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화된 한·미·일 파트너십, 지속가능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국·미국·일본이 새로운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전기를 마련하는 3국 정상회의가 지난 18일(미국 현지시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정상회의를 열고 원칙·정신·공약 등으로 명명된 3개 문서를 공식적으로 채택, 한·미·일 3국의 새로운 협력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3국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the Camp David Principles)’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 ‘3자 협의에 대한 공약(the Commitment to Consult)’ 등 3개 문건은 한·미·일 3국 간 “역내 가장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력체로 진화할 것”이란 예고대로 안보와 경제에 걸친 21세기 신국제질서 형성에 기여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는 총론에서 뿐만 아니라 각론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최소 연 1회 3국 정상회의를 정례화함은 물론 안보실장·외교·국방·산업장관 회의도 연 1회씩 개최하기로 했다. 또한 연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 등 외교·국방 이외에 금융·산업·사이버·지역정책 등 전방위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3국 정상은 경제와 안보에서 위협이 발생하면 공동 대응에 나선다는 점을 명백하게 천명하고 이를 문서로 공식화한 것은, 이번 회의를 계기로 3국 협력관계가 한 단계 공고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3국 정상은 외교·안보·경제·기술 분야에서 수시로 협의하면서 한 몸처럼 움직이는 사실상 준(準)동맹 체제를 출범시킨 것이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한·미·일 정상회의는 총 12회 개최됐으나, 모두 다자회의 무대에서 열렸다. 따라서 처음으로 역사적인 장소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3국 정상회의만을 위해 별도로 모인 것은 3국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해 신냉전 국제질서에 대항하기 위한 협력체제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담 합의를 계기로 한국은 명실상부하게 미국과 일본의 대등한 파트너로 동아시아는 물론 신냉전 국제질서 구축의 동반자가 됐다. 그동안 3국 관계는 각국의 정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고 변동이 심했다. 이제 한·미·일 3국 관계는 새로운 미래를 위해 설정되어야 한다. 한·미·일 3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문서화된 합의를 바탕으로 제도화된 시스템을 구축,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가능한 협의체로 발전시켜야 한다.

[사설] 이재명은 방탄 국회 포기 약속 지키고/정치권은 이참에 불체포특권 폐지하라

진부하기 그지없다. 그래도 얘기해 보자. 불체포특권은 국회의원의 권한이다. 회기 중에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비회기 중 체포 또는 구금 됐어도 회기 중에는 석방된다. 현행범이 아니고 국회 요구가 있으면 그렇다. 행정부의 부당한 압박을 막자는 취지다. 국회의원의 자주적인 활동을 보장하려는 장치다. 더 진부한 얘기까지 하자. 이게 비리 의원 보호 장치로 변질됐다. 임시국회 열어 영장을 무력화한다. 국민이 없애라 해도 안 없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에서 백현동 배임 의혹 조사를 받았다. 소환 당시 피의자 신분이다.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있다. 이 대표 스스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했다. 이미 성남FC 사건과 관련 영장 청구가 있었다. 그 영장은 방탄국회가 막았다. 그 후 민주당 혁신위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권고했다. 당 지도부가 방탄국회 포기로 화답했다. 물론, ‘정치적 탄압은 예외’라며 출구는 남겼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이 대표 스스로 방탄국회 포기를 선언했다. 17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밝혔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다...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면 내 발로 출석해 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소환조사, 열 번 아니라 백 번이라도 떳떳이 응하겠다고도 했다. 회기 중 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정치꼼수는 포기하라고도 했다. 공개적이고 분명하게 발표했다. 대단한 결단이라고 치켜세울 일은 아니다. 밝혔듯이 성남FC 방탄국회를 활용했다. 혁신위 요구와 당 지도부 다짐도 있었다. 지켜보는 여론이 여간 매서워 지지 않았다. 현실적인 과제도 있다. 방탄이 또 통할 것이냐는 의구심이다. 성남FC 때도 당내 찬성표가 쏟아졌다. 당내 파열음은 그때보다 심해졌다. 동의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9월 정기국회는 회기 쪼개기가 불가능하다. 이 대표에게 득될 것 없는 표결이 다가오는 셈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 방탄 포기라는 지적이 많다. 그렇더라도 우리가 부여할 의미는 있다. 이번 선언이 불체포특권 폐지로 이어지기 바란다. 관련 법을 없애 버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에 앞서 실질적인 사문화(死文化)로 접어들었으면 좋겠다. 눈앞의 관전 포인트는 정치인 이재명의 사법적 운명이다.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 남을 역사는 불체포특권의 운명이다. ‘이재명 사건이 불체포특권 없앴다’는 역사가 훨씬 중요하다.

[사설] 차별받는 내부장애인, 인식 개선과 지원 절실하다

소수집단 안에도 또 다른 소수가 존재한다. ‘내부장애인’도 그중 한 집단이다. 지체장애나 시각·청각장애 같은 외형적 장애 외에, 겉으로는 비장애인처럼 보이지만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에는 내부장애를 ‘몸속 장기에 완치되기 어려운 장애나 질병으로 장기간에 걸쳐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는 장애’라고 규정하고 있다. 심장, 신장, 호흡기, 간, 장루·요루. 뇌전증(간질) 장애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내부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은 크게 떨어진다. 법적 장애인이 된 지 20년 가까이 되지만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내부장애인 수는 해마다 느는데 의료서비스는 물론 복지 혜택이 턱없이 부족하다. 상당수 내부장애인들이 고립된 채 편견과 무관심 속에 살아간다. 지난해 기준 전체 등록장애인 263만3천26명 가운데 내부장애인이 15만635명으로 5.7%를 차지했다. 경기도의 내부장애인 수는 도내 장애인의 6%를 넘는다. 도내 내부장애인은 해마다 1천명 이상 늘고 있다. 2018년 3만2천830명(5.99%)에서 2019년 3만4천251명(6.11%), 2020년 3만5천839명(6.29%), 2021년 3만7천587명(6.49%), 2022년 3만8천928명(6.65%) 등 5년간 6천명 넘게 증가했다. 내부장애인은 요루 장애인을 빼고는 외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지속적 증가에도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미흡하다. 장애가 아닌 질병을 앓는 환자로 보는 시선이 많아 각종 지원에서 배제돼 있다. 경기도에서 내부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제도는 심장과 신장 장애인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연간 150만원의 치료비가 전부다. 호흡기, 간, 장루·요루, 뇌전증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 심장·신장 장애인에 대한 연간 치료비도 턱없이 부족하다. 내부장애인들은 증상에 따라 약값으로 한 달에 수십만원, 치료비로 최대 수백만원을 지출한다. 하지만 상당수가 기초생활수급자여서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이 지난해 ‘신체내부기관 장애인의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으나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률안은 내부장애인의 지원을 위한 관리, 교육, 사회적 인식 개선, 활동지원사 지원, 소득 보장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통합적 지원체계 마련을 위해 내부장애인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내용을 담았다. 내부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과 편견에 사회에 나서지 못하고 숨어 지내는 경우가 많다. 내부장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이해·배려가 필요하다. 이들의 특성에 맞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법안 통과도 절실하다.

[사설] 교사를 더 이상 아동학대범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

무너지는 교권 현장에는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있다. 똑바로 앉으랬다고, 책상을 정리 하랬다고, 떠들지 말랬다고 등등의 이유로 ‘아동학대’라고 신고한다. 친구와 놀다가 팔이 긁힌 아이를 화해시켰다고 신고 당한 교사도 있다. 학부모가 교사의 말을 녹음해 오라며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보내는 경우도 있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사례들이다. 상대를 괴롭힐 목적으로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신고를 남발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일단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가면 교사는 학생과 분리한다는 명목으로 직위해제되거나 휴직으로 내몰린다. 무분별한 신고로부터 교권을 지켜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어떤 교사든 아동학대범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과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특수교사 고소 등 교권침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교사들의 불만과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학생 생활지도나 훈육도 아동복지법상 학대로 취급받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최근 5년간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고발돼 조사받은 사례가 모두 1천252건에 달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53.9%(676건)가 무혐의 종결이나 불기소 처분됐다. 절반 이상이 재판까지 가지 않고 무혐의 종결이 날 정도인데 무턱대고 고소·고발을 하는 것이다. 교사들이 고소·고발을 당해 아동학대범으로 몰려도 학교와 교육청은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 골치 아픈 일이 또 생겼다는 식이어서, 교사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억울하게 직위해제되는 교사도 있고, 이런 학교 현장에 혐오를 느껴 교단을 떠나는 교사도 있다. 대처 매뉴얼을 만들고,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청에서 먼저 정당한 교육활동인지를 판별하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와 여당이 교권 회복 및 강화를 위한 방안을 지난 14일 내놨다. 학부모 민원은 앞으로 해당 교사가 아니라 학교장 직속의 민원대응팀이 맡도록 하고, 교권침해로 전학 이상의 조치를 받은 학생에 대해선 그 내용을 학교생활부에 기재토록 하는 내용이다. 교사의 학생 생활지도는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정당한 것으로 간주해 아동학대 논란의 굴레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조사나 수사에서는 사전에 교육청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있다. 교사들이 더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도록, 잠재적 아동학대범에서 벗어나도록 교권 회복 조치가 시급하다. 부처 간 긴밀한 협의와 신속한 입법이 필요하다. 교사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사설] ‘재난사태 선포권’ 시도 이양, 실용적 대응·관리 필요하다

지난 3월28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105차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서 국가 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중대 재해감축 로드맵이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국가재난 안전관리 시스템을 현장에서 작동하는 재난 안전관리체계로 전환하고, 시·도지사에게 ‘재난사태 선포권’을 부여한다는게 골자다. 지역·현장의 재난관리 권한과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다. 17개 광역지자체에 재난사태 선포권을 넘겨 준다는 얘기는 처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2015년 업무계획에 재난사태 선포권의 지자체 이양을 명시한 데 이어 지난해 이태원 압사 참사를 계기로 올해 4월 이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시·도에 재난사태 선포권 이양은 지지부진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명시된 ‘재난사태 선포권’은 재난경보 발령, 인력 장비 및 물자 동원, 대피명령, 공무원 비상소집, 이동자제 권고 등의 권한을 의미한다. 현재 행안부 장관이 권한을 갖고 있다. 재난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전례없는 재난과 마주하며 살고 있다. 최근 550㎜가 넘는 극한 호우로 댐 범람, 둑 붕괴, 산사태, 지하차도 침수 등으로 다수의 사망·실종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서울과 포항의 침수, 이태원 압사 사고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재난이 있었다. 앞으로 또 어떤 극한 재난이 닥칠지 모른다. 각종 재난의 신속한 대처를 위해 시·도에 재난사태 선포권이 이양돼야 한다. 지금의 국가주도 재난 대응체제로는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처가 어렵다. 일례로 한 시·군에서 재난이 발생할 경우 현재는 협조 차원에서 인근 시·군의 공무원 및 물자 지원 등이 이뤄진다. 하지만 시·도지사가 재난사태 선포권을 갖게 되면 협조 차원을 넘어 지시에 따른 신속한 지원을 할 수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난안전법 개정안을 통해 광역지자체 이양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1년째 국회에서 표류 상태다. 국회 행정안전위는 ‘시·도지사가 시·도위원회 심의를 거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등 절차가 이원화됐다’는 검토 보고서를 냈다. 재난 현장의 기관 상황 보고 대상은 많으면 안 된다. 골든타임 대응·복구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행안부는 재난 선포권을 광역지자체에 이양하려면 우려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재난 사태는 초동 대응이 중요하므로 지자체가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시·도 이양은 지방분권 차원에서 옳은 방안이지만 재난 대응에 대한 판단 능력을 높이는 등 전문성과 인프라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설] 中 유커 온다, 인천·경기 준비됐나

12일 낮,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이 왁자지껄했다. 중국을 출발한 국제여객선을 타고 온 중국인 118명이다. 84명은 중국인 유커(游客·관광객), 나머지는 따이궁(代工·보따리상)이다. 중국 카페리 입항이 사라진 것은 지난 2020년 1월이다. 3년7개월 만의 입항이다. 같은 날 비슷한 장면이 보여진 곳이 또 있다.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이다. 다이궁 48명이 웨이하이에서 출발한 카페리를 타고 들어왔다. 화물만 오가던 평택항에 중국인이 왔다. 중국 관광객·보따리상의 입국은 즉각적이다. 한한령을 해제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왔다. 중국내 한류 금지령은 2017년 3월이다. 우리 정부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에 대한 보복이었다. 관광의 큰 줄기는 그때 막혔고, 코로나 때 완전히 끊겼다. ‘사드 규제’로 보면 6년여, ‘코로나 규제’로 보면 3년여다. 그 폐쇄령을 중국이 전격 해제하고 첫 주말이었다. 인천에 중국 관광객이 들어왔다. 평택에 중국 보따리상들도 보였다. 역시 최대 수혜지는 제주와 서울이다. 한한령 이전 한 해 평균 300만명이 찾던 제주도다. 크루즈, 카페리 등 연결망이 곧 복구된다. ‘명동 유커’로 불리는 서울 역시 최대 수요처다. 인천과 경기도 역시 못지않게 중요한 수혜지다. 본보가 개항 이후 첫 주말을 ‘니하오 인천’이라고 표현했다. 역사문화의거리의 인천근대박물관에 중국인이 몰렸다. 단체 사진을 찍는 유커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화교중산중학교, 인천개항박물관, 인천자유공원도 북적였다. “중국 관광객이 인천 곳곳의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기고 있다는 게 체감된다.” 지주현 인천시소상공인연합회 사무처장이 전하는 분위기다. 인천에서의 ‘유커맞이’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이런 현상이 경기도에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평택항은 원래 유커보다는 따이궁 비중이 컸다. 그 다이궁 움직임이 분명히 나타난 것이 다행이다. 다이궁이 지역사회에 주는 경제 효과는 크다. 대중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관건은 그 외 경기도 지역이다. 대표적인 중국 관광객 수혜지로 용인특례시가 있다. 에버랜드는 여전히 중국인들이 찾는 위락시설 1위다.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할 시설이라는 특이점이 있다. 이와 연계된 용인지역 관광상품이 많다. 신속히 점검해야 할 것 같다. 수원특례시도 중국 관광객 수가 많았던 곳이다. 화성(華城), 왕갈비, 통닭거리 등이 뜨거운 명소였다. 기다리는 관광보다 찾아가는 관광이 필요한 시점이다. 짧게는 ‘코로나 3년’ 폐쇄였다. 실질적으로는 ‘사드 6년’ 폐쇄였다. 짧은 시간이 아니다. 관광 패턴이 바뀌었을 수 있다. 유커들의 움직임, 기호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어찌보면, 그래서 모든 시·군에 열린 기회다. ‘유커 확보 행정’을 겨뤄볼 새로운 출발선이다.

[사설] 갈취·협박 노조범죄자들 줄줄이 집유 석방/尹 정부 노동 정책과 법원의 온도차 크다

1억5천만원 뜯어낸 건설노조 간부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전국통합연대건설노동조합 건설현장분과 간부 A씨다. A씨는 광주지역 등 건설업체 24곳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했다. 건설 현장 앞에서 여러 차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또 안전 미비 사항을 거론하며 업체 관계자들을 협박하기도 했다. A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이다. 내려진 1심 선고 형량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다. 성남지원 형사단독 판결이다. 건설 현장에서 벌어진 전형적인 협박, 갈취다. 대표적인 부당 노동 행위로 적발된 사례다. 경기도 일대 사회적 공분도 적잖이 컸다. 그 1심 결과가 집행유예다. 사건을 획일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형량의 경중을 섣불리 재단할 일도 아니다. 하지만 판결 결과에 모아지는 여론 또한 현실이다. 판결을 귀속해도 안 되지만 무시해도 안 될 대중의 목소리다. 11일 판결 이후 많은 목소리가 나온다. 혐의에 비해 너무 가벼운 형량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많다. 같은 11일, 유사한 재판이 또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판결이다. 한국연합건설노조 위원장과 해당 노조 경인서부 본부장 사건이다. 혐의는 성남지원 사건과 비슷하다. 건설 현장에서의 협박, 채용 강요, 금품 갈취다. 모두 19개 업체를 협박했다고 기소돼 있다. 이런 협박을 통해 917명을 고용하게 했다고 한다. 내려진 선고 형량은 두 명 모두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4년이다. 역시 집행유예다. 이 판결에 대한 의견도 많이 붙는다. 비판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과의 확연한 온도차다. 두 사건 모두 유무죄에 대한 이견은 없다. 다른 것은 비난 가능성, 처벌의 정도다. 물론 집행유예가 가능해 보일 상황은 있다. 성남지원 사건의 경우 ‘합의를 위한 노력’이 엿 보인다. 피해 업체 24곳 중 19곳과 합의했고, 나머지 피해 사실은 공탁했다. 서울중앙지법 사건의 경우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 표시가 확인된다. 집행유예로 낮춰주는 사유가 된 듯하다. 바로 이 부분에 본질이 있다. 검찰은 강력 반발한다.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비난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노동현장 정화에 손을 댄 이유이기도 하다. 반(反)사회적 범죄, 공정질서 훼손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런 기조와 분위기가 다른 법원 판결이다. ‘합의’ 또는 ‘합의를 위한 노력’만으로도 형량을 감경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범죄로만 보는 듯하다. ‘반사회성’에 대한 비중이 크지 않은 듯하다. 같은 날 두 판결이 이랬다. 분명한 차이로 보인다. 앞으로도 판결은 이 추세를 보일 수 있다. 노동 현장 범죄가 계속 풀려 날 수 있다. 그걸 보는 피해 기업들은 위축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흔들릴 수 있다.

[사설] 국격 추락시킨 잼버리대회, 철저한 부실 책임 진상규명해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지난 11일 폐영식과 케이팝 콘서트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 각국의 청소년들의 축제인 잼버리대회를 통해 케이팝 등 한국문화는 물론 경제발전상을 알려 국격을 제고하려 했던 목적과는 달리 국제적 망신을 당해 오히려 국격을 추락시킨 행사가 됐다. 2017년 여름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확정됐는데, 지난 6년 동안 무려 1천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대회 준비가 무엇을 했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실했다. 갯벌에서 개최됐는데, 이를 제대로 매립하지도 않아 나무 한 그루 없는 땡볕 야영장에서 수백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하고, 해충에 물려 상처투성이가 된 자녀들의 모습을 본 부모들의 원성은 세계 언론을 통해 알려졌으니, 이 얼마나 국가 망신인가. 세계에서 화장실 문화가 가장 발달해 외국에서 견학까지 올 정도인데, 행사장에 설치된 화장실은 아프리카 최빈국의 화장실보다도 지저분했다. 샤워시설도 엉망이고 식사는 왜 그리 부실한가. 시리아와 예멘에서는 대원들도 오지 않았는데,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숙소와 음식 제공을 요청한 조직위는 도대체 무슨 행정을 했는지 의문이다. ‘카눈’ 태풍을 핑계로 야영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새만금에서 행사를 계속했더라면 과연 또 어떤 사고가 발생했을까를 생각하면 끔찍하다. ‘카눈’ 태풍 덕분에 새만금에서 철수해 전국으로 대원들을 분산·배치하고 경기도, 인천시를 비롯한 지자체, 경기대, 아주대, 인천대, 인하대 등 대학, 그리고 삼성, 포스코, LG, GS 등 대기업들의 협조로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 지자체·대학·기업 등은 준비 시간 부족에도 불구하고 총력을 다해 대원들을 위한 각종 행사를 마련했으며, 숙소 등 편의 제공에 최선을 다했다. 대한민국은 그동안 올림픽 등 국제행사를 수차례 성공적으로 개최,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이번 잼버리대회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면서 쌓은 명성을 일시에 추락시키고 오명만 남긴 최악의 행사가 됐다. 기대했던 수조원 경제효과는커녕 추가로 막대한 세금만 투입됐다. 잼버리대회가 왜 이렇게 엉망이 됐는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과연 잼버리대회를 왜 새만금에 유치했고 준비는 어떻게 했는지를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하지 말고 국정조사라도 실시, 진상 규명을 통해 다시는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사설] 안성서 또 공사장 붕괴, 빗속 콘크리트 타설 금지해야

안성의 신축 공사장에서 9일 또 붕괴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건설현장 사고와 부실공사가 잇따라 정부가 안전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공사 단계마다 지켜야 하는 원칙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후진국형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 안성의 사고는 옥산동 근린생활시설 공사장에서 발생했다. 9층짜리 건물 9층의 바닥 면이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8층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베트남 국적의 20, 30대 노동자 2명이 매몰돼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베트남 남성 2명은 형제지간이다. 형제의 ‘코리안 드림’은 건물과 함께 무너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가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바닥 면을 받치던 거푸집(가설구조물)과 동바리(지지대) 등 시설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해 붕괴한 것으로 추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화정 아이파크처럼 안전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콘크리트가 타설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측은 “현장 작업에 미숙한 외국인 노동자를 투입한 데다 태풍 소식에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무리하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인근 주민들은 지난 7월 폭우가 내릴 당시에도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해 노동자들이 위험해보여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폭우 당시 공사를 목격한 주민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작업을 계속해 언젠가는 사고가 날 것 같았다”고 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비가 올 때 타설을 하면 콘크리트 강도가 약해져 붕괴 등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콘크리트는 물과 시멘트의 비율이 중요한데, 비가 내릴 경우 강우량만큼 필요 이상의 물이 콘크리트에 들어가게 된다. 6명의 인명 피해를 낸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콘크리트 강도 부족이 부른 참사인데 같은 사고가 안성에서 또 일어나다니 참담하다. 현행법상 빗속 콘크리트 타설을 금지할 규제나 근거가 없다. 우중 타설이 콘크리트 강도를 떨어뜨린다는 게 명확한데도 법적 잣대가 없어 건설현장에선 마구잡이식 타설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콘크리트 양생에 필요한 철저한 강도 테스트 등 강우량에 따른 명확한 작업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 관련법 제정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더 중요한 것은 건설현장에서 스스로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공사기간 단축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목숨이다.

[사설] 정책지원관은 도의원 비서가 아니다

경기도의회 정책지원관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지난 5월 선발된 78명이 활동하고 있다. 임기제로 5년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78명 모집하는 데 342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4.4 대 1을 기록했다. 도의회 공모 요강에 역할이 나와 있다. 조례 제·개정, 예산 심의 등이다. 도의회 전문성 강화라는 취지도 설명돼 있다. 의정 활동 지원 전문가라고 밝히고 있다. 지방 의회의 숙원이었던 보좌관제의 전 단계다. 그때 일부에서 나온 우려가 있다. ‘지원자 스펙이 너무 화려하다’. 그랬다. 수원시의회 재선 의원 출신도 있다. 의회 상임위원장까지 했다. 의정부시의회 재선 출신 합격자도 있다. ‘연령이 너무 높다’. 이것도 사실이다. 합격자 가운데 3명이 60대 이상이다. 3명 모두 공직 유관 단체 출신이다. 이 중 한 명은 공공기관 1급(본부장급) 출신이다. 50세 이상이 전체 합격자의 20%가량이다. 제11대 도의회 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3세다. 이걸 두고 ‘옥상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때부터 예고된 불일치다. 정책지원관 역할 이해가 애매하다. 지원 공고는 이랬다. 경기도의회가 선발한 임기제 공무원이다. 지원자들도 그런 역할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도의원들의 이해는 다른 듯하다. 사실상의 보좌관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의원의 개인 비서로 여기는 시각도 엿보인다. 도의원 지역구 민원 해결에 동원한다. 의원 표창장 발급 업무도 시킨다. 이러니 지원관의 다양한 경험, 풍부한 식견이 되레 거북해지는 것이다. 실시된 지 3개월여다. 대단히 불안정하다. 언제 불거질지 알 수 없다. 때마침 의미 있는 화두가 등장했다. 정책지원관의 업무 분장 문제다. 유호준 의원(남양주6·더불어민주당)이 제기했다. ‘경기도의회 사무처 설치 조례’가 있다. 여기서 ‘정책지원관은 사무처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이들에게 일반행정지원 업무를 부여했다. 유 의원은 “상위법에 근거도 없는 일을 (지원관들이) 떠맡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지원관들은 근무실적에 따라 총 5년 범위에서 채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명확한 업무 분장이 안 된다면 자신의 실적과 전문성을 인정받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리 있다. 시의적절한 지적이다. 제도 도입 초기인 지금 살펴야 한다. 역할의 경계를 조례로 명문화해야 한다. 도의회, 도의원, 정책지원관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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