면 당하는 이행률을 두고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특히 광역의원들이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 사이에서 ‘광역’ 단위의 역할 수행을 위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보태진다. 19일 경기α팀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원론적으로 지방의회 활성화가 ‘지역정치의 복원 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봤다. 지역단위 정치 참여, 시민사회 활성화가 근본적인 답이고 그 속에서 지방의원들의 책무성이 ‘공약’을 통해 강화돼야 한다는 의미다. 먼저 최준규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방의원의 공약 이행률 제고를 위해 “정책의 수용자인 ‘시민사회의 성장’과 ‘주민참여 기능과의 연계’ 등 창의적인 정책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도적 수단으로 ‘경기도의회 의정정책담당관’의 역할 확대를 언급했다. 그는 “경기도의회 기본조례에 근거해 구성된 의정정책추진단은 현재 도의원의 정책 개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체계적·정량적으로 공약을 전담해 이행여부를 체크하고 공개하는 형태는 아니지만, 이들의 역할 확대가 지방의원의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중요한 노력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지방의원의 책임을 높이기 위해선 제 역할부터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종혁 한경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지방소멸대응 특별위원회 위원장)는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공약을 발표하는 것보다 (집행부를) 어떻게 견제·감시할지, 그를 제도화하기 위해 어떤 입법 활동을 할지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중앙업무와 기초업무 사이의 갈등을 광역업무로 해결해주는 게 광역의원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약 이행률 제고는 “두 가지 방식으로 가능하다”며 “하나는 지방자치법 개정이나 행정안전부 지침 등에 따른 제도화, 또 좀 더 적극적인 방안으로는 지방의회가 스스로 투명하게 예산·공약 이행 활동 등을 공개하는 조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혜수 경북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역시 “광역의원이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공약 내용이 미흡한 것”이라며 “경기도 특색을 반영해 조례로, 예산으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하는데 사실상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공약을 따라가다 보니 공약의 질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하 교수는 “광역의원들 스스로 자정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들의 공약 이행 여부가 공천 심사나 경선 과정에 반드시 영향을 주고, 참고 요소가 되도록 사회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제언 “공약 이행률 높이려면… 공천 과정서 반영 필요” 특히 경기α팀은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의 공약 이행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30주년인 올해 처음으로 구성된 ‘민선 지방자치 30년 평가위원회’ 등에도 자문을 구했다. 이들 또한 광역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당사자들이 제 역할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역 지방의원들의 공약 이행 실태가 공천 과정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정당의 공천 시스템 개선도 주문했다. ■ “도의원 공약 4무(無) 상태…사전 검토·이행 지원 있어야"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광역의원들이 스스로의 역할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공약을 책임감 있게 이행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운을 뗐다. 광역의원들이 제시하고 있는 공약 대부분이 자신의 고유 권한인 ‘조례 제정’ 등 입법 활동보다는 ‘도로 개설’, ‘기업 유치’ 등 집행부 활동에 가깝기 때문에 자신의 역할부터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사무총장은 “현재 광역의원들의 공약은 ‘권한 적합성, 사전 검토 과정, 이행 지원, 실천 의지’가 없는 4무(無) 상태”라며 “조례 제정과 예산 감시 같은 도의회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공약이 나와야 한다. 이행률이 저조한 것 역시 일차적으로는 본인의 권한과 동떨어진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에 지킬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재정적 측면에서 사전에 공약 이행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는 것도 문제고, 국회와 달리 광역의회는 이러한 공약 검토와 이행 과정을 지원하고 보조해 줄 기구가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역의원들에게 공약이 일종의 ‘고용계약서’와 같다고 칭했다. 공약이라는 계약서를 통해 유권자로부터 ‘고용’이 됐으면 그 계약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광재 사무총장은 “선거 때 입법활동계획서를 중심으로 공약을 내고 유권자들에게 도의원으로 ‘계약’이 되는 것이므로, 선거 이후에도 입법활동 결과와 공약 이행에 대한 의정보고서를 공개하는 게 옳다”며 “중앙의 유력 정치인에게 잘 보이면 공천에 문제 없고, 공천만 잘 받으면 다음 선거 때도 문제가 없는 현 공천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으면 ‘안일한 의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주민이 유일한 감시자…도의원은 ‘조례’ 통해 말해야” ‘민선 지방자치 30년 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이기도 한 김순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특임교수는 공천 중심의 정치 구조에서 지방의회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유권자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내다봤다. 김순은 교수는 “유권자의 관심과 감시가 지방의회를 견제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유권자들이 (지방의원들의) 공약과 이행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정당 차원에서도 공천 과정에 공약 이행률을 반영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고 의원들도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의 정치 구조, 그 안에서도 ‘공천’을 두고 개선을 당부했다. 김 교수는 “지금 정치 구조가 공약만을 잘 내고 잘 지킨다고 해서 공천을 받는 형식이 아니다”라며 “당선 이전에 공천이 먼저이기 때문에 지방의원 및 후보자들이 ‘공약을 잘 이행했는지’, ‘공약을 구체적으로 잘 냈는지’보다는 당내 핵심 인사의 눈에 얼마나 잘 들었는가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끝으로 김순은 교수는 “지방의원들을 지켜볼 뚜렷한 방도가 없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지방자치도, 공천 과정도 성숙하게 바꿀 수 있다”면서 “유권자들이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는 공약은 평가 받지 않는 공약(空約)이 되기 쉬운데 보다 단단한 지방자치 문화를 위해 지방의회도, 지방의원도, 정당도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258037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4580382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④10년 넘게 공약 이행률 ‘제자리’

8대·11대 도의회 비교...경기일보 2013년 기사 토대 분석 민선 지방자치 확대에 발맞춰 광역의회의 힘도 강해졌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광역의원 수는 더 많아졌고, 그만큼 유권자를 위해 약속하는 공약도 구체화·전문화·다양화됐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 건 제자리를 맴도는 ‘공약 이행률’이다. 경기α팀은 지난 2013년 경기일보가 전국 최초로 보도한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이행 실태 분석 기사 ‘광역의원들의 사라진 약속’(경기일보 2013년 7월15일자 1·3면 등)을 토대로 제8대 경기도의원과, 현재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이행률 차이 등을 비교·분석해 봤다. 현재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은 총 156명으로, 올해만 38조7천억원이 넘는 경기도 예산을 심의·의결한다. 12년 전이던 제8대 경기도의회와 비교했을 때 의원 수(131명)는 25명 더 많아졌고, 평균적으로 다루는 도 예산액(약 15조원)도 2배 이상 늘었다. 그 영향은 ‘공약’으로도 이어졌다. 유권자들의 수준이 높아지고 관심과 요구도 많아지면서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개수도 늘고, 공약 내용도 현실 가능한 수준으로 맞춰졌기 때문이다. 공약 개수의 경우, 현재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 중 비례대표와 보궐선거 당선자 총 20명을 뺀 136명의 전체 공약은 3천884개로 추려졌다. 과거 제8대 경기도의회 의원 중 교육의원 등 8명을 제외한 123명의 공약은 1천456개로, 지금과 2.6배 차이가 난다. 이 중 ‘공통 공약’을 제외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지역구명 등을 상세히 명시한 ‘지역 맞춤형 공약’만 따로 분류해도, 12년 전(504개)보다 지금(1천204개)이 2.3배가량 더 많다. 질적으로도, 과거보단 지금의 공약들이 실현가능한 내용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과거엔 경기도와 무관한 서울권 내용을 제시하는 허무맹랑한 사례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색 공약’들이 적어도 지역 사정을 토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행률’은 그때나 지금이나 20% 수준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은 스스로 내건 지역 맞춤형 공약의 23.6%만을 ‘이행 완료’한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지난 2013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여 남겼던 제8대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이행률은 21% 수준으로 지금과 2.6%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10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어도 도의원들은 자신이 내건 지역 맞춤형 공약의 평균 10개 중 7개를 마무리 짓지 못한 것이다. ‘정책지원관’까지 들어왔는데…이행률 그대로 지방자치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지방의회도, 지방의원도 역할이 강화됐다. 특히 이번 제11대 경기도의원들의 경우 정책 지원을 위한 전문 인력을 제도적으로 처음 받은 세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현재 경기도의원들의 지역 맞춤형 공약 이행률은 그닥 높아지지 않았다. 이전과 지금의 공약 내용, 이행 실태 등을 비교하며 지역 현안과 앞으로의 개선점 등을 살펴봤다. ■ 의원 131명→156명…주 공약 ‘복지’에서 ‘생활’로 앞서 경기일보는 지난 2013년 7월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등을 집중 분석했다. 당시 ‘광역의원들의 사라진 약속’이라는 주제로 제8대 경기도의원들의 공약 내용과 그 이행 실태 등을 보도(경기일보 2013년 7월15일자 1·3면 등)했다. 이어 12년이 지난 현재 경기α팀이 제11대 경기도의원을 대상으로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경기일보 2025년 5월8일자 1·5면 등)를 진행했다. 과거 보도와 현재의 취재 내용 등을 토대로 그때와 지금의 차이 등을 짚어봤다. 지난 2010년 6월 치러진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제8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선출됐다. 지역구 112명, 비례대표 12명, 교육의원 7명 등 131명이었다. 당시 선거에선 ‘친환경 무상급식’이 가장 큰 화두였다. 전체 인원의 83명이 이 공약을 함께 내세웠다. 또 ‘보육예산 확대 및 무상보육’ 68명, ‘전통시장 활성화’ 31명, ‘작은 도서관 확대’ 20명 등 공약을 다수의 도의원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당시 사회적으로 ‘폭넓은 복지 정책 추진’과 이에 맞서는 ‘복지 포퓰리즘 논란’이 시끌시끌했는데, 실제로도 그러한 기류가 공약 속에 담긴 것으로 보인다. 지역 맞춤형 공약 역시 ‘복지’ 공약(39.1%)이 가장 많이 제시돼서다. 이후 12년이 흘러 2022년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제11대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선출됐다. 현 경기도의원들은 지역구 141명, 비례대표 15명 등 15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역 맞춤형으로 ‘생활’ 공약(26.7%)을 많이 꺼내들었다. 이와 관련한 공약으로 69명이 ‘생태공원 정비(생태하천 조성)’를, 42명이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공통 공약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분야는 ‘건설’ 파트였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재개발 구역 정비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 공약’을 86명이, GTX-A, GTX-C 등 ‘GTX 관련 공약’을 65명이 약속한 식이다. 그 외 ‘복지’ 공약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12년 전에는 공약집에 없다시피 했던 ‘공공산후조리원 유치’(26명), ‘24시간 공공심야 어린이병원 유치’(10명) 등 공약들이 눈에 띠었다. 이러한 공약들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이 정당 차원에서 제시한 공약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펜데믹의 기로에 서 있던 선거 무렵 ‘원정 출산’이나 ‘응급실 뺑뺑이’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공약에도 이슈들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 지역 맞춤 공약 504개→1천204개로 2.3배 증가 전체적인 공약 수는 12년 전 1천456개(교육의원 7명 제외)에서 오늘날 3천884개(비례 15명·보궐 당선자 5명 제외)로 2.6배 이상 많아졌다. 이 안에서 ‘일자리 확충’,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은 공통 공약을 제외하고 명확하게 자신의 지역구 등을 명시한 지역 맞춤형 공약도 12년 전 504개에서 현재 1천204개로 2.3배 늘었다. 경기도의원 수가 증가한 영향도 있겠지만, 의원들이 이전보단 공약을 보다 세심하게 신경쓰고 있는 영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 모두 의원들의 임기가 ‘1년 남은 시점’를 비교해보면, 지역 맞춤형 공약만 별도 분류했을 때 이행률은 12년 전 21%에 그쳤고, 지금도 23.6%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폭 오르긴 했다지만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공약 5개 중 1개만이 ‘이행 완료’인 꼴이다. 이 안에서 본인의 공약을 단 하나도 이행하지 않은 경기도의원은 과거 123명 중 절반에 가까운 51명(41.4%)에 달했다. 지금은 136명 중 34명(25%)으로 집계된다. 공약에 무심한 의원 수도, 비중도 줄어들긴 했으나 아직 4명 중 1명은 지역 맞춤형 공약을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지역 맞춤형 공약을 가장 많이 이행한 의원도 돋보인다. 2013년 7월 기준 제8대 도의회에선 (당시)새누리당 강석오 의원(광주2)이 고산리 일원 배수시설 완비, 곤지암읍 청사 이전 등 10건의 지역 맞춤형 공약을 실천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리고 올해 4월25일 기준 제11대 도의회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인규 의원(동두천1)이 동두천시 체험학습지원센터 건립, 청년 취창업지원센터 설치 등 11건의 공약을 ‘이행 완료’한 것으로 분류됐다. ■ 정책지원관 제도 도입 후 첫 구성…전문인력 있는데 왜 이행률은 제자리? 과거와 지금 지방의회 내 대표적인 변화를 꼽자면 ‘정책지원관의 발굴’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22년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현재 지방의원들은 지방의회 정책지원관과 손잡고 일하게 된 첫 사례가 됐다. 지방의회 정책지원관은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정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지방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 운영된다. 정책지원관이 도입되기 이전(2018년) 전국 지방의원들의 조례 비중은 39.9% 수준이었지만, 도입 이후(2023년)엔 68.7%까지 뛰는 등 지방의회에서의 일도, 지방의원들의 역할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인력이 추가됐음에도 사실상 ‘공약 이행률’에는 변동이 없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지방의원들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찬현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과거 지방의회에는 정책 보좌 인력이 거의 없었고, 의회사무처 직원들도 단체장에 매여 지방의원의 의정 활동이 국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웠다. 의원들이 집행부의 잘못된 일을 잡아내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단 집행부 보고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쉬웠던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정책 지원 전문 인력이 도입되는 등 일부 개선이 시작됐다지만 아직 의회, 의원 모두 주목받을 만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은 미흡한 실정”이라며 “지방의회(의원)가 중앙정치의 축소판이라고 여겨지지 않게끔, 의회·의원 모두 자신의 독립적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역량 강화 및 체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①사라진 약속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07580281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②공약 전수조사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1580103 [의원님 뭐하세요? 광역의원 공약 추적기] ③스스로 내건 공약, 5개 중 1개만 지켰다 https://kyeonggi.com/article/20250512580371

‘저질체력’인데도 입시가 먼저…“체육 수업 늘려야” [청소년건강]

매년 아동·청소년의 건강이 나빠지면서 이를 직접적으로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경기도교육청이 매년 실시하는 ‘학생건강체력평가’에 따르면 학교급별 저체력(4~5등급) 학생 비율은 고학년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학생건강체력평가는 오래달리기, 팔굽혀펴기 등의 테스트를 통해 학생들의 체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1등급 ‘매우 우수’ ▲2등급 ‘우수’ ▲3등급 ‘보통’ ▲4등급 ‘미흡’ ▲5등급 ‘매우 미흡’ 등으로 나뉜다. 2021년을 보면 초·중·고등학교의 저체력 학생 비율은 각각 17.7%, 19.7%, 28.8%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가면서 조금 비율이 늘어났다가 고등학교에서 10%가량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초등학교, 중학교별 저체력 학생 비율은 16.7%, 16.3%로 비슷했지만 고등학교에서 24.8%로 10% 이상 증가했다. 고등학생 4명 중 1명은 체력이 좋지 않은 셈이다. 아동·청소년 교육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는 교육 과정 내에서 체육 교과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학교의 경우 학생들에게 일주일에 3~4시간을 체육 교육에 할애하도록 하고 있지만,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체육 교육에 할애하는 시간이 1~2시간으로 줄어든다. 체육수업이 일주일에 많아야 두 번 정도라는 뜻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매일 아침마다 정규 수업 시작 전 한 시간 동안 선생님과 함께 운동하는 ‘오아시스 아침운동’을 실시하고 매년 ‘경기학교스포츠클럽축제’ 등을 개최하며 학생들의 체력 증진을 장려하고 있다. 다만 이조차도 참여율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낮아진다. 경기학교스포츠클럽축제의 경우 지난해 참여인원은 ▲초등학생 3천898명 ▲중학생 4천2명 ▲고등학생 2천461명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경기일보와 통화에서 “학교 생활이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구조에서는 학생들이 신체활동보다 스마트폰, 공부에 치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권 교수는 현 상황에서라도 학생들의 체력을 증진하기 위해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포츠장려 프로그램을 만들어만 놓는 것이 아니라 참여도를 높이고 체육 수업 자체도 늘릴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입시에 치중한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체육 활동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앞으로 모든 학생이 체육 활동에 더 참여할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지치고 힘들어요”…스트레스 속 잊혀지는 아이들 건강 [청소년건강]

#1. 수원특례시에 사는 이모양(18)은 가족들의 압박에 시달리다 최근 건강 적신호를 받았다. 가수를 꿈꾸는 이양에게 부모님은 늘 “우릴 호강시켜줄 정도로 성공해야 한다” 등의 요구를 했다. 스트레스 받던 이양은 언젠가부터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밥을 제대로 못 먹어 하루가 다르게 말라갔지만 이양에게 손 뻗는 이는 없었다. 혼자 견디던 그는 최근 마비와 저림 증상까지 호소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2. 과천시에 사는 송모군(14) 또한 최근 시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매일 하교 후 학원에서 오후 10시까지 공부하고, 집에 와서 2~3시간씩 스마트폰을 보며 잠드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양쪽 눈 1.5였던 시력이 0.3까지 하락한 것이다. 하루 13시간씩 책상에 앉아있다 보니 거북목도 심해져 송군은 늘 목과 어깨가 아프다. 10일 교육청 등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건강이 매년 악화하고 있다. 교육청·질병관리청의 ‘제20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동·청소년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주관적 건강 인지율’은 지난해 66.1%로 5년 전인 2019년에 비해 3.5% 낮아지고 목표치인 73%보다 훨씬 밑돌았다. 구체적으로 2019년 70%, 2020년 69.6%, 2021년 64.7%, 2022년 63.1%로 계속 감소하다가 2023년 64.4%, 2024년 66.1%로 약간 반등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점점 저조해지고 있다. 이 추세는 학년이 더할수록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구체적으로 ▲중1 73.5% ▲중2 68.2% ▲중3 66.2% ▲고1 65.5% ▲고2 62.2% ▲고3 60.6% 등으로 입시 스트레스에 가장 많이 시달릴 것으로 평가되는 고3 학생들에게서 주관적 건강 인지율이 가장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입시생을 둔 가정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성남시 분당구에서 고3 아들의 입시를 돕고 있는 학부형 김모씨(49)는 “아이가 하루에 5시간 정도밖에 못 자고 입시에 매달리느라 늘 체력적으로 힘들어한다”면서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 쉬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처님 힙하시다”… MZ 저격 ‘불교’ 붐

#1. 수원시민 이선화씨(23·무교)는 불교에 대한 또래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 템플스테이가 버킷리스트라는 친구들, 불교박람회에서 특이한 굿즈를 사오는 언니. 엄숙하게만 느껴졌던 불교가 힙(Hip)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호기심으로 참여한 지역 연등제에서는 만화 ‘포켓몬스터’ 캐릭터가 그려진 연등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2. “극락도 락이다” 김승현씨(27·무교)는 요즘 이 불교 밈(meme)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밈이나 ‘반야심경 리믹스’ 노래 같은 유쾌한 콘텐츠들 덕분에 딱딱한 종교라고만 생각했던 불교가 친근하게 느껴진다. 행사나 굿즈를 구경하는 것에도 흥미를 느껴 조만간 가까운 지역의 불교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4일 경기일보 취재 결과,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 불교 문화를 즐기는 것이 인기다. 지난달 3~6일 열린 ‘2025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선 방문객 수가 역대 최대치인 20만명을 기록했다. 행사를 주최한 대한불교조계종에 따르면 작년의 약 2배 수준이며 개막 전에는 사전등록자가 4만명을 넘겨 조기 마감됐다. 특이한 점은 장·노년층 방문객이 대부분이었던 지난 행사와 달리 올해는 전체 방문객의 73%가 2030세대 청년들이었다는 것이다. 절반에 달하는 47.5%는 무종교인이기도 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힙한’ 행사들이 진행됐다. 젊은 층의 참여가 특히 많았던 프로그램은 ▲수의를 입고 관에 들어가 보는 ‘임종 체험’ ▲사진에 AI 필터를 입혀 승려가 돼 보는 ‘AI 출가 체험’ ▲‘한 입에 극락으로’ 보내준다는 슬로건을 내건 디저트 시식 등이었다. 종교와 유머의 조화가 돋보이는 불교 굿즈도 인기였다. 2030세대는 ‘사랑아 중생해’, ‘번뇌 멈춰!’, ‘야, 너도 부처 될 수 있어’ 등 이른바 불교 밈이 적힌 상품을 많이 구매했다. 행사가 끝난 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무소유 실천하러 갔다가 풀(Full)소유 하고 왔다”며 구매 인증이 끊이지 않았다. 불교박람회 사무국 관계자는 “실제로 현장에 젊은 방문객들이 많았다”며 “원래 연세가 있는 분들이 주로 참여하는 행사였는데 올해는 젊은 사람들이 전국적으로 많이 방문해줬다”고 당시 현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종교 행사이기도 하고, 젊은층의 관심은 적었는데 많은 분이 좋아해 주셔서 신기하다. 부스에 참여한 업체 등 행사 관계자들도 불교의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부처핸섬' 음악에 '뉴진스님'까지...불교계의 노력과 MZ문화의 '시너지'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501580395

콜포비아 비대면 문화 생기며 확산…“노출 훈련이 해법”

콜포비아 현상은 최근 10여년 사이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정신의학,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타인과 전화로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유년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해온 사람들이 성인이 됐을 즈음 코로나19를 겪고 그로 인해 비대면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는 일이 늘면서 젊은 층의 전화공포증은 더욱 심화됐다. 거기에 틱톡, 유튜브 등 상호작용이 필요 없는, 일방적인 즐길거리는 소통하지 않는 환경에 익숙해지고 대화를 어색해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아울러, 지나치게 개인의 성향과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콜포비아 현상을 확대한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에 비해 자신의 상태를 과도하게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졌고, 주변에서는 개인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전화공포를 손쉽게 납득하다보니 개선의 기회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강지연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대학원 교수는 “콜포비아는 사실 전화가 두려운 게 아니라 관계가 두려운 것”이라며 “목소리만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경험과 이해 부족의 결과가 콜포비아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콜포비아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의학계에 따르면 현재 콜포비아는 정신건강의학적으로 진단 기준이 마련돼있진 않지만 ‘사회 불안장애’라는 큰 틀 안에서 분석할 수 있다. 신다운 고대안암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사회생활의 불편함을 느낄 정도의 불안장애에는 정확한 진단 하에 약물치료가 동반돼야 하지만 불안장애에 가장 효과가 좋은 비약물 치료는 ‘노출 치료’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콜포비아’ 치료법으로 ▲전화하는 장면을 상상하는 것부터 시작해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와 30초 미만의 통화 후 편안함을 느낀다면 ▲조금씩 시간을 늘려 전화에 대한 긴장도를 낮추고 ▲스스로 식당 예약을 해보거나 음식 주문을 하는 등 낯선 사람과의 통화를 시도 등을 제시했다. 5년째 ‘전화 잘하는 법’을 알려주는 스피치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강민정 라이프스피치 대표는 “자신의 통화를 녹음해서 들어보고, 타인과의 통화로 다양한 소통 단서와 방법을 학습하다보면 두려움을 극복한다”며 “2030세대에 소통을 정확하게 학습해야 사회적 어른이 됐을 때도 건강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관련기사 : “여론조사도, 상사 전화도 피하고 싶어요”…확산하는 ‘콜포비아’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424580302

참혹한 현장 목격하는데…경기소방, 심리안정휴가 사용률 ‘저조’

위험을 무릅쓰고 사건·사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의 심리 안정을 위해 특별 휴가를 부여하는 ‘심리안정휴가’ 제도(이하 안정 휴가)가 운영되고 있지만 정작 실사용 사례는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휴가 사용이 트라우마를 앓는 것으로 비쳐 인사상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조직 분위기와 3일 이상 휴가 사용 시 심리 상태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구조가 맞물린 탓인데, 전문가들은 소방대원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해 조직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0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23년 안정 휴가 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난 3월까지 휴가를 사용한 소방대원은 총 21명으로 집계됐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23년 ‘0명’으로 출발해 지난해 2명, 올해 들어 3개월간 19명이 사용했다. 안정휴가는 현장에 출동한 소방, 경찰 공무원의 휴식, 심리 안정을 지원하고자 2023년 7월 도입됐다. 휴가는 해당 지역 소방서장, 경기도지사 등이 부여할 수 있으며 최대 4일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해의 경우 6월 23명의 사망자를 낸 ‘화성 아리셀 리튬 배터리 공장 화재’, 8월 19명의 사상자를 낸 ‘부천 호텔 화재’ 등 대형 참사가 잇따랐지만 단 두명만 안정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사례 19건도 지난해 12월 ‘무안 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파견된 소방대원 중 일부로,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안성 고속도로 붕괴 사고’ 출동 대원 중에는 안정휴가 사용자가 없었다. 소방노조는 미진한 휴가 사용의 요인으로 안정 휴가 사용이 곧 심리적 트라우마 호소로 직결되는 조직 분위기를 지목한다. 박진규 전국공무원노조 경기소방지부 지부장은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알려지면 좋지 않은 이미지가 형성돼 추후 승진이나 인사 발령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 안정휴가 사용이 기피되는 게 현실”이라며 “3일 이상 휴가를 사용하려면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증빙 서류를 직접 제출해야 하는데, 인력난에 시달리는 조직 내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심리·정신 문제는 빠른 해결이 중요하기에 안정휴가 제도는 시급히 활성화돼야 한다”며 “안정휴가가 인사상 손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을 조직이 제시하고, 내부에 전문가를 둬 휴가 사용을 적극 독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소방청이 ‘소방공무원 마음 건강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경험한 소방대원은 지난해 기준 4천375명으로 집계됐고 3천141명은 자살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 가족돌봄 지원…'중장기 로드맵' 논의 시동 [그림자 가장이 산다 完]

‘생계’, ‘부양’에 얽매인 가족돌봄 청소년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중장기 로드맵이 요구된다. 최근 대상자들의 복지 및 지원 강화를 위한 제도적 논의가 첫 시동을 걸고 있어 내년 중 개선안이 나올지 귀추가 모인다. ■ ‘가족돌봄’ 구체화된 범위·대상 정립 필요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경기도를 포함한 일부 지자체들은 가족돌봄 청소년 및 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를 두고 있다. 하지만 각각 명시하고 있는 연령 기준이나 지원 내용이 다르고 ‘사실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사람(경기도)’, ‘일상생활이 어려운 가족을 돌보고 있는 사람(경북)’,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돌보고 있는 사람(전남)’, ‘간호·간병, 일상생활 관리 또는 그 밖의 도움을 제공하고 있는 사람(충북)’ 등 내용도 불분명하다. 집안일만 해도 돌봄에 해당하는지, 시간에 맞춰 약을 제공하고 정서적 돌봄까지 진행해야 해당하는지 등이 그 어디에서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상태에서 실질적인 대상자를 발굴하거나 지원 연계가 이뤄질 리 없기에 ‘돌봄’ 범위부터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를 들면 돌봄 시간이나 돌봄 대상자 수 등 기준을 세분화해 유형별로 지원 프로그램을 차등 제공하는 방식이 있다. 일각에선 돌봄 강도와 역할에 따라 ‘관심 돌봄(caring about)’, ‘안심 돌봄(care for)’, ‘직접 제공(care-giving)’ 단계로 나누어 보기도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별 상이한 조례로 관리되는 현 상황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통합적이고 일관된 정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정훈 경기연구원 글로벌지역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는 가족돌봄의 개념을 명확히 구분해 18세까지는 아동·청소년으로 보고 그 이상은 성인으로 간주한다. 이때 청소년은 가족돌봄으로 인해 역량 개발, 학습, 재정 측면에서 다양한 제약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철저히 보호된다”면서 “국내에서도 대상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고, 가족돌봄 청(소)년 관련 입법안도 면밀한 검토를 통해 빨리 시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 맞춤형 서비스 도입 시급…과천·가평·양평·연천 ‘특히 위기’ 경기도에 한정하면 특히 상황이 열악한 곳은 과천시, 가평군, 양평군, 연천군이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8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일상돌봄 서비스’ 사업의 미수행 지역인 데다가, 관내 자체 조례도 없어서다. 이 4개 시·군에 거주하는 가족돌봄 청소년은 관(官)에 의지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기대해 볼 만한 부분은 지난달 27일 ‘가족돌봄 등 위기아동·청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이 법률안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 상정돼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가족돌봄 청(소)년과 밀접한 위기아동‧청소년에 대한 최초의 공적 전담 지원 체계가 마련하는 데 첫 발을 뗀 셈이다. 다만 예산 확보와 시스템 구축 등 추가 논의는 필요한 상황이라 아직은 ‘준비 기간’에 그친다. 가족돌봄 청소년 통합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채종민 세이브더칠드런 서부지역본부 광주아동권리센터장은 “돌봄 청소년을 도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은 좋으나 모호한 개념을 정확히 규정하고 실질적 지원에 대한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면서 “대상자들은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저소득층의 아동들이 많기 때문에 생계 지원과 파견 복지사 제도를 가장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 기간 동안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한 개념 확립과 전국적인 대상자 파악에 대한 방안이 추가 논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청년미래센터 확충’…경기도, 복지 사각지대 해소 적극 나서야 현실적으로 기댈 수 있는 희망은 보건복지부가 지원·관리하는 ‘청년미래센터’다. 지난해 8월부터 시범사업으로 가동 중인 청년미래센터는 가족돌봄 청년, 고립·은둔청년 등 취약 청년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전담 기관이다. 현재는 인천, 울산, 충북, 전북 4개 지역에서만 운영된다. 청년들이 돌봄 부담에서 벗어나 자립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발판이 되는 만큼, 청소년까지의 대상 확대 및 추가 운영 지역 확대 등이 요구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해 경기도 또한 청년미래센터 시범사업 공모에 신청했지만 아쉽게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보건복지부가 추가 선정할 경우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이를 대비해 기본 계획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센터 확대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12개 지역이 공모에 신청했고 다양한 지표를 고려해 상위 4개 지역이 선정됐다”며 “경기도의 경우 청년 인구 밀도가 높아 사업 추진이 필요하지만 당시 도 차원에서 청년미래센터를 재위탁 방식으로 운영하려 했고 시범사업의 취지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돼 선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가경정예산 확보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지만 올 하반기 2~3개 지역을 추가로 선정할 계획이 있다”며 “가족돌봄 청(소)년 지원을 위해 장기적으로 전국적 확대가 목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족돌봄 로드맵 실현을 위한 세심한 ‘시행 착오’를 당부했다. 노충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동안 저소득 가정, 조손 및 한부모 가정, 기초수급 가정 등 다양한 상황에서 각기 다른 법의 지원 체계에 따라 지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한 새로운 사례 발견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려면 민관 협력을 통한 역할 강화와 지원 기준 체계의 유연성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면서 “제도는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의 가장 큰 욕구는 ‘경제적 지원’이지만 정부는 제한을 둘 수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서비스가 활용된다. 궁극적으로 빈곤의 대물림을 막고 가족의 장기적 질병·실업, 개인의 우울·불안·대인기피 등을 함께 돌보는 체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일보는 가족돌봄 청소년이 평등하고 따뜻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며 [그림자 가장이 산다] 시리즈를 마친다. 끝으로 헌법 제13조3항을 전한다.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련기사 : 개인 '희생·책임' 아닌…"사회가 보듬어야" [그림자 가장이 산다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9580287 지원사업 몰라서…'10명 중 6명' 도움 못 받았다 [그림자 가장이 산다④]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8580237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다섯 글자, “도와주세요” [그림자 가장이 산다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8580234 지역·기관마다 정의 제각각…여전히 그늘 속 [그림자 가장이 산다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6580114 생계 책임진 아이, 엄마·아빠 보고 싶어 할 겨를이 없다 [그림자 가장이 산다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6580089

지원사업 몰라서…'10명 중 6명' 도움 못 받았다 [그림자 가장이 산다④]

경기도 가족돌봄 청소년 및 청년 10명 중 6명이 공공의 복지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계를 책임진 어린 돌봄자들이 여가 시간에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잠자기’, ‘친구와 놀기’일 정도로, 가정 내 상처가 안팎으로 곪고 있다. ■ 道 최초 실태조사…‘없는’ 지원책, ‘몰라서’ 못 받아 18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현재 도는 가족돌봄과 관련해 ‘경기형 가족돌봄수당’ 사업과 ‘아이돌봄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업 모두 영유아 및 아동을 돌보는 가정이나 양육 공백이 발생한 맞벌이 가정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가족돌봄 청소년을 직접적으로 겨냥한다고는 볼 수 없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도와 경기복지재단은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한국갤럽과 도내 가족돌봄 청소년 및 청년(만 13~34세) 1천213명을 대상으로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도 차원에서 가족돌봄 청소년 관련 조사가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5.8%는 “한 번도 공공 복지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48.6%는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한 경험이 없다”고도 응답했다. 공공 복지지원을 이용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몰라서’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과 서비스가 있는지 몰라서’(43.5%), ‘지원 대상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서’(23.9%), ‘지원 및 서비스를 받으려면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 정보 접근이 어려워서’(20.7%) 등의 답변이 나왔다. 특히 이러한 정보의 접근 비율이 낮게 나타난 연령층은 ‘13~19세’로 조사됐다. 가족돌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의 해결책이 시급한 이유다. 도는 이를 토대로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만 24세 이하 청소년과 25세 이상 청년으로 구분해 지원 정책 강구 ▲기존에 운영되던 청소년 및 청년 관련 사업에 가족돌봄 청(소)년을 우선 대상으로 포함하는 연계 방안 모색 ▲공공사업의 부족과 유형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을 보완해 민간기관 사업 확대를 통한 참여 유도 등을 제언했다. ■ 끝나지 않는 굴레…나이 들수록 돌봄기간도 ↑ 민간 차원에서도 별도의 대안 마련을 고민했다. 지난해 12월 월드비전이 연세대학교 복지국가연구센터와 함께 실시한 ‘돌봄 청소년 맞춤형 지원 체계 수립을 위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월드비전은 저출생·고령화로 돌봄 대상이 증가하고 돌봄 제공자가 줄어드는 와중, 앞으로 돌봄 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이 보편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월드비전 가족돌봄 청소년 통합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청(소)년 1천117명을 대상으로 해당 연구를 시행했다. 이 연구에서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8.5%(653명)가 가족돌봄 관련 지원 및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이용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는 ‘어떠한 서비스가 있는지 몰라서’(54.1%), ‘어떻게 신청해야 할지 몰라서’(24.7%)로, 경기도 실태조사 결과와 유사했다. 또한 가족돌봄 청소년들은 통상 52개월간 돌봄이 필요한 가구원을 살펴온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 평균돌봄기간은 ‘만 6~13세’는 37.1개월, ‘만 14~19세’는 45.81개월, ‘만 20~24세’는 53.25개월, ‘만 25세 이상’은 70.77개월 순이다. 연령이 늘수록 평균돌봄기간이 길어진다는 건 어릴 때부터 이어진 가족돌봄의 굴레가 중간에 끝나지 않고 계속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원치 않은 가족돌봄 행태는 청소년들의 ‘학업’ 문제와도 연결된다. 가족돌봄을 이유로 학교나 직장에 조퇴 혹은 결석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35%로 집계됐다. 월 1회 이상 조퇴·결석하는 비율은 28%였고, 주 1회 이상 조퇴·결석하는 비율도 17%에 달했다. 이에 응답자 절반 이상은 공공기관(32%)과 민간기관(26%)의 도움을 원했지만, 반대로 그 누구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 이들(8%)도 있었다. 이유 상당수는 ‘창피해서’, ‘민폐 같아서’, ‘미안해서’,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아서’ 등 사회적 낙인을 꺼려서다. 현재 가족돌봄 청소년들에게 ‘희망하는 만큼의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 하고 싶은 일’을 묻자 24.4%는 ‘잠자기·휴식하기’, 24.3%는 ‘친구와 놀기·시간 보내기’라고 말했다. 돌봄 부담으로 기본적인 사회생활과 충분한 휴식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청소년의 현실을 반영한다. ■ “더 아프고 덜 행복해”…가족돌봄 청(소)년 우울감 7.2배 ↑ 가족돌봄 청(소)년이 느끼는 공통된 어려움은 ‘시간적 빈곤’, ‘경제적 빈곤’, ‘정서적 빈곤’으로 추려진다. 실제 이들은 일반 청(소)년보다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7.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중‧고생 및 만 13~34세 청(소)년 4만3천832명 중 가족돌봄 청(소)년 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가족돌봄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가족돌봄 청(소)년의 우울감 유병률은 61.5%로 집계됐다. 8.5% 수준인 일반 청(소)년의 7배 이상이다. 특히 가족 부양을 도맡는 ‘주돌봄자’ 청(소)년의 경우 우울감 유병률이 70.9%에 달해 더 큰 격차를 보였다. 또 ‘자신의 삶에 불만족한다’고 답한 일반 청(소)년은 10.3%인 반면, 가족돌봄 청(소)년은 22.2%를 기록했다. 주돌봄자는 32.9%까지 3배 이상의 차이가 났다. 아이들이 우울감 및 불만족을 호소하는 가장 큰 요인은 ‘돈’이었다. 심지어 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부모가 사망하면 부채가 가족돌봄 청소년에게 떠넘겨지기도 해 대안이 요구된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2021년 12월부터 지난해까지 채무위기아동을 발굴했는데, 지난해에만 이러한 법률지원 대상자들이 4명(4건)으로 집계됐다. 이 외 연도별로 보면 ▲2021년 12건(17명) ▲2022년 36건(52명) ▲2023년 10건(14명) 등이다. 지난 2022년 12월 민법이 개정되면서 ‘빚의 연좌제’를 막는 방안이 마련되긴 했다. 개정안은 빚 상속 위기를 알게 된 후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어린 청소년들에겐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가족돌봄 청소년과 같은 아이들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다 부모님이 채무를 남겨놓고 돌아가셔서 자녀인 아이들이 빚을 떠안게 되는 경우다. 빚은 부모가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힘으로는 예방할 수도 없다고 봐야 한다”며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단은 지자체 및 아동권리보장원 등과 협력해 사망신고부터 아동·청소년 등 미성년자에게 상속 관련 제도를 안내하고 한정승인, 후견인 선임 등 상속 관련 무료 법률구조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의 관심 바란다”고 덧붙였다.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다섯 글자, “도와주세요” [그림자 가장이 산다③]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8580234 지역·기관마다 정의 제각각…여전히 그늘 속 [그림자 가장이 산다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6580114 생계 책임진 아이, 엄마·아빠 보고 싶어 할 겨를이 없다 [그림자 가장이 산다①]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6580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