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왕실의 특별한 순간들’·‘바다의 천재들’ [신간소개]

■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왕실의 특별한 순간들’ 조선시대 왕조와 양반가의 기록화와 기념화는 누가, 왜, 어떻게 그렸을까. 또 이 그림은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사진기가 없던 시절, 조선 왕실에서는 총천연색의 기념화를 남겼다. 왕실에서는 국가의 예와 격식의 기틀을 세우고 전승하기 위해, 국가 행사의 시행 전 실수와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 그림으로 미리 그려 예행을 하기도 하고, 행사가 끝난 뒤 후대에 기록하기 위해 남기기도 했다. 궁중기록화는 숙종, 영·정조대를 거쳐 대한제국 시기까지 이어졌다. 박정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30여년간 궁중기록화를 연구해 ‘조선시대 궁중기록화, 옛 그림에 담긴 조선 왕실의 특별한 순간들’을 출간했다. 원고지 약 3천매 분량의 책에는 도판 600여장이 수록됐다. 궁중기록화의 연대기부터 제작 동기와 준비 과정, 제작의 명분 등을 샅샅이 다뤘다. 특히 그림의 진모를 보여주기 위해 큰 판형을 사용하고, 도판의 배치를 과감하게 했을 뿐 아니라 질 좋은 인쇄 상태를 위해 종이까지 특별히 선별했다. 책을 통해 조선 궁중기록화의 총체를 알 수 있다. ■ ‘바다의 천재들’ “바다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또 다른 행성을 방문하는 것과 같다.” 심해로 유유히 잠수하는 거대한 향유고래와 대왕오징어, 무리지어 대형을 바꾸며 포식자를 교란하는 멸치 떼, 바닷물에서 튀어 올라 수면 위를 활공하는 날치까지. 바다 생물이 살아가는 방식은 육상 생물과 확연히 다르다. ‘바다의 천재들’은 물리학자의 눈으로 바다 생물의 경이로운 능력을 탐색하는 책이다. 물리학자 빌 프랑수아는 수중 환경의 물리적 특성과 그에 적응한 바다 생물이 지닌 생존 기술의 원리를 특유의 유머와 비유를 버무려 유쾌하게 전달한다. 멸치는 피부의 은빛 층이 거울처럼 빛을 반사해 주변 배경에 섞여 자신의 모습을 사라지게 하는데, 이는 장비를 만드는 공학자들에게 유망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처럼 책은 바다 생물들이 지닌 다양한 능력에서 찾아낸 단순한 원리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을 보여준다.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기법으로 그린 생생한 그림과 함께 바다 생물의 놀라운 능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

한강·김주혜·텍스트힙… 2024 출판업계를 톺아보다

출판업계에서 2024년은 새로운 역사가 기록된 한 해다. 김주혜와 이미리내 작가 등이 해외 문학상을 수상하며 시동을 걸더니 10월, 소설가 한강은 ‘2024 노벨문학상’을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수상하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출판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숏폼 등의 인기로 글 읽는 시대가 저무는 가운데서도 ‘텍스트 힙’ 열풍이 불었고 필사 등 책과 글로 자신을 찾으려는 풍경도 나타났다. ■ K문학 빛났던 한 해…읽기·필사 열풍에도 ‘독서 인구 증가’ 전망은 미지수 올해는 한국문학이 세계에서 다양하게 이름을 알린 한 해였다. 전반기엔 한국계 미국인인 김주혜 소설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이 러시아의 대표 문학상인 톨스토이문학상 외국문학상을 받았고 이미리내 작가의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은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한국인 처음으로 수상했다. 3월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 시 부문 최종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일본에서 인기를 끌며 2024년 일본 서점대상 번역소설 부문에서 1위를 하고 황석영 작가의 ‘철도원 삼대’는 상반기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며 한국 문학의 저력을 보여줬다. 역사는 10월에 일어났다. 소설가 한강은 ‘2024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전 세계인의 마음과 마음을 ‘금실’로 연결했다. 출판업계엔 곧 한강 열풍이 휩쓸었다. 수상 후 약 두달간의 판매량으로 한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연간 1위를 차지했고 뒤이어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가 2위와 3위에 올랐다. 책 읽는 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젊은 세대에선 ‘읽는 것은 멋지다’는 텍스트힙이 유행했다. 자신들의 소셜미디어에 책 읽는 모습과 책 속 문장 등을 찍어 올리는 것으로 과시용 독서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출판업계는 반색했다. 필사책도 인기를 끌며 철학자의 명언이나 국내외 문학 글귀를 따라 쓸 수 있게 엮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등이 서점가 판매도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하지만 한강 소설을 제외하곤 여전히 출판시장은 얼어붙어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열풍이 부는 것은 매우 반갑지만, 아직까지는 한강에 편중된 상황으로 문학·독서 열풍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며 “일부 출판사를 제외하고는 사실 내년도 전망이 밝지 않다”고 전했다. ■ 올해 신간 트렌드 ‘인생’ ‘코인’ ‘AI·인공지능’ ‘대화법’ 한편 올 한 해 신간 트렌드는 ‘인생’ ‘코인’ ‘AI·인공지능’ ‘대화법’로 나타났다.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가 연말을 맞아 4개 주요 분야(에세이·경제경영·IT모바일·자기계발)에서 출간된 올 한 해 신간들의 제목 트렌드와 출판 동향을 살펴본 결과다. 29일 예스24에 따르면 올 한 해 에세이 분야는 ‘인생’을 제목 키워드로 삼아 삶을 회고하는 에세이가 다수 출간됐다. 제목에 ‘인생’이 들어간 에세이는 올해 126종 출간됐으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증가했다. 경제경영 분야에는 ‘코인’이 들어간 도서의 출간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8.3%나 늘었다. ‘코인’ 키워드가 포함된 경제경영서는 10종에 그쳤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42종 출간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7대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코인 관련 내용이 올해 다시 크게 주목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책 제목에 ‘AI·인공지능’이 포함된 IT모바일 분야 도서는 같은 기간 3배 가까이 급증한 389종이 발간됐다. AI 관련 IT모바일 도서의 판매는 전년과 비교해 62.4% 늘었다. 자기계발 분야에서는 ‘대화법’의 중요성이 주목받은 한 해였다. ‘대화·말’ 키워드가 제목에 포함된 자기계발서의 출간 종수는 2022년 67종, 2023년 75종에 이어 올해는 93종으로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스펜스 마스터’ 기욤 뮈소의 데뷔 20주년 기념작, ‘미로 속 아이’ 外 [신간소개]

■ ‘미로 속 아이’ ‘서스펜스 마스터’로 일컬어지는 프랑스 소설가 기욤 뮈소가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소설 ‘미로 속 아이’를 출간했다. 책은 아버지에게 30억 유로를 물려받은 상속녀이자 종군기자로 활약하며 명성을 얻은 ‘오리아나 디 피에트로’가 등장하며 시작한다. 오리아나는 출판사를 설립해 남다른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커리어 우먼이다.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인 아드리앙 들로네와 결혼해 두 자녀를 둔 엄마이기도 하다. 어느 날 그가 프랑스 칸의 레렝 제도 해상에 정박해둔 요트에서 피습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쇠꼬챙이로 무자비하게 폭행당해 정신을 잃은 상태로 요트 갑판에 쓰러져 주변을 지나던 배에 탑승해 있던 여학생 두 명이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다. 병원으로 실려 간 오리아나는 사경을 헤매다가 숨지고 니스 경찰청 강력반이 수사를 맡는다. 추적 수사에 집중하던 경찰은 오리아나의 지난날에 대해 알아갈수록 흥미로운 비밀들을 알기 시작한다. 책에는 화자 4명이 등장인물로 나온다. 이들은 저마다 처한 현실에 만족스러워하지 않는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들의 욕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그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 20년 동안 마지막 한 줄에서 모든 의구심을 해소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고 있었다”고 밝힌 저자의 말처럼 끝까지 놓을 수 없는 긴장감이 소설에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 첫 그림책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이다면’으로 상하이 국제아동도서전 황금바람개비상 최종 후보에 선정되며 주목을 받은 작가 마리야 이바시키나가 새로운 그림책을 출간했다. 전 세계 특별한 서점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그림으로 펼쳐 보인 ‘어딘가엔 나의 서점이 있다’다. 책에는 한국의 독립서점 2곳을 포함해 전 세계 서점 25곳의 모습을 담았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그랜드 스플렌디드 서점은 한때 탱고 공연장이었던 건물에 있다. 웅장하고 화려한 대극장의 천장 아래 서가가 들어서 수많은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데, 이 같은 흥미로운 모습을 그림과 함께 꾹꾹 눌러 담았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의 도미니카넌 서점은 13세기에 지어진 고딕 성당을 개조해 자리 잡은 곳이다. 몇백 년에 걸쳐 마구간, 공연장, 권투 경기장, 자전거 보관소, 심지어 뱀 사육장으로도 쓰였던 이곳은 이제 오래된 스테인드글라스와 프레스코화를 그대로 보존한 채 책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5년에 간판도 없이 문을 연 일본의 모리오카 서점은 독특한 운영 방식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곳에서는 한 가지 책만을 판매하는데, 책은 딱 일주일 동안 판매된 후 다른 책으로 바뀐다. 책은 세계 곳곳의 개성있는 서점에서 사람, 책, 공간이 어우러진 순간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멋진 화풍으로 담아냈다. 건축학을 전공한 예리한 작가의 시선과 다정한 예술가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서점이라는 공간을 신선하게 풀어냈다.

책으로 만나는 크리스마스…‘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外

연말이 다가오면 ‘다짐’의 순간이 많아진다. 지나간 한 해를 정리하며 부족함을 채우겠다는 마음,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며 풍족함을 비우겠다는 마음, 저마다 각각의 이야기가 있는 시기다. 성탄절에 맞춰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읽기 좋은 네 권의 책을 소개한다. 독서를 통해 크리스마스의 상징과 전통, 따스함을 나누며 소중한 메시지를 남겨보는 건 어떨까. ■ 다정한 겨울 풍경이 주는 위안…‘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 “추위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겁니다.” <모지스 할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은 76세의 나이로 화가가 된 ‘모지스 할머니’,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따뜻한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전한다. 그녀의 인생철학과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사랑스러운 겨울 풍경들이 읽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인다. 이 책은 모지스 할머니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함께 따뜻한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그녀는 늦은 나이에 예술을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풍요로운 마음으로 삶을 대하며 소소한 행복을 소중히 여겼다. 책 속에서도 그녀는 한적한 마을의 겨울 풍경,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모닥불, 그리고 사람 간의 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삶의 진정한 기쁨을 전하고자 한다. 삶의 일상적인 순간들이 얼마나 큰 행복을 줄 수 있는지, 또 크리스마스가 가진 순수한 의미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다. 특별히 가족과 연말의 기쁨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에서 모지스 할머니가 그려낸 겨울 풍경들은 마치 크리스마스 카드 속 한 장면처럼 마음을 감싼다. 단순한 이야기 속에 담긴 깊은 울림을 만나보길 권한다. ■ 꿈과 감동의 판타지…‘달러구트 꿈 백화점’ “당신이 원하는 모든 꿈이 이곳에 있습니다.” 꿈을 사고파는 상상 속 백화점을 배경으로 한 이 책은 출간 이후 국내 대표 서점들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휩쓸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는 사람들의 꿈이 상품으로 거래된다. 독자들은 백화점을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삶과 꿈에 대해 성찰해 볼 기회를 얻는다. 취업 준비생인 페니는 청년들의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해 꿈을 사고파는 독특한 세상에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한다. 잠들어야만 입장할 수 있는 이 백화점은 꿈을 고르고 감정을 대가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실 세계의 사람들은 꿈 속에서 그리운 사람을 만나거나 뜻밖의 사건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뭉클한 이야기들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며 삶과 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편의 꿈 같은 판타지에 빠져들고 싶다면 제격인 책이다. 특히 연말 분위기에 어울리는 몽환적인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 ■ 돈보다 소중한 나눔의 가치…‘크리스마스 캐럴’ “스크루지는 이 세상 모든 것이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크리스마스 문학의 고전,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가족과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 이야기는 영화·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돼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주인공 스크루지는 돈만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가지만 유령을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돌아보게 된다. 디킨스는 이 소설을 통해 어려웠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담아내며 ‘베푸는 마음’의 소중함을 독자에게 느끼게 한다. 과거의 유령은 스크루지의 어린 시절과 첫사랑을 상기시키며 그의 마음속 깊은 상처를 들춰낸다. 현재의 유령은 그의 냉혹한 삶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미래의 유령은 그가 변하지 않으면 맞이할 외로운 최후를 예고한다. 구두쇠였던 스크루지가 깨닫는 삶의 교훈은 여전히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한다. 이번 크리스마스 연휴에 이 책을 통해 한층 따스한 겨울을 즐겨보길 바란다. ■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사랑의 이야기…‘위시’ “사랑이 두려움보다 강하다는 걸 잊지 마.” 영화 <노트북>의 원작 작가로 유명한 니컬러스 스파크스가 전하는 또 하나의 감동적인 이야기. 그의 데뷔 20주년에 집필한 작품 <위시>는 주인공 매기의 첫사랑, 그리고 마지막 크리스마스 소원을 담은 소설이다. 매기는 암으로 인해 삶의 끝자락에 서 있다. 그녀는 새로 들어온 직원에게 첫사랑 브라이스를 만나 가장 행복했던 자신의 16살 시절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이야기를 통해 그녀는 사랑과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깨닫고,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과 따뜻함을 간직한다.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아름다운 크리스마스의 풍경 묘사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저자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눈처럼 포근한 이 로맨스 소설은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함께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연말을 맞아 사랑과 추억을 되새기며 한 해를 정리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삶의 끝자락에서 찾는 안정…‘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外 [신간소개]

내년이면 전체 인구 중 만65세 이상의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웰빙’과 더불어 ‘웰다잉’이 화두가 되면서 말기의 돌봄과 평온한 마지막을 다룬 책들이 서점가에 속속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들 책은 ‘잘 살기 위해’ 오히려 죽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법의학자 등이 조심스럽게 풀어낸 삶의 끝자락에 관한 책들을 모아봤다. ■ 살아 있는 자들을 위한 죽음 수업 (웅진지식하우스 刊) 법의학자 이호 교수가 오는 23일 그의 첫 번째 책을 출간한다. 30여년간 약 4천구의 변사 시신을 부검해 온 이 교수는 그동안 마주했던 여러 죽음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들려준다. 책의 1부 ‘죽은 자가 산 자를 가르친다’에서는 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어린아이, 남편과 부부싸움 끝에 살해당한 부인, 의료 과실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여고생 등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고도 항변할 수 없는 고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2부 ‘삶은 죽음으로부터 얼마나 멀리 있는가’에는 죽음을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그리스 신화, 철학을 통해 깊이있게 풀어냈다.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세월호 침몰 사고’ 등 대형참사를 다루며, 최대한 고인의 몸을 온전하게 유가족에게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법의학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3부 ‘나의 죽음, 너의 죽음, 그리고 우리의 죽음’에선 불운을 겪은 사람들에게 공감할 줄 아는 마음가짐, 같은 세상을 사는 공동체로서 연대 의식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저자는 죽음에 대해 배우는 것은 무심코 흘려 보내는 일상이 소중한 이유를 알게 하고,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게 한다고 강조한다. ■ 나는 평온하게 죽고 싶습니다 (프시케의숲 刊) 죽음도 고통스럽지만, 죽음의 과정은 더 고통스러울 것이다. 큰 병원에서의 집중적인 치료로 인해 일상이 희생되기도 하고,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는 지난한 삶 속에서 암울함이 커지기도 한다. 이 책의 두 저자인 호스피스 의사 김호성과 의료인류학자 송병기는 편리함과 효율주의에서 벗어나 죽음의 과정을 온전하게 여길 수 있는 섬세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들이 주목한 것은 ‘호스피스’다. 책은 호스피스를 중심으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이뤄지는 말기 돌봄과 죽음의 현실을 치열하게 성찰했다. 호스피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비롯해 제도와 시스템적인 특성을 분석했다. 특히 책은 ‘공간, 음식, 말기 진단, 증상, 돌봄, 애도’ 등 여섯 개의 키워드로 환자들과 2년여에 걸쳐 이뤄진 대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책은 환자를 ‘죽게 하지도, 죽게 내버려두지도 않겠다는 응답’으로서 호스피스의 역할을 제시하고, 치료 중심의 패러다임을 넘어선 죽음의 대안을 모색한다.

그림으로 보는 현장과 역사…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 外 [신간소개]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알록 刊) ■ 수요일마다 그림 그리러 오겠다고 말했다(알록 刊) 해고 노동자의 농성장에 찾아간 작가. 그 곳에서 보낸 4년의 시간이 자유로운 붓질과 색감으로 남아 그림 기록집이 됐다. 전진경 작가는 누가 부르지 않아도, 자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현장에 스스로 출근하며 그림을 그려온 예술가이다. 현장은 대추리, 강정마을, 용산 4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등 연대의 목소리가 필요한 곳이었다. 이번 책은 국내 최장기 복직 투쟁을 했던 콜트콜텍 해고 노동자들의 농성 천막에 매주 수요일 찾아가 그 곳에서 피어난 예술을 담아냈다. 농성 천막에서 보고 듣고 느끼며 그린 140여 점의 드로잉 중 40여점이 기록집으로 묶였다. 부당 해고에 저항하는 노동자를 담담하면서도 예술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웃음과 눈물, 분노와 기쁨, 연대와 좌절이 그의 붓질을 통해 고스란히 묻어난다. ■ 크리스마스 북(파이돈 편집부 刊) 크리스마스의 선물 나눔 문화는 아기 예수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꾸준히 이어지지 않았다. 훗날 독일에서 시즌 상품을 파는 시장들이 늘어나면서 점차 자리 잡게 된 문화라는 주장이 내려온다. 크리스마스의 기원과 성탄 음식, 산타클로스의 변천도 제각각 사연이 있다. 책은 성탄절을 앞두고 이러한 크리스마스의 상징과 전통을 총체적으로 담아냈다. 200여 점의 이미지를 통해 성탄절을 소개하며 남반구의 폭염 속 성탄 풍경, 일본의 크리스마스 닭고기 문화, 이브에 사과를 먹는 중국의 문화 등 세계 각국의 이색적인 풍경을 두루 보여 준다. 성 니콜라스, 동방박사 같은 상징적인 인물부터 머라이어 캐리가 부른 캐럴,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회화 등 다양한 크리스마스의 풍경을 담았다. 제1차 세계 대전 당시 영국·프랑스·독일군이 상대를 겨눈 무기를 내려놓고 서로 선물을 주고받으며 캐럴을 부르고, 어린이들이 산타에게 보낸 편지에 우체국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답장을 보내는 전통 등 크리스마스의 진짜 이야기를 들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독자들 마음 울린 ‘올해의 책’…‘이중 하나는 거짓말’·‘이처럼 사소한 것들’

지난 1년간 여행을 떠나면서, 트렌드를 쫓기 위해, 혹은 고민을 해결하고 위로받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책을 집어들었을 것이다. 올해 정치·자기계발·소설·철학 등 많은 분야의 책이 출간된 가운데 동시대 작가들, 독자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이 선정됐다. 역경을 극복하고 이뤄낸 성장, 인간의 실존적 고민과 품위를 그려 삶의 본질을 담아낸 책들이다.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 ‘올해의 책’을 모아봤다. ■ 소설가가 뽑은 올해의 책…‘이중 하나는 거짓말’ 지난 8월 13년만에 장편소설을 발표한 김애란 작가의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교보문고의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김 작가는 지난 2017년 단편소설 ‘바깥은 여름’에 이어 7년 만에 이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이 소설은 비밀과 거짓말, 슬픔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시기를 통과해 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책의 제목인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담임선생님이 만든 ‘자기소개’ 게임이다. 새 학기가 돼 학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 다섯 개의 문장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되 그중 하나는 반드시 거짓을 포함시켜 다른 학생들이 무엇이 진짜고 거짓인지 알아맞히게 하는 것이다. 거짓말엔 단순히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마음이 있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불가능한 어떤 일을 그렇게나마 이루고 싶은 마음도 슬그머니 섞여 있다. 소설의 세 주인공은 서로의 비밀을 엿본 이후 서로에게 호감을 비치기도,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우정을 다져나가며 성장한다. 소설가들은 이 책에 대해 “의문을 가지지 않았던 성장 서사에 의문을 표현하고 공감하게 한다”, “비애를 가진 인물들이 더 나은 삶을 꿈꾸려고 하는 분투가 들어있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만드는 책”이라고 평했다. ■ 독자가 선정한 올해의 책…‘이처럼 사소한 것들’ 아일랜드에서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알라딘, 예스24의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 1위에 선정됐다. 특히 11일엔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해 이목을 끌고 있다. 책은 1985년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니 뉴로스에서 시작한다. 부유하진 않아도 먹고사는 데 부족함 없이 슬하에 다섯 딸을 둔 석탄 상인 ‘빌 펄롱’. 그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수녀원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사건의 정황을 알게 된다. 용기를 내 불법을 드러낼지, 가정을 위해 침묵할지를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지다 갈림길 앞에서 어떤 전율을 느낀다. 책은 작가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은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고, 같은 해 오웰상과 케리그룹 문학상 등을 휩쓸며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줬다.

‘불’과 싸워온 인류사 담아낸 송병준 소방위, “안전의식 강화 계기 되길”

“소방의 최우선 목적이 인명을 구하는 일이 된 건 사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의 시간과 소방 교육을 하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시스템이 법규 위주로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실제와 맞지 않는 용어나 사실들이 일정한 테두리에서 계속 반복되는 현실에 의문을 품게 됐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소방 시설들이 실제로 어떤 기능들을 하고 있는지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면, 화재로부터 나를 좀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9월 출간한 ‘소방의 역사’의 저자 송병준 인천소방본부 영종소방서 소방위는 책을 펴낸 계기에 ‘실용성’을 언급했다. 국내 소방에 관한 도서나 자료는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이며 대부분이 법령 해설서, 관련 자격증을 위한 수험서 등에 해당한다. ‘소방의 역사’는 인류사의 핵심인 소방의 미시사를 탐구한 책으로 국내에서는 그 자체가 처음이자, 현직 소방관이 관련 분야 역사서를 집필한 경우도 매우 희귀하다. 그가 책을 쓰게 된 계기 역시 교육에서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2006년 소방공무원으로 임용돼 화재 현장에서 일하던 송병준 소방관은 지난 2019년 연구 논문으로 제24회 전국 소방공무원 교육훈련대회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앙소방학교의 교수 요원으로 임하며 그는 소방공무원 공통 교재의 재·계정에 참여하기도 했으며, 화재 교관으로 활동하며 소방의 역사가 인류사의 발전과 함께함을 알게 됐다. 불을 사용하면서 인류는 문명 생활을 시작했지만, 한편으로 불은 인간의 생명까지도 파괴하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소방의 발전은 대도시의 형성에 이바지했다. 1820년대 영국에서는 미용사이자 화가 겸 작가인 에이브러햄 위벨이 당시 영국의 사설 소방대가 행하는 소방 활동의 목적이 인명 보호보다는 건축물인 재산 보호에 치중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접이식 사다리에 바퀴를 단 피난 기구를 만들었다. 1666년 런던에서 발생한 대화재 이후 도시 재건을 위한 자금 모집 수단으로 주택대출상품과 화재보험이 고안되기도 했다. 화재 이후 도시 재건의 역사는 우리에게도 있다. 1462년 한양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대화재 발생 이후 세종은 1431년 화재 진압대 격의 금화군을 편성했다. 이처럼 책은 불의 발견과 화재를 막기 위한 그간 인류가 들여온 노력을 들여다본다. 총 700쪽, 8부로 구성된 책은 ▲물을 비롯해 불을 끄는 물질인 ‘소화약제’ ▲양동이에서부터 소방펌프 등 ‘소화 기구’ ▲영국의 수동 소방펌프에서부터 사다리차 등 ‘소방차’ ▲건축물 화재의 파수꾼 ‘경보 설비’ 등에 관한 역사를 들여다본다. 이와 함께 ▲펌프와 동력기관 등 ‘소방의 작동 원리’ ▲건축물 화재의 수호자인 ‘스프링클러’ 등 현대의 가장 중요한 소방 시스템을 구체적인 사례와 이미지로 다채롭게 구성했다. 저자는 “매년 국내에서만 4만여건의 화재가 일어난다”며 “가장 중요한 건 개인이 내가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화재가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내가 안전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위험감수성을 키워 안전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류와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더 인간적인 건축’ 外

■ 인류와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더 인간적인 건축’ 外 스페인 건축가 가우디가 지은 ‘까사 밀라’는 구불구불한 곡선으로 반복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은 까사 밀라 같은 건물이 ‘인간적인 건물’이라고 말한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영감을 주고, 손을 내밀고, 미소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반면 직선적이고 획일적인 ‘따분한’ 건물은 행인들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방치돼 나중에는 초라해지기 때문에 철거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따분한 건물은 환경을 해칠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 같은 내용은 토마스 헤더윅의 신간 ‘더 인간적인 건축’에 자세히 담겼다. 저자는 도시와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서술했다. 건축물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그 중에서도 직선적으로 획일화된 건축물이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저자는 30년간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의 따분한 건물들이 인간의 감정을 병들게 하고 환경을 파괴할 뿐 아니라 전쟁까지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을 곁들여 건축물에 관한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 평범한 날들의 마법…‘해피버쓰데이’ 독창적인 상상력과 따뜻한 감성을 담은 백희나 작가의 신작 ‘해피버쓰데이’가 출간됐다. 백 작가의 두 번째 신작 그림책이다. 책은 하루에 한 번씩 새로운 옷이 걸리는 ‘마법의 옷장’을 통해 다시 활기를 찾는 ‘제브리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에만 있던 주인공 제브리나는 생일을 맞아 막내 이모에게 선물받은 마법의 옷장으로 특별한 하루를 보낸다. 새 옷을 입고 나들이를 가고, 이웃을 만나고, 청소를 하며 이전에는 없던 마법 같은 하루를 경험한다. 책은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축복하고 스스로 보살피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독자들에게 되새기게 한다. 어릴 때부터 인형 놀이를 좋아했던 작가는 이번 신간에서도 손바느질한 제브리나와 다양한 의상, 소품, 가구를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책은 작가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감각적인 비주얼과 생동감 넘치는 장면들로 구성됐다. 간결하면서도 몰입감을 주는 작가 특유의 문체와 재치 넘치는 표현들은 읽는 즐거움과 상상력을 선사한다.

생활밀착형 과학수다 속 ‘꿀팁’…‘브초 가족의 유쾌한 화학 생활’ 外 [신간리뷰]

■ 브로콜리와 초고추장의 한바탕 수다에 담긴 화학의 33가지 비밀 우리가 사는 세상은 화학으로 이뤄진다고 하지만, ‘화학’은 왠지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다. 화학의 원리를 쉽게 이해하고 싶은 자, 혹은 화학을 이용해 기발한 일을 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기발한 책이 나왔다. 집안일을 귀찮아해 늘 ‘화학지식을 이용해 깔끔하고 편안하게 하는 방법을 없을까’ 고민하고, 화학을 이용해 ‘게으름’을 피우라고 외치는 자칭 ‘게으른 자들의 왕’ 이광렬 고려대 화학과 교수가 김병윤 등과 함께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쉽게 읽을 수 있는 도서를 펴냈다. 지난 12일 출간한 ‘브초 가족의 유쾌한 화학 생활’은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 과학분야 1위의 ‘모두의 화학’ 코너 중 가장 사랑받았던 ‘브초 가족의 생존 일지’를 책으로 엮었다. 이 교수는 전 국민을 상대로 ‘화학의 쓸모’에 대해 특유의 유머와 지식이 합쳐진 필력으로 열렬한 팬층을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책은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브로콜리와 초고추장에 빗대어, ‘화학 좀 아는 브로콜리’와 ‘화학이 궁금한 초고추장’이 마치 팟캐스트처럼 편안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유쾌한 수다로 구성돼 있다. ■ 가장 심오하고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물리학자의 생각 물리학은 직관과 종교에 의존해 세상을 바라보던 우리의 인식의 틀을 바꾸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던졌다. 하지만 때로 어떠한 이론은 과학적 사실보다는 ‘믿음’의 영역에 가깝다. 독일 이론물리학자 자비네 호젠펠더는 지난 7월 국내 소개된 도서 ‘물리학은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를 통해 “현대 물리학 연구 중 일부는 과학적이지 않다. 아이디어와 과학을 혼동하지 말라”며 물리학의 한계 속 과학과 추측, 신념의 경계를 나눈다. ‘물리학은 우주의 시작과 끝을 밝혀낼 수 있는가’, ‘우리가 보는 별빛이 수억 광년 전의 별빛이라면, 어딘가에선 우리의 과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다른 우주에 우리의 복제본이 있는 걸까?’ 등 책은 오랜 시간 인류에게 사유를 던지고 물리학의 발전을 이끈 질문들에 대한 본질을 파고들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저자는 스티븐 호킹, 숀 캐럴 등 물리학자들의 아이디어와 과학의 영역 속 물리학을 구별하며 한계를 진단하며 과연 물리학이 어디까지 답할 수 있는지 시험한다. 총 9장으로 이뤄진 도서는 ‘과거는 정말 어딘가에 존재하는가’부터 ‘인간은 예측 가능한 존재인가’까지 근본적이고 존재론적 질문에 대한 각 주제 속 팀 파머, 데이비드 도이치 등 또 다른 물리학자들과의 인터뷰를 제시하며 다양한 관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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