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어로 세무사가 쉽게 알려주는 ‘절세 방법’ [신간소개]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속세·증여세’에 대해 쉽게 풀어낸 책이 나왔다. 책은 법률용어를 가능한 배제해 생활용어를 사용했고, 질문과 답변 형식을 취해 절세 방법을 설명했다. 김관균 세무사는 지난 30년간 고객을 만나며 연구한 절세 방법을 담아 ‘생활용어로 아주 쉽게 알려주는 상속세·증여세 절세전략’(티에스세무법인 刊)을 출간했다. ‘상속세·증여세’는 생활과 밀접한 세법으로 관심이 높지만, 많은 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알아가야 할지 막막하게 느낀다. 저자 역시 지난 1995년부터 세무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이 같은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객을 만나왔다. 저자는 세법이 법률이기에 한 글자, 한 단어로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어 잘못된 전달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용어로 상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절세’는 세무사가 연구해 고객에게 쉽게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저자는 지난 30년간 세법을 쉽게 풀어 전달했고, 이 같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책을 펴냈다. 책은 지난 2023년 나온 초판을 개정한 것으로, 올해 개정된 상속증여세법을 모두 반영했다. ▲상속재산 분배방법(민법) ▲상속세 절세방법 ▲상속 및 증여 내산의 평가방법 ▲증여세를 절세하는 방법 총 4개 파트로 구성됐다. 세법의 개념부터 생활과 밀접한 실무 위주의 여러 가지 절세방법, 주의할 내용들을 책 한 권에 꾹꾹 눌러 담았다. 특히 초판보다 질문을 많이 추가해 총 121개의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구성했다. ‘결혼하는 자녀의 신혼집 마련을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등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단순하게 던지면서도 ‘신혼집 마련’을 절세하며 도와줄 수 있는 5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또 연관된 내용은 질문의 번호를 적어 상속세·증여세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도왔다. 아울러 저자가 오랜기간 세무사로 근무하며 쌓은 생생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동시에 사례를 포함해 세법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세법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으면 필요한 부분을 물어보기 쉽고 이해하기에도 수월하다”며 “독자들이 재미있는 소설책처럼 가까운 곳에 두고 읽으며 상속세·증여세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린이와 어른이를 위한 ‘펀치’ 한 방…‘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 外 [신간소개]

5월은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축하받는 달이다. 이달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꿈을 응원한다’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부터 묵묵한 실천으로 세상을 따스하게 만든 ‘어른 김장하’의 이야기까지 각 세대를 위한 값진 선물이 될 책 세 권을 소개한다. ■ 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 “제 이야기도 그림책으로 만들어 주세요!” 유설화 작가의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는 작가가 강연장에서 만난 한 어린이의 요청에서 탄생했다. ‘네 꿈을 응원해, 권투 장갑!’은 작가가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모두 다르고, 모두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갑 초등학교’ 시리즈의 신작이다. 장갑 초등학교엔 추리왕 가죽장갑, 야무진 고무장갑, 겁쟁이 비닐장갑 등 각기 다른 개성과 재능, 쓰임새를 지닌 장갑 어린이들이 있다. 만들기 숙제 발표 날, 목장갑이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아이들은 우연히 미래에 도착한다. 제빵사가 된 주방 장갑 등 어른이 된 친구들은 대부분 꿈을 이뤘지만 어쩐지 권투 장갑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권투 장갑은 모두가 예상한 대로 복싱 세계 챔피언이 됐을까. 유 작가는 앞서 달리기 경주에서 승리와 좌절을 맛본 거북이와 토끼 이야기를 다룬 초등학교 필독서 ‘슈퍼거북’과 ‘슈퍼토끼’가 지난해 가족 뮤지컬로도 탄생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번 책에서 작가는 말수가 적고 무뚝뚝하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권투 장갑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꿈을 응원한다”고 말한다. ■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 성적이 생각만큼 잘 오르지 않고, 친구 관계는 어렵고, 미래는 불투명한 청소년은 인생에서 긴 터널을 처음으로 마주하는 존재다. 도서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은 ‘나’라는 존재와 타인, 공부와 성적, 꿈과 진로 등 고민을 겪는 청소년을 위해 불안한 마음을 다잡을 어른들의 다정한 위로와 같다. 김종원 작가는 ‘66일 인문학 대화법’, ‘부모의 말’ 등 지난 20년간 다양한 자녀교육서 및 인문도서를 출간, 누적 판매량 100만부를 돌파한 작가로 다양한 강연에서 부모들의 멘토로 자리매김해왔다. 작가가 처음으로 청소년을 위해 펼쳐낸 이번 에세이에는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갖느냐에 따라 삶의 모양이 달라질 청소년을 위해 매일 한 마디의 용기를 불어 넣는다. ‘자존감·관계·꿈·가치관·지성’의 5가지 키워드를 주제로 철학자들의 명언 70가지가 이어지고, 이에 대한 설명과 하루 5분 필사를 이어가다보면 어느새 단단해지는 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어른 김장하 각본 김장하 선생은 등산에 나설 때면 그저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걸으면 된다고 말한다. 짤막한 표현에는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담겨있다. 날 선 공격과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그저 묵묵히, 겸손과 평범함을 중요하게 여기는 선생이 우리 사회 ‘진정한 어른’으로 재조명되는 이유다. 대학은커녕 중학교도 간신히 졸업한 선생은 가난한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낮에는 약을 썰고, 밤에는 공부한 그는 만 18세인 1962년 전국 최연소로 한약업사 시험에 합격했다. 한약방을 운영하며 버는 돈을 그는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1천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며 아이들을 어른으로 길러냈다. ‘김장하 장학생’ 중 한 명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다.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7년 넘게 꾸준히 김 선생 주변 사람을 만나 취재했고, 선생을 다룬 책 ‘줬으면 그만이지’를 출판했다. 동시에 MBC경남의 김현지 PD와 협업한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는 최근 재개봉했다. 각본집에는 60년의 나눔 인생을 살아온 그의 삶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담기며 여운을 더한다.

디지털 시대에 문학의 본질 조명…‘문학의 쓸모’ [신간소개]

프랑스 한림원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앙투안 콩파뇽의 신간 ‘문학의 쓸모’(뮤진트리 刊)가 인공지능(AI)이 글을 쓰는 디지털 시대에, 여전히 문학이 왜 필요한지 설득력 있게 풀어낸 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줄고, 비생산적이라는 오명 속에서 문학은 점점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책을 통해 저자는 이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회의와 냉소를 정면으로 받아내며 문학의 쓸모를 감조한다. ‘문학이 사회적·문화적 자산이자, 궁극적으로는 경제적 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정치인의 연설, 기업의 브랜드 스토리, 의사의 병력 청취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확인된다. 저자는 특히 의학계에서 주목받는 ‘서사 의학(Narrative Medicine)’을 예시로 들어 문학이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가운데 저자는 문학이 각광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시간’에 있다고 말한다. 독서와 글쓰기가 절대적으로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활동인 만큼, 속도와 효율성이 핵심 요소로 자리잡은 현대 사회에서는 문학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느린 속성 자체에 문학의 본질이 있다고 본다. 바로 그 점이 문학을 특별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느리게 읽고 깊이 사유하는 능력은 AI 시대에도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역량이라고 강조한다. 문학의 가치가 빛을 잃어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동시대 모든 분야가 문학적 소양을 중요시하는 게 확실하니, 학교와 사회는 ‘문학’을 더이상 문학 학부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지 말고 모든 교과 과정의 필수과목으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을 예찬하는 많은 서적들이 있지만, 이 책이 의의를 획득하는 지점도 이를 통해 도출된다. 이를 두고 출판사 관계자는 “저자는 결국 ‘문학이 돈이 되는가’, ‘교육 시스템과 사회에서 문학 분야는 왜 뒤처지는가’, ‘절대적으로 시간을 써야만 하는 문학에 생산성 개선의 여지가 있는가’ 등의 관점에서 문학의 쓸모를 되짚어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20세대 푹 빠졌다”... 다시 ‘만화책’ 열풍

일부 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만화책’이 최근 인기를 누리면서 ‘만화책 전성시대’가 돌아왔다. 1020세대가 실물 소장을 위해 종이 만화책을 구매하면서 흥행을 이끌고 있다. 5일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만화책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8% 증가했다. 특히 ‘만화·라이트노벨’ 분야의 1020세대 구매 비율이 최근 6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올해는 1020세대의 만화책 구매가 지난 2020년보다 2배가량 증가해 전체 만화 구매자 3명 중 1명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20년 0.1%였던 10대 구매자 비율은 올해 12.6%를 기록하며 만화 흥행을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만화책 열풍에는 OTT 콘텐츠도 한몫 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방콕’ 생활이 길어지며 OTT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급증했는데, 애니메이션의 원작을 소장하기 위한 독자들이 만화책을 구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만화·라이트노벨 베스트셀러 2위, 4위를 차지한 ‘사카모토 데이즈’의 경우 지난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애니메이션이 공개된 뒤 서점가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아울러 초판 한정판·굿즈 한정판 등 스페셜 에디션을 출간하거나 굿즈를 제공하는 등의 이벤트도 만화책이 인기를 얻는 요인 중 하나다. 만화 일러스트를 활용한 책갈피, 포토 카드, 키링 등이 한정 출시되면서 ‘오픈런’ 현상을 빚기도 했다. 베스트셀러를 장식하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만화책을 모아봤다. ■ 여학교의 별 ‘가라오케 가자!’, ‘ 패밀리 레스토랑 가자. 上’ 등으로 국내에도 탄탄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와야마 야마 작가의 ‘여학교의 별’ 시리즈는 나리모리 여고의 국어선생님 ‘호시’와 생기발랄한 여고생들의 일상을 다룬 만화다. 최근 출간한 ‘여학교의 별 4’는 여름방학에도 출근 신세인 호시와 동료 교사들, 사복 차림으로 학교에 쳐들어온 학생들이 별난 졸업앨범 촬영 등을 하며 보내는 여름방학의 이야기를 다뤘다. 여름방학을 맞은 교사들과 학생들의 이야기를 와야마 야마 작가 특유의 과장되지 않은 건조한 유머로 잔잔하게 그렸다. ■ 사카모토 데이즈 20 트리플 특전판 ‘사카모토 데이즈’ 시리즈는 한때 전설적인 킬러였지만, 현재는 은퇴 후 단란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카모토 타로’가 뜻밖의 일을 맞닥뜨리며 벌이는 화려한 액션코미디 만화다. ‘사카모토 데이즈’는 한국에서만 발행 누계 100만부를 돌파한 인기 시리즈다. 지난 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동명의 애니메이션도 ‘오늘 대한민국의 TOP 10 시리즈’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전설의 킬러였지만 은퇴하고 살이 쪄 푸근한 인상으로 바뀐 사카모토 타로의 일상 분투기를 그렸다. ■ 팬텀 버스터즈 3 ‘팬텀 버스터즈’ 시리즈는 서로 다른 4명의 남고생이 만나 악령을 퇴치하는 학원 코미디 오컬트 만화다. 국내에는 지난 4월 3권까지 출간됐으며, 일본 현지에서도 누계 60만부를 돌파한 화제의 만화 시리즈다. 일본의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인 네오쇼코의 작품이다. 최근 출간된 ‘팬텀 버스터즈 3’에서는 자키가 자신의 영감이 불러온 고민을 안고 벌이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룬다. 자키의 고민을 듣기 위해 모가리 일행이 파자마 파티를 계획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다.

어린이, 혹은 곧바로 어른이 된 우리를 위한 추천도서 [공감, 이 책]

■ ‘4x4의 세계’(창비 刊, 조우리 글, 노인경 그림)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다시 살아가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의 제29회 고학년 동화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두 아이가 마음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희망과 우정, 성장을 그려낸다. 대상을 수상한 조우리 작가는 2019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청소년소설 분야에서 입지를 굳혀 왔다.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 ‘오, 사랑’ 등 경쾌하고 생동감 넘치는 필치의 소설을 꾸준히 발표했다. 작가가 처음 펴낸 동화 ‘4×4의 세계’는 장애와 질병에 관한 주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주인공인 아동을 통해 풋풋하고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를 잔잔하게 풀어냈다. 하반신 마비 장애로 걷지 못하는 소년. 어린이 재활 병동에 입원 중인 ‘호’는 우연히 또래 친구 ‘새롬이’를 만난다. 좋아하는 책에 메모지를 붙여 편지를 주고받으며 속마음을 털어놓고, 빙고 게임을 하고, 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둘은 어느새 비 온 뒤 맑은 날 함께 산책하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이내 호의 퇴원이 결정되고 둘은 그들만의 세계를 계속해서 만들어 갈 수 있을지 불안에 휩싸인다. 두 아이가 마음을 나누는 과정은 애틋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붓 터치가 돋보이는 화가 노인경의 수채화 풍경이 성장담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더욱 울림을 전한다. ■ 내 마음 다친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온더페이지 刊, 김호성 글) 휴앤 마음디자인 센터 김호성 원장은 마음이 아파 상담소를 찾지만 이유를 알지 못하는 이들을 많이 만났다. 그는 이러한 사람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공감한다. 그 역시 겪어 본 일이기 때문. 자신 자체가 타고난 민감한 기질에다 어려운 집안 사정이 겹쳐 마음의 상처가 몸의 고통으로 발현됐다. 이렇게 살 수 없다는 한계에 다다랐을 때 스스로를 살리고자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의학최면을 배우고 뇌과학까지 공부한 끝에 죽음의 문턱에 있던 자신을 삶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는 뉴런의 구조를 바꿔야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변화’가 시작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심리학에 뇌과학과 의학최면을 접목한 ‘치유 프로세스’를 완성했다. 10단계로 이어지는 치유 풀코스는 힘들었던 일 리스트 작성하기-감정표 체크하기-마음아이에게 공명하기-거울을 마주해 스스로를 위로하기-가장 오래되고 깊은 상처를 찾아 들어가기 등 한 단계씩 코스를 밟아가다 보면 어느새 10단계에 다다르고 건강하고 평온한 일상을 영유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반적인 이론에서 벗어나 사례별 치유의 과정이 상세하게 드러난 점이 눈길을 끈다. 가족관계, 학창시절, 사회생활 등 다양한 사례에서 겪은 상처를 어떻게 마주하고 치유해 나가는지 실사례가 제기돼 있다.

거짓말보다 더 나쁜 ‘개소리에 대하여’

◆ 개소리라 치부하고 넘길 수 없는…‘개소리에 대하여’(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번역, 필로소픽 刊)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해리 프랭크퍼트가 ‘개소리’에 대해 철학적으로 분석한 책은 2016년 국내에 출판된 이후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책의 철학적 가치와 깊이와 함께 그만큼 ‘개소리’가 만연한 사회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의미도 있을테다. 우선 해리 프랭크퍼트 교수는 특유의 꼼꼼한 개념분석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소리’에 담긴 숨은 의미와 그것의 사회적 파급력을 낱낱이 뜯어본다. 처음부터 그는 ‘우리 문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개소리가 너무도 만연하다는 사실이다’라고 단언한다. 또한 모든 이가 이런 사실마저도 알고 있다한다. 우리도 모두 개소리를 한 번씩은 하니까. 개소리의 개념풀이 이후 거짓말과의 분류 또한 시도한다. 프랭크퍼트에 의하면 거짓말은 개소리보다 더 나쁘고 악의가 있다고 사람들이 인식한다. 반면 개소리는 비교적 가볍고 덜 나쁜 것으로 취급되곤 한다. 과연 그럴까. 거짓말은 그와 반대되는 진실을 찾아보려는 어떤 노력이 수반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어떤게 진짜인지 판별을 해보려는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동반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소리의 본질은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거짓도 진실에도 의미를 두지 않고 그냥 싸지른다. 즉 ‘개소리의 작업은 보다 광범위하고 독립적이며 음기응변과 꾸며냄, 그리고 창의적인 연기의 여지가 많다. 이것은 들인 노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술의 문제’라고 말한다. 개소리는 꾸며내는 것, 독창적인 예술이란 것이다. 그리고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라고 단언한다. 개소리를 하는 자는 애초에 진실에 관심이 없다. 거짓말은 진실이 드러나면 힘을 잃지만 개소리는 진실이 밝혀진 뒤에도 이어진다.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위험한 이유다. 저자가 개소리의 개념을 분석한 뒤 비판하는 대상은 결국 개소리가 넘쳐나는 시대에 개소리에 관대한 사회다. 우리사회의 회의주의는 문제의 진상 파악과 객관적 탐구를 위한 노력이나 가치, 믿음을 저하시킨다. 이때 개소리는 확산된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구분하기 어려운 말들이 넘쳐나는, 넘쳐하는 지금 한국사회는 개소리의 시대인가 아닌가. 국내에서 이 책이 지속적으로 회자되고 뜨는 이유를 우리 사회와 결부지어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다. 개소리가 담고 있는 ‘실체없는 것들의 향연’, ‘공인의 공들인 개소리는 사회의 악’이라는 저자의 지적을 곱씹어 볼 만하다.

오직 한 번뿐인 ‘삶’에 대한 사유…‘단 한 번의 삶’ 外

‘한 번뿐인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럴 땐 저자가 담담하게 풀어낸 인생사로 삶을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솔직하고 내밀한 이야기로 삶을 사유하고, 울림을 주는 책들이 있다. 어머니 빈소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담백하지만 깊은 사유를 담은 책, 남다른 여행으로 세상을 겪은 경험담을 풀어낸 신간을 모았다. ■ 단 한 번의 삶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 소설가 김영하가 ‘여행의 이유’ 이후 6년 만에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을 출간했다. 지난해 유료 이메일 구독 서비스 ‘영하의 날씨’에 연재했던 글 열네편을 수정하고 다듬어 묶은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보고, 겪고, 느낀 것을 기록하고 나누며 독자와 소통해왔다. 부지런히 쌓은 경험을 중심으로 사유를 펼쳐왔지만, 자신의 인생을 직접 꺼내어 내놓은 적은 드물었다. 이번 책에는 저자의 ‘삶’이 전면에 등장한다. 사적이고 내밀한 가족사와 함께 저자 자신의 삶을 무덤덤한 어조로 담아냈다. 이야기는 어머니의 빈소에서 시작된다. 알츠하이머를 앓다 돌아가신 저자의 어머니는 평생 자신의 결혼 전 삶을 자녀들에게 자세히 털어놓지 않았다. 저자는 그런 어머니의 장례식에 모여든 조문객들의 말을 듣고 어머니가 20대 때 군인이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저자가 아버지에게 품었던 첫 기대와 실망도 돌이켜보면서 마음 한편에 쌓아뒀던 기억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지난 삶을 차근차근 톺아본다.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돈 1968년생 ‘인간 김영하’는 ‘나는 왜 지금의 내가 됐나’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구해간다. 그리고 비슷한 질문을 독자에게도 전한다. 나에게도 이런 순간이 있었을까. 나는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작가 삶의 에피소드가 나의 이야기로 전환되는 서사적 경험을 할 수 있다.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 지난해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에세이로 주목 받은 조승리 작가가 두 번째 수필집 ‘검은 불꽃과 빨간 폭스바겐’을 출간했다.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는 시각장애인이자 안마사, 여성으로 살아온 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신간에서는 저자가 외국 여행을 비롯해 시도한 낯선 경험과 면밀하게 관찰한 삶의 감각을 밀도 높은 감정과 함께 펼쳐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저자의 여행은 조금 특별하다. 일본 도쿄를 여행할 때는 일본저시력협회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의 여행길엔 협회 회원, 가이드, 친구 등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 전맹으로 살면서 때때로 마주하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 절망하고 슬퍼하기도 하지만, 조 작가는 “세상이 너무도 보고 싶어서” 기를 쓰고 자신이 느낄 수 있는 것에 마음을 쏟는다. 안정적이지만 무감각한 삶보다 차라리 엉망이 되더라도 세상을 구경하고 경험해내고야 마는 것이다. 저자는 “보이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나름대로 풍광을 감상하는 법이 있다”며 공감각적인 표현들로 새로운 글맛을 선사한다. 책에는 베트남 나트랑과 하노이, 말레이시아 페낭, 일본 도쿄, 홍콩 마카오, 필리핀 클라크, 백두산 천지 등에 대한 여행기와 함께 플라멩코 수업, 배리어 프리 전시, 바리스타 자격시험, 성형외과 상담 등 저자가 처음 해본 일들이 유쾌하게 담겼다.

‘불안한 아이 뒤에는 불안한 부모가 있다’...푸른칠판 刊 [신간소개]

첫 입학, 새학기의 설렘과 초조함이 함께한 3월이 지나고 4월의 중순, 아이를 학교에 보낸 많은 부모들은 여전히 초조함과 걱정, 기대로 마음이복잡할 것이다. 자녀에 관한 불안과 걱정은 마치 실과 바늘처럼 부모의 뒤를 따라온다. 신간 ‘불안한 아이 뒤에는 불안한 부모가 있다’(현운석 지음,푸른칠판 刊)는 17년차 초등교사이자 초등 4학년의 학부모, 교원 대상 학부모 상담 전문 강사, 교원단체 교권법률팀 등에서 활동 중인 현운석 교사가 부모의 지나친 불안을 잠재우고 실천 가능한 현실적인 솔루션을 담았다. 저자는 불안은 불확실성, 평가나 책임에 대한 부담, 불확실한 정보, 불공정한 기대와 지나친 비교·경쟁 문화에 의한 균열이자 총체적인 흔들림이라 분석한다. 흔들림이 심해지면 붕괴될 수도 있다. 그러면서 붕괴될지 아니면 흔들리면서도 균형과 중심을 잡아 나갈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중심을 잡아야 자녀의 자율성, 주도성, 책임감, 사회성, 자기효능감, 자기존중감 등을 온전히 지켜 나갈 수 있다는 것. 저자 역시 많은 부모들을 만나 온 현직 초등교사이면서도 한때 자녀에 관한 걱정과 불안에 잠 못 들었던 기억도 있다. 여러 시행착오와 고민, 그 과정에서 깨달은 내용 등을 정리하면서 그는 부모로서 불안은 당연히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불안과 대면할 용기를 갖자며 위로하고 응원한다. 학교 현장에서 자녀가 겪는 실체적 갈등과 부모의 불안에 대한 심리학적 처방, 실천 가능한 교육 솔루션 등이 다양하게 담겨있다.

천상병 시문학상·동심문학상 수상 ‘모르는 입술’, ‘괴물이 될 테야’ [이 주의 책]

현대 문학계의 거성인 천상병 시인을 기리는 시문학상과 동심문학상에서 올해 수상자가 탄생했다. (사)천상병시인기념사업회와 천상병시상운영위원회는 제27회 천상병시문학상 수상자로 장무령 시인을, 수상작은 ‘모르는 입술’(청색종이 刊)을 선정했다. 제7회 천상병동심문학상은 홍일표 시인의 ‘괴물이 될테야’(상상 刊)이다. ◆ 괴물이 될 테야(상상 刊) 풍부하고 재밌는 비유로 가득한 홍일표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독특하고 선명한 비유가 다양한 빛깔로 반짝거린다. 염소 똥 같은 까만 콩을 ‘가을이 낳은 똥’(‘까만 콩’)이라 하고, 통통배는 ‘통통통/재봉틀처럼 바다를 꿰맨다’(‘통통배’)고 한다. 보름달은 ‘하느님만 사용하는 가볍고 동그란 청소기’이고, 수박은 밭에서 볼 수 있는 ‘얼룩말알’(‘수박’)이다. 시인이 구사하는 풍부한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의 세계도 어느새 알록달록하게 물든다. 시인은 ‘아빠가 올 때까지’ ‘혼자 어두워’지는 아이(‘저녁이 싫어요’)처럼 소외된 곳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시인의 동심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신의 상황을 딛고 일어날 힘과 감동을 주는 듯하다. ◆ 모르는 입술(청색종이 刊) ‘119 응급대원이 박차고 들어와 무슨 일이냐며 이유를 물었다/응급차에 실릴 때 옆에 앉아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는 생각/ 타당성은 어이없이 만들어진다/ 남자 구실을 못하는 걸까/ 어린 의사의 눈동자는 어떻게 호기심을 감출까/ 오전 수업을 휴강해야 할 텐데/ 거기를 지네가 물었다는 것은 사실일까//나는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보잘것없어졌다(‘호모 사피엔스’ 중) 독특한 감각으로 역설적이면서도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펼쳐왔던 장무령 시인이 19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의미를 해체하는 또 다른 변용의 세계를 탐색하고 있다. 일상을 넘어서는 상징적인 세계는 와해된 언어의 형상들로 가득하다. 절대적 순수의 통각(痛覺)이라는 시적 경지를 잘 드러내 독자들에게 참신한 시 읽기의 맛과 재미를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지금의 한국을 만든 건 무엇인가’...한국에 관한 새로운 시선 ‘한국이란 무엇인가’ 外 [신간소개]

‘한국은 지금 어디쯤 와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을까’. 12·3 비상계엄과 탄핵을 겪고, 조기 대선을 앞두며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다시 사유하는 책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홍익인간부터 12·3 계엄까지 한국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보는 책들이 출간됐다. 빈틈없는 논리와 유쾌한 상상력으로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인의 경이로움’을 짚어내면서 미래에 대한 충고도 곁들였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프랑스 문학평론가가 분석한 한국에 관한 신간을 모았다. ■ 한국이란 무엇인가 지금 우리가 ‘한국’이라고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한국을 상상할 수 있을까.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우리를 익숙하게 설명해온 고정된 이야기들은 한국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기존의 언어가 만들어놓은 한국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그 틈에서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한국의 정체성을 재구성했다. 신간 ‘한국이란 무엇인가’는 홍익인간부터 계엄의 밤까지,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변화한 한국을 돌아보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질문조차 하지 않는 개념들을 흔들고 새롭게 세웠다. 특히 단군신화의 낡은 관점을 새롭게 읽고, 일제강점기의 복잡성을 재조명하며, 미시적 독립운동의 존재를 새로 이야기했다. 나아가 한국의 시민사회와 대학의 의미를 다시 묻고, 청년과 어른을 바라보는 관점을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한국의 과거’에서는 홍익인간, 단군신화, 삼국시대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다고 믿어온 개념들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재해석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일이 아니라 현재의 욕망과 권력이 재구성하고 해석하고 정당화한 ‘기억의 서사’임을 일깨운다. 2부 ‘한국의 현재’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온 현실의 구조적 취약함을 집요하게 파헤친다.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 정당 정치의 무능과 정체, 언론의 불신, 교육 제도의 실패, 개혁 담론의 무기력함 등 한국 사회를 이루는 제도적 기반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진단한다. 3부 ‘한국의 미래’는 한국이라는 이름이 앞으로도 유효할 수 있으려면 어떤 조건들이 마련돼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다. ■ 경이로운 한국인 (마음의숲 刊) ‘경이로운 한국인’은 프랑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 엑스마르세유대학에 한국학을 창설하고 주임교수를 역임한 장클로드 드크레센조가 느낀 경이로운 한국인에 관한 이야기다. K-POP, K-드라마 등 프랑스에서도 한국의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한 정보들이 쏟아지지만, 저자는 일상에서의 한국인들이 어떤지에 대해 흥미롭게 다뤘다. ‘글을 쓸 때 왜 새끼손가락을 바닥에 대고 쓸까?’, ‘여자들은 웃을 때 왜 손으로 입을 가릴까?’, ‘한국사람들은 달릴 때 왜 몸통에 팔을 붙일까?’, ‘한국에서는 주사를 맞을 때 간호사가 왜 엉덩이 볼기를 때릴까?’, ‘한국에서 시집들이 잘 팔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이다. 한국에서 지내면서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한 한국 문화, 습관, 관습, 언어까지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민족학적 고찰을 통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살아내며 어떤 힘으로 이겨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총 7부로 구성된 책은 한국인의 언어, 식사 습관과 음식, 미신·장례 등 관습을 이어가는 모습, 친절함 등을 설명한다. 또 글로벌 무대에서의 위상을 자랑하는 한국과 그를 이뤄낸 한국인의 모습을 분석한다. 특히 저자는 나라가 어두울 때 가장 밝은 것을 들고나오는 한국인의 모습이 세계 속에서 한국이 빛나는 이유라는 점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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