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책임진 아이, 엄마·아빠 보고 싶어 할 겨를이 없다 [그림자 가장이 산다①]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집안을 책임져야만 하는 아이들이 있다. 과거 소년소녀가장으로 불렸던 ‘가족돌봄 청소년’들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모를 대신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아픈 조부모를 살피다 우울증에 걸리며, 생계를 도맡는단 이유만으로 또래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이러라고 태어난 게 아닌데 청소년 가장의 삶은 어른이 되기 전부터 버겁기만 하다. 경기일보는 이들이 짊어진 무게를 사회가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안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신상진군(19·가명)은 올해 중학생이 된 여동생을 축하하며 맛있는 음식을 한가득 먹이고 싶었다. 하지만 삼시세끼는 사치나 다름없기에 오늘도 라면 하나를 나눠 대충 끼니를 때웠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자주 다투셨어요. 결국 저랑 동생만 데리고 강원도 집을 나오셨고 제가 아홉 살 때부터 셋이 안산에서 살았어요. 그동안 어머니는 생계를 홀로 책임지셨는데 1년 전에 암 투병을 하다 돌아가셨어요. 이젠 제가 책임져야죠.” 신군은 동생 몰래 밖으로 나왔다. 안산 곳곳의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최대한 저렴한 빌라 월세방을 찾아 나섰다. 번번이 조건에 맞는 매물은 없다. 하루빨리 이사를 가야만 하는데 기초생활수급 주거급여비 월 35만원,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 월급 50만원으로는 두 남매의 의식주가 채워지기 힘들다. 지난해 여름, 신군은 어머니 사망으로 인한 공허함을 달래기도 전에 치료비와 생계비 명목으로 쌓였던 부채 2천만원을 물려받았다. 고등학생이던 그에게 ‘한정승인’, ‘임대차보증금 미납’ 등의 상황은 거액의 빚만큼이나 막막하고 어려웠다. 살고 있던 집마저 어머니 명의의 채무로 함께 묶인 터라 보증금을 전부 반납한 채 서둘러 새 집을 구해야 하는 처지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직 강원도에 살고 계시고 저랑 가끔 문자 정도만 해요. 몸이 편찮으셔서 경제 활동은 하지 않으세요. 손가락 한 개가 없으신데 그거 때문에 옛날부터 사람들 앞에 서지 못하셨거든요. 워낙 일하기 싫어하셨고, 안 하기도 하셨고. 어쨌든 저희가 거기 가서 살 수는 없어요.” 큰 키, 훤칠한 외모 등으로 ‘연예인 해도 되겠다’는 말을 듣고 자라며 배우를 꿈꾸게 된 그는 주말에 종종 피팅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며 미래를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먹고사는’ 걱정 때문에 장래희망은 뒷전에 뒀다. “조만간 입대를 해야 돼요. 저는 동생과 안정적으로 살고 싶고, 동생 학원도 보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선 될 수 있는 데까지 입대는 미뤄볼 생각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군대에 가면 동생은 어떻게 지낼지, 생활비는 어떻게 할지 걱정이에요. 동생한테 많이 미안해요.” 과거 대한적십자사나 행정복지센터 등의 도움은 있었다. 하지만 한시 지원이라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신군이 바라는 건 특별한 혜택이 아니다. ‘어린 가장’이 아닌 ‘평범한 청년’으로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회다. “작년 8월에 행정복지센터에서 법률 도움을 연계해 줘서 법원에 한정승인 서류를 제출할 수 있었어요. 아직 결론은 안 났어요. 적십자에선 5개월 생활비 지원을 해주셨고, 시청 복지 관련 부서에서도 심리상담 등을 권했어요. 너무 감사하지만 저는 앞으로의 금전적 부분이 가장 걱정이에요. 다른 지원책은 어디서 어떻게 알아봐야 하는지 몰라요. 저희처럼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가족돌봄 청소년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도와주셨으면 좋겠어요.” ※ 경기α팀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관련기사 : 지역·기관마다 정의 제각각…여전히 그늘 속 [그림자 가장이 산다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16580114 [미니퀴즈]나는 '가족돌봄 청소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광복 80년’ 불굴의 도전… ‘기적의 경제’ 일구다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잿빛 폐허 위에서 희망을 설계한 사람들이 있었다. 광복과 전쟁의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고 대한민국과 지역의 경제 발전을 일궈낸 이들. 우리는 그들을 ‘지역경제의 개척자’라 부르기로 했다. 1950년 삼백산업(三白産業)과 광공업의 불씨를 댕기고 중화학 공업과 IT·반도체 산업을 일으켜 세계 시장에 진출한 기업부터, 지역 주민과 호흡하며 삶의 애환을 나눈 소상공인의 이야기까지. 광복 80주년을 맞아 지역 경제의 개척자들을 조명해 보고 앞으로의 100년을 그려본다. 편집자주 광복 80주년 특별 기획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1. 불모지서 ‘기회의 땅’으로 “대한 독립 만세!” 1945년 8월15일. 억압의 어둠을 뚫고 두 손이 하늘을 갈랐다. 절망 속에서도 꺼지지 않던 희망의 불씨가 뜨거운 태양 아래 솟구쳤다. 3·1운동으로 시작된 외침은 8월의 환희로 타오르고, 광복의 깃발이 억센 바람을 타고 펄럭였다. 그날, 광장에서 터져 나온 뜨거운 함성을 품은 사람들은 무너진 폐허 위로 다시 일어섰다. 고난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심고 새로운 역사의 길을 걸었다. 이들의 손끝에서 시작된 기적은 경기도를 대한민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차지하는 경제 심장부로 만들고, 인천을 동북아 물류의 중심으로 우뚝 세웠다. 대한민국 경제의 태동을 알리고 중심을 지켜온 지역 경제. 그 안에는 광복 전후 격동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기업들이 숨 쉬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 1940년대부터 지역 곳곳에서는 산업을 일으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안양의 노루페인트는 광복과 함께 건설·산업 현장에 색을 입히며 성장했고, 삼성제약은 1950년대 국민 건강을 책임지며 국내 제약 산업을 선도했다. 1951년 인천의 공성운수와 이천 애경개발은 교통과 생활용품 산업을 기반으로 도시 재건의 초석을 다지며 경제 발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한제분은 1952년부터 한국 밀가루 산업을 재건하며 국민 식생활을 책임지는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같은 시기,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대한전선과 가온전선은 전력과 통신망 구축을 주도하며 경제 회복의 기틀을 다졌다. 팍팍한 삶 속에서 꿋꿋이 희망을 노래한 소상공인들의 이야기도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오산 할머니집 설렁탕은 광복 전부터 지금까지 설렁탕 한 그릇으로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왔다. 1945년, 의정부의 부흥국수는 피란민들이 모여드는 시장 한편에서 따뜻한 국수 한 그릇으로 자리를 잡으며 오늘날 국수 공장을 세우는 역사를 만들었다. 같은 해 문을 연 인천 영제한의원은 삶의 고단함을 달래는 침술을 이어왔고, 수원 만빈원은 1950년부터 짜장면 한 그릇에 고향의 맛을 담아내며 지역 경제의 뿌리를 지켜왔다. 이들은 단순 사업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삶과 함께한 역사의 증인이다. 1941년 설립돼 국내 전선 산업의 포문을 연 ‘대한전선’ 관계자는 “광복 8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에 헌신해 온 모든 분의 노고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앞으로도 경기도 경제 발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2025년 우리에게 여전히 뜨거운 울림으로 남아있는 1945년 8월15일 그날의 함성. 그 80년의 역사 속 경기도와 인천에서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하며 성장의 발판이 된 기업들과 소상공인을 만나 이들의 역사와 시대상을 조명해 본다. ■ 광복 이후 ‘대한’의 이름으로…대한민국 불 밝힌 대한전선의 태동 대한민국 ‘빛’의 역사를 되짚어가면 국내 전선 산업의 시작을 알린 대한전선이 있다. 대한전선의 역사는 조선전선에서 시작된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의해 세워진 ‘조선전선’은 일본이 물러나며 대한민국에 덩그러니 남겨지게 됐다. 故 설경동 회장은 이를 불하받아 경기도 안양에 자랑스러운 ‘대한’의 이름을 내걸고 대한전선으로 탈바꿈시켰다. 대한전선 초대 회장인 설경동 회장은 함경북도 청진에서 이름을 날리던 사업가였다. 설경동 회장이 1936년 세운 동해수산공업주식회사는 연 1천만원(현재 가치 1조원)에 달하는 동해안 정어리어업 및 가공 산업을 주산업으로 삼았다. 1945년에는 선단 70여척을 보유하면서 그 규모를 더욱 키워 나갔다. 그러나 설 회장은 광복 당시 친일파로 몰려 공산당에 재산을 몰수당했고, 남은 어선 몇 척만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와 조선수산과 무역회사 대한산업을 설립했다. 당초 사업에 소질을 보였던 설 회장은 회사를 굳건히 성장시켰고, 수원의 성냥공장까지 인수하며 한국전쟁 전 성냥업계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한국전쟁과 함께 설 회장의 전 재산은 먼지가 돼 사라졌다. 그러나 설 회장은 여기서 좌절하지 않고 1953년 방직공장을 인수, 대한방적주식회사를 설립했다. 또 1954년에는 대동증권을 세웠다. 그리고 드디어 설 회장은 일본의 잔재였던 조선전선을 불하받아 이듬해 대한전선으로 재창업했다. 굴곡진 설 회장의 인생처럼 주인을 찾지 못하고 내팽개쳐 있던 과거 조선전선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전선으로 대한민국을 밝히기 시작했다. 대한전선은 ‘조선’이라는 사명(社名)을 벗고 ‘대한’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 국민에게 자긍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전무했던 전선 산업의 시초가 되는 등 여러 의미의 개척을 일궈냈다. ■ 어둠 속 한 줄기 빛…광복과 함께 전선 산업 선도한 ‘대한전선’ 광복 이후 1955년 조선전선은 현재의 사명인 대한전선으로 사명을 변경,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1957년 PVC 피복 전선을 생산했으며 1959년 국내 최초 용동 압연기 설치, 1961년 국내 최초 연피통신케이블 생산 등 ‘최초’의 기록을 세워나갔다. 196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에 들어서며 대한전선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1960년 초반 국가 주도의 인프라 구축 사업 등 수많은 현장에 전선을 공급했으며, 1964년 국내 최초로 전선을 해외에 공급하며 대한전선이라는 사명과 대한민국을 알리는 국위선양을 이뤄냈다. 이러한 노력 끝에 1968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대한전선은 당시 재계 5위까지 성장했다. 대한전선은 1969년 텔레비전을, 이듬해인 1970년에는 현재까지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탁상용 전자계산기를 국내 최초로 생산했다. 산업 발전의 고도화가 진행된 1970년대 후반, 대한전선은 전 세계에서 8번째로 초고압 OF 케이블 공장을 준공하고 국내 최초 광섬유를 개발하면서 전선 산업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국내외 전력 및 통신망 구축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대한전선은 1980년대에 ‘제2의 창업’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국내 전선 산업 활성화에 박차를 가했다. 본격적인 기술 연구 및 생산을 위해 기술연구소와 안양 광통신케이블 공장을 설립, 해저용 광케이블과 누설 동축케이블, 국내 최초 Kraft 절연 345kV OF 케이블 등을 개발해 냈다. 대한전선은 기술력과 전문성 강화에 집중하며 경기지역의 제조업에 한 획을 그었다. 수출 등 세계 무대로 영역을 확장한 대한전선은 1997년 제34회 무역의 날 행사에서 5억불 수출의 탑을 수상, 해외에서 대한전선의 위상을 증명해 보였다. 세계 10대 종합 케이블 기업으로 성장한 대한전선은 자동화, 4차산업의 등장 등 전 산업에 변화의 파동이 일었던 2010년대에도 오랜 역사를 통해 쌓아온 내공으로 흔들림 없는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지난 2011년 대한전선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당진공장을 준공했으며 2023년 국내 최초로 525kV 전압형 XLPE HVDC 케이블 국제 인증을 받았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대한전선은 유구한 역사를 기반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비전과 경영이념, 중장기 전략 등을 수립해 도약과 전진을 이뤄 나가고 있다”면서 “대한민국 역사의 한 장을 채워 나간 대한전선은 앞으로의 대한민국 100년과 세계 최고의 케이블&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청사진 하에 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마음도 치료합니다…1945년 의료 산업의 포문을 연 ‘영제한의원’ 경기인천지역의 경제를 이끌어 온 ‘지역경제의 개척자’는 기업뿐만이 아니다. 빽빽한 보도블록 틈에서도 푸릇한 새싹이 고개를 내밀 듯, 척박했던 광복 이후 부단한 노력으로 지역 경제를 성장시킨 소상공인도 주역이다. 현재는 구도심이 돼 버린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에 자리하고 있는 영제한의원은 8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광복 이전 문을 연 영제한의원은 길 영(永), 구할 제(濟), 생명을 영원히 구한다는 염원을 담아 이름 붙여졌다. 이는 한의학의 핵심인 ‘구제창생(救濟蒼生)’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염원을 바탕으로 환자들에게 인간적이며 편안하게 다가가는 것, 이것이 영제한의원 경영 방침이자 역사의 시작이다. 영제한의원은 노학영 초대 원장, 노두식 2대 원장, 노승조 3대 원장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3대째 지역 주민의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주치병원으로 자리 잡기까지 여러 시대적 어려움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 창업주인 노학영 1대 원장은 대한민국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노학영 원장은 1940년대 초 인천 도원동에서 첫 진료를 시작했다. 복숭아밭이 많아 ‘도산정(桃山町)’이라고 불렸던 도원동은 일제강점기 병참기지화로 노동자들이 살 집이 부족해지자 인천부 즉, 지방관청이 직접 집을 지어 분양하는 방식으로 주택난을 해소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인이 대거 도원동에 자리를 잡았으며 영제한의원을 찾는 일본인 환자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길고 긴 일본의 통치가 끝난 1945년, 노학영 원장은 광복을 기념하며 1945년을 개원 원년으로 삼고 지금의 위치인 숭의동에 터를 잡았다. 노학영 원장은 ‘동의보감’, ‘변증기문’, ‘방약합편’ 등 한의학 처방 서적을 한 글자 한 글자 손으로 일일이 옮겨 적거나 목판, 금속활자로 찍어내 의술을 연구했으며, 노 원장의 영제한의원은 광복의 감동과 함께 활짝 문을 열고 지역민과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공간이 됐다. 광복 이후 대한민국이 자주 국가로의 모습을 갖춰가던 꽃 같은 시절이 지속될 줄 알았지만, 불과 5년 뒤 6·25전쟁이 발발하며 세상은 암흑으로 변해갔다고 한다. 노 원장은 영제한의원과 그 일대를 뒤로 한 채 무의도로 피난을 가게 됐고, 인고의 시간이 흐른 뒤 돌아온 영제한의원은 흔적도 찾기 어려울 수준으로 폐허가 돼 버린 상태였다. 절망만이 남아있던 노학영 원장은 영제한의원이 지역민의 웃음꽃이 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는 일념 하나만을 가지고 재건에 힘을 쏟았다. 노 원장은 전쟁 잔해를 정리하며 수천 번의 눈물을 삼켜야 했지만, 항상 그의 곁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응원해 준 주변 상인들과 노 원장은 영제한의원과 숭의동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1978년 아버지인 노학영 원장으로부터 병원을 물려받은 노두식 2대 원장은 아버지 노학영 원장과 한의원이 80년의 역사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지역에 대한 ‘애정’ 덕분이라고 말했다. 노두식 원장은 “아버지인 노학영 초대 원장에 이어 47년 동안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떻게 해야 병을 잘 고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서 “‘영제’라는 아버지의 정신을 이어받아 힘이 닿을 때까지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지역민과 함께하고, 지역 경제 역사의 한 축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별기획팀 ● 관련기사 : 80년 통계로 본 성장 궤적... 인재와 산업 몰려든 ‘경기·인천’ [지역경제의 개척자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303580238

‘신종 보이스피싱’ 활개…경기도민 1인당 ‘810만원’ 뜯겼다 [신종 보이스피싱]

신종 보이스피싱이 활개(경기일보 21일자 1·3면)치는 가운데 경기도민의 평균 피해액이 1인당 81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23년 12월 전부 개정된 ‘경기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 및 지원 조례’에 따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예방 및 지원에 필요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본인 또는 직계가족 중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경험이 있는 도민 1천195명을 모집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현황 ▲피해 구제를 위한 노력 ▲전기통신금융사기 사전예방 ▲전기통신금융사기 인지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사례 기초통계 자료 수집 등을 조사했다. 도 조사 결과, 피해유형으로는 ‘기관사칭형’이 36.1%로 가장 많았다. 이어 ‘메신저 피싱’ 25.6%, ‘대출사기형’ 19.7%, ‘문자메시지를 통한 스미싱’ 13.6% 등 순이다. 피해 횟수는 1회가 94%, 2회 이상이 6%로 한 번 피해를 보면 다시 피해를 보는 경우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피해 금액은 809만5천원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100만 원 미만’이 28.0%, ‘100만 원 이상 1천만 원 미만’이 45.3%, ‘1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미만’이 24.2% 등으로, 1천만 원 이상 고액 피해가 4분의 1에 달했다. 주요 피해 이유로는 ‘신뢰할만한 인물로 가장해 의심할 틈이 없었음’(38.4%), ‘긴급성과 공포감 조성’(26.9%) 등이 꼽혔다. 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종합계획을 수립해 지자체에서 시행할 수 있는 피해자 예방정책을 발굴·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두석 경기도 경제실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도민에게 필요한 피해예방 대책을 꼼꼼히 마련해 도민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로부터 안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돈 못 받을 것 같아서... 피해자 절반은 ‘신고 포기’ [신종 보이스피싱]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27580288 목소리 훔친 AI, 당신의 지갑 노린다 [신종 보이스피싱]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20580289 경기도 작년 피해액 2천억 훌쩍… 실제 배상은 2%뿐 [신종 보이스피싱]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20580288

목소리 훔친 AI, 당신의 지갑 노린다 [신종 보이스피싱]

생성형 AI로 얼굴·목소리를 차용하거나 해외발신번호를 국내번호로 바꿔주는 등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 고도화 되고 있다. 수많은 제도 개선에도 신종 범죄를 막긴 역부족이다. 경기도에 집중해 향후 대책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대출 상환이 어려워진 A씨는 지난달 말 한 온라인 구직 플랫폼에 접속해 ‘전자기기 매입 및 판매’, ‘중계기 설치 및 관리’, ‘변작기 설치 및 이동관리’ 등 채용공고가 봤다. 개인 정보를 입력하자 모르는 ‘010’ 번호로 전화가 왔다. “변제일이 다가왔는데 돈을 갚을 여력이 안 되시나요? 저희 업체가 광고업을 병행하고 있어 휴대폰 번호가 많이 필요한데 사업에 필요한 유심칩 발급을 도와주시면 대출금 일부를 변제해드리겠습니다.” A씨는 전화기 너머 상담원과 상담을 진행했다. 하지만 그가 보고 들은 모든 것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수법이었다. 공고도 상담원도 모두 가짜였다. 어눌한 한국어나 발신번호 070으로 시작하던 단발성 사기의 시대가 지고, AI를 활용한 조직적 보이스피싱 범죄가 활개치고 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근 5년여간 전국에선 연평균 2만4천414건의 보이스피싱 신고가 접수됐다. 평균 건수는 ▲서울(6천763건) ▲경기도(6천252건) ▲인천(1천387건) ▲부산(1천323건) 순이다. 지난해로 한정하면 경기도가 5천226건으로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고건수는 매년 감소세지만 1인당 피해금액은 커지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금융사기 현황과 대응과제’ 보고서를 보면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1천965억원으로 2019년에 비해 70.8% 감소했고, 피해자도 1만1천503명으로 77.2% 줄었다. 하지만 1인당 피해금액은 1천708만원으로 28% 증가했다. 임형준 법무법인 주인 대표변호사는 “범죄 발생 자체는 줄었을 수 있지만 수법이 교묘해지며 여타 범죄와 결합해 1건당 피해 규모가 더 커졌다”며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계좌를 우선 정지 시키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벼 재배 면적 감축’ 뿔난 농심… 정부도 지자체도 외면 [집중취재]

다음 달 시행 예정인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두고 영농권 침해라는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해결책 마련은커녕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 정책이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제도를 마련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의무가 아닌 자율 판단에 따라야 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조정제 관련, 개별 감축 면적을 할당받은 도내 29개 시·군은 지역 내 농가별 세부 감축량이 얼마인지 등 조정제 이행 계획을 오는 28일까지 국가 농민지원관리시스템 ‘아그릭스’에 입력해야 한다. 조정제는 전국적인 감축 목표면적(8만㏊)을 시·도 상황에 맞게 배분하고 쌀 대신 전략작물(콩, 가루쌀, 밀)이나 지역 특화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지자체가 이를 감독하는 방식으로 벼 재배면적을 감축해 나가기 위해 마련됐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재배면적(7만2천914㏊)의 11.1%에 달하는 8천108㏊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지역별로는 △화성 1천245.5㏊ △평택 1천206.1㏊ △이천 898.9㏊ △여주 855.6㏊ △안성 844.5㏊ △파주 688.3㏊ △김포 462.3㏊ 등이다. 아그릭스 입력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경작 활동이 시작되는 다음 달부터 지자체는 드론 등을 활용해 감축된 면적에서 벼 재배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감독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개별 농가는 벼 재배지를 휴경지로 전환하거나 친환경 농법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벼 재배면적 감축 여부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도내 농민들은 표면적으로만 ‘자율 선택’일뿐 강제적·일방적으로 조정제를 추진, 영농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평택시농민회 관계자는 “감축했을 때만 공공비축미 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농기계나 비료값을 지원해 준다고 한다. 사실상 강제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여주시농민회는 지난 10일 성명서를 통해 “내 땅에 뭘 심을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권리가 영농권인데 이걸 정부가 침해하고 있다”며 “농업인의 생업이 달린 재배면적 감축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진행해도 되는 거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그릭스 입력 마감 기한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벼 재배면적 축소에 따른 타 작물 재배 등에 있어 농가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서로 책임 소재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농가의 우려는 알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서 하위기관인 지자체가 나서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농민들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우리 입장도 곤란하다. 사실상 정부가 정책을 지자체에 떠넘긴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이전부터 예고됐던 정책인 만큼 시행을 하긴 해야 한다. 농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떠넘기기가 아니라 지역 특색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정책을 이행하도록 하려는 조치”라며 “농식품부도 조정제 관련 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 관련기사 : 농가 “정부 쌀 소비량 감소세 통계 부실하다” [집중취재]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18580336

‘대박’ 유혹 ‘쪽박’…‘개미들 피눈물’ 이젠 끝내야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下]

‘고수익 보장, 원금보장’ 등의 문구로 사람들의 유인해 투자금을 편취하는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본보의 ‘고래협력프로젝트’ 연속보도 이후 투자리딩방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에 투자리딩방 범죄에 대해 집중 분석해 보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주의보 下 피해 예방책 시급 2022년 말부터 투자리딩방 범죄로 인한 피해가 지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 범죄조직들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해 검거가 어려운 탓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검거를 통한 근절이 아닌 투자리딩방 범죄 수단의 차단과 예방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놨다. 먼저 전문가들은 대규모 국가캠페인으로 투자리딩방 사기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지훈 국가수사본부 경제범죄수사과 금융계장은 “현재 투자리딩방 범죄는 캄보디아, 골든트라이앵글(미얀마, 태국, 라오스 국경지대)에 자리잡은 조직들의 소행으로 한국 경찰이 직접 검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피해가 심각한 만큼 국가적인 캠페인을 통해 위험성을 홍보하고 예방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초 투자리딩방 사기에 대해 국가적인 예방 캠페인을 실시했다. 한국은 개별적인 주체들이 범죄를 알리고 있지만 효과가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정부와 민간기관, 언론 모두가 나서서 통합적인 대규모 캠페인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투자리딩방을 포함한 다중사기에 대한 새로운 제도 마련도 강조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 연구위원은 “재산범죄의 경우 예방단계가 중요한데 형량을 높이는 것으로는 효과가 높지 않고 형량보다는 실제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직접 수사기관이 된만큼 사기를 전담하는 새로운 조직 등이 필요하다. 또 투자리딩방 사기와 같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하는 다중사기 범죄에 대한 새로운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심 계좌와 통신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범죄를 원천 차단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서준배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투자리딩방에 대응하는 전세계적인 추세는 처벌이 아닌 사기 방지법 도입이다. 현재 영국,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에서 사기 방지법을 도입해 행정적인 처분으로 예방에 나서고 있다”면서 “예를 들어 모니터링을 통해 의심되는 금융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또는 의심 전화번호에 대한 통신 차단 등으로 즉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 국회에서 ‘다중피해 사기 방지법’이 지금 계류돼 있는 상황으로 피해 예방을 위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 관련기사 : 1년간 8천370억…서민 주머니 탈탈 털렸다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上] https://kyeonggi.com/article/20250210580300 눈 뜨고 코 베이는 ‘오픈채팅방’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中] https://kyeonggi.com/article/20250212580283

1년간 8천370억…서민 주머니 탈탈 털렸다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上]

‘고수익 보장, 원금보장’ 등의 문구로 사람들의 유인해 투자금을 편취하는 투자리딩방 사기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특히 본보의 ‘고래협력프로젝트’ 연속보도 이후 투자리딩방 사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에 투자리딩방 범죄에 대해 집중 분석해 보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고수익의 덫 투자리딩방 주의보 上 피해 눈덩이 경찰이 지난 2023년부터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약 1만여명, 피해금액은 8천억원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2023년 9월부터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해 말까지 특별단속을 통해 확인된 투자리딩방 불법행위 피해자는 9천556명, 피해금액은 8천370억원 규모다. 현재 경찰이 특별단속 중인 투자리딩방 범죄는 원금보장, 고수익 창출을 내걸고 피해자에게 접근하고 있으며 거짓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해 피해자를 기만하는 등 고래협력프로젝트와 유사한 수법의 범행 방식을 나타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피해자 38명으로부터 약 29억원을 편취한 일당의 경우, 유명 국제투자자문사 직원을 사칭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종목 및 매매시점을 추천해주겠다”며 가짜 HTS에 투자금을 입금하도록 유도한 뒤 투자금을 빼돌렸다. 이들 일당이 속한 조직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활동 중이며 총 책임자는 중국인 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처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투자리딩방 사기 범죄를 2022년 말부터 인식했으며 투자리딩방 사기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 2023년 초부터는 ‘민생침해 금융범죄’ 집중단속 계획에 포함해 단속해왔다. 이후 2023년 9월25일에는 범죄 증가추세와 피해규모 등을 고려해 별도의 단속유형으로 설정하고 특별단속을 실시해 대대적인 검거에 나서고 있다. 특별단속은 올해 10월3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특별단속을 통해 전국 경찰서에 나뉘어 접수된 사건들은 경찰청에서 직접 분석하거나 집중수사를 지휘한다. 경찰 관계자는 “모르는 사람이 전화, 문자, SNS로 투자를 권유하는 것은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며 “원금보장, 고수익을 내세우는 것은 피해자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악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으로 무조건 안전한 투자는 없다”고 당부했다. 캄보디아·골든트라이앵글 조직 국내 진출로 투자리딩방 범죄 급증 이 같은 투자리딩방 범죄가 최근 급증하는 원인을 분석해 보면, 우선 환경적 요인으로 캄보디아와 골든트라이앵글(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지대)에 소재한 범죄조직들이 투자리딩방 사기 등 사이버 범죄로 진출한 점이 꼽힌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국경지대에 위치한 골든트라이앵글은 과거 아편과 메스암페타민 등을 생산하는 세계적 마약생산기지로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도 불법 카지노와 도박 등으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현지 당국들이 방역 등을 이유로 이들 조직에 대한 규제를 가하면서 카지노 등의 수익이 줄어들자 해당 조직들이 불법리딩방 등 범죄로 눈을 돌렸다는 것. 경찰은 이들 조직들이 투자리딩방 등 관련 범죄가 돈이 될 것으로 판단해 다양한 시나리오와 범죄에 사용할 프로그램 등을 개발해 범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범죄피해는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캄보디아와 골든트라이앵글에 자리 잡은 이들 조직들은 한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해당 조직들에는 콜센터 상담원, 번역인력 등으로 한국인들이 범행에 가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조직 총책의 정체는 베일에 싸여있다. 정체불명의 국제적인 범죄조직이 투자리딩방 범죄의 배후인 셈이다. 또 범죄조직들이 위치한 해당 국가에서는 한국의 사법권이 적용되는 것이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현지 경찰의 협조가 있어야만 이들 조직의 검거가 가능해 근절하기 어려운 것도 피해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해당 조직들은 그동안의 범죄 경험으로 자금세탁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가상자산, 카지노 등을 통해 범죄수익금을 세탁해 추적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급변하는 사회상에 따라 범죄도 진화 투자리딩방 범죄가 대두하는 현상에 대해 수사기관에서는 스마트폰만으로도 범죄가 가능해지면서 범행이 글로벌화되고 범죄의 트렌드와 환경 자체가 변화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신종범죄로 분류되는 투자리딩방 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법과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대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통적인 사기 범죄에 맞춘 법과 제도가 아닌 투자리딩방 범죄와 같이 불특정 다수에게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하는 다중 사기 대한 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며 “사기 범죄의 직접 수사기관이 경찰로 바뀐 만큼 별도의 조직을 갖추는 등 경찰이 사기 범죄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인 대응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회구조적으로는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좇는 사회분위기도 이 같은 범죄 급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나온다. 송효종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부교수(범죄사회학 전공)는 “투자리딩방 범죄를 포함한 재산범죄는 어려워진 경제사정이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적 분위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나,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신경 쓰지 않고 나만 돈 벌면 된다는 신념들로 인해 더욱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이제 우리나라에서 좀 더 돈을 추종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고,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부족한 사회 보장 시스템 등의 부족도 범죄로 이어지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개성만점’ 우리 동네… 숨은 매력 알린다 [오직, 경기도만의 크리에이터]

지역 가치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결합하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은 지역경제, 자연, 문화를 테마로 ‘새로운 우리 동네’를 발굴하는 창업자들이다. 곳곳을 누비며 지역을 알리지만 상황이 마냥 녹록지는 않다. 옅은 지역색, 형식적인 교육, 그리고 부족한 교류가 고충이다. ‘경기도형 로컬크리에이터’를 키우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경기도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다양한 분야로 재해석해 경기도를 알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수원특례시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로컬러는 지역 마스코트를 활용한 상품을 제작하는 곳이다. 수원시 캐릭터 ‘수원이’를 비롯해 활용도가 낮았던 여타 경기지역 마스코트들을 다양하게 상품화한다. 이와 더불어 인기가 많았던 고양시 마스코트 ‘고양고양이’ 등 사라지는 지역 캐릭터를 조명하기도 한다. 정현빈 로컬러 대표(30)는 “경기도는 인구 유출입이 많아 토박이도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기 힘든데 출신 지역 캐릭터 상품을 소지하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며 “고객 대부분이 고향이나 거주 지역의 캐릭터 상품을 사러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대표는 “(고양고양이처럼) 경기도내 지역 자원을 지킬 필요성을 느끼고 캐릭터 복구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결국 로컬러는 ‘지역 자원을 지키는 회사로 나아가자’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흥시 오이도에 위치한 ‘영글공간’도 대표적인 경기도 로컬크리에이터 중 하나다. 지역적인 문화 활동에 갈증을 느낀 시흥시 문화예술인들이 ‘프로젝트영글협동조합’을 꾸려 체험 공간을 마련한 게 활동의 발단이다. 시흥에 거주하는 2030 여성 문화예술인들이 젊은 감각으로 오이도를 새롭게 해석했다. 최진영 영글공간 대표(31)는 “방문객들이 영글공간을 찾아 자신의 관심사나 취향에 맞는 체험을 하며 오이도에 긴 시간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이라며 “산책하며 보는 창작극이나 사운드투어(헤드셋을 끼고 준비된 이야기나 음악을 들으며 하는 관광) 등을 통해 오이도를 돌아다니면서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는 경험을 해보길 바랐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학교와 연계해 지역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어시장·갯벌체험장에 협업을 제안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도내 로컬크리에이터들은 경기도가 신선한 아이디어를 발굴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이라면서도 열정을 펼칠 수 있는 교육이나 만남의 장은 부족해 ‘로컬크리에이터 유지’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한 로컬크리에이터는 “지금 살아남은 팀이 있나 싶을 정도로 경기도에서 폐업한 사장님을 많이 봤다”며 “같은 지역 로컬크리에이터끼리 만나 사업장을 방문하고 정보도 교류하는 등 상생을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서울 가깝고 인구이동 잦아… ‘경기도 가치’ 못살려 [오직, 경기도만의 크리에이터]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206580389

통계도 없는 ‘부업 사기’…"처벌 기준·컨트롤타워 시급" [SNS 부업 사기 해부⑤]

SNS 부업 사기 해부⑤ 통계도 없는 ‘부업 사기’ SNS 부업 사기 등 지능형 신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로썬 관련 통계조차 취합할 수 없고 처벌 기준 및 컨트롤타워도 부재하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이나 불법 투자리딩방처럼 ‘사이버 범죄’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순 있어도 세부적으로는 형태가 달라 제도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전국 경찰에는 SNS 부업 사기 관련된 신고가 다량 접수됐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를 무엇으로 칭할 것인지, 어떤 혐의를 적용할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정확한 현황은 경찰청 차원에서도 알 수 없다. 앞서 지난 21대 국회는 각종 금융·통신기술을 활용한 사기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접수창구 단일화 ▲수집된 사기정보의 통합 분석 ▲피해 회복 등을 주요 골자로 한 ‘사기방지기본법’을 발의한 바 있다. 사기범죄 관련 컨트롤타워를 세우겠다는 취지였지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22대 국회 들면서 경찰 국가수사본부는 사기방지기본법의 이름을 바꿔 ‘다중피해사기방지법(가칭)’을 재추진하려 했지만 이 또한 지지부진하다. 이 안에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투자 리딩방, 스미싱(문자 사기)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사기범죄 예방에 집중하는 내용을 담겼다. 그러나 아직 컨트롤타워 마련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임은 달라지지 않았다. SNS 부업 사기는 ‘용역 제공을 대가로 한 행위’에 속한다. 법의 허점을 노린 케이스여서 관련 피해 현황을 파악할 길이 없고, 가해자를 처벌할 근거가 불명확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도 부실하다. 경찰청이 운영하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만 봐도, 범죄 통계와 검거율, 신고가 급증한 번호 등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는 보이스피싱과 달리 부업 사기를 개별 관리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접수해도 일선 경찰서 수사과마다 제각기 다른 판단으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경기도 내 한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피해 신고가 일반 사기로 들어오기 때문에 상부 지시가 없는 한 사기 유형별로 별도 관리할 수 없다”며 “보이스피싱은 피해자가 워낙 많아서 따로 관리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이후로 (별도 관리)한 것인데 부업 사기 같은 유형은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현 제도에선 피해자 구제책을 찾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부업 사기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을 돕고 있는 김준수 법무법인 로인 대표변호사는 “현재는 수사기관을 통한 (사기계좌의) 지급정지 외에는 민사 절차를 통해 채권을 확보하는 방법만이 유일한 실정”이라며 “가해자가 얼마나 빨리 특정되는지, 은닉한 재산을 찾아냈는지 여부에 따라 피해 복구 가능성이 다 다르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사 사례를 병합해 책임지고 수사하는 관할 주체가 없다는 부분도 문제라는 의견이 나온다. 배상훈 우석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겸임교수는 “피해 보상을 받고 피해 금액을 회수하려면 사기 행위의 상습성과 고의성이 인정돼야 한다”면서 “전국 각지에서 유사한 신고가 들어와도 수사 단계에서는 비슷한 사건을 병합 수사할 권한이 없어 상습성 인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즉, 부업 사기의 상습성을 입증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배 교수는 “수사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경찰은 개별 사기 사건을 꼼꼼하게 처리할 여력이 없다”며 “수사 주체가 분명해지고 미루기 식의 수사 관행을 없애려면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이 공조할 수 있는 통합된 체계, 이를테면 전담 수사부서 신설이나 시스템 전문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은 최근 온라인 사기가 급증하자 전기통신금융사기 방지법을 만들어 은행부터 결제기관까지 사기방지를 위한 업무 협조 및 법적 책임을 강화했다. 일본 역시 SNS를 중심으로 퍼지는 신종 온라인 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SNS 사업자 역시 광고 심사 체제를 정비할 것을 의무화했다. ● 관련기사 : '10초에 5천원'…MZ 노리는 부업 사기, 직접 해보니 [SNS 부업 사기 해부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50115580338 [영상] 수금책 양심고백…“전 피해자면서 가해자, 죄송합니다” [SNS 부업 사기 해부②] https://kyeonggi.com/article/20250115580335

'10초에 5천원'…MZ 노리는 부업 사기, 직접 해보니 [SNS 부업 사기 해부①]

SNS 부업 사기 해부① MZ 노리는 부업 사기 “월세·관리비 부족해서 알아본 부업이 ‘사기’였습니다. 죽고 싶어도 못 죽는 억울한 피해자들이 수두룩해요. 제발 다른 사람들 좀 살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최근 인스타그램·틱톡·페이스북·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부업 광고를 보고 채팅을 시작했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처음에 광고를 마주한 채널은 각양각색이고, 채팅을 나눈 메신저 앱도 다양한데, 이들 모두 끄트머리엔 ‘VIP 미션그룹’으로 연결된다. ‘VIP 미션그룹’까지 가는 길을 찾기 위해 경기일보가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직접 여러 ‘손 부업’ 활동에 접근해봤다. #1. “5초만 보고 인증하면 2천 원 드려요” 부업의 세계는 여러 가지다. 주로 볼펜 조립, 비디오 시청, 핸드메이드 팔찌 제작, 리뷰 작성, 구매 대행 등으로 나뉜다. 어린 주부들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광고 글은 전국 각지 맘카페 등에도 수차례 게시됐다. 먼저 경기일보는 ‘영상 캡처’ 부업에 도전해봤다. 미션은 간단하다. SNS에서 광고를 보고 부업에 참여하겠다고 메시지를 남기면 담당자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으로 연결된다. 이 담당자는 유튜브 영상 2개의 링크를 전달한 후, 5초가량 시청하고 그 내역을 캡처해달라 요구한다. 시청 인증을 하면 가상 계좌 플랫폼인 N앱(가칭)에 포인트를 입금해준다는 설명이다. 첫 번째 미션을 완료하면 2천 원, 그 다음 영상까지 시청 완료하면 3천 원의 포인트가 쌓인다. 정체 모를 N앱 계좌를 통해 10초 만에 포인트 5천 원을 벌게 됐다. 담당자가 보내주는 링크를 타고 플랫폼 계좌까지 만들고 나면 가입 축하금으로 1만5천 원이 더 입금된다. 이제 ‘내 돈’은 2만 원이다. 기초 작업을 통과하면 담당자는 계좌에 있는 잔액(포인트)을 출금하라고 지시한다. 담당자의 업무는 여기서 끝난다. 다음으로는 일명 ‘관리자’ 윤 씨가 연결된다. 이 과정에서 채팅메신저 G앱(가칭)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 보통 채팅앱은 G앱과 R앱 두 가지가 쓰이는데 관리자 윤 씨는 이 두 앱을 오가며 피해자들을 낚는다. 경기일보가 만난 30대 직장인 A씨가 부업을 하려다 1천800만 원을 날렸을 때도 관리자는 R앱에서의 윤 씨였다. A씨는 “저 말고도 다른 피해자들 중에 윤 씨를 만났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각자의 메신저앱이 달라도 윤 씨라는 인물이 관리자로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기일보 측은 G앱에서 윤 씨를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그와 대화를 시작하면 친구가 된 기념으로 5천 원을 또 준다. 그 덕에 가상계좌 자산은 2만5천 원이 된다. 윤 씨는 ‘연습 작업’이라며 출금을 다시 요구했다. 가상 계좌에서의 돈을 출금하려면 마침내 실명과 계좌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타이밍이 온다. 조금이라도 망설이면 윤 씨는 “인원이 한정돼있어 재연결이 필요하다”며 신분증과 신용카드 번호 등을 재차 요구한다. #2. 볼펜 조립, 스티커 붙이기는 ‘한통속’ 수공예 부업과 유사한 소위 ‘손 부업’도 비슷한 형태로 움직인다. 약 5초간 볼펜 1개만 조립하면 700원을 벌 수 있다는 광고 영상이 시작점이다. 댓글에 달린 라인 아이디를 찾아 연락하니 닉네임 ‘해○○○’가 등장했다. 나이와 직장, 월급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거짓으로 “29살, 무직”이라 답하자 재빠르게 사라졌다. 다른 광고에서 팔찌 만드는 부업도 있다기에 문의하니 이번엔 ‘은○○○’가 등장했다. 똑같은 질문에 “26살, 헤어 디자이너”라고 꾸며냈더니 은○○○는 플랫폼에 돈을 충전할 것부터 권했다. 팔찌 만드는 법에 대한 얘기는 일절 없었다. 은○○○는 계좌를 등록하고 14만 원을 충전하라며 ‘고객센터○○○’의 연락처를 줬다. 휴대폰 번호를 물어보는 그의 질문에 5189302883 등 아무 숫자를 나열했지만 그는 의심하지 않았다. 사람인지 기계(AI)인지 의심스러운 포인트였다. 번호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은 고객센터○○○은 인터넷뱅킹 계좌로 10분 안에 입금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와 함께 스티커 붙이기 부업도 있었다. 카카오톡에 아이디를 검색해 추가해보면 ‘물○○’가 등장해 첫 마디를 건넸는데 어딘가 익숙한 멘트와 문장이 보인다. 앞서 만났던 ‘해○○○’와 ‘은○○○’가 보낸 첫 번째 메시지와 동일했다. 부업을 위해 스티커 주문을 질문하자 ‘너는 일을 할 수 없다’면서 ‘너 돈만 생각만 생각만.’이라며 해지를 해야겠다고 한다. 물○○에게 진짜 이름이 무엇인지 되물었지만 무시 당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보상을 받는 건지 물어보니 문법에도 맞지 않는 답변을 한다. 더 캐물으니 해지를 도와주겠다며 대화를 차단한다. #3. 사기 의심 피하려 틱톡 인터페이스까지 차용 이번에는 담당자들의 지시에 따라 ‘틱톡’의 인터페이스를 차용한 플랫폼 계좌 개설 사이트에서 계좌를 개설해봤다. 사전에 수행한 미션으로 얻은 포인트는 이 플랫폼 내의 가상계좌로 곧장 연동된다는 게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 포인트를 출금하기 위해서는 실제 명의의 계좌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제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1~10만 원)은 실제로도 출금이 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자와 동일한 사이트에 계좌를 개설했던 30대 주부 B씨는 “틱톡과 연결된 계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개인정보만 빼가는 곳 같다”며 “결국 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다 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보는 게 아닐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부업 광고에서 시작한 이 모든 알바들은 ‘VIP 미션그룹’을 향하게 한다. 어떤 SNS에서 시작해, 어떤 광고를 보고, 어떤 메신저앱을 사용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끝은 결국 ‘고수익 미션방’이라 칭해지는 ‘VIP 미션그룹’으로 가게 된다. ‘성실히 일한 자’에게 보상의 개념으로 열리는 VIP 미션그룹은 G앱, R앱과 같은 채팅메신저에서 여전히 새로운 피해자들을 노리고 있다. 돈을 많이 낼수록 ‘좋은 미션’을 받아 ‘높은 수익’이 난다고 꼬시는 ‘고수익 미션방’인데, 실제로 수익을 돌려주진 않는다는 게 수많은 제보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이 같은 부업들이 SNS 위주로 꾸려지다 보니 피해자는 대부분 20~30세대다. R앱 등을 포함해 ‘부업 사기’ 피해자들이 다수 모인 단체대화방을 운영하는 20대 주부 C씨는 “저희 대화방에는 50명 정도가 있는데 다른 곳엔 수백명씩 있다. 전체적인 피해 액수는 5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며 “VIP 미션그룹이라는 비슷한 수법에 속아넘어가지 마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 관련기사 : 수금책 양심고백…“전 피해자면서 가해자, 죄송합니다” [SNS 부업 사기 해부②]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115580335

텅 빈 건설현장, 청년은 없었다 [사라진 청년 마이스터 上]

건설업계가 경기 침체로 인해 오랜 시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향후 건설업을 이끌어 갈 청년 인재마저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기관, 지자체는 청년 건설인 육성을 위해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사업은 그 효과를 보지 못한 채 일회성 정책으로 사라지고 있다. 극심한 인력난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건설업계의 현 상황을 청년 육성 대표 사업인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통해 살펴보고 청년 건설인 육성을 위한 대책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사라진 청년 마이스터 빛바랜 ‘건설 기능인’ 육성 교육 13일 성남시에 위치한 A건설 업체의 아파트 공사 현장. 이곳은 경기지역 한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졸업한 청년 2명이 건설 기능인으로 채용된 곳이다. 그러나 이들은 6개월만에 모두 현장을 떠나버렸다. A업체 관계자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해 세상에 많은 꿈을 꾸고 있던 직원이었는데 꿈과 현실이 달랐는지 그만두고 말았다”고 말했다. 의왕시의 B건설업체의 경우 마이스터고등학교 졸업생을 채용했지만, 해당 직원이 8개월여 만에 대학 진학을 이유로 회사를 떠나 새로운 인력을 구하는 중이다. 이들 업체에 고용된 학생들은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실시한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받은 학생들이다.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 사업은 건설공제회가 지난 2023년 하반기 경기지역 5개 학교를 포함, 전국 10개 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건설 기술 교육을 해 젊은 건설 기능인을 육성하고, 건설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자 추진됐다. 당시 경기도내에서는 5개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43명의 학생이 기술 교육을 마치고 현장에 투입됐다. 그러나 사업은 불과 4개월 만에 종료됐으며, 현재까지 현장에 남아있는 교육생은 집계조차 안 되고 있다.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진행한 한 마이스터고등학교 담당 교사는 “건설공제회에서 교육부터 취업까지 이어지는 사업을 진행했을 때 많은 아이들이 큰 희망을 품었었다”며 “그러나 현장에 투입된 이후 현실에 좌절하고 업계를 많이 떠난 것으로 파악돼 아쉽다”고 말했다. 이처럼 향후 건설업계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 사업이 한시적으로 사라져가는 가운데, 최근 건설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16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4년 11월 고용행정 통계로 보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건설업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 수는 76만3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가입자 수는 지난 16개월 연속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지난 2023년 8월 처음으로 신규 가입자 수가 0명을 기록한 뒤 ▲2023년 9월 2천명 ▲2023년 10월 3천명 ▲2023년 11월 3천명 ▲2023년 12월 6천명 감소하면서 불과 5개월 사이 1만4천명 줄었다. 지난해 1월에는 2천명 감소하면서 소폭 반등하는 듯했으나 ▲2월 4천명 ▲3월 6천명 ▲4월 7천명 ▲5월 8천명까지 확대되더니 6월에는 한 달 만에 1만명이 줄었다. 건설업계 인력 유출은 물론 고령화 또한 시간을 거듭할수록 더욱 거세지는 모습이다.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이 20년 사이 급속도로 고령화하며 평균 51세를 넘겼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건설산업의 청년 인재 확보 전략’에 따르면 2004년 평균 38.1세였던 건설기술인 평균 연령은 지난해 6월 기준 51.2세로 20년 새 13년이 늘었다. 특히 20∼30대 연령 비중이 크게 감소했다. 2004년 전체 건설기술인 중 20∼30대 비중은 64.0%였으나 현재는 15.7% 수준으로, 10명 중 8명 이상이 중장년층이며 건설산업의 주력 세대는 50∼60대 장년층으로 이동했다. 발 벗고 나선 건설공제회…청년 건설 기능인 육성 사활 오랜 인력난으로 사업 진행이 차질을 빚자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청년 건설기능인을 육성, 건설업계에 안정적인 인력 공급을 위해 나섰다. 이러한 이유로 건설공제회는 지난 2023년 6월 특성화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건설 뉴 마이스터 양성훈련’을 진행했다. 대상은 경기권 5개교(부천공업고등학교·의정부공업고등학교·경기폴리텍고등학교·안양공업고등학교·부평공업고등학교)와 서울권 3개교, 전남권 2개교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공제회는 훈련 직종을 타일, 측량, 건축목공, 형틀목공, 조적 등으로 세분해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그 결과 최초 등록된 훈련생 120명 중 115명이 교육을 이수하게 됐다. 또 공제회는 건설 현장의 청년 건설인 유입을 위해 대한전문건설협회와 손을 맞잡았다. 양 기관은 양성교육을 수료한 훈련생들이 전문건설사에서 실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으며, 우수한 성적으로 훈련 과정을 수료한 학생은 전문건설사 채용 전형 응시에서 우대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양성 과정을 통해 115명 중 절반가량인 51명의 훈련생이 교육부터 졸업, 취업까지 이어지는 원스톱 사업 혜택을 제공받았다. 1년 만에 사라진 청년 마이스터…현실의 벽 높았다 그로부터 불과 1년이 지난 현재, 현장에 투입된 51명의 교육생들은 대학 진학이나 적성 미적합 등을 이유로 현장을 떠났다. 현재 현장에 몇 명의 교육생들이 남아있는지 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건설사들은 역시 공제회를 통해 교육생 채용에 적극적이었지만, ▲대학 졸업자와의 형평성 ▲기능 부적합 ▲부족한 기능 수준 등의 이유로 4개월밖에 안되는 수료 과정으로 전문성이 결여된 교육생의 채용을 지속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결국 해당 사업은 1회차 만에 종료됐다. 건설공제회 관계자는 “4개월의 현장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건설업계에서 기능인으로 활약해 줄 것을 기대했지만, 대학 진학이나 군대, 진로 변경 등을 이유로 대부분 건설업계를 떠난 상황”이라며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건설업계에 젊은 건설 기능인을 양성하고자 했음에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직업 훈련 지원금 지급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학생 수를 조사했지만,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돼 더 이상 관련 내용 집계를 하지 않았다”며 “현장에 남아있는 학생이 있는지 다시 한번 조사해 보겠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보호하는 선진국 ‘공정거래법’…“세부 지침 수정해야” [긴급점검, 납품대금연동제 1년 下]

대·중소기업 ‘공정거래’를 위한 규정은 대부분 국가에서 시행 중이다. 세부 기준은 다르지만, 불합리한 거래 관행을 해소하면서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대·중소기업의 상생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는 결을 같이 한다. ■ 하도급 입지 강화·보호…선진국의 ‘공정거래’ 운용은 프랑스는 ‘상업 지불기한 규제법 (Code de Commerce)’을 통해 대형 유통업체와의 거래에서 소규모 업체가 부당한 조건을 강요받지 않도록 보호한다. 특히 하청업체나 납품업체가 원가 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 요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하도급업체나 소규모 공급업체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한다. 일본에는 하청업체와의 공정한 거래를 위해 하청거래 공정화법(下請代金支 延等防止法)이 있다. 이 법은 대기업이 하청업체에 대해 지나친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으로, 불공정하게 원재료비 전액을 하청업체에게 전가하거나 지나치게 높은 부담을 요구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납품대금연동제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보호하며 하청업체의 입지를 강화하는 법적 장치다. 미국은 ‘상업 계약법(UCC)’으로 대기업과 소규모 사업자 간의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한 행위를 방지한다. 주로 반독점법과 연계해 대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일방적인 계약 진행, 중소기업에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것 등을 규제하며 계약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가격 조정 조항을 삽입할 수 있도록 해 갑작스러운 비용 증가로 인한 위험을 분산시킨다. ■ “세부 지침 수정해 대·중소기업 상생 이뤄야” 이렇듯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거래를 두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법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시행 중인 납품대금연동제가 현장에서 실사용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사각지대가 해소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송창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미 납품대금연동제가 도입된 이상, 이를 이용해 제도의 궁극적인 목표인 ‘상생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납품대금연동제 분담 비율을 놓고 봤을 때, 분담 비율이 0%만 아니면 된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대금 인상을 요구했을 시 1원만 인상해도 납품대금을 연동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납품하는 물품 등의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기준(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10% 이내 범위에서 협의해 정한 비율) 이상 변동됐을 때 납품대금을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된 서면 약정을 체결하도록 하는데, 10%라는 기준으로 인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도입 초기라 미흡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이런 것들에 대한 규제를 구체적으로 세워야 현장에서 납품대금연동제가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십수년 노력이 서려 있는 납품대금연동제가 허울뿐인 제도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받아들이는 측면으로 구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양훈식 KIET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연구본부 부연구위원은 “납품대금 계약 시 비용 변동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고려할 수 없어 손해를 보는 수탁기업이 없도록 납품대금연동제를 도입하는데, 사실상 변동분에 대한 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의 협상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비교적 활발히 연동제가 실현된 기업군과 거래관계, 그렇지 못한 영역과 그 원인 등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100분의 10’에 묻힌 중소기업 보호…허울 제도로 전락하나 [긴급점검, 납품대금연동제 1년 下]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124580180 中企 십수년 숙원 물거품 되나… 사라지는 상생 [긴급점검, 납품대금연동제 1년 上]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120580172 ‘유명무실’ 납품대금연동제… 대기업만 배불린다 [긴급점검, 납품대금연동제 1년 上]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120580170

선 넘은 ‘불법’ 빼곡… 경기도 ‘주차’ 지옥’ [설 곳 잃은 차량들]

지난 7일 오후 9시 수원시 영통구 매탄2동의 한 골목. 이곳은 주정차 금지 구역이지만 주변 거주자우선주차장과 공용주차장은 모두 포화상태로, 과태료를 감수한 듯 불법주차가 줄줄이 이어졌다. 이곳 주민 박동우(가명·43)씨는 “오전 8시면 단속차량이 매일 같이 온다. 늦잠이라도 자면 과태료 폭탄을 맞는다”며 “지자체들이 주차장을 늘릴 생각은 안 하고 과태료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불평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왕복 2차선 도로 양옆으로 차량이 빼곡하게 주차돼 있었다. 모두 불법이다. 앞뒤로 촘촘하게 주차된 차들로 인해 주차된 차를 빼려는 사람과 주차한 차주간 실랑이도 벌어졌다. 차주 김성훈(가명·36)씨는 “(오후) 8시가 넘으면 아파트내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하는 수 없이 이곳에다 차를 대고 있다”며 “어디라도 주차장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매년 경기도에만 40만여대의 신규 차량이 등록되는 등 주차난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도민들의 불편도 가중되고 있다. 도는 지난 2018년부터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에 공영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일선 시·군에 도비를 지원해 주는 ‘주차환경 개선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은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계획된 ‘주차환경 개선사업’은 159건으로 이 중 61건(9월 기준)이 아직 준공되지 않았다. 총 1만5천여면 중 7천500여면(약 50%)에 달한다. 2020년에 계획된 성남 숲속커뮤니티 복합센터 주거지 공영 주차장은 공정률이 5%에 그친다. 같은 해 계획된 고양 탄현체육센터 주거지주차장은 실시설계가 진행 중으로 여전히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규모가 큰 사업이다 보니 중앙투자심사가 각각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완료됐기 때문이다. 또 2022년 구리 검배근린공원 공영주차장 조성 계획은 지적경계 침범 관련 이의제기로 공사가 일시 중지됐다. 수원 영화어린이공원 공영주차장도 주변 주민 민원으로 인해 실시설계가 중단된 상태다. 이 밖에도 사업 대상지 변경, 계약 심사 등의 이유로 곳곳에서 주차장 준공이 늦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내에 매년 40여만대의 차량이 신규 등록되고 있어 주차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연도별 도내 신규 등록 차량은 ▲2019년 41만8천484대 ▲2020년 44만445대 ▲2021년 39만1천349대 ▲2022년 37만9천885대 ▲지난해 40만5천317대 등이다. 지난해 집계된 도내 총 운행차량은 652만5천98대로 1천400만 도민의 절반 수준이다. 매년 늘어나는 차량으로 도내 주차난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 주차환경 개선사업을 통한 일부 해소가 필요하지만 5년째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있는 등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도비를 지원해주는 촉진제의 역할만 하고 있기에 직접적으로 사업에 관여할 수는 없어 권고 정도만 할 수 있다”면서도 “사업이 심각하게 지연된다고 판단되는 곳이 있다면 도비 반납 등의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기사 : 끝없는 주차전쟁… ‘부지확보·토지보상’ 대책 시급 [설 곳 잃은 차량들]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1111580345

‘ON세상’ 음란물… 성인인증 없어도 다 본다 [긴급점검 청소년 성(性) 인식 完]

完. 어른들은 모르는 성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경기도내 청소년들이 관련 교육 등 사전 준비가 부족한 상태로 성 관련 미디어를 무분별하게 접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영상물들은 성인인증 없이 손쉽게 이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맞는 교육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9일 경기알파팀이 도내 청소년(만 13~18세) 413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성 인식 실태조사를 보면 청소년 10명 중 4명(163명·39.5%)은 온라인을 통해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 웹툰, 소설을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청소년(92명·56.4%·복수응답허용)은 ‘팝업 광고 등 갑자기 해당 사이트가 인터넷에 나와서’를 경로로 지목했고, 이어 ‘호기심으로 검색’ 46.0%(75명), ‘알고리즘(추천목록)에 떠서’ 30.1%(49명)로 집계됐다. 청소년들이 이처럼 우연히, 원치 않았음에도 성 관련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성인 인증’이 필요 없는 온라인 환경 때문이었다. 성적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163명 중 80.4%(131명)는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면서 ‘성인 인증 없이 쉽게 이용 가능’했다고 답했다. 소지 및 시청만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는 불법 성착취물을 접한 청소년도 59명(14.3%)이나 됐다. 이들은 종류별(복수응답 허용)로 ▲유명인이나 보통 사람의 얼굴이 합성된 성 착취물 (7.0%, 29명) ▲동의없이 유포된 불법 성관계 영상 (5.6%, 23명) ▲감금, 구타, 폭력, 협박 등이 포함된 성관계 장면의 성 착취물 (5.3%, 22명) ▲아동이나 청소년이 등장하는 불법 성착취물 (3.9%, 16명) ▲학교나 버스 지하철, 화장실 등 공공장소에서의 불법 촬영물 (3.4%, 14명) 등을 접했다고 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아직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에는 성적 콘텐츠 등에 쉽게 영향을 받고, 모방하거나 잘못된 관념이 생길 수 있어 위험하다”며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부과해 플랫폼 자체적으로 성적 콘텐츠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한편, 그릇된 관념을 바로잡을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미없고 뻔한 성교육 그만… 시대에 맞게 현실화 시켜야 온라인을 통해 성을 접하게 된 청소년들은 온전한 성 인식이 확립되기 전, 사전 지식 없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접해야 했다. 이들이 그 속에서 그릇된 성 관념을 갖게 되는 사이 제 역할을 해야 할 성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지루한 것’으로 자리 잡았다. ■ 청소년이 말하는 ‘배우고 싶은 성교육’ 경기알파팀이 도내 청소년(만 13~18세) 413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성 인식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청소년 대부분(319명, 77.2%·복수응답 허용)은 학교선생님을 통해 성교육을 받았다. 성교육 강사 등 전문가라는 응답은 198명(47.9%), 전문가 온라인 교육이 77명(18.6%)으로 나타난 반면 부모님에게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은 29명, 7%에 그쳤다. 이러한 성교육에 대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묻자 매우 만족(34명, 8.2%)했거나 대체로 만족(86명, 20.8%)했다는 응답은 10명 중 3명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는 보통이라는 응답(180명, 43.6%)이 많았고, 대체로 불만족했다는 응답이 82명(19.9%), 매우 불만족했다는 응답이 31명(7.5%)으로 집계됐다. 이 같이 응답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가장 많이 고른 답변은 ‘형식적이라고 생각해서’(155명, 37.5%)였다. 이어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어서(141명, 34.1%) ▲현실에서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111명, 26.9%) ▲재미가 없거나 지루해서(108명, 26.2%)를 지목했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은 어떤 성교육을 받고 싶어할까. 가장 많은 답변(각 2개씩 선택)은 연애 방법(133명, 32.2%)이었고, 이어 ▲사랑과 연애(81명, 19.6%) ▲건강한 자위 방법(79명, 19.1%) ▲성폭력 예방(68명, 16.5%) ▲피임 방법(59명, 14.3%) ▲사춘기 또는 2차 성징(59명, 14.3%) ▲다른 사람과 관계맺기(54명, 13.1%) ▲성에 대한 관심, 합의 등에 관한 대화 방법(39명, 9.4%)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들이 배우고 싶은 성교육은 자신의 생활과 실질적으로 연관성이 있으며, 타인과의 관계에 대처하는 방법 등이라는 얘기다. 이에 대해 장경은 경희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현재 성교육은 학생들의 실제 경험이나 생활과 괴리가 큰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성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매뉴얼 없고, 학업에 밀려…갈 길 잃은 성교육 경기알파팀이 지역내 교사 27명을 비롯해 성교육 전문가, 교수 등과 현행 성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살펴본 결과 모두 공통적으로 지목한 제1의 문제는 ‘표준화되고 명확한 지침의 부재’였다. 교육부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얼마나 성교육을 해야 하는지 정해두지 않은 상태로 온전히 각 지역과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다 보니 성교육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학교장의 인식에 따라 교육에서의 차이가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초·중·고 학년별로 주제와 방향 등을 담은 ‘성교육 표준안’과 ‘학생용 워크북’, ‘교사용 지도안’을 마련했지만, 내용에 성차별적이거나 시대착오적인 부분을 담은 탓에 한차례 논란을 겪은 뒤 이를 폐지했다. 이후 교육부는 2018년 개정 의지를 밝혔지만, 여전히 별다른 지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별도로 ‘경기도교육청 성교육 진흥 조례’를 만들어 성교육을 활성화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역시 형식적인 수준이다. 교육감의 책무 규정에 성교육 시간을 확보하도록 명문화하고도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성교육 시간을 20시간 이상 확보하도록 노력한다’라고만 규정해 하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조례상 성교육 관련 표준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도 정작 도교육청이 제공 중인 표준안은 지난 2015년, 교육부가 만들어 배포했던 표준안에서 일부 논란이 된 부분만 바꾼 것이다. 결국 10년째 같은 표준안이 제공되고 있는 셈이며, 시대의 흐름을 고려하지 않은 교육안이라는 얘기다. 도교육청의 무관심 속에 고통받는 건 교사들이다. 교육자료를 개발하는 것도 교사의 역량에 맡겨져 있는데다 주제 역시 학부모 민원 등을 이유로 선정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경기알파팀이 취재한 현직 교사 27명 중 21명은 입을 모아 ‘민감한 주제라 다루기 어렵다’는 점을 성교육 지도 시 어려움으로 꼽았다. 또한 17명의 교사가 학부모의 부정적 반응이 가장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내 한 중학교 교사는 “성교육이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지만 어느 학년에 어떤 내용을 가르쳐야 하는지 같은 매뉴얼이 없고, 있는 표준안은 너무 오래돼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다”며 “결국 자료를 만들거나 교육을 하는 것 모두 교사가 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해 가르쳐도 학부모들로부터 ‘그런 걸 왜 가르치냐’는 항의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도교육청은 오히려 현장의 성교육 관련 도서를 대거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폐기 도서 목록을 확인한 결과 성교육 관련 도서만 2천528권이 폐기됐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폐기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각 학교가 도서관운영위원회를 열어 폐기한 것이라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 대상 성 인권 교육 사업이 끝나면서 성교육 관련 예산 역시 대폭 줄었다. 여성가족부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사업으로 전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확인 결과 2021년 신설된 디지털 성범죄 교육 예산은 지난해까지 9억9천600만원을 유지하다가 올해 2억원,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강류교 전국 보건사회교사회장은 “현재의 성교육은 체계화되지 않았다”며 “교육부는 시대에 맞는 성교육 기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고, 성교육을 담당하는 부서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성교육 현실화·가정 내 성교육 병행돼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성교육이 보다 체계화되고, 일관성 있게 변하면서 동시에 가정 내에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 상시적으로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성 관련 이야기를 나누기 어려워하지만, 늘 생활하는 가정에서부터 아이들이 올바른 성관념을 확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학교에서의 성교육은 또래들과의 집단 교육으로 이뤄지는 만큼 학생에 따라 본인의 고민을 선뜻 털어놓기 어렵지만, 가정에서의 성교육은 부모와의 유대관계 형성에 도움을 줄 뿐더러 학생들로 하여금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게 이유다. 이와 관련, 김세연 경기도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부모에 대한 성교육 교육 시스템도 필요하다. 현재 시스템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으며, 성교육은 빨리 대충 끝내야 하는 의무 교육처럼 비춰지고 있다”며 “성교육이 단순히 일방향으로 알려주는 방식이 아니라 소통 방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화 서울시립아하청소년성문화센터장도 “부모가 자녀와 성에 대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성교육이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인권과 성평등의 관점에서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변화가 가정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소속으로 교원단체와의 꾸준한 간담회를 통해 성교육 확대에 발벗고 나선 전자영 경기도의원(더불어민주당, 용인4) 역시 가정에서 올바른 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교육청 차원에서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 의원은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지만, 4학년 아들에게 어떤 성교육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며 “가정통신문으로 오는 성교육과 성폭력 예방 교육 자료가 단순하고, 일반화·표준화된 공문으로 오다 보니 참고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전제했다. 이어 “영유아부터 초중고까지 시기별로 아이들에게 해야 할 성교육이 있고, 참고할 만한 자료들이 있을 텐데 이를 안내해줄 채널은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필수적으로 하고 있는 학부모교육에 성교육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 의원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학부모 대상 성교육을 진행하면 시간적·공간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고, 학부모들의 접근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러한 필수 교육 외에도 디지털 성범죄 관련 특강 역시 필요하다”며 “교육청에서 자체적으로 직속 기관을 만들어 성교육 관련 커리큘럼부터 정책 수립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 관련기사 : 성범죄 심각성 몰라… ‘선 넘은 장난’ [긴급점검 청소년 성(性) 인식] https://kyeonggi.com/article/20241020580278 소중한 性장기… ‘디지털 네이티브’ 맞춤 교육 절실 [긴급점검 청소년 성(性) 인식] https://kyeonggi.com/article/20241020580280

경기-충남, 세계 경제 심장 두드린다 [미리보는 베이밸리 메가시티①]

① 경기-충남, 글로벌 경제 중심지를 꿈꾸다 경기도와 충남이 함께 추진 중인 ‘베이밸리 메가시티’ 조성 사업이 본격화된다. 그 시작은 10월 중 열릴 비전 선포식이다. 아산만을 중심으로 경기와 충남의 주요 도시를 아우르는 이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 성장을 이끌 거점으로 육성될 예정이다. 양 도는 2050년까지 총 33조원을 투입해 글로벌 경제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지난 2년간 공동 연구용역을 통해 다양한 협력 사업을 발굴해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마련한 상태다. 경기일보와 충청투데이는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해외 사례를 통해 성공 요건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대한민국의 ‘실리콘밸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집결한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베이밸리도 혁신 기술과 신산업을 선도하는 글로벌 경제 중심지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총 인구 330만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23만여개의 기업이 위치해 있다. 대학도 34곳이나 자리 잡고 있어 인재 양성 및 기술 연구의 허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베이밸리 지역은 이미 대한민국 전체 수출액의 21.3%를 차지하고 있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204조원에 달한다. 특히 아산만 일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미래 모빌리티, 수소경제 등 첨단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 기준 세계 48위 수준의 지역내총생산을 2050년까지 세계 20위권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 초광역 협력 모델, 국가 균형 발전의 선도 역할 베이밸리 메가시티 사업은 경기와 충남이라는 행정구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광역 경제권 형성을 목적으로 한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경제 기능을 비수도권으로 분산시켜 수도권 과밀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양 도는 지난 2022년 경기·충남 상생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공동 연구용역을 통해 협력 사업을 구체화했다. 올 6월에는 베이밸리 메가시티 완성을 위한 구체적인 구상을 완료하고 10대 프로젝트와 20개 핵심 과제, 50개 세부 사업을 선정했다. 10월에는 베이밸리 메가시티 비전 선포식을 개최해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알린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베이밸리 메가시티와 관련해 혁신 생태계를 만들려면 첫째 인재와 기술의 결합, 둘째 제도와 법령 인식의 변화, 셋째 중앙정부가 지역에 메가시티를 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으면서 발전에 대한 비전과 청사진을 지역 사정에 맞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기와 충남이 하나로 단단히 묶여 서로 도와주고 북돋아 주면서 혁신역량을 함께 키우고 선순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베이밸리 메가시티 조성을 위한 주요 전략 중 하나는 미래 산업 육성이다. 반도체와 미래 모빌리티, 바이오 신소재 등 신성장산업을 집중 육성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부품 기술을 선도할 계획이다. 또 평택·당진항을 액화수소 수입항으로 발전시키고 수소 특화 단지와 블루수소 생산을 통한 탄소중립 산업벨트도 구축한다. 여기에 스마트 물류와 인공지능(AI) 기반 도시 운영 시스템 구축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 사업 지속 가능성과 재정 확보는 '과제' 베이밸리 메가시티의 성공은 첨단 산업 생태계 조성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또 글로벌 경제 변화에 발맞춘 정책적 지원과 협력도 중요하다. 특히 지역 내 인재 양성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외국인 투자유치와 결합해 경제자유구역 내에 국제학교를 개설하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위한 공동캠퍼스를 설치할 예정이다. 문제는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다른 사회적 서비스나 인프라 개선 사업들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는 공공-민간 파트너십(PPP)과 같은 자금 조달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만 장기간 이어져야 하는 탓에 자칫 경제적 변화에 따라 계획이 수정되거나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권 교체로 정책이 바뀔 경우 지원이 축소되거나 우선순위에서 밀릴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프로젝트 특성상 예산이 삭감될 경우 사업 자체가 지연되거나 중단될 위험도 있다. 이에 특정 정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초당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일관된 정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도 관계자는 “베이밸리 메가시티는 국가 균형 발전의 중요한 축이자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프로젝트”라며 “해외의 유사한 도시들을 참조해 재정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일보 장영준·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죄 지은 부모들 ‘쉬쉬’… 숨겨진 피해자 신세 [부모 죄에 고통받는 ‘미성년 수용자 자녀’]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입감된 부모를 둔 ‘미성년 수용자 자녀’. 매년 법무부는 전국에 있는 미성년 수용자 자녀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를 내지만 미성년 자녀 존재 여부는 수용자 설문에만 의지할 뿐 정확한 조사 기관이 없다. 이렇다 보니 이들이 어느 지역에, 얼마나 있는지도 파악하기 어렵다. 경기일보는 자신의 죄를 알리기 싫은 부모들의 묵인 속에 미성년 수용자 자녀들이 방치되고 있는 현실을 조명하고 대안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입감된 부모를 둔 ‘미성년 수용자 자녀’에 대한 기본적인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은 채 아이들이 사회로부터 외면받는 ‘숨겨진 피해자’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수용자의 미성년 자녀 존재 여부는 설문으로 파악하는데 수용자가 거부하면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준비된 각종 지원 정책이 아이들에게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미성년 수용자 자녀는 총 1만1천972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만2천167명에서 2022년 1만450명으로 줄었지만 1년 만에 다시 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연령대 별로 10~14세가 3천886명으로 가장 많았고 ▲5~9세 3천297명 ▲15~19세 3천40명 ▲0~4세 1천749명 순이었다. 이를 토대로 법무부는 수용자 자녀 지원을 위해 ‘수용자 자녀 지원 협의체’를 구성, 관계 기관과 함께 혼자 생활하고 있는 수용자 자녀들을 위한 긴급 지원에 나서거나 지원 정책 발굴에 나서고 있다. 문제는 자신이 범죄자라는 사실이 공개될까 우려해 설문을 거부하는 수용자나 외국인, 정신질환자 등 설문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 탓에 통계치가 현황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법무부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21년 전체 수용자 5만1천50명 중 설문을 거부한 수용자는 1만1천887명(23.3%)로 4명 중 1명꼴이었다.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9천824명(20.1%), 9천983명(18.5%)이 응답을 거부했다. 이와 함께 국문 이해력이 부족한 외국인이나, 정신 질환자 등 기타 설문 응답이 어려운 ‘제외자’도 2021년 1천412명, 2022년 2천974명, 2023년 593명 지속 발생하고 있다. 수용자의 침묵으로 지원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미성년 수용자 자녀가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적잖은 수용자들이 자신과 자녀에 대한 시선을 우려해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있지 않다”며 “수용자 자녀 현황을 파악하려면 수용자 설문에 기댈 수밖에 없지만, 이를 거부하는 사례가 예상보다 많아 정확한 집계가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용자 자녀가 고통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수용자들의 적극적인 설문 참여 및 유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관련기사 : 속옷에 마약 숨기고 임신부라며 공항 검색대 무사 통과한 여성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40910580302

풍부한 일자리·문화·교육… 청년 유입 이끈다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⑥]

서울로 향하는 청년의 지역 이탈 현상은 결국 ‘지방 소멸’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양질의 일자리와 풍부한 교육 기회, 다채로운 문화 인프라를 제공하며 청년 유입을 이끌어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이들의 사례를 통해 경기도에서도 대안이 논의되길 바랍니다. ■ 아산, 기업 유치→차세대 첨단산업 발돋움 먼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청년 인구 반등에 성공한 충청남도 아산시입니다.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청년인구 이동 통계’ 자료에 따르면 아산시는 충남에서 유일하게 청년인구 수가 1천289명 증가했습니다. 2022년 청년인구 반등에 성공한 이후 현재까지 증가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주요한 원인은 성공적인 기업 투자 유치에 있었습니다. 아산시는 지난 2019년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약 13조 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냈고, 이어 현대자동차 생산시설 투자도 유치하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차세대 첨단산업을 보유한 지역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협력 업체인 지역 기업까지 동반 성장하며 청년들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도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통계청과 고용정보원 등을 취재한 결과, 현재 아산 내 상용직 비율은 67.1%로 충남에서 가장 높고, 일자리 질 지수에서도 상위그룹에 포함됐습니다. 이에 대해 아산시는 지난 7월12일 “국내외 기업의 투자 증가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를 찾아온 청년인구의 증가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졌다”고 발표했습니다. ■ 지산학 협력…지역 정주환경 마련한 ‘워털루형 코업’ 부산 다음은 부산입니다. 부산은 취업특화 교육 프로그램인 ‘워털루형 코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청년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의 사례를 차용한 워털루형 코업 프로그램은 대학교 3,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학기에는 실무역량강화를 위한 이론 수업을 제공하고, 2학기에는 학생들을 지역 기업에 파견해 실무에 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학생들은 이론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실무에서 직접 활용해보며 실전 경험을 쌓고, 지역 기업은 학생인건비와 멘토링 수당 등을 지원받으며 실무 인재를 직접 양성한다는 점에서 지산학 연계를 공고히 합니다. 프로그램 시행 첫해이던 지난해엔 50개 업체와 68명의 학생이 참여했는데, 4학년 학생 중 20%가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 성과에 힘입어 부산시는 현재 동아대와 동명대뿐인 참여대학을 다른 지역대학들로 확대해나갈 예정입니다. 김영희 부산시 지산학렵력과장은 “청년들에게 지역의 전략산업과 우수 기업을 소개하고 지역 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한다”며 “올해 사업 규모를 키워 대학 3개교 내외, 실습생 90명 내외, 기업 60여개사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부족한 인구, 낮이라도 꽉 차야…강원, 워케이션 총력 강원도 양양군은 인구 2만7천명의 작은 지역입니다. 하지만 최근 휴가지에서 일을 하는 ‘워케이션’과 취미활동인 ‘서핑’ 등 매력적인 문화 요소를 펼치며 많은 청년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양양군 스마트관광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10월까지 양양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1천388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생활인구는 7만5천300명 수준입니다. 이는 주민등록인구의 2.7배가 넘는 것으로, 강원특별자치도와 강원관광재단은 적극적인 워케이션 유치를 통해 ‘생활인구’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더하기로 했습니다. 근본적인 배경엔 강원도의 급격한 인구 감소세가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의 인구는 155만명입니다. 전년(2022년)대비 5천679명 줄었습니다. 특히 작년 2월에 발표된 한국 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위험지수에 따르면 강원도 내 16개 시군 중 4개 시군이 소멸 고위험 지역이기도 합니다. 강원도는 이러한 인구 위기를 도내 다양한 특성을 활용해 극복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건 올해 ‘강원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도내 7개 시군에서 확대 운영하며 도내 다양한 관광자원을 활용해 생활인구를 확보하고자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지역 내 소비를 활성화 하고 관광 수요도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합니다. 강원관광재단 관광마케팅팀 관계자는 “주중 3박4일 동안 관광객을 유치해 관광 소비를 하게 함으로써 인구 감소로 인해 줄어든 지역 소비를 대체하는 내용”이라며 “앞으로도 도내에서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하는 업체 등을 적극 발굴하고, 도내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을 지역으로 불러들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최우선이 돼야 하는 건 청년들을 경기도에 자리 잡게 하기 위한 지역의 발빠른 움직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청년이 원하는 경기도는 분명합니다. 경기도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이 충분히 경기도 안에서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진정한 ‘기회의 경기’로 거듭나길 바랍니다. 다른 지역이 부럽지 않은 생활 기반을, 우리 지역에 살고 싶은 마음을 심어줄 수 있는 곳을, 이젠 청년과 함께 경기도가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이연우기자, 아주대 ADDRESS팀(경제학과 윤주선, 경영학과 임승재, 사회학과 이자민·정민규)

전시부터 공연까지…서울서 즐긴다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⑤]

경기도 청년들은 양질의 먹거리와 놀거리를 향유하기 위해 지역을 벗어납니다. 문화생활을 삶의 큰 부분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인구 유출 현상이 벌어진다는 뜻입니다. 2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국민문화예술활동’ 조사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문화예술행사를 가장 활발히 즐기고 있는 연령층은 20대와 30대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지역 청년들은 ‘지역’ 내에서의 문화활동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경기도도 예외는 아닙니다. 지난해 경기문화재단이 발표한 ‘경기도민 문화예술 향유실태 조사'와 '경기도 문화소비 동향 빅테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기도민의 42%가 도내에서의 문화생활보다 서울에서의 문화생활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 영화 하나 보러 서울까지 경기도의 문화 인프라는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활동인 ‘영화’에서부터 서울에 뒤처집니다. 먼저 연천군, 여주시, 과천시, 의왕시에는 영화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특히 여주시의 경우 2021년 말 CGV가 개관될 예정이었으나 사업성 악화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여주에 거주하는 박현진 씨(25)는 “여주에는 영화관이 없고 문화예술시설도 낙후된 곳이 많아 어렸을 때부터 다른 지역으로 많이 이동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작품의 개수 및 장르의 다양성도 부족합니다. 지난 7월13일 기준 서울 왕십리 CGV는 8개의 작품이 상영 예정이었지만, 같은 날 오산 CGV는 5개의 작품이 상영을 앞뒀습니다. 서울 성동구와 오산시의 인구 규모가 각 27만명, 23만명으로 비슷한 데도 벌어진 상황입니다. 또한 독립 영화 및 예술 영화를 전문으로 상영하는 ‘CGV 아트하우스’만 하더라도 서울에는 6곳이 위치해있지만 경기도에는 단 한 곳밖에 없습니다. 이에 대해 CGV 측은 “상영일정의 경우 고객과 예매율 선호도 그리고 각 지점의 특성을 감안해 조율되고 있다”며 “상영 영화 및 개봉작과의 교차상영으로 인해 극장 별 편성 일정이 상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연극은 대학로로, 뮤지컬은 강남으로 인프라 차이는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나타납니다. 공연장안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서울에는 531개의 공연장이 있는 반면, 경기도에는 201개의 공연장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수치입니다. 지난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실시한 조사에서도 경기도의 공연예술 활동 건수와 공연 횟수가 서울시의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연극이나 뮤지컬의 경우 전체 공연 작품의 70% 이상이 서울에 집중돼 있었고, 무용·발레·오페라 등과 같은 경우도 경기도와 4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습니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이지은 씨(23)는 “평소 뮤지컬과 연극을 즐겨보는 편인데 경기도의 경우 공연 횟수 자체가 많지 않고 작품도 이미 관람한 게 많아 보통 강남이나 대학로로 이동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예약에 ‘뮤지컬’을 검색해본 결과 지난 6월 기준 서울에서의 공연은 99건이지만 경기도는 단 13건에 불과했습니다. ‘연극’과 ‘콘서트’는 더욱 큰 차이였습니다. 인구규모 등을 고려해 비교한다면 서울뿐 아니라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도 한없이 부족한 셈입니다. ■ 청년에게 외면 당한 경기권 박물관·미술관, 이유는? 최근 들어 청년층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 또한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의 박물관 개수는 132개와 124개로 비슷합니다. 미술관 역시 각각 46개, 55개로 경기도가 조금 더 많습니다. 하지만 관람객 규모와 전시 여건에서 두 지역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지난해 기준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418만 명으로 세계 6위를 기록했고, 국립현대미술관은 상반기에만 151만 명의 발길을 모았습니다. 이 중 63%가 청년층입니다. 반면 경기지역 박물관 또는 미술관의 방문객은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경기도박물관 방문객은 17만 명, 경기도 미술관 방문객은 20만 명에 그쳤습니다. 박물관·미술관 내 ‘전시물 상황’도 서울과는 여건이 다릅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경기도의 시각예술 평균 전시기간은 전국 17개의 시·도 중 세 번째로 높았습니다. 그만큼 하나의 전시를 선보이는 기간이 길면서 교체 주기는 멀고, 전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지난 5월 기준 경기도박물관(용인)에서는 2020년부터 운영되던 상설 전시를 제외하고는 현장에서 운영 중인 전시가 없었습니다. 또한 경기도미술관(안산)에서도 전시 기간이 3개월 이상인 두 건의 전시만 운영 중이었습니다. 김경진 경기도박물관 학예사는 “기획전의 경우 2~3개월 운영을 기준으로 하며 설치 및 철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통 1년에 3~4개 정도의 전시를 기획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은 전시품 및 전시 내용의 차이를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부석우 씨(23)는 “서울 소재 박물관·미술관의 경우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청년들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전시 및 행사를 진행한다”며 “경기도에서는 딱히 그런 상황은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청년층에게 서울권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인기가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새로운 핫플 찾아 떠난 경기도 MZ세대 마지막은 ‘팝업스토어’입니다. 짧은 기간 운영되는 오프라인 소매점을 뜻하는 팝업스토어는 MZ세대의 놀이터로 불릴 만큼 청년층의 수요가 높습니다.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청년층의 니즈(Needs)를 새로운 경험과 독특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팝업스토어가 만족시켰기 때문입니다. 이에 팝업스토어 밀집 지역은 새로운 ‘핫플’로 떠오르기도 합니다. 전국 팝업스토어 정보를 모아둔 팝플리에 따르면 올해 6월5일 기준 전국 80개의 팝업스토어 중 69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었고, 경기도는 9개에 불과했습니다. 수원시에 거주하는 송충호 씨(26)는 “보통 한 번에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방문하기 위해 성수동이나 강남 같은 핫플 지역으로 향한다”며 “경기도의 경우 수원 스타필드나 화성 동탄신도시 등을 제외하고는 팝업스토어를 찾아보기 힘들고 그마저도 서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청년들의 수요가 높은 팝업스토어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거리를 채울 상인이나 예술인 등을 모을 수 있는 인프라 확충이 핵심이며 이는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연우기자, 아주대 ADDRESS팀(경제학과 윤주선, 경영학과 임승재, 사회학과 이자민·정민규)

경기 청년, 일자리 찾아 ‘IN 서울’ [경기도 청년에게, 이곳은④]

“뭐가 됐든 ‘京企’보다 나아요”… 서울로 떠나는 청년들 지역 청년들이 도계(道界)를 넘나드는 가장 큰 이유는 ‘직업 때문’으로 나타났습니다. ■ 서울로 이사한 둘 중 하나 ‘경기도민’ 12일 통계청이 지난 1월 발행한 ‘2023년 연간 국내 인구이동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20대의 인구 이동률은 22.8%, 30대는 20.1%로 전 연령층 중 ‘청년층’의 이동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이는 20~30대 청년 100명 중 21명이 최근 1년간(2022~2023년) 거주지를 옮겼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서울 전입자의 절반 이상(52.9%)이 경기도에서 이동했다는 데서 얼마나 많은 경기도민들이 서울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국내 시·도 간 이동 사유 1위는 ‘직업’(35.1%)이었습니다. 이어 ‘가족’(26.1%), ‘주택’(18%) 등이 뒤따랐습니다. 실제로 2022년 경기 청년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통근 및 통학 등을 이유로 매일 서울에 간다고 응답한 비율이 21.8%에 달했습니다. 이들이 대중교통을 통해 경기도에서 서울로 향할 때에는 편도 71.6분, 왕복 총 143.2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지옥철’이더라도…서울 대기업 일자리 원해 이동하는 길이 아무리 피곤해도 청년들은 ‘서울 속 직장생활’을 희망합니다. 취업준비생 남상은 씨(25)는 “중소기업 취업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대기업으로, 그리고 기왕이면 서울에 있는 곳으로 취업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1월 ‘경기도 청년층과 고령층, 일자리에 대한 시각차’ 자료를 통해, 20대 청년층 응답자의 43.5%가 대기업 취업을 선호한다고 밝혔습니다. 인크루트의 ‘2023년 대학생이 일하고 싶은 기업’ 조사에서도 상위 10개 기업 역시 모두 대기업이라는 답변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본사의 약 75%가 서울에 위치한 터라, 결국 청년층이 원하는 일자리 역시 ‘서울’을 향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기업 규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경기도에는 청년들이 원하는 직종이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옵니다. 2022년 경기도의 지역 청년 통계 자료에 따르면 청년 인구 24.5%는 “서울로의 구직을 희망한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또 해당 자료에서 경기도 청년들은 ▲경영 ▲행정 ▲사무 ▲예술 ▲디자인 직종 순으로 취업을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경기도 안에서 산업별 산업체 수를 보면 ▲도매 및 소매업 ▲제조업 ▲숙박업 순으로 많습니다. 즉 경기도의 수많은 일자리가 청년들의 선호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 돈도, 복지도 서울이 낫다 청년들의 일자리 선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단연 ‘임금’입니다. 통계청의 2022년 임금 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근로자 월 평균 소득은 세전 591만원으로 중소기업(286만원)의 약 2.1배로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청년들도 ‘돈’을 따라 대기업이 많은 서울을 향한다는 뜻입니다. 이어 대기업으로 대표되는 고임금 직역에 종사해야 워라밸(Work-Life Balance)까지 잡을 수 있다는 게 중론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5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청년 세대 직장 선호도 조사’ 결과에서도, 임금에 뒤따라 워라밸을 선호한다는 답변이 있었습니다. 일과 고소득도 중요하지만, 회사 이외의 자신의 삶도 중요한 게 청년 세대들의 인식입니다. 기업 내 복지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우수한 복리후생은 구직 희망 직업을 고를 때 임금만큼 중요한 고려 요소입니다. 복지 비용은 기업체의 규모별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2022년 회계연도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에서 집계된 중소기업의 복지 비용은 13만6천900원으로 대기업의 34% 수준에 그쳤습니다. 황광훈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경기도 일자리는 ‘제조업’과 ‘제조업 분야의 수많은 중소기업’ 등 특정 산업군으로 구성돼 있다. 불가피하게 ‘직종 쏠림 현상’이 지속될 수 있는 구조”라며 “청년들은 제조업 분야, 비화이트칼라(비사무직) 직종으로 취업을 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서 경기도 지역 내에서 청년 인구가 빠지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로여건, 고용안정성 등을 고려할 때 제조업, 중소기업으로의 (지역 내) 취업을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道 “청년 붙잡고 싶지만…” 이에 경기도는 지역을 떠나고 있는 청년들을 붙잡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직종, 임금, 처우 등 청년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 있어 일자리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되는 문제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임금 관련 대표적인 정책은 ‘중소기업 청년 노동자 지원사업’입니다. 2021년 첫 시행된 이 사업은 중소기업 재직 청년들의 임금을 도에서 일부 보전하는 내용입니다. 고소득 직종에 종사하지 못하는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으로의 취업을 장려하기 위함입니다. 또한 도는 청년들이 경기도 안에서 일자리를 찾고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취업 과정과 일자리 연계를 돕고 있습니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맞춤형 취업 컨설팅, 취업 연계교육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기청년맞춤형 채용지원사업은 4.52(5점 만점)의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희망 직업에 취업하는 것은 청년층의 안정된 고용 상태로도 이어집니다. 경기도의 청년 인구가 원하는 일자리를 지역에서 찾아 이탈하지 않고 정주할 수 있는 경기도만의 타개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조새봄 경기도 청년일자리팀장은 “지자체 차원에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거시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연우기자, 아주대 ADDRESS팀(경제학과 윤주선, 경영학과 임승재, 사회학과 이자민·정민규)

지원 뚝 끊긴 푸드트럭… 청년들 ‘좌절’ [중고매물이 된 청년의 꿈 完]

지난 2014년 정부가 푸드트럭 규제 완화와 함께 ‘푸드트럭 산업’이 청년들의 꿈의 놀이터이자 또 하나의 새로운 산업으로 자리 잡는 듯했으나, 불과 몇 년 사이 정부와 지지체의 관심은 빠른 속도로 식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푸드트럭 사업장이 들어선 경기도 역시 이들을 위해 진행한 9개의 사업 중 현재 단 1건만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푸드트럭과 관련해 정부의 규제가 완화된 2014년 이후 경기도는 푸드트럭 관련 지원안을 속속 발표했다. 도는 푸드트럭 창업아카데미 수료 청년·취약계층을 위한 특별경영 자금 지원, 청년 푸드트럭 창업 허브 운영 및 단계별 창업 패키지 지원, 창업 관련 교육, 경영 컨설팅 등 푸드트럭 청년 창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그중에서도 경기도는 ‘굿모닝 푸드트럭’ 사업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자 했다. 지난 2015년 경기도는 경기신용보증재단, 농협과 함께 ‘굿모닝 푸드트럭’ 사업을 전개했다. 이 사업은 청년 푸드트럭 창업자가 창업에 들어서면서 겪게 되는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금융 지원안으로, 푸드트럭 창업을 희망하는 도내 청년층과 취약계층은 1.19%라는 파격적인 저금리로 창업 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었다. 청년들이 초기 창업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고,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도의 창업자금 지원 정책은 당초 경기도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 도가 푸드트럭 창업자금으로 지원하기로 한 25억원 중 실제 지급된 금액은 정책이 시행된 2015년 7월부터 2017년 말까지 41명이 총13억4천800만원 융자를 받는 데 그쳤다. 동시에 푸드트럭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마저 떨어지며 이 정책은 시행된 지 불과 3년 만인 2018년 7월 중단됐다. 이 밖에도 ▲푸드트럭 전용 공유 주방 ▲임대 푸드트럭 지원 ▲푸드트럭 페스티벌 등 도가 시행한 푸드트럭 관련 사업은 지난 2018년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해 대부분 2022년 일몰됐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도내 푸드트럭 사업은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의 ‘푸드 트레일러 임대사업’ 단 1개뿐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도는 지난 2014년 정부의 푸드트럭 관련 규제 완화 이후 푸드트럭 창업을 희망하는 도내 청년을 대상으로 창업자금 지원, 창업 교육 등 여러 정책을 통해 청년 지원에 힘썼다”면서도 “푸드트럭 창업에 대한 열기가 식어갔고, 관련 예산이 줄어든 가운데, 코로나가 맞물리면서 준비했던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책에 힘입어 창업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현재 대부분의 푸드트럭 청년 지원안은 지자체의 예산 삭감, 지원 중단과 함께 유명무실해졌다. 이에 지자체의 청년 창업 정책이 일회성에 그친다는 지적과 함께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 지자체 청년 정책에 청춘을 바친 청년들 지난 2015년 경기도에서 푸드트럭 관련 청년 정책이 쏟아지던 시기. 경기도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는 예비 푸드트럭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전국 최초로 ‘푸드트럭 창업 교육’을 진행했다. 2015년부터 2년간 총 99명의 푸드트럭 예비 창업자들이 푸드트럭 창업 아카데미를 이수했고 꿈을 향해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경기도 푸드트럭 창업 아카데미를 이수했던 김영재씨(34)도 푸드트럭 사업에 청춘을 담은 많은 청년 중 한 명이었다. 김씨는 푸드트럭을 운영해 여러 축제를 누비며 음식을 팔고 누구든지 자유롭게 찾아와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꿨다. 그러나 그는 ‘반쪽’ 짜리 지원책에 막혀 푸드트럭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 김씨는 도에서 운영하는 컨설팅 교육도 착실히 이수하며 꿈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자신의 푸드트럭 ‘움키친’과 함께 도내 푸드트럭 허가구역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여러 지원을 통해 창업에 성공한 김씨는 성공 가도를 달릴 듯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푸드트럭 창업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푸드트럭 허가구역을 두고 경쟁이 시작됐다. 창업자 수 대비 10분의 1 수준인 영업 허가구역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주변 상권과 마찰도 잦아 민원이 들어오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김씨는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이곳 역시 넘쳐나는 푸드트럭으로 5대 1, 10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어야 했고, 행사에 참여하더라도 하루 100만원에 달하는 높은 입점비를 부담해야 했다. ‘이동의 자유, 제약 없는 접객’이라는 장점에 끌려 푸드트럭 창업을 결심한 김씨지만, 그 누구도 김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도움을 주지 않았고 김씨는 결국 푸드트럭을 폐업하고 임대료는 부담스럽지만, 마음이 편한 상가를 찾아 떠났다. ■ 청년 창업 정책,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성’에 중점 김씨와 같이 많은 청년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우후죽순 탄생한 지자체의 청년 창업 정책에 좌절했다. 지자체는 이들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 대신 기존 상권 보호, 코로나19 등을 핑계로 하나둘 손을 놓았고, 푸드트럭 창업을 결심했던 도내 1천여명 중 538명은 폐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년 창업 정책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가능성이 고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푸드트럭이 단편적인 예가 됐지만, 기존 산업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미래의 확장성을 고민하고 이에 대한 정책이 밑거름이 돼야 하는데, 이는 청년들만이 아닌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해관계자 간 갈등을 최소화하는 것에만 몰입하다 보면 푸드트럭과 같은 혁신 사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갑 KYG상권분석연구원 교수는 “지난 2014년 정부의 푸드트럭 규제 완화와 함께 지자체는 관련 창업, 지원 정책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청년들은 이러한 정책을 등에 업고 꿈을 키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창업 비용, 입점비 등 푸드트럭을 둘러싼 비용이 우후죽순 오르는데도 정부는 이와 관련한 규제에는 손을 놓은 채 방관했고, 점차 창업의 문턱이 높아진 청년들과 창업 이후에도 설 곳이 없어지는 청년들은 푸드트럭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창업 정책은 산업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전문성 없는 무분별한 허가로 푸드트럭이 새로운 청년들의 창업 ‘수단’이 아닌 단순 ‘유행’에 그치게 된 것”이라면서 “청년 정책이 10년, 100년 장기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업계의 특징, 환경적 요인 등을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중장기 정책을 수립한 뒤 시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획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