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제 산적한 노후 산업단지, 애물단지로 방치 안 된다

국가경제 발전을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해온 전국의 산업단지가 크게 노후화됐다. 낙후된 시설로 인해 어떤 산업단지는 이번 ‘극단적 폭우’에 물난리를 겪고 있다. 낡은 산업단지는 급속히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를 따라가지 못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하고 있다. 애물단지가 돼버렸다. 산업단지는 국가산업단지·일반산업단지·도시첨단산업단지·농공단지 등 4가지로 나뉜다. 20년 넘은 산업단지는 ‘노후 산단’으로 분류되는데 전국에 470여개나 된다. 경기도에도 192개의 산업단지가 있다. 그중 48개가 노후 산단이다. 안성시가 13개로 가장 많고 이어 평택 8개, 파주 7개, 화성 4개, 김포·양주 각각 3개 등이다. 인천에도 16개의 산단이 있는데 남동국가산업단지와 부평·주안한국수출국가산업단지가 대표적 노후 산단이다. 이들 노후 산업단지는 시설 낙후 등 인프라 부족, 청년층 기피, 생산성 및 효율성 둔화 등의 공통 문제를 안고 있다. 노후 산단의 문제는 얽히고설켜 있다. 인프라와 시설 노후화는 청년층 기피 현상으로 인력난을 유발하고, 오래된 시설 탓에 생산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도내 대표적인 노후 산단인 반월시화산업단지는 전체 근로자 중 청년층(15~34세) 비중이 12.6%다. 젊은 근로자가 부족한 자리를 중장년층과 외국인 인력이 메우고 있다. 인천의 남동국가산단과 부평·주안한국수출산단도 문화·편의시설 부족 등으로 청년층에 외면 당하고 있다. 남동산단은 일일 불법주차 대수가 1만여대에 육박할 정도로 주차난이 심각하다. 산단의 노후화로 성장성도 떨어지고 있다. 경기연구원의 ‘경기도산업단지 생산성 및 효율성 분석’에 따르면 노후 산단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기술 수준이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2014~2017년 도내 산단의 생산량 증감률은 평균 3.4%였지만 2018~2021년에는 1.6%로 감소했다. 산업단지는 공장이 모여 있어 밀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지만, 시설이 낙후되고 각종 편의시설이 부족하면 청년층을 끌어들이기 어렵다. 청년들이 들어오지 않는 산단은 쇠락할 수밖에 없다. 노후 산단을 활성화시키려면 인프라 개선, 산업 재구조화, 규제 완화, 적극적인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 부분적으로 빈 공장 등을 새로운 복합형 산업시설로 탈바꿈시킬 필요도 있다. 이를 산업단지 내 공장들이 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서 지원해야 한다. 공적 자금만으로는 구조 고도화 등 리모델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 투자 활성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사설] ‘읽고 걷고 쓰고’... 명품 교육정책 브랜드 기대한다

20여년 전 ‘나는 걷는다’라는 책이 독서계를 풍미했다. 프랑스 언론인 베르나르 올리비에. 퇴직 후 그는 700여년 전 마르코 폴로가 떠났던 실크로드 횡단에 도전한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부터 중국 시안까지. 1만2천㎞의 이 길을 1천99일간 걸었다. 1999년 시작해 2002년 마침내 시안에 입성했다. 그 무렵, 실크로드 지역은 정치정세나 치안이 매우 불안했다. 대부분 이름이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수도 없이 길을 잃었다. 도둑과 들짐승의 위협, 병마에 시달리기도 했다. 원칙은 단호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걸어서 갈 것, 서두르지 말고 느리게 갈 것. 떠나기 전에는 관련 자료를 읽고 또 읽었다. 힘들여 걷고 난 후에는 그 체험들을 드라마처럼 써내려갔다. 그 기간 그는 ‘쇠이유’ 협회를 설립했다.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이 낯선 나라에서 3개월 동안 2천㎞를 걸으면 석방을 허가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성공으로 평가받았다. 걷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직면하는 위대한 그 무엇이라는 소신이다. 서두가 길어진 것은 ‘읽·걷·쓰’를 얘기하기 위함이다. 읽고 걷고 쓰고, 인천시교육청의 정책 브랜드다. 읽기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쌓는다. 걷기를 통해 신체적 건강과 사유의 힘을 기른다. 쓰기를 통해 자신 또는 타인과 소통하고 성찰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학습역량과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학생들의 통합 또는 개별 활동이다. 왜 읽·걷·쓰인가. 도성훈 교육감이 설명한다. “챗GPT가 답을 주는 시대, 내 생각을 찾는 교육이 필요하다.” 걷기는 낯선 세계로 건너가 질문하고 상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통합 활동은 함께 글이나 책을 읽고 관련 장소를 답사하거나 생각하며 걷는다. 개별 활동은 읽기 걷기 쓰기가 분절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으로, 더 자율적인 방식의 학습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시민 누구나 자발적으로 개인 또는 단체별로 읽·걷·쓰에 참여토록 했다. 개인은 자기 SNS에 그날 활동을 기록하고 #읽·걷·쓰 해시태그를 달아 참여한다. 그간 교육 정책도 정치에 물들어 소리만 요란했다. 우리는 우선 이 정책 브랜드가 학생들의 일상에 변화를 끼칠 수 있는 구체성에 주목한다. 단순히 편의점에 가기 위한 걷기가 아닐 것이다. 자기 성찰의 과정이 뒤따르는 오랜 걷기를 경험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읽·걷·쓰가 처음의 취지대로 퍼져나가 인천의, 나아가 대한민국의 교육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다만, 관료주의가 끼어들어 겉치레 실적 위주로 흐르는 것은 미리부터 경계해야 할 점이다.

[사설]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약, 의미있는 성과 보여줘야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또다시 만났다. 11일 수원의 옛 경기도지사 공관인 도담소에서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 정치색이 다른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장의 만남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김포 마리나, 9월 인천 월미도, 올해 2월 서울 노들섬에서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세 단체장은 처음 만남에서 경기-인천-서울 3자 간 대화채널 등 당적을 넘는 협력관계 구축에 뜻을 모았다.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여야나 진영, 이념은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경기·인천·서울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이 많다. 전국 인구의 절반인 2천600만여명이 살다 보니 교통·주거·환경 등 여러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서울시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 정도는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교통 문제에 있어 광역버스 노선과 횟수를 늘린다든가, GTX 노선 등 협의할 게 많다. 인천의 수도권매립지 종료 등 쓰레기 문제나 대기·수질오염 문제도 광역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때문에 수도권은 지자체 간 광역행정 협의가 상당히 중요하다. 다양하고 복잡한 행정 수요에 부응하려면 당적을 떠나 지자체 간 협력·협치는 필수다. 수도권 단체장들이 잇단 회동을 통해 산적한 현안을 풀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이번 만남에서 단체장들은 경기·인천·서울이 하나의 공동생활권임을 확인하고, 수도권 주민 삶의 질 향상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협약에서 10개 과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우선 공동 현안인 쓰레기매립지 문제와 교통망 확충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3개 시·도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 △GTX, 지하철 5호선 검단·김포 연장선 등 광역교통 현안 △버스·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의 현안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3개 시·도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수도권 대체매립지 확보는 단체장 3명의 지난 지방선거 핵심 공약이었지만 환경부와 지자체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답보 상태다. 3개 시·도와 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 최종합의서’에 서명했지만 2021년 대체매립지 조성 지자체 공모가 실패한 후 진전이 없다. 지하철 5호선 연장선 역시 노선안 등을 놓고 김포시와 인천시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3개 시·도는 수도권 주민의 불편 해소 등 현안 해결에 실질적인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 협력 운운하며 모여 사진만 찍고 끝나선 안 된다. “수도권은 하나의 공동생활권이자 공동운명체”라고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결실을 보여줘야 한다.

[사설] 양평 사태, 경기 동부권 전체가 예의주시/재개 안 하면 10개 시군 분노로 확산된다

전진선 양평군수와 방세환 광주시장, 이현재 하남시장이 모였다. 경기 동부권의 중심 축을 이루고 있는 지역 단체장이다. 목적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위한 연대다. 셋이 공동 입장문을 냈는데 내용은 이렇다. 3개 지자체가 강하IC를 포함한 고속도로 건설에 공동 노력할 것, 중첩규제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생활환경 개선과 교통편익 증진에 노력할 것, 교산신도시 교통대책을 위해 고속도로의 ‘선교통·후입주’ 목표를 이행할 것 등이다. 3명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양평 고속도로 논쟁은 여야로 극명히 갈라진 정쟁이다. 소속 정당이 가는 방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시장 군수다. 또 정부가 정한 궤도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함께 모였다는 것 자체가 정치행위로 비칠 수 있다. 일부에서 ‘국민의힘 시장 군수 3명이 국민의힘 주장에 거수기를 한 것’이라고 평가 절하를 한다. 정말로 경기 동부권을 덮어온 반세기 지역 차별을 모르는 소리다. 이 하남시장이 말했다. “200만평 규모의 교산신도시 핵심 교통대책이 이 고속도로이기 때문에 이미 국토부와 LH 등에 입장을 전달한 상태다.” 방 광주시장도 말했다. “(광주)지역 주민들의 교통 분산 효과나 시민 편의를 위해 반드시 재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양평군수가 말했다. “동부지역의 균형 발전과 인근 여주와 (강원도) 홍천지역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속도로 개통에 함께 노력해주셔서 감사하다.” 당(黨)이 아닌 지역 목소리다. 전 군수의 지적이 옳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기 동부지역 공통의 문제다. 여기에 강원도까지 이어가는 광역 교통의 핵심 인프라다. 서울, 경기동부, 강원 서부로 이어지는 중부권을 균형발전시키는 국가 산업자원이다. 가장 넓은 의미의 ‘광역(廣域) 교통’이다. 하남, 광주, 양평의 이날 목소리는 아주 작은 시작에 불과하다. 경기도 동부권 10여 지자체 모두가 들고 일어나야 한다. 가능하다면 강원도 인접 시·군도 함께해야 한다. 이번 논란의 창 끝이 어디를 향할지는 알 수 없다. 야당의 근거없는 의혹 제기를 겨눌 수도, 정부 여당의 무책임한 백지화를 겨눌 수도 있다. 아직 한쪽 방향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제부터 처리하는 모습에 따라 한쪽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동부권 주민이 원하는 방향은 아주 간단하다. 여권에는 고속도로 사업 재개, 야권에는 제기된 의혹의 증명이다. 이거 못하는 쪽에 내년 총선에서 사라질 것이다.

[사설] 고엽제법 개정, 민간인도 피해 지원∙보상해야

고엽제후유증 인정 질병이 현행 20개에서 24개로 늘고 관련 보상과 유족 지원도 확대될 전망이다. 방광암을 비롯한 4개 질병을 고엽제후유증 질병으로 추가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고엽제법)’ 개정안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국가보훈부는 고엽제 노출과 질병의 상관성을 밝히기 위해 베트남전 참전군인(2세 포함)에 대한 역학조사와 연구를 지속 실시해 왔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갑상샘기능저하증, 다발성경화증, 방광암, 비전형 파킨슨증 등 4개 질병을 고엽제후유증으로 추가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법률 개정이 완료되면 약 2천800명이 고엽제후유증 대상으로 추가 인정된다. 이들은 보훈급여와 의료·취업·교육 지원 등 상이 국가유공자와 동일한 예우·보상을 받게 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고엽제 피해에 따른 희생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보훈대상자의 경제·심리적 어려움을 세심히 살펴 보훈 사각지대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고엽제후유증 환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대상자가 군인과 군무원으로 국한돼 있다는 것이다. 민간인은 제외돼 있다.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근처에도 엄청난 양의 고엽제가 살포됐다. 미국과 우리 정부도 인정한 사실이다. 독극물 성분의 고엽제 피해는 다같이 입었는데 그 지역에 살던 주민은 배제한 건 이해가 안 되는 처사다. 고엽제후유증 대상 질병은 폐암, 후두암, 기관암, 만성골수성백혈병, 말초신경병 등 20개나 되며, 새로 4개가 추가된다. 고엽제로 인한 피해와 질병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정부는 민간인에 대해선 방치하고 외면해 왔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고엽제로 인한 질병을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오랜 세월 고통을 겪어 왔다. 경기일보가 파주 대성동마을의 고엽제 살포 실태를 보도하면서 민간인 피해 문제가 부각됐다. 파주시가 대성동 주민의 피해 지원을 위해 조례를 제정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파주을)은 파주시와 함께 ‘고엽제 민간인 피해자 지원방안 마련을 위한 입법토론회’를 개최했다. 파주 대성동마을과 철원 생창리 주민들의 생생한 피해 증언이 있었다. 파주 민관정 대성동마을 주민 고엽제 피해조사단이 구성됐다. 14일부터 본격 활동에 나선다. 이에 앞서 11일 국회를 찾아 박정 환노위원장과 한기호 국방위원장에게 현행 고엽제법에 민간인이 포함되도록 법 개정을 당부했다. 고엽제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도 열었다. 보훈부 장관 말대로 ‘고엽제 피해에 따른 희생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민간인만 배제해선 안 된다.

[사설] IAEA 총장, 국민의힘에도 교훈 남겼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가 ‘그로시 방한’을 평가했다. 민주당 등의 국제적 망신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전례를 찾기 힘들었던 험악한 일정이었다. 7일 김포공항에서는 귀빈실이 시위대에 막혔다. 공항 2층으로 우회했지만 역시 막혔다. 고함과 현수막이 일행을 둘러쌌다. 호텔 밖에서도, 외교부 공관에서도 시위는 이어졌다. 시위대와 경찰 간의 몸싸움도 있었다. 정의당 부대표가 연행되기도 했다. 시위대를 피하려는 일행의 민망한 사진들이 세계로 타전됐다. 상황은 민주당 방문에서도 이어졌다. 민주당 지도부의 거친 말이 환영사를 대신했다. ‘중립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 검증’, ‘일본 맞춤형 부실 조사’ 등이다. 면담장은 다수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몰아붙이기 다름 아니었다. 그로시도 처음에는 메모도 하며 경청했다. 그러나 질문 내용이 반복되면서 예민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IAEA는 국제기구다. 활동의 근거는 과학 논리다. 핵 비확산 등 활동을 과학으로 제어한다. 그런 기구 책임자에게 보여준 비과학적 정치 행태다. 그로시 입장은 단호했다. 신뢰할 만한 연구소에 시료를 보내 분석했음을 설명했다. 미국 프랑스 중국 등에 한국도 포함됨을 강조했다. “(후쿠시마 방류수 등의) 삼중수소는 모든 국제적인 기준을 넉넉히 충족한다...(식탁 위 물을 가리키며) 저기에도 삼중수소는 들어있다”고도 했다. 한국 정치적 표현을 답에 사용하기도 했다. “나도 마실 수 있고 수영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갔다. 북핵부터 경계하라고 했다. “(한국인들은) 북핵 문제를 더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쯤에서 국민의힘은 고무된 듯하다. 여론 환기의 계기라 여긴 듯하다. 윤 원내대표의 발언에도 그런 기대감이 있다. 오판이다. 그로시 방한에서 국민의힘도 절절히 배울 점이 있다. 그로시가 인터뷰 등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염수를 방류하면) 일반 대중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오염수 공포에 대해 공감을 표하고 있다. “그들에게 계속 설명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해시켜야 하는 책임을 말하고 있다. ‘괴담·가짜뉴스’라는 표현은 입에 담지도 않았다. 국민의힘은 어땠나. 오염수 방류 반대 목소리를 무조건 ‘괴담’, ‘가짜뉴스’로 몰았다.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윽박지르는 분위기로 끌고 갔다. 그렇지 않나. 여야 모두에 부끄러움을 준 그로시 방한이었다. 뻔뻔한 무지로 돌진했던 민주당이 부끄러웠고, 설명 책임 잊고 있는 국민의힘이 부끄러웠다. 한국 정치 전체가 IAEA 앞에 당한 망신이다.

[사설] 양평道는 2025년 착공해야 한다/여야, 옳고 그름 신속히 증명하라

차량으로 서울에서 양평까지는 먼 길이다. 1시간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도로망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만성체증이다. 그 소요 시간이 15분대로 줄어든다는 건 양평군민에게 꿈이다. 그 꿈을 실현시킬 도로가 추진되고 있었다. 1조7천억원 들여 만드는 서울~양평고속도로다. 그 꿈의 사업이 백지화됐다. 국토부 장관이 ‘직을 걸겠다’며 발표했다. 야권이 제기한 의혹에 결백을 주장하는 과정이었다. 말도 안 되고, 전례도 없다. 장관이 정할 일도 아니다. 양평군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민주당이 이런 지역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다. 양평군민을 볼모로 잡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장관이 국책사업을 즉흥적으로 백지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는 “내가 못 먹으니까 버리겠다는 그런 것이냐”고 반문했다. 안민석 의원은 “성깔 부릴 때가 아니라, 당장 장관직 사퇴하고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백지화 선언에 대한 분노와 역풍이 상당 부분 원희룡 장관을 향하고 있다. 그런데 불은 민주당 발등에도 떨어졌다. 의혹을 신속히 증명해 내야 하는 책임이다. 민주당 대변인이 이런 논평을 냈다.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거기 있는 것이 괴담인가’, ‘윤석열 정부에서 고속도로 종점 계획이 갑자기 변경된 게 가짜뉴스냐’. 한가한 말장난이다. 김 여사 측 땅은 대통령 재산 공개에 공지돼 있다. 노선 변경 자체는 정상적인 행정 행위다. 민주당이 주장했던 건 이런 일반적 조건이 아니다. ‘김 여사 특혜 위해 노선 바꿨다’는 범죄 조건이었다. 더구나 이해찬 전 대표가 촉발한 의혹이다. 일부 인터넷 언론이 앞서 언급하긴 했다. 하지만 폭발력은 역시 이 전 대표의 발언이었다. 이런 의혹을 구체적 근거 없이 폭로하지는 않았을 것 아닌가. 그 근거를 국민 앞에 풀어야 한다. 세상에 공개된 김건희 여사 측 땅 주소지다. 비밀일 수 없는 고속도로 노선 변경안이다. 이 자연스러운 팩트만 놓고 정권이 휘청거릴 정도의 의혹을 구성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있으면 다 꺼내 놓고 신속히 검증 받아야 한다. 결론은 원 장관의 경솔이다. 생각 없는 선언이 백지화 철회의 기회까지 좁혔다. 정부 여당의 길도 민주당처럼 하나다. 특혜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변경의 논의 과정, 참여 주체, 남겨진 문서, 절차별 일시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그래서 백지화 철회를 위한 전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고속도로 착공 계획은 2025년이었다. 추호의 지연도 있으면 안 된다. 특검·국정조사는 옳지 않다. 질질 끄는 정치 꼼수다. 그런 꼼수를 기다려줄 여유가 양평군민에게 없다.

[사설] 폭증하는 마약 사범, ‘마약과의 전쟁’ 대책 더욱 강화해야

윤석열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 사범이 계속 폭증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30대 이하 젊은층을 중심으로 마약 사범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27일 각 부처 차관급이 참석하는 마약류대책협의회를 열고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사회적·경제적 폐해를 막기” 위해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마약 사범이 증가하고 있어 더욱 강력한 대책이 요망되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류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관세청 단속에 적발된 마약 밀수는 273건, 중량은 272.4㎏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필로폰 기준으로 6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하루 평균 약 1.8㎏의 마약이 적발된 셈이다. 이는 마약 사범 증가에서 확인되고 있다. 지난 5일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부가 발간한 ‘2022년 마약류 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이 1만8천395명으로 2018년 적발된 1만2천613명보다 45.8% 증가한 것이다. 특히 마약류 사범 중 30대 이하는 총 적발 인원의 59.8%를 차지해 마약이 젊은층에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공식적으로 적발된 것을 기준으로 했을 뿐이며, 적발되지 않고 불법으로 유통된 것을 감안하면 그 수는 추정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최근에는 태국 등 동남아국가에서 마약을 합법화해 여행객을 통해 마약이 불법으로 반입, 유통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여행이 억제됐으나,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엔데믹으로 변해 해외여행이 증가해 마약이 여행용 짐 등을 통해 불법으로 반입되는 사례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마약 사범 증가도 심각한 문제다. 외국에서 오는 여행객도 최근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태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연수 차 국내에 거주하는 노동자 사이에도 광범위하게 마약 복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이들 중 일부는 불법 마약 공급책으로 활동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대검찰청을 비롯한 관세청은 마약 사범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대폭 인원을 확대하고 있으나, 아직 ‘마약과의 전쟁’에서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마약 불법 유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이미 마약 청정지역이 아니다. 정부는 마약 사범에 대한 단속·처벌 강화와 더불어 미국 사마리탄 데이탑 빌리지와 같은 마약 중독재활센터를 설치, 운영해 중독자의 사회재활을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위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요망한다.

[사설] 양평고속道, 당당하면 더 빨리 착공하라

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가족에 대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잊을만 하면 시작되는 영부인 가족 게이트다. 국토부 장관이 ‘가짜 뉴스에 모든 것을 걸겠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결백함을 풀어 가는 방식이다. 야당의 권력 감시나 정부 여당의 대처 모두 자연스럽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상황이 생겼다. 장관이 해당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1조7천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SOC다. 서울~양평, 강원도까지 영향을 줄 노선이다. 이걸 갑자기 백지화했다. 민주당의 의혹 제기는 이렇다.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사업이 있다. 2017년 처음 건설하기로 계획했다.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도 통과했다. 이때까지도 고속도로 종점지는 바뀌지 않았다. 그러다가 2022년 5월 변화가 생겼다. 양평군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고속도로 노선이 ‘1안’으로 등장했다. 이 노선 옆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 12개 필지, 2만2천㎡로 축구장 3개 크기다. 민주당은 ‘김 여사 측에 특혜 준 것’이라고 주장한다. 원희룡 장관이 반박했다. ‘주민 의견 수렴 없이 변경했다’는 의혹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사업비가 1천억원 증가했다’는 의혹에 ‘140억원 증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인 나를 고발하라. 그 결과에 정치생명 걸겠다’고 했다. 양평군민 놀랄 발표가 이어졌다. 해당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선언이다. “노선 검토 뿐 아니라 도로 사업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한다”고 했다. ‘다음 정부에서 하라’고까지 했다. 애초 문제가 있었다. ‘양평 진입’ 막힌 ‘양평고속도로’였다. 양평 경유 노선과 양평 내 IC 설치가 필요했다. 지난해 변화가 그 방향이었다. 지역 정치인은 ‘치적 자랑’까지 했다. 수혜자는 대통령 부인 가족이 아니라 양평 군민이다. 의혹을 풀고 가면 됐다. 그걸 왜 백지화로 받아치나. 고속도로 사업이 장난인가. 누가 원희룡 장관의 정치생명에 관심 있다고 했나. 차별과 규제의 땅, 양평이 고대하는 것은 ‘서울~양평간 고속도로 개통식’뿐이다. 차분히 설명하며 가라. 복잡할 것 없다. 야권이 던진 의혹은 간단하다. ‘노선이 바뀌었고, 김 여사 측 땅이 있고, 국토부가 봐준 것 같다’다. 이 의혹 해명하면 된다. 숙의 절차 공개하고, 판단 근거 설명하고, 처리 과정 보여주면 된다. 필요하면 의혹 제기자에 대한 고발도 방안이다. 집행 권한 있는 정부 여당이다. 그 정도 해명은 국민 앞에 도리다. 최고 해명은 조기 착공일 수도 있다.

[사설] 경기도 사이버침해 대응 미흡, 예산·인력 확충 필요하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이버침해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갈수록 다양화·고도화되는 사이버 침해에 대응, 정보 보안을 위해서다. 기술 발전으로 사이버 환경은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변화됐지만 사이버 공격은 대상 범위가 확대되고 파급력이 커졌다. 각종 사이버 공격이 잇따르는 상황인데 지자체의 대응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사이버침해대응센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사이버침해대응센터는 2009년 도입돼 17개 시·도에서 운영 중이다. 국가정보원의 사이버안전센터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지자체별로 해킹이나 바이러스에 즉시 대응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센터 설립 1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정보 보안에 대한 문제 의식은 낮다. 지자체 사이버침해 사고는 매년 늘어나는데 관련 예산·시설·인력 등은 미흡하다. 경기도 사이버침해대응센터도 예산·인력이 크게 부족하다. 경기도가 보안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은 77곳이다. 서울시도 76곳으로 비슷한데, 예산과 인력 규모는 훨씬 못 미친다. 올해 도는 ‘사이버침해대응센터 보안관제 용역’ 사업비로 10억1천만원을 편성했다. 반면 서울시는 17억4천만원으로 도의 1.7배다. 도의 관제 인원도 11명으로, 서울시 20명의 절반 정도다. 도와 공공기관, 31개 시·군의 행정망 및 인터넷망 보호를 위해 24시간 상주하는 관제 인원은 매년 4천여건의 보안 위협을 감당한다. 이 가운데 사고대응 전문가는 2명뿐이다. 지능화·고도화되는 사이버 위협을 신속 조치하기 어렵다. 지난 2월 경기도교육청에서 성적 유출 사건이 터졌다. 사건의 피의자는 도교육청 학력평가시스템 서버에 침입해 지난해 11월 전국연합학력평가에 응시한 고교 2학년생들의 성적 등 정보 27만여건을 탈취 후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교육청이 도의 관제 범위에 포함되진 않지만,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보안 사고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렸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침해 및 화재 등 재난에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망의 분리와 함께 공간·장비 이중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도는 구 도청사 전산실에서 사이버침해대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40㎡의 센터 내부에 본장비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장비가 함께 있는데 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본청과 분리된 곳에 82㎡ 규모의 사이버안전센터를 두고, 인력·장비를 일부 이중화했다. 경기도는 사이버 침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예산·인력 확대와 함께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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