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기자 60년 발자취 한눈에…특별전 ‘언론의 지평’ 개최

한국편집기자협회와 종로문화재단이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협회 창립 6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시 ‘언론의 지평’을 선보인다. 전시는 광화문광장 놀이마당(세종대왕 동상 일대)에서 열리며, 다음 달 2일 오전 11시 개막식으로 시작을 알린다. 이번 전시는 협회 60주년에 걸맞게 ‘60’이라는 숫자를 형상화해 입체적으로 꾸려지며 총 3개의 주제로 이뤄진다. 첫 번째로 ‘편집기자, 언론의 지평을 열다’를 주제로 편집기자의 역할, 협회 연혁 및 활동을 소개한다. 두 번째로 ‘종로, 언론의 지평이 열린 도시’를 주제로 종로 속 언론사, 언론 속 종로 등 언론의 중심이 된 종로를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지평을 열어온 사람들’을 주제로 한국편집기자의 60년 발자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편집상 수상 지면과 53개 회원사 대표작이 전시된다. 이와 함께 레터링존 메시지 적어보기, 나만의 헤드라인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한국편집기자협회’, ‘#종로문화재단’, ‘#언론의지평’ 등의 해시태그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하면 소정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개막식에선 글씨당 김소영 작가의 화려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또 ‘2024 서울거리공연 구석구석 라이브’가 열려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김창환 한국편집기자협회장은 “편집기자의 60년 발자취 속에서 편집의 역사와 역할을 되짚어보고 신문이라는 기록물의 가치를 중심으로 언론의 역할을 되새기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며 “뉴스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편집기자가 있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변화는 있어도 변함없는 편집의 가치가 시민들에게 잘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연극으로 만나는 단짝 이야기…‘세상친구’ 7월5일 개막

연극 ‘세상친구’(오세혁 작, 변영진 연출)가 오는 7월5일부터 8월11일까지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관객과 만난다. 배우극단 세상친구와 (재)마포문화재단의 공동주최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죽마고우로 자란 만석과 천석이 격변하는 세상, 그에 따라 바뀌는 둘의 처지에도 굴하지 않고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세상친구’는 2019년 초연 이후 꾸준히 관객을 만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장기 레퍼토리 작품이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쟁과 분단으로 휘몰아치는 역사. 세상이 바뀔때 마다 친구와 가족이 원수가 되고 서로에게 총을 겨누던 세상에서 서로 숨겨주고 구해주던 사람들. 그 정신없이 바뀌고 휘몰아치는 일상에서 서로가 서로를 숨겨주었던 두 단짝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어려울 수 있는 주제를 경쾌하면서도 탄탄한 이야기 구조로 풀어내 관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출연진에는 지난 2023년 시즌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수 테이를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 공연계를 넘나들며 선 굵고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김늘메, 김대곤, 이성욱, 이순원, 최영우, 심우성, 태항호, 김천, 유일한, 강연정, 이민지, 김려은, 서태인 배우가 더블 및 트리플 캐스팅으로 출연한다. 또 이성욱 배우(영화 늑대사냥, 드라마 기상청사람들·고요의 바다 등), 이순원 배우(영화 육사오, 드라마 라이브·방과후전쟁활동 등), 강연정 배우(드라마 구미호뎐1938·하이바이 마마 등), 이민지 배우(영화 공조, 드라마 응답하라1988 등)가 새롭게 합류해 기존 배우들과 색다르면서도 어우러지는 합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연은 마포아트센터 플레이맥에서 평일 오후 8시, 토·일 오후 2시·6시에 관객과 만난다. 공연 예매는 인터파크와 마포아트센터 누리집에서 가능하다.

경기시나위, 경기아트센터 20주년 기념 ‘20년의 울림:미래를 향해’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오는 28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재단법인 출범 2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 ‘20년의 울림:미래를 향해’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걸어온 찬란한 과거와 현재, 앞으로 그려나갈 미래에 대한 음악사적 의미와 당찬 포부를 담아 진화하는 한국음악의 모습을 제시한다. 공연에선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의 음악감독으로 알려진 크로스오버의 거장 양방언이 ‘아리랑 로드-디아스포라’ 일부 악장들을 펼친다. 또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의 공식 주제곡인 ‘프론티어’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진 대표곡들을 재편곡한 피아노 협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힘찬 도전과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손다혜 작곡가의 경기민요 한강수타령을 활용한 국악관현악 위촉 초연곡 ‘이화 도화 만발하니’를 들을 수 있다. 이와 함께 탁월한 해석력과 연주력을 가진 대금 명인 김정승의 ‘대금 협주곡 풀꽃’ 협연과 경기도립국악단 초대 이준호 예술감독의 소금 협주곡을 국악관현악으로 편곡한 홍민웅 작곡가의 ‘국악관현악을 위한 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김성진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앞으로 그려나갈 음악사의 역동적인 변화와 도전이 담긴 품격 있는 무대를 통해 관객분들에게 깊은 감동의 울림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가야금 앙상블에 흠뻑…달문가야금연주단 ‘열 두 줄에 실어 나빌레라’

달문가야금연주단(박이슬 예술감독)이 오는 23일 서울 ‘한국문화의집’ 코우스에서 가야금의 환상적인 앙상블을 선사하는 ‘열 두 줄에 실어 나빌레라’ 공연을 한다. 달문가야금연주단은 지난 2014년부터 화성시를 기반으로 활동해 오며 실력을 닦아왔다. 가야금을 사랑하는 열정과 연주에 순수한 열망을 지닌 ‘닮은 마음’을 가진 가야금연주자들과 전공생들이 모여, 가야금에 대한 다양한 면모를 탐구하고 모색하는 단체다. 이번 공연은 창단 연주회 겸 정기연주회로 가야금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며, 앙상블로서의 매력을 한껏 발휘할 예정이다. 작곡가 송준영의 ‘다섯 대의 가야금을 위한 나비의 꿈’을 비롯해 작곡가 한지나의 ‘The falcon will fly again’이 첫 선을 보인다. 또 가야금연주자들의 팔색조 매력을 뽐 낼 수 있는 ‘경기도당굿을 위한 새가락별곡’은 송문수 타악연주가가 직접 타악을 지도해 가야금과 타악기가 어우러진 신명나는 무대를 꾸민다. 마지막 무대는 ‘성금연 가락에 의한 열 두 줄에 실어 나빌레라’로 장식한다. 작곡가 홍수미의 작품으로, 전통 산조 가락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풍부한 색채감이 느껴지는 색다른 버전으로 이번 공연에서 초연된다. 황병기 작곡의 ‘달하노피곰’과 성금연 작곡의 ‘흥’도 재구성해 선보인다. 달문가야금연주단 관계자는 “특히 다채로운 작품들과 12현가야금, 18현가야금, 저음가야금, 철가야금, 25현가야금 등 여러 개량 가야금의 소리를 느껴볼 수 있는 묘미도 있다.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삶은 작고 짧은 것의 무한한 반복”…‘Like-150㎜ 반복의 영속’展 [전시리뷰]

예술은 세계를 설명하는 방법이다. 작가는 자신이 바라본 세계 또는 세계의 질서를 회화, 조각, 몸짓 등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한다. 언어적 기술과 달리 예술의 설명은 달리 함축적이고 은유적이다. 고대 동굴벽화의 한 장면에서 사냥 성공을 기원하던 인류의 염원과 소망을 담은 주술적 세계를 볼 수 있듯이 캔버스 하나에 세계의 원리가 담길 수 있다. 지난 4일부터 mM(엠엠)아트센터에서 진행 중인 기획초대전 ‘Like-150㎜ 반복의 영속’에선 자연물로 표현한 제이영 작가의 조형언어와 만날 수 있다. 작가가 포착한 세계란 ‘작고 짧은 것의 무한한 반복’이다. 삶도 반복의 영속이다. 이 시간의 반복과 영속의 과정을 거쳐 인간과 사회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전시장을 채운 평면 작업과 퍼포먼스로 탄생한 작품 등엔 이 같은 작품관이 오롯하게 담겼다. 우선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통도사에서 녹음한 범종 소리와 함께 작가가 모래에 붓으로 남긴 거대한 흔적과 조우한다. 전시에 앞서 작가가 직접 만든 붓으로 선보인 퍼포먼스다. 지난 2018년 프랑스에서 열린 ‘아트 파리’에서 그가 선보였던 것처럼 정신과 육체를 커다란 붓에 집중해 모래 위에 남긴 흔적이다. 모래에 붓을 드리우며 마찰과 만남으로 모든 것이 시작하고 존재함을, 반복적으로 선을 끊이지 않게 그리면서 반복과 영속성을 표현했다. 모래 위엔 그가 작업했던 영상이 반복적으로 영사되면서 ‘작고 짧은 것의 무한한 반복’이라는 주제가 한 번 더 강조된다. 그는 “내가 죽어도 자연은 영속할 것이며 내가 묻힌 흙으로부터 다른 생명체와 사람이 태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흙에서 태어나 흙을 밟고 다니다가 죽어서 다시 흙 속에 묻히니 돌고 도는 반복과 영속”이라며 “반복과 영속은 개인일 수도, 인류일 수도, 자연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작가가 올해까지 작업한 지난 10년 간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우연히 주워온 돌과 나뭇가지를 비롯해 모래, 숯, 목탄 등 자연물을 활용한 ‘Like-150㎜’ 연작 외에도 돌가루와 모래, 바인더(접착제)를 사용한 ‘모멘트’ 연작도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돌가루와 모래로 한층 한층 쌓아 만든 모멘트 연작은 어린 시절 마을에서 흙벽돌로 집을 짓는 과정을 본 경험을 반영했다. 그는 “캔버스에 터치한 것 같지만 실은 벽돌처럼 쌓아 올린 것”이라며 “이것 또한 반복의 중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복적 영속으로서 인간의 가치관은 형성된다”며 “나의 행위 작품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이고 작가의 가치관 또한 반복과 영속에서 얻어지는 그 자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이영 작가의 조형언어를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7월14일까지 이어진다.

서호미술관, ‘선과 선을 잇는 사유의 여백-존재의 유속’ 전시

노동의 본질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노동을 통해 얻는 보상을 경제적인 효과를 얻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노동의 본질은 ‘땀’이라 말하며 예술 활동을 통한 ‘땀’을 명상과 수행으로 환원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호미술관(관장 홍정주)은 서정민 작가의 ‘선과 선을 잇는 사유의 여백-존재의 유속’ 전시를 지난 12일 개막했다. 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선’ 시리즈를 통해 노동으로 서체를 변환시켜 우연히, 또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선을 불교의 수행적 의미를 가진 ‘선(禪)’과 석도의 일획론에서 ‘한번 그음’을 의미하는 ‘선(線)’으로 표현해냈다. 이를 위해 서 작가는 붓과 먹으로 정신성을 드러낸 서지를 차용했다. 과거의 역사적 가치를 소환해 현대의 시대정신과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천 년 역사를 지켜온 우리 민족의 정서와 끈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질김’과 ‘부드러움’이 특징인 한지를 재료로 선택한 점도 눈에 띈다. 그의 작품에선 빠르게 진화하는 현 디지털 시대에서, 손끝으로 전달되는 아날로그의 감성이 담긴 작품을 통해 차가운 현대사회에 온기를 불어넣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한지 토막들이다. 서예가들의 습작 서지를 수집한 후, 우리 고유의 두루마리 기법을 응용해 한지를 말고, 자르고, 붙이고, 쪼개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이 토막을 활용해 작품을 구성했다. 작품 속 만들어진 한지 토막들의 단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지의 글들은 형상이 바뀌어 먹빛을 머금은 가느다란 선들만 남는다. 이는 ‘글’이 ‘선’으로 자연스럽게 바뀌는 지점에서 유(有)와 무(無)로 치환해 화면을 구축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 조각들은 콜라주 방법으로 화면 위에 쌓이고 붙여졌다. 화면 위에 나지막한 부조처럼 쌓인 글과 글들의 집합체는 작품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소통으로 하나 됨’을 의미하게 된다. 전시에 걸린 작품 15점에선 서 작가가 내포한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오프닝 행사는 20일 오후 3시 전시장에서 열리며 전시는 7월 7일까지.

“낭만주의 절정 라흐마니노프의 선율 속으로”…수원시향, 제292회 정기연주회 개최

러시아 낭만주의의 거장 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예프의 곡을 한 무대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수원시립교향악단(이하 수원시향)은 20일 오후 7시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제292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수원시향의 예술감독 최희준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이번 공연에서는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제2번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이 연주된다. 라흐마니노프(1873~1943)의 교향곡 2번은 러시아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교향곡 1번의 실패 이후 슬럼프를 겪던 라흐마니노프는 정신과 의사 니콜라이 달 박사의 치료로 회복하고, 이후 1901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발표하며 글린카상을 수상한다. 재기에 성공한 그는 교향곡 1번의 실패 이후 10여년 만에 교향곡 제2번으로 교향곡에 재도전한다. 결국 또 한번 글린카상의 영예를 차지한 라흐마니노프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반열에 오른다.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라흐마니노프의 서정적인 선율과 화려한 관현악 색채를 수원시향의 연주로 만나게 된다. 이에 앞선 무대에선 K-클래식의 흐름을 주도하는 클래식 스타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선보인다. 신창용은 2018년 지나 바카우어 국제 콩쿠르 한국인 최초 1위, 2017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1위 등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프로코피예프의 다섯 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가장 폭넓은 다양성을 가진 세 번째 협주곡이 신창용만의 표현력으로 어떻게 연주될지 관객들의 기대를 모은다. 예매는 수원시립예술단 누리집과 전화를 통해 가능하다.

분당에 퍼진 색소폰 선율…동호회 20여개 모여 '해피콘서트' 개최

“집에만 있는 게 답답하던 차에 색소폰 소리가 들려 이끌려 나왔는데, 살랑살랑 바람 부는 사이로 즐겁게 놀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성남시 분당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색소폰 동호회원들이 지난 15일 ‘해피콘서트’에 총출동했다. 이날 오후 5시 분당중앙공원 야외음악당에서는 지역문화창달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색소폰 동호회 20여개팀이 참여하는 해피콘서트가 열렸다. 이 콘서트는 해피색소폰클럽(회장 황병진)이 주최하고 성남시가 후원했다. 참여자들은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을 비롯해 시민들이 즐겨듣는 음악을 중심으로 3시간 넘게 공연을 펼쳤다. 특히 프로음악인들로 구성된 AJ밴드(단장 유정희)가 스모키의 대표 곡인 ‘아일 미트 유 앳 미드나이트’(I'll meet you at midnight)를 시작으로, 벤 E 킹의 ‘스탠 바이 미’(Stand By Me) 등을 30분간 연주하며 박수갈채를 받았다. 황병진 회장은 “피날레곡으로 준비한 ‘나는 행복한 사람’에 맞춰 관객들이 다 함께 노래를 부를 때는 저도 가슴이 뭉클해졌다”면서 “어려운 경제 상황 등 여러가지 힘든 일이 많겠지만 음악이 주는 힘으로 위로 받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많은 관심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억압적 체제 속에서 탄생한 미술…‘탈출의 형식으로서의 회화’展 [전시리뷰]

“예술은 잘못 설계된 세상에서만 태어날 수 있다”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말처럼 예술은 억압 속에서 피어나며 체제에 균열을 만들어왔다. 인류 역사에서 권력은 예술을 입맛대로 길들이려 했다.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이자 체제의 생명을 연장하는 선전물로 쓰기 위해서다. 다만 그럴수록 예술은 검열과 예속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다. 지난 4일부터 평택 mM(엠엠)아트센터 전시실3에서 진행 중인 소장품전 ‘탈출의 형식으로서의 회화’에선 체제의 억압 속에서도 피워낸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엔 1940년대부터 소련이 붕괴하는 1991년까지 회화는 물론 소련 붕괴 후 작품 활동을 이어온 러시아 작가의 작품 등 총 83점을 한데 모았다. 스탈린 집권 후 예술은 당국의 기준을 충족해야만 했다. 특히 1934년 제1차 소비에트작가총회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 개념이 탄생한 후 모든 작품은 당국에 통제 아래서 프롤레타리아성, 일상성, 현실성, 당성(黨性)을 담은 관제 예술이었다. 당과 체제, 노동계급을 찬양하고 낙관에 찬 인물과 도시를 내세우며 이상화한 현실을 표현하는 등 국가에 의해 주제와 양식이 정해졌다. 반대로 추상화나 당국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은 인물화와 풍경화 등은 국가 주도의 미술 양식으로부터 탈피하려는 일종의 저항이었다. 이번 전시 작품 대부분 이 같은 소련의 ‘비공식 지하미술’이다. 특히 1974년 모스크바 교외에서 기습적으로 연 비공식 미술 전시회인 ‘불도저 전시’에 참가한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당시 전시회는 불도저를 동원한 경찰 당국의 폭력적 진압으로 무산됐고 참여 작가들의 작품 또한 당국에 압류 당했지만,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문화부 승인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 것이다. 이번 전시에선 작품을 인물화, 풍경화, 정물화, 추상화 등 표현 양식으로 구분했다. 시대가 아닌 표현 양식으로 배치하면서 당대 체제가 원하던 미술과 체제 저항적 의미를 담은 미술을 비교하며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아니케예프의 ‘여성 노동자’, ‘나스텐카’ 등 인물화 작품에선 1940~1960년대 스탈린 집권 시기 당대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품의 전형을 관람할 수 있다. 반면 타티쉬빌리의 ‘트빌리시 구시가지’와 같은 작품에선 소련 이전 비러시아권 지역의 모습이 담겼다. 회색빛 단조로운 소련의 도시 풍경과 대비되는 이들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미학적 탈출구로 삼으려던 작가들의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체제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담은 코르반의 풍경화와 정교회 성당과 같은 종교 건축물 등 체제가 원치 않는 상징을 담아낸 코미사로프의 풍경화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관람 포인트다. 로신과 쿠페탼 등 소련말 추상미술도 감상할 수 있다. 그간 체제에서 인정하지 않았던 샤갈, 칸딘스키, 말레비치 등 작가들의 추상 미술을 재조명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작품이다. 최승일 mM아트센터 관장은 “공훈예술가로서 선전·선동 그림을 강요받으면서도 체제에서 벗어나 그리고 싶었던 것을 표현한 작품”이라며 “당시 정부가 정한 양식과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작가의 시선을 따라 그려진 소위 비공식 미술은 작품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와 상관없이 예술의 길을 걷던 과거 예술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시는 오는 7월14일까지.

현대미술의 오브제로 재탄생한 ‘공예’의 면모…구하우스 미술관 ‘Layers’

실용성을 과감히 포기하고 현대미술의 오브제로 재탄생한 ‘공예’를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숙련된 기술과 장인정신에 미학적 요소를 입혀 예술 표현의 잠재력을 드러냈다.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은 현대공예가 이근세(금속공예), 이헌정(도자), 허명욱(옻칠) 작가의 ‘오브제’ 작품 15점을 모아 2024 공예주간 특별전 ‘Layers’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을 통해 양평 지역을 하나의 작은 공예 클러스터로 연결하는 ‘구하우스미술관 손가락 공예산책’의 일환으로 열렸다. 이번 전시에선 작가들이 서로 다른 모습으로 물질과 시간의 층위를 쌓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허명욱 작가는 켜켜이 옻칠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아톰 형상의 오브제를 선보인다. 1년 내내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옻칠을 쌓아 만든 작품은 시간의 흔적이기도 하다. 아톰 투구를 쓴 소년의 모습을 한 ‘Astro Boy’는 작가의 분신이자 유년시절의 정체성이다. 허 작가는 초능력으로 세상을 구원하지만, 역설적으로 시간이 멈춘 듯 영원히 성장하지 않는 캐릭터를 표현했다. 특히 이헌정 작가는 가마 안에서 일어나는 ‘요변’의 우연성을 수용했다. 예상치 못한 표면의 갈라짐, 겹쳐 발라진 유약이 흘러내리며 만들어 낸 색상의 변화를 활용하는 식이다. 여러 개의 큰 덩어리로 이뤄진 작품 ‘섬’은 사회에서 따로, 또 같이 공존하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형상화했는데, 다양하게 쓰인 유약의 색채는 복잡하고 다채로운 인간사를 보여준다. 이 작가는 비율, 질감, 색에 대한 고정관념을 없애 자유분방한 인물 조각도 선보인다. 머리에서 꽃이 피어난 채 행복한 생각에 잠긴 듯한 ‘꽃을 생각하는 남자’는 야외 전시장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관람객들에게 유희를 선사한다. ‘우리 시대의 대장장이’로 불리는 이근세 작가는 사람과 그 주위를 둘러싼 대상을 꾸준히 작품의 주제로 삼아왔다. 그가 만들어 내는 동물 형태의 작품은 소박하고 친근하지만, 사회의 다양한 이면을 탐구하는 시대 의식을 보여준다. 이에 이번 전시에선 ‘사람’과 ‘길고양이’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잡묘상(雜猫像)’ 시리즈를 새롭게 선보였다. 그는 작품을 통해 오랜 세월 사람의 생활과 문화에 깊숙이 들어온 고양이와 그를 바라보는 인간의 이중적인 태도를 지적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해리 선임학예사는 “망치로 금속을 끊임없이 두드려 형태를 빚는 ‘단조’, ‘옻칠’ 등 공예는 창작의 여정을 중시하는 예술 분야”라며 “경기도 출신의 작가 3명이 공예적 감수성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시각적, 개념적 언어로 스토리와 철학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살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