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감성과 재즈 사운드의 결합, 판소리극 ‘종이꽃밭 : 두할망본풀이’

“생명을 점지해주는 신, 누가 진짜 ‘생불할망’이 될 것인가?” 신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두 아기씨가 있다. 경쟁과 미움, 혐오가 만연한 세상에서 주인공 두 아기씨는 그들 앞에 놓인 숱한 위기와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삶을, 그리고 서로를 포기하지 않는다. 생명의 탄생줄을 쥐고, 아기를 돌보는 삼신할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동양 고유의 신화이자 민족의 전통사상이 담긴 이야기가 소리와 재즈, 국악과 만나 판소리 1인극으로 탄생했다. 오는 14~15일 양일간 수원문화재단 정조테마공연장에서 열리는 ‘종이꽃밭 : 두할망본풀이’는 제주 무속신화 ‘생불할망본풀이(삼승할망본풀이)’를 각색한 판소리 드라마다. 극 속에는 아기를 점지해주는 생불신의 탄생과정을 통해 인간의 탄생과 생명의 가치를 담아내는 한편 그 속에 사랑과 연대의 가치가 담겨있다.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의 ‘2024 공연예술 유통’에 선정돼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망망대해 바다에서 발견된 무쇠석갑, 그 안에 있던 동해용왕과 서해용왕의 딸 ‘동이’에서 시작된다. 동이는 생불신이 되라는 어머니의 뜻대로 자신을 구해준 임박사에게 아기를 점지하지만, 해산(解産)의 방법을 알지 못한다. 이때 또다른 생불신 ‘명이’가 하늘에서 내려와 아기를 해산시키고, 동이와 명이는 옥황상제에게 누가 진정한 생불신인지 판결을 요청한다. 옥황상제는 은대야에 은꽃씨를 주며 두 아기씨에게 꽃 피우기 내기를 제안한다. 관객은 작품을 통해 다양한 악기가 어우러진 판소리의 듣는 즐거움과 한국적인 무대 언어를 만나게 된다. 작품은 1인 소리꾼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이 상상하도록 만들며 이야기의 핵심인 두 아기씨의 꽃피우기 내기와 동해안 별신굿의 전통 지화(종이꽃·紙花)를 연결해 화려하게 무대를 수놓는다. 제작단체인 ‘판소리아지트 놀애박스’는 공연을 통해 1인과 2인 코러스의 소리와 함께 베이스, 피아노, 기타, 장구 연주가 어우러진 10여곡의 소리대목을 선보인다. 제주라는 섬 특유의 감수성과 재즈 사운드가 결합돼 민요와 무가를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다. 공연은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이며 자세한 사항은 수원문화재단 누리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상과 환상 사이, 가짜들의 ‘유쾌한 반란’…‘유쾌한 FAKE’ 展

딥페이크 기술이 진화하고, 가짜뉴스가 난무하면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진실과 거짓이 뒤엉킨 현실에서 ‘가짜’, ‘모조품’ 등을 의미하는 ‘페이크(fake)’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표현으로 자리매김했다. 양평 구하우스 미술관에선 이태수, 다니엘 피르망 등 작가 10명의 작품 20여점을 모아 진실과 환상의 경계를 탐구하는 ‘유쾌한 Fake’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실제와 허구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통해 예술의 본질을 다시 성찰하게 하고, 반전과 위트의 미학을 공유한다. 특히 미술관은 창의와 기발함이 가미된 ‘페이크’가 관객들에게 유쾌하고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발상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니엘 피르망의 작품 ‘Youna’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성이 벽에 기댄 찰나의 순간을 재현한 조각으로, 섬세하고 사실적인 표현이 돋보인다. 작가는 한 여성이 벽에 기댄 자세에서 나오는 슬픔, 우울 등 복잡한 감정의 찰나를 포착했는데, 흐르는 시간 속에 정지된 상태의 ‘현재’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특히 성공한 사업가이자 예술가로 알려진 씨킴(CI KIM)의 ‘Shopping bag’은 언뜻 보면 명품 브랜드의 흔한 쇼핑백을 모아둔 듯 보이지만, 청동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쇼핑백을 둘러싼 테이프, 택배용지조차 청동으로 제작해 진짜보다 더 진짜인 듯한 형태를 띠며, 사과나무와 그 주변에 떨어진 사과를 먹는 몇 마리의 쥐를 표현한 ‘사과나무와 사과’ 역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태수는 거칠고 무게감 있는 사물을 정밀하게 묘사해 시각적으로 육중함을 전한다. 전시장 허공을 가로지르는 줄 위에 위태롭게 놓인 커다란 바위는 사실 스티로폼이다. 작가는 ‘Stone Composition 023’ 작품을 통해 가벼운 오브제로 찰나에 느끼는 감각적 치환에 주목했다. 페이크를 가장한 ‘진짜’로 ‘공생’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토마스 사라세노는 거미줄을 오브제로 사용한 작품 ‘Solitary Mapping of Triton’을 통해 인류와 동식물이 공생할 수 있는 유토피아에 대해 의문을 던졌다. 이 밖에 철에 새로운 물성을 부여해 탐구하는 김경환의 ‘의자의 진화’, 꽃들이 만개한 순간 얼려 죽임으로써 영원히 피어 있는 상태로 역설을 보여주는 마크 퀸의 ‘Garden’ 등을 만날 수 있다. 구하우스 미술관 관계자는 “우울과 불안, 불확실성이 감도는 사회에서 관람객들이 잠시 떨어져 나와 미술관에서 유쾌한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며 “페이크가 주는 놀라움과 반전으로 관람객이 즐거움을 찾고 현실과 허구사이에서 진정한 가치를 탐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8월25일까지.

경기도무용단, 태평성세 담은 ‘찬연’ 통해 경기아트센터 재단법인 20주년 ‘축하’

경기도무용단이 경기아트센터 재단법인 출범 20주년을 맞아 다음 달 1일 ‘찬연(燦然)’을 선보인다. 재단법인 20주년 페스티벌 개막공연으로 펼쳐지는 ‘찬연’은 눈부시게 영광스럽다는 뜻을 상징적으로 담아 경기아트센터 20주년의 성과를 소개한다. ‘찬연’은 전통무용 레퍼토리에 서사구조를 결합해 스토리텔링화 한 공연이다. 서사구조에 전통무용을 배치해 레퍼토리 춤에 대한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데, 전통무용 레퍼토리의 고유성을 살리면서도 관람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더한 것이다. 대부분 조선시대의 복식으로 전승되는 전통무용의 구성과 맥락을 같이 해 한 편의 사극처럼 다양한 상황을 통해 춤의 정조가 드러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공연은 조선시대 임금의 태평성세 내용을 바탕으로 2막으로 구성됐다. 나라를 바로 잡아 백성이 태평한 시대를 맞이하는 가상의 상황을 구성하고, 어진 임금이 되기 위해 고뇌하는 어심과 백성이 태평한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조선시대의 예악사상에 기반한 임금의 지혜로운 악무를 통한 치세를 표현하도록 전통무용 개별 춤을 의미있게 배치했다. 1막 ‘월대(月臺)에 서서 하늘의 소리를 담고’에선 훈령무, 무고, 태평무를 선보이고 2막 ‘민도(民度, 또는 민도(民道)에서 백성의 소리로 조화를 이루다’에선 진쇠춤, 강강술래, 풍물굿 등을 펼쳐보인다. 공연은 임금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며, 소리꾼 이봉근이 서사자의 역할을 맡는다. 이봉근은 지난 2020년 KBS국악대상 판소리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젊은 명창이다. 독립영화 ‘소리꾼’으로 제28회 대한민국 문화 연예 대상 영화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도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경기아트센터 관계자는 “명창 이봉근이 펼치는 서사는 아니리로 풀어 다채로운 전통예술의 미학이 생동한다”며 “한바탕의 춤과 소리로 펼치는 대서사 ‘찬연’이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사극의 정감을 만나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트마켓으로 학생 예술가의 꿈 응원…수원대 ‘미술에 美치다’

‘지금 1만원에 산 작품이, 훗날 몇 억원의 작품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유쾌한 상상에서 출발한 제1회 수원대학교 디자인앤아트대학 아트마켓 ‘미술에 美치다’가 오는 6월14일까지 수원대 고운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에 美치다’는 30여년 전 수원대 디자인앤아트대학이 개설된 후 처음 열린 학생 작품 기획판매전이다. 학생들의 잼재된 예술성을 발견하고, 예술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전시 겸 판매 형태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트마켓을 준비한 이상희 수원대 디자인앤아트대학 학장 겸 고운미술관 관장은 “어린 학생들은 열심히 작업만 하면서 자기 작품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느낄 기회가 없었다”면서 “예술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것만큼 여러 발표의 장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받는 일 또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시엔 수원대 디자인앤아트대학 25명의 학생이 참여해 작품 50여점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수원대학교 디자인앤아트대학 학생들의 수준 높은 작품을 호당 1만원이라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작품과 예비작가들의 잠재력을 눈여겨 본 아트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면서 현재까지 작품 10여점이 이미 판매됐다. 이상희 관장은 “작업에 대한 새로운 동기부여는 물론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재발견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전시를 열었다”며 “청년 예술가가 자신의 예술기량을 자신있게 펼치고 발전시키는 아트마켓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며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그날을 오늘처럼”…시민 함께한 종합예술공연 제28회 수원민족예술제 ‘기억’ 성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과거의 기억을 간직하고 이를 공유하는 힘도 필요하다. 짙고 푸른 지난 날의 ‘기억의 정원에 핀 꽃’을 반추하고 ‘돌아오지 못한’ 이름을 낭독하며 ‘해원의 소리’로 ‘오늘 우리’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지난 26일 (사)수원민예총은 수원시 권선구 수원문화원 빛누리아트홀에서 ‘제28회 수원민족예술제’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태현 경기민예총 이사장, 김향미 평화나비 공동대표, 황인성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김봉식 수원문화원장, 오영균 수원문화재단 대표, 오현규 수원예총 회장 등이 참석했다. 민족예술제는 매해 수원민예총이 주최·주관하고 수원시가 후원하는 문화공연이다. 수원민예총의 문학·사진·시각매체·음악·풍물굿·춤 등 6개 위원회가 시민 앞에 여러 장르의 종합 예술을 펼친다. 이날 예술제는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시민이 예술인과 한 곳에 모여 시 낭독과 전통춤, 풍물놀이와 발레 등 문학·음악·춤의 종합예술로 승화한 과거의 기억을 공유하고 내일의 희망을 다짐하는 자리로 열렸다. 올해의 화두는 ‘기억’이었다. 수원민예총은 ▲세월호 10주기 ▲수원 소녀상 10주년 ▲임면수 선생 탄생 150주년의 특별한 해를 맞이해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할 ‘그날’을 예술로 엮어냈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평화의 소녀상이 철거될 위기에 놓인 가운데 ‘수원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4년 3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의 인권과 명예 회복을 바라며 수원시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건립됐다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필동 임면수 선생은 수원의 민족교육을 위해 삼일학교 건립 및 경제독립을 위한 국채보상운동을 이끌고 독립군을 양성한 인물이다. 오후 1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전시, 체험부스, 공연의 세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먼저 1층과 2층 실내에서는 서수원의 과거를 향유할 수 있는 골목사진과 ‘소망’이라는 주제가 담긴 설치미술, 시화전 등이 열렸다. 비가 오는 가운데 3시부터 시작된 체험부스에는 각양각색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방문한 어린 시민들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만의 책을 만들고, 손수건에 그림을 그리며 빨갛고 노란 색색의 한지를 엮어 서리화를 만들기도 했다. 오후 5시 사전공연과 개막식으로 시작된 공연은 총 3부의 무대로 구성됐다. 제1장 ‘짙고 푸른날’에서는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기억하고 모두가 함께 행복하고 안전한 삶에 대한 기원을 담은 시낭독과 전통춤, 밴드 음악과 합창이 이어졌다. 세월호 당시 사랑하는 제자를 잃었다는 한 음악위원회 멤버의 이야기와 그 뒤에 이어진 ‘제주도 푸른밤’ 연주에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어 수원 지역의 독립운동가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제2장 ‘다시 여자로 살아보고 싶어요’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이자 인권 운동가로 활동했던 용담 안점순 선생, 수원시내 독립 운동의 불씨를 담긴 기생 김향화 등 여인들의 이야기가 승무와 발레 등 춤과 시낭독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3장 ‘기억 그리고 오늘’은 소고와 북, 반주단이 함께하는 풍물놀이와 ‘아름다운 나라’ 합창이 대미를 장식했다. 객석의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이날 체험부스에서 직접 만들었던 서리화를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각자의 방식으로 그날의 기억을 함께했다. 이창세 수원민예총 지부장은 “빛누리 아트홀 개관기념 주간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며 “우리 사회가 아픔의 기억은 잊지 말고 가슴에 안고, 또한 희망찬 내일을 향해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스물여덟살 청춘을 맞이한 민예총이 시민과 문화예술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단 대표 코미디 ‘스카팽’ 군포문화예술회관서 만난다

군포문화재단은 오는 31일과 다음달 1일 이틀 간 국립극단 대표 코미디 레퍼토리 ‘스카팽(각색·연출 임도완)’을 군포문화예술회관 수리홀 무대에 올린다. 2019년 초연한 ‘스카팽’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극작가 몰리에르의 ‘스카팽의 간계’를 원작으로 사랑과 감동, 눈물과 재미까지 모두 담은 국립극단의 대표 레퍼토리이자 유일한 코미디 연극이다. 시의성 있는 각색과 연출로 호평을 받아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9 올해의 공연 베스트 7’과 ‘제 56회 동아연극상 무대예술상’등을 수상했다. ‘스카팽’은 짓궂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하인이다. 두 집안의 정략결혼에 맞서 두 자녀가 진짜 사랑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며 번뜩이는 재치와 유쾌한 조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위선과 타락의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이번 공연은 대한민국 신체극의 대가 임도완 연출 특유의 움직임과 노래, 음악이 어우러져 극중 캐릭터들의 통통 튀는 매력을 더욱 빛내준다. 무대 위에서 직접 펼쳐지는 라이브 연주도 극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군포문화재단 관계자는 “앞서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스카팽은 공연 중반 이후에는 잔여 전회차가 매진되는 등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군포문화예술회관 공연으로 더 많은 시민이 국립극단의 우수 레퍼토리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시향 31일 ‘제291회 정기연주회’…슈만·말러로 수놓는 봄

수원시립교향악단(이하 수원시향)이 슈만과 말러의 곡으로 봄 저녁을 수놓는다. 수원시향은 오는 31일 저녁 7시30분 수원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제291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전혀 다른 성격의 두 곡인 슈만의 교향곡 제1번 ‘봄’과 말러의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를 선보일 예정이다. 첫 곡으로는 브람스의 대학 축전 서곡을 연주한다. 신은혜 수원시향 부지휘자가 지휘를 맡았다. 독일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의 교향곡 1번은 음악으로 봄을 노래한 작품이다. 마치 겨울잠을 깨우는 듯 우렁차게 울리는 트럼펫과 호른 팡파르로 시작한다. 이 곡은 슈만이 본격적으로 교향곡에 매진했던 시기의 첫 작품으로 부인 클라라와의 사랑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당시 문학에 조예가 깊었던 슈만의 창작력이 최고조에 달해 있었던 시기에 만들어져 상당히 빠른 속도로 곡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에서 봄으로 변화하는 슈만 교향곡 제1번 ‘봄’이 수원시향의 역동적인 사운드와 신은혜 부지휘자의 섬세한 음악적 해석과 만나 어떻게 표현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공연의 묘미다. 이에 앞서 현재 독일 데트몰트 극장에서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인 바리톤 권경민이 무대에 오른다. 바리톤 권경민이 독일 극장에 데뷔한 후 한국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첫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 바리톤 권경민은 지난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에 입상했으며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백작 역 , 오페라 ‘라보엠’ 마르첼로 역, 오페라 ‘투란도트’ 핑 역을 맡으며 독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권경민이 공연할 ‘말러,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는 말러가 직접 겪은 실화로,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는 실연의 슬픔을 담은 곡이다. 공연은 만 7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예매는 수원시립예술단 누리집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황수연 피아니스트, ‘고향’ 수원에서 첫 독주회…“피아노 매력 알릴 것”

“나고자란 수원에서 첫 독주회를 열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피아노의 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시대를 아우르는 풍부한 감정을 선보이는 피아니스트 황수연이 오는 26일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리는 독주회를 앞두고 이 같은 소감을 밝혔다. 이번 연주회는 황수연 피아니스트가 고전, 낭만, 현대의 작곡가들이 원했던 궁극적인 소리와 감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연주회에서는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음악의 규모와 흐름을 알 수 있고, 황수연 피아니스트가 표현해내는 섬세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지난 2009년부터 10년간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 등에서 공부한 황수연 피아니스트가 귀국 후 ‘고향’ 수원에서 처음으로 갖는 독주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에 황수연 피아니스트는 슈만의 ‘어린이 정경’ 등을 연주해 관객들과 어린시절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황수연 피아니스트는 “외국에서의 생활을 버티게 해준 것은 고향과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이었다”며 “슈만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작곡한 곡을 포함시켜 관객들과 추억을 나누고, 피아노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연주회의 1부에서는 고전시대의 음악을 연주한다. 모차르트의 론도 K.485는 빈(Wien) 스타일의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풍긴다. 빠르게 사라지는 음표들 사이에서 다양한 뉘앙스를 표현하고자 했던 모차르트의 음악성을 감상할 수 있고, 춤곡에서 시작된 ‘론도’ 형식인 만큼 우아한 선율과 리듬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베토벤의 초기 피아노 소나타의 정점을 이루는 ‘비창’도 연주된다. 숨막힐 듯한 비장함과 긴장감이 이어지는 곡으로, 새로운 음향을 표현하고자 했던 베토벤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연주회의 2부에서는 슈만과 프로코피예프 곡으로 낭만에서부터 현대까지의 소리를 표현한다. 풍부한 감수성과 화려한 색채를 가지고 있는 슈만은 각 음마다 감정을 실어 그의 깊은 내면을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중 ‘어린이 정경’은 어린날의 순수함과 동심을 추억하는 슈만의 예술성이 담긴 작품이다. 또 역동적인 리듬, 타악기적인 주법 등 프로코피예프의 표현 방식을 느낄 수 있는 ‘악마적 암시 4번’, ‘피아노 소나타 No.3 Op.28’도 연주한다. 황수연 피아니스트는 “다양한 시대, 표현, 음향 등을 통해 관객들이 클래식과 피아노를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며 “피아노의 매력으로 보는 이의 눈과 귀가 시원해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글철학의 속뜻을 새기다…예술공간 아름 ‘늘․참’ 전

수원 행궁동 예술공간 아름과 실험공간 UZ에서 최제우 탄신 200주년·류영모 탄신 135년을 기리는 ‘늘․참’ 전시가 이달 31일까지 열린다. 지난 18일 개막한 ‘늘․참’전은 동학을 창도한 수운 최제우와 한글철학을 바로 세운 다석 류영모의 철학이 중심이다. 다석을 알리기 위해 평생 힘을 쏟은 올해 구순의 박영호(수원)의 책으로 다석에 눈 뜬 밝돌 김종길, 또 그의 동생이자 그림책 작가인 닝겔 김종민이 이들의 철학을 글과 그림으로 새겨 넣었다. 전시는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이 단지 소리글자만이 아니라 뜻글자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다석이 훈민정음 한글 꼴로 바꾸어 놓은 글씨에는 수많은 철학의 씨들이 담겨있다. 수운의 사상은 다석이 쓴 한글철학 시에 깊게 스며들어 오묘한 뜻을 이루고 있다. 전시에선 ‘다석일지’에 쓰인 한글 시 가운데 뜻으로 뭉친 글씨를 골라 붓글씨로 다시 새겨 지은 밝돌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다석이 ‘노자(老子)’를 우리말로 풀어 쓴 ‘늙은이’가 인상적이다. 실제로 노자는 사람 이름이 아니라 그저 ‘늙은이’라는 뜻이다. 다석은 ‘늙은이’가 ‘늘 그이’를 의미한다 했다. 닝겔이 연필로 그린 그림과 그렇게 그린 그림들이 서로를 이어가면서 꾸미는 작업에선 예상치 못한 즐거움도 찾을 수 있다. 각종 조각과 동화인 듯 철학인 듯 풀어놓은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세계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철학의 씨’를 깨고 캐내는 ‘되새김질’을 통해 우리 한글철학의 속 깊은 ‘뜻글’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밝돌의 말처럼 전시에선 한글철학의 뜻글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 할 수 있다.

예술조각을 바라보는 새로운 지각의 형태…모란미술관 ‘지각의 통로’

‘지각’은 보고, 듣고, 만지는 행위를 통해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이다. 모란미술관은 오는 7월28일까지 ‘지각’의 의미를 담아 조각의 형태를 새롭게 바라보는 전시 ‘지각의 통로’를 선보인다. 모란미술관이 올해 첫 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지각의 문제에서 출발해 조각의 고유한 속성인 물질로 구현된 형태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됐다. 관람객은 시지각을 통해 예술조각을 바라보지만 개인의 경험, 문화적 배경, 감각의 상태 등에 따라 예술작품을 다르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는 김승영, 박선기, 이창원, 임선이 등 작가 네 명의 조각, 설치작품, 드로잉 30여점으로 구성됐다. 이들 작가들은 ‘아는 만큼 보인다’, ‘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다’라는 전통적인 보는 방법에서 벗어나 전복, 해체하는 작업에 주력해 왔다. 김승영 작가는 일상의 경험과 관찰, 자연을 관조하면서 얻은 삶에 대한 성찰을 재료와 매체,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한다. 주로 삶과 죽음, 관계, 기억, 흔적, 소통 등과 관련된 감정을 주제로 다루는데, 일상에서 발견되는 자연재료와 인공재료를 함께 사용하고, 빛, 색, 향, 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방식을 통해 몸의 감각 확장을 이끌어 익숙한 듯 낯선 새로운 지각경험을 선사하며 공감을 자아낸다. 박선기 작가는 조각과 설치 작업을 위주로 시지각 문제를 다룬다. 그가 다루는 시지각의 문제는 작은 개체들이 배열된 집합을 하나의 완전한 덩어리로 지각하는 ‘게슈탈트’를 바탕으로 우리의 눈이 인지적인 능력과 함께 ‘관념’으로 대상을 본다는 것이다. 이창원 작가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현대사회에서 ‘보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리얼리티와 이미지의 대조적인 간극을 드러내 왜곡되고 은폐된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지각의 덫을 통해 본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떠올려 볼 수 있다. 임선이 작가는 주체의 시선 너머에 시대의 눈이 개입하고 있다는 전제를 두고 자연을 인식하는 방법을 탐구하며 인간의 시지각 문제를 다룬다. 임 작가는 레이어로 층층이 쌓인 인왕산, 남산의 풍경을 통해 자연을 데이터화 해 다루는 현대사회의 관점을 부각한다. 특히 산의 레이어 색상을 붉은색, 푸른색으로 대비해 신경증적인 현대인의 시선과 무감각한 현대인의 감정을 녹여냈다. 이연수 모란미술관장은 “관람객이 미술관에 들어서는 순간 작가들이 세워놓은 ‘지각의 통로’로 입장하게 될 것”이라며 “조각의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장르의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각이 만들어낸 작품들을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화 연재

지난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