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호선 중부청장, 민원에 쓰러진 공무원 보듬다

행정용어에 특이민원이란 게 있다. 위법한 민원인 행위를 말한다. 기물파손, 폭언·욕설, 성희롱, 폭행, 협박 등이다. 경기도에서 발생한 3년 치는 이렇다. 2020년 5천500건, 2021년 9천건, 2022년 4천500건이다. 어떤 공무원은 흉기에 찔렸다. 긴급생계비 빨리 달라는 요구였다. 어떤 공무원은 무릎이 꿇렸다. 공무원 6개월 된 신참이다. 오늘도 경기도 어디선가 벌어질 일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3시, 동화성세무서. 그날 거기에는 민원실장이 있었다. 흔히 말하는 공무원의 자세가 있다. 꼭 해야 할 여섯 가지 의무다. 성실의무, 복종의무, 친절공정의무, 비밀엄수의무, 청렴의무, 품위유지의무다. 절대 하면 안 될 네 가지 금지다. 직장 이탈 금지, 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정치 운동 금지, 집단 행위 금지다. 이걸 꼭 지키라고 교육한다. 동화성세무서 민원실장은 어떤 걸 위반했나. 여섯 가지 할 일을 안 했나. 네 가지 하지 말 것을 했나. 그런 거 없다. 격한 민원 앞에 쓰러졌다. 그리고 7일째 사경을 헤맨다. 경기일보 단독 기사였다. 여론이 특별하다. 응원 목소리가 많다. “얼른 건강 회복하고 쾌차하시길 바란다.” 분노 목소리가 많다. “매일같이 공무원이 죽고 쓰러진다.” 대책 요구도 있다. “세무서에 청원경찰을 배치해야 한다.” 어떤 댓글은 최근 교육계 사태를 비교했다. “국세청판 서이초 교사 사태다.” 공복의 자세를 주문하는 댓글은 없다. 민원인의 권리 주장도 거의 없다. 적어도 이번 기사 속 여론은 이렇다. 안타까워할 뿐이고 분노할 뿐이다. 행정이 떼쓰기에 정복 당한 지는 오래다. 욕하고, 협박하고, 때리고, 부수고.... 명백한 범죄다. 그래도 공무원은 무력하다. 민원인 대응이 인사에 반영된다. 큰 소리라도 나면 승진 못한다. 그래서 쳐다보게 된 게 중부국세청장의 대처다. 통상의 경우와 많이 다르다. 결과 나오기 전에 피해 공무원 구제부터 나섰다. 공상 처리·직장 단체 보험·직원 사랑 보장 등을 검토시켰다. 법률 지원도 적극적이다. 공무원 가족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자문했다. 대책은 과단했다. 민원 응대 매뉴얼을 이틀 만에 교부했다. 개인 휴대용 녹음기기도 곧 지급한다. 사건을 주제로 한 공론화도 내주 갖는다. 중부국세청장이 지시했거나 직접 참여한다. 31일에는 병원을 찾아 가족과 대화했다. 대처 방안, 지원 내용 등을 논의하고 자문했다. 중부국세청장의 대응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공직사회 전체에 미칠 영향이 미미하다. 하지만, 생떼 민원에 대항할 용기를 주기에 충분했다. 이 시대 필요한 리더십이기도 하다. 오호선 청장이 이런 말을 했다. “팩트 확인 없이 불필요하게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이 없는, 교양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직은 물론 우리 사회 전체에 주는 울림이 있다.

[사설] ‘아동학대법’ 개정에 보수·진보 없다/폭염 아스팔트 위 ‘선생님’들도 호소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함께했다. 28일 오후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다. 이 부총리는 윤석열 정부의 교육 수장이다. 조 교육감은 대표적인 진보 진영 교육감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보수 수장과 진보 수장이다. 하지만 이날 모습에서 그런 구분은 없었다. 작금의 교육 사태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책임질 사람은 나라고 생각한다.’(조 교육감). ‘교육청 교육부 따로 없다.’(이 부총리). 대책을 말함에도 다르지 않았다. 아동학대에 근거한 고소·고발을 들었다. 교사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폐단으로 지목했다. 이 법에 근거해 수사와 동시에 교사는 직위해제된다. 아동학대로 수사 시작만으로 직위해제되는 것이다. 결론도 안 났는데 이미 죄인이 되는 꼴이다. 무고가 판을 치게 만든 제도적 근거다. 이 불합리로부터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 둘은 입을 모았다. 입법에 의한 대책의 필요성을 같이 강조했다. 수사 개시 요건이 강화돼야 한다. 또 수사 전에 시도교육청과 협의해야 한다. 이 부총리는 이런 부분이 포함된 개정안이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 조 교육감도 개정 방향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수사 개시의 요건을 엄격히 해야 한다는 점을 같이했다. 여기에 교사에 대한 사후 지원 시스템 현실화까지 주문했다. 수사 과정에서의 비용 지원 등이다. 현재 지원되는 예산 인력은 턱없다고 했다. 한 편에서는 전국 교사들이 또 모였다. 정부서울청사 앞 2만명이다. 교사 1천900명이 전세버스 45대로 상경했다. 발언대에서 교권 침해의 참담한 사례가 소개됐다. 대부분 학부모에 의해 이뤄진 횡포다. 여기에도 아동학대법 개정이 요구됐다. ‘싸우는 학생을 몸으로 제지하면 신체학대, 큰 소리로 제지하면 아동학대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다.’ 소명할 기회도 없이 직위해제하는 아동학대법을 개정해 달라고 소리쳤다. 앞서 이 부총리와 조 교육감이 이견을 보인 것은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개정 필요성이다. 예상했듯이 이 부총리와 국민의힘은 개정 내지 폐지를, 조 교육감과 민주당은 존치를 주장하며 맞섰다. 이 문제는 여기서 논하지 않겠다. 논할 여유도 없다. 실천 가능한 대책만 보자. 아동학대법 개정이 그렇다. 이견 없고 대립 없다. 그러면 이것부터 해나가면 된다. 교육부에 마침 개정안까지 있다고 하지 않나. 아동학대법부터 바꾸자. 서울에 폭염경보가 내린 29일 오후였다. 이글거리는 복사열에 아스콘까지 끈적댔다. 그 위에서 ‘선생님’들은 연좌했다. 어떤 노동 가요도 없었다. 어떤 정치 구호도 없었다. 그저 ‘선생님’들뿐이었고, 참다 못해 내는 ‘하소연’뿐이었다.

[사설] 세수 급감 경기도, ‘경제 전문가’의 시간이다

집값 안정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연동된다. 부동산 경기 침체는 세수 감소로 이어진다. 그런 세수 감소가 지방 행정을 타격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세율 인하 후유증까지 겹쳤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낮췄다. 1주택자 주택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45%에서 43~45%로 완화했다.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지방이 지는 꼴이다. 하지만 불만을 내놓고 있을 여유가 없다. 당장 눈앞에 드러난 예산 구멍을 채워 나갈 방도를 찾아야 한다. 경기도가 그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상반기 도세 징수액은 6조7천19억원이다. 올해 징수 목표액 16조246억원의 41.8%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징수액은 7조6천861억원이었다. 12.8%인 9천842억원가량 줄었다. 취득세 감소폭이 가장 컸다. 3조8천659억원이 징수돼 감소율 8.2%다. 지난해 같은 기간은 4조7천286억원이었다. 반면 올해 본예산은 역대 최대로 잡혀 있다. 도세 징수 목표액도 지난해보다도 늘려 잡아 놨다. 사업 예산 사정도 나쁘다. 지역화폐,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등 굵직한 국비가 끊겼다.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채워 넣어야 한다. 여기에 이런저런 특색 사업들이 추가돼 있다. 김동연 지사의 ‘배달노동자 안전기회소득’ 예산이다. 여야정협의회에서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넣어 놨다. 취약계층 대상 전기요금 지원사업도 잡혀 있다. 세수는 줄었는데 사업예산은 커졌고, 국비 지원 끊겼는데 특색사업은 늘었다. 전체적으로 아귀가 안 맞는다. 문제다. 밝혔듯이 부동산 시장 침체, 정부의 세율 인하의 여파다. 경기도가 이런 것이 아니고, 경기도만 이런 것도 아니다. 이쯤에 주목되는 게 김동연 지사의 재정 운용 경험이다. 경제부총리로 국고(國庫)를 관리했었다. 도지사로 선택한 도민의 기대가 거기 있었다. 일단 보게 된 것이 감액 추경이다. 김 지사가 ‘모든 실국의 사업 예산과 관련해 집중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불용 예산을 찾아 밑바닥부터 긁어 모으는 작업이다. 세수 감소가 도민 생활에 체감되는 데는 약간의 시차가 있다. 하지만 그 간극이 크지 않고 추경 편성이 이미 그 신호탄이 됐다. 10년 전인 2013년 기억이 있다. 그때도 감액 추경이 있었다. 많은 사업들이 축소, 지연, 백지화됐다. 당연히 피해 보는 도민이 있는 사업들이었다. 그 상황이 10년 만에 반복되는 것이다. 전직 경제부총리 김동연 지사의 지혜를 기대한다. 긴축, 조정, 선택을 그가 주도적으로 정리하며 잘 풀어가기를 기대한다.

[사설] 경기도만 34세까지, 청년나이 상향 불이익 없게 해야

정부가 사회초년생 등 저소득 청년을 위한 ‘청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 사업’을 26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보증료 지원사업은 전세사기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청년·신혼부부 등의 전세보증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1월1일 이후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한 전세보증금 3억원 이하, 연소득 5천만원(신혼부부 7천만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 임차인이 지원 대상이다. 분양권이나 입주권을 보유한 경우에는 지원하지 않는다. 총 지원 규모는 122억원이다. 청년 연령은 각 지자체 조례에서 정하는 기준에 따르고 있다. 이 조건을 갖추면 최대 30만원의 보증료를 받게 된다. 그런데 청년 나이 기준이 지방자치단체마다 제각각이다. 경기도와 부산시는 만 34세 이하, 전남은 만 45세 이하, 그 외 지역은 만 39세 이하로 돼 있다. 조례상 청년 나이를 낮게 규정한 지자체에선 상대적 불이익을 받게 됐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35세 이상 1인 가구는 혜택을 못받아 금전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전세사기 피해자의 상당수가 20~30대 청년 1인 가구로 드러났다. 경찰이 전세사기 특별단속을 한 결과, 확인된 피해자 중 30대가 31.4%, 20대가 18.5%였다. 이에 정부가 청년들에게 전세보증료를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경기도는 ‘경기도 청년기본조례’에 청년 기준을 만 19~34세으로 규정했다.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낮다. 16개 시·도는 18·19세에서 최대 45세로 설정했다. 인구 유출이 고민인 전남은 지난 4월 청년의 상한 연령을 39세에서 45세로 확대했다. 부산시는 18~35세에서 지난달 18~39세로 변경했다. 다만 바뀐 조례가 아직 시행되지 않아 이번 전세보증료 지원은 못받는다. 경기도도 청년기본조례를 개정해 청년의 상향 기준을 높여야 한다. 올해 동탄, 구리 등 도내에서 전세사기가 대거 발생했다. 하지만 청년 기준이 낮아 상당수 청년들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증료 지원을 받지 못한다. 청년기본조례는 청년 정책의 근간이 된다. 일례로 ‘경기도 청년예술인 육성 및 지원 조례’ 대상자는 ‘경기도 청년기본조례’에 명시된 19~34세다. 창작공간 등의 지원에서 35세 이상 예술인은 행정 수혜를 받을 수 없다. 타 지자체에서 경기도로 이사한 35세 이상은 손해다. 경기도는 청년기본조례의 모법인 청년기본법에 19~34세로 돼 있어 이를 따른 것이라 한다. 하지만 경기도만 낮게 규정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상대적 불이익에 대한 불만과 혼란도 크다. 경기도에 산다는 이유로 손해를 보면 되겠는가. 청년 나이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사설] 복구현장 찾기보다 국회서 수해방지 법안 처리해야

최근 내린 폭우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다. 인명 피해와 함께 각종 시설물이 침수·파손됐고, 농작물 피해도 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오전 6시 기준 잠정 집계된 시설 피해는 1만2천356건이다. 공공시설 피해는 도로·교량 1천315건, 소하천 942건, 산사태 845건, 하천 632건 등 모두 8천416건이다. 사유시설로는 주택 2천85채가 침수되고 213채가 파손됐다. 물에 잠긴 상가와 공장은 685동에 이른다. 농작물은 3만5천36.8ha가 침수되고 농경지 612.7ha가 유실·매몰됐다. 355.8ha는 낙과 피해를 봤다. 축사와 비닐하우스는 59.9ha 파손됐고 가축은 87만2천마리가 폐사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인명피해다. 사망 47명에 실종 3명, 부상 35명이나 된다. 집을 떠나 일시 대피한 누적 인원은 1만2천928가구 1만9천644명이다. 이 중 1천36가구 1천637명은 마을회관과 학교, 교회 등에 머문 채 아직 귀가하지 못하고 있다. 폭우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수해 현장을 찾아 복구 봉사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주민들은 “사진 찍으러 왔냐”, “정치쇼” 운운하며 곱지 않은 시선이다. 국회에서 수해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데 따른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들어 침수방지 대책 등을 담은 수해방지 관련 법안이 최소 27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권이 반복되는 ‘극한 호우’ 피해에도 관련 법안 입법에 미적거리면서 피해 예방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다. 여야는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50명이나 되자 뒤늦게 관련 법안을 27일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수해방지 관련 법은 하천법 개정안 11건, 건축법 7건, 재난안전관리법 개정안 2건 등 최소 27건이 국회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이들 법안은 서울 등 10개 시군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던 지난해 8월 중부권 집중호우, 경북 포항·경주 지역에 큰 피해를 입힌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직후에 대부분 발의됐지만 세간의 관심이 줄어들자 국회 논의도 멈춰 버린 상태다. 지난해 10월 침수대비 시설 의무화 법안(건축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 법안은 국토위에 상정만 된 채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침수방지 시설의 유지 관리 규정을 강화하는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안도 행안위에 상정만 되고 역시 한 번도 다뤄지지 않았다. 여야는 발의된 수해방지 관련 법안들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하루빨리 검토해 처리해야 한다. 수해복구 현장을 찾아 민폐를 끼칠 게 아니라, 국회에서 재난 방지와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사설] 원희룡, 이번에는 남양주 출마설/‘양평 백지화’ 결자해지부터 하라

이번에는 남양주 출마설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 관련이다. 남양주 현역은 갑·을·병 모두 민주당이다. 국민의힘에서는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거물이 필요하다. 원 장관 투입설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다. 지역구를 남양주병으로 특정하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이곳 조직위원장에 9명이 접수했다. 이번에도 선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그 역시 원 장관 투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주광덕 남양주 시장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한다. 원 장관의 경기도 출마설이 새로울 것은 없다. 이미 고양, 수원, 성남, 김포 등이 거론된 바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관련 해프닝도 있었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있었던 심상정(고양시갑)의원과의 신경전이다. ‘고양갑에 출마하나’(심). ‘심 의원과 대결하면 영광이다’(원). 원 장관에게 이달 초 국토부 출입기자들이 또 물었다. 이번에도 여유가 있었다. ‘제 출마설이 도는 곳이 현재 15곳을 ‘돌파’했다.’ 농담이 섞여 있다. 듣는 도민들 불쾌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양평 군민 속 터지고 있다. 멀쩡히 추진되던 고속도로 사업이 사라졌다. 엄밀히 보면 ‘영부인 특혜 의혹’ 때문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사업 백지화하라고 한 적 없다. 원 장관이 선언한 백지화 때문이다. 양평 군민에게는 이 백지화가 피를 말린다. 의혹 규명보다 고속도로 공사 재개가 더 절박하다. 이 책임은 당연히 원 장관 것이다. ‘15곳을 돌파했다’며 자랑 섞어 농 던질 때인가. 철이 없나. 아니면 생각이 없나. ‘장관직은 물론 정치 생명도 걸겠다’. 그가 스스로 백지화에 붙였던 조건이다. 이런 기개에 찬사를 보낸 이들도 있다. 야권을 향해 띄운 승부수라는 평가도 많았다. 그런 기개 또는 승부수가 한 달 다 돼 간다. 뭐 됐나. 바뀐 게 없다. 야당의 의혹 제기는 여전히 극렬하다. 국토부 해명은 시원찮거나 한 발 늦는다. 엊그제는 국토부에서 ‘백지화는 충격 요법’이란 워딩이 나왔다. 사업 재개에 대한 의중이라 풀이됐다. 장관직을 왜 걸었고, 정치 생명은 왜 걸었는가. 정치를 하고 싶은가. 그 무대가 혹시 경기도인가. 그렇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양평 사태’의 수습이다. 야권의 가짜뉴스를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정권과 무관함을 밝혀야 한다. 또 하나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공사 재개다. 그가 선언한 백지화이니 그가 백지화해야 한다. 빠를수록 좋고, 가짜뉴스 증명보다 앞서도 좋다. 출마 말장난은 그 다음에나 해볼 일이다.

[사설] 노인학대 전문 기관·인력 부족, 마냥 방치할 건가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2050년쯤에는 한국이 가장 나이 든 나라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다. 우리나라는 2018년에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2025년부터 초고령사회가 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뒀는데 노인 관련 각종 지표는 낙제점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OECD 국가 중 1위다. 노인자살률도 OECD 국가 중 1위다. 육체적 질병과 정신적·경제적 어려움 등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빠르게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지원하는 정책이 뒤따르지 못하는 현실이다.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노인학대다. 보건복지부의 ‘2021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37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사례는 1만9천391건으로 전년 대비 14.2% 증가했다. 경기도에서도 매년 수천건의 노인학대가 발생한다. 도내 노인학대 신고는 2018년 1천855건, 2019년 2천151건, 2020년 2천427건, 2021년 2천732건, 지난해 3천51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하지만 노인학대를 담당하는 전문 기관과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노인학대 관련 업무는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맡고 있다. 여기에서 노인학대 신고 접수와 현장 조사, 방문·내방 상담, 학대 예방 활동 등을 한다. 도내에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수원, 성남, 부천, 고양, 의정부 등 권역별로 5곳에 위치해 있다. 한 기관 당 5개에서 7개 지역을 관할한다. 전문기관 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기관별 9명씩, 45명이 전부다. 지난해 기준 상담인력 1명이 약 67건의 노인학대 사례를 관리했다. 인력 부족으로 학대 유형은 갖가지인데 세심한 관리를 못하는 상황이다. 사후관리도 제대로 안 되고 있다. 학대 행위자와 피해자 격리를 위한 학대피해 노인전용쉼터가 부족하다. 도내 전용쉼터는 의정부와 부천, 용인 등 세 곳이 고작이다. 학대피해 노인전용쉼터에선 노인을 분리시켜 보호하고 심신치유 프로그램, 법률 상담 등을 한다. 입소 기간은 4개월에서 최대 6개월이다. 전용쉼터는 한 곳당 5명씩만 수용이 가능해 시설이 크게 모자른다. 세 곳의 전용쉼터로는 격리를 원하는 학대피해 노인을 감당하기 어렵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보건복지부에 학대피해 노인 누구나 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각 지자체에 노인전용쉼터 설치를 권고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학대피해 노인을 위한 전용쉼터를 늘리고, 학대를 막기 위한 사회적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사설] 양평군, 경기도의 감사 착수 납득할까/정치 중립 위반, 남양주 정치 감사 추억

경기도가 양평군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대상은 군(郡) 일부 공무원들의 근무태도다. 정치 중립 의무와 복무 규정 위반 혐의다. 감사 대상은 지주연 부군수와 공무원 10여명이다. 이번 감사청구자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 경기도당과 도의회 민주당이 감사를 요구했다. 21일 민주당 도당과 도의회 민주당 ‘서울~양평 고속도로 진상규명 TF’가 도 감사관실에 접수했다. 각하 사유가 없는 한 감사는 일단 진행되는 것이 맞다. 양평 고속도로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지난 9일 전진선 양평군수가 여의도 민주당사를 항의 방문했다. 민주당 규탄 기자회견도 열었다. 지 부군수와 공무원 10여명이 그 자리에 배석했다. 민주당은 ‘부군수와 공무원들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TF’ 소속 공무원 20여명도 감사 대상이다. 이들이 사업 재개 군민 서명 운동을 독려한 것이 공무원 복무규정 위반이라는 것이다. 도는 우선 내사 형식으로 혐의점을 확인하겠다고 한다. 그 후 규정 위반 등이 입증되면 처분에 나서겠다고 설명한다. 이쯤에서 민선 7기 남양주 감사가 떠오른다. 전형적인 정치 감사였다. 경기도가 재난 지원금을 지역 화폐로 지급하기로 했다. 지역 화폐는 이재명 지사의 대표적 정치 치적이었다. 이를 남양주가 거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감사 과정에서도 정치적 조사 논란이 있었다. 반발하는 남양주 공무원 16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부적절한 발단은 부적절 결론으로 끝났다. 헌법재판소가 ‘경기도 감사 잘못’을 결정했다. 도가 16명에 게 사과했다. 양평 감사에서도 정치 냄새가 진동한다. 의혹은 정치에 따라 쪼개진다. 어느 주장이든 내 편 아니면 상대편 주장이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고속도로 사업 재개에 대한 양평군민 소원이다. 양평 공무원은 이걸 받들었을 뿐이다. 감사 청구권자도 더불어민주당이다. 김동연 지사도 ‘의혹’에 의견을 더했다. 그의 발언 역시 상대 정파 눈에는 감사 대상이다. 이런 와중에 탈(脫)정치 감사 결과를 낼 수 있겠나. 민선 8기 김동연호 감사팀 출범 1년 돼 간다. 출범 초기 한 관계자가 말했다. “민선 7기 남양주 감사는 잘못된 것이었다. 민선 8기는 그런 감사 하지 않겠다.” 소신 있어 보여 좋았다. 그런 감사팀에 정치권이 던진 건이 올라왔다. 어느 쪽을 택해도 정치에 휘말릴 건이다. 소신 있게 다룰 수 있겠나. 경기도지사, 양평군수를 걱정하는 건 아니다. 정치와 무관한 경기도 감사팀, 양평군 공무원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사설] 안성, 2조4천억 반도체 소부장 산업 품다/정치권 역할 평가하고 정부 결정 환영한다

소재 부품 장비 업종을 소부장 산업이라 한다. 우리 산업의 중심인 제조업의 뿌리다. 반도체 소부장 산업은 특히 그렇다. 그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 2019년 7월이다.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를 겪으면서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자립의 절절함이 제시됐다. 2020년부터 정부가 소부장 으뜸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이 역시 2019년의 ‘소부장 산업 위기’가 낳은 교훈이다. 이 중요한 소부장 산업 중심지가 경기도로 결정됐다. 안성시 보개면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일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를 지정해 발표했다. 안성시 보개면 동신리 일원이다. 157만㎡ 규모에 사업비 6천747억원이 투입된다. 2026년 착공하면 2030년 준공될 계획이다. 안성 지역이 얻게 될 경제 효과가 엄청나다. 생산유발 효과만 2조4천4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도 1만6천여개로 추정된다. 안성 지역 역사에 남을 대규모 산업 기반 입지 사업이다. 지역민에 돌아갈 이익이 크다. 우리도 정부의 이번 지정을 환영한다. 아울러 지극히 합리적 결정이었음을 높이 평가한다. 용인과 평택은 세계적 반도체 집적 단지다. 이번에도 정부는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 특화단지로 용인과 평택을 지정했다. 용인 남사(삼성전자), 용인 원삼(SK하이닉스), 용인 기흥(삼성전자), 평택 고덕(삼성전자)이다. 이와 인접해 있는 안성이다. 세계적 반도체 집적단지와의 접근성에서 단연 이로운 지역이다. 여기에 무한한 가능성도 감안됐을 것이다. 이쯤에서 아주 현실적인 평가도 하고 갈까 한다. 유치를 위한 지역의 노력이다. 앉아서 챙긴 결과가 아니다. 치열했던 경쟁이 있었다. 고양, 성남, 평택, 오산도 도전했었다. 평택은 반도체 산업단지 해당 지역이다. 대단지 접근성에서는 오산도 유리했다. 고양과 성남은 노동력 인프라가 풍부했다. 그런데 정부는 안성을 택했다. 유치 과정의 노력이 인정돼야 할 것이다. 김학용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과 김보라 시장의 노력이 평가 받아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다. 삼성전자 수원 시대부터 견인해온 역사다. 하이닉스 이천 시대가 SK로 이어져온 역사다. 위대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경기도의 힘이다. 스쳐가는 정치가 섣불리 논하지 못할 숭고한 역사다. 반도체 소부장 단지 결정이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 위대한 경기도에 힘을 보태는 역사가 됐다. 정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반도체 특화단지 용인·평택 지정을 환영한다. 특히 반도체 소부장 특화단지 안성 지정을 환영한다.

[사설] 교권보호 없으면 교육의 미래 없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소재 서이초등학교에서 2년 차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자살 사건이 교육현장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교사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A씨는 학생의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던 중 일부 학부모의 지속적인 민원과 압박에 시달렸다. 특히 한 학부모는 자신의 딸이 화장실에 가는 것까지 수시로 체크하고, 수업시간에 자리까지 정했다고 주장했을 정도로 지속적으로 A씨를 위협하고, 또한 집에서 자살하면 개인사로 처리된다고 말했다는 의혹도 인터넷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최근 학생 간 갈등으로 학부모로부터 교사들이 받고 있는 교권침해 실태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욱 심한 것은 교내에서 학생들로부터 교사가 폭행을 당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지난달 인천 소재 한 초등학교 특수반 학생이 교사의 머리카락을 잡고 넘어뜨려 교사가 크게 다친 사건도 발생했다. 이와 같은 교권 침해 사례는 최근 5만건이 넘는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으로 잠잠했던 교권 침해 건수가 2021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해 지난 해 상반기에만 1천500여건이 발생했다. 교권침해 유형으로는 학부모의 갑질 등 모욕이나 명예훼손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으며, 상해와 폭행도 약 10%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학교 당국은 물론 교육청과 같은 상급기관도 교권보호에 대해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 교사들의 사기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 교권침해를 당한 억울한 교사가 소송을 제기해도 교육청이 소송비를 제공한 것은 최근 4년간 불과 31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중간에 명예퇴직하는 교사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난 5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05년 교사 명예퇴직자 수는 879명이었지만, 2021년에는 무려 7.5배 수준인 6천594명으로 교권침해를 주요 요인으로 들고 있다. 이번 서이초 여교사 사망 사건은 우리에게 한 명의 젊은 교사가 교권이 침해된 현장에서 얼마나 힘든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 등 수사당국과 교육청은 철저하게 조사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함은 물론 교권을 침해한 학부모에 대하여는 고발조치해야 한다. 교권침해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 교원지위법을 개정,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처리 방안을 규정해야 한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21일 교원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정당한 교육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학생인권조례를 등을 정비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해 교권보호에 최선을 다 해야 된다고 밝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부모와 교사 간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통과 협력을 이루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교권보호가 없으면, 한국 교육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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