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활 건 탄핵 시간 싸움, 헌재는 심판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 돌발 화두가 등장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내란죄 공방이다. 논란의 시작은 민주당의 내란 혐의 철회다. 3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정형식 이미선 재판관 심리로 소심판정이 열렸다. 재판부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철회한다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국회 측은 “철회 주장이 맞다”고 답했다. 국회 측은 12월27일 준비기일에서 “철회”라는 견해를 냈다. 윤 대통령 법률자문단 윤갑근 변호사는 탄핵 소추가 무효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국회 의결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도 국회가 새로운 탄핵소추문을 작성해 탄핵안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 나라를 내란죄로 뒤집어 놓고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나경원), “탄핵 찬성파 여당 의원들은 입장을 밝히라”(윤상현), “찐빵 없는 찐빵이다”(권성동) 등의 비난들이 등장했다. 민주당이 반박에 나섰다.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것일 뿐이다”(한민수), “내란죄가 내란행위로 바뀌었을 뿐 거의 차이가 없다”(이성윤). 국민의힘 주장에 ‘정신착란적 주장’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여야가 다툴 새로운 화두의 등장이다. ‘내란죄 철회’는 민주당이 꺼냈고, 이 단어가 윤 대통령 측에 빌미를 제공했다. 이를 예견 못했을 민주당이 아니다. 그럼에도 들고 나온 이유가 있다. 민주당 측 모든 설명에 있다. 이성윤 의원은 “내란죄가 더 까다롭고 시간도 길게 걸린다”고 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내란 수괴 윤석열을 하루빨리 파면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철회’를 처음 주장한 27일 재판정에서도 ‘탄핵심판이 지연될 수 있어서’라고 밝히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마다 등장하는 ‘탄핵 심판 속도전’이다.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연결지어진다. 그런 국민의힘도 시간에 목맨다. 헌재 재판부는 내란죄 관련 주장을 서면으로 받겠다고 했다. 주장 자체를 막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 측이나 국민의힘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2월12일 담화에서 헌재 재판의 생중계를 요구했었다. 계엄에 이르게 된 과정을 시간을 갖고 풀어가겠다는 계산이다. 이런 여야의 탄핵 시간 싸움이 ‘내란죄 철회’로 시작된 것이다. 재판 속행과 재판 지연의 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싸움의 심판격(格)이 바로 헌재다. 그래서 헌재의 모든 결정은 도마에 오를 수 있다. ‘내란죄 철회’만 해도 그렇다. “헌재 안에 이재명 부역자 있나”(홍준표), “민주당과 헌재가 짬짜미를 한 것으로 해석한다”(주진우) 등의 저격이 등장했다. 헌재가 민주당 편을 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무조건 믿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 헌재가 할 일은 이런 오해의 소지도 없애는 것이다. 그러려면 모든 입장은 심리를 통해서만 생산돼야 한다. 그리고 그 전달은 재판정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 ‘헌재 공보관’이나 ‘헌재 관계자’는 결코 바람직한 메신저가 못 된다.

[사설] 화재 많은 겨울철, 철저한 예방만이 최선책이다

지난 금요일 경기지역에서 대소형 화재사고 3건이 발생했다. 대형 화재는 3일 오후 4시37분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지하 5층, 지상 8층 규모의 복합상가 건물에서 발생했다. 이용객이 많은 복합상가 건물에서 발생해 대형 참사가 우려됐지만, 다행히 소방 당국의 신속한 대처와 방화문으로 화재는 1시간 만에 진압됐고 사망자와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하에는 어린이 수영장까지 있어 큰 피해가 우려됐지만, 신속한 구조·대피로 큰 인명사고 없이 마무리됐다. 두 번째 화재는 3일 오후 6시50분께 경기 용인시 모현읍에 있는 플라스틱 공장 창고에서 발생했다. 이 화재 역시 한때 대응 1단계를 발령한 소방 당국은 오후 8시 40분쯤 큰 불길을 잡았지만, 불은 4일 오전 1시40분쯤에야 완전히 진화됐다. 이 화재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연기가 많이 발생해 용인시는 “인근 주민은 창문을 닫는 등 안전에 유의해 달라”는 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세 번째 화재는 3일 오후 8시30분께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상동의 13층짜리 복합상가 건물에서 발생해 20분 만에 진화됐고 11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겨울철은 화재가 많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특히 인명사고가 가장 많은 계절이다. 이에 소방청은 지난 11월부터 오는 2월까지 ‘겨울철 소방안전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낮은 기온과 건조한 날씨 등 계절적 특성에 따라 난방기구 사용과 실내 활동이 늘어나 화재 위험이 다른 계절보다 매우 높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겨울철(12월~다음 해 2월) 화재는 연평균 약 1만530건 발생해 725명의 인명 피해(사망 105명, 부상 620명)와 약 2천035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재에 따른 인명피해 비율은 사계절 중 가장 높다. 지난 3일자 경기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경기도내 많은 원룸촌이 화재 발생에 대비한 최소한의 소방시설조차 갖추지 않아도 되는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주로 원룸으로 공급되는 단독주택,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 화재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화재 예방을 위한 소방시설 설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법률상 의무만 존재할 뿐 실질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대다수 원룸 소유자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있어 실효성 있는 대책이 요구된다. 겨울철 화재 예방을 위해 소방당국의 철저한 안전 점검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소방시설법에서 규정한 의무 조항의 강화와 함께 처벌 규정의 제도적 정비 등이 요구된다.

[사설] 화성특례시만의 목표는 '화성과학기술인재특별시'다

화성시가 화성특례시가 됐다. 특례시는 기초자치단체 시에 부여되는 행정적 명칭이다. 인구 100만을 넘는 것이 기본 조건이다. 2021년 1월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의 제198조를 통해 특례시 규정이 신설됐다. 2022년 1월 13일 경기 수원시·고양시·용인시와 경남 창원시가 특례시로 출범했다. 당시 4개 특례시는 법 개정 당시 이미 100만을 넘어선 상태였다. 어찌 보면 이들 100만 도시를 염두에 두고 만든 성격이 강하다. 이 특례시에 화성시가 2025년 1월1일부로 진입한 것이다. 모든 지역에서 인구는 줄고, 모든 시·군이 비상이다. 이럴 때 100만 도시의 신규 진입은 현실적이지 않다. 바로 이런 확장을 화성특례시가 만들어낸 것이다. 이게 화성특례시가 기존 특례시와 다른 점이다. 인구가 팽창하는 유일한 화성, 산업 규모가 커지는 유일한 화성, 도시 개발이 진행되는 유일한 화성이다. 그래서 역동성이 크다. ‘2040년 160만’이라는 전망도 있다. 화성특례시 출범에 즈음한 슬로건이 나왔다. ‘특별한 시민, 빛나는 도시, 화성특례시’다. 좋다. 시정의 역점 둘 실천 목표도 제시됐다. 민생 경제 회복, 첨단 산업 육성, 문화·여가 인프라 확충, 균형 있는 도시 발전이다. 매우 적절하다. 좋은 특례시로 가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균형 잡힌 대도시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취지에 동의하고 성공을 기원한다. 여기에 더할 기대가 있다. 화성특례시가 가진 독보적 잠재력을 구현해낼 구호다. 그 힌트가 정명근 시장의 구상에 있다. 지난해 11월 공개한 ‘과학기술인재 특별시, 화성’ 구상이다. 첨단 산업의 두뇌들이 총집결된 화성시다. 세계 자동차 시장 점유율 3위의 현대차·기아차 연구소가 있다. 남양연구소를 거점으로 하는 세계 자동차 기술의 중심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의 한 축도 화성이 담당하고 있다. 이 두 첨단 산업에서 파생된 고급 두뇌들이 모두 화성에 집결해 있다. 4개 특례시가 따를 수 없는 여건이다. 정 시장이 밝힌 세부 약속도 있다. KAIST, GIST, DGIST, UN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을 모으겠다고 했다. 통합 연구 거점을 화성에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화성과학고, 마이스터고 설립을 통한 과학기술인재 특화 교육도 약속했다. AI 미래도시를 준비하는 시민, 공무원, 초중등 과학시술 및 정보통신 교육 확대도 선언했다. 우리는 정 시장의 ‘과학기술인재 특별시, 화성시’를 사실상 화성특례시의 첫째 미래 전략으로 평가한다. 화성특례시가 모든 걸 할 수는 없다. 국토균형이란 논리에도 맞지 않는다. 화성이 1등 될 수 있는 분야를 골라야 한다. 그것이 ‘화성과학기술인재특별시’다. 우리가 특례시 축하와 함께 화성에 부탁하는 미래다.

[사설] 윤 대통령, 저항하면서 쌓아가는 대응 법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한남동 관저 앞 지지자들에 전한 인사말 형식이다. “애국시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메시지에서 그는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나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상하시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안부도 곁들였다. 5년 전, 2020년 12월15일 동영상이 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총장 직무 배제를 당한 처지였고, 지지자들은 대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윤 총장이 출근하던 차에서 내려 시위대 앞으로 갔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며 인사말을 했다. “날씨가 추워지니까 이제 그만 하셔도 마음을 감사히 받겠다”며 인사를 전했다. 많은 국민들에게 겹쳐지는 대검 청사와 대통령관저 두 모습이다. 추운 날씨를 걱정하는 인사말까지 닮았다. 윤 대통령 측이 또 한번의 반전을 기대하며 그 출발 지점을 지지자들로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때문일까. 윤 대통령 주변에 지지자들도 많아졌다. 윤 대통령 측 대응에는 거센 비판도 따른다. 지지자를 통해 법 무력화를 시도한다는 지적이다. 2일 변호인단의 발표가 그런 비난을 더 했다. 공수처가 경찰 기동대를 동원해 체포에 나설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공수처에는 경찰 기동대를 지휘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동대가 나선다면 경호처는 물론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혹여 ‘시민 누구나’를 ‘지지자 누구나’로 해석하면 상황은 위험해진다. 요 며칠 언론에 등장하는 과거 사례가 있다.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와 이인제 전 자민련 의원 등의 예다. 구속영장 집행이 당원 지지자들의 저항으로 불발된 사건이다. 그러나 그 사건들이 사법 심판 자체까지 불능화시킨 것은 아니다. 당사자들은 결국 소환됐거나 기소됐거나 재판받았다. 윤 대통령에게도 사법 절차는 이미 시작됐다. 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체포영장 집행에 맞서고 있다. 주목되는 게 변호인 측 주장이다. 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음을 강조했다. 공소 기각을 주장할 논리다. 체포영장 발부에는 판사의 ‘형소법 110조·111조 적용 예외’ 기재를 반박했다. 영장이 위법했음을 주장할 논리다. 경찰 기동대 투입은 공수처법을 위반한 행위라고 발표했다. 체포 과정의 부당성을 설명할 논리다. 수사 착수, 영장 발부, 체포 연행의 전 과정에 위법 논리를 미리 쌓아가는 듯 보인다. 쟁송을 위한 법 기술은 소송 당사자의 권리다. 윤 대통령에도 당연히 그런 권리는 있다. 다만, 그 과정이 국민을 불안으로 내몰면 안 된다. “기동대가 나서면 시민 누구에게나 체포될 수 있다”는 변호인 주장이 딱 그렇게 비쳤다.

[사설] 살 돈도 버릴 돈도 없는 연탄, 서민 연료 맞을까

연탄은 돈 없는 서민에겐 생존의 불씨와도 같았다. 추운 겨울이면 연탄 후원에 생존을 의지했다. 그런데 이 온정의 손길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연탄 후원으로 취약계층을 돕고 있는 연탄은행이 있다. 2023년 10월 말까지 총 10만장의 후원이 있었다. 2024년 같은 기간 4만장이 후원되는 데 그쳤다. 지자체나 기업도 연탄 대신 반찬 후원, 이불·전기매트로 방향을 바꿨다. 한파가 극에 달하는 1월이다. 연탄 사용 가정에는 걱정이 태산이다. 연탄 단가는 이미 한 장당 900원까지 치솟았다. 더는 값싼 연료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만난 70대 어르신의 사정이 딱하다. 도시 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달동네’에 거주하고 있다. 연탄 소비량은 평소 8장, 추울 때는 12장이 필요하다. 매일 7천200원에서 1만800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어렵사리 100장을 구입해 놨지만 한 달치도 안 된다. 해마다 부족분을 후원에 의존했다. 연탄 후원이 급감하면서 이제 그 ‘공백’을 메울 방법도 없다. 경기일보 취재는 또 다른 측면도 조명했다. 태우고 남는 연탄재 처리 문제다. 연탄재는 일일이 비닐봉투에 싸서 버려야 한다. 부피·무게를 줄일 수 없는 불연성 쓰레기라서다. 돈이 없어 연탄도 충분히 사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들에게 폐기용 비닐 구입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지자체에서 나눠 주는 비닐의 도움이 컸다. 하지만 이마저 한계가 오고 있다. 현재 연탄재는 매립 외에 쓰임새가 없다. 연탄재를 처리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다가온 것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받은 연탄재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5천652t이다. 이 가운데 3천8t이 경기도에서 나왔다. 지자체별로는 의정부시, 노원구, 미추홀, 파주시 등이 많다. 화훼·축산 농가, 음식점, 군(軍)에서 발생한 연탄재까지 포함된 양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연탄재 매립의 한계를 불렀다. 이는 서민의 연료 문제가 됐다. 연탄 태울 돈도 없고 연탄재 치울 돈도 없는 서민 생활이다. 연탄을 대하는 행정에 닥친 딜레마다. 과연 서민의 연료로 연탄을 계속 봐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대체 서민 연료를 찾을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줄었지만 ‘연탄 봉사 온정의 손길’은 여전히 곳곳에서 이어진다. 푸근한 이웃사랑의 표본으로 계속 지켜만 봐도 좋을지 정말 걱정이다.

[사설] 人災 의혹 제주항공, 또 고장 나서 회항했다니

29일 참사 직후 제주항공이 내놓는 입장이 있다. 진행되는 정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분명하게 선을 그은 대목이 있다. 제주항공의 자체 책임과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항공기 정비 소홀 지적에 대해 전혀 아니라고 했다. 신규 노선 증가로 인한 무리한 운항도 없었다고 했다. 언론이 요구한 정비 이력 공개는 하지 않았다. 관련 자료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 생겼다. 제주항공의 동일한 기종이 하늘에서 회항했다.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된 것이다. 30일 오전 6시37분 김포공항을 출발한 제주행 7C101편이다. 이륙 직후 기체 결함이 안내됐고 7시25분 출발했던 김포공항으로 돌아갔다. 승객 21명은 불안을 호소하며 탑승을 포기했다. 제주항공 측은 “안전 운항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무안공항에서는 참사 현장이 채 정리되지도 않았다. 무안공항 참사 직후 일부 시민의 증언이 소개됐다. 지난 27일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에서의 시동 꺼짐 현상이다. 탑승하는데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가 끊어지면서 기내 전기가 꺼졌다고 했다. 엔진 시동음과 기내 전기가 꺼지는 일이 몇 차례 계속 반복됐다고 한다. 승객 여러 명이 물었지만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고 했다. 해당 비행기는 그대로 출발했고 무안공항에 도착했다. 같은 항공사에서 27, 29, 30일 연거푸 일어난 일이다. 참사 당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기체 점검 계획을 물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 관계자는 “어디에 이유가 있다고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도 제주항공의 다른 기체에 대한 점검 계획은 밝힌 바 없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제주항공 비행기가 랜딩기어 고장으로 회항했다. 제주항공 측은 그제야 머리 숙여 사과했고, 국토부는 서둘러 “항공안전감독관을 제주항공에 급파해 감독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29일 참사의 직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조류 충돌이 유력하다지만 현재로서는 논란이 많다. 양쪽 엔진과 유압장치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 이의가 있다. 화재 발생 원인도 활주로 마찰설과 오버런 추정이 충돌한다. 블랙박스는 많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에 맡기면 6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다. 제기되는 국민적 의혹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몇은 블랙박스 없이도 밝혀질 의혹이다. 29일 수사본부가 차려졌다. 투입된 경찰 인원만 264명이다. 통상 수사 착수의 형식은 압수수색이다. 만 하루가 지났지만 그런 얘기는 없다. 정비 소홀은 업무일지로 확인할 일 아닌가. 무리한 운항은 운항 기록과 여객기 보유로 확인될 일이다. 제주항공의 높은 항공기 가동률은 이미 수치로 확인됐다. 제주항공이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건 임의 제출이다. 흔히 봐온 강도 높은 경찰 수사나 정부 조사와는 거리가 멀다. 엄정한 수사로 국민 불안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그게 희생자 179명에게 경찰이 갖고 있는 도리다.

[사설] 사상 초유 대행의 대행 체제, 국회는 책임지고 해결하라

세계경제 순위 10위권의 선진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국격이 급격히 추락하는가 하면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가 탄생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초불확실성 정치 상황을 접하게 됐다. 한국 정치의 앞날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문제의 원초적 제공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다. 일단 12·3 비상계엄은 다행히 국회 의결로 해제됐으며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 여부는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따라서 국회는 이후의 정국 안정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함에도 대통령선거를 겨냥한 정치공학에만 몰두해 오늘과 같은 정치 파국 지경에 이르게 됐다. 지난 금요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추천 몫 헌법재판관 3명의 임명을 보류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가결했다. 이에 따라 한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 지 13일 만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과 국무총리 역할까지 1인 3역을 맡는 기형적인 체제가 등장했다. 그 여파는 가히 공포 수준이다. 국민들은 극도로 불안해하고 있으며 어려운 경제는 무너지고 있다. 환율은 한때 1천480원 선도 넘어섰으니 이는 금융위기 이후 15년 9개월 만의 최고치다. 대외 신인도가 추락하고 있으며 제2의 외환위기가 어른거리고 있다. 체감 경기는 최악으로 민생은 아우성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민주당은 최 권한대행에게까지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을 독촉하면서 이를 거부하면 최 권한대행은 물론 이후 권한대행들을 줄탄핵해 국무회의 기능 자체를 스톱시킬 움직임까지 있다. 이에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을 최대한 늦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 등 여야가 모두 정치적 계산에만 치중하고 있다. 여야는 정치공학만 계산하지 말고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도록 조속히 대화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재판이 속히 마무리되는 것이 정국 안정의 열쇠이므로 국회는 이를 여야 간 합의해야 된다. 국회는 각 정파의 정치적 야욕을 채우는 헌법기관이 아니다. 국리민복을 하겠다는 국회의원 선서를 되새겨 국난 극복을 위한 국회 본연의 역할을 하기를 재삼 촉구한다.

[사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어지는 人災 증언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여객기가 29일 추락했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으로 활주로에 착륙을 시도 중이었다. 여객기는 화염에 휩싸였고 동체는 두 동강이 났다. 사고기에는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타고 있었다. 승무원 2명은 구조됐다. 안타깝게도 나머지 대부분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당국도 이날 오후부터 수습 국면으로 전환했다. 우리 역사에 또 한번 기록될 참사다. 주목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사고 직후부터 여객기의 문제를 암시하는 증언이 쏟아지고 있다. 이틀 전인 지난 27일, 같은 사고기의 이상을 목격한 전언이 있다. ‘시동이 몇 차례 꺼지는 현상이 있었다’는 탑승객의 제보다.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이 같은 증언을 했다. 항공사 측은 “별 문제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당시 방콕에서 출발하던 비행기는 1시간 지연된 뒤 출발했다. 항공사 측은 출발 지연도 공항 문제로 설명했다. 사고 직후 탑승객이 보낸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톡 내용도 있다. 가족이 공개한 카톡에서 탑승객은 새가 날개에 끼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다리던 가족이 “언제부터 그랬는데”라고 묻자 “방금”이라고 대답했다. “유언해야 하나”라는 말로 톡은 끝났다. 여객기 내에 탑승 중인 승객은 새 끼임을 쉽게 알 수 없다. 기내 방송으로 관련 내용을 설명들은 것이 아닌가 싶다. 소방본부가 확인해준 정황도 있다. 전남소방본부는 “랜딩기어 쪽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당시 목격자와 공항 관계자 등 다수가 보내온 신고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9일 오후 들어 가장 유력한 원인 추정은 조류 끼임에 의한 한 쪽 랜딩 기어 고장이다. 하지만 다른 쪽 날개에서도 이상 현상이 목격됐다는 주장이 있다. 향후 조사 과정에서 확인하고 설명해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정부가 오전 9시50분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었다. 주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했다.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 장관도 권한대행이고, 치안 유지 책임자인 경찰청장도 직무대행이다. 이런 저런 정치적 견해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 모든 정치 견해보다 엄중한 이번 여객기 참사다. 17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참담한 현장이다. 철저한 조사와 수습 행정만이 필요하다.

[사설] 韓 대행, “거취 하등 중요하지 않다” 직(職)을 던지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했다.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즉각 탄핵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관련 절차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마은혁·정계선·조한창 후보자 임명안을 처리했다. 27일 오전까지 한 대행의 임명 여부를 지켜보기로 했었다. 하지만 한 대행이 26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임명 보류를 발표하자 즉각 탄핵으로 선회했다. 민주당의 분노는 즉각적이고 격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권한 대행’이 아니라 ‘내란 대행’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사실 민주당으로서도 한 대행에 대한 탄핵은 부담이 있다. 탄핵 남발이라는 계엄 논리에 정당성을 줄 우려가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정족수를 둘러싼 논쟁도 있다. 재적 의원 과반(151명)과 3분의 2(200명)로 견해가 갈린다. 그럼에도 탄핵을 꺼내들 정도로 반발이 컸다. 담화의 어떤 부분이 그랬을까. 한 대행은 한국 정치의 ‘진영’을 언급했다. 큰일이 닥쳐도 늘 넘어서 왔고 그것은 ‘정치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영의 유불리를 넘어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정치인이 있었다’고 했다. 현 정치 갈등의 근저에 깔린 이념 갈등을 건드린 것이다. 또 과거 정계 거인들을 언급하며 ‘타협하는’ 역사의 교훈을 말했다. 우원식 의장, 이재명 대표, 권영세 비대위원장 지명자를 거명하며 그런 슬기와 용기를 당부하듯 말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불가의 근거도 조목조목 적시했다. 대행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를 자제하고 안정된 국정 운영에만 전념하는 것이 헌정 질서의 기본원칙이라고 밝혔다.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단 한 명도 없었음을 강조했다. 최근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헌법재판관 충원 문제에 대해 “여야가 불과 한 달 전까지 다른 입장을 취했다”며 “이 순간에도 정반대로 대립하고 있다”고 비교 설명했다. 표현의 완곡함 속에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쏟아낸 듯하다. 특히 눈길이 가는 부분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언급이다. “야당은 여야 합의 없이 헌법기관 임명이라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행사하라며 대통령 권한대행을 압박하고 있다”며 “개인의 거취나 영역은 하등 중요하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야권의 탄핵 추진을 그대로 맞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다. 이 부분이 민주당과 정면으로 충돌한 지점으로 보인다. 결국 탄핵으로 가는 듯하다. 직을 던진 한 대행과 칼을 빼든 민주당. ‘한덕수 탄핵’은 ‘윤석열 탄핵’과 또 다르다. 그래서 이를 평가할 여론의 향배도 앞서 적기 어렵다.

[사설] 김동연의 외교 경제 챙기기, 특별하고 의미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현안을 논의했다. 24일 오후 회동한 두 사람은 최근 한국 정국에 대해 얘기했다. 김 지사는 골드버그 대사에게 한국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와 지지에 감사를 표했다. 첨단산업 교류 등 경제 협력에 긴밀히 소통해 나갈 것도 약속했다. 또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한미 동맹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뜻을 함께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하루 전인 23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다. 김 지사는 24일 영국 대사관도 방문해 콜린 크룩스 주한 영국대사를 만났다. 김 지사가 작금의 정치 혼란을 한국이 민주적 방식으로 해결 중임을 설명했다. 크룩스 대사도 한국의 헌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음을 평가했다. 한영 양국 간 글로벌 파트너로서 긴밀히 협조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특히 기후 변화 대응과 첨단산업에서 지속적인 협력을 유지하자고 합의했다. 계엄 이후 크룩스 대사가 이 대표와 만난 적은 없다. 국민의힘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23일 골드버그 대사와 만났다. 김 지사는 여야 정당을 대표할 직위를 가지고 있지 않다.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럼에도 핵심 우방이라 할 미국 및 영국대사와 잇따라 회동했다. 중앙정치와 다르고, 광역자치단체장과도 다른 행보다. 국내 정치의 현실에서 차별화하려는 김 지사의 의지가 반영된 듯 보인다. 경제 전문가로서 국익까지 챙기는 국가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주려는 것 같다. 김 지사의 이런 차별화는 이미 계엄 상황에서도 목격됐다. 계엄 선포 하루 뒤인 4일 2천400명의 외국인에게 서한을 보냈다. 외국 지도자, 각국 대사, 투자 기업 등 김 지사와 ‘친분’ 있는 인사들이다. 환율·주식 시장이 충격에 빠져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서한에서 김 지사는 ‘안심해도 좋다’고 설명했다. 계엄 선포 직후 가장 큰 우려는 국제 신인도 추락이었다. 모두가 계엄 파국에 빠져 있을 때 그가 보였던 것이 바로 외교 경제인맥 동원이었다.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서한을 받은 외국 인사들의 답장이 소개됐다. 브루노 얀스 벨기에대사는 “지사님의 신속하고 투명한 상황 대응에 깊이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페터르 반 데르 플리트 주한 네덜란드대사도 “연락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답장을 보냈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사려 깊은 서한과 굳은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는 뜻을 인편에 전했다. 김 지사가 서한으로 보여준 무관(無官) 외교의 한 단면이다. 트럼프 리스크가 기업을 옥죄고 있다. 경제단체 회원들이 미국까지 날아갔다. 환율·주식 시장의 불안이 계속 이어진다. 자본의 탈(脫)한국 현상은 그래도 계속된다. 국민 걱정도 서서히 내수 부진과 수출 위기로 옮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치는 여전히 내전 중이다. 외교장관까지 국회에 앉혀 놓고 말싸움 중이다. 이제 누구라도 나서 외교를 말하고 챙겨야 하지 않겠나. 김 지사의 외교 행보가 특별하게 보이는 것도 이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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