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5개 권역 중 가장 높던 자해율 성남 안전으뜸마을·용인 마음새 등 도농복합 장점 ‘마을 유대감’ 살린 예방 프로그램으로 큰 감소 효과
고의적 자해 막을 마음에도 안전벨트를
경기 동부권 예방 활동
경기 동부권의 키워드는 ‘도농복합’이다. 일부 지역은 강원도·충청북도와 맞닿고 있는데 그만큼 ‘수도권 규제’로 인한 고통이 상존한다. 옆 동네는 개발 중인데 우리 동네는 ‘경기도’라는 이유로 개발이 이뤄지지 못해서다.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기댈 수 있는 건 ‘마을 공동체’ 밖에 없었다. 그래서 경기 동부권의 고의적 자해 예방을 위한 활동은 대개 ‘고립감 해소’에 시선을 두고 있다.
8일 경기알파팀은 ‘권역별 분석’의 마지막으로 경기 동부권을 전한다. 경기 동부권은 용인시, 성남시 등 사실상 남부권에 가까운 지역과 함께 광주시, 이천시, 양평군, 여주시 등을 묶었다. 총 6개 지자체다.
통계청 사망원인통계를 통해 파악한 경기 동부권의 지난 2023년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평균 25.8명이었다. 관련 통계가 처음으로 집계된 1998년(25.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1998년 당시 경기 동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은 25.0명으로 도내 5개 권역 중 가장 높았다. 1980년대 말부터 분당 신도시 등 대규모 택시 개발이 이뤄지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정주 여건 격차를 느낀 사람이 많았던 점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이후 경기 동부권은 2001년 역대 최저 기록인 18.0명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며 2023년엔 25.8명으로 30여년 전과 유사한 수준에 이르렀다. 다만 최근에는 북부·서부권 등의 수치가 더 높아져 동부권은 ‘1위’에서 벗어나게 됐다.
상대적으로 경기 동부권의 고의적 자해율이 크게 늘지 않은 이유는 ‘공동체 중심’의 예방 활동이 꼽힌다.
1980년대 산업화로 인한 고도성장, 1990년대 통신 및 교통수단 발달 등으로 인해 ‘공동체 문화’가 점차 사라졌는데, 비수도권과 밀접한 경기 동부권은 도농복합 지역으로 아직 ‘마을’ 중심의 유대감이 남아있어서다.
실제로 경제발전 시기에 전국적인 고의적 자해율이 계속 높아졌던 만큼, 경기 동부권은 과거 공동체 문화를 통해 고의적 자해율 감소의 해답을 찾기로 했다.
대표적으로는 ‘아파트 단지 중심 안전으뜸마을(성남)’, ‘생명사랑 마을공동체 이웃사촌 프로젝트(여주)’, ‘노인 대상 마음새 프로그램(용인)’ 등이다. 또 이천시와 양평군의 ‘생명존중 안심마을’ 사업 진행으로 마을 단위 공동체 문화 확산도 고의적 자해 감소에 노력하고 있다.
경기 동부권 한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고의적 자해 예방을 위해 농촌 지역 실정에 맞춰 마을 주민간 서로의 안위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으며, 일부 사업은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되기도 했다”며 “마을 단위 사업을 지역 내 민간 협력 사업으로 확장해 다양한 기관과 함께 풀어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협력을 더욱 늘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웃사촌끼리 서로 돌봐주며… 하나 되는 ‘경기 동부
간략하게 경기 동부권 내 지자체들의 고의적 자해율을 짚는다. 전반적으로 용인, 성남, 광주, 이천은 증가세고, 양평, 여주는 감소세다.
1998년 성남의 고의적 자해율(13.1명)은 권역 내 최저치였다. 용인(19.4명), 광주(22.2명), 이천(24.8명), 양평(35.6명), 여주(34.7명)에 비하면 한참 낮았다.
하지만 도시 성장 및 인프라 개발과 함께 이러한 기류에 변화가 생겼다. 2023년에는 ▲용인 23.5명(1.3명 ↑) ▲성남 24.1명(11.0명 ↑) ▲광주 29.5명(7.3명 ↑) ▲이천 27.1명(2.3명 ↑) ▲양평 19.5명(16.1명 ↓) ▲여주 30.9명(3.8명 ↓) 이 된 것이다.
경기알파팀은 ‘도시 급성장’과 ‘공동체 문화 감소’에 영향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고의적 자해율이 상승한 도시들은 1인가구가 늘었고, 하락한 지역은 그 반대였다. 보건복지부의 ‘2023 자살실태조사’ 결과만 봐도 2인 이상 가구에서 고의적 자해를 생각한 비율(13.7%)보다 1인 가구에서 그를 생각한 비율(18.7%)이 더 높다.
■ 마을공동체 ‘이웃사촌’ 통해 어려운 ‘짝꿍’ 돕는 여주
경기 동부권에서는 실제로도 ‘공동체 문화 확산’을 통한 고의적 자해 예방에 주력하고 있었다. 마을 단위 공동체 정신을 통해 이웃끼리 서로를 돌봐주는 문화를 만들자는 뜻이다.
첫 번째로 지역 네트워크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여주시였다. 여주시는 지난 2013년 농촌형 노인자살예방사업으로 생명사랑 마을공동체 ‘이웃사촌’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장 등 마을 관계자들과 지역 노인 간 짝꿍을 맺어 주민 스스로 마을 내 고의적 자해 고위험군을 관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 ‘이웃사촌’ 프로젝트는 노인들의 우울감, 고립감 해소에 큰 역할을 했다.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던 2013년 여주시의 고의적 자해율은 인구 10만명당 38.7명이었으나, 사업이 점점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2015년엔 고의적 자해율이 30.9명으로 크게 줄었을 정도다.
공동체 문화 형성을 통한 고의적 자해율 감소 효과를 거둔 여주시는 2016년부터는 ‘동행-동네방네 행복만들기’ 사업으로 지역 전체로 조성 범위를 넓혔다.
여주시자살예방센터를 중심으로 지역 내 의료기관, 노인복지관 등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매년 1~2회 생명사랑검진을 통해 고위험군 조기 발굴부터 치료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이 사업은 보건복지부의 생명존중안심마을로 통합돼 운영되고 있다.
고승아 여주시자살예방센터 생명존중팀장은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마을 공동체 의식 회복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 마을 단위 예방책을 실시했다”며 “사업 시행을 통해 노인들의 우울감과 고독감이 크게 완화됐으며, 이웃 간 돌봄체계 조성으로 위험군 조기 발굴 등 고의적 자해 예방에도 공동체 의식 회복이 큰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 대도시 ‘성남’은 아파트 단위 예방책 모색…‘안전으뜸마을’ 대표적
도시화가 진행된 성남시는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공동체 문화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첫 선을 보인 ‘안전으뜸마을’ 사업은 성남시 내 임대아파트 등 고의적 자해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성남시는 마을 단위 평가 등을 거쳐 5층 이상 단지를 중심으로 고의적 자해 취약지역을 선정했고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 홍보활동을 펼쳤다. 문화 조성에 있어 관 주도의 정책 시행보다 입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전으뜸마을로 선정된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 내 현판을 비롯해 옥상 열쇠보관함이 설치되며 옥상 출입문과 복도 창문에 고의적 자해 예방 안내 문구 부착과 입주민 대상 생명지킴이 양성 교육이 이뤄진다.
성남시의 노력에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문화 조성에 동참했고 2018년 2곳이던 안전으뜸마을은 지난해 20곳까지 증가했다. 특히 사업 첫 해 25.7명이던 고의적 자해율은 2021년 19.1명으로 낮아졌다.
성남시는 사업의 효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안전으뜸마을을 대상으로 매년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필요시 상담을 연계한 지원까지 펼치고 있다.
김미영 성남시자살예방센터 자살예방팀장은 “성남의 지역 특색을 살린 맞춤형 사업을 통해 관련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상담 등 고의적 자해 예방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여러 고의적 자해 예방 사업을 통해 시민들이 우울증 등에서 벗어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알파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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