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문화재단은 올해로 개관 3년차를 맞이하는 성남아트리움의 모차르트와 베토벤 두 고전주의 거장을 주제로 한 2024년 상반기 클래식 라인업을 발표했다. ■ 생애 첫 모차르트 전국 투어,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먼저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다음 달 24일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에서 생애 첫 모차르트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에 나선다. 올해로 피아니스트 인생 68년에 접어들며 자타공인 한국의 대표 연주자이자 세계적인 거장 백건우는 작곡가의 작품과 생애, 음악 세계관에 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연주를 펼쳐 온 인물이다. 수 십 년간 음악을 연주한 백건우에게도 모차르트는 고민의 대상이었다. 그는 다음 달 생애 첫 모차르트 음반을 발매하고 리사이틀 무대를 연다. 이번 무대에서 그는 고뇌의 대상이었던 모차르트에 도전하며 모차르트 음악 속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을 손끝으로 표현할 예정이다. ■ 가장 특별한 베토벤을 만나다 ‘작곡가 시리즈 : 베토벤’ 6~7월에는 성남아트리움의 기획공연 ‘작곡가 시리즈’가 두 차례 이어진다. 인물은 친숙한 고전주의 작곡가 ‘베토벤’으로 베토벤의 대표 교향곡과 피아노 협주곡, 바이올린 협주곡 등이 소개된다. 성남아트리움의 기획공연 ‘작곡가 시리즈’는 한 시대를 풍미한 작곡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클래식 시리즈로 지난해에는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콥스키 작품이 관객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올해엔 6월26일 베토벤의 중기 대표작이자 생애 마지막 피아노 협주곡인 제5번 ‘황제’와 교향곡 제5번 ‘운명’이 연주된다. 이병욱 지휘자가 이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2022년 프랑스 롱티보 크레스팽 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이혁이 협연을 맡는다. 7월27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의 협연으로 베토벤의 유일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와 환희와 낙관, 리듬의 역동성이 풍부한 ‘교향곡 제7번’이 대미를 장식한다. 공연은 수원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최희준이 지휘봉을 잡는다. 서정림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성남아트리움이 클래식 기획 시리즈를 통해 국내외 최고 연주자들의 고품격 무대를 선보이며 성남 원도심의 문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무대와 지역 예술인들의 활동 기회 확대를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수준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젠 뭘 할까?”. “기다려야지”. “누구를?”. “고도!”. 블라디미르(디디, 박근형)는 무덤에 걸터앉아 무덤으로 끌어내려지는 반복되는 인생에 의문을 제기한다. 디디의 오랜 동반자 에스트라공(고고, 신구)은 더 이상 고도를 기다리는 일을 못 하겠다고 말한다. 또다시 고도를 기다리며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 디디는 “나무에 목이나 맬까?”라고 말한다. “그러다 고도가 오면?” “우리는 사는 거지”. 대화를 마친 두 방랑자는 “가자”를 외치고 다시 길을 떠난다. 지난 9~10일 화성시 동탄복합문화센터 반석아트홀에서 막을 내린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아일랜드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희비극이다. “에스트라공(고고)과 블라디미르(디디)라는 두 방랑자가 실체가 없는 인물 ‘고도(Godot)’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라는 한 줄 남짓한 줄거리에 담긴 내용은 꽤나 심오하고 이를 풀어내는 방식은 코믹하다. 유쾌하면서도 씁쓸함이 담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는 인간의 삶을 ‘기다림’으로 정의하고, 그 끝없는 기다림 속에 인간이란 존재의 특성을 보여준다.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사무엘 베케트의 역작, 국내외 최고령 ‘디디’와 ‘고고’가 펼친 두 배우의 열연 ‘고도를 기다리며’는 1953년 파리 첫 공연을 시작으로 전세계에서 다양한 해석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국내서는 1969년 초연 이후 50년 동안 1천500회 이상 무대로 사랑 받아온 작품이다. 이번 무대는 지난해 12월 파크컴퍼니가 제작하고 오경택 연출로 막을 올렸다. 대표 배우인 신구(88), 박근형(84)이 처음으로 연기합을 맞춘 작품이자 박정자(82), 김학철(64) 등 출연 배우 네 명의 연기 경력만 총 220년이 넘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다. 서울 국립극장에서 첫 공연을 올린 데 이어 울산, 춘천, 세종, 강릉, 대구, 대전 등 전국 지역 순회 공연을 펼치고 있는 작품은 지난 5~6일 경기도 고양, 9~10일 화성까지 50회차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다음 달 열리는 제60회 백상예술대상의 연극 부문 후보에도 올랐다. ■ “고도란 과연 무엇인가, 존재하기는 한 걸까?”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는 배우들의 합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설렘 때문일까, 지난 10일 오후 3시께, 무대가 시작되기 직전 객석은 들뜬 표정의 관객들로 가득찼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 자녀부터 백발의 70~80대의 노인까지 연령도 성별도 다양했다. 암전 속 두 배우는 등장만으로 몰입을 자아냈다. 무대에는 앙상하게 비튼 나무 한 그루와 두 노인뿐이다. 만담처럼 끝없이 주고 받는 고고(신구)와 디디(박근형)의 대화는 객석에 웃음을 유발했다. 두 사내는 ‘고도’를 기다린다고 말하지만 정작 두 사람 모두 명확히 고도가 누구인지, 왜 기다리는지는 본인들조차 알지 못한다. 고고는 “우리는 고도, 그 자에게 묶여있어!”라고 외친다. 고도를 기다리는 고고와 디디의 쉼 없는 대화에 몰입하고 있을 때, 목에 끈이 묶인 남루한 노새와 같은 짐꾼 럭키(박정자)와 이를 이끄는 사내 포조(김학철)가 등장한다. 짐을 들고 채찍에 휘둘림 당하며 땅만 바라보는 럭키의 존재는 과연 인간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들고, 포조는 자신과 같은 신이 만든 존재인 동족(인간)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 다양한 인간 군상…‘포조’가 될 것인가 “수치스럽다!” “어떻게 한 인간을 이렇게 취급해!”라고 디디가 외친다. ‘고도를 기다리며’ 속 캐릭터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디디는 낙관적이면서도 선하고, 그러면서도 지적이고 철학적인 사유를 하는 존재이다. 반면 고고는 다소 소극적이고 비관적이며 때로는 염세주의적이다. 적당히 못된, 미워할 수 없는 우리 주변의 캐릭터다. 닮은 듯 다른 영혼의 동반자 두 사내는 어쩌면 한 인간의 양면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반면 포조와 럭키는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심연의 모습과 같다. 포조는 자신과 같은 모든 인간이란 존재에게서 얻을 게 있다고 말하며 디디와 고고에게 신사처럼 굴다가도 럭키를 마치 가축처럼 부린다. 럭키가 시장에 내다버릴 것을 무서워해 불쌍한 척 하며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말하는 포조는 탐욕적이면서도 권위적인 인간의 이중성, 아이러니함을 드러낸다. ■ 주인의 밧줄에 저항하는 럭키 “생각해”라고 다그치는 포조의 채찍질에 럭키는 마침내 입을 연다. 그때부터 10여분간 이어지는 럭키, 박정자의 독백은 가히 압권이었다. 내내 땅바닥만 보던 럭키는 머리에 모자를 쓰게 되자 허리를 꼿꼿이 세운다. 작았다가 커졌다가, 높았다가 낮았다가 마치 방언처럼 알 수 없는 내용의 대사를 쏟아낸다. 흥미로움과 재미로 지켜보던 객석의 표정은 이내 심각해졌다가 슬퍼지는 듯 했다. 포조가 모자를 벗겨내자 다시 럭키는 침묵하고 둘은 사라진다. 국내 무대서 유일하게 여성으로 ‘럭키’ 역을 맡은 박정자 배우는 작품 소식을 듣고 “럭키 역할을 하고 싶다”며 제작사에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럭키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열연을 펼치는 박정자 배우의 모습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바탕 떠들썩함이 지나간 자리 이번엔 소년(김리안)이 찾아온다. ‘고도’가 과연 실체하는 존재인가 의문을 가질 때쯤 고도의 부탁을 받고 찾아왔다는 소년과 그가 들려주는 고도에 관한 묘사는 다시금 고도라는 존재가 실재함을 믿게 만든다. ■ 달라진 아침, 희망은 시작된 걸까 밤을 지나 찾아온 아침. 여전히 두 노인은 고도를 기다리며 서로에게 기대어 있다. 이때 디디는 무언가 변화가 생겼음을 눈치챈다. 말라 비틀어졌던 나무에 오늘은 잎이 달려 있는 것이다. 고도를 기다리며 고고와 디디는 포조와 럭키를 따라하는 놀이도 해보고 우스꽝스런 춤을 추거나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두 사람 앞에 알 수 없는 풍파를 겪은 포조 일행이 재등장하고, 다시 소년이 찾아왔다가 소년도 떠난다.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고고에게 디디는 ‘나무에 목이나 맬까?’라고 말하고, “그러다 고도가 오면 우리는 사는 거지.” 라고 말하며 두 존재는 다시 서로에게 기대 각자를 이끌며 길을 떠난다. ■ 기다림의 끝은 희망일까, 절망일까 2시간30분 가량 이어진 무대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새 없이 휘몰아치는 연기로 관객을 이끌었다. 누군가 연극은 관객과의 호흡이 생명이라 한다. 무대가 끝난 후 관객에게 깊이 머리 숙여 인사하는 팔순이 넘는 노배우들의 감사 인사에 객석은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실체 없는 고도와 같은 극을 이끌어간 것은 배우의 열연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과연 고고와 디디는 고도를 만났을까. 전세계 숱한 이들이 ‘고도’라는 존재에 대해 신, 희망, 구원 또는 죽음, 자유 등 다양한 해석을 내놓지만 원작자 베케트조차 ‘고도’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고도는 두 방랑자를 하염 없이 기다리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밤을 지나 또다시 다음날을 살아내게 만들고, 그러면서도 떠날 수 없게 얽매는 존재이다. 결말에 대한 해석 역시 다양하다. 누군가는 또다시 반복되는 하루의 모습에 허무함과 절망을 느낄 수도, 누군가는 조금씩 변화한 모습에서 고도는 결국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도 있다. 작품은, 인생 그 자체가 기다림이라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일생 내내 그토록 갈망하는 무언가는 실체 없는 허상을 좇는 것일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기다림의 과정에서 우리는 부조리함과 역설을 저지르기도 그러면서도 때로 그 안에는 유쾌함과 즐거움, 행복함도 있다. 작품은 당신이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이냐고 질문한다. 단일 캐스팅(원 캐스트)으로 지난해부터 쉼 없이 달려온 작품은 이달 26일부터 ‘럭키’와 ‘소년’ 역의 변화와 함께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열흘간 서울서 9회의 앵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원더풀 원더풀~아빠의 청춘!” ‘어머나’, ‘샤방샤방’, ‘아모르 파티’ 등 제목만 들어도 흥이 나는 음악이 뮤지컬로 멋지게 거듭났다. 수원시립공연단의 제23회 정기공연 트로트 뮤지컬 ‘아빠의 청춘’이 5월 11~19일까지 수원특례시 팔달구 ‘정조테마공연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김정숙 작가·권호성 연출의 ‘아빠의 청춘’은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적인 곡들을 신나고 세련된 뮤지컬 넘버로 편곡했다. 배경은 아내와 사별한 지 오래된 박영감의 순두부 전문 식당 ‘남수옥’이다. 남수옥엔 타국에서 번 돈을 고향으로 보내는 외국인 근로자, 황혼이혼을 두고 다투는 이, 남수옥의 재산을 탐하는 사기꾼 등 각양각색의 손님들이 찾아온다. 박영감은 아내와의 이혼 후 의기소침한 아들이 신경쓰여 아들에게 어울리는 신붓감을 알아본다. 그러던 중 결혼상담소에서 신붓감이 나타났다며 박영감을 찾아 온 후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흘러간다. ‘아빠의 청춘’은 극 안에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가 넘실댄다.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 시대 인식, 다문화에 대한 편견 등 부모와 자식 간 세대 문제, 인종과 사회 문제 등 동시대의 보편적인 이슈를 유쾌하게 녹여냈다. ‘아빠의 청춘’은 지난해 12월 공연에서 ‘정조테마공연장’ 개관 이래 가장 높은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10~70대 모두에게 안성맞춤인 공연’, ‘착한 입장료로 즐기는 수준 높은 뮤지컬’ 등 호평을 받은 았다. 올해엔 총 8회로 공연 횟수를 늘리고 스토리와 음악을 더 보완했다. 특히 지난 공연에 이어 ‘박영감’ 역을 맡은 연기파 배우 강신일은 모든 영화와 드라마 일정을 뒤로 미루면서 이 작품에 참여할 만큼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권호성 수원시립공연단 예술감독은 “국·공립예술단체에서 레퍼토리 작품을 운영한다는 것은 공연 시장에서의 상업적 가치도 인정받은 것”이라며 “뮤지컬은 서울에서만 제작하고 배급하는 콘텐츠라는 편견을 깰 수 있는 첫걸음이 바로 ‘메이드 인 수원(Made in Suwon)’ 트로트 뮤지컬 ‘아빠의 청춘’”이라며 시즌2 공연의 의미를 밝혔다. 티켓은 오는 15일부터 수원시립예술단 누리집과 인터파크 티켓에서 구매할 수 있고 가격은 전석 3만원이다. 자세한 내용은 수원시립예술단 누리집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자연과 기술, 인간의 경계에 무수히 많은 질문이 던져지는 요즘, 예술을 통해 이들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하남시 복합문화공간 더릿에서 개막한 예술 협연 ‘共生共思(공생공사)’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공존하며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탐색하며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철학적 의미를 살펴본다. 전시 주제처럼 이 곳엔 버려지고 쓸모를 잃어버린 것들의 재발견과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과 자연을 성찰한다. 이 과정에선 전문 예술가들의 협업이 첫 번째로 이뤄졌다. 하찮고 소외받는 것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한원석 작가와 작곡가 이예찬, HITO(김희수, 최영토 작가)가 협업을 통해 한계를 넘나들고, 서로 연대했다. 한원석 작가는 인간 탐욕의 결과로 ‘버려짐’과 ‘소외’를 겪는 대상을 통해 환경에서 받은 상처를 예술로 승화시켜 인간과 자연, 기술의 관계에 심오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형연泂然’은 3천88개의 버려진 폐스피커를 이용해 국보 제29호 성덕대왕신종을 재현했다. 자연을 의미하는 초록색 불빛과 함께 복잡한 세상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단순하고 반복되는 테크노 사운드와 결합해 공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품 ‘불이화不.二.火’는 버려진 검정 종이관으로 거대한 심장 모양을 설치미술로 완성해 내부에서 붉은 빛을 발산하며 뜨거운 감정과 생명력의 상징을 느낄 수 있다. 내부에 울려 퍼지는 이예찬 작곡가의 명상적인 음악 ‘1 + 1’은 관객에게 현실의 고단함을 잠시 내려놓고 위로를 얻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김희수와 최영토 작가로 구성된 팀 ‘HITO’는 로봇 작품을 통해 인간과 로봇, 인간 상호 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작품들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 자연, 기술 간의 관계와 공생의 의미를 질문한다. 전시에선 단순히 작품의 진열을 넘어 지역 예술 생태계 플랫폼 구축과 창의적인 실험 예술의 공생적 연대, 지역사회와 예술가, 관람객을 서로 연결해 사유와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윤동희 복합문화공간 더릿 대표는 “물류창고로 쓰이던 창고 3개동과 정원 등을 개조해 만든 복합문화공간이 ‘하남 예술생태계 조성’이라는 거시적 화두를 지역에 제기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하남시가 친환경 도시으로 나아가는데 문화예술이 함께 발 맞춰 나가면 좋겠다란 생각을 했다”며 “이에 버려지는 자원을 재활용해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주요하게 전시했다. 전문 미디어 아트 회사와 함께 콜라보 하며 다양한 실험과 예술적 공생을 시도한 점을 살펴보며 전시를 즐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수원시립미술관이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현대미술 전시를 감상하고 체험활동에 참여하는 2024 관학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수원시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하는 경기도 수원교육지원청 협력 ‘2024 수원미래교육협력지구 뮤지엄아트 프로그램’을 지난 9일부터 수원시립미술관과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 선보이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 수원시립미술관 본관에서는 현재 개최 중인 기획전 ‘당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전시해설사와 동행 감상 후 체험활동에 참여하는 ‘뮤지엄 스토리’를 진행한다. ‘여성의 일’을 주제로, 학생들은 이와 연계해 재활용한 양말목을 직조틀로 엮어 나만의 컵 받침을 만드는 등 1960~70년대 방직 작업을 연상케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수원의 노동 역사와 함께 노동의 진정한 의미를 나누게 된다. 수원시 영통구의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에서는 다음 달 2일부터 ‘현대미술 감상하기’를 주제로 전시연계 체험 프로그램 ‘아트톡톡’이 열린다. 학생들은 전위적인 실험미술을 선보이는 국내 현대미술의 대표 개념미술가 성능경과,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2인전 ‘2024 아워세트 : 성능경×이랑’을 감상 후 ‘나만의 신문-악보-읽기’ 제작 체험을 할 수 있다. 올해 각 프로그램은 수원시 관내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뮤지엄스토리’에는 총 16개교 70학급이, ‘아트톡톡’에는 16개교 60학급이 참여 예정이다. 수원시립미술관 관계자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해 더욱 친근한 미술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미술은 작가의 사회적, 개인적 현실에 대한 형상적 결과물이다. 미적 형식의 창조를 통한 내적 진실과 세상을 연결하는 뚜렷한 소통의 작업이기도 하다. 남양주 서호미술관이 오는 14일까지 선보이는 최목운 작가의 ‘UNCONSCIOUSNESS OF CONSCIOUSNESS’전시에선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의 내면에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다양한 감정과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느낄 수 있다. 최목운 작가는 물을 이용해 내면 깊은 곳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작업을 주로 한다. 물 표면의 파문을 형성해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물을 담은 원반을 움직여 마음 한곳을 집중할 수 있는 키네틱 작업으로 작품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 최목운 작가는 물이라는 자연물을 이기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물과 마음을 연결 지어 물이 담기고 변화되는 현상에 집중했다. 작가의 작품을 자세히 보면 마치 멈춰있는 것 같은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작가는 ‘층류’라고 칭하며, 흐르고 있지만 멈춰있는 것은 더 나아가 ‘무위’의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도 전한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모든 일을 이룬다는 역설적 의미다. 작품 ‘의식의 무의식’은 투명한 벽 형태의 오브제 안에 물이 작은 틈을 통해 마치 비처럼 벽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어디로 뻗어 나갈지 모르는 현상을 드러냈다. 층류로 시작해 난류로 변화하는 현상을 유체역학과 같은 양상으로 표현했다. 미술관 관계자는 “작가는 이를 통해 층류 현상일 때의 모습을 의식의 영역, 예측 불가능한 난류 현상을 무의식의 영역으로 간주해 우리들에게 찾아오는 마음의 형태는 밖이 아닌 안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이야기한다”며 “동시에 의식과 무의식을 작은 모터와 물로 엮어내어 작품으로 가시화하려는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18점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서 작가는 물과 모터를 이용해 내면에 흐르는 다양한 마음의 형태를 투명한 벽을 통해 가시화 했다. 한걸음 뒤로 물러서서 대상을 지그시 바라볼 때, 또 잠시 멈춰서서 요동치는 자신의 내면을 객관화 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내면의 회복과 평화를 기대함과 동시에 잠시 멈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을 엿볼 수 있다. 한편 북한강과 바로 맞닿은 안뜰을 가진 서호미술관은 자연에 관한 탐구와 실험을 통해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생태와 환경에 관심을 환기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서 시도를 해오고 있다. ‘UNCONSCIOUSNESS OF CONSCIOUSNESS’는 서호미술관의 ‘2024년 시도지원 사업 기획 초대전’으로 ‘형형색색’이라는 주제 아래 참여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경험하고, 작가 작업의 고유한 형색을 자유롭게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첫 번째 전시다.
경기아트센터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오는 19~20일 소극장에서 연극 ‘내 모든 걸’을 선보인다. 연극은 후천적인 장애로 서서히 청력을 상실하는 천재 지휘자 ‘건우’와 농아인 아버지를 모시며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수어 통역사 ‘이유’가 만나 장애로 단절된 세상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오던 주인공 건우의 두 귀가 닫히는 과정을 통해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도 비장애인이 장애인이 돼가는 고통, 슬픔, 인정, 적응 등의 과정들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또 누군가 세워둔 ‘평범함’과 ‘다름’의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장애와 비장애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다름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출연 배우진이 직접 선보이는 수어와 지휘, 노래, 연주 등이 극의 몰입감을 높일 예정이다. 주인공 ‘건우’ 역에는 연극배우 석현이, ‘이유’ 역에는 연극배우 한이연이 출연하며, 그 외 연극배우 김서율·황영준·서태이·김중이 극의 서사를 함께 이끌어갈 예정이다. 시나리오는 2019년 연극 ‘뷰티풀라이프’로 대한민국 한류대상 순수문화대상을 수상하고, 연극 ‘뚜껑없는 열차’, ‘학도’, ‘연애 불변의 법칙’ 외 다수의 작품을 집필한 인기 작가 김원진이 맡았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수어와 음악이 함께하는 이번 공연을 통해 몸이 불편한 관객들에게도 열린 문화예술 향유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이 2024년 봄 기획전으로 ‘Elegant Stones: 우아한 돌’ 전을 오는 18일부터 6월 23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오늘날의 돌 그림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천시립월전미술관 1 · 2 · 3 · 4전시실에서 한국화 대표 작가 14인의 작품 6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현대 한국화 대표작가 14명이 그린 다양하고 아름답고, 독특한 돌을 살펴보고 작가마다 다양한 기법과 표현 방식으로 다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시대 대표적인 한국화 작가 14인이 그린 돌 그림을 통해 유행이 한참 지난 것으로 여겨지며 왜곡된 평가를 받는 한국화가 어떤 방식으로 아름다운 화면을 보여주는지, 얼마나 시각적 편안함과 자유로움, 심리적 감흥을 줄 수 있는지를 경험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불교에서 여성은 어떤 존재일까. 분명 불교는 만물이 부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가르침을 전파하지만, 여성은 자질이 부족해 성불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불교 사회와 불교 미술이 성행했던 시기, 수많은 여인들은 그 모순과 충돌 속에서도 불교를 지탱해왔다. 지난달 27일부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동아시아 불교미술을 조망하는 대규모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그 흔적과 자취를 찾아나선다. 이번 전시는 한국, 중국, 일본의 불교미술 속 다양한 여성상을 만나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이면에 자리한 사회와의 관계, 그들 내면의 자기 인식과 고뇌까지 엿볼 수 있는 시간으로 마련됐다. 전세계 27개 컬렉션에서 모은 불화, 불상 등 불교미술 작품 92건(한국 48건, 중국 19건, 일본 25건)이 한데 모였다. 리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 등 9개 소장처에서 가져온 국보 등 문화재 40건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주요 소장처에서 대여한 미술품과 문화재 52건도 전시됐다. 1부 ‘다시 나타나는 여성’에서 관람객들은 불교미술에서 여성이 어떤 형상과 모습으로 나타나 어떤 존재로 자리매김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다. ‘어머니’는 전근대기 동아시아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했던 가장 큰 역할이었기에 어머니와 연관된 여성상이 눈에 주로 띈다. 석가모니의 어머니 마야부인이 위엄 있게 앉아 있는 ‘석가탄생도’가 그렇다. ‘이모육불도’ 역시 석가모니의 이모이자 양모인 ‘대애도(大愛道)’를 최초의 여성 출가자 대신 태자의 이모이자 양육자로 그려낸 작품이다. 동아시아 불교문화권에서 여성은 정념과 집착을 만들어내는 부정한 근원으로 비춰지며 작품 속에 소환되기도 했다. 일본 무로마치시대의 ‘구상시회권’이 대표 예시다. 이 불화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을 적나라한 시신으로 묘사하면서 신체를 대상화 했기 때문이다. 부처의 자비를 나타내는 관음보살의 형상은 시시각각 변해왔다. 이 가운데 관음보살이 여성처럼 묘사되고, 또 여성으로 인식되고 재현되는 과정 역시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자비를 여성의 가치로 인식하던 중국 문화권에서는 아이를 안고 있는 관음보살을 그린 ‘송자관음보살도’와 같은 작품들이 만들어졌다. 전시장엔 부처와 불교도들을 지키는 수호신, 부처의 가르침을 받드는 신들의 모습도 여신으로 나타났던 사례들도 많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당시 교단과 사회가 여성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떤 가치로 엮어냈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2부 ‘여성의 행원(行願)’는 불교미술 속 여성들의 공헌을 조명하는 자리다. 공덕을 쌓고, 성불을 꿈꿨던 여성들은 불상과 불화를 만들면서 시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발원 기록을 남겼다. 공식적인 역사서나 문헌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꿈꿨던 내세에 대한 바람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장을 열어준다. 전시장 곳곳의 불상과 불화, 자수불화 등 미술품을 통해선 후원과 제작의 주체였던 여성들의 마음도 살필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승혜 리움미술관 학예연구원은 “한·중·일에서 발전해온 불교미술을 젠더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최초의 대규모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며 “여성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불교미술은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여성의 공헌과 염원이라는 관점에서, 전통 미술 속에서 새로운 동시대적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16일까지.
과천문화재단은 해외연주자 초청 시리즈 ‘앙상블은 지금요’를 4월 매주 금요일마다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현악 3중주에서 금관 8중주까지 다양한 앙상블이 출연할 예정이다. 첫 번째 공연은 5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출신의 페가소스 스트링 콰르텟이 현악 4중주로 포문을 연다. 이후 한국, 이스라엘, 프랑스 순으로 매주 다양한 무대가 펼쳐진다. 공연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과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되며, 과천시민은 30%, 홈페이지 회원은 20% 할인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