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국 간병인들에 성폭행·폭행 당하는 한국 환자들

중국 간병인의 환자 폭행 사건이 또 발생했다. 파주시 금촌동의 한 요양병원에서 일어났다. 50대 조선족 중국인 여성이 90대 여성 환자를 폭행했다. 환자를 이불로 덮은 뒤 주먹으로 때렸다. 환자가 복통을 호소했고 대형 병원으로 옮겨졌다. 장폐색과 탈장 진단과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요양병원으로 다시 옮겨진 환자는 폭행 이틀 뒤에 숨졌다. 간병인은 “잠을 자지 않아 화가 나서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유족들은 폭행으로 사망했다며 상해 치사를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노인 복지법 위반(노인 학대)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대형 병원에서 지병에 의한 사망으로 진단했고, 폭행 장면이 담긴 CCTV가 없고, 상해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경찰의 판단에 문제를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어찌보면 이게 구멍 뚫린 간병인 제도의 현실이다. 자격 없는 간병인 채용, 관리·감독 시스템 부재, 요양원·병원의 책임감 부재. 우리는 수차례 이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달에도 ‘중국인 간병인 현장 마찰 만연, 정부는 대책 내라’(경기일보 1월17일자 사설)고 지적했다. 폭행 사건, 금품 갈취, 의료법 위반 등의 온갖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함께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또는 국회 차원에서 마련된 대책은 없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간병 제도 정립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간병인 제도를 체계화해야 한다는 원론에는 동의했지만 입법 움직임은 없다. 간병인 수급은 건설 현장 인력 시장과 같다. 아무런 자격도 요구하지 않고 기초적인 점검도 하지 않는다. 이래서 발생한 끔찍한 일도 있다. 2023년 50대 중국인 남성 간병인의 성범죄다. 충북의 한 정신병원에서 입원해 있던 여성 환자 둘을 성폭행, 성추행했다. 붙잡고 보니 간병인은 불법체류자였다. 여기에 사기 혐의로 지명수배까지 돼 있었다. 이런 범죄자에게 판단력 박약한 여성 환자들을 맡겨 놨던 셈이다. 간병인 제도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미국의 예를 살펴보자. 캘리포니아주립대 정규석 교수가 지난해 국회 토론회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환자 인원과 근무 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불시점검이 제도화돼 있다. 학대나 방임이 확인되면 주(州)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병원도 등급을 나눠 등급이 낮은 병원은 관리 감독의 정도를 더 강화한다.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병원 및 요양원도 심하면 기소된다. 우리에겐 이 가운데 어떤 것도 없다. 근무 규정도 없고, 불시점검도 없고, 신고 의무도 없고, 병원 책임도 없다. 이러는 사이 수많은 어르신들이 공포의 병실에 방치돼 있다. 불법 체류자에게 목숨을 맡기고 있고, 여성 환자의 성이 유린당하고, 90대 환자가 두들겨 맞고, 환자 물품이 빼돌려지고, 욕설로 인한 공포에 눈치 보고 있다. 산업화 세대의 마지막 여생이다. 이들의 인권이 유린 당하는데 무슨 복지 천국인가.

[사설] 국민연금개혁,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개혁이 시급한 국가과제인 연금개혁에 대해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천만다행이다. 지난 6일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연금개혁과 관련해 “우선 급한 보험료율 13%부터 확정하고 소득대체율도 가급적 빨리 결정하자”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제안에 대해 “이번에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기 바란다”고 말함으로써 여야가 연금개혁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참으로 중대한 진전이다. 지난 2024년 2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한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기는 2054년이다. 2039년 적립금이 최고액을 기록한 뒤 점차 줄어 30년 후에는 고갈된다. 기금이 바닥난 후 기존대로 연금을 지급하려면 보험료율을 35%까지 올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미래세대가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명확한 현실이기 때문에 연금 기금 소진을 최대한 늦춰 구조개혁의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 연금개혁의 중요 요인이다. 국민연금은 현재도 기금 적자가 매일 885억원 정도 불어나고 있다. 1년이면 무려 32조원이나 된다. 때문에 정치권은 국민연금에 대한 근본적 구조 개혁과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모수 개혁에 반대했지만 이에는 난관이 많아 국민이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을 먼저 추진하자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모수 개혁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이뤄진 게 마지막일 정도로 국민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이기에 개혁이 어렵다. 현 정부에서도 여야가 접점을 마련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을 44%’ 조정안이 막판 타결 직전 ‘구조개혁’까지 같이 하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돼 지금까지 아무런 해결책 없이 방치됐다. 모수 개혁부터 하지 않으면 앞으로 30년 내에 기금이 완전 고갈된다. 따라서 연금에 대한 국민 불신이 크기 때문에 국민연금제도 자체가 파탄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연금개혁은 시급한 과제다. 따라서 모처럼 여야가 모수 개혁에 접점을 찾은 현재 상황을 정치권은 헛되이 보내면 연금개혁은 또다시 물 건너 간다. 모수 개혁을 통해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만 돼도 기금 소진 시점이 9년 늦춰진다. 여야는 일단 모수 개혁부터 하고 이후 구조 개혁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연금개혁에서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여야는 정쟁만 하지 말고 모수 개혁이라도 여야 합의, 처리하는 정치력을 보여 주기를 고대한다.

[사설] ‘무죄’ 회장 옭아맸어도 삼성은 계속 일자리 만들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근로자를 가장 많이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가입자 변동을 토대로 분석한 자료다. 2024년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삼성전자가 가장 많다. 12만5천593명이고 다음으로 현대자동차 6만9천285명이다. 1년간 국민연금 가입자 증가도 삼성전자가 가장 많다. 2023년보다 3.9% 늘어난 4천716명이다. 가장 많은 근로자를 보유한 곳도 삼성전자이고 지난해 가장 많은 근로자를 새로 뽑은 곳도 삼성전자라는 의미다. 기업의 채용 규모는 경영 실적에 비례한다. 호황일 때는 늘어나고 불황일 때는 줄어든다. 경영의 기본원리고 대부분 이대로 나타난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23.8%의 고용수치를 나타냈다. 전반적인 경영 악화에 따른 직원 감소다. 코리아세븐(-20.3%), 아이에스동서(-18%), SK에코엔지니어링(-17%) 등도 모두 고용 감소를 기록했다. 작금의 삼성전자는 경영 위기의 연속이다. 이런 가운데 채용 증가는 통상의 법칙으로 설명이 안 된다. 10여년 전부터 시작된 오너 이재용의 사법리스크다. 2017년 국정농단에 연루돼 구속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면까지 560일을 구속 수감돼 있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의 피고인으로 100여차례나 재판정에 서기도 했다. 2020년에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돼 기소됐다. 기소된 혐의가 무려 19개나 된다. 그 항소심 결과가 4일 나왔는데 무죄다. 앞서 1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오너가 10년 넘게 검찰·법원을 오간 삼성전자다. 국내외에서 ‘삼성 위기론’이 이어졌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어려웠다.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도 거의 없었다. 대만 TSMC 등 경쟁국 기업들은 그 사이 펄펄 날았다. 급기야 국내 경쟁자인 SK하이닉스에도 추월당했다. 2021년 초 500조원이던 시가총액이 300조원까지 떨어졌다. 평가 자산의 40%가 날아간 셈이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는 여전히 채용 1위 자리를 지켜 오고 있었다. 기업의 사회적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일자리는 정치에서 나오지 않는다. 수출 전략 회의 부활시켰던 박근혜 정부, 고용 현황판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 그리고 청년 일자리 약속했던 윤석열 정부까지 모두 약속은 화려했다. 하지만 “청년 고용 목표 달성했다”라는 최종 보고서를 냈던 정부는 없다. 그 역할은 언제나 기업이 했고, 가장 큰 책임을 삼성전자가 했다. 10년 옥죈 끝에 항소심 무죄를 받아든 사법부, 그리고 거기 동조해온 정치가 새겨야 할 삼성전자의 ‘채용 1위’다.

[사설] 파주시의 대남방송 대책, 신속한 보상으로 이어지길

파주시가 대남방송 소음 피해를 겪고 있는 대성동 주민에 대한 대책을 본격화한다. 대남방송의 소음 크기를 모두 측정하고 주민 건강 상태를 확인한다. 이를 위해 주민들과 비무장지대 출입을 위한 절차를 협의 중이다. 이번 조사는 낮은 물론 밤 시간대에 대해서도 이뤄질 전망이다. 주민들이 야간 소음으로 인한 수면 방해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등 질병 점검을 위한 건강마음버스도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해 소음을 측정해 방음창을 설치했지만 피해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소음 측정과 주민 건강을 치밀하게 살필 필요가 생겼다”며 정부에 장기적 해결책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파주시 대성동마을의 대남방송 소음 피해는 벌써 7개월째다. 단순 체제 선전 등이 주류를 이루던 과거와는 소음의 내용 자체가 달라졌다. 귀신 곡소리, 동물 울음 소리, 기계 마찰음 등이 주를 이룬다. 인천 강화도를 비롯해 대부분의 접경 지역에서 비슷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성동마을은 북한과 가장 가깝게 위치해 있는 최북단 민간 거주지다. 본보 지적에 파주시가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나선 점을 우선 평가한다. 남북 대치 상황에서 문제의 근원을 없애기는 어렵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등에 상응하는 대응 작전이다. 차선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우리 정부·지자체의 주민 보호 대책이다. 1차 대책이었던 방음창은 별반 실효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제 수면 장애, 지병 악화, 후방 이주 등의 일상 파괴 지경까지 왔다. 지금 현실적이고 절실한 대책은 피해 보상이다. 국민의힘·민주당 할 것 없이 정치권도 지난해 9, 10월 보상을 약속했다. 군용 비행장 소음, 사격장 소음 등의 피해는 다 보상된다. 하지만 북한의 대남방송 피해를 보상할 근거가 없었다. 지난해 말 이 근거를 규정한 개정 민방위기본법이 마련됐다. 민방위사태(평시에 한한다)로 인하여 또는 민방위사태에 이르지 아니한 적(敵)의 직접적인 위해(危害)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위해 행위로 인하여 생명·신체 또는 재산상 피해를 입은 자에 대해 그 피해액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영업 손실에 대한 보상 기준이 모호하다는 입법적 불비 논란은 있다. 하지만 당장의 피해를 보상하는 정도의 조치는 가능해졌다. 우선 추진 가능한 수준의 보상이라도 실행해 나가는 시작이 중요하다. 잠 못 드는 고통, 건강은 악화되고 마을을 떠나려 하는 눈앞의 피해라도 보상해 줘야 한다. 특히 대성동마을은 북한과 가장 인접한 민간인 지역이다. 파주시의 대책과 보상이 가장 속도감 있고 모범적 선례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사설] 경기도의 북자도, 된 것 없는데 자문위원은 왜 늘려

경기도의회 이상원 의원이 경기도의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자도) 추진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북자도는 공감대 형성 외에는 아무런 성과도 없다...김동연 지사가 핵심 공약으로 밀어붙인 사업이 현재까지 아무런 실적이 없으니 잘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식으로 늘리려나.” 민선 8기 경기도가 신설한 북자도 추진위원회가 있다. 현재 30명으로 운영돼 온 자문 기구다. 경기도가 이 인원을 39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북부(고양7) 출신의 이 의원이 이를 지적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도정의 방향을 조언하는 수준의 위원회다. 위원회 자체로 무슨 결정을 내리고 절차를 전개하는 것은 없다. 그러다 보니 추진 과정의 이렇다 할 조력을 보탠 것도 없다. 당장 위원회 개최 횟수나 위원 참여율만 보더라도 그렇다. 2022년 이후 지난해까지 네 번 열렸다. 2022년 1회, 2023년 3회, 2024년에 1회다. 2024년은 김 지사의 북자도 활동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총선 공약 캠페인도 했다. 그런 기간의 위원회가 1회에 그쳤다. 위원들의 평균 참석률은 52%로 절반을 겨우 넘긴다. 2022년에는 72%, 2023년에는 52%(6월)·64%(7월)·41%(11월)였다. 한 번 열렸던 2024년에는 50%였다.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는 위원들이다 보니 참석 여부를 강제할 순 없다. 또 불참 자체가 잘못인 듯 지적할 것도 아니다. 다만, 30명이라는 정족수가 적다고 판단할 이유는 없다. 이런데도 도가 30%에 달하는 9명을 늘리기로 했다. 올해 자문해야 할 현안이 많아질 거라는 근거라도 있나. 없다. 북자도는 김 지사의 의지와 달리 완전 멈춤 상태다. 2022년 경기도지사 취임 이후 역점 사업으로 채택됐다.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도민에게 ‘임기 내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북자도 설립에 필요한 절차를 역순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기본이자 시작이라 할 건 북자도 설립 관련 특별법이다. 하지만 이 문턱은 임기를 1년 반 앞둔 지금까지 못 넘었다. 행정안전부의 비협조도 이유지만 민주당 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도 크다. 작년 말부터는 탄핵 정국으로 조기 대선 가능성까지 등장했다. 김 지사의 대선 행보가 더불어 빨라지고 있다. 사실상 북자도의 민선 8기 실현 가능성은 제로가 됐다. 차라리 실현이 어렵게 됐음을 밝히고 장기적 과제로 삼자는 고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마당에 왜 북자도 자문위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인가. 이 계획에 찬성하고 동의하는 북부 주민이 몇이나 되겠나. 이상원 의원이 ‘보여주기식’이라고 지적했는데, 크게 틀린 지적 같지 않다.

[사설] 대남 방송 피해 강화·대성동, 보상해야 한다

북한의 기괴한 대남 방송이 반 년째 이어지고 있다. 여우·까마귀 울음소리, 쇳덩이 긁는 소리, 귀신 곡소리까지 다양하다. 하나같이 듣는 이에게 혐오감과 공포심을 준다. 고대 전쟁사에서나 등장할 법한 유치하고 원시적인 공세다. 이 유치한 공세에 노출되는 주민의 피해가 쌓여 가고 있다. 군사 대치 상황에서 오는 불가피한 피해라며 외면할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고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날 형편도 못 되는 주민이 대부분이다. 분계선으로부터 2㎞ 정도 떨어진 강화도가 그렇다. 2024년 7월 이후 밤낮 없이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스티로폼을 문에 덧대 방음을 시도해보지만 허사다. 밤에는 귀마개까지 해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캠핑장, 낚시터 등은 지난해 10월 이후 사실상 폐업 상태다. 주민 민원이 강화군청을 거쳐 국방부에 전달됐지만 돌아온 답장은 매번 같다. “직접적인 해결을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이곳보다 더 심각한 피해 지역도 있다. 본보가 취재한 최전방 대성동마을이다. 북한 최전방 기정동마을과 불과 500m 거리다. 소음 피해가 그만큼 크고 직접적이다. 파주시가 지난해 11월 측정한 소음치는 70~80dB이었다. 기준치 초과를 넘어 청력장애까지 유발할 수준이다. 140여 주민들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건강 이상을 호소한다. 수면제, 두통제를 아예 달고 살다시피 한다. 불안 장애 같은 정신적 질환 증세도 우려된다. 한마디로 일상이 다 붕괴됐다. 북한 대남 방송은 2018년 4월 중단됐다. 판문점 선언의 일환으로 성사된 합의였다. 그러다 2024년 5월 북한이 대남 오물풍선 살포를 시작했다. 이에 맞서 우리도 2024년 7월 대북 방송을 재개했고 북한의 대남 방송도 시작됐다. 같은 방송이지만 내용은 천양지차다. 우리 대북 방송은 여성 아나운서의 선전과 음악이 주를 이룬다. 귀신 곡소리까지 틀어대는 북측에 비하면 우리의 대북 방송은 차라리 음악 방송 수준이다. 북한 ‘귀신 곡소리’의 의도는 분명하다. 남남 갈등을 조장하려는 작전이다. 대북 방송을 무조건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럼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것은 강화도·대성동 주민의 피해다. 파괴된 일상 생활이 벌써 반년을 넘기고 있다. 이 피해가 현실이면 그 보상은 국가가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대성동마을 김동구 이장도 “주민 소송을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자칫 안보 쟁송으로 번질 판이다. 오물 풍선에 이은 귀신 곡소리 방송까지 북한의 야만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에 상응하는 우리 군의 대응 작전을 지지한다. 하지만 이런 대의가 특정 지역 주민의 일상 파괴까지 정당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다. 주민 소송 개시를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 주길 권한다. 일단 피해 마을에 가서 실상부터 파악해 보라.

[사설] 대왕고래 예산 ‘0원’... ‘산유국 꿈’도 마땅찮은가

설 쇠자마자 저 남녘 바다에서 새 소식이 날아들었다. 포항 앞바다 울릉분지 일대에 석유·가스가 더 매장돼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귀상어(Goblin Shark)’ 구조가 가장 유망하다는 조사보고서다. 대왕고래 140억배럴에 51억배럴을 추가, 최대 191억배럴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한다. ‘산유국 대한민국‘은 1970년대 이래 갈망해 온 꿈이다. 쉬이 이뤄질 꿈이 아님은 국민들도 안다. 그런데 이런 석유 개발 노력조차 곱게 보지 않으려 하니, 알다가도 모르겠다. 대왕고래 예산 ‘0원’ 얘기다. 동해 울릉분지 일대에 최대 51억7천만배럴 규모의 석유·가스가 더 매장돼 있다는 용역보고서가 최근 한국석유공사에 제출됐다고 한다. 미국의 심해 기술 평가 전문기업 액트지오의 ‘울릉분지 추가 유망성 평가’ 보고서다. 액트지오는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대왕고래 유망 구조의 물리 탐사 분석을 진행한 곳이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유망 구조는 모두 14개다. ‘마귀상어’ 등 신규 유망 구조의 탐사 성공률은 대왕고래 구조와 비슷한 20% 수준이다. 일부 유망 구조는 성공률이 대왕고래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이상 수치인 곳도 여럿이라고 한다. 최소 7천만t에서 최대 4억7천만t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됐다. 원유 매장 추정량도 최소 1억4천만배럴에서 최대 13억3천만배럴이다. 14개 구조 중 탐사자원량이 가장 많은 곳은 ‘마귀상어’ 구조다. 이 한곳에만 최대 12억9천만배럴의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는 전문가들에게 이 보고서에 대한 정밀 검증을 의뢰, 더 구체적인 매장량 등을 확인 중이다. 아직은 김칫국부터 마실 때는 아닌 셈이다. 그러나 대왕고래든 마귀상어든 본격 시추까지는 험난해 보인다. 정치가 끼어든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동해 가스·석유 140억 배럴 매장’ 발표 이후 성공률 20%를 두고도 논란이 빚어졌다. 그러나 자원 탐사 전문가들은 해외 사례에 비춰 ‘매우 높은 성공률’이라는 입장이다. 더 어려운 것은 재원 조달이다. 민주당은 올해 예산에 편성된 정부 몫 1차 시추 예산 497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 때문에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회사채를 발행, 4억800만달러(5천9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동해 석유 개발은 어느 누구의 치적 사업 차원이 아니다. 험난하겠지만 국민들 산유국 꿈이 걸린 사업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이를 위한 예산을 한 푼 남김 없이 잘라 버렸다. 우리 바다에서 석유가 쏟아져 나오는 꼴은 못 보겠다는 건가. 그러면 어느 나라 국회인가. 국민들이 묻는다. ‘그것이 알고 싶다’고.

[사설] 군 공항 이슈만 삼키고 사라질 道 국제공항인가

경기국제공항에 무안공항 참사 역풍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공항을 반대하는 논리로 등장하는 무안공항 참사 우려다. 대표적인 논리가 철새 안전 문제와 정치 공항 자제 여론이다. 무안공항 참사가 철새 충돌에 의한 것이라는 분석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철새 개체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니다. 무안공항의 철새 개체수는 전국 공항 중 낮은 수치였다. 정치 공항 문제도 경기 남부와는 무관하다. 수요는 여전히 높다. 그럼에도 중요한 면이 있다. 무안공항 참사가 준 충격은 크다. 참사와 연결하는 논리가 그만큼 자극적이다. 공항 찬반을 떠나 바로잡고 설명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이 역할이 경기도에 있다. 민선 8기 공약으로 경기국제공항 관련 업무를 경기도가 해오고 있다. 언론과 시민단체, 정치권의 최근 공세가 경기도를 향하는 이유다. 무안공항 참사에도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경기도의 적극적인 해명은 없다. 과연 도는 경기국제공항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을까. 2023년 1차 연구 용역이 있었다. 2024년에도 2차 연구 용역이 발주됐다. 각각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비전 및 추진 방안 수립 연구 용역’과 ‘경기국제공항의 첨단물류공항 개발 전략 및 역할 분담 방안 연구’다. 지난해 11월 후보지를 선정했는데 복수다. 화성시 화성호 간척지, 평택시 서탄면, 이천시 모가면 등 세 곳이다. 향후 최종 한 곳을 고른다는 의미다. 경기도는 경기국제공항과 수원 군 공항을 별도로 설명한다. 군 공항에의 부정적 여론을 감안한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도 그 중심에는 군 공항이 있다. 수원 군 공항 이전 후보지를 물색하기 시작한 건 2015년경이다. 그때도 화성, 평택, 이천 등이 있었다. 그 중 국방부가 화옹지구를 예비 이전 후보지로 선정했다. 2017년 4월16일이다. 경기도가 2024년 세 곳을 복수 후보지로 지목했다. 시점을 7년 되돌린 측면이 있다. 용역의 실효성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이달에도 3차 용역을 발주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후지 개발과 관련된 용역으로 알려졌다. 살폈듯이 후보지는 현재 세 곳으로 복수 후보지 단계에 머물러 있다. 개발을 연구한다는 배후지가 어디를 말하는지, 모든 후보지를 연구한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특정 지역 선정을 반대하는 단체들조차 “전혀 다른 후보지들을 두고 개발 방안을 논의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한다. 어느덧 민선 8기 남은 임기도 1년6개월여뿐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것은 한 번의 용역 완료와 두 번의 용역 진행뿐이다. 맺어진 결실은 후보지 세 곳 복수 선정이다. 검토 연구만 있고 절차 진행은 없다. 그 사이 ‘수원 군 공항 이전’은 금기어처럼 묻혔다. 최근에는 부당한 무안공항 참사 공세에 반박도 안 나온다. 민선 8기의 근본 의지를 따지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항에 기대를 걸어온 수원시민들이 특히 그렇다.

[사설] 무안공항 참변을 경기국제공항에 꿰맞추지 마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29일이다. 연말에서 연시로 이어지는 국민 애도 기간이 있었다. 항공기 사고가 그렇듯이 사고 원인 특정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1월 중순 이후 고개를 드는 여론이다. 신규 공항 건설을 자제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생겨났다. 그런데 그 공세 과녁에 ‘경기국제공항’이 있다. ‘무안공항 사고가 경기국제공항 불가의 이유’라는 논리다. 그런데 그 논리가 대개 억지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있었던 경기국제공항 반대 기자회견도 그랬다. 일부 정치인들이 무안공항 참사와의 연계 논리를 폈다. 화옹지구는 철새 개체수가 무안공항의 2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안전 등의 문제로 화옹지구 경기국제공항 설립 구상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안공항 참사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유력한 것은 맞다. 하지만 구체적인 논리 전개는 반대다.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는 0.00008이다. 포항·군산·양양공항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조류 충돌 참사 발생 가능성이 1만2천년에 한 번이다. 오히려 인천·김포공항의 조류 충돌 위험도가 무안공항의 42배다. 철새 개체수가 절대적 이유라면 문 닫을 공항은 인천·김포공항이다. 무안공항 참사가 낳은 공포를 국제공항 반대와 연결하려는 억지 비약이다. 이런 주장이 다른 곳도 아닌 정치권에서 공개적으로 나왔다. 언론이 띄우는 또 다른 논리는 ‘정치 공항’이다. 수요가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생기는 공항을 뜻한다. 기본적으로 동의한다. 문제 많다. 전국 15개 공항 가운데 흑자를 낸 곳은 네 곳뿐이다. 인천·제주국제·김해국제·김포국제공항 순이다. 나머지 11개 공항은 적자를 냈고, 10개는 10년 내내 적자다. 대부분 2000년대 들어선 정치공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5년간 1천161억원이라는 최악의 손실을 낸 게 무안공항이다. 연 992만명이라는 수요 예측도 엉터리, 1.45라는 비용 대비 편익값(B/C)도 엉터리였다. 2004년 감사원이 확인한 팩트다. 그런데도 2007년 문을 열었다. 수요를 덮고 정치가 밀어붙인 결과다. 그런데 이 문제를 왜 경기국제공항과 연결짓나. 지근거리 인천공항은 포화 상태에 임박했다. 인근 청주공항도 지난해 457만명(무안공항 40만명)으로 넘쳤다. 정치를 쏙 빼고 본다면 경기 남부야말로 공항 신설이 필요한 적지다. 경기국제공항의 객관적 토론은 지향한다. 지역민의 여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 하지만 참사까지 원용하는 논리에는 반대다. 179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참변이다. 그런 비극까지 비틀어 여론을 몰고 싶은가. 진실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부도덕하기까지 한 여론 캠페인이다.

[사설] 잇단 항공사고, 철저한 안전시스템 마련해야

항공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어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이 불안해하고 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1개월 만인 지난달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탑승자 전원이 비상 탈출해 큰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이륙 후 화재가 발생 했다면 또 한 번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사고였다. 무려 179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무안공항 참사가 아직도 생생한 상황에서 지난달 28일 오후 10시15분께 김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내부 꼬리 쪽에서 불이 난 것이다. 승객과 승무원이 비상구 문을 열고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2건의 항공기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DC 인근 공항 근처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한 뒤 추락해 총 67명이 숨진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또 이틀 뒤인 31일에는 미국 필라델피아시 번화가에서 소형 항공기가 추락해 7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안공항 참사는 가창오리가 빨려 들어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으나 최종 결과는 아직도 조사 중이다. 특히 대형 참사의 원인은 활주로 너머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에 충돌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명확한 원인과 안전대책은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에어부산 여객기 사고 역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게 없지만 기내 뒤쪽 선반 위 짐에서 연기가 났다는 탑승객 증언으로 미뤄 기내 반입된 휴대용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많다. 에어부산 여객기는 12월에도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나 대체기를 투입하는 일이 있었고, 작년 4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도 보조배터리 화재가 있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사고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저비용항공사(LCC)의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다. 특히 LCC의 경우 비행기 과다 운항에 따른 기체 피로, 정비 불량, 그리고 보조배터리 같은 항공위험물 관리기준 등이 문제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이후 민관합동 점검단을 통해 LCC를 비롯, 11개 국적 항공사와 전국 공항의 안전 체계 및 시설 등을 점검하고 있으며 오는 4월까지 항공안전 혁신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안공항 참사와 같은 인재성 재난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항공당국은 철저한 안전시스템을 구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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