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경기여성활동의 성장과정 한 눈에…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경기여성활동사’ 발간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이금자)가 근대화부터 현재까지 50년간의 경기여성활동을 정리한 ‘경기여성활동사’를 발간했다. 지난 50년간 경기도 여성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천사를 통해 경기여성활동의 성장 과정을 총망라해 여성 활동의 태동기와 변천사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경기여성활동사’는 ‘50년 발자취, 100년을 향한 발걸음’을 주제로 대한민국 ‘여성 활동사와 여성단체 활동 발자취’, ‘경기 여성 담대한 변화로 새로운 지형도를 그리다’, ‘경기도 여성단체들 그 위대한 저력’ 등 총 3개의 대주제로 구성됐다. 197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스페셜 인터뷰, 태동기, 성장기, 도약기, 비상기 등으로 나눠 관련 사진과 원고를 실었다. 책은 도서관, 여성단체, 여성관련 연구기관, 대학교 등에 무료 배포되고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 누리집에 ‘경기여성활동사 E-Book’란을 게시해 도민들이 쉽게 접근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23일 오전 11시엔 경기여성의전당 둘로스문화홀에서 여성단체 회원 200여 명과 지역사회 관계자 등을 초대한 출판기념회도 개최한다. 이금자 경기도여성단체협의회장장은 “‘경기여성활동사’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우리가 함께 이뤄낸 역사의 증거이자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값진 유산이 될 것”이라며 “지역 곳곳에서 시대의 변화를 이끌며 사회적 책임을 다해 온 여성들의 빛나는 발자취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책과 함께 우리가 다시 살펴봐야 할 민주주의와 올바름, 역사 [신간소개]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최근 기사에서 “한국은 지난 4개월 간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극단으로 쏠린 사회는 위기를 부르고 상식과 연대는 회복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것을 우리 사회는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위기에서 회복의 시대로 나아가려는 지금 우리는 어떤 것을 경계하고 살펴봐야 할까. 폭넓은 시야로 사회를 조망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추렸다. ■ 잘못된 단어(르네 피스터 지음, 문예출판사) 이야기의 맥락과 상관없이 단어 하나에 정치적, 사회적 생명이 다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특히나 인종과 젠더 등 그 주제가 예민할수록, 가치치향적일수록, 진보적인 의제일수록 더욱 그렇다. 목소리 큰 소수는 이를 ‘잘못된 단어’로 규정하고 공격하는데 사활을 건다. 한 단어로 깨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구분되며, 그렇지 못한 사람은 격렬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는 언제나 진보를 위한 무기이자 약자들이 특권층의 탄압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는 수단이었는데 아이러니하다. 독일 진보 잡지 ‘슈피겔’의 워싱턴 특파원 르네 피스터는 이를 새로운 독단주의라고 부른다. 저자는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하며 미국에서 정치적 올바름에 어긋나는 ‘잘못된 단어’를 공격하는 일에 사활을 거는 현상을 파헤친다. 일명 새로운 독단주의다. 학교, 언론, 기업, 공공기관, 문화예술계 등 미국의 일상생활을 좌우하는 모든 곳에 새로운 독단주의가 스며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깨어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끊임없이 구별해 도덕적 위계를 매기는 시대의 분위기는 옳은가. 저자는 미국과 그 영향을 받은 독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박진감 넘치게 추적한다. 정치적 올바름이 침묵을 종용하게 하는 미국과 독일 사회 전반의 모습은 대한민국 사회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자는 정치적 올바름, 단어의 올바름에 맹목적으로 매달릴 경우 사회는 양극단으로 갈 수밖에 없고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와 이로 인한 실질적인 변화마저 가로막는다고 경고한다. 극단적 분열과 갈등이 치닫고 있는 우리 사회가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다. ■ 고등학생운동사(조한진희 기획, 동녘 刊) 12·3 계엄 선포로 광장에선 어떤 존재들이 계속 ‘재발견’됐다. 2030여성의 ‘재발견’, 10대의 ‘재발견’,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의식의 재발견까지. 하지만 10대들의 투쟁은 역사에서 늘 존재했다. 11·3학생의날 유래가 된 일제강점기 학생 항일운동, 4·19혁명의 시작과 주역은 고등학생이었다. 최근 사회의 크고 작은 정치적 이슈에서도 10대들은 늘 자신들의 목소리를 자신들이 가능한 범위에서 강조해 왔다. 최근 출간된 고등학생운동사는 1980∼1990년대 국내에서 벌어진 고등학생 운동, 이른바 ‘고운’을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조명하는 책이다. 고등학생 운동에 몸담았던 11명의 기억을 토대로 고운의 다양한 층위와 당시 10대들이 지녔던 문제의식 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10대=입시’로 직결되는 한국사회에서도 ‘고운’은 상식을 지키고자 끝없이 교실 밖을 나섰다. 불의한 사회,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 문화에 분노해 사회에 상식과 정의를 물었다. 사학 재단의 비리에 저항하고자 단결된 목소리를 냈다. 1980년대 초부터 이어진 군사 정권 타도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품고 운동에 참여한 고교생도 있었다. 대한민국사에 획을 긋는 정치적 역할을 했던 고교생들의 사회운동은 왜 늘 재발견될까. “우리 사회가 10대를 정치적인 주체로 보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책의 지적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별에게’, ‘봄파 할아버지와 곤충 탐험을 떠나요’ [그림책 이야기]

■ 별에게(안녕달 지음, 창비) 올해로 창작 10주년을 맞은 안녕달 작가의 ‘별에게’가 출간됐다. 작은 섬 마을 하굣길, 한 아이가 별 하나를 사서 집으로 온다. 아이는 엄마와 별을 애지중지 한다. 별을 잘 못 키워 금방 사라진 집도 많다는데, 이들은 별을 달만큼 키우기 위해 밤마다 함께 산책을 나서기도 한다. 아이가 커지는 만큼 별도 쑥쑥 자란다. 엄마와 산책할 때도, 귤을 딸 때도 늘 별이 함께 있다. 어느덧 아이는 어른이 돼 섬을 떠나고, 별도 심상치 않게 커버렸다. 아이가 한참을 걸려 집에 도착하자 마당에 크고 환한 별이 있다. 두 사람은 별을 꼭 안아준 뒤 하늘로 올려보낸다. “네가 와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에게 와 줘서 고마워” 별은 누구에게나 있다. 몸은 떨어져있어도 돌이켜보면 곁을 지켜준 소중한 존재는 누구에게나 언제나 있다. 누군가의 보살핌과 사랑, 믿음은 우리를 자라게 하고 또 우리의 곁을 떠난다. 작가는 모녀와 별이 함께한 시간을 정성스럽게 그리면서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보살피는 마음이 어떻게 깊어지는지를 섬세하게 드러냈다. 작가만의 감성과 환상이 더해진 섬마을 바다에 비친 별과 서정적인 풍경은 서로를 보살피는 마음을 더욱 와닿게 한다. ■ 봄파 할아버지와 곤충 탐험을 떠나요(데이비드 스즈키·타니아 로이드 치 글, 친 렁 그림, 찰리북) 봄파 할아버지는 쌍둥이 남매를 데리고 집 주변에서 자연 탐험을 한다. 쌍둥이 남매 나키나와 카오루는 할아버지와 곤충 탐험을 하면서 곤충을 살피며 곤충이 되어 보는 상상을 마음껏 한다. 이들은 곤충의 중요한 역할을 알게 된다. 꿀벌과 나비 등이 식물의 꽃가루를 옮겨 식물은 열매를 맺고 인간은 과일과 채소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등이다. 그리고 곧 깨닫는다. 우리는 곤충 없이 살 수 없고 곤충은 자연을 지키는 가장 작은 영웅이란 것을. 나키나와 카오루는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곤충이 사라진다면, 또는 인간이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본다. 세계적인 과학자이자 환경 운동가인 데이비드 스즈키의 경험담에서 나온 그림책이다. 데이비드 스즈키가 실제로 손자 손녀와 곤충 탐험을 하며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해 이야기 속에서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현실감 있고 재밌다. 책은 곤충 탐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환경과 생태계, 함께하는 삶 등의 주제를 담았다.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받은 일러스트레이터 친 렁이 표현한 봄파 할아버지와 쌍둥이 남매의 캐릭터는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명력 넘치는 자연과 곤충을 보며 삶과 생태계의 또 다른 면을 느낄 수 있다.

노동을 해석하는 이토록 다양한 시선…'노동자가 만난 과학', '지불되지 않는 사회'

최근 전 세계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단어 중 하나는 지브리다. 오픈AI가 최근 발표한 챗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의 지브리 화풍 이미지 생성이 열풍을 끌고 있다. 일상의 어려움을 챗 GPT에서 묻고, 위로와 공감을 얻는다는 이들도 점점 늘고 있다. AI와 같은 첨단 과학이 우리의 삶을 비집고 들어오는 시대, 인간의 노동은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고 지켜나가야 할까. ■ 지불되지 않는 사회(인물과 사상사 刊, 김관욱 지음) 문화인류학자이자 의사인 저자가 바라본 우리나라 노동의 ‘이미지’가 글로 풀어졌다. 한국의 노동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밀려오는 느낌은 ‘숨가쁨’이다. 벅차고, 쉴 틈 없고, 다치고, 다친 것을 감당하고 또 일을 하는 일상. 저자는 만성적 피로와 저임금, 정리해고, 과로사 등 노동의 처참한 단면들을 다룬다. 저자는 ‘뜨거운 질문들’이라며 우리 사회에 노동과 관련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우리가 하고있는 노동에 대해 합당한 지불을 받고있는 걸까. 우리에게 노동의 가치는 무엇일까. 노동이 곧 질병인 사회란 어떤 이미지일까. 나의 상처뿐만 아니라 타인의 상처에도 무감각해져야만 도덕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은 아닐까. 저자가 말하는 ‘지불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상처가 되어가는 노동, 가치를 상실한 노동,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치유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나선다. ■ 노동자가 만난 과학(빨간소금 刊, 박재용 지음) 과학은 인류가 함께 만든 공동의 자산이다. 공동의 자산은 과연 공평하게 돌아가고 있나. 첨단의 열매는 공정하게 되돌아가고 있는가. 코로나19 백신은 돈 많은 나라들에 몰려있고, 기후위기는 선진국이 불러일으킨 측면이 크지만 피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미친다. 이 간극은 언제까지 당연하게 여겨져야 하나. 과학과 사회, 인간과 역사의 경계에 관한 책을 지속적으로 써온 박재용 작가가 과학의 두 얼굴을 이야기하는 책을 발간했다. 자본과 권력에 봉사하는 과학의 역사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 노동자와 민중의 편에 선 과학의 가능성도 모색한다. 과학이 시민의 삶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떻게 하면 과학을 노동자와 민중의 것으로 만들지 풀어낸다. 전 세계 곳곳에서 과학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예시도 있다. 맨발의 대학처럼 민중과 함께하는 과학교육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고, 브라질의 민중 과학 운동처럼 대안적 과학기술을 만드는 이들이 있다. 그가 과학을 맞닿게 하려는 노동자와 민중의 삶의 언어로 풍부하게 서술한 점이 눈에 띈다.

“드디어 생겼다”... 동네 유일의 ‘반가운’ 서점

지난해 10월 하남시 감일동 주민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감일에 서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하는 글이 올라왔다. 동네 주민들은 “드디어”라는 반응과 함께 “없어지지 않게 자주 찾아가야겠다”며 반가움을 드러내는 댓글을 연신 달았다. 동네 유일의 ‘반가운’ 서점 2024년 10월 28일 감일동 유일의 책방 ‘반가워동네서점’이 문을 열었다. 책방은 물론이고 도서관도 없는 감일동에 ‘반가워동네서점’이 문을 연 것은 동네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었다. 이 서점의 주인 유지혜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엄마다. 육아로 인해 10년여 ‘경력단절’을 마주한 뒤 좋아하는 일을 해보고자 자신이 살고 있는 감일동에 책방을 열었다. “하남 감일지구가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실 좀 어수선하기도 한데요. 예전에 김영하 작가님이 ‘작은 서점은 동네의 등대같다’며 ‘작은 서점이 있는 골목은 안전하고 푸근해 보인다’고 말씀하신 것을 봤습니다. 너무 공감이 되는 말이었고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그런 서점이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곳에 터를 잡았습니다.” 동네의 유일한 서점이 된 ‘반가워동네서점’은 개장 초기부터 동네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유씨는 서점이 상호명처럼 동네 사람들에게 반갑고 다정한 공간이 됐으면 한다. “나를 돌볼 새 없는 사람들에게 책 그 이상의 것을 내어 주는 공간이 됐으면 합니다. 오며 가며 다정한 마음을 나누고 인사하고 지나칠 수 있는 동네 책방이 되고 싶어요.” 읽던 책 ‘킵’해 두고 가세요 유씨는 서점 방문객들에게 책을 구매해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해 두고 있다. 카페는 아니지만 간단한 음료를 판매해 판매책 외에 읽을 수 있는 책을 구비해 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구매해 읽던 책을 ‘킵’해 놓을 수도 있다. “서점에 자주 오고 싶은데 올 때마다 책을 사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이 일전에 산 책을 읽다가 두고 가시고, 다음에 와서 또 읽다가 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마련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좋아하십니다.” 반가워동네서점은 소설, 에세이, 시, 그림책 등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문학도서를 소개하고 있다. “책과 친해지고 문턱 낮은 동네책방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재미있고 가독성이 좋은 책, 함께 나누고 싶은 책을 고르고 있습니다. 대형서점에서는 만나기 힘든 독립출판물을 선별해 들이는 것도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즐거움입니다.” 유씨는 동네에서 운영하는 서점의 특징, 초등학생 엄마를 둔 장점을 살려 함께 소리 내어 읽고 책을 완독하는 성취감을 줄 수 있는 ‘초등윤독동아리’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함께 완성하는 컬러링북, 필사 공간을 확장시켜 그림책테라피나 자유독서모임 등도 소규모로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MZ세대를 타깃으로 개성이 강한 독립서점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요. 그에 비해 저희 서점은 동네서점다운 푸근하고 편안함이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힘들 때 책이 위로를 건넸던 저의 경험처럼 ‘반가워동네서점’에 오시는 분들도 책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알아 가고 책이 주는 기쁨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문학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 이야기가 주는 힘

지난해 제13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실비 제르맹은 “문학은 인간의 복잡한 내면이나 본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문학작품은 만나본 적 없는 인물, 겪어보지 못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통로다. “문학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 한강 작가는 지난해 12월 초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문학은 언제나 우리에게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아시아 최초’라는 영예만큼이나 국내 출판계의 흐름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책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독자가 되는 계기가 됐고 인문‧사회과학 등 객관적이고 학술정보 위주의 비문학 책이 서점 상단을 차지하던 것에서 소설, 시집 등 문학작품 판매량이 늘면서 문학 장르로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역할을 했다. ‘오직 두 사람’, ‘검은꽃’ 등의 저자 김영하 작가는 과거 강연의 연사로 나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소설을 읽을 때 독자들은 현실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숨겨둔 주제를 찾아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곳으로 가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작가는 소설을 읽는 목적이 단순히 주제를 찾기 위함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저 ‘내가 이런 상황이 된다면?’ 하고 상상하고 여러 사람 입장에서 생생한 감정을 느끼는 간접 체험이 소설 읽기의 핵심이고 그렇게 주제는 자연스럽게 체화된다는 뜻이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이 지난해 말 2025년을 맞아 발표한 ‘21세기 최고의 책: 기억할 책, 함께할 책’의 결과를 봐도 문학과 비문학의 선정 비율은 팽팽하다. 문학작가, 번역가, 출판인, 연구자, 활동가, 언론인 등 책과 관련된 추천인 106명을 대상으로 2000년대에 출간된 809권 중 최고의 책 10권 선정을 요청한 결과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26권의 책 중 절반이 소설, 시 등 순수문학 13권이 리스트에 올랐다. 21세기 최고의 책, ‘소년이 온다’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책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였다. 이 책을 선정한 19명 중 정여울 작가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역사의 트라우마는 인류 공통의 끈질긴 화두”라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1980년, 광주’라는 역사적 기억을 ‘지금 바로 여기’의 문제로 소환해 낸 걸작”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 외에도 ‘채식주의자’(공동 9위‧5명 추천), ‘작별하지 않는다’(공동 14위‧4명 추천) 등이 순위에 올랐다. 이 외에도 국내 작가의 소설 작품으로는 ‘파친코’(이민진 저‧공동 6위),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저‧공동 6위), ‘고래’(천명관 저‧공동 14위), ‘82년생 김지영’(조남주 저‧공동 14위) 등이 다수의 선택을 받았으며 김혜순 작가의 ‘날개 환상통’(5위), 폴란드의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공동 14위) 등 두 편의 시집도 순위에 올랐다. 해외 문학작품으로는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을 모두 석권하며 21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테트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5명의 추천을 받으며 순위에 올랐으며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마르얀 사트라피의 그래픽 노블 작품인 ‘페르세폴리스’도 선정됐다. 한편 교보문고는 지난 1월부터 ‘21세기 클래식 50’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6월까지는 소설 분야에서 매주 한 편씩 총 25권을 소개하고 나머지 50편의 테마와 선정 도서는 7월에 일괄 공개할 예정이다. 1월부터 소개된 소설 분야 도서는 ‘나의 눈부신 친구’(엘레나 페란테 저), ‘종이 동물원’(켄 리우 저), ‘노멀 피플’(샐리 루니 저), ‘레디 플레이어 원’(어니스트 클라인 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저) 등이다. ‘21세기 최고의 책’‧‘21세기 클래식 50’ 속 문학 ‘소년이 온다’/한강 지음/창비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광주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담아냈다. 5·18 당시 중3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는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시신을 수습하면서 말 없는 주검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풍기는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광주시민들의 일상과 생명들에 대한 억울함이 동호와 정대의 목소리로 대변된다. 한강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날개 환상통’/김혜순 지음/문학과지성사 김혜순 시인은 ‘시하는 시인’으로 불리며 스스로 ‘시학’이 된 시인이다. 등단 40년이 되던 2019년 발표한 이 시집은 총 5부로 나뉘어 있으며 72편의 시가 실렸다. 표제작 ‘날개 환상통’에서 ‘나’와 ‘새’는 애도의 권력을 가진 자들로부터 추방당한 채 ‘환상통’을 겪는 존재로 ‘나-새’가 화장실에서 은밀하게 수행하는 애도를 통해 권력을 저격하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한편 김혜순 작가의 ‘날개 환상통’은 지난해 3월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시 부문에서 한국 문학 최초로 수상했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엘리 SF 작가 테드 창의 단편 모음집으로 2004년 초판 발행됐으며 2016년 재발매됐다. 총 8편이 수록돼 있으며 수록작 중 ‘네 인생의 이야기’는 드뇌 빌뇌브가 감독한 ‘컨택트’로 영화화돼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테드 창은 이 한 권의 책으로 네뷸러상, 휴고상, 로커스상, 스터전상, 캠벨상, 아시모프상, 세이운상, 라츠비츠상 등 최고의 과학소설에 수여되는 모든 상을 석권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비채 교보문고가 소개한 ‘21세기 최고의 클래식 50’에 선정된 이 책은 인간을 격려하고 삶을 위해 건축하는 노건축가와 그를 존경하고 따르는 주인공 ‘나’의 아름다운 여름날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마쓰이에 마사시는 ‘제64회 요미우리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일본을 대표하는 서점 ‘기노쿠니야’의 서점원들이 선정하는 베스트셀러 차트에 올랐다. ‘나의 눈부신 친구’/엘레나 페란테/한길사 엘레나 페란테 작가의 ‘나폴리 4부작’의 제1권 ‘나의 눈부신 친구’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폐허 속 자라난 두 여인의 우정을 담은 작품이다. 서로에게 가장 절친한 친구지만 외부 환경에 의해 좌절을 느끼는 릴라와 그런 릴라의 영특함에 열등감을 느끼는 레누의 우정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두 주인공을 통해 우정과 삶이 사회에 의해 변화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역사적 사실에 사소한 진실성을 부여하는 두 주인공과 그들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우리의 일상도 역사의 일부임을 깨닫게 한다.

포근해진 봄날 읽기 좋은 신간…'봄밤의 모든 것' 外 [신간소개]

완연한 봄기운이 찾아왔다. 따뜻한 날씨와 가벼운 옷차림, 거기에 책 한권이 더해지면 포근해진 봄날을 즐기기에 제격이 된다. 봄볕이 내리쬐는 창가에서, 또는 봄맞이 산책을 하거나 훌쩍 여행을 떠날 때 읽기 좋은 소설을 모아봤다. ■ 봄밤의 모든 것 “그녀의 이목구비나 실루엣, 목소리의 높낮이와 이름 같은 건 세월 속에 지워졌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에 일렁이던 특별한 빛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는데, 그건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에서만 볼 수 있는 빛이었다. 사랑에 빠진 상대가 당신을 황홀한 듯 바라볼 때 당신의 눈동자에 비치는 그 빛. 터무니없는 열망과 불안, 기대가 뒤섞인.” (단편소설 ‘빛이 다가올 때’ 중) ‘빛의 소설가’라 불리는 백수린 작가가 네 번째 소설집 ‘봄밤의 모든 것’을 출간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집필한 일곱 편의 단편 소설을 묶은 이번 신간은 아름답고 설레는 사랑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아픔과 슬픔의 순간을 관조하는 이야기들을 담았다. 책의 화자들은 저마다 커다란 상실을 하나씩 품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존재인 딸과의 갈등, 죽음으로 다시는 볼 수 없는 가족과 이웃, 각자의 삶 때문에 자연스럽게 멀어진 친구, 사랑했던 애인과의 이별 등이다. 소설집 후반부에는 ‘호우豪雨’, ‘눈이 내리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등 세 편을 연작소설의 형태로 재구성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상실감’을 더욱 깊이 있게 그려냈다. 백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의 삶이, 이 세계가, 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봄을 기다리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없는 나날 속에 놓인 화자들에게 한 줌의 빛이 닿는 순간을 포착한 일곱 편의 이야기는 부서질 듯한 마음에 온기가 깃든 ‘봄밤의 모든 것’을 건넨다. ■ 3월의 마치 정현아 작가가 8년 만에 장편 소설 ‘3월의 마치’로 돌아왔다. 2005년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이름을 알린 정 작가는 ‘달의 바다’, ‘나를 위해 웃다’, ‘리틀 시카고’ 등으로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다진 뒤 2017년 펴낸 ‘친밀한 이방인’이 드라마 ‘안나’로 제작되면서 대중에게 더욱 알려졌다. 최근에 발간된 ‘3월의 마치’는 노년에 접어든 여배우 ‘이마치’가 잃어가는 기억을 되찾는 여정을 통해 불행한 기억을 간직하는 것과 망각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자기 치유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갑작스러운 기억력 감퇴로 은퇴한 이마치는 뇌 의학 클리닉을 찾아가 자신의 기억을 기반으로 맞춤 제작한 가상현실(VR)로 들어가게 된다. 무관심한 아버지, 두 딸을 방치한 채 떠나버린 어머니, 병으로 죽은 언니 등 이마치가 VR로 마주한 과거는 온통 잊고 싶은 기억 뿐이다. 특히 아들 정민을 잃어버린 일은 가장 큰 불행이었다. 이마치는 VR 속에서 가상의 아들과 만나며 현실로 돌아가지 않고 싶다고 생각한다. 반면 아들은 이마치에게 ‘모든 기억을 놓아버리라’고 하는데, 기억을 간직하려는 이마치의 몸부림과 망각을 권하는 아들의 모습이 선명히 대비된다. 고통스러운 기억까지 간직하는 것, 상실의 아픔을 망각으로 막아내는 것 중 어떤 것이 해피엔딩일까. 책은 행복과 불행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도록 유도한다.

어른에겐 동심을, 어린이에겐 상상력을…그림책 ‘하여튼 이상해’ 外

지면을 가득 채운 그림에 몇 줄 안 되는 짧은 글. 단순한 듯 보이지만, ‘그림책’이 건네는 깊은 메시지에 온통 마음이 울릴 때가 있다. 단순한 그림과 글에 다양한 심상을 담은 그림책은 상상력을 있는 힘껏 끌어올리거나, 생생한 현실을 담아 깊은 성찰을 유도하기도 한다. 새학기를 맞아 등교의 설렘과 우정의 이야기를 그린 동화책, 우주를 배경으로 비인간의 존재로까지 인식을 확장시키는 그림책까지 모아봤다. ■ ‘하여튼 이상해’ (뜨인돌어린이 刊) 그림책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인 작가 ‘현단’이 쓰고 그린 ‘하여튼 이상해’는 제1회 한국그림책출판협회 그림책 공모전 당선작이자, 제31회 MBC 창작동화대상작(그림책 부문)이다. 책은 마음에 쏙 드는 짝꿍을 만나게 해 달라는 주인공의 간절한 기도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짝꿍이 된 친구는 하필이면 반에서 가장 이상하고 특이한 친구인 ‘김다빛’.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하고, 리코더를 코로 부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다. 주인공은 다빛이를 바라보며 ‘하여튼 이상해’라는 생각만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 체육 시간, 주인공이 맞을 뻔한 피구공을 다빛이가 대신 맞아주면서 주인공의 마음은 따뜻한 감정이 물들기 시작한다. 책은 불편하고 어색했던 감정이 상대방의 특별함을 이해하는 따스한 감정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냈다. 처음 겪기 때문에 서툴었던 감정도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깊은 메시지를 전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낯선 환경, 새로운 사람들과의 관계에 고민이 많은 어린이들에게 다름을 받아들이는 용기와 마음을 여는 법을 일러준다. 개성 넘치는 시원한 화풍과 익살스러운 표현력이 주인공의 마음 속 스토리텔링과 만나 풋풋한 정서를 되새기게 한다. ■ ‘우주의 속삭임’ (문학동네 刊) 최근 한국아동문학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로 ‘SF 동화’가 꼽힌다. ‘우주의 속삭임’은 아이들이 ‘지구 너머’를 탐색하며 우주로 뛰어들게 하는 작품으로, “아이러니를 활용한 유머, 상식을 뒤엎는 전복적 상상력, 생명에 대한 경외, 결정적 순간에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결말 등 SF 단편 장르가 줄 수 있는 모든 매력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받으며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책은 과학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해 마음을 울리는 서사로 빚어진 SF 단편동화 다섯 편을 담았다. 외계인들에게 50년 전 당첨된 ‘우주 복권’의 선물을 받은 할머니의 이야기, 작은 이끼 ‘보보’를 지키기 위한 우주 로봇들의 연대, 가족 품에서 인간인 줄 알고 지낸 낡은 로봇 ‘진’이 로봇들의 고향인 달로 돌아가는 이야기’, 고양이와 자신을 지키고 싶었던 아이가 우주에서 온 ‘무아무아족’과 만나 벌어지는 사건 등이다. 다섯 편의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집, 마당, 학교 너머로 더 크고 아름다운 세계가 있으며, 이곳에서 무엇이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일깨워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준다. 비인간과 인간의 공존, 공생을 다각도로 그리며 더 멀리 있는 세상, 더 아름다운 세상을 상상하고 탐구하게 한다.

회사·직원·사회 동반성장 이끈 ‘닥터지’ 이주호 대표의 ‘프로텍터십’·‘이층 침대’ [신간소개]

■ 프로텍터십 1등을 추구하는 무한경쟁과 그 속에서 각자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시대에 자신의 전문성으로 동료를 지키고 공동체를 위하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가 있다. 저자 이주호 ㈜고운세상코스메틱(고운세상) 대표는 ‘프로텍터십’에 대해 “이 책은 세상에 던지는 나와 회사의 출사표”라고 말한다. 서로를 돌보며 일해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고 따뜻함과 선함도 성공할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다. 책에는 ‘프로텍터십’의 윤리경영 철학을 끌어낸 그의 인생이 담겨있다. 마흔 무렵 잘나가던 직장에서 좌천되고 회사에서 내쫓겨 힘든 시기를 보낸 저자는 3년의 세월 동안 암흑 같은 터널을 지났다. 1천 권의 책을 읽으며 지혜와 통찰을 배우고 사람과 세상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곳에서 그는 다섯 살 어린 시절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상처받은 어린 자신을 다시 마주했다. 어른이 돼 내면을 어루만지며 그때의 경험을 통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법을 배운 그는 이를 경영에 녹여내며 연대하고 건강하게 일하는 회사를 이끌자는 신념을 갖게 된다. 회사가 먼저 직원을 보호하고 그들의 성장을 도울 때, 직원도 회사를 믿고 역량을 극대화해 회사와 동료의 성장을 돕는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저자는 부임 10년 만에 100억원대이던 매출을 2천억원대 중반으로 20배 이상 끌어올렸다. 고운세상을 5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2019~2024)에 올리고, 3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2022~2024)로 꼽히기도 했다. 또한 경기권역의 자립 청년들을 위한 후원 등 소외된 계층의 어린이와 청소년‧청년을 위한 나눔 활동을 꾸준하게 펼쳐 지난해 11월 제10회 경기나눔천사페스티벌 ‘산타원정대’에서 경기도지사 표창 단체부문 경기도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그의 회사는 직원과 회사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며 이를 다시 지역 사회 나누는 선순환의 공동체 정신으로 잘 알려져 있다. 책의 인세는 전액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기부된다. ■ 이층 침대 이층 침대에 몸을 뉘고, ‘딸깍!’ 머리맡의 불을 끄면 도란도란 이야기가 시작된다. 오빠가 동생에게 들려주는 위층의 세상은 무섭고도 궁금한 곳이다. 천장의 판자 무늬는 유령이 되기도, 어느 날은 도깨비불이 날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둘이 함께라면 무엇이든 헤쳐나갈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어린 두 탐험가 남매는 어둠에 휩싸인 유령 나라에선 함께 유령을 물리치고, 코끼리와 얼룩말과 나무늘보의 야생 동물이 가득한 정글에선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 예쁜 새를 만난다. 또, 꽁꽁 얼어붙은 북극에선 썰매 개가 이끄는 썰매에 올라 얼음 위를 신나게 달린다. 이들은 매일 밤 서로를 다정하게 지켜주며 꿈의 조각배가 된 이층 침대를 타고 환상의 세계로 떠난다. 어느 날, 오빠는 배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이층 침대에 홀로 남게 된 동생은 호기심을 잔뜩 안고 아래층에서 위층으로 살금살금 올라간다. 하지만 혼자 있는 이곳은 하나도 재미가 없다. 동생은 침대에게 오빠가 있는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한다. 그림책 ‘이층 침대’는 두 남매의 모험을 통해 아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는다. 음식을 매개로 두 모녀가 주고받는 풀 냄새 가득한 전원생활을 담아내며 한국과 일본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원작 만화를 그린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입체적인 화풍이 매력적이다. 수채화 같은 그림은 어린 탐험가들의 꿈의 세계를 따뜻하면서도 생동감 넘치게 그려낸다.

AI 기업 CEO가 파헤친 ‘AI 비즈니스 승자의 길’

국내 생성형 비전 AI 전문기업 인텔리빅스의 최은수 대표가 산업의 최전선에서 글로벌 AI 트렌드를 직접 경험하고 체득한 356가지의 AI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한 책 ‘넥스트 AI 비즈니스’(출판사 비즈니스북스)를 출간했다. 17일 ㈜인텔리빅스에 따르면 바이오‧헬스‧교육‧사이버 보안 등 다양한 산업에서 AI를 활용한 실제 사례 분석을 토대로 AI 기반 비즈니스 모델 구축 전략이 담긴 최 대표의 신간이 출시됐다. 저자인 최 대표는 그간 CES 2025 혁신상 심사위원, 정부 AI 정책위원, AI 경영학회 부회장 등을 지낸 인물로 국내 지능형 영상 분석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저자는 ‘넥스트 AI 비즈니스’란 기존 산업의 틀을 유지하면서 AI를 더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AI를 중심에 놓고 산업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단순 자동화 및 효율성 향상이 아닌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미래 산업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 산업에 AI를 더하는 방식은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만, 비즈니스 패러다임 자체를 혁신하지는 않는다”며 “‘넥스트 AI 비즈니스’는 단순한 기술서가 아니라 실제 적용 사례와 투자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실용서”라고 소개했다. 한편, ‘더 위험한 미국이 온다’, ‘4차 산업혁명 그 이후의 미래의 지배자들’ 등 29권의 저서를 집필한 최 대표는 오는 27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저자 강연회를 통해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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